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성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예쁜 분과 식사를 하는데 사치라니요? 그저 제 영광일 따름입니다!”그의 말에 장소연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답했다.“도련님께서 어디 예쁜 여자를 적게 보셨겠어요? 저 정도면 도련님한테 예쁜 축에도 못 끼겠죠!”“하하 너무 겸손하네요!”자리에서 일어난 박이성이 매너 있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아름다운 레이디, 이만 갈까요?”“그럼 염치 불구하고 함께 갈게요.”장소연은 박이성이 도대체 왜 자신과 단둘이 밥을 먹자고 하는지 의문이 가득했다.하지만 저쪽에서도 자신한테 볼 일이 있으니 이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빠르게 운전하여 꽤나 고급스러운 호텔에 도착했다. 그리고 룸을 잡고 온갖 요리를 주문했다.“도련님, 이렇게 따로 저를 부른 이유가 있으신가요?”장소연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진짜 부자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게 처음이었다. 심지어 상대는 와인까지 시키면서 꽤 장중하게 그녀를 대접하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 너무나 당황스러웠다.정장 차림의 박이성은 성공한 신사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자 자 자, 일단 먼저 한잔할까요?”박이성은 우선 그녀에게 와인을 따라주고 잔을 부딪히며 말했다.“네!”장소연은 그의 꿍꿍이속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잔을 들고 단숨에 와인을 비워냈다.“하하 역시 난 소연 씨처럼 아름답고 통쾌한 여자가 좋다니까!”박이성이 큰 소리로 웃더니 손을 장소연의 다리 위에 슬쩍 올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웠는지 마치 실수로 올렸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도련님 지금 뭐 하시는…”장소연이 얼굴을 붉히더니 곧바로 그의 손을 밀쳤다.“어 하하!”박이성이 번뜩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이거 소연 씨가 너무 예뻐써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갔나 봅니다!”거기까지 말한 박이성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어서 말했다.“참으로 안타깝네요. 한 떨기 아리따운 꽃이 소똥 같은 놈한테 꽂혀있으니! 정말 박해일한테
“어머 도련님도 참, 너무 과찬이세요. 제가 그 정도로 예쁜 건 아니죠!”장소연이 겸손한 척하며 박이성에게 요리를 집어 주었다.“자 여기 이거 드세요. 우리 밥부터 먹어요.”“하하 알았어요!”박이성이 큰 소리로 웃었다. 두 사람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잠시 후 박이성이 물었다.“소연 씨, 저 정말 소연 씨한테 한눈에 반했습니다. 요 며칠 동안 식욕도 없어질 만큼 소연 씨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늘 우연한 기회로 다시 한번 당신을 만나게 되었네요.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서 밥 한 끼 함께 하자고 청했던 겁니다!”“거짓말이죠?”장소연이 눈썹을 찡그리다가 박이성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성 도련님, 설마 진심이신 가요?”“틀림없는 진심입니다!”박이성이 다시 한번 그녀의 다리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오늘부로 당신이 원하는 건 제가 이뤄드리겠습니다. 그리니 당신도 제가 원하는 걸 제게 해줄 수 있죠? 저는 소연 씨가 박해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이성 도련님 사실 도련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진작 해일이한테서 마음이 떠났어요. 해일이가 나한테 잘해주지만 않았다면 헤어지고도 남았을 거예요!”장소연은 혹여 이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 더 이상 박이성의 손을 내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그녀의 말에 박이성이 속으로 피식 냉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소연아, 내 여자가 되어줘. 나도 지금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오늘 시킨 술이 너무나 독한 탓인지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취한 느낌이야. 나 너를 갖고 싶어. 이따가 나랑 함께 방으로 올라가 쉬었다 가지 않을래? 그리고 나중에 나랑 함께 명품 가방과 옷을 사러 가는 거야. 마음껏 골라도 돼! 어때?”장소연이 곧바로 내숭을 떨며 말했다.“도련님 그, 그건 좀… 제가 비록 해일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직 헤어진 것도 아닌데. 그리고 도련님이 저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
“안 돼요 도련님, 이러시면 안 돼요…”장소연이 정말로 깜짝 놀라 반항했다.“소연아 오늘부터 너는 내 여자야. 앞으로는 내 곁에서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되는 거야. 네가 원하는 건 내가 다 사줄 수 있어!”박이성은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거기다 장소연은 생긴 것도 예쁘고 몸매도 훌륭했다. 알코올에 취한 그는 이미 고삐가 풀려있었다.“아 안돼… 우리는 이제 서로를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감정이란 건 원래 마음으로 하는 거야. 알고 지낸 시간 같은 건 아무 상관도 없지…”“이성 도련님 안 돼요. 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장소연은 속으로 즐기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못 이기는 척하며 그를 받아들였다.반 시간 후, 박이성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침대 위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일어나 옷을 입으며 말했다.“가자 예쁜아, 너 정말 끝내주네. 지금 당장 쇼핑하러 가. 차 한 대 뽑아 줄게 어때?”“차를 산다고요?”장소연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이성 도련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저 아까 롤스 로이스를 몰고 오는 거 보셨잖아요?”“그 차 빌린 거 아니야?”박이성이 의아한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장소연은 허영심이 많고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였다. 때문에 그녀가 몰고 온 롤스 로이스는 그녀가 체면 때문에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려고 렌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장소연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는 농담도 잘 잘하네요. 제가 아무 일도 없는데 그렇게 좋은 차를 렌트해서 뭐 하게요? 그 차는 내 차라고 할 수 있죠!”“네 차면 차지, 네 차라고 할 수 있다는 건 무슨 말이야?”박이성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참 도련님은 아직 모르실 거예요. 그 도범이 글쎄 의술을 할 줄 알더라고요.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갈 가문 아가씨인 제갈소진의 희귀병을 다 고쳤지 뭐예요. 지금껏 아무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그녀의 다이어트를 도왔어요!”“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제갈소진이
그 말을 들은 박이성의 입꼬리가 떨려왔다. 만약 도범 손에 정말 그렇게 많은 돈이 있다면 어르신 생신 때, 웃음거리를 볼 수도 없었고 그를 박 씨 집안에서 쫓아낼 수도 없었다.“하지만 40억을 나봉희에게 줬어요, 박시율 예물이라고 하면서. 도범이 전에 나봉희한테 40억 예물을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장소연이 말했다.“앞으로 도범한테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한테 알려줘, 용 씨 집안에서 월급을 미리 준 것도 알게 되면 전부 나한테 말해.”박이성이 고민해 보더니 장소연에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도련님.”장소연이 박이성 몰래 그를 쏘아봤다. 박이성이 그저 자신에게서 도범의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 연락했다는 것이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이성 씨라고 부르라고.”박이성이 웃으며 장소연의 허리를 안았다.“가자, 내가 가방이랑 시계 사줄게, 그럼 됐지?”“네, 하지만 다른 곳에 가서 사요, 여기 부근에서 돌아다니다가 박해일을 만나기라도 하면 다 들통나는 거잖아요.”“그래, 역시 우리 애기가 똑똑하네, 밖에서 너 안는 것도 자제해야겠다.”박이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장소연이 도범의 가족 곁에 남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생기든 자신이 제일 먼저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장소연과 두 시간 정도 쇼핑을 즐긴 박이성은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거실로 들어선 그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어르신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친척들이 이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어떻게 되었어? 이성아, 계약은 했어?”박준식이 그를 보자마자 물었다.그들은 박이성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그제야 오전의 일이 생각난 박이성이 어색하게 웃었다.“말도 마요, 계약은 못 했어요. 박시율이 오전에 출근을 하지 않아서 회사에서 나와서 전화를 했는데도 전화도 안 받더라고요. 그래서 내일 다시 한번 가 볼 생각이에요.”“어제
박시연의 말을 들은 박이성의 얼굴이 굳었다. 박시연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비웃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내일 따오면 될 거 아니야?”박이성이 박시연을 쏘아보며 말했다.“그래? 하긴 우리 박 씨 집안의 도련님이 한 말이니 무조건 해 낼 수 있겠지. 내일도 기다려볼게.”박시연이 얄밉게 말했다.그녀는 지금 이류 가문의 도련님과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도련님과 결혼을 해 재벌집 사모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때가 되면 박이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박시연도 더 이상 박이성 밑에서 일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녀는 무척 들떴다.박시연의 얄미운 모습에 화가 난 박이성이 그녀를 혼내주려던 찰나, 박 씨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계약을 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약속을 하지 말라니까. 시율이가 허락했으니 이유 없이 회사에 오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다. 분명 다른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그때, 마침 박이성의 휴대폰이 울렸다. 바로 박시율이 걸어온 것이었다.“박시율, 너 무슨 뜻이야? 나 오전 내내 너를 기다렸는데 네 그림자도 못 봤어, 전화도 얼마나 많이 했는데 하나도 안 받더니.”박이성은 이미 짐작이 갔지만 여전히 화가 난 목소리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했다.물론 친절하게 스피커 모드까지 켜서 사람들에게 박시율이 어떻게 변명할 것인지 들려줄 생각이었다.그는 박시율이 지금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킬러를 구해 도범을 죽인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쯤 도범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저 암영이 목표 인물인 도범만 죽이고 박시율은 살려줬으리라고 여겼다.‘박시율 지금 나한테 전화를 해서 왜 킬러를 구한 거냐고 물을 생각인 거겠지?’박이성이 그런 생각을 하며 웃었다.하지만 박시율은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다.“오전에 킬러 하나가 나를 납치했어, 그래서 회사도 못 가고 네 전화도 못 받은 거야.”“세상에, 납치라니.”“설마, 누가 겁도 없이 삼
그 누가 자신이 가장 믿는 사람이 킬러가 위장한 사람일 것이라고 의심이나 할까?“할아버지, 저 괜찮으니까 이제 끊을게요. 내일 박이성한테 계약하러 오라고 하세요.”말을 마친 박시율은 곧 전화를 끊었다.“도범 정말 똑똑한데요, 상대방을 알아봤을 뿐만 아니라 킬러를 죽이기까지 했다니.”박시연이 감탄했다.“두 사람 모두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네, 도범이 죽으면 수아는 아빠를 잃게 되는 거니까.”방금 전까지 박이성을 비웃던 박임운이 말했다.“한낱 바깥사람일 뿐이에요, 정말 죽는다고 해도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한낱 경호원일 뿐인데. 시율이 그렇게 훌륭한데 좋은 남자 하나 못 만날까 봐요?”박이성은 웃으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고 아깝기도 했다. 어쨌든 자신도 100억이라는 돈을 내서 실력이 대단하다는 킬러를 구했는데 결국 도범의 손에 죽었으니 그 돈이 아깝지 않을 수가 없었다.킬러가 죽었으니 임무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돈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100억이라는 돈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원수가 아직 살아있다니.“도련님,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래도 친아버지가 제일 좋은 거예요, 도범 지금 일자리도 좋고 용 씨 집안을 위해 힘을 쓰고 있으니 앞으로 용 씨 집안에서 성공할 수도 있잖아요.”“지금의 도범은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 월급도 높고 사람도 똑똑한 데다가 싸움까지 잘하니 시율이한테 잘 어울려요.”박임운이 도범을 위해 말을 했다.그는 박시율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도범도 박 씨 집안사람들의 인정을 받아 화기애애하게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랐다.“그래봤자 군인 아니겠어요? 경호원은 경호원일 뿐입니다, 다른 도련님들이랑 어떻게 비기겠어요?”박이성이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만해라, 임운이 말이 맞아, 도범이 경호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평범한 경호원이 아니라 용 씨 집안에서 경호원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정말 성공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지.”박 씨 어르신이 박이성을 다그쳤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납치 사건과 킬러가 도범을 죽이려고 했다는 일을 박시율은 나봉희에게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가 걱정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랬기에 저녁을 먹은 뒤, 몰래 마당으로 나와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그런데 나봉희가 박시율 몰래 따라나와 그녀의 뒤에서 통화 내용을 엿들었을 줄이야.“어머니, 괜찮아요. 우리 이렇게 멀쩡하게 돌아왔잖아요.”박시율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나봉희가 그녀를 다그쳤다.“돌아왔으면 다야? 납치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몰라서 그래? 이게 다 도범 때문이야. 도범이 쓸데없이 사고를 치지만 않았어도 다른 사람이 킬러를 구해서 도범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을 거야.”나봉희가 말을 마치더니 방 안을 향해 소리쳤다.“도범, 너 나와봐!”“어머님, 무슨 일이에요?”도범이 웃으며 걸어 나왔다.“무슨 일? 오늘 너희 둘이 킬러를 만났다며. 그 킬러가 우리 딸을 납치했고, 우리 딸 얼굴까지 하고 있었다고? 너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 몰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킬러라고, 만약 우리 딸을 죽였으면 어떻게 했을 거야? 이게 다 네가 쓸데없이 사고를 치고 다녀서 그런 거 아니야, 네가 밖에서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내 딸이 왜 이런 위험을 일을 겪었겠어?”나봉희는 도범을 보니 더욱 화가 났다.“40억을 줬다고 해서 네가 무슨 행동을 해도 내가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내 딸이랑 이혼하게 할 거야, 내가 지금 너를 우리 사위로 인정했다고 해도 소용없어!”“어머님, 저도 킬러가 그런 방법을 쓸 줄 몰랐어요, 제 잘못 맞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 사고를 친 적은 없어요, 다들 다른 사람이 저한테 시비를 건 거죠, 그럼 제가 가만히 참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만약, 그러니까 만약 다른 사람이 칼을 들고 어머님한테 달려든다면, 그냥 미친놈이 어머님을 칼로 막 찌르려고 달려든다면 어머님 가만히 있을 거예요?”“그건…”도범의 말을 들으니 나봉희는 할 말이 없어졌
그랬기에 홍희범은 절대 도범을 죽이러 왔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박시율은 조금 의아했다. 분명 저번에 홍희범은 제법 심각하게 다쳤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은 지금은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홍희범이 적어도 보름이 지나야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홍희범은 정상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당, 당신이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겁니까?”나봉희가 홍희범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사위를 찾아온 거라면 둘이 나가서 얘기하세요, 우리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니까.”도범은 나봉희의 말을 들으니 다시 씁쓸해졌다. 그녀는 역시나 무슨 일을 만날 때마다 망설임 없이 도범을 내쳐버리는 사람이었다.“도범 씨, 그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홍희범은 장군인 도범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지만 그의 신분이 드러날까 봐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것도 도범의 기분을 거슬리게 만드는 듯했다.“다 지나간 일을 꺼내서 뭘 하려고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나서지 않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제가 나서지 않는다면 화하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없죠.”“맞는 말입니다.”홍희범이 웃으며 상자 하나를 꺼내더니 박시율 앞으로 다가갔다.“형수님, 앞으로 도범을 형님으로 모실 겁니다. 그러니 형수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건 제 성의이니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네?...”박시율이 난감한 얼굴로 도범을 바라보며 선물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와 동시에 중장인 홍희범이 도범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한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도범은 그의 목숨을 살려줬으니 형님으로 모시는 것도 지나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물론 박시율은 여전히 그날 도범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니엘이 전 경기에서 심각하게 다쳐서 도범이 한 주먹으로 니엘을 이길 수 있었다고 여겼다. 아니면 도범은 진작에 니엘의 손에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멍청하게 서서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