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여자의 허리를 감싼 강세헌의 손을 빤히 쳐다보더니 낯빛이 어두워지고 가슴을 후벼 파듯이 아팠다.“날 보러 왔어?”강세헌이 물었다.그는 송연아의 매 순간 표정을 놓칠세라 뚫어져라 쳐다봤다.송연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난 볼 일 있어서 먼저 갈게요.”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기사에게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했다.“얼른 가요, 얼른!”송연아는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차가 출발하고 그녀는 감히 문 앞을 쳐다보지 못했다. 강세헌이 딴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 순간, 송연아는 제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이런 줄도 모르고 강세헌을 찾아가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하다니!“그 사람은 네 원수야!”송연아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저 자신을 한껏 비웃었다.“송연아, 너 미쳤어. 홀려도 제대로 홀렸지. 어떻게 네 애를 해친 남자를 사랑할 수가 있어?!”“사모님...”기사가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봤다.그녀는 너무 흥분하여 혼잣말을 내뱉었는데 정상은 아닌 듯싶었다!송연아가 얼굴을 비비며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했다.“저 괜찮아요.”“별장으로 돌아갈까요?”기사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병원으로 가요.”곧이어 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송연아는 차에서 내려 송태범의 병실로 걸어갔다. 이제 막 문을 열려는데 백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예걸아, 너희 아빠 병세가 위독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무조건 아빠한테 잘 보여야 해. 그리고 송연아를 꼭 경계하고 있어. 만에 하나 걔가 네 아빠 유산을 뺏어갈 수도 있으니. 네 아빠 돈은 전부 네 거야. 너야말로 유일한 아들이지.”송예걸은 엄마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엄마, 아빠 아직 안 죽었어. 벌써 유산을 노리는 거야?”“미리 널 위해 준비하는 거잖아!”백수연은 송태범이 여전히 송연아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하여 그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예걸아, 절대 어리석은
그는 병실에 들어가며 백수연에게 말했다.“여긴 너 필요 없으니 돌아가 봐.”백수연이 아양을 떨었다.“옆에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어떡해요. 내가 여기서 함께 있어 줄게요.”그녀가 무슨 속셈인지 송태범은 너무 잘 알고 있어 곧바로 허를 찔렀다.“내 재산을 전부 가지려는 속셈이잖아.”백수연이 황급히 변명했다.“아니에요. 저는 괜찮지만 예걸이만큼은 소홀히 하지 말아요. 걔가 경찰서에 도장 찍힌 애라 나중에 취업이 힘들 거예요. 부디 예걸이 잘 돌봐줘요.”송태범은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은 채 바로 침대에 누웠다!그가 바보도 아니고 제 아들을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있을까?송연아는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송예걸이 그녀를 따라 병원을 나섰다.“누나.”송예걸이 먼저 그녀를 불렀다.송연아는 고개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물었다.“왜?”“누나가 아빠한테 교수님을 찾아주셨다고 들었어요. 고마워요.”송예걸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전과 같은 적의가 전혀 없었다.“내 아빠이기도 하셔. 나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송예걸과 굳이 더 나눌 얘기도 없었다....천주그룹.송연아가 몸을 돌린 순간 강세헌은 그 여자를 바로 놓아줬다.여자의 이름은 이지안이고 임지훈이 강세헌에게 마련해준 비서이다!물론 강세헌은 비서가 따로 필요 없다. 이미 있으니까. 경력도 없고 실력도 없이 가진 거라곤 명문대 졸업장뿐인 그녀를 강세헌에게 남긴 이유는 바로 예쁘기 때문이다.송연아를 질투하게 하려면 우선 외적 조건이 좋아야 한다.“대표님.”강세헌이 손을 내리자 이지안은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다.“가서 임지훈 불러와.”강세헌이 차갑게 말하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좀 전까지만 해도 먼저 다정하게 다가오더니 지금은 왜 또 이렇게 차가워진 걸까? 이지안은 도통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직 신입이라 더 캐물을 수도 없었다.그녀는 임지훈을 찾아갔다.임지훈은 아래로 내려와 강세헌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대표님.”“방금 연아랑 마주쳤는데 화내지 않
임지훈은 그녀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이지안의 예쁜 두 눈이 순간 반짝거렸다.임지훈이 말을 마친 후 그녀가 대답했다.“알았어요.”“단, 절대 딴마음을 품으면 안 돼요, 알겠죠?”이지안은 다소곳하게 대답했다.“네.”“가봐요.”저녁에 임지훈은 강세헌이 별장에 돌아간 걸 확인하고 이지안에게 알렸다.별장 안에서.송연아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강세헌이 돌아왔지만 그녀는 보는 척도 안 했다.책도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강세헌은 딴 여자가 있으면서 어떻게 그녀를 좋아하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을까?게다가... 그런 짓까지 하다니!남자는 늑대라더니 좋든 싫든 그런 짓은 다 벌일 수 있단 말인가?처음엔 그가 너무 화나서 이성을 잃고 그런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강세헌도 예외는 아니었다.남자라면 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기 마련이다.강세헌은 외투를 소파에 내던지고 테이블 옆에 서서 그녀를 쳐다봤다.“나한테 할 말 없어?”송연아가 책에서 시선을 떼고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없어요.”그녀는 속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강세헌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몸을 사렸다.울고불고 난리 치면 그를 너무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설사 신경이 쓰여도 절대 아닌 척 연기해야 했다!강세헌은 그녀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으니까!그는 입술을 앙다물고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이 여자는 대체 왜 이렇게 매정한 걸까?이미 서로 깊은 사랑도 나눈 사이인데 왜 아직도 한없이 차가운 걸까?!강세헌은 넥타이를 풀어헤쳐 송연아에게 내던졌다. 마치 유치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당신은 양심도 없는 여자야!”그는 말을 마친 후 씩씩거리며 위층에 올라갔다.송연아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실소가 새어 나왔다.보아하니 기분이 언짢은 것 같은데 대체 뭐가 언짢다는 걸까?근무시간에는 미인을 곁에 두고 집에서는 또 송연아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려는 걸까?송연아는 이번에 절대 걸려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혼?”그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분노가 극에 달하니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그는 이 여자의 심장을 꺼내서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보고 싶었다!어떻게 이토록 매정할 수 있을까!“이혼은 이번 생에 꿈도 꾸지 마. 넌 죽어서 귀신이 돼도 내 옆에 있을 테니까!”송연아도 분노가 차올랐다.원한을 내려놓고 그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려 했는데 정작 그의 옆엔 딴 여자가 있었다!송연아는 저 자신이 너무 어리석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하마터면 그가 진짜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할 뻔했다!“좋아요, 내일 나가서 내가 당신 와이프라고 여기저기 떠벌릴 거예요. 게다가 당신을 수없이 배신하는 여자라고도 말해야죠. 여러 남자를 만났고 심지어 딴 남자의 아이도 낳았다고 할 거예요. 나 반드시 당신 역겹게 해줄 거야!”강세헌은 그녀 때문에 화가 나서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이 여자가 진짜! 작정하고 날 미치게 하네!’“감히 그러기만 해봐!!”“어디 한번 지켜보시던가!”송연아도 뒤질세라 강경하게 쏘아붙였다.강세헌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마음을 추슬렀다.“왜 도통 말이 안 통해?”송연아는 기가 차서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그가 가식을 떨어놓고 인제 와서 왜 또 신경 쓰는 척인 걸까?“도련님, 이지안 씨라는 분이 도련님을 찾아왔어요.”오은화가 문을 두드렸다.송연아는 곧바로 문 앞을 쳐다봤다.이지안?강세헌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분명 임지훈에게 처리하라고 했는데 왜 또 나타난 걸까?“안 봐요, 가라고 해요!”강세헌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문 앞까지 도착한 이지안은 그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서류 보내드리러 왔어요.”강세헌이 미간을 구기자 송연아는 그가 일부러 난감한 척하는 거라고 여겼다.허리까지 감싸 안더니 인제 와서 또 선을 그으려고?송연아는 그에게 쏘아붙이고 싶었다.‘적당히 해요, 세헌 씨!’“아주머니, 들어오라고 하세요.”송연아가 강세헌 대신 말했다.오은화가 문을 열자 이지안이 안으로 들어왔다. 보아하니 그녀는 일부
송연아는 홧김에 강세헌의 손을 뿌리쳤다.딴 여자랑 호텔 가기로 약속했으면서 그녀 앞에선 여전히 좋아하는 척 연기한 걸까?그야말로 배우 뺨치는 연기였다!!“강세헌, 넌 진짜 사기꾼이야!”송연아는 화가 나서 위층에 올라가려 했지만 다리가 완치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너무 빨리 달려간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딴 곳에 정신이 팔려 계단을 헛디뎠는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제때 손잡이를 잡아서 몸을 지탱했다.이에 그녀는 울화가 더 치밀었다. 강세헌 앞에서 망신당한 것도 모자라 내연녀 앞에서까지 이 꼴을 당했으니 말이다.송연아는 불만을 늘어놓았다.“이 계단 설계가 너무 후져요. 뭐 이렇게 허름한 별장이 다 있어!”강세헌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람 불러서 당장 무너뜨리고 네 뜻대로 리모델링해.”송연아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째려봤다.‘이 남자가 진짜, 또 나한테 끼 부려?’“아직도 날 신경 쓸 겨를이 있어요? 얼른 호텔이나 가라고요!”송연아는 기세등등하게 위층으로 달려갔다.강세헌은 씩씩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그녀가 이토록 화내는 건 질투해서겠지?그를 엄청 신경 쓰기 때문이겠지?이렇게 생각하니 강세헌은 입이 귀에 걸릴 것만 같았다.그의 말투도 살짝 부드러워졌다.“임 비서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이지안은 흠칫 놀라더니 강세헌이 본인에게 묻는 걸 알아채고 얼른 대답했다.“네.”사실 아니었다.임지훈은 단지 그녀에게 서류 드리러 가서 송연아에게 보여주도록 하라고만 했었다.호텔 가는 건 그녀 스스로 지어낸 말이다.이지안은 송연아와 강세헌이 헤어지길 바랐다!“알았으니까 돌아가 봐.”강세헌은 그녀에게 거리를 두며 아주머니더러 손님을 배웅하라고 했다.이지안도 너무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예의 바르게 아주머니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강세헌은 임지훈에게 전화해 별장에 오라고 분부했다.임지훈의 아이디어가 도움은 됐지만 그의 허락 없이 이렇게 하는 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강세헌은 이 점을 절대
“나 때문에 유산하고 다리를 상해서 화난 거라면 날 마음껏 때리고 욕해. 아니면 원하는 조건을 제안해. 얼마든지 다 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이혼 얘기는 절대 꺼내지 마.”강세헌이 그녀를 쳐다봤다.송연아는 코를 훌쩍거렸다.“세헌 씨가 밉고 원망스럽지만...”그럼에도 그녀는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강세헌을 좋아하게 됐다.송연아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내가 딴 남자 만난 거 진짜 괜찮아요?”“응, 괜찮아.”강세헌이 대답했다.그는 송연아가 순결한 여자란 걸 이미 아니까.그에게 첫 몸을 줄 때 더없이 깨끗했으니까!“그럼... 내가 딴 남자의 애를 낳아도 괜찮아요?”송연아는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가 받아들이면 받아들이는 거고 안 받아들이면 빨리 헤어지면 그만이다.괜히 서로 질질 끌면서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강세헌은 그녀의 말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아직도 유산된 그 아이를 말하는 줄로 여겼다.그 아이만 떠올리면 강세헌은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만약 네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면 친자식처럼 아껴주고 사랑해줄 거야.”송연아가 못 믿겠다는 듯이 되물었다.“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강세헌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난 거짓말 같은 거 안 해!”“내 말 잘 들어요...”벌컥!이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임지훈이 숨을 헐떡이며 안에 들어왔다.“대표님, 큰일 났어요. 최지현 씨가 배 타고 해외로 도주하려고 한대요.”임지훈은 송연아가 하려던 말을 불쑥 차단했다.강세헌은 최지현이 자신을 속인 것을 생각하자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그래서 놓쳤어?”“아니요, 우리 쪽 사람들이 따라가고 있는데 이제 곧 공해에 도착해서 잡을 가망이 안 큽니다.”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기어들어갔다.“어리석은 놈!”강세헌이 버럭 화를 냈다.“얼른 출발해.”그는 걸음을 옮기려다가 송연아가 생각나 고개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집에 있어. 나 일 좀 보고 올게.”“최지현이 왜 도망치려고 해요?”송연아가 의아해하
임지훈은 어리둥절해졌다.‘뭐지? 이 무모함은? 감히 바다에 뛰어들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어?’“당장 건져내. 시신이라도 무조건 건져내야 해.”강세헌이 말했다.임지훈은 얼른 사람을 시켜 장비를 세팅하고 바다에 들어가 사람을 건지라고 분부했다.주혁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최지현을 너무 사랑했다. 그렇지 않으면 강세헌의 심기를 건드릴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감방에서 구출할 일도 없다.“강세헌, 야 이 살인마야!”주혁이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강세헌은 차가운 표정만 지을 뿐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임지훈은 주혁이 스스로 망신을 당하는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혼자 바다에 뛰어들었잖아. 누가 죽이는 거 봤어? 게다가 우린 지금 사람을 구하려고 바다에 들어가고 있어!”주혁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런 억지 부리지 마!”“내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야.”임지훈이 두 손을 벌리며 네가 날 어떻게 할 수 있냐는 태도를 선보였다. 이에 주혁은 분노가 차올라 피를 토할 심정이었다!한 시간쯤 지난 후 건지러 들어갔던 사람이 선반 위에 올라왔다.“사람 못 찾았어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네요. 물속이고 밤이라 시야가 어두운 데다가 바다가 너무 커 찾기 힘들어요.”주혁은 난간 옆에 엎드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언덕조차 안 보였고 달빛에 드리운 해수면이 반짝반짝 빛났다.깊은 밤에 바다에 뛰어들면 익사하지 않는다고 해도 얼어 죽거나 상어에게 잡아먹힌다.“지현아.”주혁은 괴로운 마음에 엉엉 울고 싶었다.임지훈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자식은 여자를 못 만나봤나? 일개 최지현 때문에 꼴이 이게 뭐야?’다만 주혁이 무슨 잘못일까? 그는 단지 한 여자를 좋아한 것뿐인데.그녀가 딴사람들 눈엔 일말의 가치가 없을지 몰라도 그에겐 가장 완벽한 존재였다.주혁은 최지현을 너무 사랑했다.이건 마치 강세헌이 송연아를 좋아하는 마음과 비슷한 도리일 듯싶다.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한혜숙은 딸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너 언제쯤 그쪽 일 처리하고 이리로 올 거야?”송연아는 지금 처지를 생각하며 대답했다.“곧 가요.”그녀는 망설이다가 한혜숙에게 물었다.“엄마도 함께 오실래요?”“내가 거길 왜 가?”송연아는 한혜숙에게 송태범을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현재 상황으로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어쩌면 우리 용운시에서 지낼지도 몰라요...”“난 여기가 좋아.”한혜숙이 답했다.엄마는 어느덧 그곳 생활에 적응한 듯싶다.아무런 번뇌도 없고 찬이만 잘 키우면 되니까.송연아는 더 강요하지 않았다. 나중에 만나면 다 얘기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찬이의 근황을 몇 마디 더 물은 후 영상통화를 끊고 배가 고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냉장고에 있는 케이크를 꺼내서 한 술 떠먹었는데 부드러운 식감에 크림 향이 베어 있었고 겹겹이 과일 향도 났다.이때 불쑥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오은화가 집에 없어 그녀는 케이크를 식탁에 내려놓고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백수연이 집에 찾아온 걸 보더니 송아연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였다.“여긴 왜 왔어요?”백수연은 그녀를 보더니 울음을 터트렸다.“연아야, 네 아빠가 위독해. 마지막으로 널 한번 보고 싶은데 연락처를 몰라서 이렇게 찾아왔어.”송연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충격에 휩싸여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빨리요?”교수님은 분명 시간이 더 남아있다고 했으니 말이다.“그래, 너무 갑작스럽지...”백수연이 대성통곡했다.송연아는 더 고민할 겨를 없이 곧바로 기사를 불렀지만 마침 기사가 집에 없었다.이때 백수연이 말했다.“내가 운전했어. 내 차 타고 가. 네 아빠는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더는 기다릴 수 없단 말이야.”송연아도 초조한 마음에 더 생각하지 않고 황급히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달려갔다.“가요, 얼른.”백수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걸려들었다는 듯이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차에 탄 후 백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