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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작가: 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6 19:00:00
“할아버지, 말씀하신 물건을 모두 사 왔어요. 그리고 마침 친구를 만났는데 특별히 할아버지가 만드신 아침을 먹으러 왔대요.”

가게 안에는 머리가 백발이고 체구가 날씬하며 기운이 넘치는 할아버지가 국수를 건지고 있었다.

유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더니 유리 뒤에 있는 온이샘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샘이 왔구나. 얼른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 이게 얼마 만이야.”

온이샘이 시간이 있을 때마다 가게에 아침 먹으러 다녀갔기에 유리의 할아버지는 온이샘을 한 번에 알아보았다.

온이샘도 진작에 유리가 결혼해서 일남일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을 알고 있었다.

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들어가서 할아버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희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할아버지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온이샘이 데리고 온 차우미를 보더니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샘아, 너의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온 거야? 너무 예쁘구나. 두 사람 잘 어울려.”

온이샘이 여러 차례 아침 먹으러 다녀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자를 데리고 왔기에 할아버지는 여자 친구일 거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말에 온이샘이 서둘러 해명하려고 할 때 유리가 먼저 말했다.

“할아버지, 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래요. 우미 씨가 쑥스러워하니까 그런 오해는 하지 마세요.”

원래는 괜찮았는데 유리의 말을 듣자, 차우미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녀는 정말로 얼굴이 얇았다.

“어? 아니야? 이샘이가 처음으로 데리고 온 여자 아이니까 나는 그런 줄 알았지.”

“그만 보시고 면이나 마저 하세요. 계속 얘기하시다가 우미 씨가 도망이라도 가면 이샘 학생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요.”

말하면서도 유리의 손은 멈추지 않았는데 온이샘과 차우미에게 수저를 준비해 주고 또 육수 두 그릇을 가져왔다.

“얼른 앉아. 이건 육수인데 따뜻하게 우선 마시고 있어.”

육수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유리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차우미의 약간 붉어진 얼굴을 보는 온이샘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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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897화

    ”그래.”차우미는 가방과 양산을 온이샘에게 넘겨주고 바닥에 물기가 없을 때까지 열심히 닦은 다음 더러워진 휴지를 들고 쓰레기통을 찾았다.그때 줄곧 앞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여인이 말했다.“쓰레기는 우리 집에 가서 버려요.”차우미가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는 온이샘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온이샘, 가자. 우리 외할아버지 가게 기억하지?”그 여인은 온이샘이 바로 그때 자기를 도와주었던 혈기 왕성한 소년 중의 한 명임을 알아봤다.온이샘도 그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누구인지 알아봤다.바로 그때 도와줬던 유리였다.유리가 웃는 걸 보고 온이샘도 웃었다.“당연히 기억하지.”이어서 차우미를 보며 소개했다.“이 친구가 바로 조금 전에 내가 말했던 유리야.”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유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차우미라고 해요.”유리는 차우미의 부드러운 얼굴과 선명한 눈매, 그리고 입가의 매력적인 미소를 보더니 너무 얌전해 보여서 막 괴롭히고 싶었다.유리는 즉시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온이샘의 중학교 동창이고 유리라고 해요.”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이제야 여자 친구를 보여주는 거야. 네 여자 친구 얼굴 보기 쉽지 않네.””온이샘은 차우미의 반응을 의식하며 즉시 해명했다.“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야.”이런 일은 오해가 없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차우미에 대해서는 더더욱 한치의 오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유리는 온이샘이 차우미를 마치 귀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하고 긴장하며 보호한다는 것을 느꼈다.이런 온이샘은 유리도 좀처럼 본 적이 없다.유리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온이샘을 보더니 곧바로 다시 미소를 지으며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그냥 친구였구나. 나는 또 여자 친구인 줄 알았잖아. 하긴 넌 학교 다닐 때부터 여자들 곁에 얼씬도 하지 않았지. 친구들은 네가 지금까지도 여자 친구는 물론이고 여성

  • 봄날   제896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온이샘이 눈을 뜨고 있었다.그는 자기 품 안에 있는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분명 그녀의 눈에서 걱정과 불안함을 보았고 또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의 모습도 명확히 볼 수 있었다.너무 선명하고 유일무이했다.온이샘의 심장은 북을 두드리는 것처럼 진동이 심했다.차우미는 맑은 샘물에 빠진 것 같았는데 샘이 어찌나 맑은지 그 안에 있는 수초, 돌덩이, 작은 물고기들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그녀는 온이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마음속의 깊은 사랑이 모두 보였는데 그 모든 것이 모두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고 그녀를 향해 솟구쳤다.차우미의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의 두 눈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돌렸다. 온이샘의 두 눈에 그녀가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되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시선을 돌리면서 주변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색다른 기운에 의식도 되찾았다. 그때 서야 그녀는 자기가 아직도 온이샘의 품에 있고 온이샘의 팔이 자기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차우미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차우미가 움직이려고 할 때 뒤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이샘?”그 목소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는데 그 외 예상치 못한 충격도 포함되어 있었다.차우미가 돌아서서 뒤에 있는 여자를 봤는데 나이는 자기보다 조금 많아 30대로 보이고 어깨까지오는 생머리에 옅은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는데 소년 같은 외모를 가진 소탈한 성격의 소녀 같았다.순식간에 차우미의 머릿속에 조금 전 온이샘의 이야기 속에 있던 친구 유리라는 이름이 떠올랐다.여인은 차우미가 돌아서는 것을 보고 온이샘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더니 마지막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싼 온이샘의 팔에 시선을 멈췄다.그러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차우미는 여인이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고 서둘러 온이샘을 밀어냈다.그제야 온이샘은

  • 봄날   제895화

    차우미는 이런 인간미가 넘치는 거리는 오랜만이라 너무나도 활기차고 북적이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안전하게 미끄러운 골목을 벗어나자, 그때에야 손을 거두었다.그때 그녀가 멍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온이샘은 차우미만 옆에 있으면 웃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너무 평온하고 행복했다그는 너무 행복했고 지금 순간에 만족했다.“어때? 이런 곳은 오랜만이지?”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온이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들렸다.“그러게,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여기에는 와 본 적이 없어.”결혼 생활 3년 동안 그녀는 혼자서도 많이 다녔을 뿐만 아니라 가끔은 여가현과 같이 또 가끔은 서혜지와 같이 돌아다녔지만, 이곳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다.특히 이렇게 인간미가 넘치고 너무나도 평범한 백성들이 사는 곳은 정말 처음이다.“잘됐네. 네가 와 봤다면 재미없을 거잖아.”온이샘은 차우미가 가보지 못한 곳을 데려가고 싶었다.“아침 식사 가게가 저기 앞에 있으니 얼른 가자.”“알았어.”온이샘은 앞에서 걸으며 길을 안내했고 차우미는 여전히 양산을 쓰고 뒤를 따라갔다.다만 미끄러운 골목길을 나오자, 그녀는 더 이상 고개를 숙여 길에만 주의하지 않고 양쪽의 가게들을 구경하며 온이샘이 말한 아침 식사 가게가 어디일지 생각했다.차우미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어 있는 나무 간판을 봤는데 그 위에는 주가반점이라고 씌여 있었다.차우미가 말했다.“혹시 저기 주가반...”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이 미끄러지면서 양산도 따라 기울었다.온이샘은 비록 앞에서 걷고 있었지만 줄곧 차우미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넘어질 무렵 신속하게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조심해!”그는 차우미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러자 차우미가 손에 들고 있던 양산도 온이샘 쪽으로 기울렀는데 순간 양산이 바깥쪽으로 넘어가더니 우산 뼈의 끝이 순식간에 온이샘의 이마를 찔렀고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까지 감았다.차우미는

  • 봄날   제894화

    온이샘은 차우미의 표정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가 이제야 자기가 누군가와 싸웠다는 걸 믿어주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차우미는 자기의 질문이 어디가 잘못돼서 온이샘이 웃는지 생각하며 의아해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멍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더 사랑스러웠다.그가 싸웠다는 말에 이토록 진지한 표정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온이샘은 그런 차우미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그래. 같은 반 친구를 도와야 해서 싸운 거야.”차우미는 입을 살짝 벌리며 말했다.“선배도 싸울 줄 아네.”차우미의 눈에 온이샘은 아주 세련되고 우아하며 이성을 가지고 말로 사람을 설득하지 절대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놀라는 모습을 즐기며 말했다.“왜, 놀랐어?”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놀란 건 아니고 조금 의외여서. 나는 선배가 절대 싸움질 하는 사람 같지 않았거든.”온이샘이 웃었다.“그때는 어렸고 지금과는 상황도 다르잖아.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모두 뛰어갔고 게다가 상대가 모두 우리보다 커서 친구를 구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어.”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상황이었구나.”“그래, 상황이 상황인 것만큼 그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어.”온이샘의 설명을 듣고 차우미는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긴급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때 당시 모두 나이가 어렸고 청소년이니 많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차우미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길을 살피며 걸어갔다.“그다음은 어떻게 됐어?”온이샘은 차우미가 평정심을 회복하자 눈을 지그시 뜨고 뒤를 따랐는데 여전히 조금 전과 같이 팔을 벌려서 차우미를 보호하며 걸었다.“혈기 왕성했던 우리가 미세한 차이로 이겼어. 비록 모두 부상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기뻐하며 골목에 앉아 같이 웃었어. 우리가 도와준 친구의 이름이 유리였는데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골목길 맨 끝에서 아침 식사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거든. 유리는 우리를 거기로 데리고 가서 상처를 처리

  • 봄날   제893화

    차우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양쪽의 건물과 도로 표지판, 그리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주변을 구경하였고 온이샘은 예전에 이곳에 놀러 왔던 이야기들을 했다.그는 예전에 친구들과 같이 여기에 와서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고 했다.차우미는 차 안에 있을 때처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흥미진진하게 온이샘의 이야기를 들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무후문을 지나 조금 더 걷다가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골목거리는 매우 외진 곳이었는데 거의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고 양쪽에는 엄청나게 오래된 성벽이었는데 도색도 되지 않아 벽 모서리의 가장자리에는 이끼층이 선명하게 보였다.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것 같았는데 낮에는 괜찮아도 밤에 다니기에는 위험할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약간 놀라고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여기에는 와 본 적이 없지?”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닌 것 같아.”발 아래 길은 청색 돌길이었는데 어젯밤에 내린 비에 돌판들이 아직도 젖어 있었다.골목길은 구불구불하고 좁아서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습했던 것이다.차우미는 넘어질까 봐 고개를 숙이고 길을 보며 조심조심 걸었다.이런 길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지기 쉽다.온이샘은 차우미가 걷는 모습마저 너무 귀여워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 여기는 아는 사람이 적어서 많이들 오지 않아. 여기 주변에 사는 사람과 나와 같은 극소수의 아는 사람들만 다니는 곳이야.”온이샘은 말하면서 슬그머니 차우미의 가까이로 가더니 그녀의 뒤에서 손을 벌리고 넘어지려고 할 때 바로 부축할 수 있게 준비했다.사실 온이샘은 어젯밤에 비가 내린 줄도 몰랐고 이 길이 이렇게 습해서 미끄러울 줄은 더더욱 몰랐다.그가 차우미를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은 다름 아니라 자기가 걸었던 길을 그녀와 함께 걷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온이샘도 도착해서 이렇게 미끄러운 것을 알았기에 가능한 차우미가 넘어지지 않게 보호하려고 신경을 썼다.차우미는 온이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

  • 봄날   제892화

    시간은 어느새 9시가 되어 태양이 점점 더 뜨거워졌는데 양산이 차우미의 머리 위를 가리는 순간 햇빛과 단절되어 약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건 양산의 공로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온이샘의 공로였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아주 가까운 곳에 서 있었는데 여름 바람이 살살 불면서 그의 몸에서 풍기는 치자꽃 향기가 그녀의 코끝을 감쌌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괜찮아.”“그냥 해.”온이샘은 양산 손잡이를 꼭 잡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는데 새하얀 피부에 버들잎 같은 눈썹을 보자마자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양산은 태양의 뜨거움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햇빛도 막아서 차우미 눈 밑에 있는 다크서클마저 잘 보였다.온이샘이 마음아파하며 물었다.“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어?”“왜?”차우미는 온이샘의 난데없는 질문에 의아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다크서클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심해서 잠을 잘 자지 못한 것 같아.”차우미도 아침에 씻고 거울을 볼 때 봤었다.그녀는 밤에 늦게 자고 수면 시간이 짧기만 하면 다음 날에 곧바로 다크서클이 나왔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그나마 조금은 괜찮았었다.지금 컨디션도 좋고 졸리지도 않아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온이샘의 눈을 속이지 못했다.차우미는 눈을 만지며 말했다.“어젯밤에 늦게 자서 그래. 혜지 씨가 관강동 별장에 예은이 데리러 왔는데 그때가 밤 10시였거든, 그리고 상준 씨와 얘기를 조금 하느라 호텔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어.”차우미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속이지 않고 온이샘에게 이야기했다.온이샘은 그녀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속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녀의 선명한 눈빛을 바라보며 마음이 따뜻했다.온이샘의 눈에는 온통 차우미로 가득 찼다.“그럼, 아침 먹고 호텔로 데려다 줄 거니까 한잠 자. 점심때 되면 연락할 테니 같이 식사하고 오후에 안평으로 가자.”온이샘은 차우미의 일이 끝나서 이제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일 일이 없으니 마음

  • 봄날   제891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조금 전에 호텔 앞에서 봤던 표정인데 그때는 햇빛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차 안이어서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순간 온이샘은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조여왔는데 마치 뭔가 안 좋은 일이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꽉 잡았는데 얼굴에 가득하던 미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차우미는 고개를 저으며 눈웃음을 지었다.“선배, 여기서 일은 다 끝났어?”차우미는 아무것도 생각한 적이 없다는 듯 표정을 회복했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안색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는데 조금 전의 표정이 보이지 않자 억지로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말했다.“응, 어젯밤까지 다 처리했어.”온이샘은 정말 일했다는 것을 강조하듯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그의 대답은 차우미가 미리 예상했었는데 그녀는 온이샘이 정말로 일이 있었고 자기를 속이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다.그때 차우미는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앞을 바라보며 웃었다.“선배, 우리 어디 가서 아침 먹는 거야?”온이샘은 차우미의 목소리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편안함을 들었다.그는 차우미에게 무슨 일이 있지만 별로 심각한 것 같지 않아 한시름 놓았다.“무후문으로 갈 건데 혹시 들어봤어?”차우미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거기가 옛날 건물들이 있는 곳이지?”온이샘은 차우미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무후문은 청주에서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거리에 있는데 이 도시에서 3년 동안 생활한 차우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무후문은 소문이 많이 나서 청주에 여행 오는 사람들 거의 모두 반드시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외부에서 여행으로 잠깐 오는 사람들도 아는 곳을 청주에서 생활했던 차우미가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하지만 온이샘은 자기가 지금 차우미를 데리고 가려는 그곳은 절대 모를 거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거기는 아주 외진 곳이기 때문이다.온이샘이 흐뭇해하며 웃었다.“거기는 아침 먹기에 조금 불편해. 내가 지금 가려는 곳은 그 옆

  • 봄날   제890화

    온이샘은 차우미 앞에 부드럽게 차를 멈추고 문을 열고 나왔다.자기 앞에 서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그는 진정으로 차우미가 자기 손이 닿는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온이샘은 빠른 걸음으로 차우미의 앞으로 갔는데 그녀는 그를 보는 순간 잠깐 멍해 있었다.햇빛이 강렬한 관계로 그녀는 눈을 찌푸려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하지만 온이샘도 차우미의 이런 표정은 처음으로 보았는데 조금은 귀엽고, 또 조금은 매혹적이었다.온이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들어갔는데 그제야 눈썹을 흠칫하며 온이샘이 자기 앞에서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눈으로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차우미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선배, 아침 먹었어? 안 먹었으면 내가 살게.”차우미가 그를 보자마자 첫마디가 그에게 아침 사준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온이샘이 웃는 것을 본 차우미는 왜 웃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본 온이샘은 더 크게 웃었다.그러다가 헛기침하며 웃음을 꾹 참았는데 입꼬리는 여전히 참지 못하고 치켜올라갔다.“우미야, 여기는 청주이니 내가 살게.”그의 진지한 표정에 차우미가 웃었다.“알았어. 안평으로 돌아가면 내가 살게.”“약속한 거야?”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당연하지.”“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거니까 아침 사주기로 한 거 까먹으면 안 돼.”온이샘은 특별히 차우미가 이번에 아침을 사주기로 한 것과 기존에 밥 사기로 한 것을 구분해서 강조했다.전에 약속한 것과 지금 약속한 것을 반드시 별도로 해야 했는데 같이 있을 수 있는 차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차우미가 대답했다.“알았어.”“가자. 내가 먹어 본 중에서 아침을 제일 잘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자.”“좋아.”온이샘은 조수석의 차 문을 열어주었고 차우미가 올라타자, 본인도 즉시 운전석에 타고 출발했는데 교통 체증은 여전했다.“오래 기다렸어?”교통 체증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차에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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