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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나
버려진 나
작가: 하나비

제1화

작가: 하나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8 02:21:57
“오늘 밤 돌아와? 내가...”

말을 잇지 못한 채 상대방이 말을 끊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인아가 어두운 걸 무서워하잖아. 걔를 혼자 두고 갈 순 없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끊겼다.

남편과 아들을 못 본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두 달 전, 남편의 첫사랑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아들을 데리고 그녀를 위해 마련한 별장으로 들어가 살고 있었다.

“아연이가 방금 귀국해서 아무도 모른다니까 나한테 도움을 청한 것뿐이야.”

아들도 나를 찡그리며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그렇게 이기적이면 안 돼요. 이모가 혼자 있으면 슬퍼할 거 아니에요.”

아들의 진지한 모습은 꼭 그의 아빠를 닮아 있었다.

마치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더는 막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약간은 불만스러웠다.

“엄마, 이제 연기 그만해요.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는 우리 말고는 친척도 없고, 갈 데도 없대요.”

김지후도 따라 올라와 내 뒤에 서더니 경멸 어린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못 갖춰 입으면서 짐가방은 왜 들고 나대는 거야?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내 손이 멈칫했다.

그렇다. 난 갈 곳이 없다.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내가 어떤 일을 겪어도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 믿는 것이다.

“이제 그만해. 인아가 돌아왔어도 네가 얌전히만 있으면 이 집에서 네 자리는 있어.”

김지후는 비웃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아들을 안고 방을 나갔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두 달 동안 스스로에게 적응할 시간을 줬다.

그동안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고, 나도 많은 걸 깨달았다.

다시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중 뜻밖에도 김지후와 마주쳤다.

오늘 그가 돌아올 줄은 몰랐다.

나를 본 순간 김지후는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또 무슨 수작이야?”

“왜? 내가 오늘 돌아온다는 걸 알고 또 똑같은 수를 쓰려는 거야?”

김지후의 눈에 싫증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번에도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아직 안 갔는데?”

“임서현, 그런 유치한 짓은 너무 자주 하면 재미없어져.”

그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선물용으로 포장된 향수 병을 내 앞에 던지듯 놓았다.

“요즘 네 기분이 안 좋다고 해서 인아가 일부러 선물을 준비했어.”

“봐,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야. 좀 배워봐.”

“좀 꾸미고 다니고, 그동안 몸에 밴 기름 냄새도 좀 없애.”

김지후는 비웃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임서현, 이제 너도 10대나 20대 어린 소녀가 아니야. 무슨 일을 할 때 조금은 신중하게 생각해봐. 너, 네 살짜리 아이의 엄마잖아.”

김지후는 내게 핸드폰을 내밀며 덧붙였다.

“서인아한테 음성 메시지라도 보내서 감사 인사 좀 해. 그게 최소한의 예의 아니겠어?”

나는 그의 핸드폰 배경 화면을 봤다.

밝게 웃고 있는 여자가 있었는데, 나와 조금 닮아 보였다.

특히 눈가에 있는 그 점은 내 것과 위치가 똑같았다.

인아, 서현!

순간 모든 걸 깨달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난 그저 대체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그를 완전히 무시하고 짐을 끌고 나가려 했다.

그러나 김지후는 갑자기 짐 가방을 확 잡아당기며 바닥에 던져버렸다.

“대체 무슨 심술을 부리는 거야!”

그의 이 행동은 분노가 담겨 있었고, 힘도 매우 강했다.

나는 균형을 잃고 옆에 있던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혔다.

향수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공기 중에 강렬한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최근 김지후에게서 나던 그 냄새와 똑같았다.

‘이 향수...’

말로는 선물이지만 실제 나한테 대한 도발이다.

‘날 걔랑 같은 향기로 만들려고? 대체품이라는 걸 상기시키려는 건가?’

“임서현, 너 뭐 하는 거야!”

김지후는 화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멈췄다.

“너... 너 피 나!”

김지후의 목소리에 약간의 죄책감이 묻어 있었다.

김지후는 성큼 다가와 내 팔을 붙잡고 상처를 살폈다.

그제야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피가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팔에는 예전 화재 때 김지후를 구하려다 생긴 상처 위로 새로운 상처가 겹쳐져 있었다.

흉터는 더욱 흉측해 보였다.

김지후는 서둘러 거즈를 가져와 상처를 감싸려 했다.

“움직이지 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빨리 피를 멈춰야 해.”

“관심하는 척은... 어차피 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발신자 이름은 ‘인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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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린은 다른 아이들과 확실히 달랐다.그녀는 나를 보호하려고 정말 열심히 했다. 나는 아린이가 말이 없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람과 부딪칠 때는 정말 대단히 단호했다.밤에 나는 아린이한테 앞뒤 상황을 얘기했다.다음 날, 가게는 평소처럼 문을 열었다.이 거리의 사람들 중 일부는 불륜의 남자가 내연녀 아들을 데리고 전처를 찾아 '엄마'라고 하면서 인정해달라는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다.“사장님, SNS에 올린 이야기들이 다 사실이었나요? 사장님처럼 좋은 분이 어떻게 그런 인간을 만났어요?”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해가 쌓여 계정에 백만 명의 팔로워가 생겼고, 댓글은 폭발했다.호텔 주인도 이 사실을 알고 그들 두 사람에게 나가라고 하였다.호텔은 이미 그 두 사람을 보러 온 사람 때문에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결국 김지후는 그곳에서 다른 호텔로 옮겼다.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김지후가 김우와 함께 다시 내 가게에 나타났다는 것이다.“잊었어? 우리 이혼한 거야. 내 집은 여기인데 어디 가라는 거야?”나는 조금 화가 나서 말했다.김지후는 입술을 꽉 다물고 말했다. “나는 아이랑 밥 먹으러 왔어.”“엄마, 나는 정말 오랜만에 엄마가 한 밥을 먹어요. 이번엔 꼭 끝까지 잘 먹을게요!”나는 화가 나서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너희들 장사는 하고 싶지 않아!”식당 손님들이 우리가 계속 얘기하고 있어서 음식을 내지 못한다고 소리치며 그들 두 명을 내쫓았다.그들은 식당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고, 나를 간절히 바라보았다.하지만 식당 안의 손님들은 그들을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나는 멈추지 않고 바쁘게 음식을 준비하고 계산을 하며 계속 일했다.식당은 바빴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그저 멈추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겁이 났다. 그들을 사랑했었던 적도 있었으니까.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김지후는 일 때문에 여기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김우도 학교에 가야 해서 자주 결석할 수는 없었다.결국 김지후의 아버지가

  • 버려진 나   제7화

    나는 롤러 셔터를 내리고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다.김지후가 그곳에 서 있었다. 예전에는 깔끔했던 그가 지금은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은 수염으로 덮였으며, 몸이 많이 야위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그의 옆에는 김우도 있었다. 그 역시 많이 말라 있고,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믿기지 않는 듯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김우는 갑자기 나에게 달려왔다. 마치 내가 예전처럼 그를 안아 들어올려 줄 것처럼 말이다.“엄마...”어린 목소리가 김우의 말을 끊었다. 김우는 굳어져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아린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저 사람들 누구세요?” 아린이 경계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나는 아린이를 품에 안고 그녀의 이마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조용히 말했다.“몰라,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말한 후 나는 아린이를 이끌고 돌아서려고 했다.김지후는 손을 뻗어 나를 막았다. 그리고 복잡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서현아...”나는 차갑게 대답했다. “저희 가게는 시간 한정으로 운영해요. 이미 문을 닫았으니 내일 일찍 오세요.”나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여기까지 왔으면서 서인아는 데려오지 않았는가?’‘아마도 우연히 지나가던 길에 들렀겠지.’부자가 내려와 먹을 걸 사는 동안 서인아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굳이 나를 찾으러 온 거라고 착각할 이유는 없었다.어쨌든 이 근처는 유명한 관광지이니까.“서현아, 이제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집으로 돌아가자!”김지후의 목소리는 쉰 듯 갈라졌고 간절함이 묻어났다.“엄마, 왜 쟤가 엄마라고 불러ㅇ? 엄마는 내 엄마잖아요!”김우는 뛰어오더니 내 손을 꽉 잡았다.아린은 갑자기 격하게 반응하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손 떼! 엄마가 너 모른다고 했잖아! 엄마는 내 엄마야!”그러면서 김우를 세게 밀쳤다.김우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더니 눈물에 젖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내 바짓자락을 붙잡

  • 버려진 나   제6화

    나는 원장님을 찾아가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식사와 숙소만 있으면 된다고 하였다.원장님은 기꺼이 동의하며 특별히 한 가지를 주의시켜주셨다.“아린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특별히 신경 써줘야 해.”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아이는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였고, 사실 부모는 모두 살아 있었다는 것이다.하지만 부모가 각자 새 가정을 꾸리면서 그 아이만 홀로 남겨졌다고 한다.부모가 살아 있는 경우는 보통 고아원에 들어올 수 없지만 그 아이는 부모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들어보니 부모가 아이를 길에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그 아이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말도 적으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심지어 자해 성향까지 보였다고 한다.칼로 다른 사람을 자를지, 아니면 자신을 자를지, 그건 한순간의 선택일 뿐이다.여기 있는 다른 아이들은 아린이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고, 그녀와 놀고 싶어 하지 않았다.처음 아린이를 만났을 때 나는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다르다면 아마 유난히 말이 없고 몸이 마른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였다.밥을 먹은 후 다른 아이들은 다들 뜰에서 놀러 가는데, 아린이는 내 뒤편 주방에서 설거지를 도와주었다.혹은 뜰 한켠에서 멍하니 서서 떨어지는 낙엽을 지켜보았다.그리고 떨어지는 낙엽을 하나하나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렇게 착한 아린이가 어느 날 한 남자아이와 싸움을 벌였다.남자아이는 아린이에게 돌을 맞고 머리에 피를 흘리게 되었다. 이유는 단 한 마디 말이다.“네 부모가 널 버렸잖아...”내가 도착했을 때 그 남자아이는 울면서 아린이의 잘못을 나에게 고백했다.나는 급히 그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자세히 알아본 결과 그 남자아이의 의도는 아린이와 친해지려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그는 아린이를 위로하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아린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마치 공격당한 고양이처럼 반응해 바로 돌을 던졌

  • 버려진 나   제5화

    나는 다시 살아보려 시도했다. 이제 더 이상 가정의 소소한 일들에 묶여 있지 않기로 했다.집 안 청소, 아이 학교 보내기...길거리 풍경, 천둥 같은 빗소리, 그 모든 작은 것들이 내 마음을 떨리게 만들었다.나는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리며, 그 순간순간들을 기록하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뜻밖에도 글 아래에 좋아요 몇 개가 달렸다.일주일 후, 갑자기 김지후의 전화가 걸려왔다.그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서현아, 서산 프로젝트 자료 어디에 두었는지 알아? 너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런데 집에 있는 모든 서랍을 뒤졌는데 찾지 못했어.”나는 잠시 망설이며 기억을 되짚었다.“지난번에 너 프로젝트 바빠서 화장실에서도 문서 확인한다고 했었잖아. 확실하진 않지만 화장실 책꽂이에 있는지 찾아봐.”“응.”김지후는 좌절한 듯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는 김지후가 자료를 빨리 자료를 찾아내서 좌절했다고 착각하지는 않았다.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널 귀찮게 해서. 요즘 잘 지내?”“응.”나는 짧게 대답하며 더 말을 잇지 않았다.“그럼 다행이고...”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막연한 느낌이었다.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침묵을 깨고 말했다.“모든 자료는 다 정리해서 침실 탁자 위 USB에 넣어뒀어. 앞으로는 네가 알아서 찾아. 우리 더 이상 연락할 필요 없을 것 같아.”전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이어지더니 그가 마지못해 답했다.“알았어.”전화를 끊고 바로 김지후의 번호를 차단했다.분명 좋았던 기분이 다시 가라앉았다.'훌륭한 전 부인은 죽은 것처럼 살아야 하는 거야.'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내가 김지후를 좋아했던 이유가 외로움과 갈망 때문이라면 아마도 그가 나를 좋아했던 이유는 어린 시절의 모성 결핍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하필이면 나는 고아원에서 나이가 좀 더 많았고, 언니는 곧 어머니라는 말처럼 늘 남을 잘 챙기는 편이었다.김지후는 나를 의지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이미 그의 삶의 일부가

  • 버려진 나   제4화

    과거에 김우는 내 삶의 전부였다.그는 내가 큰 기대를 걸었던 가족이었고, 세상에서 유일한 혈육이었다.나도 모르겠다. 언제부터 김우를 버릴 생각을 했었는지.아마 내가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했을 때부터였을 것이다.새벽 4시에 일어나서 끓인 닭국을 엎어버리고, 국물이 흘러나온 바닥을 밟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난 인아 이모랑 치킨 먹으러 갈 거예요! 엄마가 만든 닭국 마시지 않을래요!”김우는 눈을 부릅뜨고, 얼굴에 눈물을 머금고 나를 노려보았다.“아빠 말이 맞았어요. 엄마는 왜 자꾸 나한테 안된다고만 말해요. 엄마 미워요!”김우는 울면서 방으로 달려가 문을 꽝 닫았다.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손발이 다 풀려서 몇 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국물이 섞인 기름이 바닥에 흘러 있고, 그릇도 깨져 있고, 집안은 난장판이었다.마치 이 집처럼 말이다.어떻게 비교해보면 나는 너무 고집스러웠던 사람처럼 보였다.혹은 추석,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였다.특별한 날이었고, 가족이 함께 모여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날이었다.나는 김지후에게 꼭 집에 빨리 돌아오라고 부탁했고, 김우는 내가 데리러 갈 거라고 말했다.나는 학교 앞에서 김우를 30분 일찍 기다렸다. 거의 끝날 때쯤 경비원이 나를 막아섰고 담임 선생님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지난번 행사 때 분명히 다른 분이었는데요. 김우 학생의 어머님은 다른 여자였어요.”“얼굴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너무 달라요. 우리 학교는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책임을 질 의무가 있습니다.”선생님의 의심을 마주하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심지어 김우의 학교에서는 내가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변명을 하지 않은 나는 경찰서로 데려갔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후에야 김우가 오후에 불편하다고 하며 혼자서 부모한테 연락을 하여 ‘엄마’가 데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경찰은 집에 연락했다. 처음으로 나쁜 일을 해서 경찰서에 간 거라서 김우는 서인아 품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그 뒤에는 멋진

  • 버려진 나   제3화

    김지후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그런데 핸드폰에 그의 SNS 업데이트가 떴다.여러 개의 사진 속에는 놀이공원의 다양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아들이 놀이공원에서 즐겁게 웃고 있는 얼굴도 있었고,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심지어 그녀가 김지후의 팔에 살짝 기대는 다정한 모습까지 있었다.[다시는 놓치지 않을 시간.]예전 같았으면 나는 전화해서 김지후에게 이게 무슨 뜻이냐며 난리를 쳤을 것이다.하지만 지난 두 달 동안 나는 완전히 지쳐버려 그냥 익숙해졌다.나는 그냥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나는 조용히 ‘좋아요’를 눌렀다.오늘은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밖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집 안을 더 고요하게 만들었다.이미 짐을 다 챙겨 놓은 여행 가방을 보며 나는 참지 못하고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그것을 SNS에 올리며 글귀를 달았다.[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은 더 이상 기다리지 말자.]김지후가 그 글을 봤는지 다음 날 아침 일찍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김지후가 집에 들어설 때 나는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갑자기 차 키를 탁자 위에 던졌다. 그 소리는 날카롭고 귀에 쩌렁쩌렁 울렸다.김지후의 얼굴은 구름 한 점 없이 어두워 보였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듯 보였다.그는 이를 악물며 불쾌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았다.“하루 종일 떠들어대며 떠나겠다고 하더니 이제 끝이냐? 진짜 용기가 있으면 지금 당장 나가! 왜 그걸 SNS에 올린 거야? 얼굴에 철판 깔았어? 난 아직 얼굴 있거든! 오늘 아버지가 전화해서 뭐가 일어난 거냐고 물어봤어! 내가 너무 편하게 살아서 사람들 다 알게 해야 속이 후련하냐?”나는 그가 분노하는 모습을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보며,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짜릿한 감정이 솟구쳤다.‘도대체 누가 먼저 얼굴을 들지 못할 짓을 했지? 김지후? 아니면 그 마음속의 서인아?’“그래, 나는 떠날 준비가 됐어.”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나는 옆에 있던 가방에서 이미 준비된 이혼 신청서를 꺼내

  • 버려진 나   제2화

    나는 바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으려 했지만 상처가 아팠다.“아!”김지후는 그 틈에 전화를 받았다.전화 속에서 아들의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저 인아 이모랑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그다음에는 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오빠, 밖에 택시가 안 잡혀요. 나랑 김우 놀이공원 가고 싶은데 우리 좀 태워줄 수 있을까요?”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김지후는 나를 아예 무시했다.그리고 대문으로 가면서 말했다.“기다려, 금방 갈게.”전화를 끊고 돌아보며 나한테 기다리라고 한마디 남기고, 문을 열며 나갔다.“김지후.”나는 그를 불렀다.김지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또 뭐야? 세게 다치지도 않았고 병원에 갈 필요는 없잖아? 좀 너그럽게 행동해. 왜 자꾸...”나는 차갑게 그를 끊었다.“놀이공원은 햇볕이 쨍쨍하니까 윤호한테 썬캡과 물통 챙기라고 말하려는 거야.”어쨌든 힘겹게 낳은 내 아이이다.김지후는 잠깐 멈칫한 후, 내가 쉽게 그를 보내는 걸 불편해하는 모습이었다.“아.”김지후는 말한 후 비웃었다.“네가 또 질투하고 내가 걔들 태워주는 거 말릴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못된 마음을 먹지 마. 그냥 애랑 놀이공원 가는 거잖아.”김지후는 짐을 챙겼다.“금방 갔다 올게. 집에서 기다려. 돌아올 때 약 사올 거니까.”그리고 급히 집을 나갔다.예전 같으면 내가 바로 화를 냈겠지만 이제는 마음이 다 식었다.얼마 전, 나는 김지후의 아픈 아버지를 돌보느라 밤늦게 간호했다.모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밖은 이미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병원은 외진 곳에 있었고, 길거리는 고요해서 불안했다.밤바람은 차갑고, 내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객이 통화 중이라 음성...]김지후의 전화는 계속해서 연결되지 않았다. 이미 반 시간이 지났다.이때 마침 전화가 연결되었다.“왜 그렇게 전화를 계속 안 받았어? 나 지금 아버님 병원 앞이야. 이제...”말을 끝내기 전에 상대방에서 불쾌한 목소리

  • 버려진 나   제1화

    “오늘 밤 돌아와? 내가...”말을 잇지 못한 채 상대방이 말을 끊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인아가 어두운 걸 무서워하잖아. 걔를 혼자 두고 갈 순 없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끊겼다.남편과 아들을 못 본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두 달 전, 남편의 첫사랑이 한국으로 돌아왔다.남편은 아들을 데리고 그녀를 위해 마련한 별장으로 들어가 살고 있었다.“아연이가 방금 귀국해서 아무도 모른다니까 나한테 도움을 청한 것뿐이야.”아들도 나를 찡그리며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그렇게 이기적이면 안 돼요. 이모가 혼자 있으면 슬퍼할 거 아니에요.”아들의 진지한 모습은 꼭 그의 아빠를 닮아 있었다.마치 내가 정말 나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나는 더는 막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아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약간은 불만스러웠다.“엄마, 이제 연기 그만해요.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는 우리 말고는 친척도 없고, 갈 데도 없대요.”김지후도 따라 올라와 내 뒤에 서더니 경멸 어린 웃음을 지었다.“그동안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못 갖춰 입으면서 짐가방은 왜 들고 나대는 거야? 누구한테 보여주려고?”내 손이 멈칫했다.그렇다. 난 갈 곳이 없다.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내가 어떤 일을 겪어도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 믿는 것이다.“이제 그만해. 인아가 돌아왔어도 네가 얌전히만 있으면 이 집에서 네 자리는 있어.”김지후는 비웃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아들을 안고 방을 나갔다.온몸에서 힘이 빠져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나는 두 달 동안 스스로에게 적응할 시간을 줬다.그동안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고, 나도 많은 걸 깨달았다.다시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그런데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중 뜻밖에도 김지후와 마주쳤다.오늘 그가 돌아올 줄은 몰랐다.나를 본 순간 김지후는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또 무슨 수작이야?”“왜? 내가 오늘 돌아온다는 걸 알고 또 똑같은 수를 쓰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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