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박시율은 여전히 발버둥을 치며 문밖의 도범에게 상황을 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곧이어 그녀는 문밖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 설마 벌써 도범이 죽어버린 건 아니겠지?갑자기 웬 손이 불쑥 나타나 문을 턱하고 잡았다. 그녀가 깜짝 놀랐다. 밖에 있는 누군가가 순식간에 문을 확 열어젖혔다.“읍!”도범이 들어오는 모습을 본 박시율의 눈가가 점점 빨개지더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그를 걱정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그가 죽을까 두려웠던지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론 그가 죽게 되면 아이한테 아버지가 사라지게 되는 것 역시 걱정되었다.도범이 무사하게 들어오는 모습을 본 그녀는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난 그 여자가 당신이 아니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어!”서둘러 다가온 도범이 박시율의 입에 물려있던 천을 빼내고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여보 괜찮아? 그 여자가 혹시 때리거나 학대하지는 않았어?”“아니 난 괜찮아. 그 여자 목표가 당신이었지 내가 아니었어.”“그 여자는? 그 여자 킬러라던데, 자신이 서남 지역에서 킬러 순위 5위라면서, 엄청 강하다고 했어. 준장급이 와도 그녀의 상대가 아니라고 하던데.”박시율이 다급하게 물었다.그런데 그녀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그녀를 지긋하게 바라보더니 두 손으로 작은 얼굴을 붙잡고 거센 키스를 퍼부었다.“읍!”아직까지 기둥에 묶여있던 박시율은 도범이 그녀한테 키스를 해올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얼굴은 이미 빨갛게 열이 올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한바탕 거센 키스를 퍼부은 도범이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그 여자가 킬러라는 것을 알고 난 후 걱정되어 미치는 줄 알았어. 혹시 당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 까봐!”그렇게 말한 도범
박시율은 놀랍기도 하고 안심되기도 하여 그저 웃기만 했다. 이제 보니 정말로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았다. 도범은 진작 이상을 감지하고 있었다.그때 도범이 물었다.“방금 내가 말했던 것처럼 의심이 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긴 했지만 내 쪽에서 먼저 손을 쓸 수는 없었어. 감히 손을 쓸 생각도 못 했지. 그러다 내 판단이 틀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내가 마지막에 그 여자한테 비수를 꽂아 죽일 수 있었던 건 그녀가 나한테 확실하게 들킨 게 있어서야!”“무슨 일 있었어? 뭘 확실하게 들켰어?”박시율이 눈썹을 찡그리며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녀가 보았을 때 그 여자의 분장은 이미 완벽에 가까웠다.“내 와이프는 나한테 먼저 입을 맞추는 일이 없어. 그런데 그 여자는 나한테 먼저 입술을 가져다 댔잖아.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내가 그 여자한테서 어렴풋하게 담배 냄새를 맡았어. 그 말인즉슨 그 여자는 담배를 피운다는 거지. 하지만 내 진짜 와이프인 당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잖아!”“그래서 그 순간 단정할 수 있었어. 눈앞의 이 여자가 절대 당신이 아니라는걸. 그녀는 킬러고 나를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도범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이제 보니 당신 진짜 똑똑한 사람이었네!”그 여자가 도범한테 키스를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박시율은 속이 뒤틀렸다. 그녀가 물었다.“어땠어? 그 여자는 그렇게 적극적이고 몸매도 엄청 좋잖아? 그런데 당신 안 기뻤어? 설레지 않았어?”도범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박시율이 여기서 질투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웃더니 그제야 말을 꺼냈다.“여보 그 여자는 그냥 킬러일 뿐이야. 내가 정말 죽고 싶은 줄 알아? 그 순간에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겠어. 난 그저 혹시나 내 판단이 틀리게 될까 봐 거듭 확인을 한 후 죽였을 뿐이야!”“잠깐만 그런데 저 여자 실력이 그렇게 강한데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죽일 수 있었어? 나 아까 분명 저 여자가 비수를 뽑아드는 모습을 봤었는데!”박시율은 여전히 이해
“하하 괜찮아. 당장 급한 일도 아니고 말이야. 그들한테 내일 아침 다시 오라고 하면 되지!”도범이 큰 소리를 내며 웃다가 곁에 있는 박시율을 바라보았다.“여보 이왕 나왔는데 내려가서 함께 점심이라도 먹는 게 어때? 놀란 마음도 달랠 겸 말이야. 어때?”“그래!”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두 사람은 차를 몰고 산을 내려왔다.같은 시각, 박시율의 사무실에는 소정과 박이성이 여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도대체…”박이성은 슬슬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미 박시율에게 전화를 열몇 통이나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그가 곁에 앉아있는 소정을 돌아보고 물었다.“당신은 생각은 어때요? 혹시 지금 우리 두 사람, 박시율한테 놀아난 건 아니겠죠? 그년이 만약 나를 농락한 거라면 정말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내가!”그런데 오히려 소정은 미소를 지었다.“그럴 리가 없어요. 저는 박 팀장님을 믿어요. 그분께서 이미 그러겠다고 말씀을 하셨으니 분명 와주실 거예요. 제 생각에는 아마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셔서 조금 늦으시는 것 같아요!”“하하 웃기는 소리! 무슨 일이 우리 계약서보다도 중요하다는 거야!”박이성이 콧방귀를 끼며 불만을 토로했다.그렇게 말하던 그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다가 뭔가가 생각난 듯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그들이 고용한 킬러는 5일 내로 일을 처리하겠다고 했다.오늘로 두 번째 날인데 설마 이미 움직인 건가?문제는 암영이라는 여자가 의뢰를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녀한테는 특수한 기호가 있었다. 그녀는 타깃의 가장 친밀한 사람으로 변장하는 것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그 친밀한 사람이 타깃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는 것도 좋아했다.“설마…”지금껏 박시율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 암영한테 납치를 당한 듯했다. 박이성은 현재 너무나 당황스러웠다.어쨌든 킬러란 작자들은 보통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니 그녀가 욱하는 마음에 박시율을 죽일 가능성도 있었다.“이런…”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
“젠장 망했네 망했어. 박시율이 정말로 납치당했나 보네. 그 여자 킬러가 설마 박시율도 죽인 건 아니겠지?”화가 난 박이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아직 계약서에 사인도 못했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어. 그 여자한테 며칠 후에 일을 벌여라고 했어야 했는데 이건…”박이성은 도범을 죽이라고 사주한 일로 그의 계약이 물거품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는 차에 앉아 저녁에 박시율이 살고 있는 집으로 찾아갈까 고민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그러다 만약 킬러가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고 도범과 박시율이 멀쩡하게 살아있으면 갑자기 찾아간 자신만 이상해질 것이다. 그는 그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집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런 처지가 된 그들을 줄곧 무시해왔었다.만약 나중에 킬러가 일을 실패하기라도 하면 괜히 도범한테 자신이 그녀의 배후라는 의심만 남겨주게 될 것이다. 아무리 실패할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말이다.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시동을 걸고 그곳을 벗어났다.운전을 하며 한 카페를 지나치던 그는 무심결에 카페 안쪽에 시선을 돌렸다가 장소연을 발견했다.“저거 박해일 여자친구잖아?”박이성은 잠깐 멈칫거리다가 길 옆에 차를 세웠다. 그가 차에서 내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장소연은 평소에 자주 함께 다니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녀는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이거 소연 씨 아닙니까?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박이성이 빙그레 웃으며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박이성 도련님!”깜짝 놀란 장소연이 곧바로 웃으며 답했다.“정말 우연이네요. 여기는 제 친구들인데 함께 쇼핑하다가 힘들어서 커피 마시러 왔어요!”“그래요?”박이성이 일부러 시간을 확인하는 척하더니 옆자리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마침 소연 씨와 할 얘기가 있었는데 괜찮으시면 저한테 식사를 대접할 기회를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 참, 여기 있는 친구분들도 함께 와도 좋습니다!”눈치 빠른 그녀들은 순식간에
박이성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예쁜 분과 식사를 하는데 사치라니요? 그저 제 영광일 따름입니다!”그의 말에 장소연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답했다.“도련님께서 어디 예쁜 여자를 적게 보셨겠어요? 저 정도면 도련님한테 예쁜 축에도 못 끼겠죠!”“하하 너무 겸손하네요!”자리에서 일어난 박이성이 매너 있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아름다운 레이디, 이만 갈까요?”“그럼 염치 불구하고 함께 갈게요.”장소연은 박이성이 도대체 왜 자신과 단둘이 밥을 먹자고 하는지 의문이 가득했다.하지만 저쪽에서도 자신한테 볼 일이 있으니 이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빠르게 운전하여 꽤나 고급스러운 호텔에 도착했다. 그리고 룸을 잡고 온갖 요리를 주문했다.“도련님, 이렇게 따로 저를 부른 이유가 있으신가요?”장소연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진짜 부자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게 처음이었다. 심지어 상대는 와인까지 시키면서 꽤 장중하게 그녀를 대접하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 너무나 당황스러웠다.정장 차림의 박이성은 성공한 신사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자 자 자, 일단 먼저 한잔할까요?”박이성은 우선 그녀에게 와인을 따라주고 잔을 부딪히며 말했다.“네!”장소연은 그의 꿍꿍이속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잔을 들고 단숨에 와인을 비워냈다.“하하 역시 난 소연 씨처럼 아름답고 통쾌한 여자가 좋다니까!”박이성이 큰 소리로 웃더니 손을 장소연의 다리 위에 슬쩍 올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웠는지 마치 실수로 올렸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도련님 지금 뭐 하시는…”장소연이 얼굴을 붉히더니 곧바로 그의 손을 밀쳤다.“어 하하!”박이성이 번뜩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이거 소연 씨가 너무 예뻐써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갔나 봅니다!”거기까지 말한 박이성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어서 말했다.“참으로 안타깝네요. 한 떨기 아리따운 꽃이 소똥 같은 놈한테 꽂혀있으니! 정말 박해일한테
“어머 도련님도 참, 너무 과찬이세요. 제가 그 정도로 예쁜 건 아니죠!”장소연이 겸손한 척하며 박이성에게 요리를 집어 주었다.“자 여기 이거 드세요. 우리 밥부터 먹어요.”“하하 알았어요!”박이성이 큰 소리로 웃었다. 두 사람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잠시 후 박이성이 물었다.“소연 씨, 저 정말 소연 씨한테 한눈에 반했습니다. 요 며칠 동안 식욕도 없어질 만큼 소연 씨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늘 우연한 기회로 다시 한번 당신을 만나게 되었네요.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서 밥 한 끼 함께 하자고 청했던 겁니다!”“거짓말이죠?”장소연이 눈썹을 찡그리다가 박이성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성 도련님, 설마 진심이신 가요?”“틀림없는 진심입니다!”박이성이 다시 한번 그녀의 다리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오늘부로 당신이 원하는 건 제가 이뤄드리겠습니다. 그리니 당신도 제가 원하는 걸 제게 해줄 수 있죠? 저는 소연 씨가 박해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이성 도련님 사실 도련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진작 해일이한테서 마음이 떠났어요. 해일이가 나한테 잘해주지만 않았다면 헤어지고도 남았을 거예요!”장소연은 혹여 이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더 이상 박이성의 손을 내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그녀의 말에 박이성이 속으로 피식 냉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소연아, 내 여자가 되어줘. 나도 지금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오늘 시킨 술이 너무나 독한 탓인지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취한 느낌이야. 나 너를 갖고 싶어. 이따가 나랑 함께 방으로 올라가 쉬었다 가지 않을래? 그리고 나중에 나랑 함께 명품 가방과 옷을 사러 가는 거야. 마음껏 골라도 돼! 어때?”장소연이 곧바로 내숭을 떨며 말했다.“도련님 그, 그건 좀… 제가 비록 해일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직 헤어진 것도 아닌데. 그리고 도련님이 저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
“안 돼요 도련님, 이러시면 안 돼요…”장소연이 정말로 깜짝 놀라 반항했다.“소연아 오늘부터 너는 내 여자야. 앞으로는 내 곁에서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되는 거야. 네가 원하는 건 내가 다 사줄 수 있어!”박이성은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거기다 장소연은 생긴 것도 예쁘고 몸매도 훌륭했다. 알코올에 취한 그는 이미 고삐가 풀려있었다.“아 안돼… 우리는 이제 서로를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감정이란 건 원래 마음으로 하는 거야. 알고 지낸 시간 같은 건 아무 상관도 없지…”“이성 도련님 안 돼요. 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장소연은 속으로 즐기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못 이기는 척하며 그를 받아들였다.반 시간 후, 박이성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침대 위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일어나 옷을 입으며 말했다.“가자 예쁜아, 너 정말 끝내주네. 지금 당장 쇼핑하러 가. 차 한 대 뽑아 줄게 어때?”“차를 산다고요?”장소연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이성 도련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저 아까 롤스 로이스를 몰고 오는 거 보셨잖아요?”“그 차 빌린 거 아니야?”박이성이 의아한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장소연은 허영심이 많고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였다. 때문에 그녀가 몰고 온 롤스 로이스는 그녀가 체면 때문에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려고 렌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장소연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는 농담도 잘 잘하네요. 제가 아무 일도 없는데 그렇게 좋은 차를 렌트해서 뭐 하게요? 그 차는 내 차라고 할 수 있죠!”“네 차면 차지, 네 차라고 할 수 있다는 건 무슨 말이야?”박이성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참 도련님은 아직 모르실 거예요. 그 도범이 글쎄 의술을 할 줄 알더라고요.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갈 가문 아가씨인 제갈소진의 희귀병을 다 고쳤지 뭐예요. 지금껏 아무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그녀의 다이어트를 도왔어요!”“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제갈소진이
그 말을 들은 박이성의 입꼬리가 떨려왔다. 만약 도범 손에 정말 그렇게 많은 돈이 있다면 어르신 생신 때, 웃음거리를 볼 수도 없었고 그를 박 씨 집안에서 쫓아낼 수도 없었다.“하지만 40억을 나봉희에게 줬어요, 박시율 예물이라고 하면서. 도범이 전에 나봉희한테 40억 예물을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장소연이 말했다.“앞으로 도범한테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한테 알려줘, 용 씨 집안에서 월급을 미리 준 것도 알게 되면 전부 나한테 말해.”박이성이 고민해 보더니 장소연에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도련님.”장소연이 박이성 몰래 그를 쏘아봤다. 박이성이 그저 자신에게서 도범의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 연락했다는 것이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이성 씨라고 부르라고.”박이성이 웃으며 장소연의 허리를 안았다.“가자, 내가 가방이랑 시계 사줄게, 그럼 됐지?”“네, 하지만 다른 곳에 가서 사요, 여기 부근에서 돌아다니다가 박해일을 만나기라도 하면 다 들통나는 거잖아요.”“그래, 역시 우리 애기가 똑똑하네, 밖에서 너 안는 것도 자제해야겠다.”박이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장소연이 도범의 가족 곁에 남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생기든 자신이 제일 먼저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장소연과 두 시간 정도 쇼핑을 즐긴 박이성은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거실로 들어선 그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어르신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친척들이 이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어떻게 되었어? 이성아, 계약은 했어?”박준식이 그를 보자마자 물었다.그들은 박이성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그제야 오전의 일이 생각난 박이성이 어색하게 웃었다.“말도 마요, 계약은 못 했어요. 박시율이 오전에 출근을 하지 않아서 회사에서 나와서 전화를 했는데도 전화도 안 받더라고요. 그래서 내일 다시 한번 가 볼 생각이에요.”“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