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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차우미는 그 길로 공항으로 갔다. 가는 중에 여가현에게서 계속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빨리 이혼 서류를 사진 찍어 보내라고 재촉했다.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사진을 받은 여가현은 SNS에 접속해서 중요한 신상정보를 가린 뒤,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우미야, 3년의 허울 뿐인 결혼 생활을 끝낸 걸 축하해! 평소에 우미를 짝사랑했던 친구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거 알지?]

편집을 마친 뒤, 여가현은 과감하게 게시 버튼을 눌렀다.

학술연구회가 끝나자 온이샘은 피곤한 얼굴로 회의실에서 나왔다.

이번 연구회를 준비하느라 벌써 며칠 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그였다.

드디어 휴식의 시간이 찾아오자 그는 차로 가서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조금만 쉬었다가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가 있는 아일랜드는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간이었다. 별들이 밤하늘을 장식하고 초목들이 서늘한 바람을 따라 춤을 추고 있었다.

지이잉…

강한 진동음과 함께 온이샘이 눈을 떴다.

그는 힘겹게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찾았다.

그리고 발신자를 대충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온이샘! 축하해! 네 오랜 기다림이 드디어 응답을 받게 되었어!”

밑도 끝도 없는 소리에 온이샘은 잠이 확 깨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자세를 바로하며 짜증스럽게 물었다.

“너 또 취했어?”

피곤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많이 잠겨 있었다.

“안 취했거든? 나 멀쩡해.”

여전히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한 목소리였다. 뭐가 그렇게 기쁘길래 이렇게까지 흥분한 걸까?

온이샘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너 결혼하니?”

그러자 잠시 정적이 일었다.

온이샘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짙어졌다.

“말해봐.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흥분한 거야?”

“너 태도를 보니까 갑자기 말하기 싫어졌어.”

“하지만 친한 친구로서 너 혼자 외롭게 지내는 걸 보니까 불쌍해서 내가 봐준다. 내가 힌트 하나 줄게.”

“지금 당장 여가현 SNS 좀 봐봐. 네가 그토록 바라던 소식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꼭 지금 봐야 해!”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온이샘은 가슴이 갑자기 두근두근 뛰었다. 3년 동안 처음으로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무슨 소식인지 아직 확인된 건 없지만 어쩐지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친구가 시키는 대로 SNS에 접속했다.

그리고 한참이나 숨을 고른 뒤에 친구 목록을 클릭했다.

맨 위에 뜬 게시글을 누르긴 전, 그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가슴이 미친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한번만 터치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모든 게 허상일까 봐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친구 목록에서 여가현을 찾았다.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끔 그녀의 소식이 궁금해서 자주 여가현의 SNS에 방문했던 탓에 맨 위에 바로 그녀의 프로필 사진이 떴다.

온이샘은 숨을 참으며 그 프로필을 터치했다.

그리고 게시글을 확인한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게시글에는 이혼 서류와 함께 그녀가 급하게 쓴 것 같은 문구가 있었다.

‘차우미…’

그의 눈빛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익숙한 그녀의 이름과 이혼 서류를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30년을 살면서 오늘처럼 기쁜 날은 없었던 것 같았다.

한참을 웃은 뒤, 그는 게시글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차우미,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거야.”

그는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앨리스, 여기 일정 모두 정리 좀 부탁해. 나 귀국할 거야.”

“지금요? 얼마나 가 계실 거예요?”

“이제부터 거기서 거주할 거야.”

“네?”

“첫사랑을 만날 일이 생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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