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일은 잠시 몇 초 동안 머뭇거곤 겨우 정신을 차려 주머니에서 몇 백 원 정도 더듬어 행인에게 건네주었다. “저기요, 이거 얼마 안 돼 지만 가서 담배 한 갑이라도 사서 피우세요. 고마워서 드리는 겁니다 받아주세요.”“아이고, 뭘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도련님……!”그 남자는 흔쾌히 돈을 건네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건넨 뒤 가버렸다.“성 도련님, 이거…… 어떻게 돼 돌아 가는지 도통 모르겠군요.”한지운은 성경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성경일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답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한씨네 집안이 깡모두 다 죽어버렸으니 우리도 그만 중주로 돌아가는 수밖에! 도범 이 녀석 운도 좋아. 용케 그래도 한고비 넘긴 거 같은데. 그나저나 그는 중독된 걸 모르는 눈치던데, 어차피 우리에게도 해독 약이 없잖아? 하하하…… 이미 늦었다고, 눈치채 봤자지, 안 그래?”“그렇긴 하죠 뭐, 상황을 보아하니 하 도련님이 전에도 이미 대장 눈에 난거 같은데 이렇게 직접 찾아오다니…… 대장도 참 독하긴 하네요.”“그나저나 이러면 대장이 도범 이 자식을 도와준 셈이잖아. 이건 무슨…….” 한지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성경일도 이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런데 하 도련님도 인과응보인 거지 뭐. 장소연이 말하던데, 하 도련님이 글쎄 전에 자기랑 박시율을 납치한 적이 있다고. 좀…… 그런 게 있었나 봐, 그러다가 도범이 딱 때마침 와가지고 죽여버린 거라고.” “그래?, 아마 하 도련님 전에도 대장 딸을 건드렸었을 거야. 뒷조사가 들어가고 상황 정리가 되니깐 찾아온 거지.”그렇게 둘은 몇 마디 오가다가 어쩔 수 없이 중주로 다시 되돌아갔다.중주로 돌아온 뒤 두 사람은 과일바구니를 사들고 곧장 박이성을 찾아갔다.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한 도련님, 성 도련님? 아니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장소연은 두 사람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별일 아니야, 박 도련님 보러 온
이튿날 아침 일찍 박해일이 도범과 박시율 집으로 찾아왔다.“매형, 누나 잠깐 시간 있으면 밖에 나가서 얘기 좀 할 수 있어?”박해일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침묵이 흐르고 후 말했다.도범과 박시율은 서로 눈을 마주 바라보며 지금 해일에게 심경의 변화가 생겼나?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걸어 나갔다.마당에 나오자 박해일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일자리를 찾고 싶은데, 아는 게 없어서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가게 하나 차리려고 해도 돈도 없고…….”박해일은 잠시 멈추며 고개를 들어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나도 남자야 페인처럼 살고 싶지 않아 이제는 변하고 싶어 예전엔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었다는 걸 인정해 하루 종일 놀고먹고 누나가 폐지 주워다가 힘들게 번 돈으로 pc방에 가서 게임만 하고 살았어. 도범과 박시율은 눈을 마주치며, 밤사이에 박해일은 확실히 많이 변화되었고 자신을 똑똑히 인식하고 반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걸.”“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겼는데도 그 사람을 팰 능력도 없고 박이성 마저 이길 수 없다니 나 정말 한심한 것 같아!”박해일은 또 말했다. “그럼, 처남 장사 한번 해보는 거 어때? 장사하고 싶으면 매형이 도와줄 수 있어 적자 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갚을 필요도 없어 가져가 한번 시도해 봐!”도범은 고민한 끝에 박해일한테 말했다.그런데 박해일은 도리어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투자 받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롤스로이스 2대 있잖아요 매형이 제갈아가씨 병 치료해 줘서 보답으로 받은 거 있잖아요 엄마는 지금 면허 따려고 운전학원 다니고 있으니까 그중 한 대는 엄마 쓰시고 제가 타고 다니는 거 팔고 싶어서요. 팔면 그 돈으로 대학가 쪽에 PC방을 차려 보고 싶어요, 제가 워낙 게임을 좋아하기에 이게 저랑 맞을 것 같아요!”박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한테 준거니까 차를 팔던지 그건 네가 알아서 하면 되고 그런데 차 팔고 나면 너 차 없는 거다!”박해일은 그저 웃으며 말했다.“누나,
627 “캑캑, 난화언니, 언니는 두 번이나 말했잖아요…….”영아는 너그럽게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여난화은 갑자기 식은땀을 흘렸다. 이 계집애가, 분명히 자기가 먼저 말했다.“주인님, 무슨 일 있으세요? 사모님과 함께 쇼핑하러 나가시는 거 아니었어요? 저희가 경호해 드릴까요?”영아는 오자마자 기대감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하지만 도범은 말했다.“처남이 일하러 나갈 테니 너희 둘이 따라가 좀 경호해줘!”박해일은 듣자 깜짝 놀랬다.“꼭, 그럴 필요까지 없지 않습니까? 엄마랑 누나들 외출할 때나 보드가드 두 명을 데리고 가는 건 정상이지만 제가 외출하는데 무슨 보디가드를 데리고 나갑니까 이상하잖아요!”“저기, 얼굴 좀 보시면서 말씀하시죠. 이마에 멍만 딱 봐도 맞은 건데, 무슨 사내대장부라서 보호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가 보기엔 그쪽이 제일 보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영아는 우리가 여자라고 못 믿어워서 깔보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다.전신님께서 어떤 임무든 내려 주시면 그것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다짐했었다.“그래도 여자 두 명이 따라갈 필요는 없잖습니까?”박해일은 보디가드가 감히 이런 말투로 이렇게 말대꾸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당장 그를 흘겨보며 이렇게 말했다.“혹시, 여자라고 업신 여기는 거에요? 뭐 운동 좀 하셨으면 저랑 한번 대련해 보시죠? 저를 이길 수 있으면 저는 따라가지 않을 거고 만약 저를 이길 수 없다면 저는 주인님의 말을 들어 그대 뒤를 따라서 보호할게요!”영아는 머리를 쳐들며 도발하려는 듯이 말을 했다.“너, 너는 보디가드이고, 나, 사내대장부는 여자와 싸우지 않아!”박해일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금 겁이 났다.“쳇, 능력도 없으면서 왜 함부로 말해요!”영아는 두 손을 가슴에 안고 말했다.“내가…….”박해일은 어이가 없어서 바로 차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영아와 여난화 둘도 즉시 그의 차에 올랐다.“출발하시죠, 박도련님!”“왜 네 옆에 앉는 거야?”박해일은 조수석에
“그만둬, 설사 때리더라도 내가 직접 가서 때릴 거니까!”박해일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쩔 수 없었다.“아, 그렇군요. 이렇게 패기가 있는 줄 몰랐네요!”영아은 잠시 생각을 하고 또 말을 했다.“그럼 이러는 거 어때요, 정말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싶다면 시간 있을 때 제가 가르쳐 줄게요 박 도련님을 잘 단련시켜서 발전하게 할게요, 어때요?”박해일 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몸 단련한다 치고!”그리고 이때 나봉희와 박영호 두 사람도 멀지 않은 곳에서 걸어왔다.“시율아, 네 동생은 어디 갔니? 정말 장소연하고 박이성이랑 같이 있었어? 우리는 이 일 때문에 어젯밤 잠도 못 잤어, 걔 받아들이지 못해 바보짓을 할 가봐!”나봉희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소 걱정했다.“걔 아침에 밥도 잘 먹지 않았어!”“엄마 걱정 마세요, 저는 오히려 걔한텐 이번일이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박시율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좋은 일? 니 동생 약혼녀가 다른 남자랑 같이 있어서 동생이 하마터면 성나 죽을 뻔했는데 우리 온 가족이 다 걱정했는데 좋은 일이라고?”나봉희은 어리둥절하며 박시율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그 여자는 원래부터 해일이랑 짝이 맞지 않았어요. 제가 일찍이 말했었잖아요, 장소연은 창녀일 뿐만 아니라 사교적인 면에서도 아주 난잡스럽다고, 전에 폭주족의 몇 명 하고도 부적절한 관계였어요. 아쉽게도 그땐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죠!”박시율은 허허 웃고 말했다.“해일이가 지금에서야 드디어 철이 들어 차 팔러 갔어!”“차를 판다고? 왜 팔아? 그게 롤스로이스 고스트야, 엄청 비싼 거야.”나봉희은 더욱 할 말을 잃었다. 박해일 이 이게 무슨 미친 짓인지 알 수 가없었다.“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해일이가 자기 힘으로 독립해서 살아보겠다고 차를 팔고 그 돈으로 PC방을 차리고…….”박시율은 재빨리 상황을 나봉희랑 박영호에게 설명해주었다.“도범씨가 돈을 줘서 장사해보라고 했는데 걔가 싫데요. 이것 보세요, 예전보다
“도범 씨, 드디어 오셨네요, 보고 싶어 죽을 뻔했어요!”제갈소진은 달려와 두 손으로 도범의 팔을 안고서 멈추지 않으며 흔들어댔다.도범은 뭘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보니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이 제갈소진은 왜 할 일 없이 가슴 파인 치마를 입고 난리야, 이거 분명 고의로 그를 유혹하려는 것이 아닌가?”가장 관건인 것은 이 여자 분명히 일부로 몸을 팔에 밀착시키고 계속 이렇게 흔드는 것이었다. 만약 다른 남자라면 아마 지금쯤 이미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요? 왜 절 보고 싶어서 뭐하셨죠?”도범은 어색하게 웃고서 무심코 상대방의 손등을 밀어내는 척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유지했다.“그냥 보고 싶은 거죠, 뭘 하긴요?”제갈소진은 얼굴이 붉어졌다. 이 방법은 사실 전에 용일비한테 배운 것이다. 용일비는 남자라면 여색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갈소진이 이미 철저히 도범을 좋아한다고 표명한 이상 차라리 좀 더 대담하게 옷차림을 좀 노출되게 행동은 좀 더 과감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도범과 가능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건…….”옆에 있는 용일비도 이 상황을 보니 얼굴이 어두워졌다. 일비는 제갈소진에게 좀 주동적으로 하고 도범과 좀 가깝게 하고, 옷차림도 좀 노출되게 하고 그렇게 말한건 맞는데 이렇게 무작정 밀어붙이라는 게 아니었다. 너무 지나쳤다.“얘는 정말 너무 들이대네, 제발 효과가 있기를 바래.”용신애도 놀라워 참지 못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두 사람은 잠시 웃다가 도범을 향해 걸어왔다.용신애는 도범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 맞다, 도범 씨, 저희 셋이 놀이공원에 놀러 가려고 해요. 전과 같이, 오늘은 다른 보디가드는 동행하지 않고 도범 씨 한 명만 가면 될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도범 씨가 같이 놀아주면 모든 비용 제가 낼게요!”“그런 곳이면, 저는 정말 별로 가 본 적이 없어서요!”도범은 쓴웃음을 짓다가 “둘째 아가씨가 가고 싶다면
“맞아, 맞아. 신애 너 말이 너무 맞았어, 나는 도범씨가 매우 매력적이고, 너무 남자다워, 안 그랬다면 나도 첫눈에 반하지 않았을 거야!”제갈소진은 듣자마자 달려와 얼빠진 얼굴로 도범을 바라보았다.“제갈아가씨, 아가씨는 여자예요, 여자 로서의 자존이 있어야 합니다!”도범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이곳이 용신애의 집이라 쫓아낼 수도 없어 지금은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하지만 오늘 이 주동적인 모습을 보아 잠시는 제갈소진의 생각을 바꾸기 어려울 것 같다.“그래요?”제갈소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자존할 필요가 있나요? 제가 좀 자존을 한다면 당신이 저를 좋아할 건가요? 근데 일비 언니는 남자들은 다 주동적인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또 무슨 남자가 여자를 꼬시면 사이에 산이 생기고, 여자가 남자를 꼬시면 사이에 비단 뿐이다고 하지 않았나요!”도범은 얼굴은 이내 어두워졌다.“용일비, 너 정말 대단하다, 연애도 가르쳐주고?”용일비도 어이가 없어 제갈소진에게 말했다.“소진아, 너 왜 이렇게 멍청한 거니? 너 때문에 네가 정말 미치겠어!”제갈소진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미안해, 내가 이만 실수로 말이 나가버렸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이따 놀러 가요, 제가 쏠게요, 제가 밥 사고 놀이공원에서도 제가 낼게요!”“그래, 그정도 해야지!”용일비는 두 손을 가슴에 안고서야 마음이 좀 편해졌다.“갑시다!”네 사람은 곧 차를 몰고 놀이터에 도착했다. 도범은 금방 차를 멈추고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는데, 생각 못한 것은 할머니 몇몇이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이렇게 더운 날에 전단지를 돌리시다니, 정말 쉽지 않네요!”네 사람은 모두 이 사람들의 어려움을 아는 듯 보지도 않고 받아왔다.도범은 그저 놀이공원에 행사를 할 줄만 알고 흘깃 훑어보았다.한번 보니 바로 멍하니 바라보았다.“뭔데요?”도범이 제자리에 멈추자 용신애 세 명도 손에 든 전단지를 들고 보기 시작했다.“설마? 도범 씨,
“도범아, 몰라 보겠네, 너의 와이프 생일파티를 위해 이렇게 홍보하다니, 너의 와이프가 알면 얼마나 행복해하겠니!”용일비는 박시율이 부러웠다. 이렇게 며칠 전부터 박시율의 생일파티를 위해 사람들한테 적극 홍보하다니, 만약 자신한테도 이렇게 대해주는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단어들이 너무 고급적이야, 심지어 카운트다운도 하고있어, 제일 눈에 띄는건 너의 여신 생명의 은인, 박씨집안의 일등 미녀, 이 단어들, 진짜…….”용신애는 입가에 쓴 웃음을 지어보이며 도범을 향해 입을 열었다.“너 홍보를 너무 과하게 하는거 아니니? 네 덕분에 온 도시 사람들이 네가 여장군의 생명의 은인이라는걸 알게 됐잖니.”도범을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어이가 없다는듯이 웃어보였다.“이거 내가 만든 티저들이 아니야, 내가 말했었잖아, 우리 와이프 생일은 도시 전체가 들썩일만큼 성대해야 한다고, 나도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고싶었어. 하지만 이건 내가 준비한게 아니란 말이야!”“설마 너의 가족분들이 준비한게 아닐가? 너의 어머니? 설마 나봉희? 아니면 박영호?”용일비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낭만적인 일이 도범이 준비한게 아니라는것을.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맞는것 같기도 했다. 도범은 언제나 겸손한 사람이였다. 그날도 도범이 그녀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군신이 직접 인정하지 않았으면 다들 지금까지도 이 사실을 몰랐을것이다.필경 이 것은 매우 자랑할만한 일이였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할가봐 사처에 자랑하고 다녔을것이다.하지만 도범은 종래로 이런 일들을 자랑하고 다니지 않았다.도범은 쓴 웃음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가 않아. 나도 저번에 슬쩍 말했을 뿐이야. 박 할아버지도 모르시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고 이런 홍보를 했을가?”“도범아 이것 좀 봐봐.”이때 용신애는 방금 지나간 택시를 향해 가리켰다.“도범아 설마 우릴 속이고 있는건 아니지? 이런 홍보력이면 돈이 어마어마하
“무슨 생각이지? 누군지는 알겠어?”용신애가 바로 물었다.필경 할아버지께서 친히 말씀하셨다. 최선을 다해 도범일 도와라고. 이 녀석은 결코 평범한 신분이 아니라고.요 며칠간의 접촉을 통해 그녀는 도범의 신분에 대해 눈치를 챘다. 아마 겉으로 보기엔 이래도 생각보다 더 무서운 신분으로 더 큰 비밀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는 이 남자한테서 더욱 신비로움을 느꼈고 그리고 마침 이 신비함으로 인해 그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그녀는 자신이 도범과 더 많은 시간 같이 지내면 도범의 신분에 대해 낯낯히 밝힐수 있을거라 믿었다.지금 도범의 말을 들어보니 이번 일은 도범이 한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꾸민 일인듯했다.그는 이번 홍보를 돕는것이 어떤 계략에 속하는지를 알수가 없었다.“나도 누군지 몰라, 그냥 추측일 뿐이야. 가자, 우리도 같이 노는거야!”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놀이터 안으로 걸어갔다.도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용신애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도범이 이미 누구의 꾸밈인지를 알아챈것 같았다. 그저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였다.“도시 전체를 뒤흔들어?”용신애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듯 하더니 곧 무언가를 생각해냈다. 도시 전체를 뒤흔들 홍보라면 도범은 이 일을 더 크게 벌리려는것이 아닐가?하지만 이 모든것에는 돈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도범이 천만 이천만으로 도시 전체를 뒤흔들려 한다면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아마 일억을 쏟아 부어도 해내지 못할것이다.“만일 이 광고를 너무 과하게 때려붙인 상황에서 도범이 생일파티를 성대하게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건 도범의 체면을 깎는 일이잖아? 상대방은 그저 도범에게 망신을 주려고 하는거지 이렇게 많은 돈으로 박시율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려는게 아니야. 이건 도범을 놀림거리로 만들려는 계략이야. 참 비열한 자식이네. 자신의 돈으로 도범을 도와 홍보까지 하면서라도 도범을 망신시키려는거네?”용신애는 냉소하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용 씨네 집안은 지금 도범에게 어떻게 잘보일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시점에서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