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연을 본 도범의 눈빛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도범은 장소연을 살려두었다가는 언젠가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쓰러진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이곳에는 다른 사람도 없었고 나봉희도 쓰려졌기에 장소연을 죽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하지만 도범은 금방 이런 생각을 지웠다. 그리고 곧이어 그가 자조적으로 웃었다.자신이 만약 쓰러진 이 여자를 죽인다면 하재열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장군인 그가 다른 이가 위험에 빠진 지금,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비웃음을 받을 게 분명했다.장소연을 죽인다면 도범과 박해일 사이의 약속은 더 이상 지켜질 수 없었다. 그는 박해일을 도와 장소연 뒤의 남자를 찾아낼 수도 없었고 장소연이 죽고 나면 박해일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폐인처럼 살 수도 있었다.박해일은 장소연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믿고 있었기에 멍청한 짓을 저지를 수도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니 도범은 장소연을 죽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죽어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박해일에게 이 여자의 얼굴 아래에 숨겨진 더러운 꼴을 보인 뒤에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 그냥 두자."한숨을 쉰 도범이 두 여자를 들어 올리더니 어깨에 걸치곤 4층 옆으로 와 풀쩍 뛰어내려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했다.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두 사람을 차에 태우더니 별장으로 돌아갔다.별장으로 돌아간 뒤에야 도범은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박시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무사히 구해냈다는 소식을 알렸다."두 사람 쇼핑하러 간 거 아니었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전화를 끊자마자 박용호가 걸어 나오며 쓰러진 두 사람을 보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괜찮아요, 좀 놀라서 그런 거니까 곧 깨어날 거예요."도범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두 사람이 이렇게 쓰러질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머지않아 나봉희가 먼저 눈을 떴다.그리고 집 앞에 세워진 차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시름 놓았다."뭐, 뭐야
나봉희의 말을 들은 박영호가 놀라서 물었다.그때, 장소연도 깨어났다. 그녀도 나봉희와 마찬가지로 두려운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다 별장인 것을 확인하곤 한시름 놓았다."세상에, 저 방금 쓰러진 거예요? 이제 집으로 돌아온 거 맞죠? 그 사람들은요?""그 사람들은 죽었으니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한 거 그냥 한 소리 아니야. 다행히 중장 실력이 하찮아서 이길 수 있었어. 아니면 이기기 힘들었을 거야.""이게 다 너 때문이야. 천용시의 사람은 언제 건드린 거야? 하 도련님이 그랬잖아, 자기 집안이 천용시에서 가장 큰 집안이라고."나봉희가 차에서 내려오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잡고 말했다."만약 그 집안사람들이 찾아오면 어떡해?""중장을 찾아 저를 죽이러 왔다는 건 자신이 없다는 걸 설명하잖아요. 실력도 없는 것 같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도범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희 지금 돈도 안 모자라니까 경호원이나 몇 명 부르죠, 앞으로 쇼핑 다니실 때 경호원을 옆에 두세요. 그래야 안전하죠, 오늘처럼 또 다른 사람한테 붙잡혀 갈 일도 없고.""그래요, 진작에 경호원을 불렀어야 해요."장소연도 차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경호원을 끼고 다니는 자신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많은 이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볼 것이 분명했다."경호원을 부르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 한 명에 적어도 2, 3백만 원씩 들어갈 텐데, 그리고 집청소해 줄 아줌마도 구해야지. 지금은 지유 밖에 없어서 혼자 수아도 학교에 데려다주고 해야 해서 부족해, 집 상황이 크게 변했잖아."나봉희가 생각해 보더니 다시 도범을 보며 말했다."나는 몰라, 이 돈은 도범 네가 내야 해. 너 대대장이라며, 400억 정도 받았을 거 아니야, 지금까지 200억 정도 썼고 아직 200억 남았으니까 이 돈은 네가 내.""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돈은 제가 낼 테니까 어머님 돈은 어머님이 알아서 쓰세요."도범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오늘 일은 저도
"이렇게 하는 거 어때요? 제가 용서를 빌 겸 어머님이랑 소연이한테 2억씩 드릴게요. 어때요?"도범에게 이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나봉희가 이 돈을 받고 앞으로 이 일로 자신을 욕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장소연에게도 자신이 더 이상 예전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고 착각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이로써 그녀가 도범이 자신을 기족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경계를 내려놓고 허점을 보일 것이다.그리고 오늘의 일은 확실히 도범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그날 소명용을 죽인 뒤로 도범은 하재열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소명용이라는 빽이 죽었으니 하재열이 놀라서 다시는 자신을 찾아와 소란을 피우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하지만 도범의 생각은 틀렸다. 하재열은 소명용을 죽인 사람이 도범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다른 이들이 이 사실을 잊었을 무렵, 도범을 찾아와 복수를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소명용의 제자를 찾아와 도범을 죽여 복수를 하게 하려는 생각을 한 걸 보면 나름 똑똑한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멍청하게 박시율과 장소연에게 옳지 않은 생각을 품은 데다가 나봉희까지 납치해 도범의 화만 돋우었다.만약 중장인 정진만 데리고 오고 하재열이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면 도범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누가 정진을 데리고 왔는지도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다."좋아요, 아주버님,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좋아요, 오늘 저 아주버님 덕분에 살았어요."장소연이 흥분해서 말했다. 2억은 적지 않은 돈이었다.물론 그녀는 이 상황이 조금 의외이긴 했다. 도범이 자신에게 돈을 줄 생각을 하다니, 그녀는 아마도 그가 자신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장소연은 전에 박해일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날 밤, 밥을 먹을 때, 도범이 장소연의 휴대폰을 보겠다고 한 것도 어쩌면 정말 농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장소연은 심지어 자신이 긴장해서 도범을 오해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계좌번호 나한테 보내줘, 지금 줄게. 오늘 나 때문에 이런 일을 겪은
장소연도 돈을 받곤 기분이 좋아져서 도범을 보며 웃었다."괜찮으니 됐어, 도범 말이 맞아. 경호원이랑 아주머니들을 데리고 와야지, 우리도 이제 돈이 있으니 경호원을 두지 않으면 도둑이 들지도 몰라."박영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머님, 들어가서 쉬세요. 옷도 더러워졌으니 씻고 계세요, 저는 경호원들을 찾아올게요."도범이 말을 하곤 차를 끌고 경비업체로 갔다.중주에는 세력과 재벌들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경비업체도 많았다.한참을 헤매던 도범은 한 곳에 차를 세웠다.이곳에는 경비업체 두 개가 있었는데 한 집은 인테리어도 화려하고 거대한 마당이 있는 반면 다른 한 집은 많이 평범했다.도범은 고민하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집으로 들어갔다."경호원 자리 구하러 오셨어요?"도범이 들어서자마자 대머리를 한 남자 하나가 도범을 보며 웃었다."경호원 자리 찾으러 온 거면 저쪽으로 가요."도범이 남자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보니 그곳에서는 사람 몇 명이 등록을 하고 있었다."그런 게 아니라 저는 경호원을 찾으러 온 겁니다."도범이 남자를 보며 말했다."당신이? 그럴 리가 없어 보이는데?"상대방이 다시 도범을 훑어보더니 말했다."당신 꼴을 보니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은데, 옷도 허술하게 입어서 어디 경호원한테 줄 돈이나 있겠어?"도범은 더 이상 남자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여기 사장님은 어디 계세요? 사장님이랑 얘기를 하고 싶은데, 당신같이 안목도 없는 사람이랑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 그럴 자격 없다고요.""젠장, 감히 나한테 그따위로 말을 해?"남자가 도범을 툭 밀치며 말했다."내가 누군지 알아? 나 여기 대가리야, 여기 경호원들 다 내가 훈련시킨 거야. 여기에서 나가서 좋은 일자리를 찾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다들 성 씨 집안, 왕 씨 집안 같은 이류 가문에 들어갔다고.""그건 저랑 상관없는 일입니다, 저는 경호원을 찾으러 왔다고요."도범은 남자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들어
대머리 남자의 속도는 나름 빨랐다. 전문적인 경호원을 훈련시킬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실력이 나쁘지 않았다.그는 자신에게 대들고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도범을 제대로 혼내줄 생각이었다.더구나 마당에는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경호원도 있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도범이 왼쪽으로 몸을 틀더니 가볍게 그의 공격을 피했다."뭐야?"놀란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혹시 착각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 빠른 속도로 뒤에서 도범을 습격했는데 도범은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그의 공격을 피했다.그가 의아함에 잠긴 사이, 도범이 앞으로 걸어가며 뒷짐을 지곤 여유롭게 마당을 둘러봤다.한편, 마당의 다른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남자의 제자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코치가 뒷짐을 진 이를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 그들은 믿기지 않았다.그 모습을 확인한 남자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다시 도범에게 다가가 공격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왼손이 도범에게 다가가면 도범은 오른쪽으로 몸을 피했고 그가 오른손으로 다가가면 도범은 왼쪽으로 몸을 피했다.결국 남자가 두 손으로 동시에 공격을 하려던 찰나, 도범이 갑자기 뒤로 드러누웠다."윽!"도범의 머리가 남자의 배를 가격했고 남자가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다.도범은 한 발로 자리에 서서 다른 한 발로 평형을 지키며 몸을 바닥과 거의 평형되게 만들었다. 그 동작은 보기만 해도 어려워 보여 할 수 있는 이가 많을 것 같지는 않았다.도범의 가격에 뒤로 물러난 남자는 간신히 몸을 바로 세웠다."그럴 리가 없어, 내가 당신 상대도 안 된다고?"대머리 남자가 화가 나서 말했다. 구경을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 면접을 보러 온 이들도 전부 시선을 돌리기 시작해 그는 조금 창피해졌다."하!"남자가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두 손으로 거대한 주먹을 만들어 망치 같은 모양을 한 채 몇 미터 높이 뛰어올라 아래의 도범에게 힘껏 내려쳤다."보자 보자 하니 끝이 없네."도범은 막무가내로 나오는 남자를 보고 조금 화가 났다. 상대방
이번 힘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도범의 주먹 한 방에 남자는 저 멀리 날아가 마당의 벽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풉!"남자가 바닥으로 떨어지자마자 피를 토했다.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누가 우리 장홍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싸우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달려 나와 물었다.그중 한 영감은 무척 화가 나있었다."겁도 없이 우리 경비업체에 와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은 거야?"다른 이들도 덩달아 씩씩거리며 말하더니 도범을 중간에 에워쌌다."대머리 코치를 저렇게 만들다니…"그리고 그제야 대머리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한 젊은이가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도범의 실력에 감탄했다.젊은이의 말을 들은 코치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영감을 바라봤다."어르신, 저놈이 제가 막는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들어간 겁니다."대머리가 가슴을 문지르며 말했다."이봐요, 제가 방금 당신 죽이려고 했으면 당신 지금 일어설 기회도 없었어."도범이 웃으며 사람들을 바라봤다."저는 오늘 소란을 피우러 온 게 아니라 경호원을 찾으러 온 겁니다. 그런데 저 대머리가 너무 건방지게 굴길래 몇 마디 했더니 저를 죽일 기세로 달려들어서 손 좀 봐준 겁니다."말을 마친 도범이 몸을 돌려 경비업체를 나서려고 했다."여기 사람들은 도덕도 없는 것 같으니 이런 코치 밑에서 배운 이들도 믿음직스럽지 못할 것 같아서 다른 집으로 갑니다.""잠깐!"그때, 영감이 드디어 차가운 얼굴로 입을 뗐다."장홍이 당신이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 알아? 그렇게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그러니까, 우리 사람을 때리고 도망갈 생각을 해? 미친 거 아니야?"다른 한 남자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우리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서워서 도망가려고 하는 거지? 대머리를 죽이려고 했다고? 지금 누구를 놀리는 거야? 내가 뭐 네 그 말에 놀라서 도망이라도 갈 줄 알았나 봐?"건장한 몸을 한 남자가 사나운 얼
옆 경비업체의 직원들은 모두 도범이 행패를 부리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장홍 경비업체의 사람들은 모두 건방진 모습을 보였기에 이것도 이해가 갔다.그리고 회사 빽도 대단했고 긴 시간 동안 운영한 덕에 돈도 많았다. 그들은 매번 화려한 마당을 볼 때마다 부러워했다.그런데 이런 곳에 행패를 부리러 온 사람이 있을 줄이야.하지만 도범의 말을 듣고 나서야 상대방이 지나치게 건방져서 손님의 심기를 거스르게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손님이 왕이라는 말도 있는데 대머리 남자가 상대방을 깔본 것도 모자라 손찌검까지 했지만 결국 도범에게 맞았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이분이 정말 우리 손님이라는 말이야?"영감이 생각해 보더니 물었다."어르신, 저놈 말 믿지 마세요. 저렇게 평범한 모습을 하고 경호원을 찾으러 왔다뇨? 그리고 저놈이 먼저 시비를 건 겁니다.""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당신 태도가 먼저 별로였잖아요. 뒤에서 습격하려고 하고, 그런데 이제 와서 전부 다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는 거예요? 당신이야말로 정말 죽고 싶은 건가 보네."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공터에서 하 씨 집안의 사람 몇 백 명을 죽였는데 그중에는 실력 있는 중장도 하나 있었다. 그런 그가 경호원을 찾으러 온 길에 이런 일을 겪을 줄이야. "겁이 없구나, 우리 자리에서 우리 사람을 다치게 만들고 내 물건까지 부수고 아무 후회도 하지 않는 걸 보니. 거기에다 태도도 아주 건방져."영감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아주 만만하게 보이나 봐."말을 마친 영감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죽여!"그의 말 한마디에 또 다른 두 명의 코치와 수십 명의 경호원이 도범에게 달려들었다."역시 사람 많은 거 믿고 까부는 거였어."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을 본 도범이 담담하게 웃었다."무서우면 무섭다고 해, 별 소용은 없겠지만. 우리는 너에게 기회를 줬어, 무릎 꿇고 사과하고 10억을 주면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네가 거절했으니 너를 탓해."대머리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완전 빨라!"장홍 경비업체의 사람뿐만 아니라 문 앞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옆 경비업체의 사람들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도범처럼 이렇게 강한 사람에게 정말 경호원이 필요할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안돼!"대머리가 반격을 하기도 전, 눈앞이 새까매지더니 도범의 주먹이 이미 그의 가슴 위로 떨어졌다.두려움에 고함을 친 대머리 남자는 다시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져 숨을 거두었다."어르신, 저랑 한 번 비겨볼래요?"도범은 대머리 남자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영감을 바라보며 웃었다."돈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안 받더니 이렇게 죽음을 자처할 줄이야."꿀꺽, 도범의 말을 들은 영감이 침을 삼켰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이마 위에 자리 잡은 식은땀을 발견했다.그리고 도범의 실력이 무서우리만치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본사에서 사람이 온다고 해도 도범을 이길 수 있는 이는 없을 듯했다."도범 씨!"그때,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인파를 뚫고 나온 장세천이 그 상황을 보곤 놀라서 소리쳤다.도범이 고개를 돌리고 보니 저번에 자신의 신분을 알아볼 뻔한 8성급 대장 장세천이 그곳에 있었다. "정말 도범 씨였네."도범을 본 장세천이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8성급 대장 장세천!"장홍의 총코치인 영감은 중주의 고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누구를 건드리지 말아야 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장세천의 얼굴을 확인한 그가 놀라서 얼른 그를 불렀다."대장님, 이, 이분을 아세요?"영감이 침을 삼키며 몸을 살짝 숙인 채 공손하게 장세천 앞으로 다가왔다.다른 경호원들도 놀라서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8성급 대장이 오늘 이곳에 올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장세천은 부대 내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하지만 바뀐 그들의 태도를 보며 도범은 차갑게 웃었다."네, 도범 씨는 대대장입니다."장세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 신음을 내뱉는 사람들과 숨을 거둔 대머리 남자를 보더니 물었다."도범 씨, 무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