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벌써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도련님께서 미녀를 품에 안고 돌아오는 중일 수도 있겠어요.”......“철거해!”성경일이 사람들에게 명을 내렸다.“뭐야? 도범 저 자식이 두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은 건 가? 언제 저기에 간 거야?”나봉희가 성경일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 세 사람을 바라봤다.그녀는 자신의 딸이 성경일의 말에 허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누가 감히!”그때 도범이 대문 앞에 버티고 섰다. 그의 옷에는 흙이 묻어있어 지저분해 보였지만 그곳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기세가 남달랐다.“도범, 제법이네!”성경일이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중년 남자를 보며 다시 말했다.“형님, 나서주시죠, 저 자식 좀 혼내줘!”도범은 진작에 중년 남자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봤다. 남자는 가만히 서서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군인의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게다가 똑바른 자세까지, 이는 평범한 이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다.상대방도 도범을 보며 사나운 기세를 느꼈다. 다른 이는 느낄 수 없었지만 전쟁터에서 무수히 많은 시체를 밟으며 살아온 그는 알 수 있었다.“당신도 금방 부대에서 돌아온 건 가?”중년 남자가 도범 앞으로 다가오더니 물었다.“그렇다! 당신 같은 사람이 저런 사람을 도와주고 있다니, 전쟁터에서 만났다면 당장 당신을 죽였을 거야!”“나를 죽인다고? 그럴 권리가 없을걸!”홍희범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들어가서 얘기 좀 나누자, 일을 그렇게 보기 싫게 만들 필요 없잖아, 너도 부대에서 돌아온 사람이니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구나.”홍희범의 말을 들은 도범이 웃었다.“재밌네, 그럼 들어가서 얘기 좀 하자.”“이 자랑 들어가서 얘기를 좀 나눌 테니 내 명령 없이 그 누구도 움직이지 말라고 전해주세요.”홍희범이 성경일을 보며 말했다.“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냥 못 쓰게 만들어주면 된다니까. 죽도록 패주고 꺼지게 하면 된다고, 아니면 죽여도 돼,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거야, 그럴 자격이 없는 놈이라고.”성경일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그러면 당신도 아무런 보상도 없이 강제적으로 집을 철거하는 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거네?”“찔리는 게 있으니까 우리한테 보상해 주겠다고 하는 거 아니야?”도범은 중장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고, 긴장한 기색 하나 없었다. 그는 오히려 담담하게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만약 네가 전쟁터나 부대 내부에서 중장을 만났다면 절대 이런 태도일 수 없었어!”홍희범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하지만 난 지금 너와 다투고 싶지 않아. 100억 줄 테니까 식구들을 데리고 이사 가. 하지만 절대 성경일이 알아서는 안 돼!”“이상하네. 무려 장성급 장교인 당신이, 그것도 중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성경일한테 쩔쩔매는 거야?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네. 당신이 그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잖아.”도범이 눈썹을 찡그리며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듯이 물었다.“무서워하는 게 아니야. 입대하기 전에 우리 집은 아주 가난했었어. 한 번은 나와 내 여동생이 굶어죽을 지경까지 되었는데 그가 지나가면서 우리한테 몇 십만원인가 주고 갔었지. 비록 그 정도 돈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을지 몰라도 우리한테는 의미가 남달랐어. 우리 목숨 값이나 다름없었으니까!”“물론 그 이유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긴 하지. 내가 성경일의 여동생을 마음에 두고 있거든…”홍희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더니 다시 도범을 향해 말했다.“이미 도와주겠다고 말을 마친 상황이라서 이렇게 개인적으로 너한테 돈을 줄 수밖에 없어. 네가 돈을 받고 가족들을 데리고 이사만 가면 나는 성경일의 심기를 거스를 일도 없고 강제로 너희 집을 철거할 필요도 없지. 이돈으로 내 마음의 짐을 더는 거라고 생각해!”“하하 너는 그 돈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버릴 수 있겠지만!”도범이 큰 소리로 웃더니 이어 말했다.“나는 내 와이프를 데리고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집을 찾아다니고 싶지는 않은데?”자신이 이 정도까지 양보했는데 도범은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구구절절 설명하며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전했지만 그는 전혀
홍희범의 눈빛이 충격으로 흔들렸다. 그는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상대방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그의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었고 힘 또한 어마어마하게 강했다.그가 흠칫 몸을 떨더니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그때 도범이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더니 꾹 내리눌렀다. 그러자 남은 한 쪽 다리가 그 힘을 버텨내지 못하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꿇렸다.“악!”그는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무시무시한 도범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어깨 위에 커다란 산을 얹은 듯이 무겁게 내리눌러 도무지 일어설 수가 없었다.홍희범이 도범을 바라보았다. 상대방은 큰 힘을 쓰지도 않는 것처럼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었다.“여기가 만약 전쟁터였고 당신이 내 적이었다면 이미 내 손에 몇천 번은 죽었겠지.”도범이 여유롭게 한 마디하고 손을 내렸다.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홍희범의 눈빛이 멍해졌다. 그는 얼빠진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강하다!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눈앞의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지?그는 방금 전 도범이 했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도범이 그를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 죽였을 것이다.“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홍희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대장급도 이 정도로 강하지 못해. 나를 상대하는 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어!”여기까지 말한 홍희범이 잠시 침묵하다 이어 말했다.“이 세계의 구대 전신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중에 당신 같은 사람은 없었어. 어떻게 당신은 전신에 맞먹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을 수가 있지?”너무나 커다란 충격이었다. 겉보기에는 특별한 게 없는 남자였다. 홍희범은 평범한 옷차림에 심지어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하는 남자가 이렇게 무서운 전투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신?”그 말을 들은 도범이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만약 내가 당신한테 구대 전신들이 모두
장군은 부대에서 줄곧 가장 신비한 존재였다!듣기로는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도 극소수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독특한 가면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꽤 있었다.이 드래곤 가면이 전쟁터에 나타나기만 하면 열세에 처한 군사들도 전의를 불태우며 자신감이 살아나곤 했었다.듣기로 이 가면이 나타난 후 장군이 참여한 전쟁은 단 한 번의 실패도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이 가면과 가면을 쓴 사람은 이미 모든 전사들의 신앙이자 그들 영혼의 숭배자가 되어버렸다.원래 대로라면 이 장군의 신분은 공개 발표가 되었어야 했다. 모든 사람들이 장군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했었다.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구대 전신의 신분만 공포되었을 뿐 이 전설 속 인물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홍희범은 너무 놀라 다리가 후들거렸다. 언제부터였는지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 누구도 감히 장군을 모독할 수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한 번은 장군이 장난으로 대통령의 수염을 두 가닥 뽑은 적 있다고 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목이 날아갈 죄목이었다.“하하 내가 너를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이미 죽였지 이렇게 무릎을 꿇려 두구 있지 않았어.”도범이 담담하게 웃더니 이어서 말했다.“명심해. 네가 이제는 비록 전쟁터를 떠났지만 군인으로서의 기개와 정신을 절대 잃어서는 안 된다는걸! 절대 누군가의 앞잡이 노릇은 하지 마. 이를 어길 시에는 이 나라를 위해서라도 내가 직접 나서서 쓰레기를 처리하게 될 거야!”홍희범이 식은땀을 흘렸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군님. 장군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참, 내가 장군이라는 사실을 아무한테도 알리지 마. 난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그저 와이프 곁에 있고 싶을 뿐이다. 알았나?”도범이 가면을 벗고 손을 한 번 뒤집자 마법처럼 가면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걱정 마세요 장군님. 이 비밀은 제가 무덤까지 갖고 갈 것입니다. 제가 죽더라도 절대 장군님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겠습니다.”홍희범이 즉답했다.
“어때? 역시 도범, 너희들이 꺼져야겠지? 난 그 외의 다른 결론 같은 건 듣고 싶지도 않거든!”성경일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돌아갑시다 도련님!”홍희범이 어두운 표정으로 성경일한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성 씨 가문이 이 중주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 어서 돌아가야 합니다!”“그, 그게 무슨 말이야?”당황한 성경일이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있었다. 홍희범은 무려 중장 급 인사다. 그런데 왜 그가 이렇게 도범을 무서워하는 거지? 처음에는 성 씨 가문을 지키는 자들 중 가장 강하다는 장건이 도범을 건드리지 말라며 자신을 말렸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중장급 인사마저 도범한테 벌벌 떨면서 도범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있다.“제 말 들으십시오. 아니면 성 씨 가문이 큰 화를 입게 될 겁니다!”홍희범이 낮은 목소리로 성경일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는 엄숙한 말투로 그렇게 한 마디 던지고는 곧바로 밖으로 나가버렸다.“이건…”성경일은 몹시 동요하고 있었다. 홍희범은 고수 중의 고수였고 신분 또한 어마어마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도범을 무서워하다니.“설마…”성경일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도범은 퇴역 군인 신분으로 돌아왔다. 설마 저 자식이 지금껏 신분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진짜 신분은 홍희범보다 더 높은 직급에 있고?만약 정말 그렇다면 도범은 최소 대장 급이라는 말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공적 또한 어마어마할 것인데 누가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에헴, 이제 보니 이 집이 그렇게까지 낡아 보이지는 않네. 아직 붕괴 위험은 없겠어. 자 다들 이만 돌아가자!”성경일이 낮게 헛기침을 두 번 하더니 그대로 몸을 돌리며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가려고 했다.“도련님 이대로 그냥 돌아가는 겁니까?”그와 함께 온 성 씨 집안의 보디가드들은 하나같이 의문에 찬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홍희범이 성경일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전혀 듣지 못했었다.“빨리 가지 않고 뭐 하고 서있어? 이 정도로 튼튼하게 지었으
성경일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그는 홍희범이 절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때문에 더 이상 도박을 해서는 안 되었다. 만약 잘못 걸었다가는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가족들한테까지 피해가 갈 수 있었다.지금의 성 씨 가문으로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그의 손으로 망칠 수는 없었다.남자라면 박시율의 아름다움을 한 번쯤 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과연 여자 하나에 성 씨 집안 전체를 걸 가치가 있을까?다행스럽게도 바로 그때 나봉희가 도범을 확 잡아당기더니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너 미쳤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저분은 성 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네가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상대야!”그러더니 그녀는 곧장 성경일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도련님께서 오해였다고 하니 아마 그쪽 아래 사람들이 잘못 검측했나 봅니다. 괜찮아요. 어서 돌아가 보세요!”그녀의 말에 성경일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이렇게 꽁무니를 빼는 것이 무릎을 꿇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만약 그 일이 손문이라도 나게 되면 자신은 온 중주시의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네 네 네. 아주머니 말씀이 맞아요!”성경일이 곧바로 머리를 끄덕이며 도범에게 변명했다.“너도 보았다 싶이 이건 내가 가려고 한 게 아니라 아주머니가 가라고 해서 가는 거야. 그러니까 절대 내 탓이 아니야!”말을 마친 성경일은 도범이 쫓아가기라도 할까 봐 그러는지 곧장 차가 있는 곳까지 달려가더니 차를 몰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남은 부하들은 어리둥절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은 왠지 자신의 도련님이 도범을 두려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인수가 월등히 많은데 설마 도범 한 사람을 제압하지 못할까?하지만 자신들의 도련님마저 떠난 상황에 그들도 결국에는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저놈 도망가는 게 토끼보다도 빠르네!”도범이 쓴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몰골을 확인하고
“그 말도 일리가 있네!”장소연의 분석에 박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됐어. 비록 내 매형이 무능하기는 해도 자기 체면 정도는 챙길 줄 아는 사람이잖아. 문도 닫았으니까 남부끄러울 일도 없고. 어쨌든 집이 철거되지는 않았으니까 좋은 일이잖아!”“그래 맞아. 철거되지 않으면 좋은 일이지. 두 달 정도 지나면 네 누나 월급이 나오니까 그땐 집 보러 가자꾸나!”나봉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떠오른 듯이 말을 이었다.“참, 내일이면 네 누나도 출근해야 하니까 나가서 장 좀 봐오자꾸나. 간 김에 쇼핑도 하고. 나도 괜찮아 보이는 옷 좀 몇 벌 사야겠다.”“그래요 엄마, 이제 우리 돈도 있잖아요. 매형이 준 돈이 아직 1억이나 넘어 남았으니까 그걸로 좋은 옷 몇 벌 사세요. 지난 몇 년간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당연히 보상받아야죠.”박해일이 씩 웃으며 답했다.곧바로 나봉희는 박해일과 박영호 그리고 장소연까지 데리고 쇼핑하러 나갔다.정원에는 박시율만 남아 수아와 놀아주고 있었다.잠시 후 도범이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비록 낡아 보이긴 해도 보는 사람에게 청량감을 안겨주는 차림이었다..“여보, 당신 아까 홍희범이라는 사람과 안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어? 설마 정말로 무릎 꿇고 빈 건 아니지?”박시율이 한참 침묵하다가 결국 도범에게 물었다.도범이 식은땀을 흘리며 난감하게 웃다가 답했다.“당신 눈에 당신 남편이 그럴 사람으로 보여? 그냥 잠깐 전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눴을 뿐이야. 그쪽도 이런 일로 나를 만난 걸 한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고. 내가 아는 준장님이 한 분 계시는데 마침 그자와도 친분이 있었어. 그러니까 그쪽에서 내 체면 좀 봐 준 거지!”“당신 준장급 사람도 알고 있어? 정말 대단해!”박시율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아까 그 홍희범이라는 사람도 엄청 대단한 사람이야. 무려 중장이거든. 나도 몹시 존경하고 있어!”도범이 담백하게 웃으며 답했다.“그 사람이 중
그는 열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번뜩이는 회칼을 손에 쥐고 있는 자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압도적인 인수에 흉기까지 들고 있는 것을 본 박시율은 덜컥 겁이 났다.그녀는 얼른 곁에 있던 박수아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어떡해 여보? 상대가 너무 많아. 저 기세로 보아 이번에는 정말 뭔 일을 낼 것 같은데!”겁에 질린 박시율이 수아를 꼭 끌어안았다.“너무 무서워하지 마 엄마, 아빠가 나쁜 사람들 다 물리칠 거야. 아빠 엄청 강해!”앳된 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겨우 4살이 넘은 아이가 이미 철이 들어서 오히려 박시율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그래. 아빠가 반드시 해결해 주실 거야!”박시율은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수아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었지만 찌푸려진 미간만큼은 펴질 줄 몰랐다.“걱정하지 마. 내가 여기 있는 한 아무도 내 가족을 건드릴 수 없어!”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지난 5년간 내가 어떻게 전쟁터에서 살아남았겠어?”“하하 우리 또 만났네요 박시율 씨.”한 씨 성을 가진 도련님은 사람들을 끌고 도범으로부터 5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멈춰 섰다. 그가 소리 내어 웃으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박시율을 바라보았다.“역시 미인은 미인이야. 돌아와서 씻고 나니까 훨씬 매력적이잖아!”거기까지 말한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뜸 들이더니 이어서 말했다.“좋아요,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요?”“자그마한 이류 가문 주제에 이런 행패를 부리다니. 시퍼런 대낮에 사람들을 끌고 온 것도 모자라서 무기까지? 하하, 이것 참 법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네?”도범이 싸늘하게 웃으며 상대방을 바라보았다.“하하 법이라고?”한 씨 성을 가진 도련님이 큰 소리로 웃더니 말했다.“내 돈과 내 권력이 바로 법이야. 네까짓 게 이류 가문을 무시하는 거냐? 너 이류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아?”도범이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대단하다고? 그렇게 대단한 가문이면서 어떻게 제대로 된 보디가드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
각양각색의 논조,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끝없는 토론. 그러나 도범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도범은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오양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오양수가 무기를 꺼내들자, 도범도 천천히 자신의 회흑색 장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 장검은 오랫동안 도범과 함께한 무기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오양수는 청란골패를 가볍게 휘두르자, 뚜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기가 청란골패에서 뿜어져 나오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꾸었다.현재 오양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도범을 쓰러뜨린 뒤, 잔인하게 고통을 주어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알게 하는 것이었다.오양수는 크게 포효하며 두 손을 뒤집어 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오양수의 손바닥에 육각형 모양의 얼음 화살이 생겨났고, 4초 후,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오양수의 앞을 가득 메웠다.오양수는 다시 한번 포효하며 앞을 향해 힘껏 밀어붙였다. 그러자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도범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고, 이 화살들과 함께 엄청난 한기가 도범을 덮쳤다.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수많은 육각형 얼음 화살은 단숨에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그때,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도범 저 녀석, 실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양수가 수련한 무기는 지급 상급 무기, 빙봉천리에요! 그런데 도범이 단칼에 빙봉천리를 가르다니, 실력이 꽤 강한데요!”그 사람이 말을 끝내자마자 주변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나왔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바라문 세계를 둘러봐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방금 전의 공격은 단지 약간의 힘만 사용한 거에요. 오양수가 진심으로 도범을 죽이려 했다면, 반항할 틈조차 없었을 거에요!”오양수가 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눈살을 찌푸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네가 뭔 상관이야! 이 건방진 놈, 죽고 싶어! 마침 상대가 필요했는데, 너의 입탑영패를 가지고 와. 우리 한 판 붙자!”그러자 오수경은 콧방귀를 뀌며 태연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강자 흉내 내지 마. 내 가슴에 6품 연단사 휘장이 붙어 있는 걸 못 봤어? 그런데 네가 연단사인 나와 실력을 겨루겠다고? 차라리 연단술을 겨뤄보는 게 어때?”이 말에 검은 옷의 대장부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규칙이 없었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오수경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더욱 신나서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범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너는 왜 이렇게 매사에 신중하지 못해?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알겠어?”도범의 꾸짖음에 오수경은 목을 움츠리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전에 도범에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검은 옷의 대장부는 냉소를 머금은 채 다시 도범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들의 대화를 일부 들었기에 도범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네가 정말 8품 종문의 친전 제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해?”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은 옷의 대장부를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도범이 대답하지 않아도 화내지 않았다.이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아마도 내기 때문이거나 도범의 냉담한 태도 때문인지 상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도발적인 말이 다시 들리지 않았다. 제73회 대결이 곧 시작되려 할 때, 도범은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잠시 후, 도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내쉬고는 오수경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를 보든, 어떤 말을 듣든, 이 자리에서 떠나지 마.”그 말을 마치고 도범은 큰 걸음으로 대결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내기를 하려면 정식으로 해야 하지 않겠어? 누구도 뒤집을 수 없도록, 우리 계약 하나 체결하자. 네가 이기면 내가 19만 개의 영정을 주고, 내가 이기면 너는 같은 수량의 영정을 줘야 해.”그러자 민경운이 눈살을 찌푸린채 말했다.“너는 사람들과 계약을 맺는 걸 참 좋아하네.”칠현대에서 민경운은 도범이 검은 옷의 대장부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도범의 거래를 방해했었다. 그런데 도범과 내기를 할 때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하니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민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계약을 맺고 싶지 않다면 솔직히 말해. 다른 핑계를 대지 말고, 계약을 맺는 것이 내기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이라고 생각할 뿐이야.”이 말을 듣고 나서 민경운은 더 이상 도범과 쓸데없는 말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사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민경운에게는 유리한 일이다.도범은 자신의 실력만 믿고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에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범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19만 개의 영정을 내놓으려 한다면, 민경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래서 민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어서 계약을 체결하자.”도범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평생 가장 빠른 속도로 계약 내용을 작성하고 자신의 정혈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계약서 두루마리를 민경운에게 건네주었고, 민경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그어 피를 떨어뜨렸다.계약서에 적힌 모든 문자가 즉시 뒤틀리며 두루마리의 속박을 벗어나 공중에 떠올랐다. 천지의 기운이 쏟아져 내려와 이 문자들과 얽히기 시작했고, 세 번의 호흡 후에 문자는 다시 두루마리에 합쳐졌다. 이것은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의미했다.모든 절차가 끝난 후, 도범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계약 두루마리를 회수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변경할 수 없고, 거짓말할 수도 없다.한편, 민경운은 도범의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고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민경운은 콧방귀를 뀌며
도범은 고개를 돌려 오양수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 순간 오양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진실한 눈빛은 마치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이 반드시 이루어질 일이라는 믿음을 주려고 하는 듯했다.도범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도범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양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도범이 말하는 강함은 오양수가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양수는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재주가 훨씬 더 뛰어났다.평소에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도범이지만, 오양수의 몇 마디에 지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으니 말이다. 도범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네가 한 말 잊지 마.”그러자 오양수는 눈살을 살짝 치켜올린 채 말했다.“당연히 내가 한 모든 말을 기억할 거야!”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결 무대에 있는 실력이 비슷한 두 무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위는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오양수는 도범이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불쾌해났다.오양수가 방금 한 말은 물론 의도가 있었다. 오양수는 자신의 말이 끝나면 도범의 얼굴에 두려움과 걱정이 스며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도범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몸서리치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도범이 자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도범은 냉소 외에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양수는 자신이 방금 했던 말이 충분히 잔인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민경운의 얼굴도 역시 어두워졌다. 민경운은 오양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도범이 일어날 일을 미리 두려워하며 땅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도범의 반응은 너무나 작았다. 잠시 후, 민경운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오양수 옆에 털썩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오양수 하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한편, 도범은 이들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다시 대결 무대에 집중하며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시간을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