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이 멍하니 말했다."그럼 헛수고가 아니옵니까?"우문호는 생각을 하다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헛수고는 아닐걸세. 안풍 친왕의 뜻은 나로 하여금 암암리에 병기를 싣고 전장으로 달려가 그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주의력을 분산 시키고 계획을 흐트러지게 하는 것이라 믿소. 그때 북막의 신경은 온통 주력 군사에 쏠려있을 테니 전력을 다해 전쟁에 준비를 하며 다른 것을 경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북당에 반드시 대란이 일어날 것이기에 전쟁에 나간 친왕들은 모두 태자의 자리를 탐내며 사이가 멀어지기 마련이라 생각할 걸세. 전장에서 가장 꺼리는 것은 장군들의 마음이 멀어지는 것이야. 이런 추측을 하니 그들은 병력을 집중하여 대거 침입하여 빠르게 공격을 하려 할 것이다. 일단 빠르게 공격을 시작하면 이기려는 마음도 조급해져 뒷길을 남기지 않을 테지, 그때 우리의 무기가 도착하면 그들을 단번에 섬멸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쟁도 빠르게 끝낼 수 있고 북당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우문호의 분석에 따라 모두들 깊이 생각해 보았고, 모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다시 기화를 보고 있는 모두의 시선에는 존경의 빛이 담겨 있었다. 안풍 친왕이 그에게 부탁을 해서 오게 한 것으로 보아 이 사람은 반드시 큰 재간이 있을 것이다. 무공은 더할 나위 없이 모두 직접 보았으니 다들 흙 머리가 다 구워지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고 있었다. 기화는 시국의 일에 별로 흥미가 없어 왈가왈부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원경릉과 우문호를 보며 간절하게 물었다."만약 이 일이 성사된다면 뱃속의 아이를 나의 제자로 삼는 것을 허락해 주실 수 있사옵니까? 점을 보았는데 이 아이와 나는 아주 깊은 인연이 있기에 이번 생에는 반드시 스승과 제자가 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우문호가 말했다."이 일은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 다시 말씀을 하는 것이 어떻사옵니까?"그러자 기화가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되지요. 이 아이는 나와 인연이 있으니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의 제자가 될
기화가 담담하게 말했다."사람의 피가 있기 때문이옵니다. 피는 음기가 극히 강한 물건이라 죽은 자의 영을 위에 붙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술이니 모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사옵니다.""비술이요? 당신은 북강 사람이옵니까?"이리 나리는 북강 무당에게도 이런 비술이 많은 것이 생각났고 그중에는 죽은 사람을 산 사람처럼 몰아낼 수 있는 주술도 있었다. 그러자 기화는 온화한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천하에 북강만 비술을 아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 흙 머리는 해결이 되었으니 먼저 머리를 가지고 떠나겠사옵니다. 그 후에 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들 알아서 하시지요."기화는 나무상자에 있는 천을 들고 머리를 싸서 어깨에 메고 모두에게 공수를 한 뒤 성큼성큼 떠났다.요 며칠 동안 자객들이 계속 들이닥치고 있으니 판을 짜는 것은 물론 어렵지 않다. 그리고 진정한 검마가 경성에 있고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니 이 판을 반드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태자의 사고 소문은 약간 밖으로 퍼뜨려야 했다. 그러나 소문을 내더라도 반드시 전력을 다해 눌러야 하기에 그저 북막에서 보낸 밀정이 소식을 알게 하기만 하면 된다.바로 그때, 냉정언과 홍엽이 경성으로 돌아왔고 그들은 곧장 초왕부로 돌아갔다. 이 일의 전말을 듣고 난 뒤 냉정은 웃으며 말했다."그것은 아주 간단하지 않사옵니까? 검마에게 초왕부로 와서 암살을 하게 하면 되지 않사옵니까? 그리고 이 암살은 모든 사람이 다 알아야 하옵니다.""그렇게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좋지 않사옵니다. 검마가 정말 온다고 해도 반드시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옵니다."이리 나리는 지금 자신의 사람들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어젯밤에 검마의 경공을 보고 난 뒤 그가 고수 중의 고수라는 것을 알았다. 만약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아 태자가 정말 그로 인해 머리를 베인다면 정말 후회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틀림 없었다. 냉정언은 속으로 이미 계획이 끝난 듯한 당
암살을 계획하는 것은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쉬웠다. 특히 검마가 오기 전에 이미 태자의 머리는 그의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려 놓은 상태였다.그날 저녁, 남변객 검마는 초왕부로 왔다. 한창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고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은 고수들이 관전하러 왔다. 늑대파의 사람들이 쫓으러 와서 그들은 멀리서 조용히 볼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이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검의 기운이 날카롭고 싸늘하다는 것을 멀리 있는 사람들도 모두 느낄 수 있었다.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처량하고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전하!"이내 당황함이 가득한 목소리가 연달아 울렸다."어서 전하를 구하거라!""호위하라, 호위하라!""저 자를 보내지 말거라. 저 자를 죽이거라. 당장 죽이거라!"처량한 소리들이 귀에 전해 들어와 이 어둠 속에서 유난히 귀를 찌르는 것 같았다. 멀리서 관전하던 사람들은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이 소리를 들으니 검마가 아마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무언가를 들고 밤하늘을 스치며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참혹한 울음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말 한 마리가 빠르게 초왕부 문을 나서 황궁으로 달려갔다.어둠에 묻힐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초왕부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드나드는 사람들은 강적을 만난듯했다. 시체가 들려 나와 늑대파로 돌려보내졌다. 죽은 사람의 태반이 늑대파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검마의 대단함은 이로부터 알 수 있다.이튿날이 되자 조정에 관리들은 태자가 부상을 입어 당분간은 정사를 돌볼 수 없다고 전해 들었다.그러나 민간에서는 태자가 검마로 인해 살해되었다고 추측했고, 조정의 관리들도 순간 황송해졌다. 명원제는 어의를 초왕부로 보냈지만, 어의는 초왕부에 들어간 후 다시 나오지 못해 더욱 많은 사람들의 추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초왕부에는 귀영위가 곳곳에 잠복해 있어 거의 사각지대가 없었다. 누군가가 침입하여 훔쳐보려는 것은 거의 불
북막 사람들은 북당의 무기를 보게 된다면 적어도 10년 동안은 감히 침범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북막은 요 몇 년 동안 호전을 일삼으며 국력을 많이 소모하여 앞으로 2~3년 내지 3~5년 동안은 더 이상 군사를 일으킬 수가 없다. 오늘 저녁 두 사람은 소월각에서 수라를 들었다. 우문호는 심지어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기 상궁은 그들에게 몇 가지 요리를 해주었다. 이번에는 태자비의 입맛을 신경 쓰지 않고 완전히 태자의 입맛에 맞추었다. 태자는 입안에 기름이 가득해 지는 고기를 좋아한다. 그가 이틀 후에 출발하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길에서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할까 봐 한 번에 그에게 만족시키게 해주었다.우문호는 아주 즐겁게 먹었다. 그동안 줄곧 암살당할 위험에 처해 있었던 데라 이리댁에서 며칠을 지내다 지금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부인과 함께 밥을 먹으니 유난히 즐거웠다. 바깥 일들은 거의 모두 확정이 되었으니 그는 마음속의 큰 걱정을 내려놓은 셈이다. 이번 전쟁에는 안풍 친왕, 태상황과 나리들이 있으니 그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므로 식사를 할 때 그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도 꺼내지 않고 원경릉에게 기화가 아이를 제자로 삼으려는 말을 꺼냈다.그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아이가 태어나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에게 제자로 허락을 해야 하다니. 만약 딸이라면 오히려 당신에게서 의학을 배우기를 바라고 있소. 희열이처럼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면 얼마나 좋느냐 말이다.""아들도 의술을 배울 수 있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아들은 의술을 배우든 무공을 배우든 아무리 힘들어도 아깝지 않다네. 나이로서 이런 것을 감당해야 하오. 헌데 딸이면..."그는 말을 멈추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지금 그의 마음속에서 가장 큰 걱정이 바로 이 일이다."만약 우리가 정말 딸을 낳으면 어떻게 남한테 제자로 삼게 할 수 있겠소? 그 기화가 딸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겠느냐? 무공인가?"원경릉은 머리를
나흘이 지난 후 우문호와 서일은 식량을 운송하는 소리로 변장하고 대오를 따라 출발했다.이 물건들은 겉으로는 식량이었지만 실제로는 모두 무기였다.초왕부는 여전히 관리가 엄했고 다른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외부인은 조금의 소문을 엿들으려 해도 엿들을 수가 없었다.강북부에서 안왕이 출정하자 안 왕비는 군주를 데리고 귀경길에 올랐다.이것은 안왕이 분부한 것이였다.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전선이 뒤로 이동할 테니 강북부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왕비와 아이가 여기에 있으니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들 모녀를 귀경시켰다.두 번째 식량이 경성을 떠난 후 회왕도 경성을 떠났다. 그는 부근의 주부에 가서 군량을 조달했고 미색과 아쉽기 그지없게 작별을 고했다.서방이 처음으로 먼 길을 떠나는 것이니 미색은 더욱 아쉬웠고 늑대파의 사람들을 보내 그를 따라가게 했다. 임신을 해서인지 감정의 기복은 유난히 뚜렷했고 회왕이 문을 나설 때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의 마음은 사실 기뻤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회왕을 보호할 수 있으니 편히 경성에 있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그가 정말 그의 포부를 이루고 가치를 실현하려 하니 매우 기뻤다.회왕이 떠난 후 그녀는 초왕부로 옮겨 지내며 원경릉과 사식이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모두 임신을 한 상태니 함께 지내며 서로 보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세 사람의 서방이 모두 출정했으니 함께 지내면 헛된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더라도 다른 두 사람이 위로할 것이라고 말했다.본디 세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은 미색이고 가장 약한 사람은 사식일 것이라 생각했었다.그러나 지내다 보니 그제야 걱정이 태산인 사람이 오히려 미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항상 회왕의 몸이 그다지 좋지 않은 데다 이번에 먼 길을 떠나 직접 식량을 변방으로 운송해야 한다고 신경 썼다. 즉 전쟁터에 나타날 것이니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했다.사식이가 그녀를 위로했다. 그는 식량을
북막 일대의 날씨는 추웠고 모래바람이 매우 세다. 이 사람 머리는 꺼내어 올리자마자 쇠퇴한 기색을 띠었다. 얼굴에 남아 있던 수분은 바람에 날려 사라졌고 목의 부러진 부분에는 검은색으로 변해 굳은 피가 썩은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진 대장군은 한참을 보고 나서야 천천히 시선을 돌려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 듯 말했다."태자께서 이리도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니 정말 안타깝구먼.""전혀 안타깝지 않사옵니다. 적어도 백만 냥의 황금을 받을 가치가 있지요!"기화가 그를 바라보았다."대장군, 황금은 어디에 있사옵니까?"대장군은 소원을 이룬듯 살짝 웃기 시작했다. 일 년 내내 모래바람을 맞으며 지낸 얼굴에는 주름살이 매우 뚜렷했고 울퉁불퉁했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백만 냥의 황금을 자네 혼자 와서 아마 들고 갈 수 없을 것이네. 차라리 자네가 먼저 사람을 찾아오게나. 내가 사람을 명해 자네를 데리고 황금을 찾으러 가는 것이 나을 것이네."기화가 담담하게 말했다."필요 없사옵니다. 소인은 이미 준비를 하고 왔으니 뒤를 보시지요!"그가 말을 타고 물러서자 진 대장군은 시선을 보냈고 역시나 아주 먼 곳에 소가 끌고 온 수레 차가 언뜻 보기에도 수십 대가 있었다.진 대장군이 웃으며 말했다."준비를 다 마치고 왔으니 다행이군. 그러나 그저 만 냥의 황금일 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올 필요는 없다네."기화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무슨 만 냥의 황금입니까? 분명 백만 냥이라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진 대장군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그런가? 자네가 아마 잘못 들었나 보군. 내가 본래 말한 것이 만 냥의 황금이라네. 자, 황금을 들고 와 검마를 진영에서 보내거라!"기화가 눈을 가늘게 떴다."나를 속이는 것입니까? 거기 진 씨, 내가 경계가 삼엄한 초왕부에서 우문호의 머리를 얻을 수 있는 이상 이 천군만마 중에서 당신의 목을 얻을 수도 있사옵니다!""알고 있네!"그러나 진 대장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계속 말을 타고 오고 있었다.
기화는 10만 냥의 황금을 운반하여 북막경내를 급히 떠난 것이 아닌 북막 변경에 가까운 주변 주현에서 식량을 구매했다. 10만 냥의 황금으로 부근의 몇 개 주현의 시장 속 식량을 거의 전부 매진시켰다. 이 식량은 자연히 북당으로 운송할 수 없었기에 그는 식량창고를 세내어 식량을 사재기했고 자신마저 북막을 떠나지 않았다.식량을 끊는 이 방법은 애초에 대주가 북막을 공격할 때도 사용한 적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한 역사는 북막인들에게 아무런 교육적 의미가 없다. 그들의 이번 조치는 대대적인 침입이고 반드시 북당을 차지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당을 이기기만 하면 식량은 반드시 충분할 것이다. 북당 자체가 하나의 큰 식량 창고이다.그러므로 진 대장군이 기화가 식량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북당인이 권세와 이익으로 의해 이 식량으로 돈을 벌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필요한 물건이니 되팔아 돈을 벌 수 있다.아무래도 북당 태자를 죽인 북당인은 북당군에게 쓰이지 않을 것이며 그의 눈에는 이익만 있을 뿐이다.진 대장군은 무장으로 전쟁에 관한 일만 생각했고 개의치 않았다.지금 그는 우문호가 죽었으니 북당은 지금 반드시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했기에 진 대장군은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주력 부대는 신속하게 북당 경내에 진입했고 줄곧 파죽지세로 두 달 내에 북당 황도를 함락시켰다.그는 모든 군사가 북당 국경으로 진격하여 압착하라고 명을 내렸다.양군이 맞붙을 때 그는 강북부 이외 100리 정도 떨어진 곳으로 정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는 단 한 번도 방심하지 않았다. 북당군에는 소요공이 직접 지휘를 하였고 태상황이 직접 출정한데다 안풍 친왕 부부가 진두지휘했으니 이번 전쟁에 북당군은 사기가 고조되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하여 그는 전고가 일단 울리면 반드시 북당 변경의 두 성을 점령해야 한다고 명을 내렸다. 먼저 좋은 물꼬를 터서 북당군을 누르고 다시 몰아세우면 북당군을 순조롭게 쳐낼 수 있다.첫 번째 싸
그는 지금까지 먼저 성지를 점령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황성을 함락시키고 명원제를 죽여 그의 머리를 매달기만 해도 북당을 함락한 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생각은 옳은 생각이다. 권력의 중심이 모두 파괴되었으니 백성들이야 당연히 강한 사람의 말을 들을 것이다.물론 그도 무모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달아 몇 번씩 정탐꾼을 강북부에 보내 알아보게 했다. 역시나 강북부에는 주둔군이 있었고 막사는 10리를 설치했으며 노란색 막사도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태상황과 주력부대는 바로 강북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그는 장군들에게 냉소하며 말했다."사람이 늙으면 어리석어 진다네. 그러니 전쟁을 하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되지. 일단 멈추면 아무리 대단한 전쟁의 신이라 해도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한다네. 안풍 친왕은 쓸모가 없고 일찍이 무기를 폐기했으니 무기가 없는 안풍 친왕은 이빨 빠진 호랑이일 뿐일세."장군들은 잇달아 찬성을 표하며 대장군의 영명을 외치며 승리가 코앞에 다다른 것 같았다. 북당군이 이렇게 일격을 받아낼 힘도 없는데 어찌 북당을 이기지 못할 것을 걱정할 필요가 있겠는가!그는 즉시 군대를 이끌고 수주부로 향했고 먼저 수주부를 점령하려고 했다. 안풍 친왕은 계략이 통하지 않은 것을 보고 분명 끝까지 쫓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먼저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고 북당군은 완전히 얻어맞는 국면에 처했다.수주부는 강북부에서 100리 떨어졌다. 수주부를 점령했으니 거의 북당의 북쪽 일대를 점령했다고 볼 수 있었다. 위치가 이렇게나 중요하기에 진 대장군은 이를 매우 중시했다. 선두부대 5000명을 보냈고 큰 부대가 뒤따라 갔다. 북당은 이번에 거의 전국의 병력을 기울여서 각 주부에는 더 이상 주둔군이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관아에서 사람을 데리고 완강하게 저항할 것이니 5000명은 수주부를 빠르게 점령하기에 충분하다.역시나 선두 부대를 보낸지 겨우 10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수주부를 따냈다고 보고가 왔다. 그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