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동안 유국수가 가게에서 나누어 가진 돈들은 모두 공주부에 속했는데, 돌아가 물어보니 그 돈들은 이미 그가 꺼내 전장에 넣었고 그녀의 아이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나른하게 의자에 주저앉았고 애써 참았던 눈물은 결국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들에게 화를 한 번 냈을 뿐인데 왜 그들이 참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몇 년 동안 시아버지를 대할 때, 그녀는 줄곧 존경해왔다. 왜 그녀의 성질 한 번을 못 받아주는 것일까? 그녀도 궁지에 몰렸는데, 왜 그녀를 이해해 주지 않는 것일까?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날 초왕부 밖에서 원경릉이 그녀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게 만들겠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눈물을 닦았고 오만하고 냉혹하게 웃기 시작했다."원경릉, 이제 네가 원하는 대로 됐느냐? 허나 아직은 아니다!"그녀는 머리를 빗고 옷을 갈아입고 궁에 들어가 명원제를 만나 울며불며 부마의 매정을 하소연하였고 그녀의 돈을 훔쳐 여우짓을 하는 천한 여자와 놀고먹는다 말했다.명원제는 조용히 그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린 후에야 말했다."부마는 네 명의로 전의감에 은 삼백만 냥을 헌납했고 말로는 너를 위해 속죄를 하겠다더구나. 이 일을 알고 있었느냐?"혜평은 멈칫하다 놀라며 말했다."… 무엇이라 하셨사옵니까?""이 삼백만 냥은 아마도 가게를 팔아 생긴 돈일 테다. 다시 가져가겠느냐? 만약 돌려받으려 한다면 짐은 돌려줄 수 있다."명원제가 이 말을 할 때 눈빛은 아주 날카로웠다.혜평 공주는 이 상황을 생각지도 못했다. 속죄를 하다니? 그가 그녀를 위해 무엇을 속죄한다는 말인가? 어처구니없다. 그 일들은 아주 깔끔하게 처리되어 아무도 모른다.명원제는 그녀의 눈동자가 다급히 굴러가는 모습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혜평아, 짐이 몇 년 동안 너를 너무 방임했다. 어떤 일들은, 손을 떼야 할 일이면 떼야 한다. 네 아들까지 연루시키지 말거라."혜평은 이 엄한 말을 듣고 온몸의 힘이 순식간에 뽑혀 나가는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틀이 지나자 역시나 약재시장은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고 물건을 들이는 가격이 낮아지니 약재들이 다시 시장에 가득 차있게 되었다. 그녀의 손에는 고가로 들여온 많은 물건들이 비축되어 있다. 자체적으로 다 사용할 수도 없고 팔수도 없었지만 그로 인해 많은 돈이 묶여있었다.그녀의 곁에는 쓸만한 사람들이 없었고 총무와 주인장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녀의 약공장에서 약을 생산한다면 가격이 너무 높아 아예 팔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싼값에 팔면 그녀는 많은 돈을 잃게 될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원망은 조금씩 흘러넘쳐 우문호 부부를 뼈에 사무치게 미워했다.원경릉의 의원과 의관은 여전히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안정된 후 원경릉은 더 이상 도우러 가지 않았다. 연달아 며칠을 바삐 돌아치니 정말 너무 피곤했다. 우문호는 그녀에게 바삐 돌아치지 말고 집에서 며칠 쉬라고 엄명을 내렸다.모처럼 한가해지자 동서들을 불러 모았는데, 궁에서 황후를 모시는 원용의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왔다.요부인은 올 때 아주 큰 보따리를 가지고 왔는데, 열어보니 뜻밖에도 모두 아기의 옷이었다.요부인은 원경릉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자네가 최근 많은 의원을 열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네. 지금 백성들은 모두 자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네. 자네 덕분에 그들이 비싼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나야 아무것도 도울 수 없으니 사식이와 미색이의 아이에게 작은 옷 몇 벌을 만들었네, 이쁘오?"원경릉은 원래 자신에게 주는 것으로 알고 이미 들어 보았는데, 요부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자신이 아직 임신 소식을 전하지 않은 일이 생각나 겸연쩍게 말했다."예쁘옵니다. 당연히 예쁘지요."미색과 사식이는 몹시 좋아했고 걸어가서 손에 들고 만든 옷을 들어 올렸다. 옷은 모두 노랗고 옅은 녹색이어서 형제와 자매가 모두 입을 수 있다."정말 감사하옵니다, 부인!"미색과 사식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미색이는 단번에 원경릉이 손에 들고 있는
요부인은 안색이 조금 불편했지만 여전히 말을 이어 나갔다."다만 무공을 아는 사람을 꼭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네."요즈음 그녀는 주변에 무공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고 있다. 적어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 앞장서서 자신의 막을 수 있다.의사는 맥이 없으니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무공을 아는 사람 말이옵니까? 그럼 무부가 아니옵니까?"손 왕비는 그녀와 생각이 달라 바삐 손을 흔들었다."그자는 안돼옵니다. 부부가 화목하면 그만이지, 만약 화목하지 않으면 한 손에 사람을 때려죽일 수도 있사옵니다. 절대 그 위험을 무릅써서는 안돼옵니다."미색이 웃음을 터뜨렸다."태자도 무공을 아시는데, 태자비가 맞아 죽는 것은 보지 못했사옵니다."손 왕비는 미색을 힐긋 쳐다보며 말했다. "어쨌든 무부를 찾는 것보다는 의사를 찾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옵니다. 관심도 잘해주고 병이 나도 나가서 의원을 청할 필요가 없사옵니다."미색이 입을 가리고 몰래 웃었다."맞사옵니다. 아이를 낳아도 산파를 찾을 필요 없이 부부가 마음을 합쳐 아이를 낳을 수도 있사옵니다."손 왕비는 숨이 넘어갈 듯이 웃었다."자네, 지금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것이오? 사내가 어찌 산실에 들어갈 수 있사옵니까?"모두들 웃기 시작했고 원경릉도 미소를 지으며 재잘대는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조용함을 되찾은 날들은 조금도 무료하지 않았다.그녀는 운석의 일도 이미 지나갔으니 자신이 임신한 일도 공개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려고 했으나 미색이 말을 꺼냈다."이번에 출산을 할 때 좋기는 사식이와 날이 겹치진 않았으면 좋겠사옵니다. 태자비를 미리 청해야 하옵니다.""겹치지 않을 것이네. 사식이가 자네보다 일찍 임신했으니!"손 왕비가 말했다."그것은 정말 모르는 일이옵니다. 달거리가 원체 정상이 아닌 데다, 노부인께서 그날 진맥을 해주시고 저와 사식이가 비슷하게 낳을 수도 있다 하셨습니다."사식이는 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어떡하옵니까? 저
모두들 그녀를 비웃었다. 다 웃고 난 뒤 손 왕비가 문득 일깨워주었다."이 일을 궁에서는 아직 모른 것 아니오?"원경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직 잘 모르옵니다. 명일 궁에 한 번 가려고 하옵니다. 어차피 이 일은 이미 숨길 수도 없사옵니다, 석 달이 되었으니 얼마 지나지 않으면 배가 알릴 것이옵니다.""그렇사옵니다. 그러니 더 속이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미색은 이마의 땀을 쓸어내리고 몰래 원경릉을 노려보았다. 이 사람도 참, 폭로를 하려면 미리 말을 해주어야지, 하도 그녀의 반응이 빠르니 놀란 척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식이가 그녀와 화를 낼 것이다. 사식이는 초왕부에서 지내고 있는데도 몰랐으나, 그녀는 미리 알았으니 사식이의 성격으로 보아 화를 내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그리고 손 왕비도 이런 순서를 많이 따진다. 그녀는 줄곧 자신과 태자비의 사이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녀는 단번에 원경릉이 가져간 살구빛 옷을 가져왔다."요부인에게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십시오. 이 옷은 제가 마음에 들었으니 제 것이옵니다."원래 그녀가 손을 쓰기 불편할 거라 생각하여 그녀를 주려 빼앗았다. 그러나 예쁜 옷들을 보니 바로 임신을 공개하다니, 정말 약삭빠르다.요부인이 웃으며 말했다."됐네, 빼앗지 말게나. 내가 계속 만들 터이니. 나의 이 고달픈 팔자, 황귀비까지 포함해서 아이가 넷이나 되니 앞으로 많이 바쁠 것 같네."손 왕비가 한숨을 쉬었다."자네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아이를 낳으려 하는데 나만 외손을 기다리고 있다네. 분명 모두 동년배인데, 왠지 모르게 자네들보다 많이 늙은 것 같구려."그녀는 저절로 말을 하다 웃으며 침을 뱉는 시늉을 했다."아니네, 우리 희동이는 그리 일찍 혼사를 치르지 않을 것이오.""둘째 형수님, 둘째 형한테 열심히 노력하라 말씀하십시오. 어쩌면 뚱뚱한 아들내미를 얻을지도 모르옵니다."미색이 농담을 하자 손 왕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진작에 바라지 않았네. 몇 년만 일찍 했어도 자네와 같지 않았
"정말이냐?"소요공은 갑자기 일어나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정말 대단한 경사구려."태상황과 주수보는 동시에 그를 힐긋 쳐다보았다. 저 늙은이의 연극은 조금 과장스럽다."좋은 일이지, 정말 대단한 좋은 일이다!"태상황이 웃으며 원경릉을 바라보았다."얼마나 되었느냐?""황조부께 아뢰옵니다. 석 달이 되었사옵니다!"원경릉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그들 셋의 반응을 보니 마음속으로 그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직감이 왔다.희상궁이 밖에서 차를 들고 들어오자마자 임신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모두를 한 번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진작에 아시지 않으셨사옵니까?""알았다니요?"우문호는 넋을 잃고 희상궁을 바라보았다."다들 아셨다는 말씀입니까?""아시옵니다. 태손께서 말했사옵니다."희상궁이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태손께서 비밀로 해야 한다고 했사옵니다. 태자께서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되옵니다."우문호는 갑자기 의기소침해졌다. 궁에 들어와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는 오늘 공무를 미루고 정중하게 이 좋은 소식을 선포하려 했다. 그는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기에 이러면 재미가 없었다.태상황이 호의적으로 말했다."네 아바마마는 아직 모르니 네가 가서 그에게 알려주거라.""아바마마도 그다지 기뻐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아무래도 아바마마께서도 곧 아버지가 될 것이니 말이옵니다. 그것도 아이가 둘이온데!"우문호가 말했다."그래도 알려야 한다!"태상황이 손을 흔들었다. "가거라."우문호는 태상황이 파리를 쫓는 듯한 손짓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답답해하며 원경릉을 힐긋 보았고 원경릉도 웃으며 말했다."그럼 한 번 가봐. 내가 지난번에 궁에 들어와 아바마마에게 의원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논쟁이 조금 격렬했어. 아바마마께서는 아마 나를 만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나는 가지 않을게. 당신이 나 대신 아바마마께 안부를 전해."우문호는 일어나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원경릉은 정사에 대해 모르지만 수보의 말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바마마께서 일을 하시는 것은 확실히 보수적이였기에 부수가 안전하다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마치 우문군을 대하는 태도와도 같았다. 그가 어떻게 우문군이 황제의 자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모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장남이기 때문에 일으켜 세우기 힘든 재간을 가졌다 하더라도 자꾸 기회를 주어 우문군의 기염과 야망을 키웠다.수보는 조당의 정세에 대한 판단이 아주 잘 되어있다.그녀는 건곤전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끝내고 돌아와 점심을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을 만나지 않으니 아이들이 모두 좀 자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들은 어머니를 보고 매우 기뻐하며 자신의 공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자신이 쓴 글을 원경릉에게 보여주었다. 만두가 특히 글자를 날아갈 듯이 썼고, 경단은 한 획 한 획 이어 쓴 곳이 없게 아주 단정하게 썼다.그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큰 장사를 해야 하고 거짓이 없는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문자를 반드시 또렷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찰떡의 글씨를 매우 수려했지만 수려함 속에는 한 가닥 떠도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대로 쓴 것을 알 수 있었고 변화무쌍했다. 그는 가장 부담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도 모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입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궁에서 공부를 하니 부모님과 아이가 학습으로 인한 모순을 피면했고 모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도 않아 정말 성과를 거저 얻는 것만 같았다.다섯째는 어서방에서 명원제와 거의 두 시진을 담론했다. 원경릉이 임신한 일을 말한 후 명원제는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바로 다소 난감해졌다. 필경 부자 둘의 아이가 거의 동시에 태어나기 때문이다.사적인 일을 말했으니 당장의 큰일도 언급을 해야 한다.의료 개혁 이후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 한 가지 일을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그것은 바로 회강에 제방을 건
이리 나리가 무기를 연구 제작하는 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장소도 비교적 은밀한 곳으로 잘 선택되었다. 우문호는 소문이 날까 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원경릉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자연히 묻지 않고 원 할머니를 도와 전의감의 일을 조심스레 처리했다.할머니는 패기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학원을 설립하는 것은 이미 행동 중에 있었다. 앞서 한동안 선전을 하고 조정의 정책까지 더해져, 이미 많은 학생들이 의술을 배우려 왔다.학생들은 공명을 따는 것 외에 출로가 하나 더 생겼으니 자연히 좋아했다.이날, 사식이는 원경릉을 청하여 함께 시장을 돌며 물건을 좀 사려 했다. 원경릉은 오랫동안 쌍둥이를 데리고 나가지 않은 것이 생각나 쌍둥이를 데리고 함께 나갔다.날씨는 아직 비교적 추웠고 설이 지난 거리라 그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 설 소비 후의 냉정기에 들어섰다 보니 청란 대가도 비교적 썰렁했다.사식이는 모처럼 한 번 나와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녀는 춥고 습한 날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게 쌍둥이에게 과편을 사주었다. 그녀도 과편을 들고 먹으며 예쁜 얼굴이 찬바람으로 인해 붉어졌다. 마치 예전에 원경릉의 곁을 따랐을 때의 그 계집애인 것처럼 어머니가 될 모습은 전혀 없었다.원경릉은 그녀처럼 그렇게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줄곧 옆의 의관을 보고 있었고 보원당의 환자는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출입을 하는 자들은 모두 옷차림이 괜찮았다. 혜평은 가격을 내렸지만 돈을 따로 받을 길이 있었다. 바로 이전처럼 고뿔 약 한 첩에도 모두 비싼 약재를 쓰는 것이다. 약이 비싸면 이윤이 높기 때문에 오래 지나다 보면 집안이 부유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다.사식이는 금은방을 둘러보고 또 비단장을 둘러보며 물건을 골랐고 주인장에게 아랫사람을 시켜 댁으로 보내라 했다. 그녀들은 오늘 나오면서 시중드는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고 두 여자가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한참을 돌아다니니 쌍둥이도 배가 고팠다. 사식이가 호기롭게 말했다."우리 밖에서
몇 가지 요리를 시켰고 쌍둥이들은 매우 맛있게 먹었다. 이곳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는 비교적 달고 고기도 많이 있어 쌍둥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원경릉도 적지 않게 먹었다. 이번 임신은 비교적 편안하고 거의 반응이 없어 입맛이 점점 커졌다. 먹으려면 먹고 마시려면 마시고, 다만 가끔 신 것이 먹고 싶었다.사식이는 하인을 불러 계산을 하려 했지만 하인이 들어와 웃으며 누군가 이미 계산을 했다고 알렸다.원경릉과 사식이는 순간 멍해졌다. 계산이 되었다니?원경릉이 물었다."대체 누가 우리를 위해 계산을 하였느냐?"하인이 답했다."방국공 부의 한 부이옵니다. 그 부인께서 아시는 분이라 했고 와서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아 그저 계산을 도와 했사옵니다."방국공 부의 부인이라 하면 아마도 방국공의 며느리일 것이다. 예전에 노부인을 치료할 때 알고 지냈으니 원경릉이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계산을 해준 것 같았다. 원경릉은 남에게 신세를 질까 봐 말을 했다."그럼 그 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을 좀 안내해 주시게.""예!" 하인이 허리를 굽혀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사식이에게 말했다."여기서 쌍둥이를 보고 있거라. 인차 다녀오마."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가십시오."환타가 일어서서 원경릉에게 다가갔다."어머니, 그럼 저도 가겠사옵니다."원경릉은 그의 작은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그러려무나."환타는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칠성에게 말했다."넷째 이모를 잘 보호해!""그래!"칠성은 까만 눈동자를 깜박였다.사식이는 웃음을 터뜨렸다."어머, 칠성이가 나를 보호하는 것이냐? 그것참 너무 좋구나, 칠성아, 나중에 이모가 맛있는 것을 사주마."칠성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넷째 이모, 저는 이미 밥을 먹었사옵니다.""그럼 군것질을 사면 되지 않느냐!""좋아하지 않사옵니다.""어머,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럼 방금 과편은 왜 먹은 것이냐?"칠성은 턱을 괴고 말했다."이모의 체면을 세워 드려야 하옵니다."사식이는 깔깔대며 웃었다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목여 태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말했다.“폐하, 공주를 너무 꾸짖지 마십시오. 공주께서는 단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 것 뿐입니다.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왕과 위왕도 그곳에 있었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잖습니까?”우문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택란이 자네에게는 과자 한 조각을 주었지만, 나한테는 안 주더군.”택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아버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드셔 보세요. 이건 그렇게 달지 않은 생강 과자인데, 정말 맛있습니다!”생강 과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딸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니 어떻게 밀쳐낼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상태였지만 결국 한입 물었고 생강과 설탕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니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나도 먹고 싶은데.”원경릉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물었다.“다섯째야, 맛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겼으니, 좋은 표정을 지을 마음이 없었다.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택란아, 나한테도 한 조각 줘 보거라!”택란은 다시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엄마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엔 자신의 엄마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원경릉은 과자를 먹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맛있구나. 다 먹었으니 나가서 좀 자거라.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못 잤으니.”“예!”택란은 얌전히 대답하고 나머지 과자를 빨리 먹어 치운 뒤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안아주었다.“아바마마, 저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깨고 나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우문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어서 가거라.”택란은 목여 태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돌아보며 아버지가 너무 오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원경릉은 문을 닫고 탁자 옆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한 일을 이야기하며 원경릉을 기쁘게 했다.다섯째는 이전에 다섯 개의 성을 위해 적어도 30년이나 5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20년이 채 되지 않아 조정에 대한 충성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나아가 국경 방어뿐만 아니라 조정에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보였다. 아이들이 현대의 경험을 참고하며 지내는 것이 다섯째의 큰 걱정을 해결해 준 것이었다. 약도성은 이번 지진으로 국고의 돈과 주변 주현의 자원을 사용했다. 북당과 약도성의 백성들의 마음이 끈끈히 묶여 있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중증 환자들이 회복된 후, 원경릉은 택란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갔다.출발하기 전에 비둘기를 통해 다섯째에게 소식을 전하며 심리적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다섯째가 택란을 보았을 때 마음을 가라앉혀 덜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택란은 아버지가 화를 내거나 슬퍼할까 봐 사실 마음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녀또한 잘 알고 있었다.돌아가던 중 택란은 아버지에게 줄 선물을 사자고 제안했다. 원경릉은 딸의 강한 생존 본능에 웃음을 터뜨렸다. 딸이 아버지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으니, 다섯째가 딸을 그렇게 아끼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느꼈다.“너희 아버지께서는 특별한 취미가 없으시고, 그저 술 한잔하는 걸 좋아하시니까 좋은 술 몇 병 사 가는건 어떠냐?”그러자 원경릉이 먼저 제안했다.“좋습니다! 사요! 많이 사서 마차에 싣고 가겠습니다!”택란이 급히 대답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섯째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자상한데도 아이들이 그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이고 사랑이지만 말이다.경성에서 우문호는 원경릉의 서신을 받자마자 열어보았다. 편지를 읽는 순간 그는 멍해졌다.“계란이가 약도성에 갔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 그렇게 얌전하던 딸아이가 몰래 약도성에 갔을 리가 없어.”더구나, 셋째와 넷째는
약도성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백성들은 임시로 지은 오두막과 초가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폐허로 변한 도성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원경릉은 마음속 깊이 안타까움을 느꼈다.택란의 뜻으로 중증 환자들은 모두 저택으로 옮겨졌다. 원경릉은 계란이의 결정이 매우 옳다고 생각했다. 중증 환자들은 그녀와 몇몇 의원이 책임지고 돌보았고, 나머지 의원은 경증 치료를 맡았다.택란은 엄마 곁에 머물며 환자를 돌보는 것을 도왔는데, 기본적인 의술을 알고 있어서 소독과 붕대 감는 일을 도왔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통증이 심해 참기 어려웠고, 진통제를 먹이거나 진통 주사를 놓았다. 택란도 주사를 놓을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쉬지 않고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본 환자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들은 궁에서 자신들의 생사를 진정으로 걱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황후마저 직접 왔으니, 예전의 대립과 적대감은 유치한 웃음거리로 느껴졌다.저녁 무렵,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왔지만,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서로 포옹한 뒤 다시 각자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다.백성 중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약을 끓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택 내 물자는 부족했으나 주변의 도움이 끊이질 않았다. 호명은 사람들을 조직해 식량과 의복을 나누어 주었다. 지금의 약도성엔 인간의 이기심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황후가 직접 약도성에 온 덕분에 서북 지역의 신하들도 직접 의원과 물자를 이끌고 약도성에 와서 돕기 시작했다.약도성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고, 이는 약도성 백성들이 다섯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조정을 인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재난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데만 집중했다.재난이 발생한 지 반달이 지나면서 발견된 것은 모두 희생자뿐이었다. 인원을 파악한 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다.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5만여 명의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는 매우 끔찍했지만, 택란의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