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쪽은 노땡큐거든요!"초수정도 많이 언짢다는 듯 도맹을 힐끗 흘겨보았다.거칠게 생긴 도맹은 딱 초수정이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다.그녀는 그나마 제일 잘생긴 도범을 보며 입술을 오므렸다. 그러고는 쑥스러워하며 입을 열었다."너, 네가 업어 줘!"도범이 듣더니 순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초수정을 데리고 산 아래까지 내려가기엔 확실히 속도가 너무 느렸다.그래서 도범은 어쩔 수 없이 상대방 앞으로 다가갔다."내가 너를 업고 내려갈 수는 있어. 하지만 이렇게 되면 네가 또 나에게 신세를 진 셈이니 잘 기억하고 있어.""알았어, 나중에 갚을게. 사내대장부가 왜 그렇게 쩨쩨한 거야? 흥, 날 업을 수 있는 건 네 복이라고!"초수정은 도범의 뒤로 달려가 단번에 그의 등에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가자, 도범 도련님!""왜 안 가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겁니까?"다들 발길을 멈추고 도범을 바라보고 있자 도범이 바로 차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자 다들 그제서야 산 아래로 계속 걸어갔다.도범의 등에 업힌 초수정은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아까 도범이 그녀를 구할 때의 멋진 모습은 확실히 그녀를 놀라움에 빠뜨렸다.그리고 도범이 산적이 아니라 도씨 가문 본가의 도련님이라는 걸 알게 된 후 그 놀라움은 약간의 설렘으로 변했다.도범의 지위와 신분으로 봐서는 그럭저럭 그녀와 어울릴 자격은 있는 것 같았다.초수정은 참지 못하고 헛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아무래도 이렇게 잘생기고 또 그녀의 비위에 맞추려 하지 않는 남자는 처음이었으니까.‘이 녀석, 천부적인 재능도 내가 아는 기타 도련님들보다 훨씬 뛰어났잖아.’도범의 매력이 은근히 크다는 걸 느낀 초수정은 수줍은 얼굴로 산 아래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이 모든 게 하느님의 지시일 거라고 생각했다."야, 너 도씨 가문 본가의 사람이지?"초수정이 머리를 도범의 등에 살짝 기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응."도범은 한마디 내던지고는 산 아래로 성큼
"당연하지. 걱정마, 네가 나의 생명의 은인인데, 내가 반드시 보답할 거야."초수정은 마음이 따뜻해 나는 기분이 들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다 곧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즉시 도범에게 말했다."하지만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 난 절대 너에게 시집가지 않을 거니까. 흥, 나한테 고백하고 싶어 하는 훌륭한 천재들이 줄을 섰거든.""너 정말 자신감이 넘치는구나?"도범은 울지도 웃지도 못해서 대답했다.비록 초수정이 예쁘게 생긴 건 사실이고, 그녀의 몸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는 사람을 쉽게 설레게 했지만 도범은 자신의 정력에 대해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흥, 남자들은 생각하는 게 다르고 말하는 게 또 다르다는 걸 나도 잘 알아. 나 같은 미인이 지금 너의 등에 엎드려 있는데, 네가 아무런 잡생각도 안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내가 분명 말하는데, 이번엔 네가 운이 좋았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업고 싶어도 그런 기회가 없는 건데."초수정은 여전히 도도한 얼굴로 도범의 말에 반박했다. 그러는 그녀는 마치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작은 공주와 같았다."이렇게 무거운데, 내가 운이 좋은 거라고? 허, 난 전혀 누리고 싶지 않는데? 업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당장 나오라고 그래, 내가 즉시 양보할 테니까."초수정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도범이 저도 모르게 웃었다.비록 예쁘게 생긴 건 인정하지만, 도범은 누구한테 아첨을 떠는 사람은 아니다."내, 내가 무겁다고? 내가 어디가 무겁다고 그래? 흥, 나 같은 몸매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데!"도범의 말에 초수정은 차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도범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이 녀석, 설마 눈이 먼 거 아니야? 내가 얼굴에 살집이 조금 있는 건 인정하지만, 그건 젖살이라고! 다른 곳엔 전혀 군살이 없다고!’그렇게 초수정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도범이 갑자기 진지하게 물었다."참, 내가 듣기로는 너희 초씨 가문에 아주 대단한 고서가 있다던데. 괴이한 의술 방면의 고
‘만약 정말 3~4품의 단약을 제조해 내는 단방이 있다면 3~4품의 영초가 있다는 말인데, 그 영초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진신경의 수련 경지에 달한 사람이 그런 영초나 단약을 사용하게 되면 몸이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잘못될 수도 있었다.‘그럼 천급의 수련 경지에 관한 전설이 사실이라는 건가?’"그래,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는데 3~4품에 달하는 단약도 있는 걸 봐서는 천급 수련 경지도 진짜일 가능성이 높대."초수정은 아무런 경각심도 없이 도범에게 모든 걸 털어 놓았다."그래서 지금 대장로가 그 고서를 보물처럼 여기고 매일 시간만 나면 고서를 연구하시거든. 무슨 비밀이라도 나올지 궁금하시다면서. 게다가 심심하면 여기저기 보물 찾으러 다니셔. 고서에서 말한 그 3품의 영초가 있는지 보려고.""그래서 수확은 있고?"도범이 듣더니 순간 눈이 밝아져 다시 물었다.이에 초수정이 쓴웃음을 지었다."그럴 리가.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무런 수확도 없었어. 내가 장담하는데 이 세상에는 무조건 3~4품에 달하는 영초가 없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대장로께서 한 그루도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잖아. 그 고서, 아무리 봐도 누군가가 사기를 치려고 막 지어낸 거 같은데.""아닐걸? 그 고서가 만약에 정말 가짜였으면 그렇게 오랫동안 연구한 대장로가 진작 알아차렸겠지. 대장로는 의술이 대단하시고 연단술에 대해서도 아시는 게 많은 명성이 자자한 분인데."도범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난 천급의 수련 경지가 진짜라고 생각해. 우린 절대 천급 수련 경지에 대한 탐색을 포기해서는 안 돼.""허, 그건 많이 어려울 거야. 8대 은세 대가문 중 그 천급 수련 경지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 가문이 있어? 천급 수련 경지로 돌파할 수 있는 비밀을 찾고 있지 않는 가문은? 다들 천급의 수련 경지에 돌파할 수 있는 공법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지만 여러 해 동안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다고."초수정이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내가 짐작건대 예전에는 있었을 거야. 하지
"너희 초씨 가문 참 대단하네."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초수정의 자부심에 얼버무렸다.그러나 속으로는 다소 어이없어했다. 대장로가 그 고서에 대해 너무 집착하고 있어서. 게다가 그 속에서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은 방법을 연구해 내고 있는데 절대 그에게 빌려줄 리가 없었다. 초수정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걸 그와 같은 외부인에겐 더욱 보여주지 않을 것이니까.그러니 지금으로서 유일한 방법은 상대방의 손에서 빼앗아 오는 것이다.도범이 비록 지금 진신경 초기의 수련 경지에만 돌파했다지만 진신경 중기의 수련 경지에 달한 사람을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 진신경 후기의 수련 경지에 달한 사람과도 한 번 겨뤄볼 수는 있었다.하지만 그 초씨 가문의 대장로가 진신경 정점의 수련 경지에 달한 강자라는 점이다. 심지어 전투력은 더욱 진신경 정점의 강자 중에서도 훌륭한 축에 속했고. 이런 상황에서 고서를 빼앗으려는 건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그가 대장로보다 더 강해지지 않는 이상."물론이지. 우리 초씨 가문은 8대 은세 가문 중에서도 3위권에 드는 강자 가문이거든. 하지만 제일 강한 건 우리 초씨 가문이 아니야."초수정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초씨 가문을 언급할 때마다 그녀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범은 초수정을 업고 도씨 가문의 분가로 돌아왔고 그제서야 그녀를 내려놓았다."너 은근 괜찮은 놈이네? 산 아래에 도착하면 바로 날 내려놓을 줄 알았는데, 마을까지 업고 오다니."도범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고 있는 초수정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뒤에 집고 도범에게 물었다."너 사실 나를 좀 더 업고 싶어서 계속 내려놓지 않았던 거지?"도범이 듣더니 순간 진땀을 흘렸다.아까는 초수정의 경각심을 낮추기 위해, 또 한편으로는 초씨 가문에 대해 더 상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초씨 가문의 기타 일들까지 얘기했던 것이다. 그래서 별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마을까지 업고 온 건데.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초수정이 바로 거절했다."만약 이 가문의 누군가가 정말 네 당부를 거역하고 나를 더럽히게 되면 그때 가서 네가 상대방을 죽인다고 해도 나한테는 큰 손해인 거잖아. 게다가 고작 분가 일원의 목숨으로는 나한테 사죄할 자격도 없거든! 흥, 아무튼 요 2, 3일 동안 난 너만 따를 거야. 내가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이제 체내의 영기가 회복되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바로 떠날게.""그래 그럼, 난 상관없어."도범은 도맹더러 그의 옆방에 초수정이 머물 곳을 마련하라고 분부했다.그리고 오후가 되니 도맹 등은 이미 얻어온 영초와 기타 전리품들을 전부 분류해 놓고 도범을 마음껏 고르게 했다.하지만 도맹은 한참 훑어본 후 단약을 정제하기에 적합한 재료 몇 그루만 고르고 나머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이에 대장로가 다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도련님, 영초가 이렇게나 많은데 좀 더 고르시지 그러세요?""괜찮습니다, 이것들만 있으면 됩니다."도범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다시 물었다."참, 도맹 가주님께서 이제 본가로 가게 되는데 다음 분가 가주는 선출해 냈습니까?"대장로가 바로 겸연쩍게 웃었다."다들 나를 선출해 냈거든요. 그래서 내가 최선을 다해 이 분가를 이끌어갈 생각입니다.""그럼 천재는요? 총 두 명의 천재를 골라 본가로 보내야 하는데, 이미 내정된 정원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대회를 통해 결정할 겁니까?"도범의 물음에 도맹이 앞으로 나아가 해석했다."도련님, 사실 우리 분가에 도대용과 도대준이라고 실력이 특출한 천재 두 명이 있거든요. 다들 그 두 아이를 본가로 보내는 일에 동의하기도 했고. 하지만 둘째 장로의 손녀딸, 도수월이 실력도 그 두 아이보다 못하면서 우리의 결정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무예를 겨루겠다네요...... 도련님 생각엔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까?"도범이 듣더니 경악한 어투로 물었다."그 세 사람 각각 어느 수련의 경지에 도달했죠?"이에 도맹이 사실대로 대답했다."도대용과 도대준은 위신경 중
"나와 겨루겠다고?"도대준이 듣더니 순간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도수월의 선택에 많이 언짢은 듯했다."뭐야, 도수월? 네 눈에서 내가 도대용보다 더 못한 거야? 너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도수월이 듣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해석했다."그런 거 아니야, 대준 오빠. 대준 오빠와 대용 오빠는 수련 경지도 같고 전투력도 비슷하잖아. 그래서 나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한참이나 고민했단 말이야. 그런데 어쨌든 한 명을 선택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오빠를 선택하게 된 거라고."이에 도대준이 도수월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너 분명 내가 도대용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거잖아. 내가 무능한 거 같지?"그러면서 도대준은 널찍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도수월에게 도발하듯 눈썹을 올렸다."선택은 네가 한 거고, 난 절대 널 봐주지는 않을 거야. 본가로 들어가는 건 나에게 있어서 너무 중요한 일이고 또 우리 부모님 일생의 운명과도 관련된 일이니까.""누가 오빠더러 날 봐달라고 했어? 그렇게 해서 이긴 시합은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걸."도수월이 도대준 앞으로 다가가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주먹을 쥐었고, 주먹 위에서는 영기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그래, 그럼 오늘 어디 한번 제대로 겨뤄보자고!"도수월의 진지한 태도에 도대준도 순식간에 전투 의욕이 넘쳐났다.그러고는 바로 주먹을 움켜쥐고 도수월을 향해 돌진했다.도수월이 비록 수련의 경지에서 도대준보다 많이 뒤떨어지긴 했지만, 전투력은 도대준과 막상막하여서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겨룬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도범은 답을 알 수 있었다.도수월의 전투력으로 봐서는 수련 경지가 조금만 더 안정되면 위신경 중기에 돌파하지 않더라도 도대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애석하게도 도수월이 위신경 초기에 돌파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때문에 아직 체내의 영기를 자유자재로 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 체내의 영기도 도대준 것보다는 덜 중후했고.이런 상황에서 도수월이 계속 싸워나갔다
옆에 있던 도수월의 어머니가 더는 지켜볼 수가 없어 남편에게 말했다."내버려 둬. 수월이가 어릴 적부터 누구한테 지려 하지 않았잖아. 그러니 난 말리지 않을 거야."비록 마음이 아픈 건 도수월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주먹을 쥔 채 자신의 대답을 견지했다."아이고!"이에 도수월의 어머니는 한숨만 내쉴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뻥-한참 후 도수월은 다시 한번 날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선혈을 토했다. 얼굴색도 전보다 더 창백해졌다."수월아, 그냥 패배를 인정해. 넌 나의 적수가 아니야."도대준이 도수월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도 마음이 많이 아픈 모양이었다.아무래도 평시 그들의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으니까.사실 매번 수련 자원을 찾기 위해 위험으로 가득 찬 삼림 속에 들어갈 때면 분가의 젊은이들은 항상 서로 돌보고 함께 성장해 나가며 우정을 다진 거라 다들 사이가 엄청 화목했다.그러나 오늘 그들은 각자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다."나 아직 지지 않았어! 나 이렇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거야."도수월이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그러고는 주먹을 쥐고 다시 돌진했다.하지만 속도는 전보다 훨씬 느려졌다. 도대준은 그녀의 주먹을 쉽게 피했고, 손목을 뒤집어 바로 도수월의 등을 공격했다."풉!"도수월은 순간 앞으로 날아가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토했다."수월아!"도수월의 어머니가 더는 참지 못하고 도수월을 향해 소리쳤다."수월아, 그냥 패배를 인정해! 너 대준의 적수가 아니라고!""엄마...... 나, 나 아직 더 싸울 수 있어!"도수월이 다시 일어섰다. 마저 싸우겠다는 의지가 여전했다."그만 해요!"그런데 바로 이때 도범이 입을 열어 소리를 쳤고 현장은 순간 조용해졌다."도범 도련님, 저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겨루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요!"도수월이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만해도 됩니다."도범이 도수월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또 큰 소리로 많은
도수월도 역시 감격에 겨워 눈시울마저 붉어졌다. 그녀는 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도범에게 말했다."도, 도범 도련님, 감사합니다!"그런데 옆에 있던 도맹이 잠시 생각하더니 도범을 향해 말했다."도범 도련님, 나도 도련님이 좋은 마음에 이런 결정을 내린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만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우리야 너무 고맙지만 필경 우리 이 분가에는 식구가 적잖아요. 나중에 두 명밖에 선출하지 못한 기타 가문에서 우리 쪽이 세 사람을 선출했다는 걸 알게 되면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도수월의 아버지도 곧 눈살을 찌푸리고 어두운 얼굴색으로 말했다."그래요. 이렇게 되면 다른 분가의 사람들은 무조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할 거고 그때 가서 도범 도련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비록 겉으로는 아무 말도 못 하겠지만 분명 뒤에서 뭐라 할 겁니다."방금 전까지만해도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던 도수월이 그들의 말을 듣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도범에게 말했다."도범 도련님, 도련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도련님에게 공평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를 포기하겠습니다.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그때 가서 다시 쟁취하겠습니다."도범은 순간 크게 감동하였다. 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마세요, 전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충분히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천재라면 규칙을 깨부스고 정원을 한 명 더 늘린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 전혀 마음에 둘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분가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난 인재가 있다면 그때 가서 그들에게도 정원을 늘리면 되는 거 잖아요. 그리고 오늘의 상황에 대해 저도 다른 분가에게 미리 해석할 겁니다.""그럼 감사합니다, 도범 도련님!"도맹이 즉시 도범에게 손을 들어 감사를 표했다."도범 도련님은 역시 매사에 우리를 위해 생각하는 좋은 분이시네요. 앞으로 도련님이 우리 분가 식구의 도움이 필요하기만 하다면 우리는 반드시 필사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