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신도 덩달아 일어서서 오만방자하게 웃으며 말했다."도범, 너는 네가 죽인 개산호가 청용당 사람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 감히 서둘러 떠나지는 않고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해. 하하, 나 지금 당장 네 손에 죽더라도 상관없어. 어차피 네가 곧 나랑 같이 갈 거니까. 아이고, 죽기 전에 너도 죽을 거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걸 보면, 하느님이 정말 우리 최씨 가문을 배려하고 있는 거라니까.""하하, 아까까지만 해도 고양이를 본 쥐처럼 땅바닥에서 벌벌 떨더니, 바로 또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네?"도범이 오히려 하하 웃으며 말했다."걱정마, 일단 너를 살려둘게. 내가 먼저 청용당의 사람들을 죽이고, 그다음에 너를 죽일 거야. 적어도 네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 대체 누군지는 알고 죽어야 할 거 아니야?""그래, 인마. 약속 지켜!"최천규가 듣자마자 즉시 눈빛이 밝아졌다. 만약 도범이 지금 바로 손을 댄다면 충분히 그들 둘을 먼저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먼저 청용당 사람들을 죽이겠다니. 역시 너무 오만방자한 것 같았다.잠시 후면 도범은 무조건 상대방에게 살해당할 거고, 그때가 되면 그들 두 부자는 살 수 있을 것이다.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이 보이니 최천규는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쓸데없는 소리. 내가 안 지키면, 그쪽이 지킬 건가?"도범이 냉담하게 웃으며 상대방을 노려보았다."녀석, 역시 여기에 있었네. 남자 두 명에 여인 한 명......"얼마 지나지 않아 2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바로 이곳의 밥상을 뒤집어엎어 큰 공간을 비워 냈다.하지만 청용당 당주는 말을 절반 하다 말고 멍해졌다."뭐야, 너희들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게 아니라 깽판 치러 온 거였어?""청용당 당주! 정말 당주님이셨군요!"최천규가 보자마자 감격에 겨워 말했다."장 당주님, 이 녀석이 이곳에 오자마자 저희 가문 사람들을 죽였어요. 그러니 반드시 저희를 도와 저 자식들을 죽여줘요!"최무신도 울며불며 하소연했다."그래
"어쩐지 먼저 나서더라니."도범이 웃으며 덩달아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당신에게 먼저 기회를 줄게. 우리 일대일로 붙어."이때 장진이 옆에서 "역시 뻔뻔스럽다니까. 우리가 경매장에서 찍은 약재를, 그쪽 외손자가 우리의 앞길을 막고 억지로 빼앗으려 했다고. 그런데 이제와서 보니 그 자식의 외할아버지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네."라고 덧붙였다.이에 한우현도 맞장구치듯 말했다."다 같은 조직의 사람들인데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어? 오합지졸이라고, 죽여도 큰 문제는 없겠어. 촉성을 위해 쓰레기를 치워, 촉성의 백성들이 좀 더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괜찮잖아.""큰소리치는 꼴하고는!"노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그러더니 바로 벌떡 뛰어올라 도범에게 검을 겨누었다."내 검을 받아라!"노인이 검을 휘두르자 한줄기의 맹렬하기 그지없는 검기가 순간 도범을 향해 날아갔다. 심지어 검기 속에는 담담한 영기가 섞여 있었다."역시 위신경 초기의 고수야, 공격이 대단해."도범은 보자마자 차갑게 한마디 내뱉고는 덩달아 검을 휘둘렀다. 똑같이 무서운 검기가 노인을 향해 돌진했다.슝-무섭기 그지없는 검기는 순간 한 줄기 빛으로 변했다.쾅-그러다 두 검기가 충돌하더니 눈부신 빛을 발했다. 강대한 에네르기 파동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놀라서 여러걸음 후퇴하게 했다.위신경 강자의 공격이 이렇게 무서웠다니!‘말도 안 돼. 이 녀석의 공격이 왜 이렇게 대단해? 설마, 그도 위신경 강자인 건가?’노인은 도범 세 사람이 손을 잡고 7성급 대장을 죽이긴 했지만 그래도 위신경에 도달한 자는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래서 도범을 죽이는 건 아주 쉬운 일일 거라고 생각했었고.하지만 그는 곧 도범의 공격에서 전해오는 파동이 의외로 그의 공격 속의 파동보다 몇 점 더 강하다는 것을 눈치챘다.우르릉-검이 부딪히는 소리는 계속되었고, 노인의 공격은 끊임없이 소모되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도범은 여전히 에너지가 남았고, 공격은
순간 수많은 고수들이 날아올라 도범 등 세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하지만 공중에 어두컴컴하게 깔린 고수들을 바라보며 도범은 오히려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그러더니 바로 영기를 보검에 주입했다.윙-영기가 주입됨에 따라 도범의 손에 있던 보검이 의외로 살짝 떨더니 용의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여러 줄기의 검은 검기들이 검 위에서 맴돌기 시작했다.‘검은 검기? 게다가 영기도 있어!’청용당의 당주가 보더니 안색이 바로 변했다. 그는 도범이 영기를 사용하여 공격하려 한다는 걸 느꼈다. 그것도 보검 이체 공격으로. ‘저런 공격을 쓸 수 있는 건 진신경의 강자밖에 없는데?’"랑검!"담담하게 공중으로 뛰어오른 청용당의 고수들을 보며 도범이 검을 휘둘렀다.그러자 검은 파도가 곧장 전방으로 날아갔다. 파도의 속도는 매우 빨랐을 뿐만 아니라 검기와 영기까지 더하여져 무섭기 그지없었다.뻥뻥뻥-묵직한 폭발음과 함께 막 뛰어오른 고수들은 바로 전부 참살되었고, 반으로 갈라져 그대로 공중에서 떨어졌다.순간 짙은 피비린내가 퍼졌고 결혼식에 참가한 하객들이 놀라 소리를 지르며 구석으로 피했다.담이 작은 자들은 더욱 놀라 바로 기절했다."맙소사. 저게 무슨 무기야? 적어도 70여 명을 죽인 것 같은데?"누군가가 도범의 무기를 보고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세상에. 정말 영기 이체 공격이야. 검기가 아니라고! 공격이 너무 강해. 저 사람 설마 진신경 강자인 건가?"어떤 이는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해서 말했다. 진신경의 강자를 만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이럴 수가? 진신경, 진신경 강자라니!"청용당 당주는 놀란 나머지 두 다리마저 덜덜 떨고 있었다. 이런 진신경 강자 앞에서 그들 청용당 전체가 손을 잡는다 해도 적수가 아닐 것이니까. 만약 그를 포함한 청용당의 세 고수가 전부 위신경 후기 또는 정점에 도달한 강자였다면 도범과 한 번 겨뤄볼 수 있을 법했겠지만, 그들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위신경 초기고 한 사람만 위신경 중기라는 거다. 그러니 도
"장군님? 전신님?"마침 입구 쪽에 서 있던 사람이 주 가주의 말을 듣고 냉기를 들이마셨다."어쩐지 그들에게서 남다른 기질이 느껴진다 했어! 장군님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누군가가 경탄했다."누나, 저 세사람이 장군님과 전신님이래! 도범이 저렇게 대단한 걸 보면 틀림없이 장군님일 거야. 맙소사! 장군님은 나의 우상이라고!"영호도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즉시 영송 옆으로 달려가 감격에 겨워 말했다."너무 훌륭해. 정말 당장이라도 도범과 결혼하고 싶어!"영송이 도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그녀는 자기 같은 평범한 사람은 장군님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장군님은 모든 소녀들이 꿈꾸는 결혼 상대였다."저 녀석이 장군님이라니......"옆에 있던 영수는 목소리마저 떨렸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의심부터 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도범이 최씨 가문이 무서워서 감히 오지 못할거라고 의심했었는데, 의외로 장군님이었다니."아빠, 목소리가 너무 높아요. ‘저 녀석이’ 뭐예요? 자칫했다간 얻어맞을 수도 있다고요!"영호가 듣자마자 불쾌한 얼굴로 일깨워 주었다."에헴. 그래, 그래. 내가 너무 흥분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까먹었네......"영수가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들었어? 무신아, 이번에 우리가 미움을 산 상대가 장군님과 전신님이야!"최씨 부자가 진실을 알게 된 후 재차 놀라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을 게 분명했다.쿵쾅쿵쾅-전방의 전투는 여전히 매우 격렬했다.그러나 청용당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속도도 엄청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용당 쪽에는 중상을 입은 청용당 당주와 두 장로만이 남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참살되었다."어때? 아직도 우리가 당신들의 적수가 아니라고 생각해?"도범이 앞에 있는 세 사람을 보며 웃음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우리가 재수 없었어. 장군과 전신을 만나게 되다니."청용당 당주가 이를 악물고 말
다른 사람들도 즉시 무릎을 꿇고 하나같이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이에 도범이 진땀을 흘리며 손짓했다."다들 어서 일어나세요."그리고 다들 일어난 후에야 도범이 주 가주를 향해 말했다."주 가주님, 저희는 다른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곳의 시체는 번거로운 대로 사람을 찾아 처리해 주세요. 그리고 청용당의 산업은 앞으로 주씨 가문에서 맡아 주세요. 만약 누가 묻는다면 제가 내린 결정이라고 알리시고요.”그러다 고개를 돌려 영송 등을 한 번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최씨 가문의 산업은 영씨 가문에게 넘겨주시고요.""걱정마세요, 장군님. 반드시 잘 해결하겠습니다."주 가주가 듣더니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했다. 이렇게 되면 그들 주씨 가문은 촉성의 제일 큰 세력으로 될 것이니까.물론 도범이 그에게 부탁한 이상, 앞으로 그들 주씨 가문이 영씨 가문도 자주 돌보아야 했을 거고. 필경 도범이 영씨 가문을 도우러 온 덕분에 주씨 가문이 공짜로 큰 리익을 줍게 되었으니.도범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참, 그리고 저희가 호텔을 더럽게 만들었는데, 저 대신 호텔 사장님에게 20억을 배상해 주세요."호텔 사장 등이 마침 대문 쪽에 서 있었다. 호텔 사장은 속으로 오늘 재수가 없어서 이런 일을 겪게 되었다고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큰 호텔을 경영할 수 있다는 건 돈이 부족하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고.하지만 도범의 말을 듣고, 그는 크게 감동먹고 말했다."장군님! 장군님은 역시 백성을 위해 생각하는 분이십니다!""하하,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죠."도범이 웃으며 손에 든 보검을 거두고 들였다. 그러고는 장진 등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잠깐!"그런데 이때 영송이 더는 마음속의 흥분된 감정을 참지 못하고 도범 앞으로 달려갔다."네가 말했잖아, 우리는 좋은 친구라고. 하지만 나 아직 너에게 감사를 표하지도 못했어.""친한 친구끼리 서로 도와줬을 뿐인데, 감사는 무슨."도범이
"정말이야? 너 나 속이는 거 아니지?"영송이 듣더니 갑자기 흥분되어 물었다.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남길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나중에 그녀의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할 게 분명했고.영호가 바로 핸드폰을 영송에게 건네주었다. 사진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침 영송이 도범의 볼에 뽀뽀하는 측면 각도였고, 맞은 편의 불빛이 비치면서 더욱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어때? 촬영 기술이 괜찮지? 이 사진 너무 잘 찍었다니까! 아주 완벽해!"영송의 웃음을 머금고 있는 입가를 보며 영호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말해봐, 얼마에 줄 건데?"영송의 입가에 걸린 웃음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이 순간의 그녀는 마치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소녀와 같았다."헤헤, 농담이야. 내가 어떻게 누나의 돈을 가질 수 있겠어? 이젠 최씨 가문의 산업이 전부 우리 것이야. 누나는 우리 가문의 대공신이라고."영호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역시 누나는 대단하다니까. 도범이 아주 큰 유망주라는 것도 알아보고. 그처럼 훌륭한 사람은 내가 여자였어도 그에게 시집가고 싶었을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인연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지.""너 이 녀석,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이 성장했네? 이전보다 훨씬 성숙해졌어."영송이 영호를 보며 말했다. 영호의 말이 그녀를 다소 놀라게 했다.같은 시각, 도범 세 사람은 이미 공항에 도착했다."에헴, 사부님,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 촉성에 와서까지 사부님에게 반한 여인을 만나게 되다니."옆에 있던 장진이 도범을 한 번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방금 전 영송의 볼뽀뽀에 놀라 멍해진 도범의 모습이 너무 웃겼던 것이다.화하의 유일한 장군님이 이런 일에 있어서 의외로 어찌할 바를 모르다니."에헴, 반하긴 무슨. 우리 사이엔 우정뿐이야. 그 외엔 아무런 감정도 없어...... 나중에 돌아가서 절대 헛소리하지 마."도범이 듣자마자 순간 난처해져서 말했다. 속으로는 긴장해 나기도 했다."아무런 감정도 없다고요?
도범이 듣자마자 놀라서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더니 황급히 말했다."어디에 있는데? 어서, 어서 지워줘!"그리고 도범의 두려워하는 모습에 장진이 더는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당연히 지워야죠. 마침 저한테 물티슈가 있으니 닦아드릴게요."그러더니 물티슈를 꺼내 립스틱 자국을 꼼꼼하게 닦아주었다.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가까이서 도범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노라니 장진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한참 지나서야 장진이 약간 붉어진 얼굴로 두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됐, 됐어요.""고마워."도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시간도 거의 다 되어가는데 어서 가자고. 이번에 아주 순조롭게 약재를 전부 다 찾아내서 다행이야. 아버지 체내의 독을 철저히 제거할수 있게 됐어.”"그러게요, 어서 가요!"장진이 물티슈를 한쪽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난 후, 세 사람은 곧 비행기를 타고 촉성을 떠났다.같은 시각, 도씨 가문.루희가 어두운 얼굴색으로 다시 한번 루도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됐어? 며칠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도범 그 녀석을 찾지 못한 거야? 대체 어느 분가로 간 거지? 너희들, 반드시 방법을 찾아 그를 죽여야 해, 알았어? 그것도 분가 사람들이 안 보는 곳에서!"전화 맞은편의 루도가 듣더니 쓴웃음을 지었다."큰 사모님, 요 며칠 저희 이미 분가를 열 곳 넘게 방문했어요. 사실 저희의 속도로 도범을 따라잡으려면 어렵지 않거든요.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분가 사람들 모두 도범이 온 적이 없다고 하네요.""그럴 리가?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이치대로라면 도범 그들이 적어도 절반 이상의 분가는 방문했을 거야. 너희들이 간 곳이 마침 그가 아직 방문하지 않은 분가들일 수는 없잖아?"루도의 말에 루희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러다 곧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젠장, 우리가 낚였어!""낚였다고요? 뭐가요?"핸드폰 너머의 루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우리 도범 그 녀석에게 낚였어. 그 녀석 분명 분가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갔
루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방심했어. 그 녀석이 도씨 가문에 오고 나서부터 내가 줄곧 그를 겨냥했으니, 전에 가문의 사람을 보내 그를 죽이려 했던게 무조건 나일 거라고 의심하고 있겠지. 그러니 지금 나를 경계하고 있는 것일 거고. 보아하니 그를 죽이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구나."이에 루도가 말했다."그래요. 전에는 사람을 보내 그를 죽이려 했던 게 큰 사모님일 줄은 몰랐겠죠. 하지만 그가 가문으로 온 후, 사모님께서 줄곧 그를 겨냥했으니 사모님을 의심할 수밖에 없겠죠. 도범이 처음 가문으로 왔을 때 사모님께서 그를 받아들인 척하고 그에게 잘해줬다면 분명 사모님을 의심하지 않았을 건데."그러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이렇게 되면 그는 사모님을 경계하지 않았을 거고, 그를 죽이려면 훨씬 쉬웠겠죠."루희도 문득 크게 깨달았지만, 지금은 뭐라 말해도 이미 늦었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에휴, 어쩔 수 없지 뭐,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나의 성질을 너희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자용은 아직 생사불명인데 가주 후계자의 자리는 도범이라는 녀석에게 빼앗겼으니, 내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루희가 잠시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도범 그 녀석은 나의 원수야. 그런데 나더러 원수를 향해 미소를 지으라고? 그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야?"루도가 스피커폰을 눌러놓은 덕분에 옆에 있는 루우기도 대화 내용을 전부 다 들었다.그리고 그제야 루희가 전에 사람을 파견하여 도범을 암살하려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순간 루희가 너무 모질고 악랄해 보였다.반대로 도범은 살아서 가문으로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가문의 후계자로 되었고, 지금은 그들까지 속인 걸 보면 도범이 보통 총명한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녀는 루희에게 마음속의 응어리를 털어버리라고 권하고 싶었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럼 사모님, 이제 어떡하죠? 제대로 그의 속임수에 놀아났으니,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루도가 잠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