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은 앞으로 걸으면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오양용을 살펴보았다. 오양용이 돌아서서 떠나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소리를 내서 도범을 불렀다.“잠깐만요!”그러자 도범은 발걸음을 멈추고 공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공양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도범은 가볍게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도범은 공양이 친전 제자와 처음으로 마주하는 상황에서 긴장과 압박을 느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당연한 반응이었다.공양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용기가 정말 대단하네요. 만약 저였으면 그렇게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을 거예요.”그 말에 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백천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도범 씨는 공양 선배님과 다르죠. 이제 도범 씨는 열한 번째 장로가 지원해주는 관문 제자가 되었잖아요? 아무리 친전 제자라고 해도 뭘 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자원 비경이 뭐든, 오양용까지 나섰다는 건 꼭 필요한 거란 뜻이잖아요?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싸게 넘겨줄 순 없죠!”그러자 공양은 조백천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누가 몰라? 확실히 도범 후배는 예전에 그 도범 후배가 아니야. 그러나 친전 제자는 친전 제자야. 만약 오양용 씨가 도범 후배를 공격한다면, 앞으로 지내기 어려울 거고. 나는 그저 도범 후배가 앞으로 편안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야.”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공양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러나 공양의 말에 동의한 건 아니었다. 도범은 몸을 돌려 공양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부드러운 바람이 도범의 옷을 휘날렸지만, 도범은 굳건히 서 있었다. 그는 마치 거센 바람도 무너뜨릴 수 없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공양 선배님의 말씀은 이해가 가지만, 한 번 물러선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생긴다면, 그들은 또 저를 밀어붙이겠죠. 그렇다면 그때마다 물러서야 하나요? 그럼 제가 왜 무사가 되겠어요? 많은 기회를 잃고서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
도범은 서쪽 편전에 머물렀다. 이곳은 예전에 잡동사니를 보관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청소되어 매우 깔끔하고 정돈된 상태였다. 서무 제자가 떠난 후, 도범은 직접 조백천과 공양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공양과 조백천은 이내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고, 도범 혼자만 서쪽 편전에 남게 되었다.도범은 홀로 넓은 편전에 서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이곳에 도착한 후, 장손 장로가 자신을 불러줄 줄 알았지만, 예상과 달리 도범은 여전히 이곳에 방치되어 있었다. 한 시간가량 편전에 앉아 있던 도범은 지루함을 느끼며 일어나 편전의 문을 밀고 나왔다. 도범이가 방금 밟은 청석길을 따라 걷다가 중앙에 있는 정자를 발견했다. 정자에는 내문 장로의 긴 로브를 입은 남자가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 남자의 뒷모습에 도범은 긴장이 풀어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도범은 단단한 걸음으로 중앙의 정자를 향해 걸어갔다. 주변의 풍성한 꽃과 나무들이 시야를 가렸지만, 도범은 앞을 가로막는 나뭇잎을 밀어내며 정자 안으로 들어갔다. 도범이가 정자에 들어가자마자 장손 장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도범을 바라보았다.도범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비록 도범이가 장손 장로의 유일한 관문 제자가 되었지만, 도범은 썩 내키지 않았다.도범은 무심코 장손 장로의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따뜻한 찻잔을 집어 들어 자신에게 차를 따랐다. 이윽고 향긋한 차 냄새가 코를 감돌았다. 도범은 이제까지 이런 차를 마셔본 적은 없었지만, 향기만 맡아도 이 차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신력 향상에 도움되는 영각차임을 알 수 있었다.한편, 장손 장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아끼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물어봐. 알고 있는 건 다 말해줄 테니까.”그러자 도범은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도범은 장손 장로를 존경해왔지만, 이전에 장손 장로가 한 일들을 생각하면 더 이상 존경하기
어쨌든 열한 번째 장로는 손해 볼 게 없는 대결이었다. 손해 보는 건 도범뿐이다.도범은 얼굴이 약간 푸르스름해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손 장로는 정말로 계산이 빠르시네요. 장손 장로님에 비하면 제 속셈은 아무것도 아니네요.”도범이가 비꼬고 있다는 걸 눈치 챈 장손 장로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도범을 직시하며 말했다. “이렇게 화낼 필요 없어. 이것도 인연이잖아? 그리고 내가 만수산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너 덕분이기도 해. 너에게 은혜를 입었지. 앞으로 네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절대로 너를 외면하지 않을 거야.사실, 이번 일을 갑자기 공표한 건 다소 성급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를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 네가 그 세 명 중 한 명을 이기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야.”이 말은 듣기 좋았지만, 도범은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알고 계셔야 할 겁니다. 도박장에 한 번 오를 때마다 저는 실패할 위험이 있습니다. 장손 장로님께서 저를 관문 제자로 선언했으니 앞으로 그들은 더욱 무자비하게 저를 공격할 겁니다. 그들의 강력한 일격에 제 팔다리가 부러질지도 모르는 일이죠.”“내가 말했듯이, 너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너는 자신을 그런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거야. 만약 정말로 그들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그들과 함께 도박장에 오르지 않겠지. 이 점은 나도 알고 있어.”도범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고개를 돌려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장손 장로는 도범의 태도에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았다. 장손 장로는 여전히 자신만의 생각을 말하며 계속 말했다.“이제 너는 내 관문 제자야.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같은 줄에 매달린 메뚜기인 셈이지. 그래서 난 너와 나 사이에 그 어떤 응어리도 없었으면 좋겠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둘의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도범은 입을 삐죽거리며 실제로 좀 더 거친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장손 장로가 말한대로, 그들은 이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 했다. 장손 장로를 함정에 빠트린 사람들이 바로 대장로와 둘째 장로였다니, 평소에 물과 불처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대장로와 둘째 장로가 장손 장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었다. 이는 도범에게도 다소 놀라운 일이었다.장손 장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는 이미 나만의 퇴로를 준비해 뒀어. 물론 네 퇴로도 생각해 봤지. 일부 일들은 내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이야. 그렇다면 결과는 모두 같을 테니, 비굴하게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쾌활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지.”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손 장로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자 장손 장로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잡다한 일은 그만두고 내가 너에게 줘야 할 열쇠가 있어.”“자원 비경에 들어가는 자격 말씀이신 가요?” 도범은 장손 장로가 다 말하기도 전에 물었다.이 말에 장손 장로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놀란 듯 도범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알았어? 이 소식은 나도 금방 알게 된 것인데, 그리고 저 녀석들의 행태를 봐서는 분명 부하들에게 비밀 유지하라 했을 텐데, 생각보다 빨리 소문이 났군.”그러자 도범은 무력하게 씩 웃으며 현청전에 들어오기 전에 겪었던 일들을 장손 장로에게 다시 한번 설명했다.장손 장로는 도범의 설명을 듣고 나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오양용이로군. 오양용은 원래 그런 성격이야. 친전 제자가 되고 나서는 더욱 도도하게 굴지. 이런 성격의 사람들이 너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서로 대립할 수 밖에 없어. 만약 오양용이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 너도 오양용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도범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무력하게 씩 웃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뒤에서 지원을 해주는 사람이 나서서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장손 장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도범의 고민하는 마음을 전혀 느끼지 못한 척 계속 말을 이어갔다.“이 며칠 동안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파악하고 그 원인과 결
“천수종은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요? 무슨 어려움이 있어서 만시종의 협력이 필요한 걸까요? 만시종을 선두로 무엇을 하려는 거죠? 하지만 만시종도 바보가 아니잖아요. 꼼꼼히 조사하다 보면 부적절한 점을 발견할 텐데,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만시종도 천수종의 지시에 순순히 따르지 않을 겁니다.” 도범이 다소 흥분하며 말했다.장손 장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정확히 짚었어. 사실 이 몇 가지 문제는 나도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아. 나는 그저 그 소식이 천수종에서 나온 것뿐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 그들이 왜 그렇게 하려는 지는 나도 모르겠어.”말을 마친 후, 장손 장로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보다시피 이 의문들은 너도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야. 그 늙은이들도 분명히 생각했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렇게 행동했어. 분명 그들에게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거야.그리고 자원 비경은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각 문파마다 해당하는 자격이 있거든. 그래서 오양용이 자신의 동생을 위해 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었던 거고.”도범은 바로 말하지 않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도범은 좀 더 생각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자원 비경 안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겁니까? 처음에는 우리 종문과 혼원문이 자원 비경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고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천수종이 무언가를 발견해서 우리와 혼원문 사이의 경쟁을 중단시켰고, 자원 비경을 독차지했다고 하더군요.”도범의 말에 장손 장로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장손 장로는 다시 한번 차를 따르며 말했다.“내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자원 비경은 오래 전 한 대가가 남긴 전수라고 들었다. 또한, 오래 전 그 대가는 아마 우리 현연대륙의 사람이 아닐 거야. 내 추측에 따르면, 자원 비경의 주인은 아마도 우리 현연대륙의 무도 문명보다도 더 화려한 세계에서 온 강자가 남긴 전수일 거야.”말을 마친 장손 장로는 도범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말이 도범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
장손 장로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고 손가락으로 십자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무슨 생각에 잠긴 건가? 얼굴이 굳어버렸네?”도범은 그 말을 듣고 잡생각에서 벗어나려는 듯 살짝 기침을 하며 코를 만지작거렸다. 어색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별거 아니에요, 그저 서현주에 왜 이런 대가가 이곳에 전수했는지 궁금할 뿐이에요.”그러자 장손 장로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말했다.“이 문제는 너만 궁금한 게 아니야.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아해하지. 아마도 아주 오래전 서현주에서 무언가 큰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 강자가 이곳에 전수한 것이지.”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놀란 듯 물었다.“그런데 전수의 땅이라면 왜 자원 비경이라 불리는 걸까요? 혹시 천수종의 고위층이 이 네 글자로 사람들의 시선을 흐리고자 하는 건가요?”그러자 장손 장로는 도범을 바라보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야. 사실 천수종의 고위층이든 우리 양극종의 장로들이든, 이 자원 비경이 왜 남겨졌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어. 어떤 사람들은 이곳이 고대 강자의 저택이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강자가 자신의 전승을 남기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도 해. 아무튼 숱한 해석이 있지만 내 생각엔 자원 비경은 고대 강자가 남긴 전승이 분명해.”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장손 장로는 도범의 반응에 다소 놀란 눈치였다. 보통 다른 사람이라면 자원 비경에 대해 계속 질문을 이어갔을 텐데, 도범은 오히려 흥미가 없어 보였다.“궁금하지 않나, 왜 너에게 자원 비경에 들어갈 자격을 주었는지?”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도범은 궁금했지만, 마음속에 너무 많은 의문이 있어 그저 생각에 잠겨 있었을 뿐이었다. 장손 장로가 말을 이어가자, 도범은 자연스럽게 물었다.“물론 궁금하죠, 계속 말씀해 주세요.”장손 장로는 도범이 믿지 않는 듯 보였지만, 꼬투리를 잡을 생각은 없었다. 장손 장로가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자원 비경에 진입하려면 수련 경지에 제한이 있어. 선천 후기를 초과하면 자원 비경에 들어갈 수 없으며, 자원 비경에 의해 외부로 격리돼. 선천 후기나 그 이하의 무사만이 자원 비경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리지.그리고 자원 비경에 들어가려면 진입 명패를 소지해야 해. 진입 명패가 없다면 아예 들어갈 수 없거든. 그래서 자격에 제한이 있는 거지. 내가 너를 위해 특별히 자리 하나 마련해 두었으니 헛되이 낭비하지 않길 바래.”장손 장로의 말을 들은 도범은 마음이 쿵쾅거렸고 눈빛이 반짝였다. 수련 경지에 제한이 있다면, 도범이가 들어갔을 때 그렇게 큰 위험은 없을 거라고 도범은 생각했다. 모든 위험은 아마도 자원 비경 자체에서 올 것이다.이 생각에 도범은 몸을 바로 하고 장손 장로 뒤의 녹나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장손 장로는 도범의 표정을 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앞에 놓인 찻잔을 밀어주었다.“먼저 차 한 잔 마시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혀. 이 제한을 듣고 자원 비경에서 마음껏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를 가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좋아.”도범은 찻잔을 들어 급하게 한 모금에 들이켰고, 깊은 숨을 내쉰 후 말을 꺼냈다.“저는 천수종이 사람을 보내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의 위험을 한번 시험해보라고 말이죠.”그 말에 장손 장로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정말 똑똑하네. 우수한 제자들을 보내는 것이니, 그들의 안전을 위해 먼저 테스트할 필요가 있었을 거야. 혼원문과 우리 양극종, 그리고 천수종 세 개의 종문이 모두 합쳐서 선천 중기의 괴뢰 100명을 자원 비경에 보냈어. 그 중 70명 이상이 돌아왔고. 즉, 손실율은 대략 30% 정도야.자원 비경에 가는 제자들은 각 종문에서 가장 우수한 제자들이며, 이 괴뢰들보다 훨씬 강한 무사들이지. 우리는 손실율을 더 낮춰서 대부분이 돌아올 수 있게 해놨어. 그리고 안전하다고 판단했기에 너를 보내기로 결정한 거야.”도범은 눈을 깜박이며 그 말을 마음속으로 몇 번 되뇌었다. 손
“이 진입 명패가 천수종이 만시종에게 준 것이라면, 어떤 의미에서 두 종문이 이미 합의를 보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나요?”장손 장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장손 장로의 표정은 어딘가 이상했다. 어느 정도의 실망감과 함께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맞아, 진입 명패는 실제로 천수종이 만시종에게 준 거야. 더욱 웃긴 건 만시종만 50개 가진 것이 아니라..., 남쪽에 만시종에 속하는 두 개의 3품 종문도 우리와 같이 20 개를 가졌어. 이번 자원 비경 여정에서 북쪽 몇 개의 종문과 남쪽 몇 개의 종문에서 가지는 명액이 동일해.”도범은 이 말을 듣고 더욱더 표정이 복잡 해졌다. 도범은 천수종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결정을 내린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기세를 키우고 자신의 위세를 깎아내리는 것임을 모르는 걸까?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하면 그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하게 된다.이때, 장손 장로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도 이해가 안 가지? 나도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어. 천수종의 그 노인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거든.그리고 일단 자원 비경에 들어가면, 모든 제한이 사라지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더욱 무분별 해진다는 것을 모를 리 없어. 남쪽 종문이 우리 북쪽 종문과 마주치면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면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겠지.”도범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로님 말씀이 맞습니다. 일단 자원 비경에 들어가면, 각종 제한을 잃을 뿐만 아니라, 천재지보를 다툴 때도 다른 종문에 속해 있어 더 큰 전투가 벌어질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들여보내는 것은 백해무익입니다. 그러나 천엽종의 고위층이 이렇게 하는 데는 분명히 그 사람들만의 계획이 있을 것입니다.”장손 장로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도범은 계속 장손 장로를 보며 말을 이었다. “장손 장로님, 우리 종문에서 누가 가는지 아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