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가 따라갈게!”장소연이 자신의 동반자로 함께 따라가자니 성경일 얼굴이 어두워졌고 뜻밖에도 좀 두려웠다.성씨 최고의 명수 장건조차도 도범을 못 이겼는데, 보디가드가 있어도 그를 이길 수없다는 걸 성경일이 잘 알기 때문이다.하필 도범이 아직 화가 풀리지 않는 시점인데 다 전신과의 미묘한 사이에 미움을 더 사지 못할 상황이었다. 이 덜렁이 녀석이 막상 주먹을 맞았다면 스스로 재수가 없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왜? 설마 무서워해서 그러는 건 아니시죠?”장소연은 멍하니 있다가 뭔가 잘 못 되가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내가 무서워? 무슨 소리야? 별 것 아닌 데릴사위를 왜 무서워하겠어?”성경일은 냉소를 지었지만 약간 겁낸 기색을 드러냈다.생각을 좀 정리한 후였다. “내가 먼저 박이성에게 전화할게. 큰일 없이 나왔다면 전화를 무조건 받을 거야!”장소연은 듣고 가능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성경일은 바로 박이성에게 전화를 걸어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야, 성경일! 젠장, 도범 그 새끼한테 맞았어. 방금 구급차를 불러 놓았어. 그리고 장소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박이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소연은 소리를 듣자마자 냉큼 전화를 뺏어 버렸다. “이성아, 난 여기 있어. 내가 성경일씨에게 보디가드를 찾아 너를 구해 달라고 했어. 너 괜찮아?”“난 괜찮아, 적어도 난 박씨 아들이니까 겁나서 손이 그렇게 생각보다는 맵지는 않은 것 같더라. 담이 크다 해도 나를 죽이지는 못해!”박이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몸이 매우 아프지만 지금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 피멍이니 그리 심하지 않았다.그러나 눈탱이가 밤탱이 된모습에 챙피해서 짧은 시간 내에 집이나 회사로 가는 건 곤란하게 되었다. 이런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정말 역대급으로 쪽팔리는 일이였다.게다가, 만약 아빠가 왜 도범한테 맞았는지를 묻는다면, 결코 장소연과 밀회를 나누다가 붙잡였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알았어, 금방 갈게, 내 핸드폰과 가방은 아직 방 안에 있거
박해일은 도중에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정말 많이 서운했음이 분명했다.“해일아, 네가 손을 쓰지 못한 건 이해할 수 있어. 어쨌든 너희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냈으니까!”박시율은 박해일을 돌아보고, 다시 말했다:“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에 만약 우리가 그녀를 죽여야 한다면, 그땐 정말 막을 수 없어. 어쨌거나 그 여자는 너무 악독해. 뒤에서 너를 훔쳐 다른 남자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너의 매형에게 독까지 먹였어!”박해일은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해, 누나. 이전의 나는 확실히 아무런 쓸모도 없었고, 너무 유치했다는 걸 알았어. 다 큰 남자가 변변한 직업도 없었으니, 설사 내가 아무리 그녀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녀의 눈에는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여기까지 말하고, 박해일은 잠시 멈추었가 다시 이어서 말했다.“그러나 나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하면, 나는 정말 할 수 없어. 이후에 내 눈앞에서만 아니라면, 그녀가 죽으면 죽는 거야. 나는 곧 정신을 차릴 거야!”박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박해일은 곧 뭔가를 생각하고, 다시 말했다.“맞다, 매형의 몸은 문제없어?”“안심해라, 네 매형이 만약 방법이 없다었면, 이 사람도 감히 그 독약을 마시는 척하지는 못했을 거야.”박시율은 한옆에 있는 도범을 보았다. 그녀는 이 남자에 대해 알게 될수록, 도리어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이전에 그녀는 도범의 의술이 그런대로 괜찮다고 느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이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신의인 것이다. 단지 도범이 다른 병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지,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차가 곧 별장에서 멈추었다. 차에서 내린 후, 박해일은 쓴웃음을 지으며 혼자 집으로 들어갔다.“시율아, 해일이는 왜 그래? 내가 방금 보니까 기분이 그다지 안 좋은 것 같은데? 너희들 어디 갔었던 거야?”방에서 나온 나봉희가 이상하게 여기고, 박시율을 향해 물
“근데 나는 진짜 그와 박 씨 집안의 산업을 빼앗을 생각을 전혀 안 했어!”박시율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는 그저 편안하게 살고 싶어. 지금 우리 두 사람의 월급을 합치면 이미 적지 않은데 또 이렇게 큰 별장과 차가 생겨서 실은 나는 지금의 삶이 꽤 마음에 들어. 박 씨 집안의 산업에 대해서는 어르신이 원래 그를 매우 신뢰하고 있고 틀림없이 그에게 줄 거야. 나에게 일부를 나누어 주든 말든 나는 하나도 신경 안 써!”“허허 당신은 말이야 아직도 너무 단순해!”도범은 허허 웃으며 박시율을 껴안고 말했다.“여보 당신은 마음씨가 착해서 어르신이 어떻게 나누어도 상관없지만 박이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는 전부터 어르신이 당신에게 잘해 주고 그의 물건을 빼앗을까 봐 당신에게 원한을 품고 당신과 수아를 계속 겨냥해 왔어.”여기까지 말하고 도범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지금 그는 가까스로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었고, 더더욱 한 푼이라도 나누고 싶지 않지. 네가 부자랑 결혼해 시집갔으면 그는 네가 그와 빼앗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겠어. 그는 네가 그와 산업을 빼앗을까 봐 장소연한테 독약을 넣도록 시킨 거지!”박시율은 이 말을 들은 후 마음속으로 무기력함을 느꼈다.“당신 뜻을 잘 알았어. 나는 줄곧 정에 얽매여 그래도 가족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나봐. 그는 지금까지 우리를 놓아주거나 우리에게 살길을 줄 생각도 전혀 안 했어. 수아를 위해서든, 너에게 복수를 위해서든, 나는 꼭 그와 승부를 봐야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박이성은 장사 수완이 당신보다 못해, 만약 나중에 정말 그가 혼자서 박 씨 집안의 산업을 관리하게 된다면, 박 씨 집안의 산업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그에게 손에 망하게 될 것이야. 그때 어르신이 아마 열 받아서 죽게 될지도 몰라!”“응, 당신 말이 맞아, 그는 우리를 가만둘 생각이 없으니, 나도 그를 잘 살게 둘 수는 없어! 나 박시율,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박시율은 고개를
“긴장 풀어, 요즘 우린 계속 같이 있었잖아. 어제랑 같은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들이 널 죽인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박이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걔는 아직 네가 몰래 도범에게 독극물을 먹인걸 몰라. 만약 알게 된다면 아마 그 자식은 앞 뒤 안 가리고 너한테 달려들겠지.”“뭐? 그럼, 그 약은 이미 도범이 마신 건가?”이 말을 들은 성경일은 내심 기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도범이 죽기만을 바래왔다. 박시율을 호시탐탐 노리는 그였으니까.솔직히 도범이 촉이 좋은 편이라 장소연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심을 품었던 것도 사실이다.그녀는 예상밖으로 완벽히 임무를 수행했고 발각되지도 않았다.“그래! 어때, 성도령, 아직도 내 실력이 의심스러운가요?”장소연은 성경일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이렇게나 기쁜데 나한테 뭐라도 챙겨줘 야하지 않나요?”성경일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시간 나는 대로 밥 한끼 거하게 대접하지.”“분명 약속했어요, 잊으시면 안돼요!”장소연은 내심 기뻐하며 생긋 웃어 보였다.“참, 대체 어떻게 한거지? 지금 한지운은 아직 이 소식을 모를 텐데 내가 가서 알려줘야겠어. 이걸 알면 그 자식이 얼마나 기뻐할지 몰라!”성경일은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그래, 어떤 일이 있었냐면…….”장소연은 침착하게 상황설명을 했다.“좋아!”성경일이 이 말을 듣고는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그럼, 도범은 아직도 자신이 중독 된 것을 모르는 건가? 하하하, 어찌 죽음을 눈앞에 두고 아무것도 모른단 말인가! 한 달 뒤 도범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같이 지켜봅세.”침대에 누워 있던 박이성은 그제서야 웃으며 말했다.“그래, 성도령, 도범이 말했지 않나, 박시율한테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생일파티를 선물하겠다고. 그리고 마침 그 날이 도범의 제삿날이 될 것이야, 우리가 항상 꿈꿔왔던 바로 그날이지. 박시율의 생일이 곧 그의 제삿날이라니, 하,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참 아이러니한
“아주 간단합니다, 성 도련님이 한번 가서 살인범을 놓히지 않게 그 집 도련님이 도범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일을 그들에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도범 이 녀석은 전투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중독되었기 때문에. 하씨네 강한자로 하여금 손을 늦게 쓰게 한다면 약 기운이 스며들어 더욱 승산이 클 것입니다”박이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네가 만약 도범이 좀 일찍 죽는 것을 원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어. 네가 서두르지 않고, 그가 중독되어 죽는 것을 보고 싶다면, 좀 더 기다려!”“이렇게 말하자.”박이성은 잠시 멈추었다가 또 다시 말을 이어갔다.“어차피 나는 급하지 않아. 지금 박가의 산업은 내가 관리하고 있고 회사는 더욱 날 필요로 해.”“자, 시간이 늦었어. 이 일은 내가 한지운에게 물어볼게. 내가 이따가 전화해서 술 마시면서 얘기해볼게!”성경일은 도범의 약의 중독된 것을 알게 된 후 얼굴에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그는 바로 병원을 떠나 차에 도착한 뒤 한지운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마시러 나오라고 했다.“성 도련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한지운이 온 후 다소 불쾌하게 불평했다. 최근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도범을 점점 더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겼기 때문이다.그는 심지어 자기 몇 사람이 더 이상 박시율의 마음을 얻을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결국 지금 박씨네 집도 이류가문이 되었고, 박씨 어르신도 도범이라는 데릴사위를 인정했다.게다가 지금 도범이 전신을 알고 있고 전신의 목숨도 구한 적이 있으며 게다가 그들은 제갈소진도 도범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합치면 도범의 신분 지위는 그들보다 낮지 않다. 심지어 나서기 위에서도 이 녀석은 그들을 완전히 제압했다.지금 거리와 골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박씨 어르신의 칠순 생신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좋은 일, 큰 경사!”성경일은 신비롭게 웃었다. “그래? 너한텐 좋은 일이겠지. 나한텐 꼭 그렇게 좋은 일만은 아닐 거야!”한
“그 독약을, 도범이 마셨어?”한지운은 꿈과도 같았다. 그의 얼굴에는 점차 미소가 번졌다.‘대박, 정말 대단해. 중독됐어. 이 독약은 약효가 심해서 한 달 후면 쥐도 새도 모르게 몸이 썩어 죽어버릴 거야. 엄청 비참하게 죽을 거야. 하하!’“어때? 이 소식 네가 돈 주고 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성경일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물론 과하지 않아. 나보고 돈 주고 사라고 했으면 사는 거지, 니미럴, 도범이 곧 죽는다니, 생각만해도 좋은데 이건 정말 하늘이 나를 도와주는 거야!”한지운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생각해 봤다. 도범을 먼저 제거한 다음 성경일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서 그를 따로 불러낸 후 방법을 생각하여 성경일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어쨌든 성경일은 박시율을 가장 오래 알고 지냈고, 예전에도 박시율과 사이가 좋았었다. 본인은 잘생겼지만 박시율과는 그렇게 깊은 감정은 없었다. 왕호는 돼지처럼 살이 쪘기에 박시율은 분명 그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도범이 죽으면 세 명의 추종자 중 가장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성경일일 것이다.때가 되어 성경일을 제거하기만 하면 그땐 돈을 쓰든지 자신의 진심으로 박시율을 감동시키든지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을 것이다. 박시율의 남자가 죽을 때, 그녀는 분명 가장 연약할 것이다. 자신의 열정으로 박시율이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자신의 품에 안길 것이다.성경일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우리 좀 더 마시자, 이따가 너한테 자세한 상황을 얘기해 줄께. 장소연 뜻밖에도 일을 잘 처리할 줄이야, 우리가 그 동안 줄곧 이루려고 했던 일을 그녀가 해내다니!”“그래, 여자들은 사랑에 미치면 앞뒤 안 가린다고 하던데, 의외로 이 장소연은 매우 영리하더라고, 박이성의 안목은 역시 인정해 줘야 돼, 도범은 결국 우리가 제거했다!”한지운은 감격에 겨워 휴대전화를 꺼내며 외쳤다.“박이성에게 전화 한 번 해볼게. 사람이 많을 수록 즐겁잖아. 미리 축하하는 셈 치자. 이건 우리의 축하주야!”
이튿날 아침, 여러 대의 차가 천용시로 향했다. 천용시는 중주에서 멀고 차를 몰아서 가더라도 두세 시간이나 걸리는 곳으로, 낮 12시가 되어서야 한지운과 성경일은 겨우 천용시에 도착했다. 중주보다 두세배가 큰 천용시는 그 안에서 많은 세력들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성경일 일행은 이곳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우선 식당을 찾아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나서 하 씨 집안의 행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뭐요? 이 지역에 크고 작은 세력의 하 씨 집안이 둘이나 있어요?”성경일은 지나가던 행인의 대답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행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예전에는 하 씨 집안이 둘이었는데, 지금은 하나만 남았어요. 비교적 큰 세력이었던 그 하 씨 집안이 다른 세력에 몰살 당했고, 전재산도 모두 넘겨 버렸지요.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아마 중주로 돌아갔을 걸요?”‘설마 몰살 당한 하 씨 집안이 하재열 도련님 계신 곳은 아니겠지?’성경일은 침을 삼켰다. 믿지 못할 정도로 공교로운 상황이다. 어떻게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하 씨 집안이 망하고 사업마저 다른 사람에게 넘겨졌다는 것일까?“혹시 하재열이라는 사람 아세요?”행인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 집도 참 대단해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려서, 아우, 재수도 없지!”행인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그래도 그 사람을 건드려서 운이 괜찮았던 거죠. 그 사람이 하 씨 집안의 주요 인물과 고수, 하인들만 죽이고 노약자와 부녀자, 어린아이는 놓아줬으니까요.”“성 도련님,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하 씨 집안이 이렇게 싹 망해서 없어질 수가 있어요? 심지어 중주로 돌아갔다니요!”한지운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세상에, 하 씨 집안을 망하게 한 게 설마 여전신 장진은 아니겠지?” 성경일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설마 도범 이 자식이 하 씨 집안이 보복할 걸 알고 미리 선수쳐서 여전신한테 가서 부탁까지 하고, 하 씨 집안 사람을
성경일은 잠시 몇 초 동안 머뭇거곤 겨우 정신을 차려 주머니에서 몇 백 원 정도 더듬어 행인에게 건네주었다. “저기요, 이거 얼마 안 돼 지만 가서 담배 한 갑이라도 사서 피우세요. 고마워서 드리는 겁니다 받아주세요.”“아이고, 뭘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도련님……!”그 남자는 흔쾌히 돈을 건네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건넨 뒤 가버렸다.“성 도련님, 이거…… 어떻게 돼 돌아 가는지 도통 모르겠군요.”한지운은 성경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성경일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답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한씨네 집안이 깡모두 다 죽어버렸으니 우리도 그만 중주로 돌아가는 수밖에! 도범 이 녀석 운도 좋아. 용케 그래도 한고비 넘긴 거 같은데. 그나저나 그는 중독된 걸 모르는 눈치던데, 어차피 우리에게도 해독 약이 없잖아? 하하하…… 이미 늦었다고, 눈치채 봤자지, 안 그래?”“그렇긴 하죠 뭐, 상황을 보아하니 하 도련님이 전에도 이미 대장 눈에 난거 같은데 이렇게 직접 찾아오다니…… 대장도 참 독하긴 하네요.”“그나저나 이러면 대장이 도범 이 자식을 도와준 셈이잖아. 이건 무슨…….” 한지운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성경일도 이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런데 하 도련님도 인과응보인 거지 뭐. 장소연이 말하던데, 하 도련님이 글쎄 전에 자기랑 박시율을 납치한 적이 있다고. 좀…… 그런 게 있었나 봐, 그러다가 도범이 딱 때마침 와가지고 죽여버린 거라고.” “그래?, 아마 하 도련님 전에도 대장 딸을 건드렸었을 거야. 뒷조사가 들어가고 상황 정리가 되니깐 찾아온 거지.”그렇게 둘은 몇 마디 오가다가 어쩔 수 없이 중주로 다시 되돌아갔다.중주로 돌아온 뒤 두 사람은 과일바구니를 사들고 곧장 박이성을 찾아갔다.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한 도련님, 성 도련님? 아니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장소연은 두 사람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별일 아니야, 박 도련님 보러 온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