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도하고 있었다. 여전신이 아까 자신이 나서서 했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제발 전신이 자신에 관한 일을 마음에 두지 말고 이대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하지만 지금 여전신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이제 다음 타깃은 자신이 될 것인가 보다.한지운의 아버지인 한용휘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용서를 구하러 나서려고 했다.그는 막 한 걸음 내 디디려고 하다가 순간 멈칫거렸다.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무려 여전신이었다. 만약 자신이 나서서 용서를 빌었는데 상대가 언짢아하며 그들 일가족을 죽이려 들면 어쩐단 말인가. 그녀가 그렇게 행동해도 그들은 그저 자기들이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저, 전신님 저한테 볼 일이라도 있으신가요?”한지운이 마른침을 삼키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곁에 서서 숫자를 세어. 하나도 적어서는 안 돼!”장진이 말했다.“네. 네 알겠습니다!”한지운이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불렀을 때 정말 너무 놀라 심장이 다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저 숫자를 세라고 불렀을 뿐이었다.“셋, 넷……”박이성은 한번 또 한 번 왕호의 뺨을 때렸다. 그의 뺨은 이미 부어올라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고여있었다.한참을 때리던 박이성은 손이 너무나 아팠다. 그의 손도 곧 부어오를 것 같았다.비록 때리는 역할이지만 그의 손 역시 아팠다. 단지 자신의 역할이 왕호보다 조금 더 나을 뿐이었다.“구십구…”순식간에 99번의 따귀를 때렸다. 이제 왕호의 얼굴은 시뻘겋게 부을 대로 부어있었다.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고 흐릿해져 있었고 너무나 맞아서 이제 뺨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그는 자신이 잘못 건드려도 한참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용 씨 가문의 가주 용준혁 님께서 그 가족분들과 함께 박 씨 어르신의 칠순 생
용준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곁에 있는 박 씨 가문의 하인한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우리가 조금 늦게 온 관계로 아직 지금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데, 혹시 여전신이 도범의 신분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나? 예를 들어 대장이라고 불렀다거나?”“아니요. 그런 말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범 님은 자신의 명패를 잃어버렸다고 했고 저택을 산 돈은 모두 자기 돈이라고 했었습니다.”“아마 대대장 정도나 되지 않겠습니까? 5년 사이에 대대장 정도면 퍽 대단한 거죠!”하인이 답했다.“저자가 만약 대대장이라면 왜 그전에 말하지 않았겠나?”뒤에 서있던 광재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도범 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길에서 명패를 잃어버렸는데 말해도 아무도 믿을 것 같지 않아서 아예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저는 도범 님이 참으로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분이 아니었다면 오늘 여전신도 오지 않았을 거고 이렇게 많은 대단한 분들이 저희 어르신 생신 연회에 오시지도 않았을 겁니다!”하인이 길을 안내하면서 말했다.“사실 박시율 아가씨도 그렇고 도범 님도 그렇고 다들 참으로 좋으신 분들입니다. 이제 도범 님도 드디어 박 씨 가문의 인정을 받았으니 앞으로 두 분의 앞날에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걱정 말게. 꼭 그럴 것이야!”용준혁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는 도범의 말을 믿지 않았다. 명패를 잃어버렸다고?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그는 도범의 신분이 절대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오히려 그는 도범이 도대체 어떻게 장진을 설득했기에 그녀가 도범의 신분을 감춰주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혹시 여전신이 갓 입대했을 때, 아직 그렇게 강하지 못해서 부상을 입었고, 도범이 의술로 그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 일로 그녀가 그를 돕고 있는 건 아닐까?“용 가주님, 둘째 아가씨, 큰 도련님 오셨습니까!”용준혁과 그 일행들이 온 것을 본 도범이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네. 신애와 일비 이 계집애들이 화장을 하고 옷을 반나절 동안 고르지만 않았다면
“오랜만입니다 장진 전신님!”왕호가 실려간 후 용준혁이 곧바로 장진 앞에 나서며 말을 건넸다.장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옆에 서있는 두 미녀를 보고 웃으며 말을 걸었다.“이 아름다운 두 여성이 바로 소문으로만 들었던 용신애와 용일비 겠구나.”그 말을 들은 용신애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전신이 직접 자신을 칭찬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안녕하세요 전신님. 저, 저는 용신애입니다. 저는 미녀 축에 끼지도 못해요. 전신님이야말로 너무 아름다우세요. 몸매만 좋을 뿐만 아니라 품위가 느껴져요!”용일비 역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맞습니다. 맞아요. 전신의 품위는 아무나 갖고 있는 게 아니죠. 왕호 그놈 평소에도 엄청 나대고 다녔었는데 오늘 이 일로 이제 함부로 거들먹거리고 다니지 못할 거예요!”두 미녀의 눈빛은 너무나 순수했고 옷차림도 단정했다. 장신은 두 미녀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 용신애한테 건넸다.“이건 내 전화번호야. 나중에 시간 되면 함께 커피나 마시자고. 어차피 나도 중주에 아는 친구가 별로 없어서 말이야!”용신애는 장진의 뜻밖의 호의에 순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그제야 장진이 건넨 명함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알겠어요. 시간 되면 꼭 연락할게요. 참, 이건 제 명함이에요!”용신애가 빠르게 자신의 명함을 꺼내더니 두 손으로 공손히 그녀에게 건넸다.용신애의 경직된 자세를 본 장진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내가 신도 아니고 말이야. 나를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친구처럼 말이야!”“그, 그건 안 되죠. 전신님은 비록 신이 아니지만 신과 비슷한 존재잖아요. 전신님은 무려 전신님인걸요!”용신애는 그녀의 호의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상대는 무려 위대한 전신이었다. 그런 그녀를 친구처럼 대하고 함께 놀라고? 그녀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압박감을 안겨주는 인물이었다. 매 순간
“누구를 건드렸든 간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왕 가주가 펄펄 뛰면서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을 것처럼 소리 질렀다.그러던 그가 보디가드의 말을 떠올리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잠깐만 누구를 건드렸다고? 전신을 건드렸어?”“네 가주님. 도련님께서는 여전신 장진을 건드렸습니다!”보디가드가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큰일입니다 가주님. 도련님께서 이번에 너무나 무서운 분을 건드렸어요. 우리 왕 씨 가문 전체를 멸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집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더니 바로 꼬리를 내렸다.“그, 그럴 리가? 감히 전신을 건드렸다고?”왕 가주가 마른침을 삼키며 되물었다. 방금 전까지의 화가 순식간에 쑥 내려갔다. 그 대신 두려움이 휘몰아쳤다.전신이라니. 중주를 통틀어서, 아니 다른 도시의 세력, 나아가 화하에서 내놓으라 하는 세력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인물이었다.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잘 보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형세였다.그런데 자기 아들이 그런 어마어마한 존재를 건드렸다니.“우, 우선 의사들을 불러오거라!”한참을 침묵하던 왕 씨 가문의 가주 왕대인이 그제야 보디가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보디가드가 떠나자 그는 일단 왕호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안으로 옮겼다. 그리고 다른 보디가드에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내 아들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바보가 아닌 이상 먼저 전신의 심기를 건드렸을 리가 없잖아?”“가주님 그게 말입니다. 가주님께서도 알다시피 여전신이 수수하게 다니는 걸 좋아해서……”보디가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사건의 경위를 왕대인에게 알려주었다.“정말이지 쓸데없이 마스크는 왜 쓰고 다니냐고! 내 아들은 오늘 억울하게 맞았어!”왕대인이 이를 갈았다. 왕호가 만약 그녀가 전신인 줄 알았다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불경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그 역시 겸허히 이번 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자기 아들이 저 지경이 될 정도로 맞은 것만
“도범? 이제 막 퇴역한 햇병아리 주제에 간땡이가 부어올랐구나. 감히 우리 왕 씨 가문을 건드려? 나 왕대인의 아들을 저 꼴로 만들다니! 내가 내 이름 석 자 걸고 그놈한테 후회란 게 뭔지 똑똑히 알려주겠어!”왕대인은 보디가드의 말을 듣고 곧바로 증오의 화살을 도범에게 돌렸다.“맞습니다 가주님. 그 도범이라는 놈 정말 지독한 놈입니다. 박이성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세게 때린 겁니다 심지어 전신도 보고 있던걸요. 약하게 때리면 때리지 않은 걸로 치고 다시 때려라고 해서 마지못해……”보디가드는 왕호와 박이성이 지금껏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도범을 싫어하고 있었기에 특별히 박이성을 두둔하며 말했다.“그래. 알겠어!”왕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도범이 여전신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지만 여전신은 이미 그에게 1000억이나 하는 야명주도 줬고, 박 씨 어르신의 생일 연회도 참석해 줬잖아. 그 정도면 사례를 할 만큼 한 거지. 비록 내가 대놓고 도범을 겨냥하지는 못하지만 이번 일은 확실히 기억해 두겠어. 시간이 좀 지나면 어떻게든 도범이 그 자식을 죽여버려야겠어!”같은 시각, 박 씨 가문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한 고층건물의 내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망원경으로 저택 내부를 살피고 있었다.“시끌벅적하군. 사람들도 꽤나 모였어! 심지어 저 안에 대장도 몇몇 보이고 장진까지 와있네!”강인해 보이는 한 남자가 망원경을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말을 뱉었다.“그러게 말입니다. 도범이 저 자식 때문에 중장님 스승님이 죽었잖습니까. 그런데 전신은 그가 큰 화근을 없앴다면서 그의 체면까지 살려주려고 저 할아범 생신 연회를 다 오다니요!”하재열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다른 대장들은 당연히 전신을 보고 온 거겠죠. 전신은 참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죽이네요. 하하 내가 봤을 때 몇몇 사람들은 분명 그녀를 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게 뻔합니다. 쯧쯧 참으로 아까운 여자죠. 지나칠 정도로
“좋습니다. 그럼 도범이 저놈한테 살 날을 며칠 더 남겨주도록 하죠!”하재열이 피식 냉소를 지었다. 그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하하 그런데 저놈 마누라 엄청 예쁘지 않습니까? 중장님께서 도범을 죽일 때 제가 옆에서 저 여자와 재미 좀 보려고 하는데, 설마 그것까지 상관하지는 않으시겠죠?”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하재열을 돌아보고 답했다.“그건 네 일이지. 나랑 상관없어. 내 목적은 오직 저놈 모가지를 따는 거야!”말을 마친 남자가 휙 하고 돌아서서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남자가 떠난 후 하재열이 곧바로 표정을 굳히며 싸늘하게 말했다.“씨발 일개 중장 주제에 내 앞에서 고고한 척하기는. 내가 매일 좋은 음식, 좋은 술을 바쳐가며 시중을 드는데 감히 나한테 손을 대? 퉤, 정말로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주위 보디가드들 표정이 하나같이 일그러졌다.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중장밖에 되지 않아도 절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하 씨 가문의 고수 중에는 그를 이길 사람이 없었다.“도범의 여자가 중주 최고의 미녀일 줄은 몰랐네. 헤헤 아주 뜻밖의 수확이야!”하재열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놈 처남의 여자친구도 반반하게 생겼던데. 너희들은 도범이 죽으면 그 두 여자를 잡아오도록 해. 내가 나만의 식으로 우리 큰아버지를 위한 복수를 해줄 테니까!”뒤에 서있던 보디가드들의 표정이 괴이해졌다. 역시 하재열은 남달랐다. 분명 나쁜 일을 저지르면서도 저렇게 정의감이 넘치는 것처럼 포장하며 말하다니.“자자자, 모두들 마시자고. 참으로 오랜만에 이렇게 즐겁게 마시는군!”장세천의 입이 싱글벙글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오늘 이렇게 여전신을 만나 같은 테이블에서 술까지 마실 수 있게 되었으니 좀처럼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여전신님과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왕소호 역시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전
박진천은 박 씨 집안이 이미 이류 가문으로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남산토지 프로젝트는 2년 동안 박 씨 집안이 이류 가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하거나 심지어는 어떤 이류 가문보다 더 강대한 실력을 지니게 할 수도 있었다.오후 3,4시가 되어서야 사람들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여보, 우리 새 집 보러 가자."장진을 보내고 난 뒤, 도범이 웃으며 박시율에게 말했다."좋아, 가보고 짐 정리해서 오후에 이사하자."박시율이 기대를 담은 얼굴로 대답했다."그래, 어차피 이사할 것도 별로 없어, 안에 다 있거든. 간단하게 정리해서 들고 오면 될 것 같아."“얼른 가자, 나 너무 기대돼."나봉희가 흥분한 얼굴로 단독 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난히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별장을 보니 나봉희는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그녀는 오래전부터 이런 별장에 살 수 있기를 바랐었는데 오늘 이렇게 기회가 생길 줄이야.도범 가족은 들뜬 마음을 안고 건너편의 별장으로 들어갔다.한편, 박 씨 저택을 떠나는 한지운과 성경일에게 인사를 하던 박이성은 도범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다."젠장, 오늘 도범 체면만 세워줬네."한지운이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운수도 좋지, 저딴 놈이 전신의 목숨을 구해줬다니. 전신께서는 또 통도 크게 100억이 넘는 야명주를 경매장에서 사 도범에게 줘서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다니!"박이성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장소연한테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움직이라고 하자, 지금 어르신께서 박시율 가족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도범까지 인정해 줬으니. 도범이랑 얘기를 나누는 걸 들어보니 기분이 좋아 보이더라고. 계속 이렇게 두었다가는 이성이 너도 위험해."성경일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그럴 리가, 나 남산토지 계약을 따 온 사람이야, 회사를 위해 얼마나 큰 공헌을 한 건데. 2,3년 동안 100억은 쉽게 벌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도범이랑 박시율 내가 상속자가 되는 걸 방해할 수 없어."박이성이 미간을 찌
성경일의 말을 들은 박이성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그는 성경일의 말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도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아닐 거야, 박시율 어렸을 때부터 착했으니까 나한테서 회사를 빼앗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예전이었다면 몰라, 지금 도범이랑 박시율 월급도 다들 낮지 않으니 충분히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야.""이성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박 씨 집안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이류 가문에 속하니 박시율도 당연히 욕심을 낼 거라고. 돈 많은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박시율이 자리를 안 뺏는다고 해도 어르신께서 나눠주면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한지운이 웃으며 박이성에게 말했다."그건 안 돼, 나는 박 씨 집안의 유일한 남자이고 박시율은 집에서 쫓겨난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여자한테 우리 회사를 나눠줄 수 있겠어?"그 말을 들은 한지운이 콧방귀를 뀌었다."박시율도 박 씨 집안사람이니 당연히 가업을 물려받을 권리가 있는 거지. 그리고 어르신이 얼마나 똑똑하신 분인데 네가 쓸모없다고 생각되면 박시율한테 회사를 넘길지언정 너한테는 절대 회사를 내어주지 않을 거야."박이성은 한지운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자신의 할아버지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전과는 확실히 다를 뿐만 아니라 술이 조금 들어가고 난 뒤에는 계속 박시율의 상업 능력과 도범의 대단함을 칭찬하며 박이성 얘기는 하나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내일 바로 장소연한테 말해야겠어, 도범에게 그 약을 먹이라고."박이성이 주먹을 쥐고 말했다."너무 급하게 굴지 마, 시간을 잘 봐가면서 해야 도범의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지. 다행히 우리 약은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물에 넣기만 하면 금방 녹아. 아니면 도범 그놈 의사이니 이상한 점을 발견할지도 몰라.""맞네, 도범 의술도 알지, 만약 치료방법을 찾아내면 어떡하지? 정말 효과 있는 거 맞아? 도범이 알고 고쳐내면 어떡해?""걱정하지 마, 우리도 어렵게 큰돈 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