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은 우문황 학생의 보호자가 떠난 지 사흘째 되던 날, 우편으로 배달된 수표 한 장과 메모지를 받았다.메모지를 확인해 보니, 우문황의 보호자가 쓴 것이었다. 학교 건물과 기숙사를 지어줄 수는 있지만, 학교 식당 운영권을 자신이 맡겨야 한다는 조건이 적혀 있었다.사실 학교 식당은 현재 입찰을 진행 중이었기에, 교장은 가볍게 웃으며 수표를 들여다보았는데, 이내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듯 멈춰버렸다.“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20억?! 내가 잘못 본 건가?”교장은 두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거 가짜 수표 아니야?"빨리, 빨리! 재무 담당 진수진 불러 와!"교장이 밖으로 소리치자, 진수진이 급히 교장실로 들어왔다. 교장은 곧바로 그녀에게 수표를 건네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이거 좀 봐봐. 진짜 수표야, 아니면 가짜야?”"20억…? 파금 도구 회사에서 발행한 것 같네요."진수진은 수표를 살펴보다가 하단의 도장을 보더니 말했다."이 도장... 진짜 같아요!""은행에 가서 입금 가능한지 바로 확인해 봐."교장은 엄청난 금액에 손까지 떨리기 시작했다.이 학교는 사립학교였기에, 기부금이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설령 있더라도 금액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20억이라니, 이건 하늘에서 돈이 쏟아진 거나 다름 없었다! 성화 고등학교는 처음엔 원래 국유 기업의 투자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였다. 하지만 그 기업이 파산하게 되면서 더 이상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고, 학교의 시설과 교사 수준은 점점 열악해졌다. 그로 인해 결국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이 줄어들면서 입학률도 점점 낮아졌고, 입학 합격선을 계속해서 낮출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사실 교장은 학교의 건물 상태가 매우 노후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기숙사와 건물의 외벽마저 심하게 부식되어 있었는데, 겨우 임시 보수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학교 뒤편에 학교 건물을 지으려던 부지가 있긴 했지만, 투자 기업이 도산하는 바람에 자금이 끊겼고 공사는 중
파지옥은 그저 기부만 할 셈이었지만, 결국 성화 고등학교의 이사가 되었다. 교장은 그가 학교의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사과 두 상자를 들고 찾아가 설득한 끝에, 이 20억을 성화 고등학교에 투자하도록 만들었다.역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20억은 원래 학교의 교육 시설을 짓기 위한 기부금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는데, 학교에는 급한 지출이 너무나도 많았다.하지만 투자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교육 시설 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더 우수한 교사를 고용하는 것도 있다. 물론 지금의 교사들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외부에는 더 뛰어난 교사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파지옥은 이와 동시에 성화 고등학교의 급식 운영권도 따냈다. 그는 황자가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직접 챙기기로 했다.이 소식을 들은 장 선생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전에 우문황이 자신의 집안 형편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던 것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억 소리 나는 투자금이 그저 어렵지 않은 정도라니? 부자 아닌가? 역시 우등생도 가끔은 표현이 부정확할 때가 있었다.20억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지만, 그 돈을 통 크게 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드물었다.장 선생은 한편으로 기뻤다. 거금을 투자했다는 것은, 곧 우문황의 집안이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 고등학교 따위에 이렇게나 많은 돈을 투자할리가 없었다.이제 학교도 돈을 얻었으니, 여기서 수석 합격자까지 나오면 완전히 되살아날 수 있었다.장 선생은 문득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는 언제부턴가 아무도 그를 불운한 장 선생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두가 그를 ‘장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심지어 교장조차도 ‘장 선생’이라고 친근하게 불렀다.한편, 학교의 큰 변화를 학생들이 자세히 알 리가 없었다. 다만 학생들은 급식이 바
그들은 1반과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지만, 도문지는 이미 학교에서 유명한 겁쟁이였다. 바퀴벌레만 봐도 기겁하며 뛰어오르는 정도였다.그런 겁쟁이가 투신자살을 하겠다니? 아무도 믿지 않았다."아니야, 뭔가 큰 일이 터질 것 같아! 얼른 사감 선생님께 알려야겠어."이건휘는 순간 방금 전 도문지의 표정을 떠올렸는데, 마치 광기를 벗어나 평온해진 듯한, 섬뜩한 모습을 하고 있었었다."지금 옥상 잠겨 있어. 설령 뛰어내리려고 한다고 해도 들어갈 수도 없을걸?"이지혁이 수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며 말했다."안 말릴 테니까 가고 싶으면 가 보던가."모두가 믿지 않자, 이건휘가 답답해하고 있을 그때, 우문황이 책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넌 사감 선생님께 알려. 난 한 번 올라가 볼게."이건휘는 놀란 듯 우문황을 바라보았다. 그 사건 이후로 그와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빨리 가!"우문황은 말을 마치자마자 문 앞에 앉은 짐승들을 밀어내며 나갔다.그 모습을 본 기숙사 친구들은 놀랐다. 평소 누구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던 우문황이 자발적으로 동급생을 걱정하다니, 정말 드문 일이었다.그래서 모두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이건휘는 이지혁을 붙잡고 말했다."네가 사감 선생님께 알려. 난 따라갈게."옆 기숙사 학생들은 그들이 서둘러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싸움이 벌어지는 줄 알았다. 이 나이의 남학생들은 혈기 왕성하고 싸움 구경도 좋아하니, 그들도 곧장 뒤따라 나왔다.그렇게 한 무리가 달리자, 결국 기숙사 전체 학생들이 옥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우문황은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순간 옥상 문이 부서져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곧바로 계단을 두세 개씩 건너뛰며 올라갔다.밤이라 칠흑같이 어두워, 희미하게 한 사람이 난간 위에 앉아 있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그는 두 발을 허공에 늘어뜨린 채 앉아 있었고, 흐느껴 우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우문호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우문황은 곧바로 다가가 그를 데려오려 했지만, 뒤에서 쿵쿵 발
옥상에 있던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학업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많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 대처할 줄 아는 대담한 사람은 몇 안 되었다.그들은 그저 풀린 다리로 애써 지켜볼 뿐이었다. 몇 명은 용기를 내어 도문지에게 생명은 소중하고, 부모님을 생각하라는 말을 건넸다.하지만 도문지는 매우 흥분한 상태였기에, 작은 난간 의자 위에 서서 그들에게 소리치며 울 뿐이었다.“너희들이 대체 뭘 안다고 그래?! 너희는 아무것도 몰라, 난 이제 그냥 죽고 싶다고...!”그 말에 학생들의 심장은 거의 멈출 뻔했다. 바깥쪽에서는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고, 그의 움직임이 조금만 더 커지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바로 그때, 기숙사 관리인과 선생님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왔다. 대형 손전등을 비춘 1반 담임 방 선생은 상황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문지야, 문지야, 움직이지 마.”도문지는 방 선생을 보자,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선생님, 죄송해요. 저를 그냥 내버려두세요, 살고 싶지 않아요.”방 선생은 눈물을 대충 닦고, 몸을 살짝 구부려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선생님이 도와줄게. 아무리 큰 문제라도 선생님이 다 해결해 줄게.”“소용없어요, 소용없다고요…!”도문지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엉엉 울었다.“공부 그만두고 싶어요, 살고 싶지도 않아요.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방 선생은 흐르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말했다.“네 아버지께서도 절대 네가 이렇게 하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 문지야, 선생님 말 들어. 어서 돌아와, 다들 너를 걱정하고 있어.”옥상에 있던 학생들은 대부분 성격이 털털한 남학생들이었다. 다들 그가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그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의 울음소리가 너무나 마음 아프게 들려, 몇 명의 학생들은 이미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왜 아프다고 제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냥 대학 입시일 뿐이잖아요?
기숙사 관리자가 울먹이며 학생들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권유했지만,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몇몇 학생들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울먹이면서 말했다.“우리는 여기서 도문지 학생과 함께 있을 거예요.”“맞아요, 우리는 그를 지킬 거예요. 절대 안 가요!”하나하나의 목소리가 도문지의 귀에 닿을 때마다 그의 울음소리는 점차 낮아졌다.이건휘가 우문황을 부축하며 그를 한 번 바라보았는데, 이건휘의 눈빛은 진심으로 존경하는 눈빛이었다.우문황이 아니었으면 도문지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괜찮아?”이건휘가 조용히 물었다.“괜찮지.”사실 우문황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는 창백한 표정으로 이건휘에게 살짝 기대었다.“도문지 아버지...”이때 같은 기숙사에 있던 한 학생이 조용히 말했다.“아까전에 도문지가 전화를 받고 끊더니, 웃으면서 아버지가 죽었다고 말했는데, 처음엔 농담하는 줄 알았어.”“우문황, 정말 용감하네.”한 학생이 다가와서 그에게 말했다.“맞아, 진짜 용감해. 난 너도 떨어질 줄 알았어…”“그렇게 높은 곳에서 어떻게...”다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우문황을 칭찬하기 시작했다.이건휘도 그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우문황은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우문황은 이번에 두 명의 어르신이 눈에 띄게 나이가 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와중에 도문지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니, 언젠가 자신도 이런 생과 사의 이별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그는 외할아버지나 외할머니, 조상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언젠가 생명이 끝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잠시 후, 교장 선생님이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급히 달려왔고, 학생들에게 질서 있게 돌아가서 자라고 지시했다.우문황과 이건휘도 기숙사로 돌아갔다. 이제 막 18세가 된 아이들이에게는 아마도 이 일이 처음으로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이지혁은 무릎을 껴안고,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였
그렇게 잠시 후, 기숙사의 불이 꺼졌다. 다들 천천히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지만, 아마 이미 잠든 사람은 없을 것이다.짐승돌은 줄곧 베개에 머리만 대도 드르릉 코를 골며 잠들었지만, 오늘 밤은 기숙사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우문황은 눈을 감고 능력으로 넷째 형과 대화를 시도했다."형, 우리 학교에서 오늘 누가 자살하려는 걸, 내가 구해냈어요!""자살? 성적이 안 좋았던 거야?""그 학생 아버지께서 전에 병에 걸리셨는데, 집에 말하지 않았대요. 그래서 가족들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게 된 거죠.""가족이 죽은 걸 받아들이긴 어렵지.""형, 이번 주말에 돌아올 거죠? 우리 어르신들이랑 소풍 가요.""좋지!"그렇게 한밤중이 되었는데, 아직도 기숙사에는 코 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이지혁은 핸드폰의 플래시를 켜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이건휘의 침대 옆을 지나치며, 그가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 보았다.그러자 이지혁이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물었다."건휘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이지혁의 말을 듣고, 모두 일어나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휘가 여전히 소리 없이 울고 있자, 모두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그러자 이건휘가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그냥 부모님이 그리워져서...""그럼, 왜 전화하지 않았어? 방금 보니까 전화번호도 안 눌렀던데."이지혁은 그 질문을 밤새 참았었다.이건휘가 퉁퉁 부은 눈으로 비통하게 말했다."다들 이미 돌아가셨어..."그 말에 모두가 놀라 충격을 받았지만, 짐승돌만이 침묵을 지켰다. 그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반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이건휘가 중간고사를 보기 전, 그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그들은 초등학교 동창이었는데, 그때까지 이건휘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그 충격으로 중간고사에서 부진했고, 그로 인해 성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었다.모두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도 몰라, 그저 조용히 이건휘 옆에 앉아 있었
다른 학생은 반신반의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만약 다른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면, 아마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우문황이다. 바로 전 과목이나 만점 받은 우문황!잠시 후, 이지혁은 화장실로 향했고 다른 친구들도 침대로 돌아갔다. 어두웠던 분위기는 우문황의 그 한마디 덕분에 많이 가신 듯했다.다음날, 교실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원래 첫 시간은 국어 시간이었지만, 반회의 시간으로 바뀌었다.장 선생은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심리적으로 정리할 시간을 가지게 했다.이번 일은 기숙사 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었다. 심지어 반 아이들이 옥상에 올라가 직접 상황을 목격했고, 특히 우문황은 사람을 구하려다 떨어질 뻔했다.장 선생은 어젯밤 방 선생의 연락을 받고 바로 학교에 오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아이들의 감정을 더 불안하게 할수도 있을까 봐 걱정되어 가지 않았다.그는 그렇게 밤새 잠도 자지 못하고 아침 일찍 학교로 달려왔다. 아침 독서 시간 동안, 그는 창밖에서 우문황을 보며 혹시 겁먹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 하지만 우문황은 그저 덤덤히 이건휘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히려 이건휘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그로 인해 그가 국어 시간을 빌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것이었다."어젯밤 남학생 기숙사에서 일어난 일은 모두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도문지 학생은 무사해. 우리 반 우문황 학생이 그를 구했고, 방 선생이 바로 챙겨주셨어. 집안 변고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 생각까지 했던 것 같아. 도문지 학생은 이미 집으로 돌아갔고, 앞으로 우리가 격려해 주고, 슬픔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면, 다시 학교로 돌아올 거야. 그러니 다들 이 일로 걱정하거나 무서워하지 마. 그리고 만약 마음속에 고민이 있거나 불쾌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해. 내 번호 다 알지? 언제든지 받을 준비가 돼 있으니까 전화…"장 선생님은 말하다 조금 울먹였지만, 애써 참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
이 일이 발생한 후, 학교는 심리 상담 선생님을 배정하여 그날 밤 옥상에서 가까이 목격한 학생들과 차례대로 개인 상담을 진행했다.도문지 학생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장례를 도우며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학업에 관해서는 방 선생님이 그가 돌아오면 따로 보충 수업을 열어줄 예정이었다. 이건휘는 계속 우문황에게 조르며, 연구소장인 그의 어머니에게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우문황은 결국 주진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후, 저녁에 기숙사로 돌아가서 다시 전화를 걸기로 했다.주진는 예전에 사찰에 있었으니, 상담도 잘하고 상대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능했다. 이건휘는 주진와 10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화가 세 번이나 끊어졌지만, 다시 걸어서 끝까지 통화를 견지했다.그리고 이건휘는 기숙사에 돌아온 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선언했다.“내일부터 게임할 때 나 부르지 마.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 올릴 거야!”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동안 놀기만 했던 학생이 공부를 한다니?이건휘는 1학년, 2학년 동안 놀기만 했고,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지금 1년도 남지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따라잡겠다는 거지?“보충...”이건휘는 말하려다가 말을 멈췄다. 고3 보충 수업은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게집안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 말이다.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보상금이 지급되긴 했지만, 그 돈은 모두 집 대출을 갚는데에 썼고, 지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를 키우고 있었다.할아버지는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 일을 하고, 할머니는 단지에서 청소부 일을 했다. 일자리도 겨우 얻었지만, 달마다 월급도 몇백만 원에 불과했다. 가족의 생활비로 쓰는 것도 부족한 데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어린 여동생까지 있었으니 말이다.그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돈을 펑펑 쓰며 명품을 사고, 스마트폰을 사기 바빴다. 심지어는 할아버지가 사주지 않으면 떼를 써서 할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다.
출석할 때, 장 선생님조차도 우문호가 우문황의 형이라고 생각했다.잘생긴 외모와 평범하지 않은 기품까지. 장 선생님은 역시나 천재가 나올만한 집안이라고 생각했고 형도 분명 뛰어난 학생일 것이라 생각했다."안녕하세요, 우문황의 형이신가요?"장 선생님이 다가가 묻자, 우문호는 잠시 멈칫하며 대답했다."저는 우문황의 아버지입니다... 그 쪽은 혹시 누구신지요?""오? 아버님이시군요? 정말 젊어 보이시네요. 저는 우문황 학생 담임입니다. 장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우문호는 급히 예를 올리려다, 다시 손을 내밀며 말했다."아, 선생님이시군요.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장 선생님이 기뻐하며 손을 맞잡고 말했다."네, 반갑습니다!"장 선생님은 그를 다시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는 우문호의 기품에, 분명 보통 사람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부유한 데다 예의도 바른 집안이라니, 정말 흔하지 않은 배경이다.첫 번째 일정은 대강당에서 진행되는 고3 전체 학부모 회의로, 먼저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있었다.장 선생님은 이미 출석을 마친 부모들을 대강당으로 안내했다. 우문황과 몇몇 학생들이 학부모들의 자리를 배정하는 것을 도와주었다.학부모 회의가 시작되기까지 1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우문호가 자리에 앉아, 많은 부모가 다가와 교육에 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우문황같은 천재를 키운 데는 분명히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우문호는 이곳에서 이렇게 많은 칭찬을 받을 줄은 몰랐다. 아들 덕분에 영광스럽게 다른 학부모의 칭찬을 듣자, 그는 조금 쑥스러워했다."아이들의 공부는 늘 제 부인이 맡고 있습니다.""그렇군요? 오늘 왜 같이 안 오셨나요? 아이고, 연락처라도 추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다른 아들의 학교에서도 학부모 회의가 있어서요.""아드님이 한 명이 아니었어요? 몇 학년이죠?""네, 고3이고, 쌍둥입니다. 그 아이도 화진 고등학교에서 1등을 했어요."우문호는 원경릉이 아닌 다른 여자 사람들과 이렇게 즐겁게 자
그들이 어서방에서 내기하고 있을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이미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돌아갈 때 절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원칙을 따르며, 이번에도 큰 가방과 작은 가방을 가득 챙겼다.마차는 천천히 도성을 떠났다. 마차의 속도는 가족들에게 다소 느린 편이었다. 경호에 도착하자마자, 밤새 현대로 돌아갔고, 밤이 되고 나서야 도착했다.황량한 산과 들판이라 해도, 편하게 차를 부를 수 있기에. 그들은 데리러 올 사람을 부르지도 않았다.집에 도착하자, 집안 어르신들이 모두 나와서 사위의 방문을 환영했다. 다들 정성스럽게 안부를 묻고, 따뜻한 차와 국을 대접했다. 모두가 딸에 대한 안쓰러움이 가득하긴 했지만, 사위가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라를 관리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문호는 효도까지 잘했다. 그는 장모님과 대화하고, 장인어른과 산책하며, 돌아가신 원경릉의 부모님을 대신해 지극히 효도했다.우문호는 처음 그들의 새집에 왔다. 새집은 집에서 칠성의 학교를 볼 수 있었고, 고층 건물에 통유리 창까지 있어 아래의 풍경을 모두 볼 수 있었다.이전의 집보다 훨씬 편안한 새집이 그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한 채 사서 나중에 원경릉과 함께 와서 휴가를 보내고, 둘만의 세상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식사도 이곳에 와서 할 수 있게 근처에 사면 된다.이 생각을 원경릉에게 전하자, 원경릉도 바로 동의했다."그럼 전에 무상황께서 오셨을 때 샀던 집을 팔고, 부족한 금액을 채워, 이곳의 집을 사면 좋겠소. 미완공 상태로 사서, 우리가 직접 디자인하는 것이 좋겠소.""좋소. 무상황이 오면 이곳에서 지낼 수도 있지 않소."우문호가 기쁘게 말했다.어르신들은 다시 현대에 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우문호는 어르신들이 건장하실 때, 함께 이곳에서 한두 달 정도 머무를 기회를 만드려고 생각하고 있다. 몇 년 후에는 아마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우문호는 행동파라, 집을 사고 싶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경중.아이들의 휴가가 끝날 무렵, 요부인의 상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원경릉은 아이들과 함께 현대를 다녀오기로 했다.억제제도 맞아야 하고, 게다가 칠성의 학교에 곧 학부모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비록 고3이라, 학부모 회의가 자주 열리긴 했지만, 첫 번째 회의이니 더욱 중요했다. 출발 전 아이들에게 회의 날짜를 물으니, 모두 10월 10일 저녁 7시로 일정이 겹쳤다.즉, 원경릉은 한 아이의 학교에만 갈 수 있었다. 원경릉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콜라가 얌전하게 말했다."어마마마, 칠성의 학교로 가십시오. 저한테는 삼촌이 오시면 됩니다."어차피 다들 우수한 학생이고, 특별히 신경 쓸 문제가 없기에, 그냥 상황상 회의에 참여하는 것이라, 아이들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원경릉은 이 회의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이들이 현대에서 학교 다닐 때, 그녀는 부모 회의에 자주 참석하지 않았었다. 고민하던 중, 우문호가 제안했다."그럼, 나도 함께 다녀오는 것이 어떻소? 며칠만 다녀오는 것이니, 문제없을 것이오. 각자 회의에 참석하면 되지 않소."그것은 좋은 아이디어였다."하지만 학부모 회의가 무엇이오?"우문호가 이해가 가지 않아 묻자, 칠성이 다급히 말했다."조회하시는 것처럼, 선생님께서 부모님과 학생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을 말하고, 구호도 외치고,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열리는 것입니다.""그래, 내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느냐?""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모님들과 함께 아래에 앉아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셔야 합니다."다섯째는 멍하니 답했다."그럼, 역할을 바꾸어 내가 신하가 된 거구나. 그래, 말할 필요가 없으니, 쉬운 일이구나. 내가 다녀오마."우문호는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부모 회의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기에,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아이들은 아주 기뻐했다. 물론 삼촌이 가는 것도 괜찮지만, 부모님이 가는
아이가 드디어 요 부인의 곁으로 돌아왔다. 요 부인은 아이를 안을 수 없기에, 그저 아이를 옆에 두고 고개를 돌려서 볼 수밖에 없었다.“너무 훼천을 닮지 않았습니까?”미색이 감동한 듯 말했다. 부자의 닮은 모습에서 세습을 떠올린 느낌은 정말 신기했다.요 부인도 기쁜 마음에 중얼거렸다.“그래, 어떻게 이렇게 닮을 수 있지? 막 태어난 아인데, 눈썹, 눈, 코, 입 다 아버지랑 똑같구나. 너무 예쁘구나.”“욱!”미색이 토하는 척을 하자, 모두가 웃었다. 그 모습에 훼천은 못내 부끄러웠다. 그의 외모가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었고, 그저 남자다울 뿐이었다.원경릉은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어쩌면 오직 다섯째만이 그녀가 요 부인의 임신과 출산 때문에 겪은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컸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특히 약상자 안의 약을 보고 난 후, 그녀는 더욱 불안했고, 매일 요부인과 아이가 평안하길 기도했었다.다행히도, 모든 것이 그녀의 소망대로 이루어졌다.그녀는 약상자를 덮으면서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능력이 약상자의 자율적 제어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아니면 양여혜가 말한 것처럼, 약상자가 그녀의 마음을 조금 더 빠르게 알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그녀가 약상자를 넘어서게 된 것인가?그녀는 억제제가 효과를 잃어서 생긴 일인지 궁금했다.모두가 기쁜 표정으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원경릉은 이번에 돌아가서 양여혜에게 억제제의 투여량을 줄여달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특별한 능력을 갖추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그녀는 점점 더 그 능력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요 부인은 축하를 받으며 원경릉을 바라보았는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고맙네!”“고맙다는 말은 이미 많이 하셨으니, 더 안 하셔도 됩니다.”원경릉은 약상자를 내려놓고 그들과 함께 아이를 보았다. 제왕절개였기 때문에 원경릉은 오늘 밤 궁으로 가지 않고 요 부인 곁에 남아 그녀를 돌보기로 했다고 궁에 전했다.다섯
원경릉은 모든 걸 정리한 후에야 약상자에서 약병을 꺼내 훼천의 코앞에 뿌렸다.잠시 후, 훼천은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 당황한 듯 말했다."저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요아는? 요아...!""낳았네!"원경릉이 아기를 안고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훼천, 다시 한번 아버지가 된 걸 축하하네."훼천이 처음 아버지가 된 건, 요부인을 맞이했을 때였다.그는 아이를 보고 이내 코끝이 찡했지만, 안지는 않고 요부인의 곁을 계속 지키며, 그녀를 나직이 불렀다."요아, 요아...""아직 깨어나지 않았소. 조금 더 자게 두시게. 정말 힘들었고, 대단했네."원경릉이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감탄이 아니라 진심이었다.침대에 누워 8개월을 버텼고, 고령 임신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위험을 견뎌냈으며, 출산조차도 자연분만이 어려웠지만, 그녀는 끝까지 해냈다. 심지어 의료 상자의 예측까지 깨트릴 정도로 강인했다.훼천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데, 요부인의 코앞에 손을 가져가 호흡을 확인한 뒤에서야 안심했다.원경릉은 아기를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아기는 한바탕 울고 난 뒤 다시 잠들었다.훼천은 아기를 바라보며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정말 내 아이인가?'그는 손을 뻗어 포대기에 살짝 손끝을 대어 보았다. 그는 이렇게 여리고 부드러운 아이를, 자신의 거친 손으로 건드려 버릴까 봐 조심스러워했다."제 셋째 딸입니다."그는 원경릉을 바라보며 웃었지만, 눈가에는 알 수 없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원경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자네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네. 자네가 희열과 희성을 친딸처럼 생각해 준다니 기쁘네. 하지만 이 아이는... 아들이오.""아들?"훼천은 순간 멍해졌다."아들이요?"딸이 둘이나 있다 보니, 그는 자연스럽게 또 딸일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는 얌전하고 다정한 딸이 좋았다.하지만 아들이라 해도 상관없었다.그는 한 손으로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는데, 너무 거칠게 안은 탓에 아기
훼천은 꼭 수술실에 따라 들어가겠다고 고집했다.훼천 때문에 원경릉은 다소 난감했다. 아내를 아끼는 훼천이 수술 도중 요부인의 배를 가르는 걸 본다면, 화가 나서 자신을 걷어차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하지만, 그를 상대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수술실에 들어가 요부인을 수술대에 눕힌 후, 원경릉은 약상자를 뒤적이다가 물에 적신 종이를 한 장 꺼내 그에게 건넸다."늘 밖에서 지내다 보니 몸에 독이 있을 수도 있소. 칼을 쓰려면 주변 환경이 깨끗해야 하니, 이것으로 입과 코를 막고 깊이 숨을 들이마셔서 몸을 깨끗하게 해야 하오."훼천은 지금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종이를 입과 코에 대고 숨을 들이마시며 물었다."이건 무슨 재질의 손수건이오?""말하지 말고 어서 숨을 쉬시오!"원경릉이 재촉했다.훼천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몇 번 숨을 들이쉬고 나니, 눈앞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어... 좀 어지럽습니다…"그러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이 모습을 본 요부인이 깜짝 놀라, 원경릉이 웃으며 안심시켰다."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술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냥 잠시 재운 것입니다."요부인은 배가 아픈 와중에도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다들 내가 힘들다고 하지만, 사실 가장 힘든 건 저 사람이네. 밤새 잠도 못 자고 나만 지켜봤으니.""걱정되니까요."원경릉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마취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시작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아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요부인은 오히려 더 이상 긴장하지 않는 듯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기다리겠네.""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앞으로 또 아이를 낳고 싶습니까?""아니, 이제는 싫네!"요부인은 지난 몇 달간의 고생이 떠올라 단호하게 말했다. 본인도 힘들었지만, 훼천이 함께 고생한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더 이상 출산을 감당할 수 있는 몸도 아
오랫동안 모두가 고대하던 새로운 생명이 드디어 칠성과 콜라의 네 번째 휴일에 찾아오는 순간이었다.이날 아침, 요 부인은 배가 특히나 아픈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황후가 말했던 출산 예정일까지는 아직 열흘이나 남아 있었다.오늘은 미색과 손왕비가 간호를 맡은 날이었지만, 정화가 가장 먼저 찾아왔다. 오늘 그녀는 집사와 함께 장을 보러 나왔다가, 집을 나선 참에 요 부인을 찾아가기로 했다.요 부인이 배가 아프다고 말하자, 정화는 황급히 훼천에게 궁으로 가서 황후를 모셔 오라고 했다. 그러자 훼천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날이 되지 않았습니다. 열흘이나 남았습니다.""아이 낳는 것이 꼭 황후가 정한 날에 맞춰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어서요!"정화가 발을 굴렀다.훼천 또한 몹시 다급해졌다."날을 꼭 맞춰서 낳는 게 아니라니? 그럼 황후가 거짓을 말한 것입니까? 이것 거짓입니다."요 부인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너무 서두르지 마시게. 산파가 이미 집에 있으니, 괜찮네. 게다가 힘이 있으니, 스스로 낳을 수 있을 것 같네."훼천은 그제야 산파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곧장 산파를 오게 했다. 그러고는 그는 말을 타고 황후를 찾으러 궁으로 향했다.그렇게 궁문에 도착하자마자, 황후의 마차가 안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원경릉이 가림막을 들어 올리고 말했다."이미 상황을 알고 있으니, 어서 가시오, 어서!"훼천은 머뭇거리다가, 다급히 말을 돌려 궁을 빠져나왔다. 그는 황후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훼천은 늑대파의 뛰어난 인물로, 이미 많은 경험을 쌓긴 했지만, 아버지가 되는 일에 있어서는 완전 초보였다. 요 부인을 맞이했을 때, 희열과 희성은 이미 다 컸던 터라, 그는 신생아를 맞이하는 것이 낯설었다.그는 지난 아홉 달 내내 불안했었는데, 오늘은 특히나 심했고 손도 계속 떨려왔다.집에 도착하자, 미색과 손왕비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미색은 요 부인이 오늘 출산할 것 같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안왕비와 원용의를 불러오라고 했다.
요 부인의 출산이 임박했기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원경릉은 억제제를 맞으러 돌아가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요 부인의 출산이 위험하다는 건 아니지만,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괜히 현대로 갔다가 출산 시기를 놓치거나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다.그녀는 요 부인이 출산한 후에 돌아가려 결심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것이오?"우문호는 그녀가 이따금 눈을 찡그리거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이곳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한 것이오?""아니, 정말 좋소. 이 저택을 짓는 데 백만 냥이 들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서둘러 입을 막으며 말했다."조용히 하시오. 아버지께서 들으시면 원망이 자자할 것이오."원경릉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지금 아바마마께서는 호비 마마와 이야기 중이시오.""설마 들은 것이오?"그들은 산 중턱에 있었다."추측이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신경 쓰지 않으면 들리지 않지만, 집중하면 뚜렷하게 들을 수는 있었다.심지어 요 부인의 저택에서 나는 소리 또한 귀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청각과 시각이 한층 예리해진 기분이 들었다. 아마 억제제의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야 능력을 다루는 법을 예전보다 훨씬 익숙하게 터득한 것 같다. 역시 시간이 쌓이면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이틀 후면 호명과 주 아가씨의 결혼식이네."그러자 원경릉이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 호명이 처음 궁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특히나 고집스러웠던 소년이었는데, 지금은 변경에서 반쪽 하늘을 떠받치는 인물이 되었다."그래, 이미 축하 선물을 보냈소. 바로 보냈으니, 곧 도착할 것이오."우문호가 말했다.그 또한 초왕부 출신이고, 계란을 도와 약도성을 지키고 있는 만큼 제대로 챙겨줘야 했다."만아도 갔소."원경릉이 말했다.만아와 호명의 관계는 단순한
황조부와 호비의 선물도 빼놓지 않았다.산속은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기 때문에, 호비에게는 목도리를 준비해주었다. 비록 이미 무예를 익히긴 했지만, 후손으로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가장 큰 문제는 다들 그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몰랐다는 것이었다.아이들은 숙왕부를 떠난 뒤, 바로 매화장으로 향했다.열째는 군에 있기에, 산속에는 두 분만 계셨다. 그들은 산에서 유유자적 지내서인지, 원래 희끗희끗했던 전 명원제의 머리가 다시 검어졌고 덕분에 예전보다 더 젊어 보였다. 소란스러운 열째가 산을 떠났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전 명원제은 손자들을 보자, 매우 기뻐했다. 나이가 드니, 얌전한 후손들이 곁에 있는 것이 필요하기 마련이었다.그는 자리에서 물러난 후, 조정의 일에 대해 일절 묻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변경에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다섯째와 조정을 믿었다. 묻는 순간부터 간섭이 되기에, 그저 다섯째가 염려 없이 거침없이 나아가기만을 바랬다.부자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만나더라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정도로 시간이 많지도 않았다.오늘처럼 함께할 수 있는 날이 몹시 귀했기에, 그들은 따로 자리를 마련해 가볍게 술을 마시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아바마마, 이곳의 생활은 즐거우십니까?"우문호가 물었다."아주 좋다!"전 명원제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미소를 짓고느, 산속의 풍경을 둘러보며 말했다."이곳에서 몇 년을 살다 보니, 궁에서 지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황제로 있던 동안, 단 한 번도 일출과 일몰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황제가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출과 일몰을 가끔은 봅니다.""너는 나와 다르다. 너는 나보다 훨씬 유능하지."그 당시, 전 명원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끝없는 압박 속에서 고되게 지냈다.휴식 시간도 없이 매일 밤 국정을 걱정하며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끝없는 상소가 쌓여 있었고, 그것을 처리하는 데 정신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