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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작가: 은광수
[이미 결심했다는데, 강요할 수는 없죠.]

나는 형수한테 미안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형수, 제가 최대한 진동성 마음 형수한테로 되돌려 놓을게요.”

[그 인간이 어떻게 하든 이젠 상관없어요. 난 고수연과 달라요. 고수연은 남자한테 의지해 살지만, 난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진동성과 서로 사생활 터치하지 않고, 생활은 같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지금 이렇게 사는 부부들 많잖아요.]

나는 여전히 시름 놓을 수 없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수, 혹시 다른 남자 만날 거예요?”

형수는 내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 피식 웃었다.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없다면서 내가 밖에서 젊고 잘생긴 남자 만나는 것도 안 돼요? 욕심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에요?]

“형수, 정말 젊고 잘생긴 남자 만나려고요?

형수의 말을 들으니 나는 너무 아쉬웠다. 심지어 질투까지 났다.

사실 나는 형수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게 싫었다.

하지만 형수는 내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

[진동성이 뭘 하든 상관없다고, 평생 혼자 외롭게 살면 나만 손해 아닌가요? 그리고 이 나이 여자들은 남자 사랑이 없으면 빨리 늙어요.]

[수호 씨도 이제 결정 내렸으니, 앞으로 나 상관하면 안 되죠. 나도 수요가 있는데.]

나는 형수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형수는 나더러 우선 지낼 곳을 알아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고수연한테 상황 설명을 잘할 테니 좋기는 동생네 집에 묵으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은 뒤, 내 기분은 조금 이상했다.

사실 형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었다. 하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은 워낙 이렇게 욕심이 많다.

이것도 가지고 싶고, 저것도 가지고 싶고.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기에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형수는 나 혼자만의 소유가 아니야. 내가 무슨 자격으로 형수의 자유를 제한해? 형수가 행복해지면 좋은 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차를 몰고 그 동네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살 곳을 찾았다.

환경이 괜찮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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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 올라탄 나는 오늘 일이 있어 사모님 댁에 가지 못한다고 전화로 얘기했다. 그러고는 곧장 월세방으로 향했다.내 모습을 본 민우는 너무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수호야, 너 무슨 일 있었어?”“선배, 왜 이래요?’인기척에 깨어난 주선영도 피범벅이 된 나를 보고 놀랐는지 눈물을 터뜨렸다.“임천호 경호원한테 칼빵 맞았어. 하지만 내가 확인해 본 바로는 괜찮아. 뼈를 다친 건 아니야. 민우야, 내 방에 구급상자 있으니까 네가 나 좀 도와줘.”민우는 곧바로 내 방에 들어가 구급상자를 가져오더니 신속히 내 상처를 치료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칼이 뼈까지 찌른 게 아니고 살만 찢은 거라 며칠 휴식하면 나을 수 있었다. 발목 역시 살짝 삔 거라 며칠 휴식하면 바로 회복할 수 있었다.오히려 정태곤이 나 때문에 고자가 될 뻔해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남은 평생 남자로서의 행복을 잃을 수 있었다.그렇게 따지고 보면 내가 정태곤을 이긴 셈이었다. 그걸 생각하니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다시는 날 등신 취급하나 보자.’“선배, 이렇게 다쳤으면서 웃음이 나와요?”옆에서 민우를 도와주던 주선영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아프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자랑스러웠고 성취감이 들었다.“괜찮아. 별거 아니야.”나는 이제야 학창 시절 깡패들과 어울려 다니며 센 척하던 남자애들 마음이 이해됐다. 순진하고 풋풋한 여자애들한테 이렇게 남자들의 이런 마초적인 모습이 큰 매력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이 순간 나도 그걸 약간 실감했다.특히 나를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주선영을 보니 은근히 만족감이 들었다.오늘의 내 모습은 비록 소여정 같은 여자한테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주선영처럼 순진한 어린애한테는 무척 대단해 보일 거다.나는 주선영의 눈빛을 은근히 즐겼다. 나를 우러러보는 눈빛도, 걱정하는 눈빛도 모두.주선영이 이토록 예쁘고 귀엽게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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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귀신이 되어서라도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는 이를 악문 채로 어깨에 찔렸던 칼을 뽑았다. 정태곤은 그 순간 멍해졌다. 아마도 내가 아직 버티고 있을 줄 몰랐던 모양이다.나는 정태곤이 넋을 잃은 사이, 놈의 머리를 내 머리로 박아버렸다. 다음 순간 정태곤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렸다.정태곤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면서 꽉 잡고 있던 발을 놔주었고 칼도 떨어뜨렸다.이 방법이 효과가 있어 나는 또 머리로 정태곤을 들이받았다.정태곤은 이미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버렸다. 보아하니 코뼈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상태도 좋지만은 않았다. 나는 이마와 팔, 그리고 발목까지 아팠다.하지만 나는 사냥 본능이 깨어난 맹수처럼 눈앞의 놈을 갈가리 찢어발길 생각뿐이었다.내가 연속적으로 머리를 박아대자 정태곤은 끝내 나를 밀어냈다. 그는 피범벅이 된 제 얼굴을 닦아내며 나를 노려봤다.“뒤지려고!”정태곤은 짤막한 한마디를 내뱉으면서 허리를 숙여 칼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나는 정태곤보다 빨리 달려가 칼을 발로 차버렸다.내가 칼을 차버린 모습에 화가 난 정태곤은 피범벅이 된 얼굴을 신경 쓸 새도 없이 주먹을 그러쥔 채로 나한테 덮쳐 들었다.어두운 등불 아래에서 정태곤이 피범벅이 된 채 사람을 죽일 것처럼 달려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섬뜩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설레고 흥분되었다.나도 정태곤을 반격할 힘도 없이 몰아붙였으니, 내가 완전히 쓸모가 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나는 순간 미치기라도 했는지 큰 소리로 웃으며 정태곤과 몸싸움을 벌였다.나는 한동안 내 힘을 폭증할 수 있는 혈 자리를 눌렀다.그 덕에 한동안은 정태곤과 비등비등한 수준으로 치고받았다.하지만 정태곤이 비겁하게 내가 다친 곳만 골라서 차는 바람에 너무 아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개자식, 감히 이런 비겁한 수를 써? 누구는 뭐 못 할 줄 알고?’놈이 내 상처만 노린다면 나는 또 놈의 거시기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결국 나는 또다시 정태곤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7화

    “나 몰아세우지 마. 나를 몰아세우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정태곤이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면 나도 절대 놓아줄 수 없었다. 그대로 풀어주면 오히려 나한테는 후환을 남기는 거나 다름없으니까.정태곤이 갑자기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경멸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그래? 뭐 나를 죽이기라도 하려고?”나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있고 정태곤은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 터라, 놈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마치 버러지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놈의 눈에 나는 버러지와 다름없었다. 그것도 아주 귀찮고 짜증 나는 버러지. 때문에 오늘 나를 살려둘지라도 언젠가는 죽일 거다.나는 정태곤의 태도에서 놈이 나를 언젠가 죽일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 사실을 안 순간 나는 몹시 당황했다. 때문에 다시 곰곰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태곤이 만약 내 협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놈을 고자로 만들어야 하나 하고.“해 봐. 기회 줄 테니까 나를 죽여 봐.”정태곤의 말은 나에게는 적나라한 조롱이나 다름없었다. 정태곤은 나한테 기회를 줘도 내가 저를 죽이지 못 할 거라고 확신했다.그 순간 내 마음속에는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나는 결국 손을 떼고 정태곤처럼 꼿꼿이 허리를 폈다.나는 내가 진짜 그렇게 보잘것없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내가 버러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남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라고 왜 못 하겠나 하는 오기마저 생겼다.‘솔직히 따지고 보면 내가 정태곤보다 부족한 게 뭔데? 똑같이 팔 두 개, 다리 두 개 달린 사람인데, 내가 왜 정태곤보다 못해?’순간 내 안에 있던 불복하는 정신이 정태곤에 의해 자극되었다.정태곤은 내가 손을 놓은 순간 다시 날카로운 눈빛을 내뿜더니 당장이라도 나를 덮치려는 하이에나처럼 굴었다. 마치 나한테 달려들어 나를 갈가리 찢어놓을 것처럼.정태곤은 허리를 숙여 칼을 집어 들더니 그것으로 차를 두드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그 순간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태곤은 안 그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6화

    정태곤은 이를 악문 채 빨갛게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너 뒤졌어!”“난 죽더라도 네 놈을 끌고 죽을 거야.”나는 두려움이 뭔지 완전히 잊어버렸다. 두려움이 극에 달할 때는 오히려 두려움이 사라지는 모양이었다.나는 정태곤의 가운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그러자 정태곤은 끝내 비명을 질렀다.“아!”꽉 잡은 것만으로는 부족한 듯해, 나는 힘을 주어 세게 꼬집었다.이곳은 남자한테 가장 중요하고 치명적인 곳이다. 나도 내 능력이 부족한 걸 알기에 이런 방법으로 놈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정태곤은 갑자기 내 머리채를 잡았다. 그 순간 두피가 찢겨 나가는 듯했다.“놔!”정태곤은 나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면서 내 머리채를 얼마나 잡아당겼는지 내 얼굴 피부마저 위로 당겨졌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고 더 힘을 꽉 주었다.나는 이 순간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혼자 고립된 것도 모자라 희망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내 머릿속에는 단지 너무 추하게만 죽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물론 살 수 있다면 땡큐겠지만. 나와 정태곤은 그대로 한참을 대치했다. 그러다가 정태곤이 끝내 참지 못하고 먼저 조건을 내걸었다.“그 손 놓으면 너 그냥 보내줄게.”나는 놈이 먼저 협상해 올 줄은 몰랐다. 이번 승리는 나한테 너무 뜻밖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오히려 이를 악문 채 버럭 소리쳤다.“싫어.”정태곤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바라봤다.“이 자식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어?”“놓든 안 놓든 난 어차피 죽을 건데, 내가 왜 놔야 해? 난 죽더라도 네놈을 고자로 만들고 죽을 거야.”나는 나사 풀린 놈처럼 정태곤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정태곤은 발버둥 쳤지만 움직일수록 고통이 전해져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는 지금 나한테 완전히 휘둘리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협상해 왔다.“오늘 밤은 안 죽일게.”“꺼져!”“정수호, 젠장. 내 한계에 도전하지 마.”정태곤은 또다시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5화

    칼을 쥐고 있던 내 손은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렇다면 앞으로 치료해 주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 왜 꼭 죽이려 드는 건데?”“네놈이 거슬리니까.”나는 그 이유에 너무 놀라 멍해졌다.‘사람이 거슬린다고 죽이려 든다고?’‘고작 임천호의 개인 정태곤도 사람 목숨을 벌레 보듯 하는데, 임천호는 어떨까?’나는 더 이상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순간 이게 임천호도 묵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그렇다는 건 소여정이 나를 다시 찾아온 순간, 내 목숨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다만 그동안은 내가 소여정과 접촉하지 않아 죽일 이유가 없었을 뿐.하지만 오늘, 내가 소여정의 몸에 손을 대는 걸 정태곤이 직접 봤으니 죽일 이유는 충분해졌다.나는 놀랍게도 소여정을 원망하는 대신 불쌍한 내 운명을 탓했다.그동안 소여정을 피하면서 선을 넘지 않으려고 그렇게 최선을 다했건만, 저승사자는 끝내 나를 찾아왔다.결국 나와 소여정은 같은 사람이었다. 모두 자기 운명을 제 마음대로 좌우지하지 못하는 사람.“다시 한번 말할게. 칼 이리 내.”정태곤은 손을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그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대담한 질문을 내던졌다.“날 어떻게 죽일 건데?”“토막 내서.”정태곤은 소름 끼치는 대답을 했다.‘나를 토막 내겠다면서 칼을 내놓으라고?’나는 벌레가 아니라 가만히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다.나는 정태곤의 얼굴을 빤하 바라봤다.예전 같았다면 정태곤의 얼굴을 보기 두려워했을 거다. 특히 정태곤의 두 눈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오싹했으니까.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놈의 두 눈을 빤히 쳐다봤다.나는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죽는 걸 두려워하던 나약한 나를 이겨냈다.나는 이를 악문 채로 버럭 소리쳤다.“싫어!”정태곤은 내 대답에 살짝 놀란 듯했다. 내가 저한테 감히 이렇게 높은 소리로 말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는 이내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러면 네 사지를 하나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4화

    정태곤은 매섭고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등신. 고작 한 대 맞은 거로 못 견디겠어? 이런 주제에 여정 아가씨 눈길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정태곤은 워낙 변태 같은 놈이라 이 상황에 살려달라고 빌면 더 심하게 괴롭힐 게 분명했다.게다가 이 상황에서 믿을 건 오직 나 자신뿐이었다.그동안 일부러 소여정을 피한 건 임천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함이었는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 봤자 닥칠 미래는 결국 닥치고 말았다.이건 나더러 재난을 겪어 보라는 운명의 장난 같았다.피할 수 없다면 마주하는 수밖에. 나는 그동안 찌질하고 겁 많았던 게 아니다. 그저 번거로운 일에 연루되기 싫었을 뿐이지. 하지만 진짜 일이 닥치면 나도 등을 곧게 펴고 용감히 맞설 수 있다.나는 손을 꽉 그러쥐고 정태곤이 방심한 틈을 타 놈의 관자놀이를 세게 가격했다.관자놀이는 머리 중에서 가장 취약한 혈 자리다. 심지어 한 번에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물론 내 실력으로 정태곤을 일격에 죽일 순 없었지만, 적어도 방금 당한 걸 그대로 돌려주었다.관자놀이를 맞은 정태곤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잠깐 의식을 잃었다.나는 그 틈에 정태곤의 칼을 빼앗아 신속히 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정태곤의 속도가 나보다 훨씬 빠른 걸 알기에 도망치면 잡힐 게 뻔했으니까.나는 그저 두 손으로 칼을 꼭 쥔 채 싸늘한 눈빛으로 정태곤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먼저 공격해 정태곤을 죽여야 하나 생각했다.하지만 사람을 살려야 하는 손으로 사람을 죽이자니 도무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정태곤은 머리를 문지르며 차에서 내렸다. 놈의 눈은 이미 빨갛게 핏발이 서 있었다. 심지어 나를 보는 눈빛은 더 날카롭고 독기가 차 넘쳤다.“감히 나를 때려? 등신 주제에 감히 나를? 칼 이리 내.”정태곤은 명령조로 말했다. 놈의 눈에 나는 반항도 못 하는 벌레인 듯했다. 그가 칼을 내놓으라고 명령하면 군말 없이 내놓을 정도로 나약한. 그러면 놈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3화

    “너 솔직하게 말해. 대체 무슨 일이야?”소여정은 절대 아무 일 없이 약속을 잡고 커피나 마시며 수다를 떨 사람이 아니다.이건 마치 일부러 회포를 풀면서 뒷일을 맡기는 것만 같았다.여러 가지 추측이 머리를 내밀어 윤지은은 너무 초조했다.윤지은은 소여정한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비록 평소에 소여정을 경멸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소여정한테 일이 생기는 건 절대 바라지 않는다.다만 두 사람 모두 고집이 세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살갑게 말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었다.“나한테 무슨 일이 있다고 그래? 나 임천호 애 낳을 생각이야. 애가 생기고 내 지위가 안정되면 앞으로의 생활도 분명 점점 좋아질 거야.”소여정은 말하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그 모습은 윤지은의 눈에 일부러 찔리는 마음을 숨기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윤지은은 너무 불안했지만 소여정이 끝까지 사실을 털어놓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한편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나는 퇴근하자마자 사장님의 차를 몰고 사장님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하지만 차에 오른 순간 자꾸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그게 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어 생각을 뒤로한 채 시동을 걸었다.차가 한참 동안 달렸을 때, 내 목덜미에 갑자기 차가운 칼날이 닿았다.그 순간 나는 흠칫 놀라 얼어붙었다.곧이어 정태곤의 싸늘한 말소리가 들려왔다.“길옆에 차 세워.”나는 고개를 숙여 칼을 확인했다. 강철로 만들어진 칼이라 제대로 찌르면 뼈까지 부러질 수 있었다.‘이런 칼을 내 목에 겨누다니, 정말 날 죽일 작정인가?’나는 아까부터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게 못내 후회되었다.그때 만약 도망쳤더라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나는 마지못해 차를 길가에 세웠다.“뭐 하자는 거야?”나는 가슴이 벌렁거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정태곤은 한 손으로 내 목을 잡고 칼을 쥔 다른 손을 내 목에 눌렀다. 그 순간 칼날이 피부를 찢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져 나는 다급히 귀띔했다.“조심해. 이러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2화

    바쁜 업무를 모두 끝낸 뒤에야 나는 윤지은이 당부한 일이 생각났다.윤지은이 일부러 이런 방식으로 나를 겁주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친해진 사이인지라 부탁하는 걸 안 도울 수는 없었다.하지만 나는 윤지은한테 전화해 불만을 토로했다.“일을 부탁하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면 될 것이지 왜 서예지 씨와 동준 형님을 보내 겁을 줘요? 직접 부탁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어요?”윤지은이 평소에 하도 도도하게 굴어 나는 그녀의 기를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윤지은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왜? 내가 겁만 주는 것 같아? 내가 정말 양동준더러 수호 씨를 어떻게 하라고 하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나는 피식 웃었다.“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은 씨는 원래 안 그럴 거잖아요.”[그럼 지금 당장 양동준더러 네 팔 부러뜨리라고 할까?]“그러면 재미없죠. 우리 이미 친한 사이인데, 좀 좋게 좋게 얘기할 수는 없어요?”[없어.]‘윤지은, 내가 언젠간 너를 내 앞에 무릎 꿇고 빌게 할 거야.’[다른 용건 있어? 없으면 끊을게.]윤지은은 내가 마치 본인한테 돈이라도 빚진 것처럼 찬 바람이 쌩쌩 부는 태도였다.나도 더 이상 빈정대는 말을 들어주기 싫어 전화를 끊어버렸다.나는 나중에 따로 방법을 대 윤해철과 만날 생각이었다. 윤해철의 몸을 치료해 주면 다른 사람이 옆에서 부추기지 않아도 윤해철이 직접 아내를 집에 데려오려고 안달복달할 테니까....카페 안.윤지은은 차가운 얼굴로 소여정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천천히 내려놨다.“야심한 밤에 왜 불러내고 그래?”소여정은 싱긋 웃으며 제 앞에 있는 친구를 바라봤다.“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해? 친구끼리 마주 앉아 수다 떨면서 커피 한잔하는 것도 안 돼?”그 말을 들은 윤지은의 눈은 휘둥그레졌다.“너랑 내가?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신다고? 너 무슨 생각 하는 거야?”“안돼? 학교 다닐 때 우리 사이가 제일 좋았잖아. 같은 이불 덮고 자기도 하고.”소여정의 말은 사실이었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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