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에 도범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은행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손을 뻗어 박시율의 아름다운 얼굴을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까 더 이상 그런 고생을 할 필요 없어. 당신 남편 지금은 신분도 있고 지위도 있어. 그리고 이제는 월급도 한 달에 40억씩이나 받는걸. 안 그래?”박시율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잔잔하게 웃었다.“용신애 씨가 당신을 속인 게 아닌가 보네. 진짜 출근하기로 한 거야?“그래. 나한테 따로 빌라도 한 채 마련해 줬는걸. 거기서 살아도 된다고 했는데 역시 난 우리 여보와 한 방에서 자야 마음 편이 잘 수 있어서 말이야!”도범이 씩 웃었다. 그는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며 그제야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그는 이제부터 평생 그녀의 여생을 지켜줄 것이라고 다짐했다.“뭐 하고 있어? 그렇게 커다란 비닐 가방을 들고 페트병 주우러 갈 준비라도 하나 보지? 저리 비켜.”그때 순금 목걸이를 목에 두른 남자가 다가왔다.말을 마친 그가 정장 치마를 입은 박시율의 매끈한 다리를 쓱 훑어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쯧쯧 이 여자 좀 반반하게 생겼네. 언제부터 폐지나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예쁘장하게 생긴 마누라를 찾을 수 있게 된 거야?”도범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힐끗 보더니 박시율의 손을 잡고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쳇!”남자도 픽 냉소를 짓더니 뒤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은행 안에는 한눈에 보아도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차례가 오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어!”박시율이 은행 내부를 확인하고 쓴웃음을 지었다.“괜찮아, 빨리할 수 있어!”도범이 자신 있게 답했다.카운터에 있던 한 여직원이 도범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짓더니 활짝 웃으며 달려 나와 열정적으로 말했다.“어머 사장님 또 오셨네요! 어서 오세요. VIP 룸으로 모실게요. 사장님과 여기 여자친구분
“와이프요?”팀장이라는 여자 역시 꽤 아름다운 미모에 훌륭한 몸매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잠깐 놀라더니 뒤이어 부러운 표정으로 박시율을 바라보았다.“여기 이 여사님께서는 복을 타고나셨네요. 이렇게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을 다 가고 말이에요. 이제 남은 생 동안에는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사실 수 있겠어요.”그녀는 원래 기회를 틈타 도범과 가까워질 계기를 만들 생각이었다. 자신은 지금껏 이렇게 돈 많은 남자를 만나본 적 없었다.하지만 박시율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눈앞의 여자는 분위기나 미모, 모든 것이 자신보다 월등해 보였다.그녀는 두 사람을 데리고 단독 룸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들에게 각각 커피 한 잔씩 내려주고 그제야 업무를 수행하러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보안 요원의 호송하에 한 무더기의 현금이 도범과 박시율 앞에 놓였다.“이 가방에 넣어 주십시오!”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두 보안 요원이 그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일꾼들이나 쓸법한 비닐 가방에 4억 원이나 되는 현금을 담는다니! 정말이지 돈 많은 사람들의 세계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정 정말로 4억 원을 찾은 거야?”박시율은 눈앞에 놓인 커다란 비닐 가방을 들어보았다. 묵직함이 느껴졌다.두 사람은 은행에서 나와 빠르게 스쿠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호텔 쪽으로 달렸다.“설마 정말로 4억 원을 뽑은 건 아니겠지?”스쿠터 위에 올려진 비닐 가방이 제법 묵직하게 찬 것을 본 잡화점 여주인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분명 빈 가방을 들고 바로 옆 은행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나올 때에는 저렇게 한가득 무언가를 담아서 나오다니!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급히 보안 요원에게 달려가 물었다.“저기요, 방금 나간 그 두 사람 말이에요. 들고나간 게 설마 돈은 아니죠?”보안 요원이 쓴웃음을 지었다.“무슨 그런 쓸데없는 걸 다 물으
“어디요?”누군가가 곧바로 물었다.“어느 차가 팀장님 차라는 거예요? 제 눈에는 안 보이는데요?”“저 전기 스쿠터 뒤에 탄 사람인 것 같은데, 맞죠 팀장님?”남자 직원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전기 스쿠터를 가리키며 말했다.“맙소사, 정말 팀장님이잖아요! 그런데 저 남자는 누구죠? 설마 남편은 아니겠죠? 스쿠터 앞에 저 커다란 비닐 가방 좀 보세요. 설마 팀장님 남편이 일하러 나가면서 데려다주는 건 아니겠죠?”루비 역시 그 모습을 보고 놀라긴 마찬가지였다.“그럴 리가 있겠어요? 팀장님 월급이 2억이라면서요. 그만한 월급을 받는데 남편이 굳이 일하러 나갈 필요가 있겠어요?”한 남자 직원이 미간을 찌푸렸다.“하하 다들 모르시나 본데 그녀가 바로 중주 제일의 미녀라고 불리는 박시율이라고요. 그때 박 씨 가문에서 쫓겨난 그 여자 말이에요. 군대 갔던 남편이 이번에 돌아왔다던데요!”“왜 그녀가 스쿠터나 타고 다니는 줄 알아요? 제가 알려줄게요. 그건 바로 돈이 없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 여자가 자기 딸을 데리고 쓰레기 주우러 다니는 걸 본 사람이 있어요. 그런 그녀가 이번에 어떤 수단을 통해 한 달에 2억이나 되는 월급을 약속받고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앞으로 월급 날까지는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잖아요?”루비가 냉소를 지으며 다른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돈이 없을 리가 있겠어요? 만약 정말로 돈이 없다면 팀장님께서 왜 우리들을 이 육성급 호텔로 불렀겠어요?”남자 직원이 잠깐 생각하더니 자신의 추측을 내놓았다.“저는 팀장님을 믿어요. 분명 돈이 많으실 거예요.”“만약 정말로 돈이 많았다면 왜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 스쿠터나 몰고 다니겠어요?”루비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에이 무슨 말들 하시는 거예요? 어차피 오늘은 팀장님이 쏘신다고 했으니까 이따가 돈이 없어서 계산을 못한다고 해도 그녀의 사정이죠 안 그래요? 우리는 그저 잘 먹고 잘 마시기만 하면 되죠!”최소희가 옆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박시율과
“당신, 당신 지금 저한테 욕 한 거예요?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요? 정말이지 예절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네요!”최소희가 잔뜩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그녀는 저 빌어먹을 놈이 감히 자신한테 저런 말을 내뱉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용 씨 가문의 먼 친척이라는 사실을 회사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그렇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감히 그녀를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 이전 팀장도 그녀의 편의를 많이 봐주었었고 심지어 일에 관해서도 적지 않게 그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다.그녀의 눈에 도범은 그저 일개 말단 군인일 뿐이었기에 이렇게 자신을 막 대할 자격이 없었다.“아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당신처럼 어렸을 때 책을 많이 보지 않은 시골뜨기 출신이라서 그게 칭찬하는 말인 줄 알았지 뭡니까?”도범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변명했다.적지 않은 직원들이 도범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당신…”화가 난 최소희는 얼굴이 다 새파래졌지만 뭐라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도범의 손에 들린 비닐 가방을 바라보았다.“당신은 여기까지 따라와서 밥을 얻어먹으면 얻어먹었지 그 커다란 비닐 가방은 왜 들고 온 거예요? 여기는 육성급 호텔이라고요. 우리 중주에서 가장 좋다고 소문난 그 호텔이요. 그 꼴로 가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세요?”도범이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들린 비닐 가방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커다란 현금 가방을 들고 가는 게 부끄럽다면 빈손으로 들어가는 건 얼마나 더 부끄럽겠습니까?”“맙소사 아니겠지? 설마 저 안에 든 게 몽땅 현금이란 말이야?”한 남직원이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경악하며 물었다.그 한 마디에 모두들 숨을 들이켰다. 만약 저게 다 현금이라면 적어도 4억 정도는 될 것이다.너무나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부자들이나 할법한 짓이 아닌가?“하하 그럼요. 당연히 그 안에는 돈이 들어 있겠죠!”최소희가 피식 웃으며 비웃
“저기 잠시만요. 혹시 사람 찾으러 오셨습니까?”그중 한 남자가 괴이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이보세요, 여기는 로얄 호텔입니다. 중주에서도 가장 좋은 호텔이라고요. 재벌 아니면 귀하신 분들만 올 수 있는 곳이란 말입니다!”다른 한 보안 요원이 조금도 봐주지 않고 몰아붙였다.“쓰레기나 주우로 온 거라면 이만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 안은 당신 같은 사람이 쓰레기를 주우러 다닐 곳이 아닙니다!”“하하 웃기고들 있네. 난 여기 밥 먹으러 온 겁니다!”도범은 큰 소리로 웃었지만 표정만큼은 차갑기 그지없었다.“당장 비켜요!”순간 도범이 내뿜는 어마어마한 기세와 싸늘한 눈빛에 놀란 보안 요원이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하하 밥을 먹을 돈이나 있고?”바로 그때 마침 그들 옆을 지나가던 한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돈 없는 놈이 성깔도 더럽다더니 그게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었네요!”남자가 두 보안 요원에게 말했다.“너희 둘, 빨리 저 자를 쫓아내는 게 좋을 거야. 우리처럼 신분도 지위도 높은 사람들은 절대 저렇게 저급한 사람과 한 곳에서 식사를 못하거든. 저렇게 싸구려 비닐 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사람을 이곳에 들이면 호텔 급이 떨어지는 거 몰라?”도범의 기에 눌렸던 두 보안 요원이 남자의 말을 듣고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그중 한 명이 곧바로 앞장서며 말했다.“저기요 장소를 바꾸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행색과 그 옷차림으로는 여기서는 도저히…”“도저히 뭐요? 거기서 더 헛소리를 지껄이면 한 대 처 맞을 겁니다!”도범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쯧쯧 정말 야만스럽군요!”아까 그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이런 고급 호텔을 운영하는 사람이 당신 같은 사람을 무서워할 것 같습니까? 여기서 소란이라도 피우면 오늘 아주 큰코다치게 될 겁니다!”박시율은 도범의 불같은 성질이 곧 폭발할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그가 정말로 주먹이라도 휘두를까 두려워 얼른 나서서 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됐어. 싸우지 마!”그녀는
“그게 정말이에요? 와 너무 좋아요. 우리 최소 소비 금액만 4천만 원인 방을 예약했는데 정말 그쪽에서 계산하실 거예요? 우리 쪽에서 음식을 좀 많이 주문하게 되면 5, 6천만 원이 넘을 수도 있는데요?”한 여직원이 남자의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다가가 감격스럽다는 듯이 상대방의 명함을 받아들었다.“나수현? 부사장님?”“하하 맞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아직 저한테 회사를 다 넘기시는 게 걱정되시는지 일단 저를 부사장 자리에 앉히고 사장직은 아버지께서 맡고 계십니다.”나수현이 히히 웃더니 다시 한번 물었다.“참, 이쪽에 계시는 아름다운 팀장님께서는?”“네 여기 이분은 이번에 새로 부임하게 된 박시율 팀장님이십니다!”여직원이 순순히 대답했다.“팀장님, 여기 이분께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하시는데 서로 명함이라도 교환하시죠?”곁에 있던 다른 한 남직원도 기뻐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스스로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를 그냥 보낼 수야 있겠는가?“맞습니다 맞습니다. 당연히 명함을 교환해야죠. 그게 기본 예의가 아니겠습니까?”나수현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곁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최소희가 속으로 씩 웃었다. 누가 봐도 나수현이 박시율의 마음을 사기 위해 수작질을 하고 있는 게 뻔했다. 건축 자재를 들이는 일은 박시율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주임인 그녀조차도 감히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었다.만약 여기서 박시율이 상대방의 호의를 받아들이게 되면 이는 그에게 신세를 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이틀 정도 지나면 저 나수현이라는 작자가 회사로 쳐들어와서 협상안을 내밀 것이다.다른 사람의 신세를 입게 되면 자연히 공평한 선택을 할 수도, 함부로 협상을 거절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 그때가 되면 박시율은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건축 자재를 들여야 할 것이다. 이건 명백한 부정 청탁이었다.그녀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들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모조리 동영상에 담아 나중에 확실한 증거로 대표님에게 보여드릴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수현의 눈빛이 번뜩거렸다. 그가 흥분하며 말했다.“맞아, 나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지? 아까 그 자리에는 다른 직원들도 많았는데 그렇게 대놓고 접대를 하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어! 비록 오늘 하려 했던 접대가 그녀 혼자만을 위한 게 아니라고 해도 보는 눈이 많았으니 나중에 다른 사람이 그녀를 고발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잖아!”거기까지 말한 그가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나중에 날 잡아서 사업 이야기를 나눈 다는 명목하에 단독으로 불러내야겠어. 그리고 아무도 못 보게 은행 카드를 찔러 주는 거야. 보는 눈이 없다면 무조건 받겠지. 돈 마다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박시율과 팀원들은 곧바로 커다란 방에 도착했다. 도범은 손에 든 비닐 가방을 구석 자리에 휙 던져버리고 박시율의 옆자리에 앉았다.도범이 갖고 온 가방에 현금 4억 원이 들어 있는 걸 아는 박시율은 한눈에 보아도 퍽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 지으며 팀원들에게 말했다.“여러분 먹고 싶은 걸로 마음껏 주문하세요. 이 방의 최저 소비 금액이 4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음식과 술을 주문할 때 절대 4천만 원보다 적게 시키지 마세요. 적게 시키면 우리만 손해예요!”“걱정 마세요 팀장님 절대 팀장님께서 손해 보지 않게 하겠습니다!”한 여자 직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며 꺄르르 웃었다.“그러면 이럽시다. 우리 4천만 원이라는 예산을 두고 주문합시다. 박 팀장님께서 비록 한 달에 2억이라는 높은 월급을 받으시지만 우리 다 같은 직장인들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맞아요. 박 팀장님께서는 오늘 첫 출근이시고 아직 월급도 받지 못했는데 이렇게 저희한테 밥부터 사주시다니. 이렇게 좋은 팀장님을 또 어디 가서 찾겠어요!”또 다른 남자 직원도 하하 소리 내어 웃으며 맞장구쳤다.최소희와 루비의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안색이 어두웠다. 원래는 박시율과 직원들 사이의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만든 자리였는데 오히려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 다들 잘 마시고 잘 먹으면 되죠.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이 감히 팀장님을 걱정할 급이나 되나요?”루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도범에게 말했다.“참 도범 씨는 무슨 일을 하시는데 그렇게 돈이 많으신 거예요? 저희들의 식견이라도 넓혀지게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지금 보디가드로 일하고 있습니다.”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보디가드요?”최소희가 그 말을 듣고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좋게 말해서 보디가드 지, 다르게 말하면 그냥 경비원이잖아요? 더 듣기 나쁘게 말하면 문지기죠! 그러면 한 달에 몇 십만 원 정도나 벌겠네요. 와이프는 한 달에 2억씩 버는데 자존심 안 깎여요?”“하하 최소희 씨, 경비원과 보디가드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문지기 역할은 경비원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짜 보디가드고요.”도범이 높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것도 제 와이프가 제가 정당한 직업을 찾는 것을 바래서 보디가드로 들어간 것이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확실히 제 눈에는 차지 않는 직업이긴 합니다.”“어머 보디가드나 하면서 이렇게 허세 부릴 수도 있네요. 도범 씨는 멘탈도 참 좋으신 것 같아요. 맞아요 맞아요, 더 위세를 부리고 싶으신가 본데 보디가드 맞아요 보디가드!”“저 그 말 들었었거든요. 퇴역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디가드밖에 할 게 없다면서요? 월급이 2백만 원은 되나요? 아 백만은 넘나?”최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평소처럼 대화하는 척했으나 그 말속에는 가시가 잔뜩 박혀있었다.“그러게 말이에요. 와이프는 한 달에 아홉 자릿수나 되는 월급 받는데 그쪽은 일곱 자릿수로 받으면 설령 8, 9백만 정도 받는다고 해도 와이프 등 처먹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심지어 보통 보디가드는 그 정도 월급도 어림없죠!”루비가 옆에서 거들었다.“40억이면 저도 몇 자릿수인지 모르겠네요. 아마 열 자리 수지 않나요? 제가 수학을 잘 못해서 맞는지 모르겠네요.”도범이 느긋하게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