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준은 눈을 뜨고 백미러를 쳐다봤다.그가 탄 차가 멈춰 서자 백미러에서 보이는 차도 멈춰 섰지만 뒤 차에 타 있던 사람은 내리지 않았다.나상준은 백미러로 뒤의 차를 보고 상자를 주머니에 넣은 후 핸드폰을 들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계단을 올라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거침없이 발을 내디디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걸어갔다.나상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전민수는 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 나상준이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본 그는 재빨리 따라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그는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 찰나 그는 나상준과 시선이 마주쳤다.전민수는 그 자리에 굳었다.어디에서 본 사람 같았다...엘리베이터에 선 나상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그는 호텔 로비에서 봤던 사람을 생각했다. 전민수의 놀라워하는 모습과 겁에 질린 모습을 떠올리며 그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방에서 차우미는 의자에 앉아 아직 일하고 있었다.늦은 시간이라 졸음이 몰려온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품을 하며 볼펜을 든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가가 뜨거운 열기에 촉촉해졌다.그녀는 조금 졸린 게 아니었다.창밖을 바라보니 어두운 달빛 아래 북적거림은 진작에 사라지고 고요한 모습이었다. 온 도시가 고요했다.차우미는 볼펜을 놓고 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열시 이십일 분, 확실히 늦은 시간이었다. 나상준은 아직 돌아오지도 않고 그녀에게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그녀도 재촉하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중도에 선배가 영소에 왔다는 메시지를 받은 그녀는 선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지금까지 계속 일을 했다.차우미는 시간을 보고는 다시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있던 업무들을 정리했다.그녀는 나상준이 돌아온 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어가서 씻을 생각이었다.오늘은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오늘이 지나가면 그녀는 다시 예전처
특히 남녀가 한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적합하지 않았다.그날 밤 하야트 레스토랑에서 주혜민이 한 말 때문에 차우미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계하고 특별히 더 신중하게 행동했다.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나상준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부드러운 소재의 흰색 니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가 소파에 기댈 때 니트가 비뚤어지는 바람에 간혹 가느다란 아이보리 컬러의 어깨끈이 보였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은은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가녀린 몸매와 정교한 쇄골을 가지고 있었고 비뚤어진 상의 때문에 어깨끈만이 아니라 그녀의 쇄골과 예쁜 어깨선도 함께 보였다. 이때, 불빛이 그를 향해 다가오는 그녀를 비추고 있었기에 노출된 그녀의 어깨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깨부터 쇄골까지 부드러운 선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는 그녀의 어깨가 선명하게 아주 잘 보였다. 불빛이 비친 방안은 마치 별빛이 가득한 것 같았다. 이 순간 나상준에게 있어 차우미는 매우 매혹적이었다.차우미는 자신의 어깨끈이 노출된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나상준을 향해 걸어갔다. 빨간 두 눈이 그녀가 힘을 다해 비벼댔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눈에는 물기가 촉촉했다. 이건 그녀가 졸려서 하품한 흔적이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특히 그를 본 순간 그녀의 이성은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고 두 눈도 점점 맑아졌다.나상준은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어깨와 불빛이 비치는 그녀의 쇄골, 어깨선, 노출된 피부를 쳐다보다가 걸어들어와 문을 닫았다.차우미가 그의 앞에 다다랐을 때 나상준이 걸어들어와 문을 닫아버렸다.그녀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나가서 얘기해.”그의 손은 아직 문손잡이에 있었지만 그녀의 말에 소원한 느낌이 든 그는 문손잡이에서 손을 거두고 그녀를 바라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그녀의 발끝에 닿아서야 걸음을 멈추었다.차우미는 멍하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얼마나 가깝냐면 그
“왜 나가서 말해야 해?”낮고 평온한 그의 목소리는 듣기에 예전과 별반 다른 점이 없었다. 결혼생활 3년 동안에 나눴던 대화들과 비교해 봐도 지극히 정상이었다.그는 그녀가 왜 나가서 말하자고 했는지 알지 못하는 듯했다.차우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나상준이 이런 질문을 할 줄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가 말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녀는 예전에 자신이 발을 다쳤을 때 나상준이 직접 치료해준 사실을 떠올리며 의외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는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여자와 가깝게 지내면 안 되었다. 전 와이프와는 더더욱 그래야 했다.하지만 일밖에 모르는 그는 남녀 사이에 대해서는 다른 남자들보다 잘 알지 못했고 여자들이 이 방면에서 얼마나 민감한지 몰랐다.차우미는 눈썹을 파르르 떨며 자신을 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우린 이미 이혼했기 때문에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지 않아.”그녀는 그에게 약혼녀가 있기 때문에 한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약혼녀가 오해하기 딱 좋다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했다.왜냐하면 그녀는 나상준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해도 알아들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나상준은 자기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이성적이었고 정신이 맑아 보였다. 그녀는 그와 선을 그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듯했다.“뭐가 안 좋아?”차우미는 멍해졌다.‘내 말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은 건가?’차우미는 의아했다.‘알아들었겠지?’그는 똑똑한 사람이었기에 무슨 일이든 그녀가 한번 말하면 다 이해하곤 했었다.여태껏 그래왔던 그가 못 알아들었을 리 없지 않은가?차우미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하나도 없었고 두 눈에는 의아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마치 이유를 알고 있지만 다시 물어보는 느낌이었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설명하지 않았다.그는 원래 뻔히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는 게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주 위험하다고 느낀 차우미는 가슴이 심란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뒷걸음질 치려 했다. 그래서 아까처럼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다.이건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반응이었다.차우미가 멀어지려 할 때 나상준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내가 출장 가기 전에 우리 한 방에 있지 않았어?”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즉시 고개를 들고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나상준의 물음은 마치 아이가 예전에는 사탕이 있었는데 왜 지금은 사탕이 없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는 대답을 듣고 싶었다. 진실한 대답을 말이다..차우미는 멍해졌다.이 말은 나상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닌 것 같았다. 방금 그가 말한 그 두 마디 질문도 그가 말한 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이건 사실이었다.차우미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나상준은 눈을 내리깔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대답이 듣고 싶어 집착하는 아이처럼 말이다.간단했다.그는 성인이 아니었다. 남녀관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심지어 약혼녀가 있으면 다른 여자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그는 이런 것조차도 몰랐다.나상준은 예전에는 괜찮았던 일들이 왜 지금은 안 되는지 모르는 듯했다.차우미는 그런 나상준의 모습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마음속의 불안이 점차 사라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다.특히 그가 호흡할 때마다 풍기는 짙은 술 냄새를 맡으며 차우미는 속으로 그가 취했다고 생각했다.맞다, 그는 취했다.그렇지 않다면 나상준은 이렇게 상식에 맞지 않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취한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었기에 그가 술에 취하면 어떤 모습인지 몰랐었다.하지만 그와 호흡을 함께 하고 있었던 그녀는 그의 숨결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한 듯했다.그래서 그는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말들을 내뱉었던 것이다.술에 취한 사람이 평소와 다른 것처럼 나상준도 달랐다.이 순간 차우미의 마음이
차우미는 굳은 채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의 아버지는 술을 마셔도 거의 취한 적이 없었고 취했다고 해도 집에 돌아와 잠을 잤다.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고 술주정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여가현은 술에 취하면 미친 사람이 되어 가만히 있지 못했다.그녀는 나상준처럼 술에 취해도 취한 것 같지 않고 시종일관 침착하면서 할 일과 할 말을 다 하며 평상시와는 거의 다른 점이 없이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은 처음 봤다.그녀는 이렇게 늦은 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차우미는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을 내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지만 어떻게든 대처를 해야만 했다. 그녀는 나상준이 취한 모습을 처음 본 것이었다. 지금의 그는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따가 더 비정상이 되면 골치 아플 게 뻔했다.곰곰이 생각하던 차우미는 자신이 여기를 떠나기로 했다.다른 사람이 오해하지 않게 방을 정리한 뒤 그에게 내려주려 했다.하지만 차우미가 몇 걸음 걸자마자 욕실에서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지 마.”무거운 목소리가 쏴 하는 물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욕실을 바라봤지만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그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치 그녀가 뭘 하려는지 아는 것처럼 그녀에게 가지 말라고 말한 거였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그녀를 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 그녀더러 계속 여기에 있으라는 말인가?그는 그들이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한가?이렇게 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오해받기 쉬웠다. 그리고 그와 주혜민의 감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고 그와 그녀의 명성에도 좋지 않았다.원래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차우미는 그가 술에 취했더라도 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그가 뭔 일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닫혀 있는 욕실 문을 바라봤다. 뜨거운 열기에 뿌옇게 변해버린 유리 때문에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상준, 난 원래 오늘 너에게 할 말이
차우미는 갑자기 긴장되었다.그의 이런 눈빛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그와 눈을 마주친 차우미는 매우 무서웠다.그녀는 입을 벌린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왜냐하면 그의 검은 눈빛을 보고 있으면 그녀는 소용돌이에 빠진 것처럼 그의 눈빛에 빠져들어 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차우미는 무서웠다.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돌아서서 도망가려 했다.하지만 이때, 그의 묵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 같았다. 차우미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누군가 칼을 들고 자신의 마음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나상준은 자리에 서서 자신을 등지고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묶여 있는 검은 머리카락이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단단해 보였다. 그는 그녀에게로 걸어갔다.차우미는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주 빨리 거세게 뛰었다. 전례 없는 위험에 빠진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뒤에서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걸음은 평상시와는 달랐다. 발자국 소리가 아주 무거웠고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터벅, 터벅...그 소리를 들은 그녀는 마음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심지어 얼굴도 하얗게 질린 채 당황했다.그녀는 나상준이 취했다고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그녀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었다.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도망가려 했지만 갑자기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는 순식간에 차갑고 딱딱하며 축축한 한기가 가득한 그의 가슴에 안기게 됐다. 차우미는 몸이 빳빳이 굳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녀가 그의 품에 안기는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가슴에 올렸다. 그녀는 자신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보며 입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머리가 하얘졌고 몸도 완전히 굳어버렸다.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여태껏 본 적
그들은 낮에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낮에 이야기하자 하지 않고 밤에 이야기하자고 한 그녀의 생각이 짧았다.하지만 인제 와서 후회해도 방법이 없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나상준은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라하는 그녀를 보며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그녀는 바로 그와 더 가까워졌고 그의 몸에 완전히 밀착되었다.그가 입을 열었다.“알려줘, 차우미.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나상준이 갑작스럽게 힘을 주자 차우미는 몸이 그에게 완전히 밀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몸의 뜨거운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열기는 마치 불처럼 그녀를 태우려 했다. 특히 뜨거운 열기 속에는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힘 있고 거세게 뛰고 있었다.이 순간 나상준이 무서운 일이라도 할 것 같아 매우 두려웠던 차우미는 그의 셔츠를 꼭 잡은 채 눈을 감고 말했다.“주혜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주혜민이잖아. 너도 알면서 왜 나에게 물어보는 거야?”사람은 핍박을 받아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오히려 다 털어놓는 것 같다.차우미는 눈을 뜨고 나상준을 바라봤다. 그녀는 왜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다 알고 있으면서 왜 계속 그녀에게 물어보는 걸까? 한 번도 아니고 그녀에게 거듭 물으며 왜 그녀의 입에서 답을 얻으려 했던 걸까?도대체 왜?나상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창백해진 얼굴이 무서웠지만 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손으로 그의 셔츠를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나상준의 눈에서 일렁거리던 어둠이 점차 사라졌다. 차우미의 대답과 함께 그녀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던 그의 눈빛이 점점 예전으로 돌아가 평온해졌다.어떠한 일렁거림도 없이 해면처럼 평온했다. 아무런 위험도 없어 보였다.마치 조금 전의 무서웠던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강하게 나왔던 사람도 그가 아닌 듯했다.“주혜민...”“나는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인 걸 몰랐을까?”담담하게 말을 내뱉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눈앞에서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장면들이 차우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각나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려줬다.그러나 이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이 아니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말은 순식간에 떨어진 돌처럼 차우미의 마음속에 높게 쌓여있던 장벽을 허물었다. 그녀가 3년 동안 굳게 믿고 있었던 인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다.확실한 줄로만 알았던 사실이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뒤집혔고 그녀도 반박하지 못했다.큰 타격을 받은 차우미는 자신이 아직도 그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너무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차우미를 꼭 앉은 채 손을 풀지 않았다.나상준은 당황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차우미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는 깜짝 놀라 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마치 그녀가 줄곧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옳은 일이 아닌 게 되어버린 듯했다. 검은색이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이 된 것처럼 말이다.지금, 이 순간 차우미는 정말 믿기 힘들었다.그는 말없이 그녀를 꼭 껴안고 바라봤다. 젖어 있던 그의 옷의 물기가 그녀의 옷을 적셨고 그와 그녀는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호흡과 심장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 몸의 부드러움도 함께 전해져왔다. 얌전히 있는 그녀를 보며 그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만졌다. 시간은 소리 없이 서서히 흘러갔다.도시의 차들도 서서히 적어졌고 늦은 밤이 되니 도로에는 차들이 간혹 보일 뿐이었다.고요한 밤이 되니 한집 두집 불이 꺼져갔고 도시의 불빛만이 고요한 밤과 방안의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이 시각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온했다.그녀는 반응이 느린 사람이었고 천천히 뜨거워지는 사람이었다. 모든 게 다 느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똑똑히 알았다.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급해 하지도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침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하지만 오늘 나상준이 한 말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