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피부에 검은색 실크 원피스를 걸친 여자는 한눈에 보아도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머리에는 굵은 웨이브를 넣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청량감을 느끼게 했다.물론 몸매 또한 뛰어났다. 박시율보다 기질이 좀 차가운 것 외에는 나무랄 데가 없는 모습이었다.“하하 아가씨가 너무 겸손하네요. 당신도 엄청난 미녀인걸요!”박시율이 미소 지으며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인 칭찬을 건넸다.“여기서 택시를 잡고 집에 돌아가는 거예요? 이 시간에는 택시 잡기 힘들 텐데. 마침 출퇴근 시간이라서 택시 잡는 사람이 한창 많을 때거든요!”여자가 도범과 시율을 번갈아 보더니 이어서 말했다.“아이참, 차가 없는 것도 참 불편하겠네요. 당신이 고른 남편이 능력이 좀 별로인가 봐요!”나호영이 그녀의 말에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참 시율아, 마침 오늘 밤 동창회가 있어. 꽤 많은 동창들이 모이기로 했으니까 너도 참석하는 게 어때? 가족도 함께 와도 괜찮아!”“그래 맞아요 맞아요. 함께 와서 놀아요. 당신들 엄청 오랜만에 모이는 거잖아요!”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 호영 씨 난처하게 하지 마시고요.”“이건…”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며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와 나호영은 예전에 꽤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동창들을 못 본 지 몇 년은 지났으니 혹시 그때 가서 옛 동창들이 임여을처럼 권력의 잣대로 자신을 판단할까 두려웠다.“참 뭘 고민하고 있어? 전동재도 해외에 있다가 이번에 들어왔어. 말로는 내일 어느 큰 회사의 면접을 보러 간다고 하던데. 그 회사 주임과 잘 아는 사이라서 내일 면접은 일단 절반은 성공했다고 보면 된대!”“그리고 다들 몇 년 만에 모이는 건데 반에서 가장 예쁘기로 이름난 네가 빠져서야 되겠어?”나호영이 그녀를 설득했다.“만약 이래도 안 오면 네가 날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알았어 알아어 갈게. 어디서 하는데? 이따가 수아를 집에 데려다주고 밤에 남편과 함께 갈게!”박시율이 쓴웃음을 지었다. 상대방의 끈질긴 요청에 그녀는 울며 겨
도범과 박시율은 수아를 데리고 곧바로 택시를 잡고 동물원을 벗어났다.택시가 한창 자동차 대리점이 수두룩하게 줄 선 거리를 지나고 있을 때 도범이 문뜩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기사님, 여기서 세워주시죠!”“왜 여기서 내려?”박시율이 깜짝 놀라며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여보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 역시 차 한 대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당신 동창회잖아. 아까 보니까 다들 제법 잘 사는 것 같던데. 아까 그 여자도 온통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갔잖아. 만약 차를 몰고 가지 않으면 아마 그쪽에서 또 뭐라고 수군댈 거야!”“나는 괜찮지만 절대 당신이 그런 꼴을 겪게 할 수는 없어!”도범이 차에서 내린 후 그녀에게 설명했다.“하지만 당신 돈 있어? 아니면 조금만 나중에 살까? 나중에 내가 월급을 받고 나서 사도 되잖아!”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난 그런 시선 따위는 두렵지 않아. 남들이 깔보고 싶으면 깔보라지 뭐. 난 그냥 내가 즐겁게 살 수 있으면 돼. 내 삶은 내가 사는 거지 그들 눈치를 볼 필요가 뭐 있어?”“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어! 5년간 군인 생활을 하면서 부대에서 준 상여금도 채 쓰지 못했는걸.”도범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다가 수아를 한 번 보더니 다시 박시율에게 말했다.“그리고 차를 사지 않으면 비 오는 날에 수아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것도 불편하잖아. 아니다, 차 한 대로는 모자라겠어. 우리 두 사람한테 적어도 한 대는 있어야 하고 수아를 학교에 보내고 데려올 때도 한 대 더 필요하잖아!”“더 있다고? 지난번에 이미 6억 4천만 원을 꺼냈잖아? 그렇게 많이 쓰고도 아직 남아있다고?”박시율이 놀라 물었다.“설마 당신 10억, 아니 100억 정도 가진 거야? 만약 100억이라면 당신 부대에서 평범한 군인은 아니란 말이잖아? 적어도 소령급은 된 거 아니야?”도범이 그녀의 말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마지못해 답했다.“비슷해. 당신 남편 우습게 보지 마. 가자, 차 정도는 얼마든지 살 수 있으니까!”“
“그래도 되지. 그럼 우리 저 맞은 켠에 있는 포르쉐 매장으로 가 볼까?”도범이 고개를 끄덕이고 박시율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포르쉐?”세 사람이 문을 나선 후 두 판매원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그녀들은 원래 도범 일행이 가격을 듣고 옆집에서 파는 더 싼 가격의 차를 보러 갈 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들이 맞은 켠의 포르쉐 매장으로 간다는 것이다.“하늘아, 우리 혹시 엄청난 고객을 놓진 건 아니겠지? 만약 저 사람들이 정말로 돈이 있는 거라면 어쩌지?”바닥을 닦던 여자가 눈썹을 찡그리며 후회하고 있었다.“그럴 리 없어!”하늘이 곧바로 답했다.“저기 여자가 입은 옷은 그나마 괜찮았는데 남자가 입은 건 분명 싸구려였다고. 너는 그런 옷을 입은 남자가 돈이 많을 리 있다고 생각해? 아마 체면 때문에 우리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걸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곧바로 입구로 달려갔다.“아니면 우리 여기서 확인해 보자. 저 사람들 절대 저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야!”바닥을 닦던 여자도 입구 쪽으로 다가와 보더니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이럴 수가 하늘아, 저 사람들 저기로 들어갔는데? 설마 정말로 포르쉐를 사는 거 아니겠지?”“그럴 리 없어. 분명 연기하는 걸 거야. 우리가 볼까 봐 들어가는 척만 하는 거야. 이제 곧바로 나와. 내가 저런 사람들을 한두 번 본 것 같아?”하늘이 바로 답했다.……“우리 정말 여기 들어가?”포르쉐 매장 입구에 도착하자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 차에 대해서 잘 알아? 포르쉐는 비싼 차야. 당신 두 대나 살 거라고 했는데 우리 한 대도 사지 못할 수도 있어. 당신 지금 얼마 남았어?”도범이 박시율의 질문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걱정하지 마 여보, 포르쉐 두 대가 다 뭐야. 이 포르쉐 매장을 전부 사는 것도 문제없는걸!”박시율이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이 자식은 이 시점에서까지 농담할 마음이 생기는 걸까?‘혹시 도범 저 자식이
안으로 들어서니 여자 판매원이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웠던지 땀이 그녀의 볼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문 앞에 서있는 부부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품에는 귀여운 꼬마 여자아이가 안겨있었다. 순간 그녀가 곧바로 대걸레를 한쪽 편에 세워두고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왔다.“두 분 차 보러 오셨어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이쪽으로요.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우리 여기에는 레모네이드와 커피 그리고 물도 있어요…”여자 판매원이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박시율이 놀란 표정으로 깨끗하게 닦인 바닥을 바라보았다.“바닥을 이렇게 깨끗하게 닦아 놓았는데 우리가 더럽히는 게 걱정되지 않아요?”“참 그게 뭐 대수라고요. 당신들은 고객이잖아요. 고객은 하늘이니까 마음대로 밟으세요. 괜찮아요!”여자 판매원이 말을 마치고 수아를 보더니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꼬마 아가씨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저한테도 나중에 이렇게 예쁜 딸이 생겼으면 좋겠어요!”“이지혜 쟤도 참 그래. 아무한테나 저렇게 친절하게 대해서 무슨 쓸모가 있겠어!”“그러게 말이야. 여긴 포르쉐 매장이라고. 저 부부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곧 퇴근인데 시간만 낭비하고 말이야. 다들 열심히 바닥을 닦아놓았더니 저 사람들 때문에 다 더럽혀졌잖아. 이럼 이따가 또 밀어야 하는데!”“난 몰라. 어차피 이따가도 쟤가 밀 거잖아. 몰라 난. 퇴근 시간이 되면 당장 퇴근해 버릴 거니까!”이지혜를 지켜보던 몇몇 판매원들이 몰래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눈에 보아도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다른 한 사람은 심지어 비웃으며 말했다.“저 이지혜 말이야, 이번 달 실적 완전히 바닥일 거야. 하하, 더 팔지 못하면 아마 또 매니저님한테 혼날 게 뻔한데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되겠어? 하지만 쟤도 참 멍청해. 저렇게 고객 보는 눈이 없어서야. 또 허탕치게 생겼네!”“여보 봐 봐. 마음껏 골라.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걸로 사자!”도범이 씩 웃으며 박시율에게 말했다.박시율이 미간을
“있어요, 있습니다!”이지혜가 기뻐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런 차는 너무 비싸 한 달에 한 대를 팔아도 괜찮은 축에 속했다.포르쉐를 사는 사람이 적지는 않았지만 5억이 넘는 차를 팔기는 쉽지 않았다.더욱이 도범은 두 대나 사겠다고 했다.“제,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옆에 있던 여직원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은행 카드를 보며 말했다.“그런데 이건 무슨 카드예요? 저는 처음 보는데.”“제가 별도로 주문 제작한 카드입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도 5장도 안 되니 못 본 게 당연합니다. 화하에서는 저만이 가지고 있으니까요.”도범이 웃으며 대답했다.하지만 여직원은 콧방귀를 뀌었다.“세계를 통 들어서 5장도 안 된다고요, 거짓말 아니에요? 그렇게 많은 돈을 긁을 수 있을 지도 모르는데. 화하에서 당신만이 이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증명해 줄 사람이 없는 거 아니에요? 거짓말도 참 성의 있게 하시네요.”여직원의 말을 들은 박시율도 몰래 웃었다, 그녀도 도범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에서 5장도 없고 화하에서는 도범만이 가지고 있는 카드라니.“우와, 아빠 정말 대단해요!”하지만 수아는 도범을 우러러보며 눈을 반짝였다.“얼른 가서 계산이나 해, 두 대면 10억 8천만이야.”박시율이 도범에게 말했다.“고객님, 제가 혜택 방안을 추천해 드릴까요?”여직원이 도범에게 물었다. 그녀는 한 번에 10억이 넘는 돈을 쓰면서 흥정도 하지 않는 사람을 처음 봤다.“괜찮습니다, 시간도 늦었고 할 일도 있어서 그러니 주유 카드나 하나 주세요.”도범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400만 원어치의 주유 카드를 드리겠습니다.” 이지혜가 신이 나서 수속을 마치곤 도범을 데리고 가 카드를 긁고 돈을 냈다.도범을 얕잡아보던 여직원은 무척이나 언짢았다, 10억이 넘는 돈을 낼 수 있는 큰손 고객님을 이렇게 이지혜에게 뺏겼기 때문이었다.“보험은 즉시 효력이 발생될 수 있으니 지금 바로 운전해서 돌아가시면 됩니
5년 동안 박시율 일가는 고생만 하면서 살아왔다, 박시율도 당연히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싶었고 좋은 차를 가지고 싶었다.하지만 방법이 없어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지금 5억이 넘는 차를 사게 되어 그녀는 무척이나 행복했다.“어머, 시율아!”방에서 나온 나봉희는 포르쉐에서 내리는 박시율과 도범을 보곤 흥분해서 말했다.“자기야, 얼른 나와봐, 우리 딸이 세상에, 이 차 너무 멋있다.”“누나, 이게 어떻게 된 거야?”박해일이 박시율에게 다가가 물었다.“이 차 엄청 비싸지 않아? 새 차 같은데, 설마 누나 거야?”“이거…”박시율은 도범을 한 눈 바라봤다, 그녀는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도범이 이렇게 비싼 차를 살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나봉희가 알게 된다면 도범이 일부러 돈을 내놓지 않았다고 생각해 화를 낼 게 뻔했다. 도범도 문득 박시율과 같은 생각을 했다.박시율이 우물쭈물하자 나봉희가 그녀에게 다가와 화를 냈다.“도범, 너 이 자식, 내 돈 7억 6천만 원 돌려받은 거지? 그러고 이 차 두 대를 산 거지? 너 너무한 거 아니야? 그거 내 돈이야, 어떻게 내 허락도 없이 차를 살 수 있어? 이렇게 비싼 차를 사서 뭐해? 차는 돈을 들여서 키워야 하는 거야, 집에 돈이 있어야 차를 살 자격이 있는 거라고!“그래도 시율이랑 도범은 월급을 많이 받잖아, 그러니 상관없어.”박영호가 옆에서 말을 하며 반짝이는 새 차를 보더니 속으로 감탄했다.“도대체 어디서 돈이 난 거야? 도범, 말해 봐, 내 돈 7억 6천만 원을 찾은 거지? 찾아달라고 했지, 그 돈으로 차를 사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하지만 나봉희는 여전히 도범을 물고 늘어졌다, 그 돈은 그녀의 목숨과도 같았다.“어머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 차 어머님 돈으로 산 거 아닙니다.”“그럼 네 돈으로 샀다는 거야? 너한테 아직 돈이 그렇게나 많다고? 아직 얼마나 있는 거야? 내놔 봐, 내 돈 7억 6천만 원부터 내놔…”나봉희가 도범 앞에 손을 척 내밀더
“네, 맞아요!”박시율이 어색하게 웃으며 도범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도범이 10억이 넘는 돈을 썼다는 걸 나봉희가 알게 된다면 그녀는 도범의 지갑을 뒤져 보려고 할지도 몰랐다.다행히 도범은 기지 있게 용신애를 들먹였다.“용 씨 집안 돈이 정말 많긴 한가 보네요, 두 사람한테 차까지 붙여주고, 그것도 이렇게 비싼 차를 붙여주다니.”박해일이 흥분한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이 차 도대체 얼마예요?”“별로 비싸지 않아, 한 대에 5억 4천만 원이야.”“5억 4천만 원? 어쩐지, 딱 보기에도 비싼 차 같았어요, 남자라면 이런 차를 타고 다녀야죠.”박해일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차 두 대를 합치면 10억이 넘는 거네, 세상에, 돈 있는 집의 세계는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거구나.”장소연이 감탄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장소연은 바로 박해일을 통해 상류 인사들을 만나보려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그는 삼류 가문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지금은 쫓겨났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의 할아버지께서 마음을 바꿀 수 있을 수도 있었다.그런데 정말 돈이 많은 사람들이 10억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할 줄은 몰랐다.“이 차 이제 우리 거야, 앞으로 우리 거야!”나봉희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도범, 시율아, 용신애 용준혁 딸이야, 중주 재벌의 딸이라고. 용 씨 집안 4대 가문보다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거 너희들도 알지? 그 아가씨가 너희들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두 사람 멍청한 짓 하지 말고 거기에서 열심히 일해야 해, 알겠지?”“네, 어머니, 신애 아가씨 저희한테 엄청 잘 해줘요, 저희도 열심히 일할 거예요.”박시율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너희 두 사람이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이 차는 우리의 것이 되는 거잖아. 앞으로 누가 이 차 누구 거냐고 물어보면 너희 거라고 해, 알았지? 너희가 샀다고 하라고,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분명 믿을 거야, 그래야 체면이 서지.”나봉희의 허영심이 순식간에 불타올랐다.“다음에 나도 이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 돈 도범이 무조건 찾아 줄 거예요.”박시율이 웃으며 덧붙였다.“저랑 도범 이따 동창회에 가봐야 해요, 친구들끼리 오랜만에 만나서 밥도 먹고 놀기로 했어요.”잠시 뒤, 도범과 박시율은 차를 끌고 동창회에 갈 준비를 했다.“어머니, 제 차는요?”하지만 밖으로 나와 보니 차가 사라지고 없었다, 방금 전 방에서 차 소리를 들었을 때에도 그저 지나가던 차 소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누군가가 차를 끌고 나간 것이었다.“네 동생이랑 소연이가 끌고 나갔어.”나봉희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하지만 박시율의 표정은 언짢아졌다.“어머니, 둘이서 하나만 끌고 나갔어도 됐잖아요, 그런데 왜 두 대나 가지고 나간 거예요? 제가 방금 전 동창회에 가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한 대도 안 남겨주면 저랑 도범은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해일이도 자기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 거지. 너희는 택시 타고 가라고 했어, 동창회 끝나면 해일이한테 연락해, 둘이 너희들을 데리러 간다고 했으니까.”“……”박시율은 어이가 없어졌다, 도범이 목숨 걸고 벌어온 돈으로 자신에게 차를 사준 이유는 바로 그녀의 친구들 앞에서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이었다.그런데 자신의 동생과 장소연은 그 잠깐 사이, 차를 끌고 나갔다.결국 박시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도범에게 말했다.“그냥 택시 타고 가야 할 것 같은데.”“어쩔 수 없지, 당신 걱정은 전혀 안 하는 동생을 둔 덕분이라고 봐야지. 자기 대학 친구들 교양 있는 사람들이니 임여을처럼 굴지 않겠지? 아니다, 그 임여을이라는 사람, 대학 때부터 당신이랑 원수 사이였던 거야? 그래서 그날 당신을 그렇게 무시했던 거야? 적어도 사람을 면전에 두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박시율도 도범의 말을 들으니 억울해졌다.“임여을 대학 때부터 자기가 나보다 예쁘다고 생각하고 퀸카가 될 줄 알았는데...”“아, 당신보다 예쁘지 않은데 당신보다 예쁘다고 생각하고 질투를 한 거구나, 그래서 지금 돈 많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