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3061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9 18:00:00
냉 대인에게 요 몇 년간 혼담이 들어왔지만 결국 이상한 이유로 전부 흐지부지 되었다.

첫 번째는, 집안의 담장이 아무 이유 없이 무너진 것으로, 이는 불길한 징조라며, 어쩌면 하늘의 경고일지도 모르니 학문을 아직 이루지 못했는데 혼인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두 번째는, 냉 부인이 막 매파를 찾아내 아직 혼사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냉 대인이 고열이 나고 연속 사흘간 열이 나자, 아직 시기가 되지 않았다며 하늘을 거스를 수 없다고 했다.

세 번째는, 집에 늙은 개가 죽었는데 냉 대인이 말이 삼년상을 치러야 하니 3년간은 혼인할 수 없다고 해서, 냉 부인이 완전 뚜껑이 열리는 바람에 몽둥이를 들고 냉 대인을 쫓아 온 마당을 뛰어다니며 잡히면 죽는다고 했다.

네 번째는, 더욱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무 이유도 없이 눈썹이 절반 깎여 있었는데, 눈썹은 운수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혼담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구실이었다.

냉 부인은 마음을 접고 냉 대인을 재상 저택에서 살라고 내쫓으며 무섭게 쏘아붙였다.

“평생 홀아비로 살거라!”

냉 대인이 탄식했다.

“보아하니… 그게 아들의 운명인가 봅니다.”

냉정언이 재상 저택으로 이사한 뒤, 냉 부인은 아예 냉정언의 혼사로 속 끓이는 대신해서, 친척 중에 비교적 총명하고 영리한 대를 이를 만한 아이가 없나 찾았다.

냉 부인이 직접 냉정언에게 가서 물어보자 냉정언이 원래는 싫다고 했으나, “싫으면 어미를 위해 가서 목을 매달아라!”라는 냉 부인의 한마디 말에 냉정언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그럼, 모든 건 모친께 맡기겠습니다!”

냉 부인은 친척 중에 다섯 살짜리의 남자아이를 하나 골라주었는데, 이 아이도 운명이 아주 기구했다. 위에 3명의 형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이 아이를 임신했을 때 돌아가신 탓에 할머니는 그 애가 재수가 없어서 집안에 불운을 가져왔다며 그 애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다.

그 애 어머니가 작년에 병으로 죽자, 아이는 더욱 살기 힘들어져 세 살처럼 삐쩍 말라 피골이 상접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3062화

    “이름은 뭐라고 지었어요?” 원경릉이 냉정언에게 물었다.“얘가 우리 집으로 오기 전에는 강자로 하려고 했으나, 집에 온 뒤로 이름을 바꾸려고 했는데, 아직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냉정언이 답했다.“아!” 냉정언은 예전에 국자감의 제주로, 학문이 뛰어났기에 아이에게 좋은 이름을 붙여 줄게 틀림없었다.냉정언이 원경릉에게 물었다.“황후마마께서 저 아이에게 이름을 하사하시는 것은 어떨지요? 황실의 복을 조금이라도 입었으면 해서요. 이 아이가 전에 고생이 많았거든요!”“제가요?” 원경릉은 당황스러웠다. 어제 냉정언이 옷 가지러 입궁했을 때 듣고 괴로웠던 것이, 아이의 얘기라 특히나 감정 이입이 됐다.“황후 마마께서는 많은 복이 있으시니 저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시면, 첫 번째 복은 받은 셈이 될 것 같습니다.” 냉정언이 말했다.원경릉은 순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우문호가 소월전으로 돌아왔다가, 원경릉이 아이에게 이름을 붙여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 가는 대로 한마디 했다.“그럼, ‘냉명여’로 하지. 포부가 원대하고 ‘한 번 울면 세상을 놀라게 한다’라는 일명경인의 ‘명’, 임금이 내린다는 뜻의 ‘여’로. 짐이 이름은 좀 지을 줄 알아서 말이야.”냉정언은 평소처럼 아이를 흘끔 바라봤다.“어서 폐하께 성은이 망극하다고 인사드리지 않고 무엇하느냐?”아이는 털썩 꿇어앉았다. 황제가 이름을 지어 준 것이 얼마나 엄청난 복인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냉정언이 무섭기만 했다.우문호가 손을 뻗어 아이를 일으켜주며 따스하게 말했다.“겁먹지 마, 네 아버지는 조금도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사람들에게 아주 잘하셔.”아이는 뒤로 움츠러들며 원경릉 뒤에 서서 두려워했다.냉정언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이는 여전히 냉정언 뒤에서 쭈뼛거리며 냉정언을 화나게 했다.냉 부인은 원래 두 사람을 집으로 돌아와서 살게 하고 싶었지만, 얼마 전에 냉정언을 쫓아낸지라 지금 불러들이기엔 체면이 서지 않고, 또 바로 아이를 데려갈 수도 없었다. 이 아이는 기왕 이

    최신 업데이트 : 2024-12-10
  • 명의 왕비   제 3063화

    계란이가 8살이 되자, 생일잔치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사부 기화와 사모 월아와 다섯 오빠도 함께 했다. 떡들은 7월에 대입을 치러야 하는데, 조금도 긴장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명문 대학이든 십중팔구 합격 아니겠어? 2년 전에도 가능했지만, 엄마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어렸을 때보다 너무 잘하지 않도록 애쓴 것이었다.생일잔치는 비교적 조용히 치를 예정으로, 가까운 친척과 친구만 아이들과 함께 오라고 했다. 계란이가 현대에 가있긴 했지만, 동년배 아이들이랑 마음이 잘 맞는 것이, 1년에 2번씩은 같이 놀았기 때문이다.사식이는 둘째를 낳았는데 아들이 태어난 지 이제 두 달째라 장녀인 사탕이가 동생을 책임지고 데리고 있었으며, 계란이에게 남동생이 있다고 자랑하며 으쓱대기도 했다.구사 딸인 수아도 남동생이 있었는데, 원용의도 올 초에 막 회임을 해서 지금 배가 상당히 컸는데 보배도 곧 남동생이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계란이는 웃으며 조금도 부러운 내색을 보이진 않았지만, 내심 남동생이 가지고 싶었다.8살 계란이는 침착한 성격으로 예전 원경릉과 아주 닮았고 사모인 월아와도 매우 닮았다.그러나 이 침착한 겉모습 뒤에 어떤 마음이 감춰져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계란이가 처음 냉명여를 봤을 때, 그는 홍엽 뒤에서 원숭이를 안고 여전히 겁이 많았지만, 무공을 반년 정도 수련해 막 왔을 때보다 아주 좋아져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지 않고 원숭이랑만 놀고 있었다.계란이가 냉명여 앞에 서서 물었다. “홍엽 삼촌 원숭이를 어떻게 널 주신 거야?”냉명여가 계란이를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약간 경계하는 듯했다.“넌 이름이 뭐야?” 계란이가 물었다.“냉명여, 황제께서 이름을 하사해 줬어.” 그가 말했다.계란이가 엷은 미소를 띠었다.“우리 아빠가 붙여주셨다고?”냉명여가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아빠라고? 아빠가 황제야?!”“응!” 계란이가 그의 뾰족한 턱을 들여다봤다.“넌 누구 동생이야?”“전 누나도 없고, 형

    최신 업데이트 : 2024-12-10
  • 명의 왕비   제 3064화

    냉명여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예, 아버지!”냉정언에겐 그저 지나가는 농담에만 불과했지만, 냉명여는 마음에 꼭 새기며 앞으로 자신의 임무는 누나를 잘 보호하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계란이의 8살 생일 잔칫날, 우문호가 성지를 내려 계란이를 조양진국의 공주로 책봉했다.계란이는 신조를 안고 붉은색 봉황 겉옷을 입은 채 복도에 미소를 띠고 서 있는데, 8살 아이인데도 경국지색의 미모에 기품이 풍기며, 방금의 장난기는 어디 가고 침착하고 의젓하게 변해 있었다.진국공주란 이름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었다! 생일잔치가 끝난 후, 우문호와 계란이는 어화원을 거닐며 소화를 시켰고, 원경릉은 떡들과 대입에 관해 얘기하며 경험을 전수했다.1년에 고작 2번 돌아오는 계란이가 이렇게 순식간에 커서 8살 꼬마 숙녀가 되었다. 딸 손을 잡고 차분하고 아리따운 옆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과 함께 또 너무 느리게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다 컸지만, 아직은 정식으로 우문호의 곁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사부님이 얼마나 더 있으면 돌아올 수 있겠다고 하셨니?” 우문호가 부드럽게 물었다.“후년이요!” 계란이가 아빠에게 기댄 채, 겉옷 자락을 바닥에 끌자, 금박이 둥실 떠오르는 느낌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며 따스해서 오늘 냉명여와 얘기할 때와 전혀 달라 보였고, 다른 여자애들과 같이 있을 때와도 그랬다.그제서야 우문호는 안심할 수 있었다.“후년이라… 후년이면 넌 열 살이 되겠구나!” 우문호는 이번엔 2년이라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딸이 곁에 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랬다.하지만 딸이 돌아오면 10살이고 7~8년 후면 혼담이 오갈 거로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었다.천신만고 끝에 얻은 금지옥엽 같은 딸이, 곁에 얼마 있지도 못하고 벌써 이만큼 커버린 것이다.“공부는 어때?” 우문호가 물었다.“전부 만점이지요!” 계란이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러자 우문호도 웃으며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2-11
  • 명의 왕비   제3065화

    계란의 생일 연회가 지난 지 3일이 되어서야 셋째 위왕이 도성에 도착했다.그는 궁으로 향해 황제를 만나 예를 올린 후 우문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문호는 편지를 늦게 보내는 바람에 다급히 달려왔지만 결국 계란이의 생일을 놓쳤다며 변명했다.우문호는 그가 형의 태세를 보이자 어쩔 수 없이 연회를 크게 할 생각도 없이 그저 편지로 생일을 알렸을 뿐, 귀경을 재촉한 것은 아니었다고 사죄 했다.위왕이 조금 화를 내며 말했다."조카딸을 못 본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귀경을 말라고 하면 분명 화를 냈을 것이다."세월이 흘러 위왕의 눈가에는 주름이 생겼고 검붉은 얼굴에 점점 더 의연해진 이목구비가 돋보였다. 마른 체형에 큰 눈은 밤낮으로 길을 재촉한 후 많이 붉어 있었다.걸치고 있던 검은색 망토를 툭 털고 나니, 먼지가 폴폴 새어 나왔다. 그는 예를 차리지 않고 다리 한쪽을 올린 채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변방에서 구속받지 않는 성격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었다.우문호가 목여 태감에게 당부했다."셋째 큰아버지가 왔다고 공주에게 전하고 공주를 데리고 오게."목여 태감은 예를 올리고 자리를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계란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계란은 선하고 인자한 목여 태감을 아주 좋아했고 그에게 잘해주었다. 매번 돌아올 때마다 목여 태감의 선물을 빼놓지 않았고 목여 태감도 그녀를 예뻐했다.위왕을 본 계란이는 아주 기뻐 다급히 예를 올리자, 위왕이 그녀의 손을 잡고 흐뭇하게 훑어보았다.계란이가 장난스럽게 혀를 내둘렀다."셋째 큰아버지, 드디어 오셨습니까?""우리 계란이가 이렇게나 예쁘게 컸구나!"위왕이 흐뭇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생하면서 오느라 쌓였던 피곤함도 그녀의 미소를 보자마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셋째 큰아버지!"계란이는 소매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위왕에게 건네주었다."제가 가져온 선물입니다. 마음에 드는지 보십시오!"위왕이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선물까지 준비한 것이냐? 무슨 물건인지 봐야겠구나."상자를 열어보자, 안

    최신 업데이트 : 2024-12-11
  • 명의 왕비   제3066화

    "그건 선글라스를 썼기 때문입니다!"우문호가 다가가 그의 안경을 벗기고 말했다."쓰지 말고 잘 넣어두십시오!"위왕은 손을 뻗어 선글라스를 빼앗아 상자 안에 넣고 소매 주머니에 챙겨 넣은 후 그제야 등에 이고 있던 배낭을 풀어 안에서 소매에 넣는 작은 화살 기관을 꺼냈다. 그는 계란이의 손목에 기관을 채운 후 말했다."이것은 암기 기관이다. 기관을 누르면 작은 화살을 쏠 수 있어 쓰기 좋더구나.""여자아이한테 어찌 무기를 선물하는 것입니까?"우문호가 물었다.하지만 오히려 선물이 마음에 든 계란이는 기관을 열어 연구를 시작했다. 작은 상자에는 이쑤시개보다 작은 화살 수십 개가 들어있었는데, 검게 칠해진 기관은 아주 정교해 보였다."감사합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계란이가 위왕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셋째 큰아버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드릴 테니 약도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그래!"위왕은 단번에 승낙한 후 우문호를 버리고 계란이와 함께 갔다. 몇 걸음 걷다가 그는 멈춰 서서 선글라스를 끼고 으쓱대며 우문호를 힐긋 본 후 계란이와 자리를 떠났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라 목여 태감을 힐긋 보았고 목여 태감은 다급히 예를 올렸다."저는 공주마마를 모시러 가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목여 태감도 그를 두고 자리를 떠났다."너무 하는구먼!"우문호는 콧방귀를 뀌고 상소문을 보러 들어갔다.계란이는 위왕에게 술을 권해 위왕을 취하게 만든 후, 약도성의 일을 전부 알아냈다.약도성의 영주는 계란이고 저택도 이미 짓고 있었다.한편, 주 아가씨는 낭자군을 데리고 반란을 평정했다. 하지만 약도성은 다른 성보다 훨씬 복잡했다. 부근에 있는 도적 무리가 도성의 여인들을 괴롭히고 혼란을 일으킨 북막인들도 약도성에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주 아가씨가 힘들긴 할 테지만, 그래도 2년 동안은 지원을 받아 잠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다만 변수가 하나 더 있었다.약도성 북쪽에 가까이에 있는 금나라이다. 2년 동안 사람을 보냈는데, 약도성이

    최신 업데이트 : 2024-12-12
  • 명의 왕비   제3067화

    위왕은 계란이와 한참 동안 말을 하고나서야 어서방으로 돌아와 우문호에게 변성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약도성을 언급했다.우문호는 금나라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금나라가 약도성을 되찾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중시하기 시작했다."병사가 필요한 것입니까?""아직은 필요 없다. 금나라도 그냥 얘기만 꺼낸 것이니, 아직 병사가 필요하진 않네. 금나라도 쉽게 병사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도성을 옮기는 것도 조만간 생길 일이다. 아직 북당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그저 얘기나 꺼낼 뿐이다. 약도성 백성들을 우리와 맞서고 싸우게 하려면 30, 50년은 필요할 것이다.""예. 수고하십시오!"우문호도 성곽의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약도성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른 네 개의 성곽이다. 그것이야말로 북막을 막는 진정한 장벽이다.약도성은 외곽에 위치하였지만 광산 자원이 풍부하여 북당이 발전한 후 개발할 것이다. 지금은 그냥 가볍게 상대하면서 계란이를 위해 돈을 모을 생각이다. 결국 약도성은 계란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위왕이 귀경한 지 사흘쯤 될 때, 안왕 부부도 안지를 데리고 돌아왔다.안왕은 요 몇년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부러진 팔의 상처가 늘 짓무른 탓에 강북부에서 오랫동안 치료했지만 쉽게 낫지 않았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고열과 미열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안왕비가 여러 번 돌아가 치료하라고 권고했지만, 그는 원하지 않았다.계란의 생일을 위해 돌아온 위왕을 구실로 조카딸을 만나자고 그를 설득했다. 게다가 돌아온 지 2~3년도 넘었으니, 무상황과 태상황에게 문안을 드릴 때도 되었다.안왕은 심사숙고한 후 살 수 있는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무상황과 아바마마, 어마마마를 보러 돌아가려 했다. 그제야 그는 짐을 챙기고 떠났다. 위왕과 비슷한 날짜에 떠났지만, 길에서 병세로 인해 지체되어 며칠 늦어졌다.그렇게 경성에 도착했지만, 안왕은 도착하자마자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 경중의 의원을 불러 병을 봤지만, 상

    최신 업데이트 : 2024-12-12
  • 명의 왕비   제3068화

    "아이들이 부르고 있는데 어찌 대답하지 않습니까?"안왕비가 그를 살짝 밀었다.안왕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대답했다."됐다. 먼저 나가 놀거라. 엄마가 곧 갈 테니!"원경릉이 아이들을 보내려 하자 계란이가 친절하게 한마디 되물었다."큰아버지, 편찮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으니, 몸조심하십시오."안왕은 멍하니 계란의 다정하고 하얀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눈빛에서 반짝이는 빛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안왕이 진지하게 말했다."꼭 조심하마."아이들이 물러난 후 원경릉은 안왕의 상처를 살폈다.상처는 빨갛게 곪아 살이 썩었고 목과 림프도 심하게 부어있었다. 원경릉도 그 모습에 냉기를 들이마셨다. 염증이 심각한 상황이었다.안왕의 체온을 확인해 보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39도로, 심한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상처가 짓무른건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좋아지고, 때로는 나빠지고 그랬습니다. 약을 계속 먹었지만 여전히 완쾌하지 않았습니다."안왕비가 답했다."2년이나 된 것입니까?"원경릉은 한숨을 쉬고 안왕을 바라보았다."그럼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오."안왕비가 말했다."약을 계속 먹긴 했지만, 귀경하는 동안 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제 의원을 불러 약을 썼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더 심각해졌습니다.""당연한 일입니다. 오는 길 내내 염증이 더 심해졌고 상처를 깨끗이 닦지도 않고 약을 썼잖습니까? 먼저 상처를 깨끗이 씻으십시오."원경릉은 약상자를 열고 작은 칼을 꺼내고 멈칫하다 물었다."좀 아프실 텐데 참으실 수 있지요?"안왕은 이미 아픔에 습관 되었다."참을 수 있소!"원경릉은 마약을 쓰지 않았다. 칼을 소독하고 솜과 생리식염수, 요오드까지 꺼냈다. 비록 이 물건을 안왕부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왠지 마음이 놓였다.상처를 다 씻어내려면 꽤 아픈 일이다. 원경릉도 조금 허둥지둥했다. 안왕이 고통을 참을 수 있다고 했지만, 상처를 긁자 아픔에 몸을 떨

    최신 업데이트 : 2024-12-13
  • 명의 왕비   제3069화

    원경릉이 떠난 후, 안왕은 침대에 누워 옆에서 바삐 움직이는 안왕비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몇 년 동안 내가 한 일을 후회한 적 있는지 묻는다면, 바로 오늘이오."안왕비는 의아했다."왜 지금입니까? 예전에도 후회했다고 생각했습니다.""예전에 후회한다고 말했을 때, 상황이 신경 쓰이기도 했소. 하지만 지금은 정말 후회하고 있소. 아이들의 선의를 보니, 우리 세대의 원한이 지속되지 않은 것 같소. 다섯째네가 얼마나 넓은 마음을 가졌는지 모를 일이오. 나에 대한 원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이들이 그렇게 잘해주지 않았을 것이오."안왕비가 자리에 앉아 부드럽게 웃었다."알고 있으니 다행입니다."안왕이 그녀의 손을 잡고 쓴웃음을 지었다."계속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서 참 마음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오. 아바마마와 다섯째가 기회를 준 것도 참 고맙소.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지금까지 잘 지낼 수 있었겠소?"안왕비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팔과 부상, 그리고 몇 년 동안 받은 고통까지. 어찌 잘 지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당연하오!"안왕이 그녀의 손을 세게 잡았다."이것이야말로 잘 지내는 것이오. 몸이 힘든 것이야 아무런 문제가 아니오."안왕비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마음만 편하면 됩니다."원경릉은 아이들을 데리고 안왕부를 떠나 숙왕부로 향했다. 며칠 지나면 아이들이 돌아가니, 아이들을 데리고 태조부를 뵈러 가야 했다.숙왕부는 예전과 다름없이 떠들썩했다. 아이들이 오는 것을 보고 그들은 더욱 기뻐했다. 무상황은 계란을 끌고 여러 번 훑어보다 계란의 몸이 말랐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계란이는 어른을 공경하며 듣기 좋은 말로 그들을 기쁘게 했다.원경릉은 숙왕부에 온 김에 혈압을 측정하고 몸 상태를 여쭤보았다.그리고 아이들은 각자 놀러 자리를 떠났다.계란은 오빠들과 함께 가지 않고 불이 났던 곳으로 홀로 향했다.다섯째가 돈을 배상했고 다들 힘을 합쳐 무너진 정원을 건설했기에 그곳은 이미 새로 지어져 있었다. 정원의 벽과 목재는 저렴

    최신 업데이트 : 2024-12-13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19화

    저녁 무렵, 그들 일행은 출발했다.약도성의 밤은 전혀 활기가 없었다. 해가 지고 나면 거리에서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수년간 치안이 매우 나빴다. 비록 저녁에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지만, 백성들은 이미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덕분에 이번 외출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약도성이 가난하다 보니, 부유한 이들의 저택만 튼튼할 뿐, 대부분의 집은 돌집이나 흙집, 나무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초가 거의 다져지지 않은 상태여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건물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택란은 이 점이 걱정되었지만, 아직 지진이라 단언할 수 없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그녀는 꼬마 봉황에게 물어보았고, 꼬마 봉황이 하늘로 날아올라 몇 바퀴를 돌며 주변을 살폈다. 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것을 본 꼬마 봉황은 택란에게 알렸다. 그녀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택란은 호명과 주 아가씨에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으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호명과 주 아가씨는 믿지 않았다. 약도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만 지진이 발생하였다.주 아가씨가 말했다.“오늘 밤하늘을 보니 지진운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지진운은 믿을 수 없소. 강가로 한번 가보시게.”이곳에는 바다가 없고, 산을 따라 흐르는 큰 강만 있었다.다들 풍등을 들고 강가로 향했다.강물의 흐름은 빠르지 않았고, 눈에 띄게 가뭄의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물 높이는 겨울이나 봄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어떤 곳은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택란은 풍등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강물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수심이 얕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곳에 샘물이 있소?”택란이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있습니다. 여기서 2리 정도 떨어진 곳에 큰 샘물이 하나 있는데, 근처 주민들이 그곳에서 물을 떠다 마십니다.”“좋소. 가보겠소!”택란이 말했다.일행은 다시 큰 샘물로 향했다. 주 아

  • 명의 왕비   제3118화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부지깽이를 찾다가 깜짝 놀라 외쳤다.“뱀이야! 부엌에 뱀이 들어왔다! 어서 뱀을 잡아! 성주께서 놀라시면 안 된다!”몇몇이 부엌으로 몰려가 한바탕 소동 끝에 뱀 세 마리를 잡아냈다. 비록 정원에 뱀이 나타나지만, 뱀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어찌 집 안으로 들어온 걸까?택란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오?”공연이 서둘러 대답했다.“성주님, 방으로 돌아가십시오. 여기 뱀이 있습니다.”“뱀이 집 안으로 들어왔소?”택란은 뱀을 힐긋 보았다. 그 뱀은 독성이 없는 풀뱀이다.“어제 요리사가 쥐가 많이 돌아다닌다고 했는데, 오늘은 뱀이 여기저기 기어다니네. 정말 이상한 일이오.”“별일 아닙니다!”공연은 손을 씻고 와서 말을 이었습니다.“제가 성주님을 방으로 모시겠습니다.”택란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직 정오였고, 태양이 세게 내리쬐고 있었습니다.“약도성에 예전에 지진이 난 적이 있었느냐?”택란이 고개를 돌려 요리사에게 물었다.요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지진이요? 땅이 움직이는 것을 말씀하십니까?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큰 지진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산이 흔들려서 집도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하셨습니다.”“성주님 겁주지 말고 할 일 하시오.”공연은 택란이 놀랐을까 봐 걱정하며 요리사에게 떠나라 했다.택란은 방으로 돌아간 뒤, 꼬마 봉황을 불렀다.뱀, 곤충, 쥐, 그리고 새는 지진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꼬마 봉황은 영적인 새이기에 더더욱 그렇다.꼬마 봉황이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꼬마 봉황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 큰일이 닥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설마 지진이 나는 건 아니겠지?”택란은 바닥에 엎드려 귀를 대고 지하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그녀의 청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기에, 지진이 오고 있다면 땅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하지

  • 명의 왕비   제3117화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생각으로, 택란은 이에 관해 세게 명을 내렸다.성내 백성들은 택란이 이 도시의 성주이자 진국공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택란이 낭산의 도적들을 토벌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여덟 살짜리 아이가 낭산 도적들을 전멸시켰다는 것을 누가 믿을까?이곳의 백성들은 평생 황실 사람을 본 적 없었다. 지금 이렇게 직접 마주하자, 감정이 폭발하여 약도성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황실에 대한 깊은 원망을 드러냈다.약도성에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백성은 백여 명에 불과했고, 셈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이렇게 폐쇄적인 환경에서 원망은 쉽게 극대화되었다.특히 금나라 사람들이 부추기자,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처음엔 택란도 외출을 하곤 했지만, 적대적인 감정이 격렬해지자 외출할 때마다 돌멩이가 날아왔다. 다행히 호명이 그녀의 안전을 염려해 경호를 강화하면서 크게 다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양두는 백성들과 다투며 분노를 터뜨렸습니다.“자네들이 원망해야 할 대상은 북막의 황실과 진가요!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북당을 침략하려다 패배하는 바람에 약도성을 내놓은 것이오. 다들 그때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소? 전쟁을 지지해 놓고 이제 와서 북당을 원망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소!”양두는 기세가 등등했고 욕도 도리가 있어, 백성들을 순간 잠잠하게 했다. 하지만 이내 돌멩이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양두는 머리를 감싸며 도망쳐야 했다.이들은 이성적으로 도리를 따질 사람이 아니었다.호명은 상황을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해, 택란에게 경성으로 돌아가길 권유했다. 하지만 택란은 단호히 거절했다. 첫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십 년이 지나도 변화는 없을 것이고, 약도성은 영원히 이 상태로 남을 것이다.호명은 사고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호를 더욱 강화했다.그는 주 아가씨에게도 특별히 경계를 강화해

  • 명의 왕비   제3116화

    이리 나리는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말곁으로 걸어가 고삐를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사람이란 이래야 하는 법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삶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내 재산은 평생을 써도 남을 만큼 많으니 아끼며 살 필요 없다는 것이다.”그는 말 위로 자연스럽게 올라탄 뒤,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원경릉은 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가 앞서 한 말은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지만, 뒤이어 한 말은 또 다른 의미로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저렇게 자랑하지 않으면 못 참는 걸까?랑문서가 정식으로 설립된 날, 삼대 거두는 길고 긴 폭죽을 보내왔다. 폭죽 소리는 십 리 밖까지 울려 퍼졌고, 이는 북당이 한 걸음 더 발전했음을 상징했다.수도에서 천 리 떨어진 약도성에서도 이날 폭죽 소리가 울려 퍼졌다.도성 중심에 새로 만들어진 상업 거리가 성대하게 시작을 알렸다. 이곳은 택란이 계획한 곳으로, 각종 장사를 한곳에 모아 거래를 규범화하고, 관아에서 관리하여 사기와 도둑질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첫 번째 상업 거리라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는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많은 곳을 만들 예정이다.같은 날, 또 다른 기념행사가 열렸다. 바로 도로 건설의 시작이었다. 간소한 의식을 치른 뒤, 도로 공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다른 성들과 비교하면 약도성은 광산 자원을 개발하지 않으면 발전을 이루기 어려웠다. 광산 개발을 위해서는 금나라와의 합의만 아니라, 산을 개척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등의 기초 공사도 필요했다.조정에서 약도성에 특별히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으므로, 모든 작업은 성에서 스스로 해내야 했다. 다행히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확보했기에, 이를 공사에 사용할 수 있었다.한편, 택란은 계속 금나라의 상황을 꼬마 봉황을 통해 접하고 있었다.진국왕은 얼음에 맞은 후 죽지는 않았지만,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다.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크게 화를 내며 자신의 지위를

  • 명의 왕비   제3115화

    주 어르신은 원경릉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자, 한마디 더 덧붙였다.“세상 만물은 도법을 떠날 수 없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주 어르신은 정말 학식이 깊으십니다!”“대충 추측한 것이다!”소요공이 손으로 부채질하며 원경릉에게 물었다.“또 진맥하러 온 것이냐? 어제 네 할머님도 다녀갔다.”“혈압과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손가락을 찌를 것입니다!”원경릉이 말했다.무상황은 손가락 찌른다는 말을 듣고, 재빨리 안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는 얼마 전 혈당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고, 며칠에 한 번씩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해야 했다. 손가락을 찌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가?원경릉은 그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차분히 약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어르신은 모범을 보이듯 먼저 혈압을 쟀고, 소요공도 뒤따라 검사했다.검사를 마친 두 사람은 무상황을 붙잡아 의자에 앉히고, 손가락을 원경릉 앞으로 내밀었다. 소요공이 말했다.“세게 찌르거라!”원경릉은 물론 세게 찌를 리 없다. 그녀가 부드럽게 처리했지만, 무상황은 여전히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소요공을 노려보았다.혈압과 혈당이 조금 높긴 했지만, 심각한 편은 아니라서 약을 먹을 필요는 없었다. 대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모든 검사를 마친 후, 원경릉은 랑문서 설립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주 어르신은 중요한 일이니 곧바로 동의했고, 바로 이리 나리를 불러왔다.이리 나리는 이미 이런 노골적인 요구에 익숙해져 있었다.그는 과거 늑대파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평생에서 얻은 것이 많지만, 그 어떤 것도 공주보다 귀하지 않다. 만약 내 모든 것을 공주와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바꾸겠다. 늑대파도 포함해서 말이다.”이 말에 늑대파 사람들은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그를 둘러싼 채 한바탕 두들겨 팼다. 이리 나리는 가까스로 틈에서 빠져나와 힘겹게 말했었다.“하지만 설랑은 제외다!”그는 결국 더 심하게 두들겨 맞았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

  • 명의 왕비   제3114화

    사건의 진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우문호는 종권을 보며 늑대파가 지금의 임무 외에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예를 들어, 랑문서라는 기관을 설립해 각 주부의 큰 사건들을 전담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특히 지역과 주부를 넘어서는 큰 사건들은 지역적 한계로 인해 조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랑문서에 권한을 부여하여 형부나 대리사의 통제를 받지 않게 한다면, 일 처리가 훨씬 수월해지고 효율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우문호는 곧바로 논의를 시작했다. 물론 이일은 이리 나리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늑대파가 비록 그동안 조정의 일을 도맡아왔고 사실상 조정에 소속된 상태였지만, 공식적으로 관청을 설립하는 것은 늑대파가 이리 나리의 관할에서 완전히 벗어나 나라의 소속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논의 후 내각 대신들이 모두 찬성했지만, 우문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동안 이리 나리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 왠지 부끄럽구나.”냉정언이 대꾸했다.“그렇다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하시지요.”우문호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건 안 된다. 부끄럽긴 하지만, 일은 해야 한다.”그는 냉정언을 보며 말했다.“다만, 내가 직접 나서긴 좀 그러니, 네가 이리 나리를 설득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냉정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도 체면이 있는 사람입니다. 황후께 부탁드리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사제 관계였으니 얘기가 통할 것입니다.”“원 선생은 체면이 없는 줄 알아? 안 된다. 원 선생도 이미 이리 나리에게 너무 많은 부탁을 했다. 네가 수보니, 네가 가야지.”냉정언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그렇다면 더 권위가 있는 수보를 찾는 것이 어떻습니까? 주 어르신은 어떤가요?”“좋다!”우문호가 바로 동의했다.냉정언이 말을 이었다.“그럼 황후께서 맥을 보러 가실 때, 주 어르신께 이 일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그는 이 말을 남기고 다급히 자리를 떠났다.우문호는 멍하니 있다가 바로 깨달았다.‘결국 또 원 선생이 나서게

  • 명의 왕비   제3113화

    사실 소금 사건은 겉보기엔 제왕 일행이 조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미색과 늑대파가 조사하고 있었다.미색은 이미 성공적으로 손영영과 접촉했다. 사실 손영영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회왕은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미색에게 해명하려 했지만, 미색은 아예 그를 만나지 않았다. 그래서 회왕은 답답함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원경릉은 이를 보고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며 생각했다.‘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했겠지? 고생 좀 해봐야지.’그녀는 이 일을 다섯째에게 알렸고 다섯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섯째는 호부를 관리하고 장부를 정리하는 데는 일등이오. 지금 그를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거나 연기, 책략을 필요한 일에는 서일 만도 못 하오. 그런 주제에 미남 계를 쓰고, 셜록 홈즈를 흉내 내다니. 그냥 고생 좀 하게 두시오. 우리가 나설 필요 없소.”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렸다.“셜록 홈즈까지 알고 있다니, 대단하오!”“뭐가 대단하오? 그곳에 몇 번이나 갔는데, 이런 새로운 이야기도 내가 모를 것 같소?”“셜록 홈즈는 새로운 이야기에 속하지 않소.”“나를 비웃으려는 것이오?”우문호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원경릉은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미소 지었다.“알았소. 웃지 않겠네. 그나저나, 호랑이와 늑대도 출발했고, 사식이도 며칠 뒤에 궁으로 들어올 것이오.”“좋구먼. 이제 궁에 아이들이 있게 됐소. 사식이의 아이는 이제 몇 달이 되었네. 볼이 얼마나 말랑하고 귀여운지 아시오?”다섯째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오? 그래서 서일에게 거처를 제공하려 한 것이오?”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당연히 아이 때문이지. 서일한테서 뭘 바랄 수 있겠소? 서일은 도통 쓸모가 없소.”“그만하시오! 말을 좀 이쁘게 하시오. 서일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네.”“서일을 하루라도 놀리지 않으면 입이 근질근질하오!”“독설가가 따로 없소!”원경릉은 비록 그를 타박했지만, 사실 그녀도 사

  • 명의 왕비   제3112화

    “경험한다니? 어디에 가서 경험하는 것이오?”다섯째는 뒤따라오던 호랑이와 늑대를 돌아보았다. 녀석들은 기운 없이 두 사람을 따라오고 있었다.“밖으로 나가는 건 좋지만, 아무도 따라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소.”“아주 영리한 녀석들이라 괜찮소. 아니면 늑대파에 부탁해서 데리고 나가게 하는 게 어떻소? 석 달이든, 반년이든, 한해든 밖에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소.”다섯째는 호랑이와 늑대를 부르더니 무릎을 꿇고 녀석들을 안아줬다. 그는 호랑이와 늑대의 털을 쓰다듬으며 원경릉을 올려다보며 말했다.“당신 말이 맞소. 이 녀석들을 계속 이 궁에 가두면 아프기라도 할 것 같소. 밖으로 나가 경험을 쌓게 해야 하오.”“좋소!”원경릉은 안도하며 웃었다. 드디어 녀석들을 주인들에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어디로 보내야 하오?”다섯째는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반짝이며 원경릉을 바라봤다.“음, 그냥 네 개의 성으로 보내서 녀석들의 주인과 만나게 하는 건 어떻소?”원경릉이 놀라서 물었다.“뭐요?”다섯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녕 내가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소?”원경릉은 그를 바라보며 너무 놀라서 뭐라 대답할 말을 잃었다.“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오?”다섯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밤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흔들었다.“이번에 집에 갔을 때, 자네 오라버니 방에서 옛 검을 하나 봤소. 자세히 살펴보니, 그 검은 남유성에서 제작된 것이었고, 검 손잡이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소. 누구 이름일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기대며 미소 지었다.“경단?”“맞소. 그 녀석은 원래 사람의 환심을 잘 사오. 형님이 옛 검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만든 거요. 그 검 때문에 그들이 북쪽에 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에 그들의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소. 내가 또 뭘 알았는지 알고 있소? 아이들이 핸드폰을 가져갔고, 심지어 셀카도 찍었소.”원경릉의 심장이 잠시 멈춘 듯했다.

  • 명의 왕비   제3111화

    서일이 요리사들을 쫓아내자, 원경릉이 그를 수라간으로 불러들여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원경릉이 물었다.“왜 궁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느냐? 사식이가 승낙했느냐? 홀로 집에서 두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지 않겠느냐?”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움이 많이 필요한 시기였다.서일이 답했다.“사식도 동의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니, 집안 지출이 꽤 늘었습니다. 야간 근무를 하면 봉급이 더 나오고, 후궁에서 근무하면 상을 받는 경우도 많아서 한해에 꽤 큰 수입을 받을 수 있습니다.”“그렇게 돈이 부족한 것이냐? 지금 너도 어엿한 조정 신하다!”원경릉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서일의 상이라는 소리에 후궁에서 제대로 된 상을 줄 상전은 그녀뿐이었다. 이건 대놓고 그녀의 돈을 노리는 것 아닌가?“부족합니다. 지금 제 직책은 봉급도 적고 일도 적습니다. 낮에 힘들지 않으니, 밤에 더 일할 수 있습니다.”원경릉은 그가 직책을 옮긴 것을 떠올렸다. 지금 그는 병부에서 여유로운 직책을 맡고 있었다. 사식이가 임신했을 때, 그녀를 잘 돌보기 위해 직책을 옮겼었다.“걱정 말거라. 원가에서 아이들에게 부족한 게 없도록 지원해 줄 것이다.”“계속 사식이의 친정에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아직 젊고 힘도 있으니, 더 일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폐하께서 시간이 지나면 궁에서 거처를 마련해 줄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면 사식이와 아이들을 데려와 잠시 함께 지낼 수도 있습니다.”그건 괜찮은 생각이었다. 궁 안에는 빈 전각이 많고, 다른 후궁도 없으니 사식이가 머물 전각 하나를 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 사식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궁 안의 사람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궁궐의 규칙인 '외간 남자가 후궁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낡은 관습에 불과했다. 폐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좋구나. 궁 안에 거처를 마련해서 가족이 들어와 살게 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 않소? 다섯째.”원경릉은 약한 불에서 끓인 우유를 접시에 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