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연구해낸 걸 전부 우리에게 알려줬어. 게다가 도범 이 녀석의 전투력이 너무 강해 나조차도 이 녀석의 적수가 아닐 텐데, 내가 만약 내놓기 싫다고 하면 도씨 가문의 가족들이 화를 내겠지?’여홍은 한참 고민한 후에야 비로소 웃으며 말했다.“그래, 다 꺼내지 뭐.”그러고는 즉시 손바닥을 뒤집어 공 하나를 꺼내고 또 대장로와 둘째 장로를 쳐다보았다.여홍이 허락한 모습에 신왕종의 대장로와 둘째 장로가 서로 눈길을 한번 맞추더니 각각 보관하고 있던 공을 꺼내 책상우에 놓았다.“자, 본인의 영기를 주입해 봐요.”여홍이 재차 두 장로를 한번 쳐다보고 공 앞으로 다가가 손을 공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체내의 영기를 응집해내 공 속에 주입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여홍은 많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공이 영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주동적으로 그의 영기를 흡수하고 있었으니.“도범 씨, 이거 얼마나 더 주입해야 돼?”여홍의 물음에 옆에 있는 대장로와 둘째 장로도 분분히 도범을 쳐다보았다. 더 이상 멈추지 않았다간 공이 그들 체내의 영기를 전부 빨아들일 것 같아 두려웠던 모양이다.하지만 도범은 오히려 덤덤했다.“걱정 마요, 거의 다 됐어요.”뻥뻥뻥-도범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세 사람 모두 반작용력에 의해 몇 미터 밖으로 튕겨 나가 겨우 멈춰 섰고, 하나같이 저린 손을 흔들었다.그리고 그 찰나에 세 갈래의 빛이 연이어 나타나 하늘로 치솟았다.“정말로 나타났어. 다만 색깔이 달라!”여홍이 보더니 즉시 말했다.“맙소사! 저것 봐요, 또 세 갈래의 빛이 나타났어요!”길을 재촉하고 있던 하씨 가문의 사람들이 공중에 연이어 나타난 세 갈래의 빛을 보더니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보아하니 신왕종의 사람들이 도착한 것 같네. 뭐가 이렇게 빠른 거야. 우리도 서둘러야겠어, 늦게 도착했다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수 있으니.”하씨 가문의 가주가 공중에 나타난 다섯 가지 색
“가지말자고요? 안 가면 우리에게 다시는 살아날 기회가 없어요. 영원히 천급으로 돌파할 수 없을 거라고요!”창몽이 발길을 멈추고 화가 나서 말했다.“우리 만약 무서워서 다시 해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평생 천급으로 돌파할 수도 없이 죽기만을 기다려야 해요. 그러다 도범 그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거느리고 우리 해역으로 쳐들어오면? 그때 가서 또 도망칠 작정인가요?”“그래도…… 지금은 너무 위험해요. 만약 들키기라도 하면 정말로 도망갈 수도 없잖아요.”노인은 고개를 숙인 채 여전히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에 창몽이 다시 한번 태도를 밝혔다.“우리 그냥 먼 곳의 산에 숨어있을 거니까 쉽게 들키지 않아요. 게다가 도씨 가문으로 가는 세력이 엄청 많을 텐데 그때 가서 몇 명을 파견해 인파 속에 숨어들어 소식을 알아내게 하면 되잖아요. 가면 뭐라도 알아내고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가지 않으면 정말로 아무것도 없어요.”모 장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주님의 말이 맞아요. 그래도 저 빛들이 대체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만약 저 빛 속으로 뛰어들어 한동안만 견지하면 진신경 정점의 강자들이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거라면요? 그럼 그때 가서 빛 속으로 뛰어들려는 사람이 엄청 많을 텐데, 우린 그 기회를 틈 타 인파에 섞여 같이 뛰어들어가도 되는 거잖아요.”“맞아요, 모 장로의 말이 너무 맞아요! 저 빛들이 바로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보물일 수도 있잖아요!”창몽이 순간 눈빛이 밝아져 말했다. 천급 수련 경지만 생각하면 그의 두 눈에는 말할 수 없는 빛이 많아졌다.“그래요, 그럼 한번 가보죠.”내내 두려워하고 있던 장로가 잠시 생각한 후 이를 악물고 확고한 빛이 더해진 눈빛으로 말했다. 그렇게 일행은 다시 길을 재촉했고,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다섯 줄기로 늘어났어요. 보아하니 신왕종의 사람들도 이미 도씨 가문에 도착한 것 같네요.”초씨 가문의 가족들이 다섯 갈래의 빛을 보더니 순간 무언가를 눈치채고 끊임없이
“뭐야, 다시 반지 속으로 거두어들일 수가 없다니!”여홍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보아하니 일단 빛이 나타나면 다시는 공을 수납 반지에 넣지 못하는 것 같네.”도범이 듣더니 쓴웃음을 지었다.“그럼 안고 갈 수밖에 없겠네요.”그렇게 몇 사람은 각자의 공을 안고 밖으로 날아갔다.“도범아, 제갈 가문의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야?”도남천이 제갈 가문의 사람들을 들여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서 도범의 의견을 물었다. 현재 도씨 가문의 많은 강자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도남천과 도범의 허락이 없으면 그 어떤 세력도 함부로 도씨 가문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하지만 중요한 건 이 세력들이 데리고 온 인원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중에는 진신경의 강자들뿐만 아니라 위신경의 강자들도 엄청 많았다.이에 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냥 들여보내죠. 만약 한 명도 못 들어오게 한다면 우리가 너무 뒤끝이 있는 것 같잖아요.”그러다 보고하러 온 가문의 청년들을 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가서 전해, 전에 우리 도씨 가문과 함께 흑풍도로 간 세력들은 약속한 게 있으니 매 가문마다 20명씩 들어올 수 있고, 나머지 가족들은 반드시 산 아래에 있는 공터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고. 반대로 우리와 함께 흑풍도에 가지 않은 세력, 예를 들어 제갈 가문과 같은 세력은 3명만 들어올 수 있어. 그리고 한씨 가문은 우리의 우호 세력이니까 20명을 들여보내.”“네, 도련님!”청년들이 눈길을 한번 마주치고는 곧 날아갔다.도남천이 듣더니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범의 선택이 너무 현명하다고 생각한 듯했다.‘흑풍도에 같이 가지 않은 가문에게도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 그들의 미움을 살 일이 없고, 흑풍도로 같이 간 가문에게는 매 가문마다 20명씩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줘 남다른 우월감을 준 거나 다름이 없으니 당연히 엄청 좋아하겠지.’“도범 도련님, 상청종과 비영종은요? 그 두 세력도 세 명씩만 들여보내요? 운소종은 찾아올
제갈 가문의 사람들은 순간 난처한 표정을 드러냈다. 속으로는 더욱 후회하고 있었다. 당초에 도씨 가문과 사이좋게 지내고 이번에도 도씨 가문을 따라 흑풍도에 갔더라면 이렇게 차별대우를 받을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씨 가문이 그들에게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건 충분히 선심을 쓴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사실 아예 체면을 줄 필요도 없이 당장 꺼지라고 해도 그들은 뭐라 할 수가 없었다, 큰 손해 없이 쉽게 4대 가문을 제명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그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고마워요. 3명이 들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린 너무 감지덕지예요.”제갈 가주의 얼굴에는 곧 웃음이 걸렸다. 그러다 잠시 생각한 후 제갈 가문의 가족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그럼 나와 대장로, 그리고 둘째 장로가 들어갈 터이니 나머지 가족들은 산 아래에 있는 공터에서 대기해!”“네, 가주님!”나머지 가족들은 바로 산 아래로 날아갔다. 그 세 사람이 가문 중 유일한 진신경 정점의 강자이니 그들이 가는 게 제일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그렇게 제갈 가문의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마침 초씨 가문의 가족들도 산 문 쪽에 도착하였고, 제갈 가문에서 세 사람만 남겨두고 나머지 가족들은 전부 산 아래로 내려간 걸 본 초용휘는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보아하니 우리도 세 명 밖에 들어가지 못하겠네.’그런데 이때 도훈이 갑자기 날아와 도범이 했던 말을 그대로 조용히 넷째 장로에게만 말해주고는 다시 안으로 날아들어갔다.“초 가주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하하!”넷째 장로가 호탕하게 웃으며 초용휘를 향해 인사했다.“이쪽 하늘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 걸 보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도범 도련님이 뭐라도 연구해냈는지 궁금해서요.”초용휘도 덩달아 넷째 장로를 향해 인사하고는 다시 물었다.“우리 초씨 가문도 세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거죠?”“하하, 초 가주님, 초씨 가문은 다르죠. 초씨 가문은 우리 도씨 가문의 우호
순간 제갈 가문보다 신분이 한 단계 더 높아진 느낌이 든 초용휘는 빙그레 웃으며 득의양양해서 사람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원을 다 고른 후 그는 나머지 가족들을 공터에서 대기하게 하고 골라낸 20명만 거느리고 제갈 가문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그 모습에 제갈 가문은 더욱 부러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씨 가문도 곧 도착했고, 그들에게 주어진 정원이 20명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마찬가지로 매우 기뻐했다.그렇게 도씨 가문에 도착한 세력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고, 전에 홍씨 가문을 따라 천랑설산으로 간 이류 세가와 삼류 세가들은 3명 밖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걸 듣더니 분분히 후회하기 시작했다.반대로 도씨 가문 따라 흑풍도에 간 세력들은 전부 20명씩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소식을 알게 된 그들은 순간 기타 세력보다 지위가 한 단계 더 높아진 느낌이 들어 엄청 득의양양했다.같은 시각, 운소종의 사람들은 먼 곳의 산꼭대기에 서서 도씨 가문 쪽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빛이 다섯 갈래로 늘었어, 그 공에서 발한 빛인 게 분명해. 하지만 왜 아무도 빛 속으로 날아들지 않지? 설마 이 빛들이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관건이 아니라는 건가?”창공정이 한참 관찰하고 나서 천천히 추측했다.그러자 루희가 옆에서 말했다.“매 험지에 공이 하나씩 있었다는 건 결국 일곱 갈래의 빛이 나타날 거라는 거죠. 아직 상청종과 비영종이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하지만 그들도 곧 도착하겠죠.”“공을 하나도 빼앗지 못한 게 한스럽네. 안 그러면 우리도 갈 수 있겠는데. 심지어 도씨 가문의 사람들이 공을 꺼내 같이 연구하자고 부탁도 할 거고.”창공정이 주먹을 쥐고 다소 언짢아서 말했다.“다 신왕종 탓이야. 비겁하게 몰래 먼저 세 곳의 험지로 가서 공을 세 개나 빼앗다니! 한 곳이라도 적게 가고 그곳을 우리에게 남겨줬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피동적이지는 않았을 거야. 결국 이렇게 먼 곳에서 저들이 같이 연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그러게요. 저러다
상청종의 사람들은 도씨 가문으로 도착하자마자 바로 안쪽의 상황을 물었다. 하지만 곧 넷째 장로의 입에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걸 눈치챈 그들은 도범의 요구대로 나머지 가족들을 밖에서 대기하게 하고 강자 20명만 거느리고 천천히 대전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그러다 대전 쪽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어떻게 되었습니까?”“허허, 우리 이미 한참이나 연구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빛도 극히 일반적인 빛일 뿐, 전혀 천급으로 돌파할 수 없었고요.”여홍이 웃으며 상청종의 종주 화운비를 향해 말했다.이에 도범도 덩달아 한마디 덧붙였다.“지금 두 종문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곱 개의 공이 전부 빛을 발하게 되면 다른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제 비영종만 도착하면 될 것 같네요.”“이 빛들은 어떻게 나타나게 된 거죠?”마린이 공을 한참 쳐다보더니 궁금해서 물었다.그러자 도범이 바로 구체적인 방법을 상대방에게 알려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중에 여섯 번째 빛이 나타났다.“여섯 번째 빛이네요! 다들 발견했어요? 빛들이 지금 미세하게 파동을 일고 있어요, 전과 달라졌다고요!”곧 누군가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즉시 말했다.“그러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발견할 수가 없어. 마지막 공까지 빛을 발하게 되면 어떤 큰 변화가 나타날지 모르겠네.”도남천도 격동 되어 말했다. 여섯 번째 공이 빛을 발한 후 미세한 반응을 보였으니 다들 마지막 공을 기대하기 시작했다.“비영종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그렇게 다들 한없이 기대하고 있을 때 문어귀에서 한 도씨 가문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고, 곧 많은 사람들의 기대하는 눈빛 속에서 유비영이 그들 비영종의 19명 강자를 거느리고 천천히 들어왔다.“방금 입구 쪽에서 보니까 빛에 파동이 일기 시작한 것 같던데, 무슨 상황인 거죠? 뭘 연구해냈습니까? 분명 신왕종으로 모여 같이 연구하자고 결정했는데 약속 시간이 되기도 전에 도씨 가문 쪽에서 연속 두
“제발 이번에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힌트가 나타나야겠는데!”상청종의 종주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고 말했다. 남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고종의 종주로서 그녀는 무슨 일에 부딪히게 되더라도 항상 덤덤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엔 진심으로 긴장해하고 있었다.윙-마침내 마지막 한 줄기의 빛이 나타났고, 일곱 갈래의 빛은 그렇게 현란하게 하늘로 치솟았다.“일곱 갈래야, 일곱 갈래!”궁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일곱 갈래의 빛을 발견하고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안쪽의 상황을 모르고 있었지만 기대감과 추측이 만발하는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일곱 갈래가 나타났어요!”먼 산꼭대기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운소종과 신왕전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안쪽의 상황을 알 수가 없어 감히 쳐들어가지도 못했다.“빛과 파동이 더 강해지긴 했지만 딱히 특별한 건 없네요?”거대한 의사당 안에서, 다들 전방에 있는 일곱 개의 공을 한사코 주시하고 있었다. 한눈을 판 사이에 공에서 보물이 튀어나와 다른 사람한테 빼앗기기라도 할까 봐.윙윙-“뭐야!”그런데 이때, 일곱 갈래의 빛들이 갑자기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초경문은 엄청 강한 힘이 그의 수납 반지를 끼고 있는 손을 잡아당기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이 빛들이 나의 수납 반지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초경문이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손을 잡아당기고 있는 힘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고, 그도 순간 긴장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대장로님의 반지가 특별한 점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유독 대장로님의 반지에만 반응을 보이는 거죠?”초용휘가 미간을 찌푸리고 역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어서 반지를 떼어내 빛이 그 반지를 빨아들이게 놔둬보세요. 아니면 대장로님의 수납 반지 속에 이 일곱 개의 공들이 원하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요? 반지 속의 물건들을 전부 꺼내 보는 건 어떨까요?”도범이 잠시 생각한 후 다시 초경문에게 건의했다.“그래.”초경문이 듣더
“고서가 관건이었네요.”도범도 약간 놀라서 말했다.그 고서는 도범도 본 적이 있었다. 비록 본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기록된 영초 외에 별 이상한 점이 없었다는 건 그도 확신할 수 있었다.그런데 일곱 개의 공에서 나타난 빛이 고서를 빨아들이고 있었으니.많은 사람의 충격적인 눈빛 속에서 고서는 신속히 빨려 들어갔고, 빛 속에 둥둥 떠있었다.그러다 곧 고서에서 황금색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꼴깍-주위는 순간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졌고,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메아리 마냥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다들 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궁금해하고 있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은 갑자기 사라졌고, 일곱 개의 공은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갔다. 심지어 고서도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슉-비영종의 종주가 제일 빠른 속도로 날아가 고서를 주웠다.슝슝슝-그러자 기타 세력의 사람들은 그가 도망가기라도 할까 봐 즉시 날아가 그를 가운데에 에워쌌다.이에 유비영이 난감하게 웃으며 말했다.“다들 진정하세요. 난 단지 이 책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허, 유 종주님, 그 고서는 제 것입니다. 저도 전혀 급하지 않아 하는데 종주님이 너무 급해하는 거 아닌가요?”초경문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을 향해 말했다.“여기에 이렇게 많은 가문의 강자들이 있는데 유 종주님이 그 고서를 가지고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예전 같았으면 비영종이 목숨 걸고 이 곳을 뚫고 나갈 수는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유 종주님을 죽이는 게 도범 도련님에게 있어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은데.”유비영이 현재의 새 국면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도 4대 고종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다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고서가 정말로 공법 같은 것이었으면 유비영이 종문의 20명과 함께 목숨 걸고 이 곳을 뚫고 도망 칠 게 분명했고.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상황은 예전과 너무 많이 다르게 변해 있었다.유비영이 다시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