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가주님, 이게 지금 무슨 짓이죠?"광장으로 나오자마자 청풍각 각주의 안색이 순간 가라앉았다. 도씨 가문의 가주 도맹이 이렇게 많은 장로와 고수를 데리고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사실 그는 속으로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도씨 가문의 사람들이 여태 감히 그들과 맞붙지 못했던 건 그들에게 백프로의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게다가 본가의 사람들도 이 일을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기에 그들 청풍각이 줄곧 대놓고 물건을 빼앗았던 것이다.그리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청풍각이 그들과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이다. 그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면 분가에 돌이킬 수없는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그런데 오늘 도맹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올 줄이야.도맹이 차갑게 웃으며 손벽을 한 번 쳤다.그러자 도씨 가문 사람 몇 명이 인파속에서 나와 연 호법 그들의 머리를 땅에 던졌다."이게......"청풍각 각주가 보자마자 화가 나서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도 가주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우리 사람들을 이렇게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 최근에 우리가 그쪽의 물건을 빼앗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도 가주, 우리가 당신들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우린 칼날 위를 걷고 있는 자들이라 전투력이 당신들보다 떨어지지 않는다고!"여러 명의 청풍각 장로들은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허, 당신 사람들 방금 산 아래에서 우리 장로의 아내와 딸을 잡고, 그들 둘을 강요하려고 했어......"도맹이 냉소하며 말을 이어갔다."당신들, 정말 점점 악랄해지고 있어. 그러니 오늘, 당신들을 죽일 때가 되었어!""우리를 죽인다고? 허,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닌가?"청풍각 각주가 덩달아 냉소하며 주먹을 쥐었다. 그 위에는 영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러고는 바로 도맹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그런데 바로 이때 도범이 순간 도맹의 앞에 막아서서 상대방의 주먹과 맞붙었다.쾅-가벼워 보이는 공격은 무서운 굉음을 냈고, 청풍각의 각주가 바로 날아갔다."풉!"3
"맙소사, 진신경 중기의 수련 경지라니. 너무......"청풍각의 여러 고수들이 그들 각주의 말을 들은 후 하나같이 안색이 보기 흉해졌다.사실 평소에 그들 각주도 그들에게 당부한 적이 있었다. 도씨 가문의 분가는 그들과 너무 가깝게 있다고, 평소에 그들의 물건을 가끔 조금씩 빼앗아도 되긴 하지만 너무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절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만약 정말 상대방을 화나게 해서 그들과 목숨 걸고 싸우게 되면 그들은 상대방의 적수가 아니라고.작은 소란 정도까지는 도맹이 참아줄 거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반대로 기타 가문의 사람들에 대해 그들은 보물을 찾는 삼림 밖에서 오히려 더욱 거리낌 없이 약탈했다. 특히 홀로 남겨진 자거나 소규모로 나와서 보물을 찾는 젊은이들을 발견하면 그들은 전부 빼앗아 갔다. 필경 기타 가문의 사람들은 그들이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사후에 찾아와 따지려고 해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그런데 연 호법 그들이 감히 도씨 가문 장로의 가족을 건들려고 하다니! 이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 아닌가?’청풍각 각주는 안색이 어두워져 황급히 손을 내밀었다."잠깐!"방금 돌격할 준비를 하고 있던 도씨 가문 사람들이 각주의 소리에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청풍각 각주가 바로 앞으로 나아가 도범을 향해 입을 열었다."이봐 총각,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 난 자네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자네는 도씨 가문의 사람을 도와 나를 죽이려는 거지? 설령 정말 내 사람이 범해서는 안 될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자네에겐 저들을 도울 이유가 없지 않나?"그는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강자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그는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르는 이 진신경 중기의 강자가 왜 이 일에 참견하는지.하지만 도범이 대답하기도 전에 도맹이 먼저 입을 열었다."진난산, 너 이분이 누군지 알아? 이분은 우리 도씨 가문의 가주 후계자야. 즉 우리 도씨 가문의
"젠장, 진신경 강자의 공격이야! 어떡하지?"한 사람이 보자마자 놀라서 얼굴색이 순간 창백해졌다.종사나 위신경 수련 경지에 달한 사람에게 있어서 진신경은 그들이 차마 넘볼 수가 없는 존재이다. 영기의 이체공격이라는 특성만으로도 이미 그들을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이때 한 노인이 손바닥을 뒤집어 작은 거북이 껍데기 같은 물건을 꺼내 영기를 주입했다. 그러자 거북이 껍데기 같은 물건이 바로 빛을 발하더니 순간 커졌다.의외로 방패였다.노인은 즉시 방패를 몸 앞으로 막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장로님, 이런 보물도 있었네요."진난산이 보더니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치대로라면 모든 보물은 진난산에게 상납해야 했다. 그런데 대장로가 상납하기는커녕 숨겨버리다니.만약 오늘처럼 생명에 위협을 주는 일이 없었더라면 장로는 절대 이 보물을 꺼내지도 않았을 거고 그는 상대방에게 이런 보물이 있다는 걸 더욱 몰랐을 것이다.쾅-공격은 노인의 방패 위에 부딪힌 후 바로 사라졌고 그 위에는 흔적도 남지 않았다.그러나 막대한 충격은 여전히 그를 날려 보냈고 몇 미터 밖으로 밀려난 후에야 노인이 겨우 멈추어 섰다.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몇 사람은 그처럼 행운스럽지 못했다. 비록 즉시 무기를 펼쳤지만 도범의 공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고 결국 무력하게 참살되었다.그 모습에 노인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에 운 좋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보물을 얻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이 보물이 작아져 품속으로 숨길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지금의 난 이미 시체로 되었을 거야.’진난산은 비록 보물을 숨긴 대장로의 행위를 매우 언짢아 했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더는 쓸데 없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도범의 공격이 대부분 그를 향하고 있었으니까."젠장!"도범의 공격에 진난산은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져 바로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영기가 응집되면서 거대한 구렁이가 나타났다.구렁이는 나타나자마자 전방을 향해 포효를 했고, 곧장 전방의 검기로 돌
‘반드시 버텨야 해!’진난산이 속으로 끊임없이 묵념하고 있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는 바로 멘붕이 되었다.그의 거대한 영기 구렁이가 그의 멘탈와 함께 점점 붕괴되고 있었으니까.반대로 도범의 공격은 비록 많이 상쇄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적지 않게 남아 있었고, 그 남은 공격은 진난산의 영기 보호막을 향해 돌진했다.쿵-굉음도 전보다는 훨씬 작아졌지만 진난산의 영기 보호막은 2~3초밖에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그리고 10분의 1도 안 되게 남은 공격은 보호막을 뚫고 진난산의 몸에 단단히 꽂혔다."풉!"진난산은 즉시 피를 토하며 거꾸로 날아갔다.그는 마치 포탄처럼 뒤에 멀지 않은 지붕으로 날아가 지붕을 뚫고 바닥에 떨어졌다."흥."도범이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바로 쫓아갔다."도련님이 너무 강한 거 아니야? 단번에 여러 명의 고수를 참살해 버리다니. 진난산도 오래는 못 버틸 거 같은데!"한 위신경의 상대를 참살한 후, 도맹은 도범의 돌진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도범의 실력에 극도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그는 사실 아까까지만 해도 도범이 진난산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필경 그도 무조건 진난산을 이길 자신이 있다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도범이 의외로 이렇게 빨리 진난산에게 중상을 입힌 것도 모자라 기타 수련 경지가 높은 상대까지 참살해 버릴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이렇게 되면 남은 상대들을 제압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지금의 상황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들은 너무 큰 대가를 치를 필요도 없이 청풍각 세력을 타파할 수 있었다."풉!"지붕에서 떨어진 진난산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그렇게 전에 입은 부상에 또 새로운 부상을 입게 된 그는 얼굴색마저 창백해져 숨결이 많이 미약해졌다."콜록 콜록!"그는 끊임없이 피를 토하며 일어서려 했지만 차마 설 힘조차도 없었다."아!"손발이 다 묶인 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는 가까스로 침대에서 일어나 바
그러니 진난산을 이렇게 만든 건 초씨 가문의 사람일 리가 없었다."그럼 다른 산적들이 이곳을 노리고 있었다는 건가?"순간 초씨 셋째 아가씨는 자신이 생각한 가능성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산적이든 마적이든 모두 나쁜 인간들이었고 작은 세력의 산적 무리를 공격하고 잡아먹는 건 더욱 자주 있는 일이었다.‘보아하니 다른 산적이나 마적 떼가 이 청풍각을 잡아먹으러 왔네.’불과 몇 초 사이, 초씨 셋째 아가씨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 점점 두려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그녀는 엄청 예쁘게 생겼다. 초씨네 세 자매 모두 이름난 미인이지만 그녀가 세 자매 중에서도 가장 예쁘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심지어 다른 은세 가문의 도련님들도 자주 그녀를 쫓아다녔다.그런데 그런 절세의 미인이 다른 더 강력한 산적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산적 부인으로 되어야 할 게 뻔했다.‘청풍각의 각주만으로도 이미 나를 충분히 절망에 빠뜨렸는데, 이보다 더 강한 산적 우두머리를 만나게 되면 더욱 기회가 없는 거 아니야?’슉-바로 이때, 한 사람이 방안으로 뛰어들어 와 그녀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그리고 그녀를 발견하고 소리 없이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초씨 셋째 아가씨를 본 순간 도범은 자기도 모르게 눈이 밝아졌다.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미모였다. 외모가 예쁠 뿐만 아니라 몸매도 완벽한 게 박시율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그 순간, 도범은 의외로 약간 설레었다."다, 다가오지 마! 너 날 강요할 생각하지 마! 난 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야! 초, 초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가문인지 알아? 네가 감히 나를 괴롭혔다간, 너 진짜 죽을 거야! 우리 아버지께서 하늘 끝까지 쫓아가 널 죽일 거라고!"도범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초씨 셋째 아가씨는 더욱 놀라 우물쭈물하며 도범에게 겁을 주었다. 그러면서 종종걸음으로 끊임없이 뒤로 물러섰다.도범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차가운 얼굴로 진난산의 앞으로 다가
도범은 초씨 셋째 아가씨의 말에 대꾸하기도 귀찮아 바로 그녀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손에 든 보검을 그녀에게 겨누었다."아, 안돼!"초씨 셋째 아가씨는 이대로 죽는 줄 알고 눈살을 찌푸린 채 두 눈을 꼭 감고 소리를 질렀다.슉-하지만 아쉽게도 도범은 단지 손에 든 보검으로 초씨 셋째 아가씨를 묶고 있는 밧줄을 베었다.초씨 셋째 아가씨는 몸을 묶고 있던 밧줄이 풀린 느낌이 들어 바로 눈을 떴다. 그리고 그제야 도범이 밧줄을 베어주었다는 걸 눈치챘다.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나, 날 죽이려는 거 아니었어?"하지만 묻자마자 그녀는 곧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안색이 순간 가라앉았다."그럼 그렇지. 너 내가 산영단을 복용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체내의 영기를 응집할 수 없으니 반항할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일부러 끈을 풀어준 거지? 내가 분명 말하는데, 너 날 얻으려는 생각 따윈 하지도 마!"도범은 진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첫째, 난 산적도 아니고 마적도 아니야. 둘째, 난 아내가 있는 사람이고, 이미 4살이 넘는 딸도 있어. 너 비록 예쁘게 생겼지만 난 너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어."그러다 그는 여인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오늘 나를 만나게 된 걸 행운으로 여겨. 내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산적 부인으로 되었을 거니까. 어서 여길 떠나, 넌 이미 자유의 몸이야.""그, 그게 정말이야?"초씨 셋째 아가씨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설마 진짜 내가 오해한 건가? 이 사람, 진짜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도범 도련님, 다행이네요. 우리 쪽에 몇 사람만 다친 것 외엔 아무런 손실도 없습니다. 전승을 거두었어요!"이때 바깥의 싸움소리는 이미 멈추었고 도맹이 격동되어 달아들어오며 말했다.그러다 앞에 서 있는 소녀를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이 여인은 누구죠? 바닥에 밧줄도 있고? 젠장, 진난산 이 나쁜 놈이 집에 여인까지 숨기고 있었네요!"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분은 초씨
"허허, 당연하지.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도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초수정의 눈에는 순간 의아한 빛이 번쩍였다.초수정은 어릴 적부터 예쁘게 생겨 엄청 많은 도련님이 그녀를 쫓아다니며 그녀의 비위에 맞춰 주려고 했다. 특히 초씨 가문이거나 기타 가문의 천재들은 그녀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매일 애를 쓰고 있었고.도범은 산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치대로라면 주동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묻거나 호의를 표해야 정상인 건데, 의외로 바로 쿨하게 몸을 돌려 가버리다니.초수정은 도범의 태도를 받으들일 수가 없었다.그래서 바로 쫓아가 도범을 향해 물었다."야, 내 이름을 물어볼 생각은 없어?"도범이 듣더니 상대방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되물었다."내가 왜 네 이름을 물어봐야 하는데?""그거야......"초수정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 녀석! 너무 눈치 없는 거 아니야? 이렇게 예쁜 미인이 떡하니 눈앞에 서 있는데 비위를 맞춰 줄 생각을 하지 않다니.’초수정은 도범을 매섭게 한 번 노려보고는 먼저 말했다."내 이름은 초수정이야, 넌?""아, 난 도범이야."말을 마친 후 도범은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밖에서 도씨 가문의 사람들은 전리품을 점검하고 있었다.이때 대장로가 기뻐하며 달려와서는 거북 껍데기 같은 보물을 도범에게 건네주었다."도련님, 이건 둘도 없는 보물입니다. 도련님이 가지세요!"옆에 있던 도맹도 덩달아 말했다."맞아요! 이건 반드시 도련님이 가져야 합니다. 오늘 도련님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이렇게 큰 승리를 거두지도 못했을 겁니다.""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도범이 웃으며 손바닥을 뒤집어 물건을 반지에 넣었다. 그러다 잠시 생각한 후 다시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시체들은 이따가 이곳의 집들과 함께 불태워 버리세요. 그리고 전리품은 돌아간 후에 다시 점검하고 분배합시다."옆에 있던 초수정은 순간 멍해졌다.‘이 녀석은 대체 누구지? 설마 도
옆에 있던 도맹이 듣더니 갑자기 히죽거리며 도범에게 말했다."도범 도련님, 들으셨죠? 여인을 아낄 줄 모른대요. 이건 도련님이 매너가 없는 남자라는 걸 설명하고 있다고요. 도련님은 지금 미인 한 분을 구하셨고 그 미인은 도련님에게 반해 저희 가문으로 가서 며칠을 묵겠다는데, 그걸 거절하시다니요. 너무 잔인하시네요."다른 장로도 옆에서 농담하듯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도범 도련님. 두 분은 아쉬울 게 없는 천생연분인 것 같은데 그냥 받아주시죠? 이래 봬도 초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는 유명한 미인인데,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어요?"두 사람의 말에 부끄러워 난 초수정은 얼굴이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고는 매섭게 도맹을 노려보며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나 지금 산영단을 먹은 것 때문에 2, 3일 동안은 체내의 영기를 사용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쪽 가문에서 묵겠다고 한 거라고요! 그냥 이렇게 혼자 떠났다간 만약 길에서 무슨 위험이라도 생기게 되면 난 반항할 힘도 없잖아요!"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걱정마요, 2~3일 후 영기를 사용할 수만 있다면 바로 떠날 거니까.""산영단?"도범이 듣더니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그런 단약도 있다니, 처음 듣네요."그러다 잠시 생각한 후 도맹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진난산의 저장 반지는요?""아, 도련님, 여기요!"도맹이 즉시 얻은 반지 중에서 하나를 찾아 도범에게 건네주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범은 그 속에서 단방 한 장과 작은 단로 하나를 찾아냈다."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 진난산에게 이런 단방도 있었다니. 비록 1품 저급 단약이지만 용도가 괜찮으니, 좋은 물건이긴 한 것 같네요."도맹이 듣더니 덩달아 감탄했다."그래요? 이 녀석이 단약을 정제할 줄도 알다니, 보통 사람은 해낼 수도 없는 거잖아요? 정말 놀랍네요.""하하, 이 단방과 단로는 제가 가지고 가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유리한 물건들이거든요."도범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그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