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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0화

Author: 유애
후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아무런 의심 없이 만두의 말을 믿어버렸다. 너무 진지하고 성실하게 말한 만두의 모습에서는 거짓말의 흔적을 조금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문호는 원경릉 앞에서 그 진위를 추궁했다.

그러자 만두가 웃으며 답했다.

“아바마마, 어찌 진짜겠습니까? 태백조부께서 어찌 그저 제 혼사만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시겠어요? 조부님께서도 중매쟁이 같은 일을 제일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깜짝 놀랐잖느냐!”

우문호는 그제서야 웃으며 만두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녀석, 조회에서 거짓을 고하다니, 다시는 하면 안 된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문호의 눈빛에는 기쁨과 기특함이 가득했다.

떼론 융통성이 있어야 똑똑한 사람이다.

만두가 답했다.

“이 일은 태백조부님을 핑계로 삼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조부님은 늘 신출귀몰하시니, 찾기도 어려울 테고, 설령 물어본다고 해도, 그분이 얼마나 영리하신데요? 분명히 저를 도와 변명해 주실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 탈 없이 스무 살까지 지낼 수 있었다. 스무 살이 되어, 혼인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그때 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황제야 말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태자는 얼마든지 거짓말을 해도 되는 법이니 말이다.

아무리 거짓말이여도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거짓말이라면 별문제 없을 것이다.

“늑대는 너와 함께 안 온 것이냐?”

원경릉이 물었다.

“대체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계속 산으로 올라갑니다.”

만두가 웃으며 어머니의 어깨를 감쌌다.

“허기가 집니다. 고기를 먹고 싶어요. 아주 많이요!”

“군에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한 것이냐?”

원경릉이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바마마께서 병사들을 절대 홀대하지 않으시니, 군 식사는 아주 좋아졌습니다. 다만 제가 요즘 너무 많이 먹습니다.”

만두는 한창 클 시기였는데, 매일 체력 훈련도 많아 매번 배를 고파했다.

“좋아, 목여 태감에게 음식 좀 준비하라고 시키마.”

우문호도 그런 시기를 겪어봤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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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째는 오늘 밤 술을 꽤 많이 마셨다.그는 이들 중 가장 기쁜 사람이었다. 다들 밖으로 자유로이 나갈 수 있었지만, 그는 계속 궁에 갇혀 있어야 했고, 가끔 가족을 만나러 가고,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힘들어, 괴로웠었기 때문이다.이리 나리도 술에 취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공주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이 잠깐 마주쳤고, 공주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술… 좀 줄이시오!”그 말에 이리 나리는 바로 술잔을 내려놓았다.안왕과 안왕비 또한 오랜만에 만나 더욱 애틋한듯 술을 많이 마셨다. 살짝 그을린 피부에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안왕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우문호에게 술잔을 건네며 말했다.“폐하, 술 한잔 올립니다!”그 말에 모두가 놀랐다.안왕이 폐하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지만, 존칭을 사용했다는 점은 다소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심히 취한 듯, 일어나서 비틀거려 술잔의 술이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취기가 오른 눈빛으로 우문호를 바라보았다.단번에 술잔 속 술을 다 마신 후, 술잔을 내려놓고 자기 뺨을 세게 내리쳤다.“예전에 저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살고 싶습니다.”모두가 넋을 잃고 말았다.왜 갑자기 오늘 밤에 이런 말을 하게 된 걸까? 아무도 그의 과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흥겹고 기쁜 날에 과거를 얘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싶었다.우문호도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용히 원경릉의 귀에 대고 말했다.“그의 말이 참 운율이 맞네.”원경릉이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운율이라니? 그냥 같은 말일 뿐인데.’“좋습니다. 그럼 나도 한 잔 마시겠습니다!”우문호도 일어나며 말했다. 비록 이미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과 다른 상태라, 아무리 많이 마셔도 끄떡없었다. 다만 너무 급하게 마시면 소화가 잘 안되었다.두 사람은 오랜만에 옛 감정을 버리고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원경릉은 그 모습을 보고 내심 감동했다.안왕에게 감동한 것이 아닌, 우문호

  • 명의 왕비   제3348화

    요부인과 훼천은 설날 만찬 시간이 되어서야 궁에 도착했다.갓 태어난 아이도 함께 온 덕분에 어른들의 복주머니를 가득 받을 수 있었다.희열과 희성은 뒤늦게 얻은 동생을 아주 아꼈고, 아버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리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래서 동생이 오자, 둘 다 아이를 안고 놀아주기 바빴다.설 식사 시간.이전처럼 자리를 나누지는 않고, 몇 개의 큰 탁자들만 마련하여 열 명씩 앉게 했다. 다들 자리에 앉고 나니, 그제야 정말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정화와 위왕은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위왕은 궁으로 오자마자, 본능적으로 그녀가 어디 있는지 찾았기에, 그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정화는 아이들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정화의 아이가 워낙 많다 보니, 아이들만 해도 여러 상을 차지할 정도였다.그러고는 아무도 앉지 못하게 옆자리를 비워 두었다. 원래 우문호와 함께 앉아 있었던 위왕은 그녀의 옆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갔다.“자리가 빈 것이오?”위왕이 정화에게 물었다.정화는 옆 아이의 목도리를 묶어주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예. 아무도 없습니다.”“그럼 내가 앉아도 되오?”위왕이 다시 묻자, 정화는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위왕은 그녀가 혹시라도 다시 마음을 바꿀까 봐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정화는 아이를 모두 챙긴 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경성으로 돌아오느라 힘들었지요?”위왕은 정화가 먼저 말을 걸어올 줄 몰랐던 터라 잠시 멈칫한 뒤,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소.”정화가 부드럽게 말했다.“눈빛이 어두워 보이십니다. 술을 조금 줄이시지요.”마음속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낀 위왕이 큰 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술은 입에도 대지 않겠네, 금주하겠네!”그 말에 정화는 저도 모르게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강북은 날씨가 춥고 쌀쌀하니, 적당히 술을 마시는 건 괜찮습니다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십시오.”위왕이 그녀를

  • 명의 왕비   제3347화

    다들 안풍친왕의 말을 믿었지만 왜 적여우의 황족이 황야에 떠돌며 이렇게 심한 상처를 입고 거의 죽어 가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만두는 적동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도 황족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 것이었다. 택란도 적동이 마음에 들었지만, 적동에게 다가가기만 하면 질투를 느낀 꼬마 봉황이 가로막았다. 봉황은 주인에게 그를 제외한 다른 애완동물이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적동에 대해 연구한 후, 우문호는 딸과 대화를 나누었다.그는 딸에게 약도성에 관해 물으며, 호명과 주 아가씨가 혼사를 치른 후 여전히 화목한지도 물었다.택란이 웃으며 말했다."화목하지 않을 리 있습니까? 매일 꼭 붙어 있습니다.""그렇다면 다행이구나."우문호는 초왕부의 옛사람인 호명이 잘되기를 바랐다.원경릉이 다가와 물었다."명여는 너와 함께 돌아오지 않았느냐?""돌아왔습니다. 일단 집으로 갔으니, 설날 때 두 아버지와 함께 궁에 올 것입니다."택란이 말했다.우문호가 물었다."그 아이의 무공은 어떠냐?""좋은 편입니다!"택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냉명여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능력이 뛰어나기에, 조금만 크면 홀로 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이다.설날이 되자, 궁은 정말로 시끌벅적해졌다.모두 일찍 궁에 돌아왔고, 정화의 아이들까지 함께 궁에 들어와서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비록 대부분은 다 큰 애이긴 했지만, 그래도 장난기가 많은 터라 함께 어울려서 잘 놀았다. 냉명여도 홍엽과 수보를 따라 궁으로 갔다. 그는 먼저 황후와 황제를 만나 예를 올린 후, 택란의 옆에 얌전히 섰다.열 살 정도의 아이였지만, 택란보다 훨씬 키가 컸다.그리고 항상 굳은 표정으로 칼을 안고 있었는데, 그의 깊은 눈동자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그는 말도 잘 하지 않았고, 웃지도 않았으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는 그저 한쪽에 외롭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놀며,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올해는 명원제도 호비와

  • 명의 왕비   제3346화

    무상황은 길게 답하지 않고, 단호하게 한 마디만 덧붙였다."그래!"얼어붙은 원경릉이 다시 미소를 지으려는 순간, 무상황이 다시 말을 덧붙였다."올해에 가지 않으면, 연을 끊고 앞으로 숙왕부에 오지 말거라."원경릉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숨을 내쉬며 억지로 웃었다."농입니다. 그냥 장난이었습니다."무상황을 설득할 수 없으니, 결국 돌아가야 했다.그럼, 만두가 동물들과의 재회를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만두는 잘 이해해 줬지만, 사실 원경릉과 우문호는 아이가 처음으로 계획한 설날 행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우문호는 갈등했다. 만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당연히 어린 만두가 어른을 배려해야 했다.만두에게 말하자, 만두는 그다지 실망한 티를 내지 않았다."예. 그럼, 그곳으로 가시지요."만두는 돌아서면서 조금 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그들이 모두 떠나면, 설에 그들을 홀로 남겨두는 것과 같았다.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애완동물을 위해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지 않는다.다들 사람의 감정이 동물의 감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만두는 이미 대보에게 동생들도 각자 애완 동물에게 함께 떠들썩한 설을 보낼 수 있다고 약속했었다.미안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한다고 전해야 했다.꼬마 봉황은 작은 새로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계란이와 함께 그곳으로 갈 수 있었다.하지만 설랑과 호랑이는 갈 수 없었다.주인들은 각각 동물들에게 소식을 전했는데, 그들은 모두 우울해 보였다.특히 칠성과 환타의 호랑이는 더욱 우울해했다. 주인들이 현대에서 공부하느라 그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설을 앞두고 다시 돌아올 수 없다니, 정말 속상했다.소식을 들은 호랑이들은 식사까지 거부하고, 하루 종일 주인의 집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세쌍둥이의 설랑도 형제였지만, 그동안 주인을 따라 떨어져 지냈었다. 다들 설을 손꼽아 기다리며, 함께 놀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이

  • 명의 왕비   제3345화

    그가 적동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적동이 이렇게 그를 의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장난꾸러기인 적동을 깊은 산속에 두었지만, 떠나려 하지 않고 그가 떠난 자리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니.“돌아가고 싶으냐? 나랑 같이 돌아가고 싶으냐?”만두는 적동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털 속에 떨어진 풀잎 하나를 떼어냈다.적동은 작은 발톱을 꼭 쥐고 그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적동은 만두에게 떠나지 말라고,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만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가자. 이제 커서, 산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다시 데려다주마.”대보가 앞서가며 힘차게 걸어갔다.군영으로 돌아가자, 적동은 물 한 그릇을 마시고, 고기 한 덩이를 먹고는 만족스럽게 바닥에 누웠다.만두는 적동에게 작은 우리를 가져다주었지만, 적동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만두에게 계속 달라붙을 뿐이었다.만두가 적동이 올라갈 수 없는 침대에 눕자, 적동은 침대 발치에 누워 잠을 잤다.며칠 동안이나, 만두가 어디를 가든 적동은 항상 따라갔다.만두가 아침 훈련을 할 때도 적동은 멀리서 따라 뛰었고, 훈련할 때는 가까운 곳에 누워 만두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겼다.연말이 다가오자, 군영도 휴가를 주었고,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만두는 동생들이 집에 돌아오니, 설날 동안 휴가를 신청했다.칠성과 환타는 8일의 짧은 휴가만 주어져, 섣달그믐 무렵에나 돌아올 수 있었다.그래서 그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은 오직 8일뿐이었다.만두는 8일 동안의 계획을 세우고 부모님에게 알렸다.우문호는 난감했다. 올해 설에는 이미 그곳에 가기로 황조부와 약속했기 때문이다.조정은 섣달그믐부터 업무를 중단하기에, 그들은 짐을 챙겨 그곳으로 갈 시간이 있었다. 그럼, 환타와 칠성이 바삐 움직일 필요 없으니, 그곳에서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하지만 철저하게 계획을 짜놓은 만두에게 이곳에서 설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 서운해할 수도 있었다.그동

  • 명의 왕비   제3344화

    만두는 눈여우든, 설랑이든, 불여우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저 적동일 뿐이었으니 말이다.궁 안에서 적동은 무척 신난 듯 이리저리 누비며 뛰놀았다. 사식이의 막내아들이 유난히 적동을 좋아했다. 하지만 적동은 다른 남자아이들이 안으려고 하면 귀엽게 화를 내며 싫어했다.그런데 우문호가 안아주면 얌전하게 굴었다.며칠간 궁에서 놀다가 휴가가 끝나자, 셋은 다시 군영으로 돌아갔다.적동은 이제 젖을 떼고, 만두와 함께 고기를 먹었다.하지만 살이 잘 붙지 않아서 여전히 작고 말랑한 모습이었다.털끝은 점점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는데, 눈의 색과 비슷하게 붉었다. 그 반면, 속 털은 여전히 새하얘서 혼혈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요즘 만두는 훈련이 많아 아침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오느라 방생할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그렇게 두 달쯤이 지나 적동도 제법 튼튼해졌을 무렵, 만두는 대보와 상의한 후, 적동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대보는 아쉬워하며 끝까지 적동을 보내지 않으려 했다.결국 만두는 적동을 버리거나, 대보를 버리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대보가 결국 포기하고 발을 놓았다.만두는 적동을 데리고 깊은 산으로 향했고, 같이 놀아주었다. 적동은 곧 버려질 줄도 모르고 한껏 신이 나 있었다. 적동은 잠깐 놀다가 만두 손에 머리를 비비고는 또 신나게 뛰어다녔다.적동의 붉은 털은 예전보다 더 진해져 마치 불꽃처럼 예뻐 보였다.만두는 적동을 안아 올려 입을 맞추고 말했다.“이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네 부모를 찾아야지.”만두는 그렇게 말하고 적동을 내려놓은 뒤, 손을 흔들었다.“가서 놀아! 더 놀거라!”적동은 신나게 다시 뛰어갔다.하지만 이리저리 뛰놀다 지쳐 다시 돌아왔을 땐, 만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적동은 몹시 당황해서,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풀숲에 웅크려 머리만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주인님이 돌아왔는데 자신을 못 찾을까 봐 걱정된 것이었다.한참 동안 기다려도, 심지어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

  • 명의 왕비   제3343화

    적동을 거둔지 열흘째 되는 날, 상처는 마치 씻은 듯이 깔끔하게 나았다.상처가 완전히 낫자마자, 만두는 적동에게 목욕을 시켜주었다.몸에 묻어 있던 피는 이미 말라 있었고, 물에 담그자 금방 사라졌다.물 밖으로 나오자, 적동은 털을 흔들어 물방울을 튀기며 햇볕 아래에서 비틀거리고는, 또 한 바퀴 달렸다가 다시 만두의 발밑으로 돌아와 애교를 부렸다.온몸의 털은 눈처럼 하얬고, 분홍빛 입술과, 먹물처럼 검고 작은 코, 그리고 더욱 뚜렷해진 붉은 눈동자는 마치 두 개의 찬란한 루비 같았다.게다가 살짝 쳐든 꼬리도 큰 부채처럼 예뻤다. 털이 북슬북슬하고, 몸통보다도 더 크게 보였다. 정말 보물 같은 작은 설랑이었다.적동에게 푹 빠진 만두의 모습에, 군의 장병들은 하나같이 대보에게 총애를 잃었다며 농을 던졌다.하지만 대보는 화를 내지 않고, 여유롭게 옆에 누워 주인과 어린 설랑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늑대의 나이로 치면 대보는 이미 노년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대보는 보통 늑대와는 달리 수명이 더 길어, 주인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었다.대보는 긴 수명을 갖고 있는 주인에게 수많은 이들이 스쳐 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자신처럼 주인이 태어날 때부터 곁을 지킨 존재는 없을 것이다.나중에 생길 태자비든 황후든, 결국은 나중에 다시 나타나는 존재일 뿐, 자신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었다.어린 설랑은 대보를 잘 따랐다. 주인이 바쁠 때는 거의 대보가 아이를 돌보듯 어린 설랑을 돌봤다.휴가가 시작되자, 태자는 두 마리 늑대를 궁으로 데려왔다.우문호와 원경릉은 이토록 예쁜 설랑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우문호는 설랑을 들어 안고 살펴보다가 말했다.“이건 설랑이 아닌 것 같구나. 눈여우처럼 생겼어.”원경릉은 눈여우를 본 적이 없기에, 다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하지만 붉은 눈을 가지지 않았소? 여우 눈은 파랑이나 갈색이지, 빨간색은 없잖소? 게다가 이 붉은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군.

  • 명의 왕비   제3342화

    피투성이긴 했지만, 몸이 너무 작고 다친 상태라, 만두는 감히 목욕을 시키지도 못했다. 그는 자기 옷으로 작은 둥지를 만들어 어린 설랑을 그 안에 눕혀 재웠다.대보는 매우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 그가 구한 늑대는 그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대보는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고 어린 설랑을 지켜주었다.만두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좀 크면 네 신부를 시켜주마.”대보는 설랑이 아닌 신부는 필요 없다고, 싫다고 으르릉댔다.“설랑이가 아니면 무엇이냐? 딱 봐도 설랑이다!”만두가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그렇게 다음 날, 군영에는 태자가 어린 설랑을 구했다고 소문이 퍼졌다. 점심이 되기 전, 모두가 그 늑대를 보러 몰려왔다.하지만 어린 설랑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는데, 부드럽게 작은 둥지에 누워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설랑이 맞는 것이오? 너무 작소.”“대보와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소.”“다르다고? 둘 다 흰색이잖소, 나는 비슷해 보이는 것 같소.”“너무 작소. 게다가 엎드려 자고 있으니, 제대로 보이질 않소.”“근데 이 산에 설랑이라니? 설랑은 눈늑대봉에서만 사는 거 아니오?”만두는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걸 보고 그도 다가가서 한 번 들여다보았다.“아직 안 깬 것이오? 혹시 죽은 건 아니겠지?”“살아 있습니다. 숨 쉬고 있어요.”병사가 답했다.“양젖 좀 구해봐야겠소, 딱 보니까 새끼 늑대인 것 같네.”만두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밖으로 나갔다. 군 안에서는 양젖을 구하기 쉽지 않아, 그는 말을 타고 십 리 밖의 목축장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는 양가죽 물통에 가득 채운 양젖을 들고 돌아와, 그릇에 조금 따르고, 나머지는 대보에게 주었다. 양젖은 오래 보관이 안 되기에, 안 먹으면 바로 버려야 한다.어린 설랑은 깨어나자마자 젖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살짝 앞으로 내밀었지만, 제대로 마시지는 못했다.만두는 그 모습을 보고, 그냥 바닥에 앉아 어린 설랑을 품에 안고, 작은 숟가락으로 한입 떠먹여 주었다. 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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