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주해진은 자기 사촌 형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도와줄 수 있으면 계속 도와주고. 싫으면 관둬. 볼 일 있으면 가서 일 봐. 내 일에는 신경 쓰지 마.”상대는 친척이라서 주해진을 도운 거였는데, 주해진이 제 호의를 무시하고 은근히 비아냥거리자 기분이 언짢았다. 이에 그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널 도와주는 건 친척 간의 정을 봐서야. 그런데 이런 태도로 말해? 나 기분 나빠지려고 해. 난 고작 팀장이야, 국장도 아닌데 어떻게 뭐든 내 말대로 되겠어?”“됐어. 알았어.”주해진은 짜증 나는 듯 상대의 말을 잘랐다.그러자 그 사람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지더니 씩씩거리며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갔다.주해진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대단해네? 식약처 사람들을 돌려보내기까지 하고 말이야.”나는 피식 냉소를 흘렸다.“우리 한의관은 원래부터 문제없어. 식약처에서 다시 검사하러 와도 꼬투리 잡지 못할 거야.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떳떳해. 오히려 꿍꿍이가 있는 놈들이 여기 와서 소란 피우면 안 되지.”주해진 역시 냉소를 지었다.“말도 잘하고 능력 있네. 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가게 잘 지켜. 미리 말해두지만, 난 이 가게 부술 거야.”주해진은 으름장을 놓으면 나에게 접근했다.하지만 나와 가까워지기 전에 양동준이 그를 대여섯 걸은 밀어냈다.“뭘 부순다는 거야? 여기? 어디 한번 해봐!”양동준이 부순다는 것과 주해진이 부순다는 것은 의미가 달랐다.특히 양동준이 위압감 넘치는 눈빛으로 쏘아보자 주해진은 살짝 움츠러들었다.주해진은 갑자기 겁을 먹고 말했다.“이건 우리 사이 일이니 당신은 끼어들지 마.”“내가 왜? 이건 내 제자 일이야. 내 제자를 건드리는 건 나를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고.”양동준의 말을 들으니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파가 들끓었다.“스승님!”나는 뻔뻔하게 양동준을 불렀다. 그러자 그가 나를 째려봤다.양동준은 핑계를 찾기 위해 이렇게 말한 거였지만 나는 그걸 철석같이 믿고 심지어 스승
나는 양동준이 더 존경스러웠다.한마디로 모든 사람을 쫓아내다니, 이런 상황은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데, 오늘 그걸 내 눈으로 직접 봤다.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나는 양동준의 제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고 뻔뻔하게 양동준을 향해 박수쳤다.“스승님, 대단해요!”양동준은 나를 홱 째려봤다.“누가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된댔어요?”그 모습에 서지예는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 상대 놀라잖아.”“사모님 고마워요.”스승님 아내니까 사모님이라고 한 건데, 서지예한테 아주 잘 먹혀들었다. 그녀는 이내 눈웃음치며 양동준을 바라봤다.“난 수호 씨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제자로 받아줘.”“난 아가씨 부탁을 받고 한의관 지켜주러 온 거지 혹을 달고 갈 생각은 없어.”양동준은 여전히 쌀쌀맞게 거절했다.비록 거절당했지만 나는 조금도 좌절하지 않았다.내가 확실히 약한 게 맞기에 양동준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도 정상이다.내가 양동준이어도 번거롭게 실력 없는 사람을 제자로 받지 않을 거다.번거로운 일을 찾아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정말 그럴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자기 능력을 향상할 거다.때문에 나는 뻔뻔스럽게 물었다.“스승님. 대체 제가 뭘 해야 제자로 받아줄래요? 조건을 말해 봐요. 만족하게끔 할게요.”“수호 씨가 날 만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양동준이 되물었다.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그때 서지예가 나를 위기에서 구해줬다.“그래도 우리 사이의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잖아. 난 워낙 오만한 성격인데 넌 나보다 더 심하잖아. 우리가 싸웠을 때 분위기 풀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평생 이 모양 이 꼴인 거야.”“양동준, 너 정말 나랑 만나고 싶긴 한 거야? 정말 만나고 싶으면 수호 씨 제자로 받아. 그게 싫으면 내일 답변 줘.”서지예가 이런 말을 한 건 솔직히 사심이었다,양동준처럼 뻣뻣한 사람이 살아에 눈 뜨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서지예가 혼자 과몰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서지예
나는 그때 너무 쉽게 동의한 걸 우회했다.하지만 사내대장부라면 뱉은 말은 지켜야 했다. 이미 말했는데 어떻게 쉽게 번복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에 양동준이 제기한 요구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한편 주해진은 가장 강력한 인맥인 사촌형을 내세우면 화인당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줄은 몰랐다.때문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느라 한동안은 화인당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다.나는 휴식 시간에 단련을 견지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이틀 동안 시달리느라 직원들 모두가 기운이 빠져 있었다. 민우 역시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가 휴식하겠다며 말했다.민우와 함께 셋방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한 명은 침대 위에,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바닥에 누워 방문이 열린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 뒤로 얼마나 지났을까? 주선영이 돌아와 피곤함에 찌든 우리를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문 좀 닫아줄래? 나 좀 휴식하고 싶어.”주선영은 고분고분 방문을 닫아 주었다.아래에 누워 있는 민우를 봤더니 어찌나 피곤했는지 바닥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었다.하지만 드르렁거리는 코 고는 소리에 나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마지못해 거실로 나갔다.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던 주선영은 내가 나오자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선배가 여기서 휴식해요. 전 방에 들어가 책 볼게요.”“선영아. 나 침 좀 놔줄 수 있어?”나는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오후에 너무 맹렬히 연습한 탓에 근육이 다쳤는지 아직도 다리가 아팠다.주선영도 의대생이니 침을 놔주고 마사지해주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네, 알았어요.”주선영은 발그스름한 얼굴로 침술 상자를 가져왔다. 보아하니 또 쑥스러운 모양이었다.나는 소파에 편히 엎드려 나른하게 말했다.“왼쪽 다리가 아파. 오후에 운동하느라 근육을 다친 것 같은데, 네가 대신 좀 봐줘.”주선영은 입술을 오므럈디. 어찌나 긴장했는지 가슴이 쿵쾅
이 생각이 들자마자 주선영은 너무 부끄러워 얼굴에 피가 쏠렸다.하지만 비록 부끄러웠지만 아직은 남자 친구가 없으니 나를 연습 상대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선영은 이를 악문 채 내 반바지를 더 위로 올렸다.그러다가 내 팬티가 드러났다.불룩 튀어 올라온 걸 본 순간 주선영은 부끄러웠지만 그와 동시에 남자의 그곳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게다가 그 과정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 알고 싶어졌다.주선영은 심호흡을 하더니 용기를 가지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거의 닿으려는 순간 또 살짝 겁이 났다.가장 주된 원인은 내가 갑자기 깨어나면 너무 어색할까 봐서였다.사실 아까 주선영이 내 다리를 만질 때부터 나는 이미 깨어 있었다.하지만 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주선영이 대체 뭘 할지 보기 위해서.나는 눈을 살짝 떠 작은 틈새 사이로 주선영을 바라봤다. 그랬더니 주선용은 얼굴이 홍당무가 돼서 부끄러워했다.솔직히 한편으로 마음이 조급 해나기도 했다. 만질 테면 얼른 만지지 왜 꾸물대나 하고.나는 바로 깨어나지 않았다. 주선영이 하도 겁쟁이라 내가 깨어나면 놀라 도망칠까 봐.”주선영은 한참 망설이다가 큰 숨을 들이켜더니 또다시 손을 뻗었다.순간 주선영이 참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그곳이 궁금하면 남자 친구를 사귀면 될 텐데, 왜 나를 실험 상대로 사용하나 싶기도 했다.하지만 어쩌겠네? 협조하는 수밖에. 안 그러면 워낙 얇은 주선영의 낯가죽 때문에 앞으로 지내는 것부터가 문제가 된다.나는 눈을 감은 채 계속해서 자는 척했다.사실 나는 주선영한테 사심이 조금도 없다. 애교 누나의 사촌 여동생이라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주선영을 넘보지는 않을 거다.하지만 주선영이 내 몸을 노린다면 나로서도 방법이 없었다.주선영은 입을 오므리고 조심스럽게 내 반바지 안으로 손을 쑥 넣었다.그 과정 내 심장은 미친듯이 쿵쾅거렸다.주선영은 양심이 찔리기 했으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참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하지만 나는 내가 뻔뻔하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면 내가 정말 뻔뻔해지는 거니까.나는 눈을 비비며 이제 막 일어난 것처럼 앉았다가 머리를 탁 쳤다.“아, 기억났어. 내가 자기 전에 다리가 아프다고 침 놔달라고 했었지. 방금 막 깨나서 까먹었어.”“너도 참, 왜 치료하다가 갑자기 사과는 해?”내가 이런 방식으로라도 어색함을 풀자 주선영의 표정은 그제야 편해졌다. 다만 고개를 숙인 채 빨개진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시선은 자꾸만 내 그곳을 향했다.사실 얼마 전까지 룸메이트로 지내던 동기들은 모두 남자 친구를 사귀었지만 유독 그녀만 없었다.게다가 다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아주 황홀하다고 했다.주선영은 예쁜 데다 몸매도 좋다. 하지만 남자 친구가 없어 동기들이 뒤에서 수군댔던 적이 있다.사실 주선영은 남자 친구를 사귀기 싫은 게 아니라 어릴 때 경험 때문에 남자한테 트라우마가 생긴 것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연 데다 가뜩이나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지라 이런 부분에 대해 사실 좀 궁금하기도 했다.특히 나와 가까이했을 때 느껴지는 남성미 때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심장이 쿵쾅거렸다.주선영도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나는 엄연히 말하면 사촌 언니의 남자 친구인데, 어떻게 이런 마음을 품는단 말인가?주선영은 머리가 복잡해 뒤죽박죽이 되었다.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나는 그저 주선영이 부끄러워 말을 못 하나보다 하고 생각했다.“뭘 멍하니 있어? 얼른 침 놔.”나는 슬쩍 귀띔했다.이 상황에 주선영더러 가라고 하면 분위기가 더 어색해질 테니까.주선영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미안한 듯 말했다.“수호 오빠, 미안하지만 그곳 먼저 가라앉히면 안 돼요?”고개를 숙여 봤더니 그곳이 이미 머리를 벌떡 세우고 있었다.나는 얼른 내 몸 위에 담요를 덮었다.“이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이렇게 가릴게.”주선영은 고개를 들어 나를 슬쩍 보더니 또 물었다.“수호 오빠, 아까 분명 잤
호기심 많은 젊은 시절, 남자든 여자든 모두 이성의 몸에 환상을 품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 짓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도 생긴다.그렇지 않으면, 그런 짓을 저지르면 안 되는 시절 사고 치는 어린 친구들이 왜 생겨나겠나?더군다나 주선영의 주변 친구들은 모두 남자 친구가 있어 심심할 때면 항상 남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그렇게 귀동냥으로 알게 된 게 많으니 주선영도 당연히 그 일에 호기심과 동격이 생겼다. 게다가 내가 마침 처음 접한 이성이니, 상대를 나로 가정하고 상상할 수밖에 없다.다만 그러면 안 됐다. 나는 애교 누나 남자 친구고, 주선영은 애교 누나 사촌 여동생이었으니까.여기까지 생각이 마친 주선영은 얼른 피어나는 생각을 부정했다.‘내가 대체 왜 이러지? 왜 언니와 수호 오빠가 헤어지기를 바라고 있지? 어쩜 이렇게 나쁠 수 있지?’주선영은 앞으로 절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그러면 언니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속으로 맹세했다.그에 반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다시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뒤, 나머지 두 방을 끝낸 주선영은 나를 향해 말했다.“수호 오빠, 끝났어요.”“그래. 난 좀 휴식할게. 너도 얼른 들어가.”나는 주선영을 쫓았다. 하지만 어느새 머리가 맑아져 잠이 오지 않았다.핸드폰을 꺼내 든 나는 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보내자니 누나의 아버지한테 발각될까 봐 두려웠고, 형수한테 문자를 보내자니 형수가 집에 돌아갔을까 걱정이 됐다.소여정과 남주 누나도 당연히 안 됐다.결국 고민 끝에 나는 백연우에게 문자를 보냈다.[자요?]백연우는 이내 답장했다.[아니. 지금 바빠.][뭐가 그렇게 바쁜데요?][당연히 일 때문이지. 그러는 넌 왜 갑자기 나한테 문자 했는데? 발정 났어? 여자 생각이 났어?]그 문자를 본 순간 왜 말을 이렇게 직설적으로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결국 나는 색기 가득한 말투로 대답했다.[정말 내 뱃속에 들어갔다 나왔네요.][그럼 우리 학교 올래? 원하
아직 잠이 들지 않았던 주선영은 내가 나가는 문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근질거렸다. 그와 동시에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싶었다.사실 주선영은 그 짓이 그토록 유혹적인지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게, 내가 한밤중에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으니.주선영은 얼마전에 뜬금없이 핸드폰에 떴던 영상이 생각났다. 그때는 분명 그걸 지우려 했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참지 못하고 그 영상을 찾아 재생했다.낯부끄러운 장면에 주선영은 한쪽 눈만 가늘게 뜨고 볼륨도 작게 틀었다. 그녀는 그저 그 짓이 대체 뭐가 좋은지 확인하자는 단순한 마음으로 영상을 재생했다.하지만 한번 보고 나니 새끼 고양이가 간지럽히는 것처럼 마음이 간질거리고 온몸이 불편했다.게다가 그런 영상을 봐서인지 갑자기 너무 하고 싶어졌다.이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다.하지만 주성영은 지금껏 자신을 억제하다가 이제야 천천히 마음을 연 거다. 영상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주선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옷 안으로 제 손을 쑥 넣었다. 그러고는 손을 천히 움직였다.이런 일은 한번 고삐 풀리면 주체할 수 없다. 주선영 역시 그러했다.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나는 아래층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몰고 한의과대학으로 향했다.게다가 가면서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곧 도착해요. 이따 제대로 혼내줄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요.]얼마 뒤 백연우는 나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섹시한 란제리를 입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빨간색에 속이 다 비치는 레이스라 너무 섹시하고 자극적이었다. 심지어 백연우는 섹시한 자세를 하고 있어 사진만 봐도 마음이 근지럭렸다.나는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예뻐요. 엄청 마음에 들어요.][마음에 들면 얼른 와. 누나 기다리느라 목 빠져.]나는 핸드폰을 옆에 던지고 액셀을 밟았다.얼마 뒤 나는 한의과대학에 도착했다.지난번에 백연우 방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어 길은 무척 익숙했다. 게다가 늦은 시각이라 길에 아무도 없어 나는 당당하게 걸어 백연우 방 앞에
심지어 백연우는 속옷을 안 입어 뽀얀 가슴이 발간 옷감에 보일 듯 말 듯 드러나 너무 매혹적이었다.“너무 섹시한 거 아니에요? 전생에 요물이었죠?”나는 참지 못하고 백연우를 와락 껴안았다.백연우는 불여우가 환생한 게 틀림없다. 순간 숙종이 왜 장희빈에게 그토록 반했는지 확 와닿았다.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가 앞에 있으면 내시도 마음이 흔들릴 거다.“대체 어디 숨어 있었어요?”나는 백연우에게 힘껏 뽀뽀하고 지그시 내려다보며 물었다.그러자 백연우는 키득키득 웃었다.“안 알려줄 거야...”“나를 놀리는 거예요? 제대로 혼날 줄 알아요.”나는 백연우를 번쩍 들어 안아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분위기가 적당히 무르익어 당장이라도 그녀를 범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밖애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나는 흠칫 놀라 다급히 물었다.“누구예요?”백연우도 고개를 저었다.“몰라.”곧이어 밖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백 쌤, 괜찮아요?”백연우는 찌푸렸던 미간을 천천히 폈다.“부교장 선생님이셨군요. 저 괜찮아요.”“그래요? 아까 누군가 방에 들어가는 걸 봐서요. 늦은 시간인데 여자 혼자 조심해요.”백연우는 귀찮은 듯 대답했다.“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방에 들어온 사람 없어요. 제가 나갔다가 들어온 거예요.”“괜찮다면 다행이네요. 백 쌤, 제가 긴히 할 말이 있는데 문 좀 열어줄래요?”그 말을 들은 순간 살짝 내려놓았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졌다.백연우는 오히려 차분하고 태연하게 대답했다.“시간도 늦었는데 여자 혼자 사는 방에 들어오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할 얘기 있으면 내일 해요. 지금은 우선 돌아가 주세요.”“하하, 뭐 별 건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요. 그래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창밖에 있던 그림자가 멀어지자 나는 고개를 숙여 백연우를 바라봤다.“너무 놀랐어요.”“무서워할 거 뭐 있어? 정말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을 텐데.”“그래도 상대는 부교장이잖아요. 졸업장도 아직 못 받았는데, 부교장 쌤이 저를 알아보기라도 하면
윤지은은 픽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은 설마 너랑 잔 여자들이 모두 너한테 먼저 들러붙었다는 거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아닌가?애교 누나 외에 내가 먼저 꼬신 사람은 아무도 없다.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내가 신들마저 공분하게 할 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런 말 할 자격은 없다.그때 윤지은이 갑자기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왜? 내 말에 자신감을 잃었어? 솔직히 말하면 너 확실히 잘생겼어. 게다가 선천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뭔가를 지니고 있어.”“그건 돈 주고 산 남자들한테서 찾을 수 없는 거야. 돈 주고 산 건 재미가 없어. 오히려 너처럼 약간 멍청한 게 사람을 더 끌리게 하지.”나는 윤지은이 오늘 밤 좀 달라 보였다. 왠지 자꾸만 나를 꼬시는 것 같았다. 물론 불장난에 휘말릴까 봐 윤지은의 뜻을 마음대로 추측할 수는 없었다.“뜬금없이 웬 칭찬이에요? 쑥스럽게.”나는 이 기회에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그때 윤지은이 내 어깨를 살짝 꼬집었다.“그러니까 잘생긴 게 다는 아니라고. 그냥 하느님이 너한테 운을 몰아준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후회할 짓 하지 마.”윤지은은 마지막 한마디를 하는 순간 살기를 내뿜었다. 그 눈빛과 마주친 순간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그 순간 나는 윤지은이 전에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윤지은은 나더러 자기 친구들을 눈독 들이지 말라고 했다. 가까운 접촉은 더더욱 하지 말고.그렇다면 나와 백연우의 일은 윤지은이 절데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윤지은이 내 가죽을 벗길지도 모르니까.나는 너무 놀라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운전했다.윤지은을 집에 데려다준 뒤 나는 다시 사모님 댁으로 향했다.방금 친구 세 명이 모여 대화를 하는 바람에 나는 옆에서 듣기만 하느라 사장님께 한약관 얘기를 하는 걸 깜빡했다.천수당은 모레면 개업식이라 나는 하루빨리 화인당 일을 사장님께 다시 인수해야 했다.그동안 휠체어만 타고 다녀
백연우는 말하면서 내 엉덩이를 힘껏 주물렀다.이런 여자가 요물이 아니라는 게 말이 안 됐다.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잘 홀리는지.나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이대로 백연우를 안고 싶었다.“그럼 이따 학교 갈 때 배웅해 줄게요.”백연우는 내 턱에 가볍게 입 맞췄다.“이따 봐.”나는 백연우를 놔주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하필이면 윤지은과 마주쳤다.나는 순간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원래는 다정하던 윤지은의 눈빛은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살기를 띠었다.“이젠 내 눈앞에서 이러시겠다? 너 아주 발정 났구나?”“오해예요. 난 그저 잘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려고 온 것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나는 다급히 해명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냉소를 흘렸다.“그래? 그럼 이따 나 집까지 바래다줘.”그건...“왜? 싫어? 백연우를 데려다주고 싶어?”윤지은은 우리의 대화를 들은 것 같았다. 현재로서 윤지은이 나와 백연우 사이를 아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나는 더 이상 윤지은과 관계가 악화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흔쾌히 동의했다.“그래요. 이따 바래다줄게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뒤돌아섰다.윤지은이 떠난 뒤 나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이따 윤지은 씨를 데려다줘야 해서 백 쌤은 데려다주지 못할 것 같아요.”“마음대로 하던가. 난 상관없어.”다행히 백연우와는 대화가 잘 통했다.나는 신속히 화장실에서 나왔다.윤지은과 백연우는 잠시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백연우는 직접 운전해서 떠났고 나는 윤지은을 데려다주기로 했다.윤지은이 조수석에 앉은 순간 늘씬한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뜬금없이 물어왔다.“백연우랑 잔 적 있어?”나는 윤지은이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막막했다.“대체 뭘 묻고 싶은 거예요?”나는 양심이 찔려 대뜸 물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차갑게 노려봤다.“내 질문에 대답해. 다른 쓸데없는 질문하지 말고
유미 사모님과 윤지은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놀라움을 표했다.백연우는 네 명 중에서 자유를 가장 좋아하고 구속받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약혼하고 결혼까지 하겠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윤지은은 잠깐 침묵하다가 또다시 설득했다.“나는 네가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너 정말 자유를 완전히 포기할 수 있어?”“내가 언제 자유를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했어? 우리 이미 합의했어. 결혼하면 각자 놀고 싶은 대로 놀기로. 승진도 하고 내가 얻고 싶은 것도 얻고,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아니야?”그 말에 유미 사모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난 영 미덥지 못한 것 같은데? 설마 너한테 사기 치는 거 아니야? 연우야, 잘 생각해 봐.”백연우는 다리를 꼰 채 소파에 등을 기댔다.“생각할 것도 없어. 내가 평생 바라는 게 딱 두 가지야. 바로 사업과 남자. 총장 아들 잘생겼어. 피부도 하얗고 점잖은 게 딱 내 스타일이야. 게다가 그런 남자가 내 승진을 도와줄 수 있다는 데 내가 땡잡은 거지.”윤지은은 아주 냉정하게 분석했다.“너도 방금 말했잖아.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고.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어? 너 그 사람 제대로 알아봐. 두 사람 결혼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나도 알아. 내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우리 함께 모인 것도 오랜만인데 같이 한잔해.”백연우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유미 사모님과 윤지은은 더 설득하려는 모습이었지만 백연우는 두 사람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러다가 백연우가 화장실을 갈 때 나도 조용히 뒤따랐다.“정말 결혼해요?”“응.”백연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이에 나는 바로 경고했다.“나도 백 쌤 말리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은 씨와 사모님 말도 맞잖아요. 결혼은 작은 일이 아니에요. 신중하게 고려하세요.”백연우는 립스틱을 덧바르면서 아를 향해 눈웃음을 날렸다.“내가 결혼한다니까 아쉬워? 결혼하면 너랑 안 놀아줄까 봐?”“솔직히 아쉬운 것도 맞아요. 하지만 백
“두 분 모두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한번 시도해 볼게요.”“그럼 부탁드릴게요.”“우선 집에 바래다 드릴게요.”나는 대리를 불러 두 분을 집까지 모셔다드렸다.이다연은 어느새 집에 돌아왔는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 거실 소파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오는 걸 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 제 방으로 들어가 쾅, 하고 방문을 닫아버렸다.이 선생님은 그 순간 욱해서 욕지거리를 퍼부으려고 했지만 이 사모님이 제때 말렸다.이 사모님은 이다예의 연락처를 나한테 몰래 건네주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해달라고 부탁했다.나는 그 연락처를 저장한 뒤 이 선생님을 위로하다가 이내 집을 나섰다.나는 사모님 댁에 들러 사잔님과 화인당 및 천수당에 관한 일을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 이다연에 관한 일은 나중에 시간 날 때 제대로 대화해 보면 되니까.내가 사모님 댁에 도착했을 때 집에 윤지은과 백연우도 와 있었다.두 사람은 일 때문에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가 일이 끝난 뒤 바로 달려온 모양이었다.두 사람 모두 유미 사모님과 친한 사이라 고가의 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다.“여정이 자리에 없는 게 아쉽네. 안 그러면 우리 넷이 또 모일 수 있을 텐데.”백연우는 소여정을 언급하며 아쉬워했다.임천호가 강북에 온 뒤로 소여정은 친구들과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때문에 그녀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때 윤지은은 여전히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잘 지내고 있을 거야. 임천호가 걔를 얼마나 이뻐하는데. 이제는 임천호 아이까지 낳겠다고 나섰으니 임천호가 푸대접하지 않을 건 아니야.”그 말에 백연우가 혀를 끌끌 찼다.“이것 봐. 여정이 곁에 있을 때는 그렇게 투덕대더니, 없으니까 또 걱정하네.”“누가 걱정했다고 그래? 나는 단지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윤지은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인정하지 않았다.그때 백연우가 싱긋 웃으며 윤지은의 팔짱을 꼈다.“이제는 그만 인정해. 우리가 안 지 몇 년인데 누가 어
그날 임민수 내외는 모든 사람을 불러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나에게 술까지 권했다. 그 모습은 살짝 의외였다.“수호 군, 우리 호섭이가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건 자네 공이 커. 자, 내가 한 잔 권하지.”임민수의 말에 나는 얼른 뚝딱거리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어르신, 별말씀을요.”나는 솔직히 임민수가 나에게 술을 권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때 한영심도 잇따라 일어났다.“정 선생, 나도 한 잔 권하네.”“아닙니다, 어르신.”임민수 내외의 존경을 받게 되어 나는 정말 감개무량했다.심지어 유미 사모님마저 직접 나에게 술을 권했다.“수호 씨, 나도 한 잔 올려요.”“사모님, 저만 마실 테니 사모님은 마시지 마세요.”사모님은 아직 사장님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나는 살짝 걱정되었다.그런데 사모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나도 딱 한 잔만 마실 거예요. 우리 호섭 씨가 이렇게 회복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수호 씨 덕분이에요. 호섭 씨는 아직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내가 대신 마실게요. 그러니 절대 사양하지 마요.”사모님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술잔을 들어 올려 사모님의 잔과 부딪혔다.식사 분위기는 매우 화목하고 화기애애했으며 전에 있던 안 좋은 일은 모두 털어버렸다.임민수는 어찌나 기뻤는지 취할 때까지 술잔을 놓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두 어르신을 집으로 모셔 드리겠다고 하니 기어코 필요 없다며 대리까지 불렀다.술을 마시지 않은 한지영은 봉섭 할아버지와 함께 떠났고, 이 선생님은 기분이 안 좋아 살짝 술을 들이켜더니 또 이다연을 꾸짖었다. 결국 이다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버렸고, 그 때문에 이 선생님은 또 한바탕 화를 냈다.사장님은 나더러 저와 사모님을 상관하지 말라며 대리를 부르고는, 나더러 이 선생님 가족을 데려다주라고 부탁했다.차에 올라탄 순간, 이 선생님은 결국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셨다.나이도 드신 분이 서럽게 펑펑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
그러자 이 사모님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왜 또 그래요? 오늘은 욕하지 않기로 했잖아요.”“하는 짓을 봐.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가정교육 잘못시킨 줄 알 거 아니야. 이럴 줄 알았으면 데려오지 말 걸 그랬어. 당신도 참, 애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왜 계속 애 편을 들어?”이 선생님은 어찌나 화가 났는지 눈까지 부릅뜨며 핏대를 세웠다.그 모습에 이 사모님분은 한숨을 푹 쉬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나도 솔직히 이다연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다연 외에 한지영도 자리했다. 물론 봉섭 할아버지와 함께.가족 중에 나와 한지영만 젊은 축에 속했다.한지영은 다른 사람과 할 얘기가 없으니 자꾸만 나를 따라다녔다.“또 만났네요? 요즘 뭐 해요?”내가 한지영에 대한 첫인상은 더욱 꽝이었다. 한지영은 큰소리만 치고 과시하기를 좋아하며 곧 죽어도 체면이 제일 중요한 부류였다.때문에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한의관 일 때문에 바빠요.”“한의관은 돈 많이 벌어요? 많이 벌지 못하면 나랑 같이 영화 찍어요.”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한지영을 째려봤다. ‘본인은 행인 1도 못하면서 무슨 수로 나랑 같이 찍자는 거지?’나는 더 이상 한지영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할아버지, 제가 도와드릴게요.”나는 일부러 일을 찾아 했다.봉섭 할아버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 옆에서 할아버지께 침을 건네는가 하면 소독을 도와드렸다.사장님은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몇 차례의 치료를 받고 나니 혈색이 많이 좋아졌다.치료 과정은 매우 순탄했다. 이건 모두 봉섭 할아버지의 뛰어난 의술 덕분이었다.그 덕에 나도 옆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치료가 끝난 뒤 봉섭할아버지는 사장님 가족들에게 말했다.“이제 치료는 다 끝났으니 병세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5년 정도는 재발하지 않을 겁니다.”그 말에 두 어르신은 감격에 겨워 봉섭 할아버지의 손을 덥석 잡았다.“선생님, 우리 사위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고아연이 찍은 영상은 확실히 재밌었으니까. 팬이 이렇게 많은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다만 댓글은 죄다 침을 흘리는 이모티콘이거나 내 친구가 이 영상을 보고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유형의 댓글이었다.고아연은 남자만 찍는 게 아니라 여자가 나오는 여상도 아름답고 우아하면서 매력이 넘치게 잘 찍었다.전에는 고아연한테 이런 재능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말이다.내가 한창 영상을 보고 있을 때 고아연이 갑자기 문을 열고 내 방에 들어왔다.나는 깜짝 놀라 얼른 핸드폰을 숨겼다.“왜 왔어요? 노크는 왜 안 하는데요?”“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고아연은 오히려 삐진 듯 되물었다.이에 나는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무슨 일인데요?”고아연은 나한테로 걸어오더니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혹시 잘생긴 남자 아는 사람 있어? 있으면 나 좀 소개해 줘.”“왜요?”“왜긴? 당연히 영상 찍으려고 그러지. 내가 설마 그 남자들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고아연은 화가 난 듯 나를 째려봤다.나는 나 하나로도 모자라 또 더 찾아달라는 건가 싶어 순간 화가 나서 말했다.“없어요.”“정말 없어? 아니면 소개해 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정말 없어요?”“누굴 속이려 들어? 너의 가게에 잘생긴 사람들이 많다던데. 소개해 주기 싫으면 내가 나중에 직접 찾아가면 그만이지.”“마음대로 해요.”나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쓰라렸다.“그래. 그럼 내일 찾아갈게.”고아연은 말을 마친 뒤 이내 방을 나갔다.나는 처음에 고아연이 밀당하는 건가 싶었는데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 고아연은 정말 나한테 잘생긴 남자를 소개해달라고 내 방까지 쳐들어온 거였다.나도 여자들한테 인기 꽤 많은 남자인데 고아연처럼 나를 꼬시지도 않고 아예 무시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사람은 참 이상한 게, 분명 상대와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서 상대가 무시하면 오히려 괴로워지고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내가 지금 그랬다. 때문에 나는 마음을 가다듬은 뒤 이불을 뒤집어쓰고
“두 사람은 거기서 씰룩거리고 나는 혼자 카메라나 들고 있으라고? 미친 거 아니야?”“그렇게 싫으면 언니도 끼던가.”고아연은 고수연까지 초대했다.그 순간 고수연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대했다.“셋이 같이 찍어도 돼? 이상하지 않을까?”“이상할 거 뭐 있어? 청순하고, 섹시하고, 야성미 넘치고. 이거야말로 관중들이 원하는 거 아니겠어? 할래?”“그럼 카메라는 어쩌고?”고아연은 두말없이 핸드폰을 들어 거치대 위에 고정했다.“언니, 그런 옷은 안 돼. 좀 노출이 있는 옷을 입어.”고수연은 가정주부라 평소에 치장도 하지 않고 보수적이었다.결국 고아연이 나서서 형수의 옷 한 벌을 골라주었다.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고수연은 확실히 색다른 분위기를 풍겼다.모든 준비가 끝난 뒤 고아연은 우리에게 춤 한 구간을 알려주었고 그걸 함께 연습한 뒤 정식 촬영을 시작했다.음악이 울리자 나는 고씨 자매와 함께 춤을 추며 걸어 나왔고, ‘풀어’라는 단어가 들릴 때 두 자매가 양옆에서 내 옷을 벗기며 탄탄한 복근을 공개했다.촬영이 끝난 뒤 고아연은 바로 편집했다.나도 최종 영상이 궁금해 서둘러 자리를 뜨지 않았다.한참 뒤 고아연은 우리에게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었다.그런데 남자인 내가 봐도 영상이 꽤 멋있었다.고수연은 나보다도 눈을 더 크게 뜨고 입꼬리를 씰룩씰룩 끌어 올렸다.“아연아, 너 평소 이런 영상만 촬영해?”나는 그제야 고아연이 SNS 스타라 평소 자기가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을 여러 플랫폼에 올린다는 걸 알았다.나는 몰래 고아연의 계정을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몰래 구독했다.고아연의 계정은 팔로워 수가 엄청났고 영상 하나당 좋아요가 만 개가 넘었으며 댓글도 수천 개가 달렸다.그리고 한 가지 예외 없었던 건, 고아연이 올린 영상은 모두 여러 가지 젊고 잘생긴 미남들이라는 거였다.게다가 모두 상반신을 노출한 모습이었고 한 번도 중복된 적이 없었다.그걸 보다 보니 나는 문득 고아연이 부러웠고 이 많은 남자들이 어떻게 고아연
내가 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갈아입으려고 할 때 고아연이 갑자기 내 앞을 막아섰다.“거실에서 갈아입어.”“뭔가 음모가 있죠?”고아연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이렇게 잘생긴 얼굴에 몸매 좋은 남자를 보기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 솔직히 말할게. 내가 좀 남색을 많이 밝혀.”나는 색을 밝힌다는 걸 이렇게 대놓고 인정하는 여자는 처음 봤다.“그래도 안 돼요. 난 형수 거예요.”나는 농담조로 말하고는 얼른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몸에 걸친 섹시하고도 색기 넘치는 옷을 보니 나는 저도 모르게 소여정이 나더러 비슷한 옷을 입으라고 했던 때가 떠올랐다.보아하니 여자도 색을 밝히는 모양이다. 그것도 남자 못지않게.내가 문을 열고 방을 나선 순간 고아연은 노골적인 눈빛을 숨길 생각도 없는지 나를 진득하게 바라봤다.“쯧쯧. 역시 젊고 잘생긴 데다 소년미까지 넘치네. 이래서 언니가 그렇게 좋아하던 거였구나. 저녁에 이런 남자를 안고 잠들면 자다가도 웃으면서 일어나겠네. 자, 누나도 한번 안아보자.”고아연은 노골적으로 나를 더듬거렸다.나는 너무 놀라 다급히 고아연을 막았다.“옷만 입어보면 된다면서요? 다른 짓 하지 마요.”고수연도 옆에서 질투하는 듯 말했다.“아연아, 큰 언니 아직 혼수상태인데 네가 이렇게 언니 남자를 만져 대면 나중에 언니 얼굴 어떻게 보려고 그래?”“어쩔 수 없지. 미색이 유혹하면 난 남편도 배신할 사람인데 도덕을 어기는 게 뭔 대수야?”문제는 이 말이 고아연 입에서 나오니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척 어울렸다.고아연은 워낙 색을 밝히는 체질이라 그런지 아무리 이런 말을 해도 충격적이지 않았다.나는 두 사람이 나를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옷은 문제없어요. 저는 이만 갈아입고 나올게요.”말을 마친 뒤 나는 곧장 내 방으로 향했다.그때 고아연이 다급히 나를 잡아끌었다.“잠깐만. 영상 좀 찍을게.”“무슨 영상이요?”“내가 보여줄게.”고아연은 내 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