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6화

작가: 김세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14 17:21:48
송연아는 여자의 허리를 감싼 강세헌의 손을 빤히 쳐다보더니 낯빛이 어두워지고 가슴을 후벼 파듯이 아팠다.

“날 보러 왔어?”

강세헌이 물었다.

그는 송연아의 매 순간 표정을 놓칠세라 뚫어져라 쳐다봤다.

송연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난 볼 일 있어서 먼저 갈게요.”

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기사에게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했다.

“얼른 가요, 얼른!”

송연아는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차가 출발하고 그녀는 감히 문 앞을 쳐다보지 못했다. 강세헌이 딴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송연아는 제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

이런 줄도 모르고 강세헌을 찾아가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하다니!

“그 사람은 네 원수야!”

송연아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저 자신을 한껏 비웃었다.

“송연아, 너 미쳤어. 홀려도 제대로 홀렸지. 어떻게 네 애를 해친 남자를 사랑할 수가 있어?!”

“사모님...”

기사가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너무 흥분하여 혼잣말을 내뱉었는데 정상은 아닌 듯싶었다!

송연아가 얼굴을 비비며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했다.

“저 괜찮아요.”

“별장으로 돌아갈까요?”

기사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병원으로 가요.”

곧이어 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송연아는 차에서 내려 송태범의 병실로 걸어갔다. 이제 막 문을 열려는데 백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걸아, 너희 아빠 병세가 위독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무조건 아빠한테 잘 보여야 해. 그리고 송연아를 꼭 경계하고 있어. 만에 하나 걔가 네 아빠 유산을 뺏어갈 수도 있으니. 네 아빠 돈은 전부 네 거야. 너야말로 유일한 아들이지.”

송예걸은 엄마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

“엄마, 아빠 아직 안 죽었어. 벌써 유산을 노리는 거야?”

“미리 널 위해 준비하는 거잖아!”

백수연은 송태범이 여전히 송연아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여 그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예걸아, 절대 어리석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숙희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게 되네요^^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7화

    그는 병실에 들어가며 백수연에게 말했다.“여긴 너 필요 없으니 돌아가 봐.”백수연이 아양을 떨었다.“옆에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어떡해요. 내가 여기서 함께 있어 줄게요.”그녀가 무슨 속셈인지 송태범은 너무 잘 알고 있어 곧바로 허를 찔렀다.“내 재산을 전부 가지려는 속셈이잖아.”백수연이 황급히 변명했다.“아니에요. 저는 괜찮지만 예걸이만큼은 소홀히 하지 말아요. 걔가 경찰서에 도장 찍힌 애라 나중에 취업이 힘들 거예요. 부디 예걸이 잘 돌봐줘요.”송태범은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은 채 바로 침대에 누웠다!그가 바보도 아니고 제 아들을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있을까?송연아는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송예걸이 그녀를 따라 병원을 나섰다.“누나.”송예걸이 먼저 그녀를 불렀다.송연아는 고개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물었다.“왜?”“누나가 아빠한테 교수님을 찾아주셨다고 들었어요. 고마워요.”송예걸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전과 같은 적의가 전혀 없었다.“내 아빠이기도 하셔. 나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송예걸과 굳이 더 나눌 얘기도 없었다....천주그룹.송연아가 몸을 돌린 순간 강세헌은 그 여자를 바로 놓아줬다.여자의 이름은 이지안이고 임지훈이 강세헌에게 마련해준 비서이다!물론 강세헌은 비서가 따로 필요 없다. 이미 있으니까. 경력도 없고 실력도 없이 가진 거라곤 명문대 졸업장뿐인 그녀를 강세헌에게 남긴 이유는 바로 예쁘기 때문이다.송연아를 질투하게 하려면 우선 외적 조건이 좋아야 한다.“대표님.”강세헌이 손을 내리자 이지안은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다.“가서 임지훈 불러와.”강세헌이 차갑게 말하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좀 전까지만 해도 먼저 다정하게 다가오더니 지금은 왜 또 이렇게 차가워진 걸까? 이지안은 도통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직 신입이라 더 캐물을 수도 없었다.그녀는 임지훈을 찾아갔다.임지훈은 아래로 내려와 강세헌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대표님.”“방금 연아랑 마주쳤는데 화내지 않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미친 그날 밤   제128화

    임지훈은 그녀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이지안의 예쁜 두 눈이 순간 반짝거렸다.임지훈이 말을 마친 후 그녀가 대답했다.“알았어요.”“단, 절대 딴마음을 품으면 안 돼요, 알겠죠?”이지안은 다소곳하게 대답했다.“네.”“가봐요.”저녁에 임지훈은 강세헌이 별장에 돌아간 걸 확인하고 이지안에게 알렸다.별장 안에서.송연아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강세헌이 돌아왔지만 그녀는 보는 척도 안 했다.책도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강세헌은 딴 여자가 있으면서 어떻게 그녀를 좋아하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을까?게다가... 그런 짓까지 하다니!남자는 늑대라더니 좋든 싫든 그런 짓은 다 벌일 수 있단 말인가?처음엔 그가 너무 화나서 이성을 잃고 그런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강세헌도 예외는 아니었다.남자라면 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기 마련이다.강세헌은 외투를 소파에 내던지고 테이블 옆에 서서 그녀를 쳐다봤다.“나한테 할 말 없어?”송연아가 책에서 시선을 떼고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없어요.”그녀는 속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강세헌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몸을 사렸다.울고불고 난리 치면 그를 너무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설사 신경이 쓰여도 절대 아닌 척 연기해야 했다!강세헌은 그녀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으니까!그는 입술을 앙다물고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이 여자는 대체 왜 이렇게 매정한 걸까?이미 서로 깊은 사랑도 나눈 사이인데 왜 아직도 한없이 차가운 걸까?!강세헌은 넥타이를 풀어헤쳐 송연아에게 내던졌다. 마치 유치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당신은 양심도 없는 여자야!”그는 말을 마친 후 씩씩거리며 위층에 올라갔다.송연아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실소가 새어 나왔다.보아하니 기분이 언짢은 것 같은데 대체 뭐가 언짢다는 걸까?근무시간에는 미인을 곁에 두고 집에서는 또 송연아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려는 걸까?송연아는 이번에 절대 걸려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미친 그날 밤   제129화

    “이혼?”그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분노가 극에 달하니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그는 이 여자의 심장을 꺼내서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보고 싶었다!어떻게 이토록 매정할 수 있을까!“이혼은 이번 생에 꿈도 꾸지 마. 넌 죽어서 귀신이 돼도 내 옆에 있을 테니까!”송연아도 분노가 차올랐다.원한을 내려놓고 그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려 했는데 정작 그의 옆엔 딴 여자가 있었다!송연아는 저 자신이 너무 어리석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하마터면 그가 진짜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할 뻔했다!“좋아요, 내일 나가서 내가 당신 와이프라고 여기저기 떠벌릴 거예요. 게다가 당신을 수없이 배신하는 여자라고도 말해야죠. 여러 남자를 만났고 심지어 딴 남자의 아이도 낳았다고 할 거예요. 나 반드시 당신 역겹게 해줄 거야!”강세헌은 그녀 때문에 화가 나서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이 여자가 진짜! 작정하고 날 미치게 하네!’“감히 그러기만 해봐!!”“어디 한번 지켜보시던가!”송연아도 뒤질세라 강경하게 쏘아붙였다.강세헌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마음을 추슬렀다.“왜 도통 말이 안 통해?”송연아는 기가 차서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그가 가식을 떨어놓고 인제 와서 왜 또 신경 쓰는 척인 걸까?“도련님, 이지안 씨라는 분이 도련님을 찾아왔어요.”오은화가 문을 두드렸다.송연아는 곧바로 문 앞을 쳐다봤다.이지안?강세헌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분명 임지훈에게 처리하라고 했는데 왜 또 나타난 걸까?“안 봐요, 가라고 해요!”강세헌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문 앞까지 도착한 이지안은 그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서류 보내드리러 왔어요.”강세헌이 미간을 구기자 송연아는 그가 일부러 난감한 척하는 거라고 여겼다.허리까지 감싸 안더니 인제 와서 또 선을 그으려고?송연아는 그에게 쏘아붙이고 싶었다.‘적당히 해요, 세헌 씨!’“아주머니, 들어오라고 하세요.”송연아가 강세헌 대신 말했다.오은화가 문을 열자 이지안이 안으로 들어왔다. 보아하니 그녀는 일부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미친 그날 밤   제130화

    송연아는 홧김에 강세헌의 손을 뿌리쳤다.딴 여자랑 호텔 가기로 약속했으면서 그녀 앞에선 여전히 좋아하는 척 연기한 걸까?그야말로 배우 뺨치는 연기였다!!“강세헌, 넌 진짜 사기꾼이야!”송연아는 화가 나서 위층에 올라가려 했지만 다리가 완치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너무 빨리 달려간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딴 곳에 정신이 팔려 계단을 헛디뎠는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제때 손잡이를 잡아서 몸을 지탱했다.이에 그녀는 울화가 더 치밀었다. 강세헌 앞에서 망신당한 것도 모자라 내연녀 앞에서까지 이 꼴을 당했으니 말이다.송연아는 불만을 늘어놓았다.“이 계단 설계가 너무 후져요. 뭐 이렇게 허름한 별장이 다 있어!”강세헌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람 불러서 당장 무너뜨리고 네 뜻대로 리모델링해.”송연아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째려봤다.‘이 남자가 진짜, 또 나한테 끼 부려?’“아직도 날 신경 쓸 겨를이 있어요? 얼른 호텔이나 가라고요!”송연아는 기세등등하게 위층으로 달려갔다.강세헌은 씩씩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그녀가 이토록 화내는 건 질투해서겠지?그를 엄청 신경 쓰기 때문이겠지?이렇게 생각하니 강세헌은 입이 귀에 걸릴 것만 같았다.그의 말투도 살짝 부드러워졌다.“임 비서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이지안은 흠칫 놀라더니 강세헌이 본인에게 묻는 걸 알아채고 얼른 대답했다.“네.”사실 아니었다.임지훈은 단지 그녀에게 서류 드리러 가서 송연아에게 보여주도록 하라고만 했었다.호텔 가는 건 그녀 스스로 지어낸 말이다.이지안은 송연아와 강세헌이 헤어지길 바랐다!“알았으니까 돌아가 봐.”강세헌은 그녀에게 거리를 두며 아주머니더러 손님을 배웅하라고 했다.이지안도 너무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예의 바르게 아주머니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강세헌은 임지훈에게 전화해 별장에 오라고 분부했다.임지훈의 아이디어가 도움은 됐지만 그의 허락 없이 이렇게 하는 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강세헌은 이 점을 절대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미친 그날 밤   제131화

    “나 때문에 유산하고 다리를 상해서 화난 거라면 날 마음껏 때리고 욕해. 아니면 원하는 조건을 제안해. 얼마든지 다 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이혼 얘기는 절대 꺼내지 마.”강세헌이 그녀를 쳐다봤다.송연아는 코를 훌쩍거렸다.“세헌 씨가 밉고 원망스럽지만...”그럼에도 그녀는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강세헌을 좋아하게 됐다.송연아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내가 딴 남자 만난 거 진짜 괜찮아요?”“응, 괜찮아.”강세헌이 대답했다.그는 송연아가 순결한 여자란 걸 이미 아니까.그에게 첫 몸을 줄 때 더없이 깨끗했으니까!“그럼... 내가 딴 남자의 애를 낳아도 괜찮아요?”송연아는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가 받아들이면 받아들이는 거고 안 받아들이면 빨리 헤어지면 그만이다.괜히 서로 질질 끌면서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강세헌은 그녀의 말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아직도 유산된 그 아이를 말하는 줄로 여겼다.그 아이만 떠올리면 강세헌은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만약 네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면 친자식처럼 아껴주고 사랑해줄 거야.”송연아가 못 믿겠다는 듯이 되물었다.“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강세헌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난 거짓말 같은 거 안 해!”“내 말 잘 들어요...”벌컥!이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임지훈이 숨을 헐떡이며 안에 들어왔다.“대표님, 큰일 났어요. 최지현 씨가 배 타고 해외로 도주하려고 한대요.”임지훈은 송연아가 하려던 말을 불쑥 차단했다.강세헌은 최지현이 자신을 속인 것을 생각하자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그래서 놓쳤어?”“아니요, 우리 쪽 사람들이 따라가고 있는데 이제 곧 공해에 도착해서 잡을 가망이 안 큽니다.”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기어들어갔다.“어리석은 놈!”강세헌이 버럭 화를 냈다.“얼른 출발해.”그는 걸음을 옮기려다가 송연아가 생각나 고개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집에 있어. 나 일 좀 보고 올게.”“최지현이 왜 도망치려고 해요?”송연아가 의아해하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미친 그날 밤   제132화

    임지훈은 어리둥절해졌다.‘뭐지? 이 무모함은? 감히 바다에 뛰어들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어?’“당장 건져내. 시신이라도 무조건 건져내야 해.”강세헌이 말했다.임지훈은 얼른 사람을 시켜 장비를 세팅하고 바다에 들어가 사람을 건지라고 분부했다.주혁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최지현을 너무 사랑했다. 그렇지 않으면 강세헌의 심기를 건드릴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감방에서 구출할 일도 없다.“강세헌, 야 이 살인마야!”주혁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강세헌은 차가운 표정만 지을 뿐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임지훈은 주혁이 스스로 망신을 당하는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혼자 바다에 뛰어들었잖아. 누가 죽이는 거 봤어? 게다가 우린 지금 사람을 구하려고 바다에 들어가고 있어!”주혁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런 억지 부리지 마!”“내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야.”임지훈이 두 손을 벌리며 네가 날 어떻게 할 수 있냐는 태도를 선보였다. 이에 주혁은 분노가 차올라 피를 토할 심정이었다!한 시간쯤 지난 후 건지러 들어갔던 사람이 선반 위에 올라왔다.“사람 못 찾았어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물속이고 밤이라 시야가 어두운 데다가 바다가 너무 커 찾기 힘들어요.”주혁은 난간 옆에 엎드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언덕조차 안 보였고 달빛에 드리운 해수면이 반짝반짝 빛났다.깊은 밤에 바다에 뛰어들면 익사하지 않는다고 해도 얼어 죽거나 상어에게 잡아먹힌다.“지현아.”주혁은 괴로운 마음에 엉엉 울고 싶었다.임지훈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자식은 여자를 못 만나봤나? 일개 최지현 때문에 꼴이 이게 뭐야?’다만 주혁이 무슨 잘못일까? 그는 단지 한 여자를 좋아한 것뿐인데.그녀가 딴사람들 눈엔 일말의 가치가 없을지 몰라도 그에겐 가장 완벽한 존재였다.주혁은 최지현을 너무 사랑했다.이건 마치 강세헌이 송연아를 좋아하는 마음과 비슷한 도리일 듯싶다.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미친 그날 밤   제133화

    한혜숙은 딸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너 언제쯤 그쪽 일 처리하고 이리로 올 거야?”송연아는 지금 처지를 생각하며 대답했다.“곧 가요.”그녀는 망설이다가 한혜숙에게 물었다.“엄마도 함께 오실래요?”“내가 거길 왜 가?”송연아는 한혜숙에게 송태범을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현재 상황으로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어쩌면 우리 용운시에서 지낼지도 몰라요...”“난 여기가 좋아.”한혜숙이 답했다.엄마는 어느덧 그곳 생활에 적응한 듯싶다.아무런 번뇌도 없고 찬이만 잘 키우면 되니까.송연아는 더 강요하지 않았다. 나중에 만나면 다 얘기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찬이의 근황을 몇 마디 더 물은 후 영상통화를 끊고 배가 고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냉장고에 있는 케이크를 꺼내서 한 술 떠먹었는데 부드러운 식감에 크림 향이 베어 있었고 겹겹이 과일 향도 났다.이때 불쑥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오은화가 집에 없어 그녀는 케이크를 식탁에 내려놓고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백수연이 집에 찾아온 걸 보더니 송아연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였다.“여긴 왜 왔어요?”백수연은 그녀를 보더니 울음을 터트렸다.“연아야, 네 아빠가 위독해. 마지막으로 널 한번 보고 싶은데 연락처를 몰라서 이렇게 찾아왔어.”송연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충격에 휩싸여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빨리요?”교수님은 분명 시간이 더 남아있다고 했으니 말이다.“그래, 너무 갑작스럽지...”백수연이 대성통곡했다.송연아는 더 고민할 겨를 없이 곧바로 기사를 불렀지만 마침 기사가 집에 없었다.이때 백수연이 말했다.“내가 운전했어. 내 차 타고 가. 네 아빠는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더는 기다릴 수 없단 말이야.”송연아도 초조한 마음에 더 생각하지 않고 황급히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달려갔다.“가요, 얼른.”백수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걸려들었다는 듯이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차에 탄 후 백수연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 미친 그날 밤   제134화

    “역시 똑똑하네.”백수연은 자신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자신을 죽이려는 백수연 앞에서 송연아는 아주 차분하게 대응했다.“날 죽이는 건 범법행위에요.”“널 죽이겠다고 한 이상 기왕이면 증거를 안 남길 자신 있지. 게다가 설사 내가 감방에 갇힌다고 해도 예걸이를 위해서 송씨 집안의 전 재산을 가져올 거야. 우리 예걸이가 여생을 돈 걱정 없이 살 수만 있다면 나도 더 바랄 게 없어.”백수연이 쓴웃음을 지었다.“예걸이는 유일한 상속자야. 송태범이 원치 않아도 전 재산을 반드시 예걸이한테 줘야 해.”“예걸이도 아빠 아들인데 어떻게 자기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어요? 너무 예민하신 것 같네요.”송연아는 그녀를 설득해보려 했다.“단 한 번도 예걸이 생각해준 적 없어. 만약 진짜 예걸이를 위한다면 네 엄마랑 당장 이혼했겠지!”백수연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송태범이 너무 원망스러웠다.‘대체 날 뭐로 보고, 여태껏 명분 하나 안 줘?! 평생 내연녀라는 낙인이 찍혀서 예걸이도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질 수 없잖아. 내가 원하는 건 정정당당한 명분인데 뭐가 그렇게 잘못됐어?’“아빠가 이혼하지 않는 건 엄마를 이용해서 날 통제하기 위해서예요. 미련이 남아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요...”“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보이더라. 태범 씨는 네 엄마한테 아직 미련이 남아있어. 나랑 함께 있는 건 아들을 한 명 원했을 뿐이야!”백수연이 그녀의 말을 자르고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 그녀는 이젠 송태범의 생각을 훤히 꿰뚫었다.송연아도 더는 아빠가 엄마한테 미련이 남았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급선무는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백수연의 차가 점점 더 외진 곳으로 가고 있다는 건 미리 준비되었다는 뜻이다.송연아는 지금 반드시 백수연의 차를 세워야 한다.“아줌마는 예걸이가 결혼하고 애 낳는 걸 안 보고 싶으세요? 아직 연세가 젊으시니 앞으로 시간이 많아요.”송연아는 그녀를 설득하고 싶었다. 이대로 죽을 순 없으니까.다만 백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