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호 대장의 말에 왕호가 화들짝 놀랐다. 어찌나 놀랐는지 볼살이 다 흔들리고 있었다.왕소호 대장은 그와 같은 왕 씨 성을 가졌는데 그러면 한 가문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같은 왕 씨 가문으로서 저 대장은 그에게 도움을 줄 생각은 안 하고 자기가 나서서 때리려고 하다니!그는 무려 대장이었다. 3번은 고사하고 그가 진짜 힘을 발휘한다면 따귀 한 방이면 충분했다.“박이성 너 빨리 때리지 않고 뭐해? 자, 때려. 뭐 하러 꾸물대고 있어!”왕호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지금은 그저 이를 악물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맞는 게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박이성은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도련님이었다. 그런 그가 힘이 세면 얼마나 세겠는가? 또한 자신과는 친분도 있는데 어느 정도는 봐 주면서 때릴 거라고 생각했다.박이성한테 맞는 게 대장이나 준장한테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지금 가장 화가 나는 건 도범이었다. 설마 자신에게 이런 벌을 줄 생각을 하다니!수많은 사업가들과 명문 세가 사람들 심지어 전사들까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왕호 도련님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박이성이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 왕호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잡아끌며 물귀신 작전을 썼다. 만약 그때 전신이 벌컥 화라도 내서 자기까지 벌하려 들거나 죽이려 들면 어디 가서 그 억울함을 호소하겠는가!“짝!”박이성이 손을 높게 들어 올린 후 그대로 왕호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악!”왕호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뺨에는 커다란 손바닥 자국까지 생겼다.“너……”왕호가 고개를 번쩍 쳐들고 씩씩거리며 박이성을 쳐다봤다. 망할 놈이 이렇게 세게 때리다니. 이놈은 살살할 줄 모른단 말인가?하지만 박이성은 그런 왕호를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장진에게 물었다.“어떠십니까 전신님. 이 정도로 때리면 될까요?”“응 괜찮아! 지금과 같은 힘으로 때리면 되겠어!”장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순간 왕호의 머릿속에 팟하고 뭔가가 떠올랐다. 아마 박이
한지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도하고 있었다. 여전신이 아까 자신이 나서서 했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제발 전신이 자신에 관한 일을 마음에 두지 말고 이대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하지만 지금 여전신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이제 다음 타깃은 자신이 될 것인가 보다.한지운의 아버지인 한용휘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용서를 구하러 나서려고 했다.그는 막 한 걸음 내 디디려고 하다가 순간 멈칫거렸다.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무려 여전신이었다. 만약 자신이 나서서 용서를 빌었는데 상대가 언짢아하며 그들 일가족을 죽이려 들면 어쩐단 말인가. 그녀가 그렇게 행동해도 그들은 그저 자기들이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저, 전신님 저한테 볼 일이라도 있으신가요?”한지운이 마른침을 삼키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곁에 서서 숫자를 세어. 하나도 적어서는 안 돼!”장진이 말했다.“네. 네 알겠습니다!”한지운이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불렀을 때 정말 너무 놀라 심장이 다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저 숫자를 세라고 불렀을 뿐이었다.“셋, 넷……”박이성은 한번 또 한 번 왕호의 뺨을 때렸다. 그의 뺨은 이미 부어올라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고여있었다.한참을 때리던 박이성은 손이 너무나 아팠다. 그의 손도 곧 부어오를 것 같았다.비록 때리는 역할이지만 그의 손 역시 아팠다. 단지 자신의 역할이 왕호보다 조금 더 나을 뿐이었다.“구십구…”순식간에 99번의 따귀를 때렸다. 이제 왕호의 얼굴은 시뻘겋게 부을 대로 부어있었다.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고 흐릿해져 있었고 너무나 맞아서 이제 뺨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그는 자신이 잘못 건드려도 한참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용 씨 가문의 가주 용준혁 님께서 그 가족분들과 함께 박 씨 어르신의 칠순 생
용준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곁에 있는 박 씨 가문의 하인한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우리가 조금 늦게 온 관계로 아직 지금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데, 혹시 여전신이 도범의 신분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나? 예를 들어 대장이라고 불렀다거나?”“아니요. 그런 말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범 님은 자신의 명패를 잃어버렸다고 했고 저택을 산 돈은 모두 자기 돈이라고 했었습니다.”“아마 대대장 정도나 되지 않겠습니까? 5년 사이에 대대장 정도면 퍽 대단한 거죠!”하인이 답했다.“저자가 만약 대대장이라면 왜 그전에 말하지 않았겠나?”뒤에 서있던 광재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도범 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길에서 명패를 잃어버렸는데 말해도 아무도 믿을 것 같지 않아서 아예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저는 도범 님이 참으로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분이 아니었다면 오늘 여전신도 오지 않았을 거고 이렇게 많은 대단한 분들이 저희 어르신 생신 연회에 오시지도 않았을 겁니다!”하인이 길을 안내하면서 말했다.“사실 박시율 아가씨도 그렇고 도범 님도 그렇고 다들 참으로 좋으신 분들입니다. 이제 도범 님도 드디어 박 씨 가문의 인정을 받았으니 앞으로 두 분의 앞날에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걱정 말게. 꼭 그럴 것이야!”용준혁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는 도범의 말을 믿지 않았다. 명패를 잃어버렸다고?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그는 도범의 신분이 절대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오히려 그는 도범이 도대체 어떻게 장진을 설득했기에 그녀가 도범의 신분을 감춰주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혹시 여전신이 갓 입대했을 때, 아직 그렇게 강하지 못해서 부상을 입었고, 도범이 의술로 그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 일로 그녀가 그를 돕고 있는 건 아닐까?“용 가주님, 둘째 아가씨, 큰 도련님 오셨습니까!”용준혁과 그 일행들이 온 것을 본 도범이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네. 신애와 일비 이 계집애들이 화장을 하고 옷을 반나절 동안 고르지만 않았다면
“오랜만입니다 장진 전신님!”왕호가 실려간 후 용준혁이 곧바로 장진 앞에 나서며 말을 건넸다.장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옆에 서있는 두 미녀를 보고 웃으며 말을 걸었다.“이 아름다운 두 여성이 바로 소문으로만 들었던 용신애와 용일비 겠구나.”그 말을 들은 용신애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전신이 직접 자신을 칭찬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안녕하세요 전신님. 저, 저는 용신애입니다. 저는 미녀 축에 끼지도 못해요. 전신님이야말로 너무 아름다우세요. 몸매만 좋을 뿐만 아니라 품위가 느껴져요!”용일비 역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맞습니다. 맞아요. 전신의 품위는 아무나 갖고 있는 게 아니죠. 왕호 그놈 평소에도 엄청 나대고 다녔었는데 오늘 이 일로 이제 함부로 거들먹거리고 다니지 못할 거예요!”두 미녀의 눈빛은 너무나 순수했고 옷차림도 단정했다. 장신은 두 미녀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 용신애한테 건넸다.“이건 내 전화번호야. 나중에 시간 되면 함께 커피나 마시자고. 어차피 나도 중주에 아는 친구가 별로 없어서 말이야!”용신애는 장진의 뜻밖의 호의에 순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그제야 장진이 건넨 명함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알겠어요. 시간 되면 꼭 연락할게요. 참, 이건 제 명함이에요!”용신애가 빠르게 자신의 명함을 꺼내더니 두 손으로 공손히 그녀에게 건넸다.용신애의 경직된 자세를 본 장진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내가 신도 아니고 말이야. 나를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친구처럼 말이야!”“그, 그건 안 되죠. 전신님은 비록 신이 아니지만 신과 비슷한 존재잖아요. 전신님은 무려 전신님인걸요!”용신애는 그녀의 호의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상대는 무려 위대한 전신이었다. 그런 그녀를 친구처럼 대하고 함께 놀라고? 그녀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압박감을 안겨주는 인물이었다. 매 순간
“누구를 건드렸든 간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왕 가주가 펄펄 뛰면서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을 것처럼 소리 질렀다.그러던 그가 보디가드의 말을 떠올리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잠깐만 누구를 건드렸다고? 전신을 건드렸어?”“네 가주님. 도련님께서는 여전신 장진을 건드렸습니다!”보디가드가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큰일입니다 가주님. 도련님께서 이번에 너무나 무서운 분을 건드렸어요. 우리 왕 씨 가문 전체를 멸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집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더니 바로 꼬리를 내렸다.“그, 그럴 리가? 감히 전신을 건드렸다고?”왕 가주가 마른침을 삼키며 되물었다. 방금 전까지의 화가 순식간에 쑥 내려갔다. 그 대신 두려움이 휘몰아쳤다.전신이라니. 중주를 통틀어서, 아니 다른 도시의 세력, 나아가 화하에서 내놓으라 하는 세력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인물이었다.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잘 보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형세였다.그런데 자기 아들이 그런 어마어마한 존재를 건드렸다니.“우, 우선 의사들을 불러오거라!”한참을 침묵하던 왕 씨 가문의 가주 왕대인이 그제야 보디가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보디가드가 떠나자 그는 일단 왕호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안으로 옮겼다. 그리고 다른 보디가드에게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내 아들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바보가 아닌 이상 먼저 전신의 심기를 건드렸을 리가 없잖아?”“가주님 그게 말입니다. 가주님께서도 알다시피 여전신이 수수하게 다니는 걸 좋아해서……”보디가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사건의 경위를 왕대인에게 알려주었다.“정말이지 쓸데없이 마스크는 왜 쓰고 다니냐고! 내 아들은 오늘 억울하게 맞았어!”왕대인이 이를 갈았다. 왕호가 만약 그녀가 전신인 줄 알았다면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불경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그 역시 겸허히 이번 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자기 아들이 저 지경이 될 정도로 맞은 것만
“도범? 이제 막 퇴역한 햇병아리 주제에 간땡이가 부어올랐구나. 감히 우리 왕 씨 가문을 건드려? 나 왕대인의 아들을 저 꼴로 만들다니! 내가 내 이름 석 자 걸고 그놈한테 후회란 게 뭔지 똑똑히 알려주겠어!”왕대인은 보디가드의 말을 듣고 곧바로 증오의 화살을 도범에게 돌렸다.“맞습니다 가주님. 그 도범이라는 놈 정말 지독한 놈입니다. 박이성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세게 때린 겁니다 심지어 전신도 보고 있던걸요. 약하게 때리면 때리지 않은 걸로 치고 다시 때려라고 해서 마지못해……”보디가드는 왕호와 박이성이 지금껏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도범을 싫어하고 있었기에 특별히 박이성을 두둔하며 말했다.“그래. 알겠어!”왕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도범이 여전신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지만 여전신은 이미 그에게 1000억이나 하는 야명주도 줬고, 박 씨 어르신의 생일 연회도 참석해 줬잖아. 그 정도면 사례를 할 만큼 한 거지. 비록 내가 대놓고 도범을 겨냥하지는 못하지만 이번 일은 확실히 기억해 두겠어. 시간이 좀 지나면 어떻게든 도범이 그 자식을 죽여버려야겠어!”같은 시각, 박 씨 가문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한 고층건물의 내부.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망원경으로 저택 내부를 살피고 있었다.“시끌벅적하군. 사람들도 꽤나 모였어! 심지어 저 안에 대장도 몇몇 보이고 장진까지 와있네!”강인해 보이는 한 남자가 망원경을 내려놓으며 싸늘하게 말을 뱉었다.“그러게 말입니다. 도범이 저 자식 때문에 중장님 스승님이 죽었잖습니까. 그런데 전신은 그가 큰 화근을 없앴다면서 그의 체면까지 살려주려고 저 할아범 생신 연회를 다 오다니요!”하재열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다른 대장들은 당연히 전신을 보고 온 거겠죠. 전신은 참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죽이네요. 하하 내가 봤을 때 몇몇 사람들은 분명 그녀를 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게 뻔합니다. 쯧쯧 참으로 아까운 여자죠. 지나칠 정도로
“좋습니다. 그럼 도범이 저놈한테 살 날을 며칠 더 남겨주도록 하죠!”하재열이 피식 냉소를 지었다. 그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하하 그런데 저놈 마누라 엄청 예쁘지 않습니까? 중장님께서 도범을 죽일 때 제가 옆에서 저 여자와 재미 좀 보려고 하는데, 설마 그것까지 상관하지는 않으시겠죠?”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하재열을 돌아보고 답했다.“그건 네 일이지. 나랑 상관없어. 내 목적은 오직 저놈 모가지를 따는 거야!”말을 마친 남자가 휙 하고 돌아서서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남자가 떠난 후 하재열이 곧바로 표정을 굳히며 싸늘하게 말했다.“씨발 일개 중장 주제에 내 앞에서 고고한 척하기는. 내가 매일 좋은 음식, 좋은 술을 바쳐가며 시중을 드는데 감히 나한테 손을 대? 퉤, 정말로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주위 보디가드들 표정이 하나같이 일그러졌다.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중장밖에 되지 않아도 절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하 씨 가문의 고수 중에는 그를 이길 사람이 없었다.“도범의 여자가 중주 최고의 미녀일 줄은 몰랐네. 헤헤 아주 뜻밖의 수확이야!”하재열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놈 처남의 여자친구도 반반하게 생겼던데. 너희들은 도범이 죽으면 그 두 여자를 잡아오도록 해. 내가 나만의 식으로 우리 큰아버지를 위한 복수를 해줄 테니까!”뒤에 서있던 보디가드들의 표정이 괴이해졌다. 역시 하재열은 남달랐다. 분명 나쁜 일을 저지르면서도 저렇게 정의감이 넘치는 것처럼 포장하며 말하다니.“자자자, 모두들 마시자고. 참으로 오랜만에 이렇게 즐겁게 마시는군!”장세천의 입이 싱글벙글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오늘 이렇게 여전신을 만나 같은 테이블에서 술까지 마실 수 있게 되었으니 좀처럼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여전신님과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왕소호 역시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전
박진천은 박 씨 집안이 이미 이류 가문으로 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남산토지 프로젝트는 2년 동안 박 씨 집안이 이류 가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하거나 심지어는 어떤 이류 가문보다 더 강대한 실력을 지니게 할 수도 있었다.오후 3,4시가 되어서야 사람들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여보, 우리 새 집 보러 가자."장진을 보내고 난 뒤, 도범이 웃으며 박시율에게 말했다."좋아, 가보고 짐 정리해서 오후에 이사하자."박시율이 기대를 담은 얼굴로 대답했다."그래, 어차피 이사할 것도 별로 없어, 안에 다 있거든. 간단하게 정리해서 들고 오면 될 것 같아."“얼른 가자, 나 너무 기대돼."나봉희가 흥분한 얼굴로 단독 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난히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별장을 보니 나봉희는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그녀는 오래전부터 이런 별장에 살 수 있기를 바랐었는데 오늘 이렇게 기회가 생길 줄이야.도범 가족은 들뜬 마음을 안고 건너편의 별장으로 들어갔다.한편, 박 씨 저택을 떠나는 한지운과 성경일에게 인사를 하던 박이성은 도범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다."젠장, 오늘 도범 체면만 세워줬네."한지운이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운수도 좋지, 저딴 놈이 전신의 목숨을 구해줬다니. 전신께서는 또 통도 크게 100억이 넘는 야명주를 경매장에서 사 도범에게 줘서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다니!"박이성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장소연한테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움직이라고 하자, 지금 어르신께서 박시율 가족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도범까지 인정해 줬으니. 도범이랑 얘기를 나누는 걸 들어보니 기분이 좋아 보이더라고. 계속 이렇게 두었다가는 이성이 너도 위험해."성경일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그럴 리가, 나 남산토지 계약을 따 온 사람이야, 회사를 위해 얼마나 큰 공헌을 한 건데. 2,3년 동안 100억은 쉽게 벌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도범이랑 박시율 내가 상속자가 되는 걸 방해할 수 없어."박이성이 미간을 찌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