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아, 앉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는 밥을 먹으러 온 거지, 싸우러 온 게 아니야!”나봉희는 화가 나서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원래 여기 와서 밥을 먹는 건 겸사겸사 도범이 원소준의 할아버지를 도와 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오는 길에 도범에게 당부하는 걸 잊어버리다니. 도범이 소란을 자주 일으킨다는 걸 잊어서 이렇게 되었다. 그녀도 원소준의 말이 불쾌했지만, 그는 나이가 적다. 도범은 왜 어린 상대에게 양보할 줄을 모르는 것일까?“장모님, 싸우려는 게 아니라 그냥 겨루는 거예요!”도범은 주먹을 비비며 이미 한쪽으로 걸어갔다.“허허, 녀석, 잘 생각해라!”C국 사람 하나가 냉담하게 웃었다.“너도 알다시피 두 나라가 적대국이니, 너도 주먹과 발을 잃고 슬픔에 잠길 게 두렵지 않은가 보지?”분명히, 상대방은 도범에게 뭔가를 암시하고 있다.“두렵지 않아!”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다시 말했다.“왜냐하면, 내 눈에는 당신들이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게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하하, 정말 미치겠네!”원소준이 웃으며 나봉희를 바라보았다.“아줌마, 아직 요리도 안 나왔는데, 사위를 보니까 평소에도 미친 짓을 많이 하나봐요? 이런 사람은 누군가가 좀 잘 교육을 시켜서 성질을 죽여놔야 해요.”원영훈도 그의 말을 거들었다.“소준이 말이 맞아. 식사 전 공연이라고 생각해, 밥 먹기 전에 흥을 돋우면 좋지!”상대방이 모두 이렇게 말하니, 나봉희도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그래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하지만, 모두들 잊지 마세요! 한 번 겨루는 거지 너무 지나치게 싸우지 마세요!”“여사님, 어쩔 수 없습니다. 사위가 우리 모두와 함께 겨루겠다고 하는 건 우리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닙니까?”한 흑인이 바로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주먹을 쥐었다.“나 혼자면 충분해!”말을 마친 그가 차갑게 웃으며 하얀 이빨을 드러낸 채 마치 검은 치타처럼 번개같이 도범의
“같이 덤비자, 아직 믿을 수 없어!”키가 큰 경호원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 후 바로 도범을 향해 돌진했다.‘퍽퍽퍽!’그러나 그들의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범의 털에도 부딪히지 못한 채 하나하나 나가 떨어져 땅바닥에 누워 배와 가슴을 붙잡고 있었다. 모두가 가슴의 갈비뼈가 부러져 통곡하고 있다.경호원들이 쓰러진 걸 본 원영훈과 원소준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병신들, 경호원이라는 것들이 이런 녀석도 못 때리다니, 정말 뭐 하는 놈들이야!”원소준이 일어나서 차갑게 욕했다.“도련님, 저희 문제가 아니라, 이 녀석이 정말 대단합니다. 저희는 적수가 못 됩니다!”한 녀석이 아파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도련님, 갈비뼈가 부러졌어요,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요!”“꺼져, 다 꺼져!”원소준이 차가운 얼굴로 그 쓰레기들을 일단 병원으로 보냈다.“하하, 봉희야, 사위가 참 괜찮네. 예절은 잘 모르지만 주먹은 잘 쓰는구나!”나봉희의 절친, 아이린이 웃으며 말했다.“그런대로 괜찮지. 5년 동안 군대에 갔다 온 게 헛수고는 아닌 것 같아!”상대방의 칭찬을 들은 나봉희가 얼굴에 화색을 띠자, 원소준은 화가 난 채 자리에 앉아 중얼거렸다.“잘 때리는 게 무슨 소용이야? 그냥 무모한 사람이지! 돈만 있으면 어떤 무술 고수를 못 모시겠어? 세계 제일 가는 킬러도 고용할 수 있어!”“우 도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도범이 웃으며 자리에 아무렇게 앉았다.“하지만 저는 정말 두려울 게 없습니다. 전 세계 10대 킬러를 다 데려와도 두렵지 않은데, 그렇게 다 고용하려면 도련님 돈이 감당 안될텐데요?”“도범아, 무슨 헛소리야? 농담하지 마!”나봉희는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10대 킬러라니, 그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들인가? 그 중 한 명만 와도 대단한 사람일 텐데. 도범이 이 녀석이 또 억지를 부리면서 다른 사람과 농담을 하는 게 분명하다.“정말이예요, 농담 아니예요!”도범이 나봉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하하, 말투가 정말 보통이
나봉희도 웃으며 말했다.“참, 원 사장님, 우리 사위가 때리는 것 말고도 또 한 가지 재주가 있어요. 제가 오늘 사위를 부른 것도 바로 그걸로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예요!”“그래요? 말씀해 보세요.”원영훈이 호기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우리 사위가 의술도 아주 뛰어나요, 제가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우리 중주의 일류 집안 제갈가의 큰 아가씨, 제갈소진에게 비만병이 있었는데…….”나봉희는 도범의 휘황찬란한 의술 역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대단한 점은, 3일만에 다이어트를 성공시켜서 뚱보에서 늘씬한 숙녀로 만들어 줬다는 거죠.”“정말 신이네요. 3일 동안 살이 그렇게 많이 빠질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요!”아이린도 이 말을 듣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도범을 바라보며 말했다.“도범아, 나도 좀 봐.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배에 군살이 많아. 너의 그 신기한 알약을 나한테도 하나 줄 수 있을까? 아줌마도 살 좀 빼게!”도범은 이 말을 들은 후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이 약이 저에게 있긴 하지만 그냥 드릴 순 없어요. 약의 원가가 비싸서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아이린이 갑자기 조금 민망해져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얼마든지 말해. 아줌마가 너한테 살게. 그런 좋은 물건은 당연히 원가가 비싸겠지!”이 말을 들은 원소준이 불쾌해했다.“너무 째째한 거 아닙니까? 우리가 사는 이 식사가 이미 2억이 넘는데, 약 한 알을 돈을 받고 판다니? 돈이 그렇게 궁합니까?”여기까지 말한 원소준이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하지만 우리 원씨 가문은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 얼마인지 말해 보세요, 그냥 거지한테 적선하는 셈 치지 뭐!”그러자 도범이 웃으며 말했다.“원씨 가문이 돈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으니까 약값은 당연히 줄 수 있겠죠? 사실 비싼 약도 아니예요, 한 알에 6백억밖에 안 됩니다!”“6백억? 다이어트 약 한 알에 6백억을 달라고요? 이게 무슨 농담입니까?”소리를 지른 원소준이 이내 진정하고 웃엇다
도범의 말은 아이린과 원영훈이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이 녀석은 분명히 고의로 가격을 올려 그들의 6백억을 갈취해 놓고, 지금은 귀중하지 않다니.“하하, 확실히 귀중한 가격은 아니네요. 만약 우리 엄마한테 효과가 있다면 아깝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 목숨 값이라면 6백억의 가치가 있지. 아주 가치가 있어!!!”원소준이 웃으며 말했다.“자, 다들 식사하세요!”원영훈도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말할 때는 웃으면서 농담하는 것 같아도, 만약 도범의 약이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그들에게 6백억을 쓰게 한 거라면, 도범은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그리고 오늘 자기 부인이 굳이 자신과 아들을 불러서 친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보러 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그도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서 오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때, 나봉희가 웃으며 말했다.“정말 재밌어. 농담도 잘하네!”그리고는 옆에 있는 아이린을 보더니 다시 말했다.“너희 원씨 어르신의 그 병, 이따가 저녁 먹은 뒤에 우리 사위한테 좀 봐 달라고 해. 치료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제 생각에는 별 쓸모 없을 것 같은데요. 우리 할아버지 병은 의료 기술이 그렇게 발달한 C국에서도 아직 몇 달째 치료되지 않았는데, 이 사람이 어떻게 치료를 합니까? 지금 우리 엄마한테 준 살 빼는 약도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운데, 연세가 그렇게 많으신 할아버지 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때 죽는 사람은 저 사람 혼자가 아니라 아줌마랑 딸한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어요!”원소준이 비웃으며 손에 든 붉은 술잔을 흔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건, 명백한 위협이다.그의 말에 조금 무서워진 나봉희가 도범을 보며 말했다.“도범아, 만약 네가 자신이 없으면 그냥 그만두자. 우리는 밥 먹고 그냥 돌아가자. 어쨌든 할아버지 병이 그냥 병도 아니고 외국에서도 치료 못한 병 아니니.”“저는 상관없어요. 어차피 모르는 사람이니까!”도범이 어깨를 으쓱했다.
원소준의 웃음을 보고 도범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원영훈과 원소준이 할아버지의 병세를 그리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걸 느꼈다.게다가 그들은 노인을 데리고 의사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인이 죽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슬픔도 느끼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그래요, 당신들이 이렇게 한의학을 무시하니 제가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어차피 요즘 별 일 없으니, 겸사겸사 어르신을 도와 병을 치료해 보죠!”도범이 기지개를 켜며 나른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맞은편의 원영훈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해 주겠다고 말했을 때, 원영훈의 입가에는 분명히 약간의 경련이 일어났고, 마음에 뭔가 변화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변화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좋아, 그런데 도범이 너 이번에는 얼마를 받을 예정이니? 헛걸음을 할 순 없으니 네가 치료할 수 없다 하더라도 검사비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원영훈이 웃으며 물었다.“안심하세요, 이번에는 돈을 받지 않을게요. 치료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돈은 안 받을거예요. 여러분들에게 한의학의 효과를 보여주고, 서양 의학이 반드시 한의학보다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드릴 겁니다!”입에 음식을 넣은 채 도범이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를 마치자, 나봉희는 도범이 무료로 병을 치료하겠다고 나선 게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 전에 6백억을 받은 걸 생각하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별장에 도착했다.“할아버지는 위층 방에 계세요. 제가 여러분을 데리고 올라가겠습니다. 제 여동생도 전문가를 데리러 갔는데, 돌아왔는지 모르겠네요.”원소준이 히죽거리며 도범을 비롯한 사람들을 데리고 2층으로 걸어갔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아까 그가 말한 전문가가 방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검사했어요? 어떻습니까?”그를 보자마자 원영훈은 바로 앞으로 다가가 물었지만, 전문가는 고개를 저었다.“검사 결과에 아무것도 뜨지 않습니다.
“설마? 이렇게 한 번 보고 어떤 병인지 알았다고요?”원소윤이 붉은 입술을 약간 벌리며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며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하면서 아이린에게 물었다.“엄마, 이 사람 누구예요? 의사인가요?”아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내 친구 사위야. 한의학을 좀 공부했다던데, 의학 수준이 어떤지는 나도 잘 몰라!”“허허, 이 녀석, 너 무슨 농담을 해? 나는 전문가야. 수많은 이상한 병들을 치료한 적이 있지. 중주시에서도 아주 유명해. 우리가 방금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하나도 알아낼 수 없었어. 그걸 네가 이렇게 멀리서 보고 한 번에 알아낸다고?”도범의 말은, 앞에 있던 이 전문가에게 있어서 갑자기 뺨을 맞은 것처럼 어이없게 느껴졌다. 원래 의사 몇 명을 데리고 바로 떠나려던 그는 순간 기분이 좋지 않아 즉시 도범을 향해 말했다.“이 자식이, 허풍 떤 거지? 우리 왕 교수님이 얼마나 임상 경험이 많으신데…….”그 옆에 있던 다른 의사도 즉시 도범에게 따졌다.의사들이 모두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잠시 기뻤던 원소윤은 다시 얼굴빛이 어두워지고, 마음속의 힘이 없어졌다. 이 도범이라는 사람은 나이도 많지 않아 보이고, 게다가 방금 와서 아무런 검사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 번 대충 보고 뭘 알 수 있겠는가?“만약 제 추측이 맞다면, 어르신은, 중독되신 겁니다!”도범이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일부러 한쪽 옆에 있는 원영훈을 보았는데, 역시 그의 말을 듣는 원영훈은 뭔가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더니 순간적으로 곧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지. 우리 아버지가 이 병을 그렇게 오래 앓았는데, 이게 중독이라면 벌써 죽었어야 하는 거 아니야?”“콜록!”이 말을 들은 노인은 마음이 격해져서 바로 두어 번 기침을 했고,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할아버지!”원소윤이 바로 달려가 휴지를 꺼내 피를 닦기 시작했다.“할아버지, 병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어요. 어떡하면 좋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다시 달려와
“너 이게!”몇 명의 의사들은 하나같이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자, 이제 저는 할아버지의 병을 검사할 겁니다, 어떤 방해도 받아서는 안 돼요. 한 사람만 남고, 다른 사람들은 나가서 문을 닫으세요!”도범은 마지막으로 뒷짐을 진 채 서서 엄숙하게 말했다.“원소윤씨, 당신은 남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가게 해주세요!”“자, 갑시다. 우리는 나가고 도범이가 이 안에서 병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합시다!”어두운 얼굴로 도범을 깊이 쳐다보던 원영훈은, 이 녀석이 정말 뭔가를 알아차리는 건 아니겠지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원소윤은 그제서야 문을 닫고 도범의 앞으로 갔다.“의사님, 왜 저만 혼자 남겨두셨어요? 무슨 일이라도?”“할아버지가 이제 말도 못하시죠? 목구멍 느낌은 정상이지만 그냥 기운이 없을 뿐이예요, 그렇죠?”도범은 원소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맞아요, 아직 맥도 짚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원소윤은 더욱 놀라서 도범이 정말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도범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전혀 힘이 없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아이고, 제가 드리고 싶지 않은 말이 있는데, 당신이 감당하지 못할까 봐…….”도범이 한숨을 쉬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제가 당신을 남겨 둔 건 당신과 할아버지의 관계가 좋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예요. 다른 사람들은 다 믿을 수 없어요.”“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할아버지가 중독되었다고 하셨는데, 지금 또 다른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니, 설마, 설마 우리 아버지가…….”원소윤도 바보는 아니기에, 금새 뭔가 추측한 듯 놀라서 입을 막았다.“그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할아버지를 해칠 수가 있어요?”원소윤은 가능한 자신을 진정시키고, 도범을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는 감당할 수 있어요. 제가 이 집 딸이긴 하지만, 사실 저는 딸 대접
“이렇게 하면 되나요?”원소윤이 놀라서 말했다.“이미 몸 안에 오랫동안 독이 있었어요. 이건 일종의 기이한 독약으로, 조금씩 생명을 앗아가죠. 서양 의학 기계들은 전혀 아무것도 검사할 수 없어요. 저도 약으로 조금씩 회복시킬 겁니다. 피부에 스며들어 천천히 독을 제거할 수 있게요.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는 분명히 회복이 안 될 거예요!”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설명했다.“그런데 정말 말씀하신 대로 우리 아빠가 독을 넣은 거면 어떡하죠? 앞으로도 계속 독을 넣을 텐데!”잠시 두려운 생각이 든 원소윤이 말했다.“푸!”바로 이때, 할아버지가 갑자기 독혈을 한 모금 토해내더니 입을 열었다. 화가 난 할아버지가 쉰 소리로 말했다.“이 반역자 같은 놈, 불효자, 내가 죽여버릴 거야!”“할아버지, 이제 말씀하실 수 있어요? 빨리 말씀해 주세요. 아버지가 왜 독을 넣은 거예요?”원소윤이 바로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이 놈이, 내가 항상 정당하지 못한 사업은 하지 말라고 충고했는데, 그렇게 양심을 잃은 짓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는데! 내가 그 놈을 막았기 때문에 몰래 나에게 약을 처방하고 있었던 거야!”이를 악문 할아버지가 단단히 화가 나서 말했다.“무슨 소리예요? 어르신, 말씀해 주시겠어요?”도범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그들이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다른 일이 있어서야. 내일 이쪽의 사람들과 물건을 인도할 예정이야. 바로 그 몰래카메라 사진… 이쪽에서 청천당이 많은 젊은 여자들을 잡았으니 물건과 함께 인도하겠지…….”할아버지가 도범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어떻게 자네에게 이런 일을 다 설명할 수 있겠나. 허허, 자네에게 말해도 소용없어. 내 아들은 이미 양심을 다 잃었고 잘못을 고집하고 깨닫지 못하고 있어.”“역시 청천당, 이 놈의 청천당이, 역시 이런 일을 하고 있었어, 젊은 여자를 잡아서 C국에 보내다니!”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도범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내일 물건을 인도합니까? 제가, 제가 내일 그들이 가는대로 다 죽이겠습니다!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