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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불쌍한 척해도 되고 미남 계를 써도 돼. 세게만 나가지 않으면 다 돼. 차우미에게는 안 통해, 안 통해...”

미간을 찌푸리고 하성우를 보고 있던 양훈과 웃음기 어린 표정으로 보고 있던 진현의 표정에 서서히 변화가 생겼다.

왜냐하면 하성우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서 여자에 대해 하성우가 제일 잘 알았다.

아무리 똑똑한 양훈이라도 여자에 대해서는 하성우보다 잘 알지 못했다.

이 시각 룸 안의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나상준은 더 이상 손으로 잔을 돌리지 않고 깊고 검은 눈동자만 굴렸다.

“상준아, 인품과 덕성이 중요해. 차우미는 인품과 덕성을 많이 봐.”

“너 꼭 인품과 덕성을 갖춰. 다른 여자들이 널 건드리지 못하게 해. 온이쌤에게서 좀 배워. 차우미가 온이쌤에게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좋냐.”

“상대방이 네 연적이라고 코웃음 치지 말고. 남자는 말이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자존심을 내려놔도 돼. 체면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다 내려놓고 무릎을 꿇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어야 해.”

“생각해봐. 아득한 인생길을 혼자 걸어가려면 얼마나 재미없겠어? 이럴 때 진심으로 너와 함께 하려는 사람을 만나 함께 걸어가면 좋지 않겠어?”

“모두 검은 머리 파 뿌리처럼 하얘질 때까지 함께 하라고 하잖아. 늙어서 너도 백발이 성성하고 그녀도 백발이 성성해. 둘이 함께 앉아서 일출을 보고 일몰을 보고하는 게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아?”

하성우는 말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는 앞을 바라보며 동경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노부부가 손을 잡고 함께 앉아 일출과 일몰을 보는 아름다운 장면이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듯이 말이다.

나상준은 손가락을 미세하게 움직여 잔을 만지작거렸다. 이 순간 그의 까만 눈동자는 깊은 늪처럼 보였다.

하성우의 말을 들은 진현은 웃음기를 거두고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상준아, 봐주지 마.”

그의 말을 들은 양훈은 멈칫하다가 이내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술을 마셨다.

나상준의 어두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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