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대세가 기울어진 것을 본 최용은 놀라서 도망가려고 소리를 질렀지만, 안타깝게도 이화당의 여러 녀석들에게 둘러싸인 후에 마찬가지로 참살되었다.몇 명의 큰 세력들, 강자, 고수들이 모두 이곳에 묻혔다.“기억해, 시체들을 잘 처리해, 어쨌든 너희들이랑 함께 하던 사람들이니까!”도범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여난화와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산 아래로 내려가자, 남은 녀석들이 도범을 보고 저절로 길을 비켜서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수아야, 겁내지 마. 이제 이상한 사람들 없어! 놀라지 않았지?”산 아래로 내려가면서, 도범은 더 이상 울지 않는 딸을 온화한 눈빛으로 보았다.“맞아요, 아빠가 최고야, 수아는 울지 않아요~”수아가 입을 삐죽거리며 뭔가 슬픈 표정을 짓더니, 도범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빠, 안 다쳤어요?”“하하, 안심해, 아빠는 괜찮아. 이건 모두 그 나쁜 놈들 피야!”말을 끝낸 후, 도범이 차 안에서 옷 한 벌을 꺼냈다.“내가 저쪽 강에 가서 옷도 갈아입고 빨래도 할 테니까 너희들 여기서 기다려. 이 상태로 돌아가면 좀 무섭잖아.”“네, 주인님!”여난화와 다른 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아를 도범의 차에 앉혔다. 도범은 멀지 않은 강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강은 멀지 않았으며, 작은 숲만 지나면 곧 도착할 수 있었다.“난화 언니, 한 번 가서 보고 싶어요!”옆에 있던 경호원이 숲 저쪽을 보고 옆에 있는 여난화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여난화가 검지를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찌르더니 힐끗 보았다.“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함부로 생각하지 마, 내가 말해두는데, 주인님의 오늘 전투력은 그냥 연습게임일 뿐이야. 진실한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하지. 네가 강 쪽으로 가면, 곧바로 발견될 걸?”이 말을 듣더니, 경호원이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나는 또 무슨 이유 때문인가 했네! 주인님한테 들킬까 봐 그런 거였어요? 창피할까 봐? 하하하, 언니가 결혼
하지만 수아가 안전하게 돌아왔으니 박시율은 그냥 평범한 납치라고 생각했고,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어쨌든 이 일이 일단 나봉희에게 알려지면, 걱정할 뿐만 아니라 도범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그가 적을 많이 만들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탓할 게 뻔하다.도범은 작은 물약 한 병을 가지고 여난화와 다른 경호원의 상처를 치료하고 나서야 수아를 안고 별장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바로 그날 밤, 중주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왕씨 가문, 청천당, 청왕당 및 이화당이 하룻밤 사이에 철저히 해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어떤 큰 인물에게 미움을 사서 이 세력들의 당주와 고수들이 모두 참살되고, 남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돌아온 다음에 값나가는 물건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밤새 뭔가에 쫓기듯이 중주를 떠났다는 것이다. 청천당이나 이화당은 원래 많은 이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었지만, 청왕당은 가장 큰 곳으로, 4대장 하나하나가 다 대단했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없어지다니.이튿날, 용씨 가문의 용준혁과 용신애도 이 소식을 알게 된 후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았다.“누가 그랬는지 알아?”용준혁이 광재를 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지만, 광재는 고개를 저었다.“그 세력에서 남은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 하나하나 겁에 질려 어젯밤 바로 중주를 떠났어요.”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멈춘 광재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열염산에서 멀지 않은 한 산골짜기에서 많은 시체를 발견했어요. 최용의 시체까지 모든 시체가 그 곳에 있었죠. 상처로 봤을 때, 모두 같은 사람이 한 짓이예요.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고수들을 죽이다니, 너무 무서워요!”이 말을 들은 용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도범이 한 짓이 분명해!”광재도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도범이라고 의심하고 있어요. 이 사람들이 최근에 도범에게 미움을 산 것 같아요. 그리고 어제 오후에 도범의 딸 수아가 하교할 때 교문에서 납치되었다고 들었어요. 경호원들도 적수가 되지 못하고 그
광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잠시 후, 용준혁이 용천수 앞에 도착하자 용천수는 그저 그를 한 번 보고 시선을 돌렸을 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너에게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더 이상 도범을 찾아서 복수할 생각을 하지 마. 청왕당, 청천당, 왕씨 집안, 이화당 네 가지 세력이 어제 하룻밤 사이에 모두 전멸하고 고수들이 다 죽었어. 아무런 전투력이 없는 녀석들만 남아서 밤새 중주를 탈출했어!”용준혁이 용천수를 보며 말했다.“뭐라고요!”그 말에 용천수는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청왕당과 이화당 같은 큰 곳과 청천당, 그리고 왕씨 집안까지요? 모두, 전멸했다고요?”용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가 조사한 결과, 그들을 전멸시킨 건 바로 도범이야. 이 네 세력이 손을 잡고 도범의 딸을 납치했는데, 결국 열염산에 시체가 즐비하고 그들은 중주에서 없어졌지.”“혼자서요?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렇게 대단할 수가 있어요, 전신도 아니잖아요!”용천수가 연거푸 고개를 저었다. 요 며칠 동안 그는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할지, 어떻게 도범을 죽여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아버지가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는 평생 복수할 기회가 없을 것 아닌가?“전신이 아니라도 아마 전신에 근접한 실력을 가졌을 거야. 무서운 녀석!”용준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용천수에게 계속 말했다.“천수야, 마음 속으로 틀림없이 그를 미워할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애초에 너에게 여러 번 충고했잖아. 도범의 미움을 사지 말고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그 말을 듣지 않더니 결국 이렇게 됐잖아. 반성해야 하지 않겠니?”침묵하는 용천수를 보며, 용준혁은 계속 말했다.“만약 정말 너를 위해 복수할 수 있다면, 내가 당연히 복수하지 않겠니? 나도 두려운 게 아니라, 가늠하고 있는 거야. 만약 우리가 정말 복수를 하러 간다면, 허허, 아마도 온 집안이 함께 가야겠지. 그래도 네 복수는 못할 거야. 그건 복수가 아니라 그냥 죽음을 자초하는 거지. 네가 아무 이유 없이
“너무 무서운 일이야, 큰 세력들이 뜻밖에도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모두 전멸하다니!”제갈가의 가주도 똑같이 놀라서 앞에 있는 제갈소진을 향해 말했다.“소진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 조사 결과가 어떻니? 이 큰 세력들이 멸망한 게 결국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어! 그 혼자 한 짓이야!”“설마? 혼자요? 이게 혼자 한 짓이라구요?”제갈소진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을 크게 뜬 채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자, 제갈 가문 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틀림없이 도범이야!”“그럴 리가요? 말도 안돼요!”제갈소진은 믿지 못했다.“도범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예요. 청왕당 고수는 대장과 비교되는 실력이고, 게다가 다른 세력들의 고수까지… 아마도 전신님이나 장세천 같은 8성급 대장 외에는 해내기 어려울 거예요. 심지어 장세천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포위 공격을 당하면서 죽인다면 다칠 수밖에 없을…….”여기까지 말한 제갈소진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일어섰다.“아버지, 조사를 통해서 도범이라는 걸 확신하셨어요?”“그래, 그날 오후에 누군가 그의 딸을 납치했어. 그리고 도범은 시내를 나갔지!”“그럼 분명히 지금 다쳤을 거예요. 제가 보러 갈게요!”제갈소진이 걱정을 가득 안고 별장을 뛰어나갔다.“이…….”그녀가 재빨리 뛰쳐나간 후에야 제갈 가문 가주는 쓴웃음을 지었다.“얘가, 설마 도범이 신의 의술을 가진 걸 잊었나? 설령 다쳤다고 해도 이미 다 고쳤겠지.”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는 한숨을 쉬었다.“아이고, 아쉬워라. 흐르는 세월이 무정하구나. 만약 내 딸이 도범에게 시집갈 수만 있다면 큰 복일 텐데!”그때, 밥을 먹고 있던 도범의 집에 한 노인이 웃으며 들어왔다.“하하, 타이밍이 좋군, 나도 참 먹을 복이 있어!”“장 대장!”박영호와 나봉희는 뜻밖에도 8성급 대장 장세천이 온 것을 보고 감격하여 즉시 일어섰다.“아이고, 정말 귀한 손님이 오셨네요. 빨리 장 대장에게 그릇과 젓가락을 드려!”8성급 대장이 손님으로 오다니,
그 말을 들은 장세천이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는 그의 제자였다. 화가 난 그가 허벅지를 두드리며 크게 말했다.“세상에, 영아가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다니, 스승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긴 한거야?”“뭐라고? 영아의 스승님?”나봉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만약 이후에 박해일이 영아와 결혼한다면, 장세천의 제자인 영아의 힘을 빌어 그들도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정말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장세천이 모른 척 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늘 밤, PC방에 있는 박해일과 영아는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 여기에 있었다면 적어도 박해일은 장세천과 함께 몇 잔 더 마실 수 있었을 텐데.“맞아요, 얘 좀 봐, 적어도 나한텐 말해야지!”장세천이 웃으며 계속 말했다.“만약 오늘 말 안해줬으면, 나중에도 계속 몰랐을 거야!”“허허, 자, 술, 술 마셔!”도범이 웃으며 앞에 있는 붉은 술병을 들고 장세천에게 술을 따랐다.“아유, 어떻게 감히 너한테 술을 따르게 할 수 있겠어?”장세천은 앞에 있는 사람이 장군이라는 생각에 놀라서 입을 열었다.“내가 술을 따르는 게 맞지 않을까?”그러나 그는 이 말을 하자마자 도범이 신분을 숨겼다는 걸 깨달았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심지어 도범의 아내조차도 그가 장군이라는 걸 아직 알지 못한다.주위의 이상하고 놀란 눈빛을 바라보며 장세천이 즉시 난처하게 웃었다.“내 말은, 나 혼자, 나 혼자 따르면 된다고! 이 사람아, 나는 혼자 술 따르는 걸 좋아해! 함께 술을 마시면 다 가족이지. 지위 그런게 어딨어!”나봉희와 다른 사람들은 방금 장세천의 해명을 듣고도 아직까지 놀라 있었다. 어떻게 도범이 그보다 더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말한단 말인가? 8성급 대장이 도범에게 술을 따라야 한다니, 그게 무슨…….도범도 옆에 식은땀을 닦았다. 장세천이 갑자기 와서 술을 마시자고 하더니, 이렇게 함부로 말해버리기까지 하다니.“그럼 안 되지. 대장이라는 신분을 제외하고서라도
“뭐라고!”나봉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놀라서 소리쳤다.“잘못 들은 거죠? 아가씨, 그 큰 세력들이 어떻게 도범이한테 전멸당할 수가 있어요?”한쪽에서 도범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제갈소진이 그의 신분을 폭로당하게 만들 것만 같았다.“사실 증거는 없어요.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신 거라서요!”눈살을 찌푸린 제갈소진이 말했다.“허허,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틀림없이 잘못 알고 계신 거예요. 제가 어디 그렇게 큰 능력이 있겠어요. 여기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장 대장, 장세천 같은 8성급 대장뿐일 거예요!”도범이 웃으며 담담하게 말한 뒤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빨리 아가씨에게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다 줘, 오셨으니 같이 밥을 먹고 술도 마셔야지!”그러자 제갈소진이 웃으며 말했다.“장 대장도 계셨구나!”“하하, 제갈 아가씨, 나중에 오고 싶으면 자기 집처럼 얼마든지 와요!”나봉희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정말 오늘 저녁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장세천 대장과 제갈소진 같은 큰 인물들이 집에 찾아오다니!“그래요? 헤헤, 시간 나면 자주 놀러 올게요!”웃으며 도범을 몰래 보는 제갈소진의 얼굴에서 더욱 수줍음이 드러났다.나봉희는 도범이 제갈소진과 결혼해서 부자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도범은 고집만 세서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억지로 결혼을 시킬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녀도 어쩔 수가 없다. 지금은 일단, 도범과 제갈소진이 많이 접촉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되면 자연스럽게 감정도 생길 것이다.“이상하다, 도범씨가 아니면 누가 그런걸까?”제갈소진이 앉은 후에 결국 또 참지 못하고 중얼거릴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그게 누구든지 간에, 어쨌든 도범이는 아니예요!”이때, 나봉희가 끼어들어서 말했다.“도범이도 참 대단하지, 120명을 때리는 건 문제없지만 수백 명, 수천 명을 죽이는 건 불가능해. 어떻게 그렇게 대단할 수 있겠어. 그렇게 대단하면 어떻게 7성급, 8성급 대장이 아니겠어?
도범이 웃었다.“아이고, 정말 잘 됐네!”나봉희도 이 말을 들은 후 밝게 웃었다.“장 대장님, 말해둘 게 있는데, 박씨 가문의 박시연도 그날 결혼해요. 김씨 집안 김제성이랑! 청첩장이 벌써 보내졌는데, 그 날 모두 그 결혼식에 가느라 아무도 우리 쪽에 오지 않을까 봐 걱정돼요!”“허허, 그럴 리가요. 다른 사람들이 다 그 김제성과 박시연의 결혼식에 가더라도, 저는 거기 안 가고 도범이 아내에게 열어준 생일잔치에 참석하러 갈 거예요, 하하, 도범이 보고 싶어서 가는 건 아니구요!”장세천이 웃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아마도 그때가 되면 모든 준장, 대장, 심지어 전신들이 모두 도범이 박시율을 위해 준비한 생일잔치에 참가하러 올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나도, 나도 그때 시율 언니 생일에 참석할 거예요!”제갈소진도 웃으며 태도를 확실하게 정했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정말 난처했거든요!”박영호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다른 사람들이 오지 않더라도 두 분이 오신다면 만족입니다. 어쨌든 제갈 아가씨와 장 대장 모두 큰 인물이니까요!”“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겸손하시네요! 벌주 한 잔 하시죠!”“하하하, 벌주 마시겠습니다!”장세천의 말에 박영호는 즉시 한 잔을 따라 마시고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이때, 한 술집에서 한지운, 박이성, 성경일, 장소연 네 사람이 함께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성경일이 생각을 거듭하다가 말했다.“맞아, 다들 얼마 전에 청왕당 등 네 개 세력이 소멸된 거 들었어?”“들었지, 우리 아빠가 안그래도 요즘 나보고 좀 조용히 다니라고 했어. 되도록 다른 사람 건드리지 말라고. 내 생각엔 너무 조심할 필요 없는 것 같은데!”한지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앞에 있는 술잔을 들고 건배했고, 성경일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군지 모르지만 참 대단해. 이제 6일 뒤면 박시율 생일인데 도범이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네. 그 독약 효과가 나타날 때가 되지 않았어?”“그래, 아쉽게도 지금 소연이가 박
이튿날 아침, 박시율과 도범이 정원에서 산책하고 있을 때 박이성과 장소연이 손을 잡고 다가왔다.“박이성, 왜 왔어?”박이성과 장소연을 만난 박시율은 즉시 안색이 변하며 보기 싫은 듯이 물었다. 박이성은 박해일의 여자친구를 빼앗았다. 박시율은 비록 전부터 박해일의 여자친구를 싫어해서 박해일이 그녀와 빨리 헤어지길 바라긴 했지만, 둘이 사귀는 상태인 걸 알면서도 박이성이 장소연과 만난 건 일부러 박해일을 모욕한 것이 아닌가?“내가 뭐 오면 안되는 데라도 왔나? 다들 한 가족인데, 와서 보는 것도 안 되니?”박이성이 웃으며 말했다.“그냥 와서 사촌 여동생 생일잔치 준비가 어떻게 되가는지 물어보는 거지 뭐. 듣기로는 김제성이랑 박시연이 6성급 호텔 꼭대기층을 예약했다던데!”박이성은 말을 하면서 줄곧 도범을 주시했고, 그가 허약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지 관찰하려고 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나는 내 남편이 한 말을 믿어. 이미 준비가 다 됐대.”박시율은 차갑게 웃으며 여전히 상대방을 좋게 보지 않았다.“아이고, 여보, 나 요즘 어떻게 된 일인지 머리가 어지럽고 무기력해. 가끔 가슴이 답답하고 숨도 막혀서 괴로워!”도범은 역시 멍청하지 않았다. 이내 상대방이 찾아온 뜻을 알고 일부러 머리를 비비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왜그래, 여보, 괜찮아?”그 말을 들은 박시율은 깜짝 놀랐다. 어젯밤 도범은 분명히 멀쩡했는데, 왜 오늘 갑자기 아픈 걸까?그리고 박이성과 장소연은 이 말을 듣자마자 서로 눈을 마주치며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했다. 그 독약이 틀림없이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생각보다 뚜렷한 효과는 아니었지만 도범의 신체 저항력 때문에 더디게 나타나는 게 분명하다.“괜찮아, 아마 요 며칠 잘 못 쉬어서 그런 것 같아!”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병원에 가 볼래?”“정말 괜찮아, 여보!”박시율이 여전히 걱정되어 물었지만, 도범은 어깨를 으쓱했다.“봐, 이제 많이 좋아졌잖아? 게다가 나는 의사야, 내가 스스로 진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