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3061화

작가: 유애
냉 대인에게 요 몇 년간 혼담이 들어왔지만 결국 이상한 이유로 전부 흐지부지 되었다.

첫 번째는, 집안의 담장이 아무 이유 없이 무너진 것으로, 이는 불길한 징조라며, 어쩌면 하늘의 경고일지도 모르니 학문을 아직 이루지 못했는데 혼인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두 번째는, 냉 부인이 막 매파를 찾아내 아직 혼사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냉 대인이 고열이 나고 연속 사흘간 열이 나자, 아직 시기가 되지 않았다며 하늘을 거스를 수 없다고 했다.

세 번째는, 집에 늙은 개가 죽었는데 냉 대인이 말이 삼년상을 치러야 하니 3년간은 혼인할 수 없다고 해서, 냉 부인이 완전 뚜껑이 열리는 바람에 몽둥이를 들고 냉 대인을 쫓아 온 마당을 뛰어다니며 잡히면 죽는다고 했다.

네 번째는, 더욱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무 이유도 없이 눈썹이 절반 깎여 있었는데, 눈썹은 운수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혼담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구실이었다.

냉 부인은 마음을 접고 냉 대인을 재상 저택에서 살라고 내쫓으며 무섭게 쏘아붙였다.

“평생 홀아비로 살거라!”

냉 대인이 탄식했다.

“보아하니… 그게 아들의 운명인가 봅니다.”

냉정언이 재상 저택으로 이사한 뒤, 냉 부인은 아예 냉정언의 혼사로 속 끓이는 대신해서, 친척 중에 비교적 총명하고 영리한 대를 이를 만한 아이가 없나 찾았다.

냉 부인이 직접 냉정언에게 가서 물어보자 냉정언이 원래는 싫다고 했으나, “싫으면 어미를 위해 가서 목을 매달아라!”라는 냉 부인의 한마디 말에 냉정언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그럼, 모든 건 모친께 맡기겠습니다!”

냉 부인은 친척 중에 다섯 살짜리의 남자아이를 하나 골라주었는데, 이 아이도 운명이 아주 기구했다. 위에 3명의 형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이 아이를 임신했을 때 돌아가신 탓에 할머니는 그 애가 재수가 없어서 집안에 불운을 가져왔다며 그 애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다.

그 애 어머니가 작년에 병으로 죽자, 아이는 더욱 살기 힘들어져 세 살처럼 삐쩍 말라 피골이 상접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3062화

    “이름은 뭐라고 지었어요?” 원경릉이 냉정언에게 물었다.“얘가 우리 집으로 오기 전에는 강자로 하려고 했으나, 집에 온 뒤로 이름을 바꾸려고 했는데, 아직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냉정언이 답했다.“아!” 냉정언은 예전에 국자감의 제주로, 학문이 뛰어났기에 아이에게 좋은 이름을 붙여 줄게 틀림없었다.냉정언이 원경릉에게 물었다.“황후마마께서 저 아이에게 이름을 하사하시는 것은 어떨지요? 황실의 복을 조금이라도 입었으면 해서요. 이 아이가 전에 고생이 많았거든요!”“제가요?” 원경릉은 당황스러웠다. 어제 냉정언이 옷 가지러 입궁했을 때 듣고 괴로웠던 것이, 아이의 얘기라 특히나 감정 이입이 됐다.“황후 마마께서는 많은 복이 있으시니 저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시면, 첫 번째 복은 받은 셈이 될 것 같습니다.” 냉정언이 말했다.원경릉은 순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우문호가 소월전으로 돌아왔다가, 원경릉이 아이에게 이름을 붙여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 가는 대로 한마디 했다.“그럼, ‘냉명여’로 하지. 포부가 원대하고 ‘한 번 울면 세상을 놀라게 한다’라는 일명경인의 ‘명’, 임금이 내린다는 뜻의 ‘여’로. 짐이 이름은 좀 지을 줄 알아서 말이야.”냉정언은 평소처럼 아이를 흘끔 바라봤다.“어서 폐하께 성은이 망극하다고 인사드리지 않고 무엇하느냐?”아이는 털썩 꿇어앉았다. 황제가 이름을 지어 준 것이 얼마나 엄청난 복인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냉정언이 무섭기만 했다.우문호가 손을 뻗어 아이를 일으켜주며 따스하게 말했다.“겁먹지 마, 네 아버지는 조금도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사람들에게 아주 잘하셔.”아이는 뒤로 움츠러들며 원경릉 뒤에 서서 두려워했다.냉정언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이는 여전히 냉정언 뒤에서 쭈뼛거리며 냉정언을 화나게 했다.냉 부인은 원래 두 사람을 집으로 돌아와서 살게 하고 싶었지만, 얼마 전에 냉정언을 쫓아낸지라 지금 불러들이기엔 체면이 서지 않고, 또 바로 아이를 데려갈 수도 없었다. 이 아이는 기왕 이

  • 명의 왕비   제 3063화

    계란이가 8살이 되자, 생일잔치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사부 기화와 사모 월아와 다섯 오빠도 함께 했다. 떡들은 7월에 대입을 치러야 하는데, 조금도 긴장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명문 대학이든 십중팔구 합격 아니겠어? 2년 전에도 가능했지만, 엄마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어렸을 때보다 너무 잘하지 않도록 애쓴 것이었다.생일잔치는 비교적 조용히 치를 예정으로, 가까운 친척과 친구만 아이들과 함께 오라고 했다. 계란이가 현대에 가있긴 했지만, 동년배 아이들이랑 마음이 잘 맞는 것이, 1년에 2번씩은 같이 놀았기 때문이다.사식이는 둘째를 낳았는데 아들이 태어난 지 이제 두 달째라 장녀인 사탕이가 동생을 책임지고 데리고 있었으며, 계란이에게 남동생이 있다고 자랑하며 으쓱대기도 했다.구사 딸인 수아도 남동생이 있었는데, 원용의도 올 초에 막 회임을 해서 지금 배가 상당히 컸는데 보배도 곧 남동생이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계란이는 웃으며 조금도 부러운 내색을 보이진 않았지만, 내심 남동생이 가지고 싶었다.8살 계란이는 침착한 성격으로 예전 원경릉과 아주 닮았고 사모인 월아와도 매우 닮았다.그러나 이 침착한 겉모습 뒤에 어떤 마음이 감춰져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계란이가 처음 냉명여를 봤을 때, 그는 홍엽 뒤에서 원숭이를 안고 여전히 겁이 많았지만, 무공을 반년 정도 수련해 막 왔을 때보다 아주 좋아져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지 않고 원숭이랑만 놀고 있었다.계란이가 냉명여 앞에 서서 물었다. “홍엽 삼촌 원숭이를 어떻게 널 주신 거야?”냉명여가 계란이를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약간 경계하는 듯했다.“넌 이름이 뭐야?” 계란이가 물었다.“냉명여, 황제께서 이름을 하사해 줬어.” 그가 말했다.계란이가 엷은 미소를 띠었다.“우리 아빠가 붙여주셨다고?”냉명여가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아빠라고? 아빠가 황제야?!”“응!” 계란이가 그의 뾰족한 턱을 들여다봤다.“넌 누구 동생이야?”“전 누나도 없고, 형

  • 명의 왕비   제 3064화

    냉명여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예, 아버지!”냉정언에겐 그저 지나가는 농담에만 불과했지만, 냉명여는 마음에 꼭 새기며 앞으로 자신의 임무는 누나를 잘 보호하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계란이의 8살 생일 잔칫날, 우문호가 성지를 내려 계란이를 조양진국의 공주로 책봉했다.계란이는 신조를 안고 붉은색 봉황 겉옷을 입은 채 복도에 미소를 띠고 서 있는데, 8살 아이인데도 경국지색의 미모에 기품이 풍기며, 방금의 장난기는 어디 가고 침착하고 의젓하게 변해 있었다.진국공주란 이름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었다! 생일잔치가 끝난 후, 우문호와 계란이는 어화원을 거닐며 소화를 시켰고, 원경릉은 떡들과 대입에 관해 얘기하며 경험을 전수했다.1년에 고작 2번 돌아오는 계란이가 이렇게 순식간에 커서 8살 꼬마 숙녀가 되었다. 딸 손을 잡고 차분하고 아리따운 옆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과 함께 또 너무 느리게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다 컸지만, 아직은 정식으로 우문호의 곁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사부님이 얼마나 더 있으면 돌아올 수 있겠다고 하셨니?” 우문호가 부드럽게 물었다.“후년이요!” 계란이가 아빠에게 기댄 채, 겉옷 자락을 바닥에 끌자, 금박이 둥실 떠오르는 느낌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며 따스해서 오늘 냉명여와 얘기할 때와 전혀 달라 보였고, 다른 여자애들과 같이 있을 때와도 그랬다.그제서야 우문호는 안심할 수 있었다.“후년이라… 후년이면 넌 열 살이 되겠구나!” 우문호는 이번엔 2년이라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딸이 곁에 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랬다.하지만 딸이 돌아오면 10살이고 7~8년 후면 혼담이 오갈 거로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었다.천신만고 끝에 얻은 금지옥엽 같은 딸이, 곁에 얼마 있지도 못하고 벌써 이만큼 커버린 것이다.“공부는 어때?” 우문호가 물었다.“전부 만점이지요!” 계란이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러자 우문호도 웃으며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 명의 왕비   제3065화

    계란의 생일 연회가 지난 지 3일이 되어서야 셋째 위왕이 도성에 도착했다.그는 궁으로 향해 황제를 만나 예를 올린 후 우문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문호는 편지를 늦게 보내는 바람에 다급히 달려왔지만 결국 계란이의 생일을 놓쳤다며 변명했다.우문호는 그가 형의 태세를 보이자 어쩔 수 없이 연회를 크게 할 생각도 없이 그저 편지로 생일을 알렸을 뿐, 귀경을 재촉한 것은 아니었다고 사죄 했다.위왕이 조금 화를 내며 말했다."조카딸을 못 본 지 얼마나 되었느냐? 귀경을 말라고 하면 분명 화를 냈을 것이다."세월이 흘러 위왕의 눈가에는 주름이 생겼고 검붉은 얼굴에 점점 더 의연해진 이목구비가 돋보였다. 마른 체형에 큰 눈은 밤낮으로 길을 재촉한 후 많이 붉어 있었다.걸치고 있던 검은색 망토를 툭 털고 나니, 먼지가 폴폴 새어 나왔다. 그는 예를 차리지 않고 다리 한쪽을 올린 채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변방에서 구속받지 않는 성격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었다.우문호가 목여 태감에게 당부했다."셋째 큰아버지가 왔다고 공주에게 전하고 공주를 데리고 오게."목여 태감은 예를 올리고 자리를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계란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계란은 선하고 인자한 목여 태감을 아주 좋아했고 그에게 잘해주었다. 매번 돌아올 때마다 목여 태감의 선물을 빼놓지 않았고 목여 태감도 그녀를 예뻐했다.위왕을 본 계란이는 아주 기뻐 다급히 예를 올리자, 위왕이 그녀의 손을 잡고 흐뭇하게 훑어보았다.계란이가 장난스럽게 혀를 내둘렀다."셋째 큰아버지, 드디어 오셨습니까?""우리 계란이가 이렇게나 예쁘게 컸구나!"위왕이 흐뭇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생하면서 오느라 쌓였던 피곤함도 그녀의 미소를 보자마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셋째 큰아버지!"계란이는 소매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위왕에게 건네주었다."제가 가져온 선물입니다. 마음에 드는지 보십시오!"위왕이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선물까지 준비한 것이냐? 무슨 물건인지 봐야겠구나."상자를 열어보자, 안

  • 명의 왕비   제3066화

    "그건 선글라스를 썼기 때문입니다!"우문호가 다가가 그의 안경을 벗기고 말했다."쓰지 말고 잘 넣어두십시오!"위왕은 손을 뻗어 선글라스를 빼앗아 상자 안에 넣고 소매 주머니에 챙겨 넣은 후 그제야 등에 이고 있던 배낭을 풀어 안에서 소매에 넣는 작은 화살 기관을 꺼냈다. 그는 계란이의 손목에 기관을 채운 후 말했다."이것은 암기 기관이다. 기관을 누르면 작은 화살을 쏠 수 있어 쓰기 좋더구나.""여자아이한테 어찌 무기를 선물하는 것입니까?"우문호가 물었다.하지만 오히려 선물이 마음에 든 계란이는 기관을 열어 연구를 시작했다. 작은 상자에는 이쑤시개보다 작은 화살 수십 개가 들어있었는데, 검게 칠해진 기관은 아주 정교해 보였다."감사합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계란이가 위왕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셋째 큰아버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드릴 테니 약도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그래!"위왕은 단번에 승낙한 후 우문호를 버리고 계란이와 함께 갔다. 몇 걸음 걷다가 그는 멈춰 서서 선글라스를 끼고 으쓱대며 우문호를 힐긋 본 후 계란이와 자리를 떠났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라 목여 태감을 힐긋 보았고 목여 태감은 다급히 예를 올렸다."저는 공주마마를 모시러 가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목여 태감도 그를 두고 자리를 떠났다."너무 하는구먼!"우문호는 콧방귀를 뀌고 상소문을 보러 들어갔다.계란이는 위왕에게 술을 권해 위왕을 취하게 만든 후, 약도성의 일을 전부 알아냈다.약도성의 영주는 계란이고 저택도 이미 짓고 있었다.한편, 주 아가씨는 낭자군을 데리고 반란을 평정했다. 하지만 약도성은 다른 성보다 훨씬 복잡했다. 부근에 있는 도적 무리가 도성의 여인들을 괴롭히고 혼란을 일으킨 북막인들도 약도성에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주 아가씨가 힘들긴 할 테지만, 그래도 2년 동안은 지원을 받아 잠시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다만 변수가 하나 더 있었다.약도성 북쪽에 가까이에 있는 금나라이다. 2년 동안 사람을 보냈는데, 약도성이

  • 명의 왕비   제3067화

    위왕은 계란이와 한참 동안 말을 하고나서야 어서방으로 돌아와 우문호에게 변성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약도성을 언급했다.우문호는 금나라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금나라가 약도성을 되찾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중시하기 시작했다."병사가 필요한 것입니까?""아직은 필요 없다. 금나라도 그냥 얘기만 꺼낸 것이니, 아직 병사가 필요하진 않네. 금나라도 쉽게 병사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도성을 옮기는 것도 조만간 생길 일이다. 아직 북당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그저 얘기나 꺼낼 뿐이다. 약도성 백성들을 우리와 맞서고 싸우게 하려면 30, 50년은 필요할 것이다.""예. 수고하십시오!"우문호도 성곽의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약도성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른 네 개의 성곽이다. 그것이야말로 북막을 막는 진정한 장벽이다.약도성은 외곽에 위치하였지만 광산 자원이 풍부하여 북당이 발전한 후 개발할 것이다. 지금은 그냥 가볍게 상대하면서 계란이를 위해 돈을 모을 생각이다. 결국 약도성은 계란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위왕이 귀경한 지 사흘쯤 될 때, 안왕 부부도 안지를 데리고 돌아왔다.안왕은 요 몇년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부러진 팔의 상처가 늘 짓무른 탓에 강북부에서 오랫동안 치료했지만 쉽게 낫지 않았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고열과 미열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안왕비가 여러 번 돌아가 치료하라고 권고했지만, 그는 원하지 않았다.계란의 생일을 위해 돌아온 위왕을 구실로 조카딸을 만나자고 그를 설득했다. 게다가 돌아온 지 2~3년도 넘었으니, 무상황과 태상황에게 문안을 드릴 때도 되었다.안왕은 심사숙고한 후 살 수 있는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무상황과 아바마마, 어마마마를 보러 돌아가려 했다. 그제야 그는 짐을 챙기고 떠났다. 위왕과 비슷한 날짜에 떠났지만, 길에서 병세로 인해 지체되어 며칠 늦어졌다.그렇게 경성에 도착했지만, 안왕은 도착하자마자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 경중의 의원을 불러 병을 봤지만, 상

  • 명의 왕비   제3068화

    "아이들이 부르고 있는데 어찌 대답하지 않습니까?"안왕비가 그를 살짝 밀었다.안왕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대답했다."됐다. 먼저 나가 놀거라. 엄마가 곧 갈 테니!"원경릉이 아이들을 보내려 하자 계란이가 친절하게 한마디 되물었다."큰아버지, 편찮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으니, 몸조심하십시오."안왕은 멍하니 계란의 다정하고 하얀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눈빛에서 반짝이는 빛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안왕이 진지하게 말했다."꼭 조심하마."아이들이 물러난 후 원경릉은 안왕의 상처를 살폈다.상처는 빨갛게 곪아 살이 썩었고 목과 림프도 심하게 부어있었다. 원경릉도 그 모습에 냉기를 들이마셨다. 염증이 심각한 상황이었다.안왕의 체온을 확인해 보니, 역시 예상했던 대로 39도로, 심한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상처가 짓무른건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좋아지고, 때로는 나빠지고 그랬습니다. 약을 계속 먹었지만 여전히 완쾌하지 않았습니다."안왕비가 답했다."2년이나 된 것입니까?"원경릉은 한숨을 쉬고 안왕을 바라보았다."그럼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오."안왕비가 말했다."약을 계속 먹긴 했지만, 귀경하는 동안 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제 의원을 불러 약을 썼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더 심각해졌습니다.""당연한 일입니다. 오는 길 내내 염증이 더 심해졌고 상처를 깨끗이 닦지도 않고 약을 썼잖습니까? 먼저 상처를 깨끗이 씻으십시오."원경릉은 약상자를 열고 작은 칼을 꺼내고 멈칫하다 물었다."좀 아프실 텐데 참으실 수 있지요?"안왕은 이미 아픔에 습관 되었다."참을 수 있소!"원경릉은 마약을 쓰지 않았다. 칼을 소독하고 솜과 생리식염수, 요오드까지 꺼냈다. 비록 이 물건을 안왕부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왠지 마음이 놓였다.상처를 다 씻어내려면 꽤 아픈 일이다. 원경릉도 조금 허둥지둥했다. 안왕이 고통을 참을 수 있다고 했지만, 상처를 긁자 아픔에 몸을 떨

  • 명의 왕비   제3069화

    원경릉이 떠난 후, 안왕은 침대에 누워 옆에서 바삐 움직이는 안왕비를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몇 년 동안 내가 한 일을 후회한 적 있는지 묻는다면, 바로 오늘이오."안왕비는 의아했다."왜 지금입니까? 예전에도 후회했다고 생각했습니다.""예전에 후회한다고 말했을 때, 상황이 신경 쓰이기도 했소. 하지만 지금은 정말 후회하고 있소. 아이들의 선의를 보니, 우리 세대의 원한이 지속되지 않은 것 같소. 다섯째네가 얼마나 넓은 마음을 가졌는지 모를 일이오. 나에 대한 원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이들이 그렇게 잘해주지 않았을 것이오."안왕비가 자리에 앉아 부드럽게 웃었다."알고 있으니 다행입니다."안왕이 그녀의 손을 잡고 쓴웃음을 지었다."계속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서 참 마음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오. 아바마마와 다섯째가 기회를 준 것도 참 고맙소.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지금까지 잘 지낼 수 있었겠소?"안왕비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팔과 부상, 그리고 몇 년 동안 받은 고통까지. 어찌 잘 지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당연하오!"안왕이 그녀의 손을 세게 잡았다."이것이야말로 잘 지내는 것이오. 몸이 힘든 것이야 아무런 문제가 아니오."안왕비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마음만 편하면 됩니다."원경릉은 아이들을 데리고 안왕부를 떠나 숙왕부로 향했다. 며칠 지나면 아이들이 돌아가니, 아이들을 데리고 태조부를 뵈러 가야 했다.숙왕부는 예전과 다름없이 떠들썩했다. 아이들이 오는 것을 보고 그들은 더욱 기뻐했다. 무상황은 계란을 끌고 여러 번 훑어보다 계란의 몸이 말랐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계란이는 어른을 공경하며 듣기 좋은 말로 그들을 기쁘게 했다.원경릉은 숙왕부에 온 김에 혈압을 측정하고 몸 상태를 여쭤보았다.그리고 아이들은 각자 놀러 자리를 떠났다.계란은 오빠들과 함께 가지 않고 불이 났던 곳으로 홀로 향했다.다섯째가 돈을 배상했고 다들 힘을 합쳐 무너진 정원을 건설했기에 그곳은 이미 새로 지어져 있었다. 정원의 벽과 목재는 저렴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217화

    위왕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혹시 복수하려는 것이냐?”“복수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안왕은 그에게 책임을 떠넘겨 혼자 감당하게 한 위왕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위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찌 다섯째에게 설명할지 생각해 보거라. 보책은 아직 네 손안에 있잖냐.”안왕은 여전히 두꺼운 보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잃어버릴 수 없는 귀한 것이지만, 가만히 들고 있기도 거슬렸다.이렇게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꾀병을 부리고 위왕 혼자 오게 한 것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각자 방으로 돌아가 목욕을 한 후, 막 침대에 누웠을 때 택란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바로 택란을 만나러 나갔다.안왕은 보책을 가지려 했으나, 택란에게 넘겨받으면 곧 금나라 황후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므로, 절대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어린 황제는 아직 그들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택란은 두 분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린 후 자리에 앉아 말했다.“큰아버지, 오늘 일은 아바마마께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안왕도 원하던 바였기에 다급히 답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먼저 네 아버지한테 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예. 저도 그것이 걱정입니다.”택란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버지였다.“어린 황제도 참, 어린 시절의 약속마저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설령 너와 혼사를 약속했다 해도, 네가 승낙하지 않을 것 아니더냐.”안왕이 말하자 택란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때 이미 동의했었습니다.”다만 그때는 그저 그를 달래, 그의 상처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뿐이었다.“승낙했다니?”안왕과 위왕은 서로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면 이 일은 전적으로 어린 황제의 탓도 아니다.“하지만 넌 그때 겨우 여덟, 아홉 살이었다. 그저 아이들의 장난일 뿐일 테니, 동의했다고 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위왕이 재빨

  • 명의 왕비   제3216화

    “폐하, 공주께서 폐하가 드리신 선물을 받지 않으신 것입니까?”언제 올라온 건지, 진이는 어느새 그의 곁에 서 있었다.“응.”경천은 뒤돌아 상자와 두 개의 옥패를 바라보았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배우며 수많은 옥을 망친 끝에 겨우 지금과 같은 모습을 조각해 낸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속상해하지 마십시오. 공주께서 아직 어리셔서 폐하의 노고를 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깐요.”진이가 위로하자 경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받지 않는 것이다.”진이가 잠시 멈칫했다.“너무 잘 안다니요?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요.”경천은 이미 실망한 기분을 떨쳐버렸고, 대신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진아, 나는 그녀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는 먼저 좋은 황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단다. 이곳을 떠나기 전, 나에게 한 나라의 군주라 하지 않았냐? 황제로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이다.”“아... 그런 것입니까!”진이는 비록 이해하지 못했지만, 황제가 속상해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택란 일행은 궁을 나섰다. 냉명여가 그녀에게 물었다.“누나, 어찌 황제가 주신 옥패를 받지 않으시나요? 그를 싫어하시는 것입니까?”택란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절대 그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단 있는 황제이고, 뛰어난 통치로 금나라가 정권 이양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그는 두 나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두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다.”“그럼, 어찌 그의 선물을 받지 않으셨습니까?”냉명여는 다른 사람의 선의를 함부로 거절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택란이 답했다.“그 옥패가 약속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명여야, ‘약속’이라는 말은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약 네가 그것을 이행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약속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하지만 그도 누나와 혼사를 올리겠다고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 아닙니까?”“그래. 하지만 나

  • 명의 왕비   제3215화

    경천은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택란이 말했다."어쩌면 5년 후에는 오늘 한 모든 일이 어리석고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게 될 때, 그 감정이 단순한 사모인지 은혜 때문인지 알게 되실 것이고, 오늘의 행동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경천은 단 한 마디만 응한 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나 분명하니, 절대 그런 말로 그녀를 얽매여 부담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늘 한 모든 일은 그의 결정이며 그의 태도였다. 그녀는 몰라도 되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녀를 기다릴 것이었다.그리고 그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택란은 한숨 놓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해한다니 다행입니다.""알고 있다."경천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삼 태감이 책자를 가져왔다. 경천은 그것을 택란에게 건넸고, 택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매우 공정했으며, 심지어 약도성에 이익을 양보한 정도였다.책자를 접은 후,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약도성을 생각해 줘서 고맙습니다. 두 나라의 원한을 풀기 위해 애써줘서, 그리고 약도성의 백성과 조정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알고 있었던 것이냐?"경천이 다소 놀라며 묻자, 택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 알아봤습니다.""오해하지 마라. 그저 너를 위하여 한 일이 아니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그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해명했다.택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오해하지 마시지요. 저는 정말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해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도 사실 많이 감동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혼사에 대해 논할 나이가 아니고, 사적인 감정보다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혼사를 하더라도 반드시 아바마마

  • 명의 왕비   제3214화

    손에 쥐니,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 그 옥의 차가운 느낌이 서서히 스며들자,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을 때, 그는 미세하게 안도하며,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직접 만든 것입니까?"택란은 마음에 든 듯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녀의 밝은 눈동자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응!"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마음에 드냐?""예. 정말 마음에 듭니다!"택란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그가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이걸 직접 나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느냐?""예?"택란이 잠시 멈칫하며, 놀라 물었다."저에게 준 선물이 아닙니까?"그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소매 주머니에서 또 다른 옥 조각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내가 네게 직접 주고 싶은 것이다."택란은 그가 손에 든 것을 바라보았다. 옥질도 동일하게 맑고 투명했고, 손바닥의 선도 보일 정도였는데, 그 조각에는 경천의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옥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준수한 그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고,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입고 있던 옷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색은 알 수 없었지만, 자수가 명확하게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기억력이 매우 좋았기에, 그때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그녀는 두 개의 옥을 손바닥에 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옥에 3년 전 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시간을 되돌려 3년 전 만남을 담은 것이었다!경천은 택란을 바라보며,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올라올 듯했다.택란이 두 개의 옥을 서둘러 상자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두 개 모두 오라버니께서 먼저 가지고 있으세요."경천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건네받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며, 애써 실망이 드리운 눈빛을 숨겼다.삼 태감이 정교한 음식을 올려놓았고, 모두 택란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 명의 왕비   제3213화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알 수 없는 작은 흥분을 억누르고, 표정을 고쳐서 천천히 돌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북당 백성인 란이 언니와의 혼사는 다 거짓인 겁니까?"경천의 동공이 흔들렸다."혹시... 화가 난 것이냐?""아닙니다."택란이 고개를 젓자, 밝은 빛이 그녀의 깨끗한 얼굴에 비쳤고, 고르게 정리된 이마 밑의 눈동자는 다시 차분해졌다."그런데 어찌 사람을 시켜 저를 찾고 있다고 직접 저게 소식을 전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약 편지를 보냈다면, 저도 오라버니를 만나러 왔을 것입니다. 심지어 혼사에 하객까지 청하며 일을 이렇게나 크게 벌였는데,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십니까?"그는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천천히 그녀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녀의 까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수습할 필요 없다. 나는 이미 천하에 나의 황후가 우문택란이라고 선언했다. 나는 그녀가 어서 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택란은 순간 놀라하며,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경천은 그녀가 화가 난 것 같아, 마음이 내려앉았다. 그의 눈동자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응할 수... 있겠느냐?"택란은 잠시 망설였다. 기억 속의 그 소년이 지금 별빛을 받으며 그녀 곁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10년 후 그가 죽지 않으면 돌아와서 그녀를 부인으로 맞겠다고 열정적으로 말했었다. 그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는 지금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런 과거와 현재가 얽혀 버리자,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저는..."경천은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을 조금 숙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대답할 필요 없다. 몇 년 후라도, 10년, 아니 20년 후라도 괜찮다.""하지만...""아니, 말하지 말거라."그는 방금까지만해도 가득찼던 자신감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

  • 명의 왕비   제3212화

    냉명유는 팔짱을 낀 채 검을 가슴 앞으로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누님께서 어디로 가든, 저도 무조건 함께 갈 것입니다."“하… 하지만."삼 태감이 무척 난감해했다."그래. 함께 가자. 이 거월통천각이 정말 달을 딸 수 있는지 어디 가서 보자꾸나!"그러자 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주 아가씨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정말 공주가 만나고 싶다면, 어찌 공주한테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오르게 할 수 있는가?그러고는 계단 위에 새겨진 난초꽃을 힐끗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계단의 각 층마다 난초꽃이 새겨져 있었다.황제가 자신의 그리움을 돌계단에 새긴 것이었다!택란도 계단을 오르며, 이 사실을 눈치챘다.게다가 각 난초의 형태와 크기는 매우 똑같았다. 처음에는 선이 조금 거칠게 느껴지긴 했지만, 후에는 점점 더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였다.이건 분명 같은 사람이 새긴 것 같았다. 그가 직접 조각한 것일까? 금나라가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잠시 후, 그들은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에 도착했다. 다행히 냉명여는 문 앞에서 멈추고 안까지 들어가지 않았다.택란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네개의 용 모양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네 모서리에는 각각 올라가 쉴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정자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었으며, 가운데에는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떠힌. 네 면에 걸려져 있는 대나무 커튼이 걷혀 있어, 사방에서 밖을 볼 수 있었다.그 사이에서 청색 비단옷 차림의 남자가 통천각 옆 난간에 기대어 택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매우 긴장한 듯 손과 발을 살짝 떨고 있었다. 별빛처럼 맑은 눈동자에 약간 숨이 가쁜 듯 보였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반짝이는 별들도 그중 하나였다.하지만

  • 명의 왕비   제3211화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경천 황제는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 푸른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옅은 청색 옷자락에, 소매 끝에는 난초꽃이 수놓아져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구름 문양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이 옷감은 북당에서 온 것이었다."폐하, 꼬마 은인께서 궁문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삼 태감이 와서 보고했다."좋소."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택수운천으로 가겠네."택수운천은 그가 즉위한 후, 궁궐 안에 지은 새 궁전으로,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궁전 옆에는 거월통천각이 있었는데, 이는 량주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거월통천각 안에 있으면 마치 손바닥에 달을 담을 수 있을정도로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월통천각에서 멀게는 약도성과 량주가 인접한 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생각날 때면, 늘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멀리 바라보곤 했다."진이야, 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느냐?"그가 준수한 옷차림으로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람이 서서히 불며 청색 옷자락이 휘날리자, 옷자락의 네 끝에 박힌 고급스러운 야명주가 그의 선명하고 잘생긴 얼굴을 비추었다.그때,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궁 시위를 따라, 아치과 복도를 지나 거월통천각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젊은 금군 통령 진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습니다.""사모의 마음을 품어보거라. 떨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없다."그는 그녀를 멍하니 보며 말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탓에 그녀의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13세 전까지의 그의 인생에는 나라와 백성들 뿐이었지만, 13세 이후 그의 인새은 온통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금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진이는 황제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세 명을 보며

  • 명의 왕비   제3210화

    안왕은 보책을 받아 든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이상한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일이 다 이상하게 느껴졌다.보책을 펼쳐 안에 적힌 이름을 본 순간 그는 드디어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굳어진 표정으로 경천 황제를 바라보았다.경천 황제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조사를 통해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소. 그녀의 이름은 우문택란이오. 금나라 황후의 이름은 우문택란이네. 난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것이오. 만약 그녀가 황후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황후의 자리는 그녀를 위해 계속 비워둘 것이네.”위왕은 온몸에 식은땀을 흐르는 탓에 두 손을 급히 움켜잡았다. 방금 황제가 보책을 그의 손에 올리지 않아, 그가 받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다섯째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안왕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위왕에게 말했다.“방금까지도 어린 황제에게 어리석다고 했건만. 이렇게 계책에 능하고 이따위 교묘한 계책으로 우리 형제를 그와 같은 편에 서게 만들다니...!”위왕은 또 한 걸음 물러서며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방금 술을 두 잔 마셔 조금 취한 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아니, 지금 들고 있는 그건 무엇이냐?”안왕은 단단한 그의 팔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 연회는 계속되었고, 사람들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북당 황제의 작은 공주도 우문택란이라는 말을 꺼냈다.그 말에 다들 그 당시 금나라 황제를 구한 사람이 북당의 작은 공주가 맞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정말 북당 공주가 맞는다면, 금나라 황제도 참 배짱이 큰 것이다. 사실상 북당 황실이 금나라 황제를 구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 명의 왕비   제3209화

    경천은 위왕의 말을 듣자, 마치 마음속 큰 돌덩이가 내려간 듯 후련해 보였다. 그는 그러고는 궁인에게 술을 올리게 해 술잔을 여러 차례 돌린 후, 아래를 둘러보며 말했다.“오늘 여러분께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오늘 정혼연이 어찌 열리게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오.”그러자 모두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말에 당황을 금치 못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정혼연이든 혼례든,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이때, 위왕이 안왕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에게 서신을 보내야겠다. 금나라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자가 황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진국왕이 아직 살아 있고, 이 황제가 꼭두각시일지도 모른다.”“맞소. 확실히 조금 병신같아 보이네.”안왕도 동의했다.참고로 ‘병신같다’는 표현은 안왕이 조카에게서 배운 단어였다.“이 이야기는 3년 전쯤에 있었던 일이오.”이내 경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담겨져 있었다.“당시 금나라는 진국왕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를 대신해 금나라의 군주가 되려 했소. 이 사실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때 난 진국왕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소. 진국왕이 왕위를 빼앗으려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하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소. 그때 나를 구해준 이가 바로 란이라는 소녀이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오. 그 당시 나는 란이의 정체도 몰랐고, 그저 약도성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소. 상처를 치료하며 그녀와 며칠을 함께 보냈고, 황권을 되찾으면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네. 하지만 그녀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이 진국왕에게 알려졌고, 진국왕이 사람을 보내 그녀의 집에 불을 질렀소. 그리고 그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소.”모두가 진국왕이 불을 질렀다는 말에 멈칫했다.금나라 황제가 이렇게 비극적인 황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