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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Author: 꽃도령
주판을 튕기며 계산에 몰두하고 있을 때 김 어멈이 손에 개봉하지 않은 서찰을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들어왔다.서찰의 앞에는 ‘노지연 낭자 친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씨, 방금 문 앞에서 이걸 발견했어요.”

노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내밀어 서찰을 받았다. 전혀 생소한 필적이다.

서찰을 뜯으려는 찰나 단연의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도련님, 아씨는 지금 바쁘셔서...”

최익만의 목소리는 유난히 차가웠다.

“이곳은 후부다. 내가 오고 싶으면 오는 곳인데 이마저 똑바로 가리지 못한다면 노씨 집안으로 돌아가거라.”

노지연이 안채에서 걸어 나왔다.

“제가 그리 하라고 했으니 화가 나면 저한테 분풀이하십시오.”

최익만의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부인! 점점 나를 우습게 보는 거요?”

노지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지금 이것 때문에 제 앞에서 난동부리는 겁니까?”

그녀는 항상 이렇게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어처구니없는 존재인 것처럼 대하는 그녀의 모습에 최익만은 더욱 화가 들끓어 언성을 높여 따져 물었다.

“어제 입궐하여 폐하를 만나 뵈었소?”

노지연은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서녕이가 당신이 입궐했다고 했지만 난 믿지 않았는데 사실일 줄 몰랐소. 어찌 사람이 이렇게 악독할 수 있소? 사리사욕을 위해 어찌 폐하 앞에서 고자질한단 말이오?”

어제 궁에서 이 귀빈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하여 급히 조서녕을 불러 진료하게 했다. 그래서 이 귀빈의 궁녀로부터 이 일을 전해 들은 것이었다.

노지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는 폐하께 고자질하지 않았습니다.”

최익만의 분노가 들끓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부인이 아니면 누구겠소? 나와 함께 서창에서 공을 세운 장병들은 모두 새로운 임명을 받았는데 오직 나만 아무런 칙지를 받지 못했소. 이조에 문의하니 그전까지 친절하던 태도가 싹 바뀌고 비웃기만 하오. 난 옆에 내 버려진 채 발령을 받지도 못했소.”

“폐하를 뵈려고 입궐했으나 어서방 밖에서 반나절을 서 있었소. 나는 이번 서창 전쟁의 일등 공신이오.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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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19화

    단연과 부영은 화가 나고 마음도 급해져서 눈시울을 붉혔다.“아씨, 최 서방님은 정말 너무하십니다.”“양심을 개 줬나 봅니다. 사람도 아니라고요!”노지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조금만 더 기다리거라. 곧 여길 떠날 수 있을 거다.”다시 책상 앞에 앉아 장부를 정리하려던 그녀는 옆에 아직 열어보지 못한 서찰 한 통이 보여 집어 들고 뜯었다.하얀 종이 위에는 용이 나는 것처럼 멋있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교지가 곧 내려질 테니 낭자는 좋은 소식만 기다리시오.]‘이게 무슨 뜻이지? 진짜일까 거짓일까?’노지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방금 누가 왔었느냐?”하녀들이 고개를 저었다.“도련님만 오셨습니다.”그 사람일 리가 없다. 그 사람이 오기 전부터 이 편지는 이미 여기 있었다. 게다가 그녀가 입궐하여 이혼 교지를 청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가.그렇다면 혹시 폐하께서 다른 안배가 있던 것일까?자고로 군주의 말에는 장난이 없다고 했다. 폐하께서 이혼 교지를 내려주시기로 약속하셨으면 반드시 지킬 것이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이다.곧 그녀에게는 또 다른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아씨, 단 집사가 소식을 전해오셨습니다. 다점 일이 큰 진전을 가져와 아씨께서 분부만 하신다면 바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점포들도 순조롭게 진전되고 있습니다.”노지연은 너무 기뻐서 얼굴이 밝아졌다.“이렇게 순조로운 것이냐?”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울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진전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단 집사도 이 일이 너무 순조로워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도와주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악의는 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노지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전생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던지라 그녀는 잠시 누가 암암리에 도왔는지 알 수 없었다.잠시 생각에 잠긴 후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아저씨에게 기별을 보내거라. 다점 쪽은 일단 움직이지 말고 다른 점포들은 계속 진행하되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배후에서 도와주는 분에 대해서는.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0화

    소연준은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교지가 내려지는 날이면 단필무 쪽의 일도 대충 정리될 터였다.하윤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전하, 이건 별개의 일이옵니다. 돕는 것은 그렇다 해도 지연 낭자를 따라 이 난장판에 끼어들 필요는 없지 않사옵니까? 차라리 이참에 그 물건들을 팔아버리는 게 어떠하옵니까?”그는 하윤을 힐끗 보며 말했다.“팔긴 뭘 파느냐? 난 이참에 큰돈을 벌 생각이다.”하윤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전하, 체념하시옵소서. 무진 대사님께서 말씀하시길 전하께선 이생에 재운이 없다고 하셨사옵니다.”“그 요망한 중의 헛소리를 믿었느냐?”하윤은 손가락을 꼽으며 증명하기 시작했다.“전하께서 태어난 지 한 달이 될 때 폐하께서는 금목걸이를 하사하셨는데 뜻밖에도 간 큰 궁인이 가짜로 바꿨사옵니다. 그 후로 이 금목걸이는 다시 찾지 못했사옵니다.”“석 달이 되셨을 때 폐하께서는 또 패물을 하사하셨사옵니다. 폐하께서 전하를 안고 산책하러 나갔다가 오시니 어느새 폐물이 사라졌사옵니다. 폐하께서 땅을 파서라도 찾으라고 명하셨지만 결국 찾지 못했사옵니다.”“전하께서 6개월이 되었을 때 폐하의 허리춤에 달린 옥패가 마음에 들어 갖고 놀다가 어느새 또 잃어버렸지요...”“그 후론 전하께서 10냥 이상의 재물을 지니고 있으면 한 시진도 안 되어 반드시 사라졌사옵니다. 하여 폐하도 전하께 좋은 걸 하사하지 않으셨습니다. 주셔도 다른 사람의 물건이 된다며 소용없다고 하셨사옵니다.”바로 이 괴이한 사주 때문에 덕종은 이 아들에게 측은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좋은 물건을 하사할 수 없으니 대신 관심을 더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부자간의 정이 점점 더 돈독해져 오히려 얻은 게 더 많아졌다.소연준은 부끄러워 화를 버럭 냈다.“닥치거라! 너만 기억력이 좋은 줄 아느냐? 잘난 척하긴.”하윤은 억울한 표정이다.“소인은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옵니다. 무진 대사님은 고승이고 점괘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사옵니다. 전하는 평생 재물을 모을 수 없는 사주를 가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1화

    선평후부는 잔치를 열기 위해 곳곳에 예쁘게 단장했다.조서녕은 바느질 솜씨가 서툴렀고 시간도 부족해 혼례복을 수놓을 수 없어 이를 악물고 금수각에 가서 한 벌 주문했다.금수각은 한경에서 가장 뛰어난 수예를 자랑하는 자수방으로서 장인들의 솜씨가 아주 좋았지만 가격 또한 매우 비쌌다.하지만 조서녕은 노지연의 화사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떠올리며 돈이 아까워도 꾹 참고 단호히 냈다.혼례복이 준비되니 머리 장신구도 빠질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여의각에서 머리 장신구 한 세트를 주문했다.이제 그녀도 체면이 있는 사람이라 절대 노지연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잔치 비용을 내야 했고, 또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하다 보니 그녀에게 남은 재산은 얼마 없었다.조서녕은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물건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손에 쥐고 있어봤자 숫자일 뿐이지만 써야 진정한 가치가 생기는 법이라고 말이다.돈을 다 쓰면 다시 벌면 그만이다. 이젠 그녀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으니 말이다.모두가 노지연이 옥류각에 틀어박혀 슬퍼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단필무가 다시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몇 개 점포의 장부를 모두 파악했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좀벌레들의 약점도 모두 손에 넣었다. 이제 그녀의 명령만 있으면 바로 처리할 수 있었다.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자 단필무는 누군가가 뒤에서 도와주고 있음을 확신했다.노지연도 이 세상에 이유 없는 선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그녀를 돕는 건 아무래도 무언가를 바라는 게 있을 것이지만 노지연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상대방이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면 그녀도 일부러 추궁하지 않고 순리대로 처리하며 상황에 따라 제때 대처하면 그만이다.덕종은 교지를 내려 태창 상인에 상을 하사했는데 그 규모가 컸고 재물이 많아 한경의 수많은 백성의 주목을 받았다.덕종이 자신과 한 약속을 잊지 않았다. 아마 이렇게까지 늦춰진 건 아마도 하사품을 준비했기 때문이며 이혼 교지도 곧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2화

    조서녕은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말은 이미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최익만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그 여자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기분만 망칠 뿐입니다.”강미숙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익만아, 지연이를 너무 매몰차게 대하지 말아라. 지연이가 너를 위해 상단을 만든 것이다. 정말 정이 깊고 의리가 있는 행동이지. 지금 이런 소심한 행동도 다 너를 너무 신경 쓰기 때문이란다.”최익만의 표정이 굳었다.“어머니 무슨 말씀입니까? 저를 위해 상단을 만들었다고요?”강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창은 가난한 곳이라 상단을 만들어봤자 돈을 벌지 못한다. 네게 물건을 보내주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어찌 상단을 꾸리고 3년 동안 유지했겠느냐? 번마다 너에게 보낸 물건은 모두 지연이가 직접 골라낸 것들이라 하나하나가 다 최상품이었다.”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최익만의 얼굴은 충격에 휩싸였다.지난 3년 동안 그는 매년 후부에서 보낸 물건을 받았었다. 단순히 두세 가지가 아니라 수레 몇 개에 가득 실린 물품들인데 그의 것뿐만 아니라 동료들을 위한 물건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그의 몫은 항상 가장 좋은 것이었다.어머니의 길고 정성스러운 서신과 달리 노지연의 서신은 항상 간결했고 내용은 항상 간단하고 담백했다.그래서 그는 그 모든 물건이 어머니가 준비한 후 상단을 통해 보낸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다.개선해서 한경으로 돌아온 후 노지연과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던 그는 이 사실을 알 기회조차 없었다.이제야 갑작스럽게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그의 얼굴에는 충격적인 표정이 드러났고 가슴 속에는 묘하게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조서녕은 갑자기 멍해진 최익만의 모습을 바라보며 답답한 감정이 넝쿨처럼 가슴 속에 퍼졌고 저도 모르게 소매 속에 감춰진 손을 꽉 쥐었다.작년 겨울, 그녀는 상단이 보낸 수레에 가득 실린 물건을 보았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쓸 것 등 종류별로 빠짐없이 준비되어 있었다.최익만은 그때 매우 자랑스러워하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3화

    최익만도 강미숙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문 앞에 이르렀을 때 최운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라버니가 훈적으로 서녕 형님에게 교지를 청해주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러면 오라버니도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럼 저도 예쁜 옷과 머리 장신구를 살 수 있었을 겁니다.”탐욕이 가득 담긴 그녀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강미숙은 그 말에 가슴이 찔리는 듯 아팠다.‘생각 말아야지. 생각만 하면 가슴이이 피가 맺힐 정도로 아프구나.’최익만이 발걸음을 멈추고 매서운 눈빛으로 최운정을 바라보았다.“언제부터 이렇게 속물적이고 허영심에 찌든 것이냐? 눈에는 돈밖에 보이지 않느냐?”최운정은 당황했지만 꾸지람을 듣는 게 억울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왜 갑자기 저를 속물이라고 합니까?”최익만은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서녕의 교지는 내가 자발적으로 청한 것이다. 이것이 어찌 금은보화와 비교할 수 있겠느냐? 서녕은 너에게 아낌없이 돈을 써주며 정성을 다했는데 네가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속상하겠느냐?”최운정은 꾸중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다.강미숙은 곁에서 딸의 편을 들어주었다.“운정이 생각없이 한 말이잖느냐.”최익만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강미숙을 바라봤다.“어머니, 운정이를 이렇게 감싸주면 점점 더 버릇없어질 겁니다. 이젠 어린아이도 아닌데 철이 들어야 합니다.”최운정은 화가 나서 다시 말대꾸하려고 했지만 강미숙이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달래주더니 또 최익만에게 말했다.“운정이는 아직 어린아이 같은 성격이지만 본성은 나쁘지 않다. 오라버니로서 조금 더 너그럽게 대해줘야지 이런 식으로 닦달하는 건 아니란다. 이러다 남매가 멀어질 수도 있어.”최익만은 차갑게 말했다.“저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지만 이 후부 밖에서도 여전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겁니다.”최운정은 참지 못하고 날카롭게 맞받아 말했다.“오라버니는 이기적이지 않으십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4화

    최익만이 본 것은 바로 그런 광경이었다. 가슴이 무엇에라도 강하게 부딪힌 것처럼 떨렸고 묘한 감정이 파도처럼 일었다.불쾌한 시선을 느낀 노지연이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최익만을 보자마자 그녀의 편안했던 자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최익만의 눈빛이 흔들렸다.“부인을 보러 왔소.”노지연은 속으로 오늘은 재수 없는 날이라고 푸념했다.“이제 보셨으니 더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마음 한구석에서 조금이나마 피어올랐던 죄책감이 그녀의 냉담한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다.“여긴 후부이고 내 구역이니 난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다닐 수 있소. 오히려 부인은 자신의 자리를 잘 알아야 하오.”노지연은 표정을 다잡더니 공손한 태도로 바꿔 말했다.“제가 실수했습니다. 서방님, 무슨 분부가 있습니까?”그녀의 의도적인 거리감을 두며 공손하게 말하자 최익만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부인, 말을 제대로 하시오.”노지연은 의아한 듯 물었다.“저의 태도가 아직도 공손하지 않습니까?”최익만은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나한테 삐졌다고 해도 정도껏 해야 하오. 계속 이렇게 비꼬는 태도로 말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부부의 정도 다 없어질 거요.”노지연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일었다. 정이라고? 그들 사이에 정이 있단 말인가?그녀가 잠자코 말이 없자 최익만은 그녀가 고개를 숙인 것으로 착각하고는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말했다.“부인이 나를 위해 상단을 만들고 정성껏 물건을 골라준 마음은 다 알고 있소. 나도 마음이 모진 사람이 아니오. 부인이 성질을 부리지 않고 대범하게 행동한다면 나도 부인의 체면을 세워줄 것이오. 다만 서녕이는 내가 아끼는 사람이니 절대 넘어서려고 하지 마오.”노지연은 말문이 막혔다.“아마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제가 그런 일들을 한 건 서방님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최익만은 그녀의 속마음을 간파하려는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상단을 만든 것이 나를 위한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5화

    노지연은 가슴이 철렁했다.우람진 체격을 가진 그가 다가오자 그녀는 불안해졌고 혐오감이 밀려왔다.그녀는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들은 아직 부부이기 때문에 만약 그가 정말로 원한다면 그녀는 거절할 권리조차 없었다.‘내 몸에 손을 댄다면 난 정말 구역질 나서 죽을 것 같아.’하지만 노지연은 당황한 기색이 없이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다.“좋습니다. 제가 바라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조서녕 동생이 이 일을 알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요. 아마 질투로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만약 제가 적장자를 낳게 된다면 다시는 저를 억누를 수 없을 겁니다.”이 말은 마치 머리 위로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그의 욕망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했다.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역겨운 듯 두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내 자식을 낳는다고 했소? 꿈도 꾸지 마오.”노지연이 소매 속에서 몰래 움켜쥐었던 주먹이 살짝 풀렸지만 마음은 여전히 긴장했다.최익만은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평생 부인은 내 자식을 낳을 수 없을 것이오. 내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소.”그렇게 말하고는 화가 난 듯 소매를 휘저으며 자리를 떠났다.독설을 내뱉었음에도 그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방금 노지연의 비웃음 섞인 말들을 잊을 수 없었다.‘이 여자는 분명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말을 내뱉었을 것이야.’최익만이 씩씩거리며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노지연은 그제야 긴장한 마음을 풀 수 있었다.마침 부영은 곁방에서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고 단연은 부엌에서 다과를 만들었다.며칠 전부터 그녀는 뜰 안에 있던 작은 부엌을 정리해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이젠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만들고 먹어야지.’식탐이 많았던 그녀는 요리 실력도 뛰어났다. 하지만 다과가 완성됐어도 좋은 기분이 사라져 입맛이 없어 하는 그녀를 보며 부영과 단연은 즉시 사과했다.“아씨, 용서해주십시오. 모두 하인들이 정신을 놓고 있어 도련님이 오신 것을 알아채지 못한 탓입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6화

    이 소식은 옥류각에도 전해졌다.부영과 단연은 질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운이 좋았을 뿐입니다.”“그럼요. 젊은 계집애가 의술이 얼마나 뛰어나겠습니까? 그저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지요.”노지연은 오히려 조서녕을 위해 변호했다.“다른 건 몰라도 의술은 좋은 편이다.”하지만 이 세상에 의술이 뛰어난 의녀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생각이 미치자, 노지연은 김 어멈을 불렀다.“어멈, 우쇠에게 분부할 일이 있습니다.”김 어멈은 즉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김 어멈은 즉시 진지한 표정을 지시를 기다렸다.“창고에 있는 인삼을 꺼내 단필무 아저씨에게 전해주세요. 만약 이조판서 현씨네 가문에서 오면 평소 가격의 3할에 되는 가격으로 파세요. 만약 5일 안으로 오지 않으면 아저씨더러 그 사람들이 오게끔 방법을 찾으라고 하세요.”“그리고 현씨 가문의 사람이 오면 한경의 서쪽에 있는 국자 거리에 의원이 한 명 있는데 중풍 치료에 능하다고 해요. 심지어 제때 치료를 하면은 완쾌할 수도 있다고 했어요.”전생에 현씨 가문의 어르신은 갑자기 중풍으로 위급한 상황이 되었다. 현씨 가문에서는 조서녕을 불러 치료했지만 시간을 지체한 탓에 목숨을 건졌어도 입이 비뚤어진 반신불수가 되었다.부친상 때문에 아들이 관직에서 3년간 물러나 있어야 할까 봐 어르신은 존엄 없이 몇 년을 비참하게 버텼다.노지연이 현씨 가문에 국자 거리의 의원을 추천한 것은 조서녕의 공을 빼앗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더러 자신의 추천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또 어르신이 더 나은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이 외에도 그녀는 또 다른 계획이 있었다.이 현 판서는 성격이 강직하고 사심이 없었다. 하지만 관리들의 승진을 주관했던 터라 많은 이들이 그에게 접근하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썼지만 거절당했다.아버지 노성현은 정3품 호조참의 자리에 오래 머물렀는데 현 판서를 통해 올라가려고 했어도 번번이 실패했다.노지연의 이 행동은 노성현을 위해 발판을 깔아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녀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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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30화

    최학수는 말문이 막혔다.그는 열 번 다시 태어난대도 감히 폐하 앞에서 대질하려고 달려들 수 있는 담양은 없었다.노지연은 이 점을 확신했기에 이렇게나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순간적으로 그들은 그녀를 조금도 제압할 수 없었다.최학수가 엄중한 어조로 경고하며 입을 열었다.“너와 익만은 부부다. 너도 알다시피 너희는 영광과 굴욕을 함께하는 관계다. 만약 네가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후부와 익만이의 앞날을 돌보지 않는다면 후부는 결코 너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최익만도 냉랭하게 협박했다.“부인이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걸 내가 알게 된다면 부인을 내칠 것이오.”최지연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노지연에게 경고의 말을 퍼부은 뒤, 그들은 겨우 자비를 베풀듯 그녀에게 물러나라고 했다.돌아서는 순간 노지연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불쾌함이 어렸다.영복당 안의 분위기도 썩 좋지 못했다.최학수가 강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부인이 노지연은 성품이 순종적이고 매우 얌전하다고 하지 않았소? 오늘 보니 완고하고 제멋대로에 눈에 뵈는 것이 없더군.”강미숙 역시 화가 난 듯했다.“제가 눈썰미가 부족했습니다. 예전의 순종적인 모습은 분명히 꾸민 거였습니다.”최익만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얼굴로는 정말 속일 수가 있습니다. 아무도 그런 사람인 줄 몰랐으니 어머니께서 속으셨더라도 당연한 일이죠.”조서녕은 이 말을 듣고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언니의 얼굴을 말하는 겁니까? 정말 사람의 마음을 현혹할 만한 자본은 있더군요.”이 말은 신랄할 뿐만 아니라 악의에 찬 추측이 담겨 있었다.최익만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빛이 더욱 깊어진 채 냉랭하게 말했다.“부인은 현숙한 사람을 맞이해야 하오. 천한 시첩이나 거짓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법이오.”강미숙도 따라 말했다.“애초에 지연이를 며느리로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며칠 동안 걔 때문에 속이 상해 몇 년은 덜 살 것 같구나.”최학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떠올랐다.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9화

    최학수는 생각에 잠겼는데 이마의 주름은 계속 깊게 패 있었다.“그럼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노지연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부군께서는 비범한 공을 세우셨지만, 그 공은 이미 다른 데 쓰였습니다.”이간질이라면 그녀도 할 수 있다.그녀의 말은 조서녕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조서녕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노지연의 눈빛은 차분했다.“다른 뜻은 없네. 단지 아버님과 함께 이 일을 분석하고 있을 뿐이라네. 한 번 쓰인 공은 다시 쓸 수 없고 다 써버리면 끝인 거라네. 폐하께서는 밝으신 분이시니 공적부에 따로 장부가 있을 걸세.”여러 사람의 얼굴에 다양한 표정이 스치며 마음속에도 수많은 생각과 추측이 떠올랐다.조서녕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언니가 화제를 돌리려는 게 틀림없어요!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왜 폐하께서 면담하련다는 거예요?”모두의 관심이 다시 이 문제로 쏠렸다.그녀가 이 일과 무관하다고 부인한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면성을 하게 된 걸까? 그녀는 후부의 며느리인데, 후부의 미래에 불리한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최학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네가 내실 부인일 뿐인데 무슨 일로 성상께서 면담을 요청하셨다는 거냐?”노지연이 되물었다.“동생 또한 내실 부인이잖습니까. 동생은 면성을 하실 수 있는데, 저는 왜 안 된다는 겁니까?”조서녕이 모욕당한 표정으로 경멸 어린 어조로 말했다.“언니가 감히 나와 자신을 비교하다니요? 저는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의술이 있지만 언니에게는 뭐가 있어요?”노지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세상에 의술에 모두 정통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네. 그렇다고 모두 동생보다 못하다는 것도 아니지. 사람 위에 사람 있고, 하늘 위에 하늘 있는 법인데 동생이 이렇게 도량이 좁은 걸 밖에 알려지면 웃음거리가 될 걸세.”노지연의 말에 조서녕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 반박하려는 순간, 최익만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녕이 틀린 말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8화

    노지연은 혼수가 많고 친정아버지도 종3품 호조참의였는데 이 모든 것은 고아 출신인 조서녕이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아들이 두 명의 정실을 두고 또 양쪽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왜 굳이 하나만 선택하며 밑지는 장사를 한단 말인가?최학수는 탁자를 크게 내리쳤다.“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로다! 지연이는 우리 최씨네 며느리인데 이렇게나 분수를 모르고 시집을 배신하는 거냐! 정말 화근이 따로 없구나! 여봐라, 며느리 노지연을 내 앞으로 데려오거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후부는 이런 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최익만은 아버지가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 말리지 않았다.‘저 여인은 제대로 혼내줘야 해. 그래야 자기가 이젠 최씨네 며느리라는 걸 깨달을 테니까.’옥류각.노지연은 하인의 전갈을 받았다. 외출금지령을 받아 나갈 수 없다고 말했으나 하인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마님, 소인은 선평후의 명을 받들고 왔습니다. 저를 따라오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노지연은 의아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두 번의 인생을 살았지만 그녀는 이 시아버지와 거의 교류가 없었는데 왜 갑자기 그녀를 불렀을까?노지연이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틈을 타 김 어멈은 묵직한 주머니를 꺼내 말을 전달하러 온 어멈에게 건넸다.“언니, 수고하셔요. 얼마 안 되니 술 한 잔 사드세요.”이 어멈은 일부러 사양하는 척하다가 결국 소매 속에 넣으며 누그러든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마님께서 집안을 맡으셨을 때 우리 같은 하인들을 항상 너그럽게 대해주셨어요. 오늘 선평후 외에 도련님과 작은 사모님도 있어요. 아마 도련님의 발령 때문에 말다툼이 일었나 봐요.”노지연이 준비를 마치자 김 어멈은 조용히 방금 알아낸 정보를 귀속말로 전하며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김 어멈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마도 대 공자님께서 배정받은 관직이 좋지 않아 후작님과 부인님께서 불만을 품으셨고, 영부인께서 곁에서 부채질하시며, 아씨께서 황상 앞에서 고언(告言)을 하셨다고 점점 더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7화

    기분이 우울해서 후부에 돌아온 최익만은 곧바로 영복당에 불려갔다.모처럼 오늘은 선평후 최학수도 함께 있었고 조서녕이 옆에서 시중을 들었는데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좋은 소식이 있다. 이씨 집안에서 마침내 후부의 청첩을 받아들였단다. 이제 이 대인과 마님께서 직접 후부에 와서 너희 혼인을 축복해줄 것이다.”강미숙이 말한 이 대인과 마님은 이 귀빈의 오라버니와 형님으로서 이씨 가문의 가주이기도 했다. 이명원은 2품인 대제학이었고 이 부인은 명문가인 정씨 가문 출신이었다.이 귀빈이 낳은 여섯번째 황자는 유력한 태자 후보였다. 그러니 이씨 가문은 진정한 권문세가로서 선평후부에서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집안이었다.이제야 비로소 이씨 가문과 연줄을 맺게 되자 최학수와 강미숙은 자연히 기뻐했다.이 좋은 소식에 최익만의 우울했던 기분도 조금 나아졌다.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조서녕을 바라보았다.“이 모든 건 부인의 공로였소.”최학수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조서녕을 칭찬했다.“네가 이번에 후부를 위해 공을 세웠구나. 익만이가 너와 혼인하는 건 정말 잘한 일이다.”강미숙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제가 서녕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집안을 흥성하게 할 수 있는 상이 보였는데 역시 우리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강미숙은 진심 어린 말이었다. 조서녕이 궁에서 일하며 귀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앞으로 더 많은 공을 세울 수 있을 텐데, 그럼 후부가 출세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최학수도 강미숙과 같은 생각을 하며 더없이 만족했다. 자신이 일찍이 조서녕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아들이 동등처 교지를 청하는 것을 묵인했었는데 지금 보니 이 결정이 옳았다.두 사람의 태도에 조서녕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녀의 자부심이 절정에 달했다.“아버님, 어머님,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후부의 영광이 바로 저의 영광입니다.”“정말 착한 아이구나. 너를 더 일찍 맞아들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 말에는 숨겨진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6화

    이 소식은 옥류각에도 전해졌다.부영과 단연은 질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운이 좋았을 뿐입니다.”“그럼요. 젊은 계집애가 의술이 얼마나 뛰어나겠습니까? 그저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지요.”노지연은 오히려 조서녕을 위해 변호했다.“다른 건 몰라도 의술은 좋은 편이다.”하지만 이 세상에 의술이 뛰어난 의녀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생각이 미치자, 노지연은 김 어멈을 불렀다.“어멈, 우쇠에게 분부할 일이 있습니다.”김 어멈은 즉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김 어멈은 즉시 진지한 표정을 지시를 기다렸다.“창고에 있는 인삼을 꺼내 단필무 아저씨에게 전해주세요. 만약 이조판서 현씨네 가문에서 오면 평소 가격의 3할에 되는 가격으로 파세요. 만약 5일 안으로 오지 않으면 아저씨더러 그 사람들이 오게끔 방법을 찾으라고 하세요.”“그리고 현씨 가문의 사람이 오면 한경의 서쪽에 있는 국자 거리에 의원이 한 명 있는데 중풍 치료에 능하다고 해요. 심지어 제때 치료를 하면은 완쾌할 수도 있다고 했어요.”전생에 현씨 가문의 어르신은 갑자기 중풍으로 위급한 상황이 되었다. 현씨 가문에서는 조서녕을 불러 치료했지만 시간을 지체한 탓에 목숨을 건졌어도 입이 비뚤어진 반신불수가 되었다.부친상 때문에 아들이 관직에서 3년간 물러나 있어야 할까 봐 어르신은 존엄 없이 몇 년을 비참하게 버텼다.노지연이 현씨 가문에 국자 거리의 의원을 추천한 것은 조서녕의 공을 빼앗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더러 자신의 추천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또 어르신이 더 나은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이 외에도 그녀는 또 다른 계획이 있었다.이 현 판서는 성격이 강직하고 사심이 없었다. 하지만 관리들의 승진을 주관했던 터라 많은 이들이 그에게 접근하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썼지만 거절당했다.아버지 노성현은 정3품 호조참의 자리에 오래 머물렀는데 현 판서를 통해 올라가려고 했어도 번번이 실패했다.노지연의 이 행동은 노성현을 위해 발판을 깔아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녀가 이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5화

    노지연은 가슴이 철렁했다.우람진 체격을 가진 그가 다가오자 그녀는 불안해졌고 혐오감이 밀려왔다.그녀는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들은 아직 부부이기 때문에 만약 그가 정말로 원한다면 그녀는 거절할 권리조차 없었다.‘내 몸에 손을 댄다면 난 정말 구역질 나서 죽을 것 같아.’하지만 노지연은 당황한 기색이 없이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다.“좋습니다. 제가 바라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조서녕 동생이 이 일을 알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요. 아마 질투로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만약 제가 적장자를 낳게 된다면 다시는 저를 억누를 수 없을 겁니다.”이 말은 마치 머리 위로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그의 욕망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했다.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역겨운 듯 두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내 자식을 낳는다고 했소? 꿈도 꾸지 마오.”노지연이 소매 속에서 몰래 움켜쥐었던 주먹이 살짝 풀렸지만 마음은 여전히 긴장했다.최익만은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평생 부인은 내 자식을 낳을 수 없을 것이오. 내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소.”그렇게 말하고는 화가 난 듯 소매를 휘저으며 자리를 떠났다.독설을 내뱉었음에도 그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방금 노지연의 비웃음 섞인 말들을 잊을 수 없었다.‘이 여자는 분명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말을 내뱉었을 것이야.’최익만이 씩씩거리며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노지연은 그제야 긴장한 마음을 풀 수 있었다.마침 부영은 곁방에서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고 단연은 부엌에서 다과를 만들었다.며칠 전부터 그녀는 뜰 안에 있던 작은 부엌을 정리해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이젠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만들고 먹어야지.’식탐이 많았던 그녀는 요리 실력도 뛰어났다. 하지만 다과가 완성됐어도 좋은 기분이 사라져 입맛이 없어 하는 그녀를 보며 부영과 단연은 즉시 사과했다.“아씨, 용서해주십시오. 모두 하인들이 정신을 놓고 있어 도련님이 오신 것을 알아채지 못한 탓입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4화

    최익만이 본 것은 바로 그런 광경이었다. 가슴이 무엇에라도 강하게 부딪힌 것처럼 떨렸고 묘한 감정이 파도처럼 일었다.불쾌한 시선을 느낀 노지연이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최익만을 보자마자 그녀의 편안했던 자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최익만의 눈빛이 흔들렸다.“부인을 보러 왔소.”노지연은 속으로 오늘은 재수 없는 날이라고 푸념했다.“이제 보셨으니 더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마음 한구석에서 조금이나마 피어올랐던 죄책감이 그녀의 냉담한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다.“여긴 후부이고 내 구역이니 난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다닐 수 있소. 오히려 부인은 자신의 자리를 잘 알아야 하오.”노지연은 표정을 다잡더니 공손한 태도로 바꿔 말했다.“제가 실수했습니다. 서방님, 무슨 분부가 있습니까?”그녀의 의도적인 거리감을 두며 공손하게 말하자 최익만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부인, 말을 제대로 하시오.”노지연은 의아한 듯 물었다.“저의 태도가 아직도 공손하지 않습니까?”최익만은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나한테 삐졌다고 해도 정도껏 해야 하오. 계속 이렇게 비꼬는 태도로 말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부부의 정도 다 없어질 거요.”노지연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일었다. 정이라고? 그들 사이에 정이 있단 말인가?그녀가 잠자코 말이 없자 최익만은 그녀가 고개를 숙인 것으로 착각하고는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말했다.“부인이 나를 위해 상단을 만들고 정성껏 물건을 골라준 마음은 다 알고 있소. 나도 마음이 모진 사람이 아니오. 부인이 성질을 부리지 않고 대범하게 행동한다면 나도 부인의 체면을 세워줄 것이오. 다만 서녕이는 내가 아끼는 사람이니 절대 넘어서려고 하지 마오.”노지연은 말문이 막혔다.“아마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제가 그런 일들을 한 건 서방님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최익만은 그녀의 속마음을 간파하려는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상단을 만든 것이 나를 위한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3화

    최익만도 강미숙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문 앞에 이르렀을 때 최운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라버니가 훈적으로 서녕 형님에게 교지를 청해주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러면 오라버니도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럼 저도 예쁜 옷과 머리 장신구를 살 수 있었을 겁니다.”탐욕이 가득 담긴 그녀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강미숙은 그 말에 가슴이 찔리는 듯 아팠다.‘생각 말아야지. 생각만 하면 가슴이이 피가 맺힐 정도로 아프구나.’최익만이 발걸음을 멈추고 매서운 눈빛으로 최운정을 바라보았다.“언제부터 이렇게 속물적이고 허영심에 찌든 것이냐? 눈에는 돈밖에 보이지 않느냐?”최운정은 당황했지만 꾸지람을 듣는 게 억울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왜 갑자기 저를 속물이라고 합니까?”최익만은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서녕의 교지는 내가 자발적으로 청한 것이다. 이것이 어찌 금은보화와 비교할 수 있겠느냐? 서녕은 너에게 아낌없이 돈을 써주며 정성을 다했는데 네가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속상하겠느냐?”최운정은 꾸중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다.강미숙은 곁에서 딸의 편을 들어주었다.“운정이 생각없이 한 말이잖느냐.”최익만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강미숙을 바라봤다.“어머니, 운정이를 이렇게 감싸주면 점점 더 버릇없어질 겁니다. 이젠 어린아이도 아닌데 철이 들어야 합니다.”최운정은 화가 나서 다시 말대꾸하려고 했지만 강미숙이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달래주더니 또 최익만에게 말했다.“운정이는 아직 어린아이 같은 성격이지만 본성은 나쁘지 않다. 오라버니로서 조금 더 너그럽게 대해줘야지 이런 식으로 닦달하는 건 아니란다. 이러다 남매가 멀어질 수도 있어.”최익만은 차갑게 말했다.“저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지만 이 후부 밖에서도 여전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겁니다.”최운정은 참지 못하고 날카롭게 맞받아 말했다.“오라버니는 이기적이지 않으십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2화

    조서녕은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말은 이미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최익만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그 여자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기분만 망칠 뿐입니다.”강미숙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익만아, 지연이를 너무 매몰차게 대하지 말아라. 지연이가 너를 위해 상단을 만든 것이다. 정말 정이 깊고 의리가 있는 행동이지. 지금 이런 소심한 행동도 다 너를 너무 신경 쓰기 때문이란다.”최익만의 표정이 굳었다.“어머니 무슨 말씀입니까? 저를 위해 상단을 만들었다고요?”강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창은 가난한 곳이라 상단을 만들어봤자 돈을 벌지 못한다. 네게 물건을 보내주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어찌 상단을 꾸리고 3년 동안 유지했겠느냐? 번마다 너에게 보낸 물건은 모두 지연이가 직접 골라낸 것들이라 하나하나가 다 최상품이었다.”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최익만의 얼굴은 충격에 휩싸였다.지난 3년 동안 그는 매년 후부에서 보낸 물건을 받았었다. 단순히 두세 가지가 아니라 수레 몇 개에 가득 실린 물품들인데 그의 것뿐만 아니라 동료들을 위한 물건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그의 몫은 항상 가장 좋은 것이었다.어머니의 길고 정성스러운 서신과 달리 노지연의 서신은 항상 간결했고 내용은 항상 간단하고 담백했다.그래서 그는 그 모든 물건이 어머니가 준비한 후 상단을 통해 보낸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다.개선해서 한경으로 돌아온 후 노지연과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던 그는 이 사실을 알 기회조차 없었다.이제야 갑작스럽게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그의 얼굴에는 충격적인 표정이 드러났고 가슴 속에는 묘하게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조서녕은 갑자기 멍해진 최익만의 모습을 바라보며 답답한 감정이 넝쿨처럼 가슴 속에 퍼졌고 저도 모르게 소매 속에 감춰진 손을 꽉 쥐었다.작년 겨울, 그녀는 상단이 보낸 수레에 가득 실린 물건을 보았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쓸 것 등 종류별로 빠짐없이 준비되어 있었다.최익만은 그때 매우 자랑스러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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