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예상대로 상대방이 입을 열었다.“그런데 당신 진짜 예쁘게 생겼다. 꽤 동정심이 들기도 해. 그래도 어쩌겠어. 우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일단 의뢰인의 돈을 받으면 무조건 일을 완수해야만 해서 말이야!”그녀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곧바로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의뢰인? 당신 킬러예요? 여기는 어디죠?”박시율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한눈에 보아도 엄청 낡아 보이는 오래된 기와집에, 심지어 눈앞에는 킬러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킬러까지 고용해서 그녀를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박이성?”그녀는 곧바로 박이성이 떠올랐다. 지난번 도범이 그의 팔을 부러트렸던 일도 있지 않았던가. 그는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따지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언젠가는 기회를 틈타 복수할게 분명했다.때문에 그녀는 박이성이 이 일을 꾸몄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고쳤다.“아니야 그놈일 리가 없어. 아직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도 못했는데. 이제 막 약속했던 시간이 된 참이었다. 만약 사람을 시켜서 나를 죽이려고 했다면 계약을 체결한 후 일을 저질렀을 텐데!”“걱정 마. 내가 죽이려는 사람은 네가 아니니까!”바로 그때, 뜻밖에도 눈앞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박시율은 더욱 어안이 벙벙해졌다.“나를 죽이려는 것도 아닌데 왜 나를 납치한 거예요?”그렇게 묻던 그녀는 불현듯 뭔가 떠올랐다.“알겠어요. 당신 지금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화장하고 내 남편, 도범을 죽이려는 거죠!”박시율이 숨을 들이켰다. 상대한테 자신을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납치까지 한 걸로 보아 분명 타깃을 이곳까지 유인하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그러면 당연히 그녀가 타깃으로 삼은 사람은 도범일 확률이 높았다.박시율은 생각하면 할수록 여자의 목표가 자신보다 도범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도범은 지금껏 너무 많은 사람들을 건드려왔다.박이성뿐만 아니라 성경일, 한지운과 왕
상대가 킬러이긴 해도 박시율은 도범의 실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어쩌면 도범이 살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죽여 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방금 암영이 한 말에 그녀는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준장 정도면 충분히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준장을 쓰러트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도범은 정말로 위험에 처한 게 아닌가?가장 큰 문제는 현재 그녀가 자신의 모습으로 화장을 했다는 것이다. 만약 도범이 그녀의 모습에 홀리게라도 된다면 정말 큰일이었다.한 사람이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살해를 당할 가능성은 너무나 높았다. 그건 마치 앞이 안 보이는 장애인이 아무 장애도 없는 평범한 사람과 싸우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누가 봐도 장애인이 열세에 처할 것이 분명했다.“왜? 겁나? 막 가슴이 아파?”암영이 짧은 비수를 꺼내들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박시율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내가 왜 타깃의 아내 혹은 남편으로 분장한 후 살해하는 걸 즐기는 줄 알아? 왜냐면 나는 그들이 죽기 직전에 짓는 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너무나 짜릿하거든!”거기까지 말한 암영이 몸을 휙 돌리더니 꺄르르 웃기 시작했다.“하하 그들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가장 친한 사람한테 죽임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지! 그리고 나는 그들이 죽고 나서도 도대체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에 대해 절대 알려주지 않아. 그러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지 않겠어?”“다, 당신 정말 미쳤어! 언젠가는 꼭 천벌을 받게 될 거예요!”박시율이 빨개진 두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하하 걱정 마. 참, 나 그런 것도 좋아하는데, 바로 너를 이 방안에 가둬두고 살짝 열린 문틈으로 내가 네 남편을 어떻게 죽이는지 똑똑히 지켜보게 하는 거야. 그때 너는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지를 수 없지. 남편이 죽으면 넌 엄청 고통스러울 거야 그치? 그것도 참 즐거운 장면이 될 거야!”“
박시율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가 막 뭐라고 말하려고 하던 그때 상대방이 이미 준비해둔 수건을 그녀의 입에 밀어 넣으며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막았다.“이 문 보이지? 내가 이문을 살짝 열어둘 거거든. 그러면 그 열린 문틈으로 마침 저기 저 밖에 놓인 낡은 테이블이 보이게 되지. 이따가 내가 바로 저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네 남편을 죽일 생각이야. 하하 그 장면을 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말이야!”“읍!”조급해 난 박시율이 끊임없이 머리를 저으며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하하 괜한 힘 빼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이따가 내가 어떻게 네 남편을 죽이는지 지켜봐야지!”암영이 큰소리로 웃다가 박시율의 휴대폰을 꺼내 들고 도범한테 전화를 걸었다.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 눈앞의 여자는 비록 생긴 건 자신과 똑 닮았지만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도범이 바보도 아니고 전화로 속을 리가 없었다. 그는 목소리만 들으면 곧바로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다음 순간 박시율은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도범이 전화를 받자마자 여자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변한 것이다. 바로 박시율과 똑같은 목소리로 말이다. 심지어 그녀 자신마저 자기 목소리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니 도범은 오죽하겠는가. 도범이 목소리만 듣고 분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더욱 소름 끼치는 건 현재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바로 어제 자신이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보아하니 암영은 이미 진작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특별히 그녀와 똑같은 옷까지 입은 걸로 보아 상대방이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이 일을 준비했는지 소름 끼칠 정도였다.“여보세요? 자기야 나 터미널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잠깐 나오면 안 돼? 나, 나 자기랑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우리 두 사람 거기서 이야기 좀 나누면 안 될까?”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좋지. 이거 데이트 신청이야? 알았어 여보, 터미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운전
산에서 터미널까지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암영은 빠르게 박시율의 차를 몰고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주차를 하고 차에 기대어 도범이 오기를 기다렸다.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도범이 도착했다.“무슨 일이야 여보? 오늘 회사 안 바빠? 이렇게 나올 시간도 다 있고 말이야!”도범이 차를 세우고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나 자기랑 함께 놀러 가고 싶은 곳이 생겨서 말이야. 거기가 좀 낡기는 했는데 엄청 조용하고 풍경도 제법 괜찮거든!”암영이 배시시 웃더니 차에 올랐다.“자기는 내리지 말고 내 뒤에서 따라와!”“알았어!”곧바로 도범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하지만 그는 속으로 의심을 품고 있었다. 현재 자신의 앞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박시율은 평소의 모습과 어딘가 달라 보였다.특히 눈빛이 달랐다. 그녀의 눈빛에서 이상야릇한 요염함이 느껴졌다.박시율은 절대 그런 눈빛을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 눈빛에서 명확한 유혹의 뜻이 보였기 때문이다.‘이상한데, 오늘 시율이가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한테 데이트 신청을 한 거지?’그녀의 뒤를 따르며 도범은 속으로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곧바로 차는 산길을 따라 정상에 도착했다. 그들은 공지에 차를 주차했다.“어때? 여기 괜찮지? 봐봐, 여기 서있으면 중주시 전체가 내려다보여. 바람도 산산하니 엄청 기분 좋지 않아?”박시율이 기지개를 쭉 켰다. 원래 완벽했던 그녀의 몸매가 더욱 돋보였다.곁에서 박시율의 모습을 살피던 도범이 살짝 넋을 놓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이다.그녀가 도범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자기야 저기 집이 있네. 우리 저기 들어가 보지 않을래?”“좋아!”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때, 박시율이 주동적으로 다가와 도범의 손을 잡았다.도범이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자기야 왜? 우리는 부부니까 손을 잡는 게 정상이잖아? 그런데 당신 표정 좀 이상한데?”박시율이 교태 어린 눈빛으로 도범을
암영이 도범을 확 끌어당겼다. 그녀가 관능적인 빨간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자기야 그 있잖아, 자기가 입대를 하고 떠난 뒤 몇 년이나 지났잖아. 마침 여기는 아무도 없으니까…”암영이 그렇게 말하더니 도범의 가슴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그를 유혹하기 시작했다.“시율아 여기는 좀 그렇지 않아? 지금 대낮인데!”도범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바깥쪽을 바라보았다.“참 나 방금 들어오면서 문 잘 닫았거든. 그리고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산속에 누가 굳이 들어오려고 하겠어?”“사람도 없는데 우리 둘만의 뜨거운 시간을 보내도 되잖아? 여기라면 분명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거야!”그렇게 말한 암영이 까치발을 들고 도범의 목에 입을 맞췄다.아내의 적극적인 모습에 도범의 의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곧바로 그가 활짝 웃더니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다.“정말 예상 밖이야. 우리 여보가 이런 걸 좋아했다니!”“짓궂어. 난 이렇게 스킨십하면 안 돼?”암영이 매혹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속으로 눈앞의 남자가 너무나 쉽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미인계를 쓰면 아주 쉽게 속아 넘어갈 것 같았다.“읍!”방안의 박시율은 두 사람이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걱정되어 몸부림쳤다. 그녀는 도범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소리를 낼 수 없었다.하긴 그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상대하고 있는데 도범이 어떻게 쉽게 의심할 수 있을까?또한 저런 유혹을 받게 되면 도범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도범은 이제 20대였다. 당연히 한창 혈기 왕성할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바로 그때 암영이 도범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리고 곧바로 도범이 상대를 덥석 끌어안았다.박시율은 암영이 손을 뻗어 허벅지에 걸쳐있는 스타킹에서 비수를 꺼내는 모습을 확인했다.서늘하게 번뜩이는 비수를 본 박시율은 당장이라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이 조마조마 해졌다.그녀가 막 비수를 내리꽂으려고 하던 그때 도범이 그녀를 안고 휙 하고 몸을 돌렸다. 순식간에 그들의 모습이 박시율의 시야 속에서 사라졌
“읍!”박시율은 여전히 발버둥을 치며 문밖의 도범에게 상황을 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곧이어 그녀는 문밖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 설마 벌써 도범이 죽어버린 건 아니겠지?갑자기 웬 손이 불쑥 나타나 문을 턱하고 잡았다. 그녀가 깜짝 놀랐다. 밖에 있는 누군가가 순식간에 문을 확 열어젖혔다.“읍!”도범이 들어오는 모습을 본 박시율의 눈가가 점점 빨개지더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그를 걱정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그가 죽을까 두려웠던지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론 그가 죽게 되면 아이한테 아버지가 사라지게 되는 것 역시 걱정되었다.도범이 무사하게 들어오는 모습을 본 그녀는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난 그 여자가 당신이 아니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어!”서둘러 다가온 도범이 박시율의 입에 물려있던 천을 빼내고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여보 괜찮아? 그 여자가 혹시 때리거나 학대하지는 않았어?”“아니 난 괜찮아. 그 여자 목표가 당신이었지 내가 아니었어.”“그 여자는? 그 여자 킬러라던데, 자신이 서남 지역에서 킬러 순위 5위라면서, 엄청 강하다고 했어. 준장급이 와도 그녀의 상대가 아니라고 하던데.”박시율이 다급하게 물었다.그런데 그녀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그녀를 지긋하게 바라보더니 두 손으로 작은 얼굴을 붙잡고 거센 키스를 퍼부었다.“읍!”아직까지 기둥에 묶여있던 박시율은 도범이 그녀한테 키스를 해올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얼굴은 이미 빨갛게 열이 올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한바탕 거센 키스를 퍼부은 도범이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그 여자가 킬러라는 것을 알고 난 후 걱정되어 미치는 줄 알았어. 혹시 당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 까봐!”그렇게 말한 도범
박시율은 놀랍기도 하고 안심되기도 하여 그저 웃기만 했다. 이제 보니 정말로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았다. 도범은 진작 이상을 감지하고 있었다.그때 도범이 물었다.“방금 내가 말했던 것처럼 의심이 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긴 했지만 내 쪽에서 먼저 손을 쓸 수는 없었어. 감히 손을 쓸 생각도 못 했지. 그러다 내 판단이 틀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내가 마지막에 그 여자한테 비수를 꽂아 죽일 수 있었던 건 그녀가 나한테 확실하게 들킨 게 있어서야!”“무슨 일 있었어? 뭘 확실하게 들켰어?”박시율이 눈썹을 찡그리며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녀가 보았을 때 그 여자의 분장은 이미 완벽에 가까웠다.“내 와이프는 나한테 먼저 입을 맞추는 일이 없어. 그런데 그 여자는 나한테 먼저 입술을 가져다 댔잖아.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내가 그 여자한테서 어렴풋하게 담배 냄새를 맡았어. 그 말인즉슨 그 여자는 담배를 피운다는 거지. 하지만 내 진짜 와이프인 당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잖아!”“그래서 그 순간 단정할 수 있었어. 눈앞의 이 여자가 절대 당신이 아니라는걸. 그녀는 킬러고 나를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도범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이제 보니 당신 진짜 똑똑한 사람이었네!”그 여자가 도범한테 키스를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박시율은 속이 뒤틀렸다. 그녀가 물었다.“어땠어? 그 여자는 그렇게 적극적이고 몸매도 엄청 좋잖아? 그런데 당신 안 기뻤어? 설레지 않았어?”도범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박시율이 여기서 질투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웃더니 그제야 말을 꺼냈다.“여보 그 여자는 그냥 킬러일 뿐이야. 내가 정말 죽고 싶은 줄 알아? 그 순간에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겠어. 난 그저 혹시나 내 판단이 틀리게 될까 봐 거듭 확인을 한 후 죽였을 뿐이야!”“잠깐만 그런데 저 여자 실력이 그렇게 강한데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죽일 수 있었어? 나 아까 분명 저 여자가 비수를 뽑아드는 모습을 봤었는데!”박시율은 여전히 이해
“하하 괜찮아. 당장 급한 일도 아니고 말이야. 그들한테 내일 아침 다시 오라고 하면 되지!”도범이 큰 소리를 내며 웃다가 곁에 있는 박시율을 바라보았다.“여보 이왕 나왔는데 내려가서 함께 점심이라도 먹는 게 어때? 놀란 마음도 달랠 겸 말이야. 어때?”“그래!”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두 사람은 차를 몰고 산을 내려왔다.같은 시각, 박시율의 사무실에는 소정과 박이성이 여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도대체…”박이성은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미 박시율에게 전화를 열몇 통이나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그가 곁에 앉아있는 소정을 돌아보고 물었다.“당신은 생각은 어때요? 혹시 지금 우리 두 사람, 박시율한테 놀아난 건 아니겠죠? 그년이 만약 나를 농락한 거라면 정말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내가!”그런데 오히려 소정은 미소를 지었다.“그럴 리가 없어요. 저는 박 팀장님을 믿어요. 그분께서 이미 그러겠다고 말씀을 하셨으니 분명 와주실 거예요. 제 생각에는 아마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셔서 조금 늦으시는 것 같아요!”“하하 웃기는 소리! 무슨 일이 우리 계약서보다도 중요하다는 거야!”박이성이 콧방귀를 끼며 불만을 토로했다.그렇게 말하던 그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그들이 고용한 킬러는 5일 내로 일을 처리하겠다고 했다.오늘로 두 번째 날인데 설마 이미 움직인 건가?문제는 암영이라는 여자가 의뢰를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녀한테는 특수한 기호가 있었다. 그녀는 타깃의 가장 친밀한 사람으로 변장하는 것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그 친밀한 사람이 타깃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는 것도 좋아했다.“설마…”지금껏 박시율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 암영한테 납치를 당한 듯했다. 박이성은 현재 너무나 당황스러웠다.어쨌든 킬러란 작자들은 보통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니 그녀가 욱하는 마음에 박시율을 죽일 가능성도 있었다.“이런…”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