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설마 없는 번호인 거야?"박시율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캐물었다.최소희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걸을 느꼈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존재하는 번호예요!"박시율은 시치미를 떼고 휴대폰을 꺼냈다. 그녀는 이력서를 보면서 번호를 누르는 척 했지만 사실 나세리에게 전화를 했다."여보세요? 오늘 면접이라고 했잖아요? 도착했어요?"최소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가 마음대로 적은 번호가 정말 존재하는 번호였던 것이다.하지만 전화가 통해도 괜찮았다. 상대방은 사기 전화라고 생각하여 전화를 끊거나 박시율을 욕할 수도 있었다."회사 문 앞이라고요? 네, 바로 들어오면 돼요!"박시율은 이렇게 말한 후 전화를 끊더니 웃으며 말했다."문 앞에 도착했고 곧 올라온다고 하는걸? 넌 이 사람이 아파서 오지 못한다고 했잖아?""그럴 리가 없어요!"최소희는 깜짝 놀랐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우연일 가능성이 있었다. 아까 전화번호의 주인도 구직 중이고 오늘 마침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을 수 있었다. 그러니 이건 꼭 우연일 것이다."왜 그럴 리가 없다고 하는 거야?"최소희의 놀란 얼굴을 보고 박시율은 속으로 웃겼다."아, 아니에요. 아마 소미라고 부르는 사람이 저와 장난을 쳤던 것이겠죠!"최소희는 어색하게 웃더니 또 박시율에게 말했다."팀장님, 이렇게 갈대 같은 사람을 절대 입사시키면 안돼요!""내가 알아서 할게!"박시율은 빙긋 웃었다."그러면 다행이지요!"최소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 냉소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도 소미라는 사람이 오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거든!"먼저 외국에서 귀국했다는 사람을 불러와!"박시율은 느긋한 모습으로 의자에 기댔다."네!"그녀의 말을 들은 최소희는 매우 기뻐하면서 재빨리 나갔다.얼마 후 사무실 문이 열렸다. 전동재는 들어와서 문을 닫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안녕하세요......"전동재는 이렇게 말하면서 팀장과 악수하려고 손을
전동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는 당장 쥐구멍이라도 숨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어젯밤, 그는 동창들 앞에서 적지 않게 자랑을 해댔었다. 심지어 자신이 어떻게 면접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도 상세하게 털어놓았었다.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따로 있었다. 그가 박시율의 면전에 대고 새로 온 팀장이 그 직급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무조건 숨은 비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녀가 용 씨 가문의 큰 도련님과 부정당한 관계라고, 그래서 이 직급에 오를 수 있었으며 그렇게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떠들어 댔었다.그는 자신이 말했던 여자가 박시율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하지만 전동재는 얼굴이 두꺼웠다. 그가 씩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시율아, 어젯밤에는 내가 술에 취해서 헛소리를 했어. 마음에 두지 말 길 바래. 생각해 봐, 우리 대학 동기잖아. 그런 내가 네 곁에서 너를 보좌하는 것만큼 탁월한 선택이 어디 있겠어!”바로 그때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박시율이 문쪽을 보며 말했다.곧바로 최소희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팀장님, 밖에 나세리라는 여성분이 찾아오셨는데 팀장님이 기어코 면접 보러 오라고 해서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면접을 보러 오기로 한 사람의 이름은 소미잖아요. 잘못 찾아온 거겠죠?”“들어오라고 하세요!”박시율이 웃으며 답했다.곧바로 최소희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나가 나세리를 데리고 들어왔다.“팀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최소희는 전동재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뭔가 이상을 감지했다. 그녀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일단 문을 닫으세요. 다른 동료들이 들으면 난처해질 테니까요! 당신을 위해 하는 말이에요!”박시율이 싸늘하게 말했다.최소희는 속으로 일이 틀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일단 걸어가서 사무실 문을 닫았다.“나세리 네가 여기까지 웬일이야? 면접 보러 왔어?”전동재의 얼굴이 더욱 얼어붙었다. 팀장의 비서 자
전동재가 이를 꽉 깨물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박시율 잘난척하지 마. 이번엔 내가 운이 나빠서 네 손아귀에서 놀아났어. 한낱 비서일 뿐이잖아? 더러워서 안 하고 말지 내가. 나 전동재가 이 실력에 일자리 하나 못 찾을 것 같아?”“하하 네 실력이라고? 그건 정말 인정할 수 없는 말이네. 외국에서 매일같이 게임이나 하다가 돌아와서 허세나 부리고 다니고. 그리고 말끝마다 무슨 해외파 출신이라고? 그게 네 진짜 실력인 줄 알아?”박시율이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전동재 내가 너를 탓하는 건 아닌데, 너 어제 정말 너무 했어. 내가 시율이었다고 해도 너를 고용하지 않았을 거야!”나세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렇게 꼼수나 부리는 사람을 쓰게 되면 나중에 언젠가는 뒤통수를 맞게 될 게 뻔했다.“하하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비웃어?”전동재는 오히려 그녀를 비웃기 시작했다. 그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싸늘하게 말했다.“사내대장부로 태어나서 당연히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겠지. 그냥 나를 이곳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잖아? 가면 될 거 아니야? 누가 알아? 내가 여기서 나가고 더 좋은 직장을 구하게 될지 말이야!”그렇게 말한 그가 고개를 돌려 박시율을 보더니 빈정거리기 시작했다.“박시율 고상한 척하지 마. 네 월급이 2억이라고? 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그전 팀장도 그 자리에서 한 달에 2천만 원 정도 받은 게 전부인데 네가 뭔데 한 달에 2억을 받는다는 거야? 아무도 모르게 할 거면 일을 저지르지나 말던가!”“네가 용 씨 가문의 도련님과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면 어떻게 그렇게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겠어? 아무 사이가 아니란 말을 누가 믿어!”전동재는 자신이 합격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곧바로 태도를 바꾸었다.“박시율 팀장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내 남자친구한테 이런 모욕을 줄 수 있어요? 정말 속이 좁네요!”최소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쯧 어쩌다 이게 다 내 탓이 된 거예요? 최 주임은 멀쩡한 응시자들은 다 탈
“어떡해 큰일이야. 시율아, 예전에 전동재가 말했었잖아. 쟤 여자친구가 용 씨 가문의 먼 친척이라고. 설마 저 여자가 말했던 삼촌이 중주의 제일 갑부 용준혁은 아니겠지? 만약 정말 그 사람이라면 큰일이잖아. 지금 저대로 가서 일러바치면 어떤 거짓말을 꾸며내서 말할지 모르잖아!”최소희가 나가고 나세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화가 단단히 난 것 같던데, 저대로 용 씨 가문으로 달려가면 어떡해. 저러다 가서 네 나쁜 말이나 하면 너한테 무슨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르잖아?”그 말을 들은 박시율도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도 조금 걱정되기는 했었다.어쨌든 그녀는 용 씨 가문의 친척이었고 가서 어떤 거짓말을 전하게 될 지도 알 수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이제 출근을 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기에 그쪽에서 최소희의 말을 믿을지 아니면 자신과 같은 외부인의 말을 믿어 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을 본 나세리가 걱정되어 물었다.“큰일이야. 정말로 저 여자가 가서 헛소리를 전하기라도 하면 너 잘리는 거 아니야? 네가 잘리면 저 여자는 무조건 다음 타깃으로 나를 노리게 될 텐데!”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율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난 믿어. 용준혁은 중주의 제일 갑부인 사람인데 시시비비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분명 사실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일 거야. 그리고 나는 둘째 아가씨의 부름을 받고 들어온 사람이야. 별다른 큰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믿어!”그렇게 말한 그녀가 곁에 있는 나세리를 보며 말했다.“넌 네 뜻대로 해. 만약 네가 여기서 출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잘릴 걱정이 들고 나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게 두려우면 여기에 들어오지 않아도 돼. 다시 네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도 괜찮아. 어쩄든 지금 일하는 곳도 월급이 적지는 않잖아!”나세리가 입술을 깨물고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답했다.“상관없어. 난 너를 따를 거야. 난 널 믿어. 이러다 잘리면 그때 가서 다시 직장을 찾으면 되지 뭐
용신애는 단호한 도범을 보며 웃었다.“당신 와이프 한때 도련님들이 인정하는 중주의 제일 미녀였다고요, 어떻게 그런 여자를 꼬셔서 결혼까지 한 건지 얘기해 봐요. 두 사람에 대해서는 저도 전해 들은 것밖에 없어서 궁금하네요.”“별로 말할 것도 없어요.”도범은 용신애를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옆에 앉아 묵묵히 담배를 피웠다.용신애는 그런 도범을 보며 눈을 흘겼다.“재미없는 사람이네요, 그럼 전쟁터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줘요, 5년 동안 거기에 있었잖아요, 상처 같은 건 없어요?”“있죠.”도범이 씁쓸하게 웃었다.“하지만 지금은 다 나아서 흉터가 남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그냥 살고 싶었는데 계속 거기에 있다 보니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결국 정말 그렇게 되기도 했고요.”“도범 씨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서하도 도범 씨 상대가 아닌 걸 보면 알 수 있죠.”용신애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마침 대대장이 지금 휴가 상태거든요, 아니면 대대장이 도범 씨의 실력을 알고 분명 도전장을 내밀었을 거예요.”“확실해요?”“그러는 과정에서 배우는 거죠, 자기 실력을 제고시키는데 엄청 집착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사람이 집에 고수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당연히 한 번 겨뤄보려고 했겠죠. 그리고 도범 씨 월급도 대대장보다 높으니 더욱 관심을 가졌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용신애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그때, 최소희가 화가 난 얼굴로 용 씨 저택을 찾아왔다.“응? 소희 언니가 왜 여기에 온 거지? 지금 출근시간 아닌가?”최소희가 용준혁의 별장으로 가는 모습을 본 용신애가 궁금하다는 듯 말했다.“저희도 가보죠, 소희 언니가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누가 언니를 저렇게 화나게 한 건지 물어봐야겠어요.”하지만 도범은 최소희의 이름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최소희가 바로 저번에 박시율을 난감하게 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오늘도 박시율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일까?두 사람은 빠르게 최소희를 따라갔다.금방 문 앞에
용신애는 화가 난 듯한 도범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가 자신의 와이프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 멋있기도 했다.한순간, 용신애는 넋을 놓고 도범을 바라보게 되었다.“그럴 리가 있겠어? 박시율 박 씨 집안 아가씨가 아니더냐? 한때 박 씨 집안에서 회사를 경영하던 사람이니 일도 제법 잘 할 거야. 박시율이 일부러 자기가 아는 사람을 회사에 붙여줬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친구 능력이 정말 마음에 든 걸 수도 있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게 분명해.”용준혁이 웃으며 말했다.“소희야, 너 우리 회사에서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한 거 알아, 그런데 갑자기 부장이 튀어나와서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우리도 고심한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린 거야, 너는 박 부장님을 도와서 일을 잘 하면 그만인 거야, 알겠지?”“삼촌, 정말 그런 게 아니에요, 저 그런 속 좁은 사람 아니에요. 박 부장이 기어코 자기 친구를 들이겠다고 고집을 부린 거라고요, 그리고 저를 자르겠다는 말까지 했어요, 저 정말 너무 화나요.”최소희가 다시 말했다.“하긴, 당신 같은 사람은 잘려야 맞지!”그때, 도범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용신애는 아가씨인 자신보다 앞장서서 들어서는 도범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도범의 뒤를 따르고 있는 그녀가 오히려 도범의 경호원처럼 보였다.하지만 용준혁이 도범은 대장일 지도 모르니 그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했기에 용신애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당,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예요?”도범을 본 최소희가 놀라서 물었다, 그녀는 뒤늦게 도범이 이곳에서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것도 한 달에 40억을 받으면서.도범이 고자질을 하러 온 자신의 말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제 발이 저렸던 최소희는 고개를 숙이곤 감히 도범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제가 여기에 안 왔으면 당신이 고자질을 하러 온 걸 볼 수 있었겠어요? 그리고 용신애 아가씨의
“감, 감히 나를 때려?”최소희가 볼을 부여잡고 씩씩거렸다.“당신 한낱 경호원 주제에 감히 나를 때려? 여기 소대장도 나를 보면 예의를 차려서 인사를 건네야 한다고, 그런데 네가 감히 뭐라고 나를 때리는 거야? 뻔뻔하다고 한 게 뭐 어때서?”“짝!”도범이 다시 한번 최소희의 뺨을 내려쳤다.“너…”최소희는 놀라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낱 경호원인 도범이 이렇게 대담하게 굴 줄 몰랐다.“삼촌, 무슨 말이라도 해봐요. 이, 이게 정말 경호원이 할 짓이에요? 이 사람 정말 이 집안 하인이 맞냐고요?”최소희가 억울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용준혁을 바라봤다.눈물에 번진 화장 때문에 그녀는 귀신같기도 했다.최소희는 도범이 자신을 때렸다는 건 용 씨 집안을 깔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용준혁이 도범을 단단히 혼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기는 용 씨 집안이었고 그녀는 용 씨 집안의 친척이었기에 도범의 이런 행위는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준혁이 도범을 용 씨 집안에서 쫓아내거나 다시는 이런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혼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용준혁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누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으래?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맞아도 싸. 도범 씨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돌아온 군인이야, 이런 사람에게 뻔뻔하다고 했으니 나라도 너를 때렸을 거다!”용준혁은 최소희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도범이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확실히 용 씨 집안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용준혁은 교활한 사람이었다, 도범이 이렇게 무모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건 그가 용 씨 집안을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랬기에 그의 신분이 확실히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최소희는 멍청하게 용준혁을 바라봤다, 그녀는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사직서를 던지고 싶었다.하지만 월급을 생각하면 그럴
“아,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최소희가 얼른 손을 저으며 용 씨 저택을 나섰다.“오늘 푹 쉬고 내일 다시 출근할게요.”구매팀에 있어야만 돈을 벌 기회가 있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부서로 간다면 박시율을 해치워버릴 기회도 없었다.용 씨 저택을 나선 최소희가 할 일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박이성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머지않아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만났다.“오늘 출근 안 했어요? 기분이 별로인 것 같은데.”박이성이 최소희를 보며 말했다.“말도 마요, 이게 다 박시율 때문 아니겠어요, 정말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아요. 제 남자친구를 박시율 비서로 들이면 매일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무슨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 수도 있고요, 그런데…”최소희가 한숨을 쉬더니 방금 전의 일까지 전부 털어놓았다.“남자친구 일자리를 찾아주려고 한다고요? 저희 회사에 자리가 있긴 한데 월급이 높진 않거든요, 대충 250만 원쯤 될 거예요. 소희 씨 남자친구가 마음에 들어 할지 모르겠네요.”최소희가 자신을 위해 일을 하게 하기 위하여 박이성은 그녀의 환심을 사야 했다.남산토지의 프로젝트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박 씨 집안은 2년 동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박 씨 집안에서 그의 지위가 안정적이게 되어 상속인의 자리는 박시율이 아니라 무조건 그의 것이 될 수 있었다.5년 전까지만 해도 박시율은 할아버지의 총애를 받고 있어 박 씨 집안사람들은 박시율이 상속인이 되어 기업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박시율이 도범의 아이를 가지고 기어코 아이까지 낳겠다고 고집을 부려 박이성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정말요? 너무 좋은데요, 월급도 전혀 낮지 않아요.”최소희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제 남자친구한테 도련님께 연락하라고 할게요.”“네, 내일 아침에 우리 회사로 오라고 해요, 제 비서로 일하면 되니까.”박이성이 웃으며 말했다. 박 씨 집안의 회사는 크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