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도범의 목숨을 구해줬던 사람이 그의 품 안에 쓰러져있는 모습이 용신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앗!”그녀가 잠시 딴 생각에 잠겨있을 때 앞에서 달리던 아우디 몇 대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며 멈춰 섰다. 미처 주의하지 못한 용신애가 놀라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결국 그중 한 차량에 부딪히며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아가씨,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딴 생각 하셨나 봅니다?”도범이 적지 않게 놀란 용 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를 돌아 보고 어이없어하며 웃었다.“제가 좀 감성적인 사람이라서요. 목숨을 잃은 최 씨 형님이라는 전우분이 떠올라서 잠깐 정신이 흐트러졌어요!”용신애가 도범을 매섭게 쏘아보다가 씩씩거리며 차에서 내렸다.도범이 바로 앞에 멈춰 선 자동차를 바라보았다. 국내에도 몇 대 없는 차를 몰고 다니는 걸 보니 저 차 주인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오늘은 둘째 아가씨가 보디가드로 도범 한 사람만 데려왔었기에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 도범 역시 따라서 내려야 했다.전방 차량에서도 곧바로 사람이 내렸다.“당신 무슨 운전을 그딴 식으로 하는 거야? 역시 여자 운전수가 맞았네. 길 안 보고 다녀?”차에서 내린 남자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그 차의 앞쪽에 멈춰 선 아우디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렸는데 다 합해서 열몇 명은 되는듯했다. 하나같이 하안 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 그리고 까맣게 광이 나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혈기왕성해 보이는 남자들은 한눈에 보아도 보디가드인 것 같았다.그때 선글라스에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가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쯧, 예쁘장한 생김새에 페라리를 몰고 다니고, 좋네. 어디 부잣집 아가씨인가 봐?”“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주의하지 못했네요. 그리고 바로 앞에 차가 브레이크를 너무 급하게 밟아서…”어쨌든 자신이 추돌 사고를 일으킨 건 사실이었기에 심각한 사고도 아니었지만 둘째 아가씨는 매우 공손한 태도로 상대방에게 사과했다.물론 이번 사고는 앞쪽 차량에 아무런 책
순간 둘째 아가씨는 할 말을 일었다. 심각한 사고도 아니었으니 2천만 원도 많이 쳐준 것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저렇게 말할 줄이야.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화를 삼키며 말했다.“1억이면 충분하죠? 그 차 R8잖아요. 제가 차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하하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아가씨네. 차도 다 볼 줄 알고 말이야. 보아하니 아가씨는 다른 여자 운전수들 보다 레벨이 높네!”남자가 큰 소리로 웃더니 이어서 말했다.“아가씨, 그냥 차에 대한 손실만 생각하면 되는 줄 알아? 아가씨가 내 차를 쳐서 이 내가 깜짝 놀랐다고. 그러니까 정신적 손해 비용도 지불해야지 않겠어? 참 그리고 이 일로 내 일에 지장이 생겼잖아. 내 시간은 천금과도 같이 소중한 거라고!”그 말을 들은 보디가드들이 하나 둘 그를 따라 쿡쿡거리며 웃었다.“그러니까 아가씨, 아가씨가 말한 그 1억으로 되겠어 안 되겠어?”남자가 한 걸음 다가서며 질 나쁜 미소를 지었다.“ 2억, 더 이상은 안 돼요. 계좌 번호 주세요. 지금 당장 보낼 테니까!”둘째 아가씨는 너무 짜증이 났지만 이런 무뢰한들과 같은 급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그녀는 이놈들이 전문적인 사기꾼들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렬하게 들었다.“2억?”그런데 상대방은 여전히 웃기만 할 뿐이었다.“그걸로 된다고 생각해? 2조 원을 내놓지 않고서는 오늘 절대 그냥 못 갈 줄 알아!”그 말을 들은 용신애가 식은땀을 흘렸다. 이건 사기꾼이 아니라 강도들이 아닌가!“2조? 그 정도면 갈취 아닙니까?”곁에 있던 도범은 도저히 그냥 봐줄 수가 없었다. 이건 누가 봐도 저쪽에서 자신들의 쪽수와 세력만 믿고 둘째 아가씨와 같은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것이었다.확실히 이건 도를 지나쳤다.“그게 무슨 헛소리야? 네놈 생긴 게 반반한 게 설마 저 아가씨 남자친구인가?”“아니면 당신이 저 아가씨 대신 2조 원을 내놓던가!”상대방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그들은 도범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둘째 아
말을 마친 그녀가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차에 올라타려고 했다.“가요 도범 씨, 더 이상 거기 쓰레기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네요. 양아치 같은 놈들! 체면 좀 세워줬더니 정말로 자기들이 대단한 줄 착각하는 꼴이라니!”둘째 아가씨는 일 처리에 있어서 비교적 막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방금 그 사고는 자신의 잘못도 있었기에 사과도 했고 일정한 보상을 해주려고 했었다.그런데 저런 무뢰배들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녀는 너무나 기가 막힌 상황에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하하 간다고? 내가 쉽게 보내줄 것 같아?”남자가 큰 소리로 웃더니 손을 휙 들었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이 순식간에 달려와 도범과 둘째 아가씨를 에워쌌다.“도대체 더 이상 뭘 원하는 거예요? 당신 여자친구가 되라고요? 그건 영원히 이뤄질 수 없는 꿈이에요 알겠어요? 백일몽이라고요! 이번 생에는 절대 불가능한 꿈!”둘째 아가씨는 너무나 화가 나 얼굴이 다 새파래졌다. 그녀는 지금껏 자라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이런 모욕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하하 간단해. 키스 한 번 하게 해줘.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아직 남자친구도 없다고 하니 아마 키스도 처음이겠네. 아가씨의 첫 키스를 나한테 주는 걸로 갚아!”“잘 생각해 봐. 아가씨의 키스가 2조 원의 가치를 하는 거야. 어때, 생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아?”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둘째 아가씨의 말을 전혀 새겨듣지 않고 있었다.“아가씨, 이제 보니 이놈들 그냥 말로만 해서 절대 들을 것 같지 않네요!”감히 강제로 둘째 아가씨한테 키스를 하려고 들다니! 도범은 남자의 광기 어린 모습에 피식 웃더니 손 관절을 꺾으며 말했다.“좋아요. 가서 저 자식들한테 매운맛 좀 호되게 보여주세요! 너무 맞아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요!”용신애가 화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비록 상대가 많긴 했지만 그녀는 도범의 실력으로 그들을 상대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만약 여기에 서하가 있었어도
“저놈 도망 한 번 빨리 가네!”번개처럼 사라진 차를 보고 도범이 쓴웃음을 지었다.“당신 정말 듬직하네요. 서하가 있었어도 해결할 수는 있었을 텐데 도범 씨처럼 빠르지는 못했을 거예요!”용신애는 드디어 속에 맺혔던 화가 쑥 내려가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하하 그렇게 높은 월급을 받고 있는데 믿음직스럽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도범이 큰 소리로 웃더니 차 문을 열었다.“갑시다 아가씨, 쇼핑마저 하셔야죠. 저런 쓰레기들 때문에 기분 잡쳐서야 되겠습니까!”두 사람은 곧바로 차를 몰고 그곳에서 벗어나 쇼핑하러 갔다.꽃무늬 셔츠를 입은 도련님은 빠르게 운전하여 성경일이 있는 성 씨 가문에 도착했다.“형 내 억울함 좀 풀어줘!”꽃무늬 셔츠 남은 성경일을 보자마자 울분을 터뜨렸다.“난 그냥 형이 사는 동네에 놀러 왔을 뿐인데 형네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남한테 괴롭힘을 당했어!”성경일은 어떡하면 박시율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걸로 가뜩이나 심정이 복잡했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백준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흘겨보았다.“왜? 누가 감히 너를 괴롭혀? 너 지금 네가 살던 도시에서 길거리 무법자로 불린 다며? 너희 백 씨 가문은 그쪽 낙성에서 이류 가문에 속하잖아? 그런데 누가 그런 널 괴롭혀?”낙성은 제법 큰 도시였는데 중주보다도 훨씬 컸기 때문에 중주보다도 많은 세력들이 모여있었다. 낙성의 일류 가문은 중주의 일류 가문보다 세력이 높았다.물론 낙성의 이류 가문은 중주의 이류 가문보다 조금 더 세력이 높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류 가문과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어떤 멍청한 여자가 내 차를 박았는데 내가 입은 손실을 배상해 주기는커녕 자기 보디가드를 시켜서 나를 때리라고 했다니까! 이런데 내가 화가 나지 않겠어? 젠장 여기가 낙성이 아니라서 그렇지 낙성이었다면 결코 그년을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백 씨 도련님이 씩씩거리며 설명을 한 후 성경일을 보고 말했다.“형, 난 형과 함께 놀려고 이곳까지 온 거니까 내가 만약 여기서 무슨 사고라도 생기
성경일이 물었다.그러자 백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서 내 경호원한테 이 여자를 잡으라고 하고 나랑 키스하는 걸로 퉁치자고 했지, 나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 경호원이 그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지, 몇 번 만에 내 사람들을 전부 다 바닥에 때려눕혔어.”“그 여자가 누군데? 이름 알아?”성경일이 생각해 보더니 다시 물었다.자신의 사촌 동생이 자기를 찾아와 이런 일을 겪은 것이었기에 도와주지 않았다가는 사촌동생의 부모님께서 기분 나빠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백 씨 집안은 성 씨 집안보다 훨씬 대단하기도 했다.“그건 나도 몰라, 안 물어봤거든.”“그럼 어떻게 혼내주라는 거야?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지금 사람을 데리고 가봤자 이미 떠나고 없을 텐데, 뭐 거기서 너 기다릴 줄 알아? 이번에는 그냥 재수 없는 일 만났다고 생각해, 다음에 또 만나면 내가 방법을 대서 너 화풀이할 수 있게 해줄 테니까!”“그래, 그럼. 아무튼 그 경호원이랑 여자 얼굴 내가 똑똑히 기억했어, 다음에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나 백준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줄 테니까!”백준이 주먹을 쥐고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용신애와 함께 쇼핑을 세, 네 시간 동안 한 도범은 시간도 많이 남는 것을 보곤 용 씨 집안에서 준비해 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쉬려고 했다.용신애는 별장 2층의 한 방을 도범에게 내주었다.예전에는 용신애의 사촌 언니인 용일비가 이 별장에서 지냈었다. 용일비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용 씨 어르신이 그녀를 거두어 키워주셨다.하지만 용일비는 여행을 즐기고 밖으로 나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옥이라고 하면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었기에 별장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용신애는 도범을 자신의 바로 옆방에 배치해 줬다.용 씨 집안에서 도범에게 거처를 마련해 줬지만 도범은 그동안 이곳에서 지내지 않고 매일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아내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 일이 세상에서 가장
도범은 눈앞의 여자가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이렇게 걸어 나올 줄은 몰랐다.도범을 본 여자도 잠시 굳어있더니 곧이어 소리를 질렀다.“아! 변태!”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도범이 몸을 돌렸을 때, 그녀는 그제야 얼굴을 붉힌 채 잽싸게 옆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용신애 사촌 언니 용일비가 돌아온 건가 보군.’도범이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두 사람이 이렇게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용일비의 몸매는 보기에 무척이나 좋았다, 그녀는 용신애보다 고작 두, 세 살 많았지만 훨씬 성숙해 보였다. 공주 같은 용신애와는 많이 달랐다.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도범이 미간을 찌푸리고 방금 전의 일을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했다, 그리고 여자가 이 일을 꺼려 할 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도범은 이런 일을 처음 겪었다, 전장에서는 아무리 많은 적을 마주한다고 해도 그는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하지만 이런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는 알지 못했다.잠시 후, 용일비가 하얀색의 치마를 갈아입고 씩씩거리며 도범의 방문 앞으로 와 말했다.“야, 이 변태야, 너 누군데 지금 용 씨 저택에 있는 거야? 똑바로 말 안 하면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용일비가 가위를 쥔 채 말했다.“저는 이곳의 경호원입니다, 이 방은 용신애 아가씨가 안배해 준 거고요. 힘들면 여기에서 쉬어도 되고 아니면 여기에서 지내도 된다고 했습니다.”“경호원?”용일비가 의아하게 도범을 보더니 다시 침대 위를 바라봤다.하지만 도범의 침대 위에 놓인 이불이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각진 이불만 봐도 평범한 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군대 생활 했었어요?”용일비가 생각해 보더니 물었다. 그녀는 퇴역한 군인만이 이런 양호한 습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네.”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퇴역하고 경호원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저를 속인 것 같지는 않네요.”용일비가 도범을 보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
“하지만 방금 전 당신을 봤을 때,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어요.”“이 변태가 무슨 문제를 발견했다는 거예요?”도범의 말을 들은 용일비가 발끈했다, 그리고 그가 혹시라도 자신의 몸매에 대해 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매에 대해 나름대로 만족했기 때문이었다.“그게…”도범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아!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용일비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가위를 들고 도범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도범이 아무것도 못 봤다고 대답하면 자기도 아무 일도 없는 척 지나가려 했지만 도범이 이렇게 멍청하고 솔직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도범을 죽여도 경호원 하나를 죽인 것뿐이니 용신애가 자신을 탓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유약한 그녀는 도범의 상대가 아니었다.도범이 일어서서 그녀의 두 손을 잡고 힘을 살짝 주자마자 용일비의 손에 있던 가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아!”용일비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미끄러운 슬리퍼를 신고 버둥거리던 그녀는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도범과 함께 침대 위로 넘어졌다.“이, 이 변태!”용일비는 자신이 도범의 몸 위로 넘어질 줄 몰랐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사과처럼 빨개졌다. 용일비는 이 상황이 어이없기도 했다.“저기요, 당신이 갑자기 가위를 들고 다가와서 저는 방어를 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당신 혼자 미끄러진 거고요.”도범은 용일비가 이치를 따질 줄도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나 박시율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누가 당신처럼 샤워를 하러 가는데 바꿔 입을 옷도 안 들고 갑니까? 제가 문을 연 게 아니고 당신이 문을 열고 나온 거잖아요. 그런데 왜 제 탓을 하는 겁니까?”“아!”용일비는 도범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이 별장에 다른 사람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예전에는 저 혼자 여기에서 지냈다고요, 아주머니들도 올라오지 않았고!”용일비는 오늘 무척이나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도범의 몸 위에 올라탄 그녀는 도범의 목을 조르려
“닫긴 뭘 닫아? 용신애, 이상한 소리하지 마, 내가 그런 사람 같아? 이 자식이 아무리 잘생겼다고 해도 보자마자 달려들지는 않았을 거야, 내가 뭐 얼굴만 보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안 믿어, 나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만 믿는 사람이거든. 내가 다 봤는데 그게 가짜일 리가 있겠어?”용신애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언니, 지금 신애 정말 타이밍 더럽게 못 맞추네, 조금만 늦게 왔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신애 아가씨, 저 정말 저 여자랑 아무것도 안 했어요, 정말 오해예요. 저 와이프 있는 남자라고요!”도범도 옆에서 설명했다,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가는 용일비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그러니까, 내가 저런 사람을 좋아할 리가 있겠어?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데.”용일비는 한시름 놓았다, 다행히 도범이 그나마 양심이 있어서 그녀를 위해 설명을 해줬기 때문이었다.“한 사람을 사랑하는데 이름을 알 필요가 있어? 우리 언니가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방금 전 그 자세 나는 못해!”용신애가 계속해서 두 사람을 놀렸다.“내가 조금만 늦게 왔다면 애까지 가진 거 아니야?”“용신애, 너 오늘 죽자!”용일비는 부끄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언니, 그럼 도범 씨랑 애 낳을 생각도 없었으면서 왜 그런 자세로 있었던 건지 얘기해 봐.”용신애가 웃으며 물었다.“그냥 저놈 목 졸라 죽이려고 했던 거야.”유일비가 도범을 쏘아보며 대답했다.“왜? 둘이 금방 만나지 않았어? 그런데 왜 도범 씨를 그렇게 대하는 거야?”용신애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 변…”용일비는 설명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자신이 금방 샤워를 하고 나왔다가 도범에게 알몸을 보여줬다는 걸 용신애에게 얘기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왜?”용신애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용일비를 보니 더욱 궁금해졌다.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