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준은 눈을 뜨고 백미러를 쳐다봤다.그가 탄 차가 멈춰 서자 백미러에서 보이는 차도 멈춰 섰지만 뒤 차에 타 있던 사람은 내리지 않았다.나상준은 백미러로 뒤의 차를 보고 상자를 주머니에 넣은 후 핸드폰을 들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계단을 올라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거침없이 발을 내디디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걸어갔다.나상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전민수는 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 나상준이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본 그는 재빨리 따라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그는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 찰나 그는 나상준과 시선이 마주쳤다.전민수는 그 자리에 굳었다.어디에서 본 사람 같았다...엘리베이터에 선 나상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그는 호텔 로비에서 봤던 사람을 생각했다. 전민수의 놀라워하는 모습과 겁에 질린 모습을 떠올리며 그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방에서 차우미는 의자에 앉아 아직 일하고 있었다.늦은 시간이라 졸음이 몰려온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품을 하며 볼펜을 든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가가 뜨거운 열기에 촉촉해졌다.그녀는 조금 졸린 게 아니었다.창밖을 바라보니 어두운 달빛 아래 북적거림은 진작에 사라지고 고요한 모습이었다. 온 도시가 고요했다.차우미는 볼펜을 놓고 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열시 이십일 분, 확실히 늦은 시간이었다. 나상준은 아직 돌아오지도 않고 그녀에게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그녀도 재촉하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중도에 선배가 영소에 왔다는 메시지를 받은 그녀는 선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지금까지 계속 일을 했다.차우미는 시간을 보고는 다시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있던 업무들을 정리했다.그녀는 나상준이 돌아온 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어가서 씻을 생각이었다.오늘은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오늘이 지나가면 그녀는 다시 예전처
특히 남녀가 한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적합하지 않았다.그날 밤 하야트 레스토랑에서 주혜민이 한 말 때문에 차우미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계하고 특별히 더 신중하게 행동했다.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나상준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부드러운 소재의 흰색 니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가 소파에 기댈 때 니트가 비뚤어지는 바람에 간혹 가느다란 아이보리 컬러의 어깨끈이 보였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은은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가녀린 몸매와 정교한 쇄골을 가지고 있었고 비뚤어진 상의 때문에 어깨끈만이 아니라 그녀의 쇄골과 예쁜 어깨선도 함께 보였다. 이때, 불빛이 그를 향해 다가오는 그녀를 비추고 있었기에 노출된 그녀의 어깨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깨부터 쇄골까지 부드러운 선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는 그녀의 어깨가 선명하게 아주 잘 보였다. 불빛이 비친 방안은 마치 별빛이 가득한 것 같았다. 이 순간 나상준에게 있어 차우미는 매우 매혹적이었다.차우미는 자신의 어깨끈이 노출된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나상준을 향해 걸어갔다. 빨간 두 눈이 그녀가 힘을 다해 비벼댔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눈에는 물기가 촉촉했다. 이건 그녀가 졸려서 하품한 흔적이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특히 그를 본 순간 그녀의 이성은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고 두 눈도 점점 맑아졌다.나상준은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어깨와 불빛이 비치는 그녀의 쇄골, 어깨선, 노출된 피부를 쳐다보다가 걸어들어와 문을 닫았다.차우미가 그의 앞에 다다랐을 때 나상준이 걸어들어와 문을 닫아버렸다.그녀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나가서 얘기해.”그의 손은 아직 문손잡이에 있었지만 그녀의 말에 소원한 느낌이 든 그는 문손잡이에서 손을 거두고 그녀를 바라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그녀의 발끝에 닿아서야 걸음을 멈추었다.차우미는 멍하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얼마나 가깝냐면 그
“왜 나가서 말해야 해?”낮고 평온한 그의 목소리는 듣기에 예전과 별반 다른 점이 없었다. 결혼생활 3년 동안에 나눴던 대화들과 비교해 봐도 지극히 정상이었다.그는 그녀가 왜 나가서 말하자고 했는지 알지 못하는 듯했다.차우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나상준이 이런 질문을 할 줄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가 말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녀는 예전에 자신이 발을 다쳤을 때 나상준이 직접 치료해준 사실을 떠올리며 의외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는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여자와 가깝게 지내면 안 되었다. 전 와이프와는 더더욱 그래야 했다.하지만 일밖에 모르는 그는 남녀 사이에 대해서는 다른 남자들보다 잘 알지 못했고 여자들이 이 방면에서 얼마나 민감한지 몰랐다.차우미는 눈썹을 파르르 떨며 자신을 보고 있는 검은 눈동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우린 이미 이혼했기 때문에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지 않아.”그녀는 그에게 약혼녀가 있기 때문에 한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약혼녀가 오해하기 딱 좋다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했다.왜냐하면 그녀는 나상준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해도 알아들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나상준은 자기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이성적이었고 정신이 맑아 보였다. 그녀는 그와 선을 그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 듯했다.“뭐가 안 좋아?”차우미는 멍해졌다.‘내 말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은 건가?’차우미는 의아했다.‘알아들었겠지?’그는 똑똑한 사람이었기에 무슨 일이든 그녀가 한번 말하면 다 이해하곤 했었다.여태껏 그래왔던 그가 못 알아들었을 리 없지 않은가?차우미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하나도 없었고 두 눈에는 의아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마치 이유를 알고 있지만 다시 물어보는 느낌이었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설명하지 않았다.그는 원래 뻔히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는 게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주 위험하다고 느낀 차우미는 가슴이 심란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뒷걸음질 치려 했다. 그래서 아까처럼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다.이건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반응이었다.차우미가 멀어지려 할 때 나상준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내가 출장 가기 전에 우리 한 방에 있지 않았어?”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즉시 고개를 들고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나상준의 물음은 마치 아이가 예전에는 사탕이 있었는데 왜 지금은 사탕이 없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는 대답을 듣고 싶었다. 진실한 대답을 말이다..차우미는 멍해졌다.이 말은 나상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닌 것 같았다. 방금 그가 말한 그 두 마디 질문도 그가 말한 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이건 사실이었다.차우미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나상준은 눈을 내리깔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대답이 듣고 싶어 집착하는 아이처럼 말이다.간단했다.그는 성인이 아니었다. 남녀관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심지어 약혼녀가 있으면 다른 여자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그는 이런 것조차도 몰랐다.나상준은 예전에는 괜찮았던 일들이 왜 지금은 안 되는지 모르는 듯했다.차우미는 그런 나상준의 모습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마음속의 불안이 점차 사라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다.특히 그가 호흡할 때마다 풍기는 짙은 술 냄새를 맡으며 차우미는 속으로 그가 취했다고 생각했다.맞다, 그는 취했다.그렇지 않다면 나상준은 이렇게 상식에 맞지 않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취한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었기에 그가 술에 취하면 어떤 모습인지 몰랐었다.하지만 그와 호흡을 함께 하고 있었던 그녀는 그의 숨결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한 듯했다.그래서 그는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말들을 내뱉었던 것이다.술에 취한 사람이 평소와 다른 것처럼 나상준도 달랐다.이 순간 차우미의 마음이
차우미는 굳은 채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의 아버지는 술을 마셔도 거의 취한 적이 없었고 취했다고 해도 집에 돌아와 잠을 잤다.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고 술주정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여가현은 술에 취하면 미친 사람이 되어 가만히 있지 못했다.그녀는 나상준처럼 술에 취해도 취한 것 같지 않고 시종일관 침착하면서 할 일과 할 말을 다 하며 평상시와는 거의 다른 점이 없이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은 처음 봤다.그녀는 이렇게 늦은 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차우미는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을 내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지만 어떻게든 대처를 해야만 했다. 그녀는 나상준이 취한 모습을 처음 본 것이었다. 지금의 그는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따가 더 비정상이 되면 골치 아플 게 뻔했다.곰곰이 생각하던 차우미는 자신이 여기를 떠나기로 했다.다른 사람이 오해하지 않게 방을 정리한 뒤 그에게 내려주려 했다.하지만 차우미가 몇 걸음 걸자마자 욕실에서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지 마.”무거운 목소리가 쏴 하는 물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욕실을 바라봤지만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그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치 그녀가 뭘 하려는지 아는 것처럼 그녀에게 가지 말라고 말한 거였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그녀를 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 그녀더러 계속 여기에 있으라는 말인가?그는 그들이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한가?이렇게 하면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오해받기 쉬웠다. 그리고 그와 주혜민의 감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고 그와 그녀의 명성에도 좋지 않았다.원래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차우미는 그가 술에 취했더라도 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그가 뭔 일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닫혀 있는 욕실 문을 바라봤다. 뜨거운 열기에 뿌옇게 변해버린 유리 때문에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상준, 난 원래 오늘 너에게 할 말이
차우미는 갑자기 긴장되었다.그의 이런 눈빛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그와 눈을 마주친 차우미는 매우 무서웠다.그녀는 입을 벌린 채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왜냐하면 그의 검은 눈빛을 보고 있으면 그녀는 소용돌이에 빠진 것처럼 그의 눈빛에 빠져들어 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차우미는 무서웠다.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돌아서서 도망가려 했다.하지만 이때, 그의 묵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 같았다. 차우미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누군가 칼을 들고 자신의 마음을 난도질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나상준은 자리에 서서 자신을 등지고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묶여 있는 검은 머리카락이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단단해 보였다. 그는 그녀에게로 걸어갔다.차우미는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주 빨리 거세게 뛰었다. 전례 없는 위험에 빠진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뒤에서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 걸음은 평상시와는 달랐다. 발자국 소리가 아주 무거웠고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터벅, 터벅...그 소리를 들은 그녀는 마음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심지어 얼굴도 하얗게 질린 채 당황했다.그녀는 나상준이 취했다고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그녀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었다.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도망가려 했지만 갑자기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는 순식간에 차갑고 딱딱하며 축축한 한기가 가득한 그의 가슴에 안기게 됐다. 차우미는 몸이 빳빳이 굳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녀가 그의 품에 안기는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가슴에 올렸다. 그녀는 자신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보며 입을 달싹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머리가 하얘졌고 몸도 완전히 굳어버렸다.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여태껏 본 적
그들은 낮에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낮에 이야기하자 하지 않고 밤에 이야기하자고 한 그녀의 생각이 짧았다.하지만 인제 와서 후회해도 방법이 없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나상준은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라하는 그녀를 보며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그녀는 바로 그와 더 가까워졌고 그의 몸에 완전히 밀착되었다.그가 입을 열었다.“알려줘, 차우미.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나상준이 갑작스럽게 힘을 주자 차우미는 몸이 그에게 완전히 밀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몸의 뜨거운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열기는 마치 불처럼 그녀를 태우려 했다. 특히 뜨거운 열기 속에는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힘 있고 거세게 뛰고 있었다.이 순간 나상준이 무서운 일이라도 할 것 같아 매우 두려웠던 차우미는 그의 셔츠를 꼭 잡은 채 눈을 감고 말했다.“주혜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주혜민이잖아. 너도 알면서 왜 나에게 물어보는 거야?”사람은 핍박을 받아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오히려 다 털어놓는 것 같다.차우미는 눈을 뜨고 나상준을 바라봤다. 그녀는 왜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다 알고 있으면서 왜 계속 그녀에게 물어보는 걸까? 한 번도 아니고 그녀에게 거듭 물으며 왜 그녀의 입에서 답을 얻으려 했던 걸까?도대체 왜?나상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창백해진 얼굴이 무서웠지만 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손으로 그의 셔츠를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나상준의 눈에서 일렁거리던 어둠이 점차 사라졌다. 차우미의 대답과 함께 그녀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던 그의 눈빛이 점점 예전으로 돌아가 평온해졌다.어떠한 일렁거림도 없이 해면처럼 평온했다. 아무런 위험도 없어 보였다.마치 조금 전의 무서웠던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강하게 나왔던 사람도 그가 아닌 듯했다.“주혜민...”“나는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인 걸 몰랐을까?”담담하게 말을 내뱉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눈앞에서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장면들이 차우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각나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려줬다.그러나 이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이 아니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말은 순식간에 떨어진 돌처럼 차우미의 마음속에 높게 쌓여있던 장벽을 허물었다. 그녀가 3년 동안 굳게 믿고 있었던 인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다.확실한 줄로만 알았던 사실이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뒤집혔고 그녀도 반박하지 못했다.큰 타격을 받은 차우미는 자신이 아직도 그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너무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차우미를 꼭 앉은 채 손을 풀지 않았다.나상준은 당황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차우미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는 깜짝 놀라 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마치 그녀가 줄곧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옳은 일이 아닌 게 되어버린 듯했다. 검은색이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이 된 것처럼 말이다.지금, 이 순간 차우미는 정말 믿기 힘들었다.그는 말없이 그녀를 꼭 껴안고 바라봤다. 젖어 있던 그의 옷의 물기가 그녀의 옷을 적셨고 그와 그녀는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호흡과 심장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 몸의 부드러움도 함께 전해져왔다. 얌전히 있는 그녀를 보며 그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만졌다. 시간은 소리 없이 서서히 흘러갔다.도시의 차들도 서서히 적어졌고 늦은 밤이 되니 도로에는 차들이 간혹 보일 뿐이었다.고요한 밤이 되니 한집 두집 불이 꺼져갔고 도시의 불빛만이 고요한 밤과 방안의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이 시각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온했다.그녀는 반응이 느린 사람이었고 천천히 뜨거워지는 사람이었다. 모든 게 다 느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똑똑히 알았다.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급해 하지도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침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하지만 오늘 나상준이 한 말은 그녀를 혼란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