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이는 화난 나머지 목소리마저 떨고 있었다. 그러다 또 도범을 향해 말했다.“도범 씨, 저 녀석을 죽여주세요.”그런데 이때, 남천과 시율이도 동굴로 들어왔다.“도 가주님, 시율 씨, 오셨군요?”두 사람을 만난 시영이의 눈빛에는 다소 놀라움이 더해졌다.“그래요, 도범이 제때에 우리를 찾아낸 덕분에 그 대머리 사나이를 죽이게 되었죠.”남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다 또 비영종의 대호법을 향해 입을 열었다.“방금 네가 상청종 성녀에게 한 그 파렴치한 말들은 우리도 밖에서 다 들었다. 참 의외네, 4대 고종 중의 하나인 비영종의 대호법이 이렇게 파렴치한 인간이었다니.”중년 남자의 얼굴색은 더욱 보기 흉해져 입술마저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러다 주먹을 움켜 쥐고 남천을 향해 공격을 날리고는 바로 동굴 입구를 뛰쳐나가려 했다.하지만 진신경 중기밖에 안 되는 그가 남천의 상대로 될 리가 없었다. 결국 그는 남천의 공격에 맞아 땅에 쓰러져서는 몸을 떨며 일어서지도 못했다.이에 도범이 보검 한 자루를 꺼내 시영에게 건네주었다.“저 놈의 목숨은 성녀님에게 맡기겠습니다.”“그래요.”시영이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들고 대호법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바로 검을 휘둘러 대호법을 참살했다.“이렇게 하죠, 이곳을 지키는 두 녀석이 전부 제 손에 죽었으니, 성녀님의 상처가 다 회복될 때까지 여기서 잠시 쉬다 출발하죠.”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러자 남천도 도범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그래. 이쪽이 입구 쪽이니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을 거야. 우리 조금만 쉬고 나가면 금방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어.”“시율 아가씨, 얼굴의 짐은 어떻게?”시영이 곧 시율의 얼굴에 있는 검은 반점을 발견하고 물었다. 그 검은 반점은 이미 철저히 피부속으로 스며 들어가 마치 모태 반점처럼 보였다, 게다가 크기도 이전보다 조금 더 커졌고.“그 대머리 사나이가 혈사종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들 종문의 사람들이 거의 다 주술을 할 줄 아는데
네 사람은 동굴에서 나와 전방을 향해 직진했다.“신왕전의 전주가 그 녀석의 손에 죽은 건 좋은 일이야.”그러던 중 도남천이 문득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유일하게 아쉬운 게 창공정이 도망쳤다는 거지.”그런데 도범이 듣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지금 그들의 생사보다 더 위험한 문제가 바로 진신경 정점에 달한 강자들입니다. 그 두 사람이 이곳으로 들어왔다는 건 그 두 세력의 다른 강자들도 전부 따라 들어왔다는 걸 의미하겠죠. 특히 그 진신경 정점에 달한 강자들이 우리 먼저 천급으로 돌파하게 되면 엄청 번거로울 겁니다.”“하하하!”이때, 도범의 말을 듣고 있던 시영이 갑자기 입을 가리고 깔깔 웃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천급 1품으로 돌파한다고 해도 도범 씨의 적수로 되지 못할 거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겠죠. 도범 씨 어제 천급의 강자를 두 명이나 죽였잖아요. 심지어 그 두 사람은 천급에서 꽤 안정적이었는데도 도범 씨를 이기지 못했는데, 그 사람들이라고 도범 씨를 이기겠어요?”이에 도범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하죠. 그런데 그들이 저희 도씨 가문 가족들을 공격할까 봐 걱정이에요. 지금 다들 흩어져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가족들을 다 찾아내려면 엄청 힘들겠죠. 제가 곁에 있으면 몰라도, 없으면…….”옆에 있던 남천이 갑자기 도범을 향해 말했다. “도범아, 사실 그런 것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네가 도씨 가문의 도련님으로서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만 지금처럼 혼자 끙끙 앓으며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어. 그러니 이번이 바로 가족들이 단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시율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모든 사람들이 항상 당신의 보호 하에서 성장할 수는 없어. 그들도 그들만의 길이 있어. 혹시 알아, 가문의 대장로님이나 둘째 장로님이 먼저 돌파하지 않을지?”“그렇네.”도범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일행을 거느리고 싸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날
옆에 또 다른 운소종의 제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별로 기뻐하지 않은 표정을 드러냈다.“말해봐, 무슨 일이지?”상청종의 그 호법은 붉은 입술을 깨물고서야 상대방에게 물었다.그 목씨 성을 가진 남제자는 차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 간단해요. 이보다 더 쉬울 수는 없죠. 저기 저 뚱뚱한 여인을 제외하고 모두 옷을 벗고 우리 앞에서 춤을 추면 살려주죠, 어때요?”“아이고, 목씨 형님, 이 방법 참 좋습니다. 하하, 이것 참 좋네요!”“저도 보고싶네요, 줄곧 고결하다고 자처해 온 상청종 여제자들이 우리 앞에서 춤추는 모습이라니, 하하!”앞서 그 실망하던 남제자는 듣자마자 하하 웃으며 눈빛도 야해졌다.“꿈이나 꾸거라! 우리 상청종의 제자들은 죽을지 언정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그 여호법은 듣고 화가 나서 얼굴도 하얗게 질렸는데, 상대방의 요구는 정말 너무 지나쳤다.“너희 운소종의 제자가 파렴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지경까지 파렴치 할줄은 미처 몰랐구나!”방금 그 기대에 부풀었던 그 여제자는 상대방의 무리한 요구를 들고는 화가 나서 피를 토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영초를 내놓는 등의 요구일 줄 았았는데, 이런 요구라면 살기를 비느니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하하. 만약 승낙하지 않는다면, 잠시 후 당신들은 죽을 뿐만 아니라, 죽기 전에, 또 괴롭힘을 당할 것이에요. 당신들은 확실히 말을 안들을 것인가요?”맞은편에서 그 남자는 다시 냉소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나, 나는 죽음이 두렵다. 나는 너희들의 조건을 승낙할 수 있어!”그 뚱뚱한 여제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손을 들었다.맞은편 운소종의 남제자들은 그 뚱뚱한 여자를 보고는 그의 모습에 피를 토할 뻔했다.“꺼져, 넌 옷을 입고 있어, 우리는 모두 네 얼굴에 토하고 싶어, 네가 옷을 입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토하고 싶을 거야!”그 목씨 성을 가진 남자는 뚱뚱한 여제자를 매섭게 노려보고, 손에 든 보검을 한 번 쥐고 나서 말했다.“꼴을 보니, 이 여자들은 정말 좋
“잘난척 하기는,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운소종의 목씨 제자가 몸을 돌려 씩씩거리며 말했다.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왜냐면 이 말을 한 이가 바로 상청종의 성녀였기 때문이다. 신분 지위로 보았을 때, 그녀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성녀님, 너무 잘됐어요, 성녀님!”상청종의 여제자들이 시영을 보더니 하나같이 눈시울이 붉어져 감격된 표정을 드러냈다.“잘됐네요, 도범 도련님도 계시네요!”그중 일부 사람은 시영의 옆에 서 있는 도범을 보더니 더욱 용기가 생겼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다는 건 둘 사이가 좋다는 걸 설명해주고 있음을. 도범이 그들을 도와주기만 한다면 눈앞의 녀석들은 한 명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도범 도련님, 상청 성녀님, 안녕하세요!”운소종의 남제자가 입가를 심하게 한번 떨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방금은 그냥 제자들끼리 한 장난일 뿐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4대 고종과 은세 가문 사이에도 모두 유대가 있는 건데, 뭔 큰 원한이 있겠습니까?”“허허, 농담인가?”시영이는 허허 웃으며 여제자들의 몸에 있는 상처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내가 만약 좀만 더 늦었다면, 그녀들은 이미 죽었겠지. 방금 너희들이 한 말을 내가 정말로 듣지 못했다고 생각해?”그러다 다시 한번 영기를 손에 든 보검에 주입했다.윙-영기가 주입된 보검은 파르르 떨며, 윙윙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파동도 확실히 전보다 더 뚜렷하고 날카로워졌다.“빨리 튀어!”운소종의 제자들은 자연히 시영이의 대단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영이가 드러낸 살의에 하나같이 놀라 몸을 돌려 도망가려 했다.“사람 수가 적지 않으니, 제가 도와주지요.”그리고 그들이 도망가려는 것을 보고 도범이도 나서 먼 곳을 향해 두 검을 연속 내베었다.쿵쾅쿵쾅-두 사람이 연합에 운소종 제자들은 그들의 상대가 될리가 없었다. 그렇게 몇 분도 안 되어 전부 참살되었다.“너무 강해요, 정말 무적이네요!”“그래요
크릉-그런데 마침 도범이 영초를 따내려는 순간, 무서운 화염 맹호 한 마리가 뛰어나오더니 바로 도범을 향해 입을 크게 벌였다. 그러자 거대한 불덩이가 맹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와 곧장 도범을 향해 날아왔다.“하찮은 놈이 감히!”놀라움에 빠진 일행들과는 달리 도범이 순식간에 영초 뜯는 동작을 멈추고 맹호의 정수리 위로 날아올라 맹호를 향해 주먹으로 내리쳤다.뻥-묵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맹호 요수는 그렇게 도범의 주먹에 맞아 바닥에 떨어졌고, 그 곳엔 의외로 놀라울 정도로 큰 구덩이가 생겼다.심지어 구덩이의 주위에는 적지 않은 균열이 생겼는데 그 균열들이 적어도 2~3미터 정도 바깥으로 만연된 듯했다. 도범의 공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리고 거대한 맹호 요수는 구덩이 속에서 몇 번 경련을 일으키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슝-도범은 그제야 날아가서 영초를 땄다.‘저 녀석의 공격이 너무 과감해. 게다가 방금 그 요수는 분명 진신경 정점 정도는 되었을 건데, 이렇게 한 방에 바로…….’도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시영의 눈빛에는 어느새 황홀함이 섞여 있었다.이때 한 여제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시영을 다른 쪽으로 끌고 가서는 말했다.“성녀님, 비록 저희 쪽의 인원수가 도범 저들보다 많긴 하지만, 정말로 저들을 따라간다면 아마 저희는 아무런 이득도 얻을 수 없을 겁니다. 저 녀석은 2품 연단사라 정신력이 비할 데 없이 강하니 감지 능력도 분명 저희보다 훨씬 강할 거라고요.”그러다 여제자가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저 녀석과 함께 있으면 안정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방금 저희가 영초를 발견했을 때 도범은 이미 영초 따러 날아갔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뭘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영초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만약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보물이나 공법 같은 것이 하나밖에 없다면, 그때 가서 어떻게 하실 건데요?”여제자의 말에 시영도 덩달아 눈살을 찌푸렸다. 여제자가 한 말에는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게다가
여러 여제자들은 속으로 많이 불쾌해하고 있었다, 계속 도범을 따라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나시영 등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필경 같은 세력의 사람이 아니었으니. 게다가 그들이 도범의 무리에 합류했다는 걸 종주가 알게 되면 화를 낼 것도 분명했고.“저들이 왜 떠난 거야?”다른 한편, 상청종의 사람들이 떠나자 박시율이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해서 물었다.“우리와 함께 가는 게 더 안전한 거 아닌가?”이에 도범이 듣더니 쓴웃음을 지었다.“쌍방의 입장이 달라서 그런 거지. 우리는 도씨 가문의 사람들이고, 그들은 상청종의 사람들이잖아. 지금까지 4대 고종이 우리 같은 은세 가문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었는데 갑자기 은세 가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게 많이 창피할 거야. 게다가 이렇게 흩어져 행동해야만 나중에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보물 때문에 싸우게 되더라도 두 세력 간의 사이를 망치지 않을 수 있지.”시율이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는 표정을 드러냈다.“그렇구나. 하긴, 정말로 보물 같은 걸 발견하게 되더라도 당신 손에서 빼앗아 갈 수 없으니, 지금 각자의 길을 가는 것도 맞는 거지.”“가자, 우리도 어서 도씨 가문의 가족들을 찾아야지. 사실 한 무리의 여자분들과 함께 있으면 오히려 더 불편하긴 해. 게다가 도씨 가문의 가족도 아니라 그들 앞에서 무언가를 토론하기도 애매하고.”이때 도남천이 웃으며 덤덤하게 말했다.그렇게 또 한참 날다가 도범 그들은 의외로 3품 고급 영초 한 그루를 발견하게 되었다. 심지어 도범의 기억으로는 그 영초가 초경문의 고서에 기록되었던 영초로, 3품 고급 단약을 정제하는 데에 쓰이는 약재였다.“잘됐네! 역시 이곳의 영기는 놀라울 정도로 짙어 3품 영초도 도처에 널려 있어. 밖에서는 참 보기 드문 것들인데.”도범이 흥분되어 주먹을 움켜 쥐며 말을 이어갔다.“층분한 영초나 재료가 있어야 3품에 달하는 단약을 정제해낼 수 있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나
남천이 그제서야 전에 발생했던 일들을 앞에 있는 가족들에게 알려주었다.그리고 그걸 다 듣고 난 도무광이 시율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분노에 차서 말했다.“혈사종의 사람들 너무 비겁하네요. 작은 사모님에게 저주를 걸다니!”시율은 예쁘기로 소문이 난 미인인데, 그 예쁜 얼굴에 큰 반점이 생겼다는 건 시율에게 있어 받아들일 수 없는 큰 충격일 게 뻔했다. 보는 그들조차도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그 중에서도 한달사이에 저주를 해제하지 못하면 시율이 죽게 된다는 점이 더욱 그들을 분개하게 했다.“지금은 아무런 방법이 없어요. 혈사종이 얼마나 강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 종문에 천급으로 돌파한 제자가 엄청 많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진혼경에 돌파한 제자들도 있을 거고. 그러니 우리는 아직 함부로 그들을 찾아가 복수할 수가 없어요.”남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그 후 다들 계속해서 영초를 찾기 시작했다.그러다 저녁이 되니 도범 등은 또 여러 그루의 3품 영초를 찾게 되었다. 비록 아직 4품 영초를 한 그루도 찾지 못했지만, 도범 등은 그런대로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이 따낸 영초 중에 3품 고급 영초도 적지 않게 있었으니.물론 길에서 도범 등은 비영종의 제자들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달려들어 도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영초를 빼앗으려 했으나 전부 도범의 손에 죽고 말았다. 그렇게 대오는 점점 커지면서 얼마 안 되어 몇 백명이 되는 큰 대오로 장대해졌다.저녁에 도씨 가문의 사람들은 한 동굴 밖에서 모닥불을 피웠고, 도범은 동굴 안에서 2품 고급 단약의 정제를 시도하기 시작했다.오는 길에서 도범은 2품 영초도 엄청 많이 따냈다. 게다가 전에 밖에 있을 때 이미 적지 않은 2품 영초를 가지고 있었기에 2품 고급 단약을 정제하기엔 재료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도범은 한 번 실패한 후 두 번째에 가까스로 성공했고, 마침내 2품 고급 연단사가 되었다.그래서 그날 밤, 그는 단약 몇 알을 더 정제하여 단약이 필
량천의 말에 모두의 입가가 심하게 떨렸다. 벌써 천급으로 돌파한 사람이 나타났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량천 장로님, 그게 정말입니까? 누가 천급으로 돌파했는데요? 뭘로 돌파했어요? 영과예요?”그러다 남천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가 물었다.이에 량천이 바로 대답했다.“아니요, 영과가 아니라 공법이었습니다. 듣기로는 제갈 가문의 가주가 이곳에 들어온 이튿날에 바로 공법 한 권을 찾아내고 그 자리에서 천급으로 돌파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녀석이 천급으로 돌파한 후 아주 오만방자해졌어요. 영초를 빼앗기 위해 하씨 가문이나 초씨 가문의 사람들을 엄청 많이 죽였거든요, 하씨 가문은 분명 그들 제갈 가문과의 사이가 제일 좋았었는데도 말이죠.”이때 다른 한 청년도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저희는 멀리서 보자마자 바로 도망쳤어요. 그리고 저희가 발견한 게 있는데, 천급으로 돌파하기만 하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가 금색을 띄고 있었어요. 공격력도 천급으로 돌파하지 못한 자들보다 훨씬 더 강하고 광폭했고요.”“그건 우리도 이미 알고 있어.”남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드러냈다.이에 도량천이 놀라서 되물었다.“이미 알고 있다고요? 설마 가주님도 천급으로 돌파한 진신경 정점의 강자를 만났어요?”그러다 문득 시율의 얼굴에 생긴 검은 반점을 발견하고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작은 사모님 얼굴은 왜……?”“에휴, 말하자면 길어요.”남천이 어쩔 수 없이 또 전에 있었던 일을 모두 상대방에게 알렸다.“맙소사, 이 안에 토착민이 있다니! 큰일인데! 그 토착민들이 바로 오래 전에 이 안으로 들어온 강자들이겠죠? 그럼 그 혈사종에 이미 진혼경에 돌파한 강자도 있다는 거 아닌가요?”량천이 듣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여 물었다.그러자 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련 경지가 낮은 자들도 있겠죠. 예전에 이 안으로 들어온 세력이 엄청 많았을 텐데, 그들의 후손이 태어나자마자 전부 다 천급으로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