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박시율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혹적인 느낌은 아무나 비교할 수 있는게 아니다.박시율이 듣더니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당연히 생각했지. 그러다 가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으면 수련하러 가곤 했어. 수련에 전념하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가더라고. 헤헤, 그러면 또 당신이 집을 나간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나마 덜 힘들었어.”“좋은 방법인데?”도범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그럼 어디 한번 맞춰볼까, 우리 마누라 지금 어느 수련 경지까지 돌파했는지? 적어도 종사까지는 틀림없이 돌파했을 거고. 2품인지 3품인지는 짐작이 잘 안 가네?”도범의 품에 안긴 박시율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바보, 잘못 맞혔어. 나 지금 4품이야.”“뭐? 당신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 난 2품이나 3품도 높게 잡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아하니 내가 당신의 재능을 너무 과소평가했네?”도범이 눈빛이 밝아져서는 진심으로 박시율을 위해 기뻐해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당신 요 며칠 먼저 푹 쉬면서 지금의 수련 경지에 적응해 봐. 나도 지금 돌파한 지 며칠 되지 않아 현재의 수위에 적응해야 하거든. 그러고 나서 이제 시간이 되면 우리 같이 수련해. 내가 1품 단약을 몇 알 정제해 줄게, 그걸 복용하고 나면 당신이 다음 수련 경지로 돌파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박시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도범을 향해 물었다.“참, 여보. 나 이미 들었어. 당신과 초씨 가문의 큰아가씨가 커플이라며? 그분이 당신에게 강제로 키스도 했고?”도범이 듣더니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쓴웃음을 지었다.“강제로 키스를 당한 건 사실이야, 나도 그때 초수영 씨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는 커플이 아니야.”“아니라고?”이번에는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나도 아까 초씨네 큰아가씨를 봤거든? 확실히 예쁘게 생기긴 했어, 게다가 대범하기도 했고. 당신 내가 화낼까 봐 걱정하고 있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돼. 우리 부모님
“그랬구나. 사실 나도 어딘가 수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어. 당신은 성격이 느긋하고 평소에 농담도 함부로 안 하는 사람이고, 또 이때까지 항상 여자들이 당신을 먼저 쫓아다녔지, 당신이 누굴 먼저 좋아해본 적은 없었잖아, 게다가 수정 씨와 당신이 알고 지낸 시간이 너무 긴 것도 아닌데 어쩐지 진도가 그렇게 빠르다 했네.”박시율의 말에 도범은 여전히 죄책감이 들어 아무 말을 못하고 있었고, 그러는 도범의 모습에 박시율이 오히려 진지하게 말했다.“이미 벌어진 일이야. 수정 씨가 남자친구 한번 못 만나보고 제일 중요한 걸 당신에게 줬는데, 그것도 당신이 술에 취하는 바람에. 그러니까 당신은 더욱 수정 씨한테 책임을 져야 해. 안 그러면 나 마저도 당신을 얕잡아 볼 거야.”“걱정 마, 여보. 사실 나도 수정이한테 호감이 있긴 해, 수정이도 괜찮은 여자이고. 게다가 그런 일까지 벌어졌는데, 내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도범이 말하면서 박시율을 껴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붉은 입술에 키스했다.그러다 키스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도범의 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박시율의 몸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하지만 박시율이 바로 도범의 손을 잡았다.“아직은 안 돼, 대낮이라 드나드는 사람도 많고. 그러니 일단 쉬어.”“그럼 저녁까지 기다릴게, 그때 가서 또 나를 밀어내면 안 돼.”도범이 많이 아쉬웠는지 말하면서 또 참지 못하고 박시율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오후가 되니, 한우현과 남무성 그들이 찾아왔다.그들은 전부 도씨 가문에서 수련하면서 엄청 큰 성과를 획득하였다.특히 남무성, 소양, 왕용, 정풍 그리고 강욱 몇몇은 위신경 정점에 돌파하여 곧 진신경 초기에 돌파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한우현과 장진, 그리고 양진은 위신경 후기에 돌파하여 마찬가지로 괜찮은 성과를 획득하였다.그들은 도범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서는 저녁에 한 곳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그러다 파티가 끝난 후, 도범과 박시율은 쉬러 방으로 들어갔고, 초수영과 초수정도 그들에
“하지만 언니의 첫 키스 상대가 도범 씨잖아. 그래서 난 언니가 그것 때문에 정말로 도범 씨를 좋아하게 될까 봐 걱정인데?”초수정이 초수영의 대답에 눈썹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이에 초수영이 갑자기 뜨끔하여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내가 도범 씨 같은 유부남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 게다가 도범 씨가 네 남자친구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너랑 도범 씨를 빼앗겠어?”“그래? 그런데 뭘 그렇게 긴장해하고 있어? 나도 그냥 물어본 거야.”초수정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초수영을 향해 물었다.“맞다, 언니. 도범 씨한테 강제로 키스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수정아, 넌 왜 늘 이런 기괴한 걸 묻기를 좋아해?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열심히 수련하든지, 아니면 어서 자든지, 둘 중 하나만 골라서 해.”초수영은 더는 초수정을 상대하기가 귀찮아 바로 몸을 돌려 초수정을 등지고는 잠을 청하는 척했다.“쳇, 나도 궁금해서 묻는 거잖아, 대답하기 싫으면 관 둬!”다음날 아침,루진천 등은 마침내 루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이번에 분명 400명에 달하는 가문의 천재를 거느리고 대회에 참석하러 갔는데 돌아올 때 대오엔 몇 십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이에 돌아오는 내내 루진천은 마음 속에서 들끓고 있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아빠, 왜 이 정도 밖에 안 돌아왔어요? 다른 사람들은요?”루희가 너무나도 적게 돌아온 대오를 한번 보고는 놀라서 물었다.“그래요, 가주님. 인원수가 왜 이것밖에 안 돼요? 다른 천재들은요? 설마 다 죽은 건 아니겠죠? 이번 대회가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꼭 이렇게 많은 천재들이 죽어야만 했나요?”남아서 집을 지키던 기타 가족들도 하나같이 의아하여 물었다.“어휴.”하룻밤 사이에 폴싹 늙어서 돌아온 루진천이 한숨을 깊게 한번 내쉬고는 이번 대회에서 벌어졌던 일을 가족들에게 알려주었다.그리고 모든 자초지종을 듣고 난 루희는 화가 나서 주먹을
“으악!”루희는 더는 화를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이번에 루진천이 성공적으로 진신경 정점에 돌파했으니 대회에서 도씨 가문의 가족들이 많이 죽기만 한다면 도씨 가문을 찾아가 복수하는 건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런 결과였으니.‘이제 와서 어떻게 도씨 가문을 찾아가 복수를 한담?’루희는 긴 시간의 휴양을 거쳐 몸도 많이 좋아졌고, 다시 수련도 시작했지만 이제 겨우 3품 무사에 돌파했다. 예전의 수련 경지로 돌아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었다.“어휴, 딸아. 아버지도 이젠 최선을 다 했어. 나도 너를 위해 복수해주고 싶지만,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우리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아무래도 도씨 가문이 이번에 얻어간 수련 자원이 너무 많으니, 그들이 틀림없이 돌아가자마자 그거로 수련에 전념할 거고, 더 많은 천재들이 다음 단계의 수련 경지에 돌파하게 될 거야.”루진천이 한숨을 내쉬며 제일 잔인한 진실을 루희에게 말해주었다.자신의 딸이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루진천도 가슴이 미여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도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왜! 왜 하느님이 이렇게 불공평한 건가요! 예전에 우리 루씨 가문이 도씨 가문을 어떻게 도왔는데! 왜 우리 루씨 가문이 결국 이렇게 되었냐고요!”“그리고 그 도씨 가문의 가주 후계자 자리도 내 아들 자용의 것인데! 왜 도범에게 넘겨주냐고! 내 아들 자용이는 틀림없이 죽지 않았어요! 아직도 살아있을 거라고요! 아빠, 저 복수할래요, 저 꼭 제 아들을 찾아내서 복수할 거라고요!”루희가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에 루진천이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어휴, 루희야. 너의 심정은 아빠도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내가 천급의 수련 경지에 먼저 돌파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하지만 천급의 수련 경지에 돌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생기를 잃었던 루진천의 눈빛은 다시 밝아졌다.‘그래! 만약
“아빠, 고마워요. 저도 같이 복수하러 가고 싶지만 저의 수련 경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결국 아빠와 기타 장로들에게 부탁하게 되네요.”루희가 루진천의 말에 감격스러워하며 고마움을 표했다.이에 루진천이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바보. 내 딸이 괴롭힘을 당하고 왔는데, 아빠가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겠어?”“참, 아빠. 자용이는 왜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 그와 함께 갔다가 사라진 기타 도련님의 가족들은 뭐라도 얻어냈는지 모르겠네요.”루희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루진천을 향해 물었고, 루진천이 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내가 또 가서 물어봤거든, 그런데 그들도 아무런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대. 게다가 그들 전부 수색을 포기할 예정이래.”“수색을 포기한다고요?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닌가요? 가족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찾지 않을 수가 있어요?”루희는 듣자마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분명 다 같이 찾게 되면 뭐라도 찾아낼 가능성이 더 크겠는데, 이대로 포기한다고? 그러면 자용이를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드는 거잖아?’“어휴, 그들도 충분히 오래 찾았어. 자용이와 같이 사라진 게 거의 다 호법의 아들이거나, 장로의 아들이야. 심지어 어떤 애는 장로의 조카에 불과하고. 그들의 지위가 그렇게 존귀하지 않는데도 가문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몇 달 동안은 찾았으니 그거로 충분한 거지. 게다가 거기에서 더욱 깊게 들어가게 되면 험지야, 누가 함부로 그런 험지로 들어가려 하겠어?”루진천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루희를 타일렀다.“루희야, 아빠는 자용이가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생각해. 시체는 요수들한테 잡아 먹혔으니 찾기 어려운 거고. 그러니 아빠는 네가 현실을 받아드렸으면 해. 우리 20여일만 더 찾고, 그래도 여전히 소식이 없으면 우리도 그만 포기하자. 다른 가문에서도 이미 다 포기한 상황에 우리만 나서서 찾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어.”“네, 아빠, 알았어요.”루희가 생기를 잃은 두
그렇게 루진천은 쉬러 갔고, 루희도 홀로 방으로 돌아왔다.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루희는 곧 또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안 돼. 이렇게 되면 난 평생 복수할 수 없을 거야. 도범의 천부적인 재능이 그렇게 뛰어났고, 대회에서 그들 도씨 가문이 또 1등을 따내게 되었으니 이번에 틀림없이 크게 진보할 거야. 그러니 난 반드시 그전에 다른 방법을 찾아 복수해야 해.”루희가 주먹을 쥐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러다 한참 후 갑자기 눈빛이 밝아져서는 말했다.“그래! 몰래 이 일을 4대 고종에게 알리고 그들한테서 좋은 점을 얻는 게 더 낫지 않을까?”‘맞아. 이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어. 그들이 다른 일에는 흥미가 없겠지만, 천급의 수련 경지에 관한 거라면 흥미를 가질지도 몰라.’‘아무래도 4대 고종 중 매 가문마다 진신경 정점에 달한 강자가 평균적으로 열 몇 명씩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들도 우리처럼 죽기만을 기다려야 하니까, 어떻게 보면 천급의 수련 경지로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일 갈구하는 게 제일 높은 곳에 앉아있는 4대 고종일지도 몰라.’그렇게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루희는 바로 진신경 초기의 수련 경지에 돌파한 한 장로를 찾았다.“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이에 장로가 눈살을 찌푸린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래도 루희가 좋은 일로 그를 찾아온 게 아닌 것 같아서.“별일은 아니고요. 저 나가서 좀 돌아보고 싶은데, 여덟 번째 장로가 저와 함께 해줬으면 해서요. 저 지금 수련 경지가 너무 낮아 홀로 나갔다간 위험해질 것 같아서.”“하하, 나가서 산책하고 싶은 거군요. 하지만 먼저 가주님에게 알려 동의를 구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걱정마요, 저 바로 아버지께 말하러 갈 테니까.”루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인과 함께 루진천 찾으러 갔다.그리고 루희가 주동적으로 기분 전환할 겸 밖에 나가 산책해보고 싶다는 말에 루진천은 기뻐하며 바로 승낙했다. 아무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루희가 바보짓을 하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
“장로님, 저 지금 제 아들을 위해 복수하려고 그러는 거니까, 제가 4대 고종으로 간 일에 대해서는 비밀을 지켜 주셨으면 해요.”루희가 여덟 번째 장로를 바라보며 더없이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제가 돌아온 후에 직접 아버지를 찾아가 제대로 설명하겠습니다.”“그래요. 하지만 상대방이 아가씨를 만나주지 않을 것 같은데요?”루희의 진심 어린 눈빛에 노인이 쓴웃음을 한번 짓고는 다시 비행 담요를 조종하여 신왕종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같은 시각, 도씨 가문의 사람들은 전부 열심히 수련에 전념하고 있었고, 소양과 왕용 등은 한 달 안에 진신경 초기의 수련 경지에 돌파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었다.그들도 천급의 수련 경지에 돌파하고 싶었으니까.그리고 도범의 제자들이 하나같이 열심히 수련하고 다음 단계로 돌파하고 있는 모습에 도남천은 더욱 기뻤다.도범은 시간만 나면 초씨네 자매를 데리고 마을로 가서 쇼핑을 하거나, 수아에게 수련 방면의 지식을 가르쳐 주었다.수아는 이미 몸을 정화해내고 진정한 무사로 되었다.다만 도범을 깜짝 놀라게 했던 건, 수아가 어린 나이에 비해 천부적인 재능이 엄청 뛰어났다는 것이다, 몸을 정화하자마자 바로 3품의 무사가 되었으니.이러한 천부적인 재능은 박시율을 거의 따라잡고 있었다. 가장 관건적인 건 수아가 아직 어리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중에 열심히 수련하기만 하면 더욱 큰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게 분명했다.그리고 수아의 수련 경지에 대해 도범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엄청 놀라워하고 기뻐했다. 게다가 수아가 어린 나이에 비해 너무 철이 들어 더욱 많은 가족들의 사랑을 자아냈다.그 중에서도 초수정이 수아를 제일 예뻐해주고 심지어 수아의 장단에 맞춰주려고 아부를 떠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이에 수아가 처음엔 부담스러웠는지 초수정을 엄청 거부했지만, 초수정이 그를 마을로 데리고 가서 장난감이나 맛있는 것들을 몇 번 사주고 나니 또 바로 초수정을 받아들였다.그리고 같은 시각, 루희와 여덟 번째 장로는 이미 신왕종에 도착
루희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루씨 가문에 있을 땐, 루희는 가문의 유일한 아가씨로 부모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자랐다가, 도씨 가문으로 시집가면서 더욱 일류 세가의 큰 사모님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얼굴색을 봐가며 말을 가려서 했었는데, 지금은 고작 위신경의 수련 경지밖에 안 되는 종사 제자한테 무시를 당하고 있었으니.“너…….”“아가씨, 우리 그냥 갑시다!”생각할수록 화를 참을 수가 없었던 루희는 결국 입을 열었고, 이에 여덟 번째 장로가 바로 소리를 내어 루희를 말렸다. 자칫하여 신왕종 제자들의 미움을 샀다간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게 분명했으니까.사실 그의 수련 경지가 너무 낮은 건 아니다, 적어도 눈앞에 있는 신왕종 자제들은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그러나 중요한 건, 이쪽에서 싸움이 벌어지게 되면 안쪽에 있는 강자들이 분명 인기척에 달려 나올 거라는 점이다.배후의 세력은 너무 강대하다. 하물며 여기는 상대방의 본부이고, 한 종문에 수만 명에 달하는 제자가 있는데, 이곳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뭐, 왜? 설마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신왕종의 제자가 차갑게 웃으며 팔짱을 안고 말을 이어갔다.“딱 봐도 마흔살은 훌쩍 넘은 거 같은데, 아줌마라고 불러도 괜찮지? 비록 아줌마는 몸매도 괜찮고, 피부도 잘 가꿔 젊어 보이긴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야. 조금이라도 젊었으면 몰라도.”“하하!”옆에 있던 제자들이 듣더니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루희는 화를 내기는커녕 숨을 크게 내쉬며 마음속의 화를 짓누르고 상대방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하하, 어린 나이에 비해 눈썰미가 남다르네요, 한눈에 나의 나이를 간파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요.”그러다 상대방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루희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우리 장로나 종주를 만나지 않아도 돼요, 그나마 발언권이 있는 호법님을 만나도 괜찮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루희의 칭찬에 청년의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았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