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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06화

작가: 유애
안풍 친왕비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맞아 그들이 다 현대로 갔으니, 우리가 몸을 빼는 데 성공했던 거야. 그리고 일부 봉쇄가 풀려서 시공은 마음대로 오갈 수 있어. 36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고 50년 전 적성루로 그들을 보러 갈 수도, 심지어는 작년, 재작년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 심지어 너랑 내가 얘기하는 지금 사방을 잘 살펴보면 미래의 내가 어딘 가에 숨어서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원경릉은 그런 생각이 들자 오싹해졌다. “그건 마마께서….”

왕비가 웃으며 원경릉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너 지금 내가 이미 그들의 죽음을 겪은 뒤에 시간을 넘어 그들이 아직 죽지 않은 지금으로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마마께서 전에 그렇게 오래 실종되셨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셨으니….” 원경릉은 여기까지 상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안풍 친왕비는 차를 들고 그윽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바라봤다. “아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런 상황이 반드시 생기겠지. 난 그들을 떼놓지 못해. 평생 동안.”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실 자신을 속박하는 굴레가 있다. 아무리 안풍 친왕비일지라도 예외는 없었다.

안풍 친왕비가 한마디 했다. “앞으로 네 황조부 일행이 다 가면 너도 그렇게 될 거야. 뻔질나게 경호를 통해 돌아가서 그들을 살필걸. 어딘가 숨어서 몰래 흘끔 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정 떼는 게 말이 쉽지, 막상 다가오면 어렵단다.”

원경릉의 눈시울이 금새 빨개졌다.

원경릉은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언젠간 결국 생길 일이며 시간은 조금씩 앞으로 가고 모든 사람은 다 그날을 맞기 마련일 것이다.

안풍 친왕비 말이 맞다. 정 떼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거의 모든 사람은 이미 가버린 사람을 보러 돌아갈 수 없지만 넌 그런 능력이 있으니 감사해야해.” 안풍 친왕비가 일어나 원경릉의 어깨를 토닥였다. “돌아가 봐, 준비 잘하고 내일 경호로 가자. 36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의 이리봉청을 살펴봐야지!”

원경릉은 마음이 상당이 무거워졌다.

사실 원경릉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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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3007화

    경호에 도착한 안풍 친왕은 전서구가 가져온 서신을 읽자마자 낫빛이 어두워졌다. 안풍 친왕비가 이것을 보고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서신을 건네는 안풍 친왕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봐 봐!”안풍 친왕비가 펼쳐 보니 아주 작은 글씨로 몇 줄만 적혀 있는 게 급하게 상황을 보고한 모양이었다. 안풍 친왕비는 다 읽고 크게 화를 냈다. “안지여, 이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옆에 있던 원경릉도 가슴이 철렁해져 얼른 봤다. 다 읽고 나자 그녀 역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서신에서는 어떤 대사가 안지여에게 서산의 천문 세가의 묘에 불을 질러 싹 없애면 올해 풍도성에 수해가 닥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과거에 천문 세가 사람이 전부 죽임을 당하던 때 안지여는 사람들의 책망을 받지 않기 위해 가주 신분으로 그들의 시체를 거둬 매장했었다. 자기가 떼죽음을 시켜놓은 것인데, 마치 선행을 베푸는 양 날조했다. 그들을 매장한 지 36년이 된 마당에 갑자기 지금 와서 유골을 몽땅 불태우겠다니..말 그대로 죽은 자의 뼈를 가루로 갈아버리겠다는 것인지, 화가 날 만했다. 이 쓰레기 같은 안지여는 18층 지옥 맨 밑바닥에 떨어뜨려도 분이 안 풀릴 것이다. 이때 안풍 친왕이 담담하게 말했다. “섬전위가 그저께 보고했을 때 안지여가 사람을 불러 점을 쳤는데 36년 전 뿌린 죄업의 대가를 올해 받는다며, 안 씨 집안은 인과응보를 받을 거라고 했다는군. 안지여가 천문 세가의 무덤을 불태우는 건 아마 이 죄업을 피하고 싶어서겠지.”안풍 친왕비가 차갑게 말했다. “하늘이 아무리 무심해도 그렇지, 안지여 같이 털끝만치도 양심도 없는 놈을 가만둘 리가 없어요. 그 대사라는 인간이 점은 제대로 맞췄네요. 확실히 그때의 인과응보를 받을 겁니다.”안풍 친왕비가 원경릉을 돌아보는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다. “네가 돌아오면 이리율이 직접 풍도성에 가서 그들을 결판낼 거야. 넌 반드시 성공해야 해. 네가 성공하지 못하면 안지여 놈을 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아

  • 명의 왕비   제 3008화

    안풍 친왕은 자지 않고 계속 경호를 주시했다. 소용돌이가 변화하는 규칙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는데, 바로 판별할 수 있는 소용돌이도 있었지만, 36년 전인지 확신할 수 없거나 36년 전인 건 알아도 이리봉청이 눈늑대봉에 올라간 시간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었다. 이리봉청이 눈늑대봉에 가기 전이면 그나마 기다릴 수는 있지만, 늦었을 경우엔 도로 아미타불로 경호로 돌아와서 다시 시간 이동을 해야 했다.이건 미래로 가는 것과 달랐다. 미래 영상에는 가끔 시간을 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 미래를 보면 소용돌이의 변화가 그다지 빠르지 않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소용돌이도 이렇게 인간 친화적이니 창조주께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원경릉은 도장에 머물면서 안풍 친왕비와 그다지 한담을 나누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어서 과거로 돌아가 영석을 깨트리고 싶을 뿐, 하루가 늦어지니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게 일이 잘못되는 건 아닌가 불안했다.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원경릉도 직접 경호 호숫가에 엎드려서 안풍 친왕과 같이 소용돌이를 봤다.안풍 친왕 눈이 충혈된 것이 밤새 못 잔 게 확연해 보였다. 검은 옷은 입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데 수십 년을 따라다녀도 경호의 기현상을 볼 수 없으니 도울 수 없었다. 가끔 차나 가져다주고 물을 따라주기만 할 뿐이었다.그래도 누군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그들에게는 힘이 됐다. 이것이 안풍 친왕 부부가 지금까지 이들을 떼버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이때 인풍 친왕이 자신은 보는 걸 책임지고 원경릉이 계산을 담당하자며 제안을 했다. 소용돌이가 변할 때 광경이 변하는데 속도가 하도 빠른 탓에 원경릉이 소용돌이 광경의 변화 속도 및 소용돌이의 각도를 계산하는 것이 더 나았다. 원경릉은 계산에 능통해, 이틀간 계속된 관찰 끝에 마침내 소용돌이의 루트를 집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며칠로 돌아가는지는 확정할 수 없어기에 그 부분은 운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소용돌이 변화는 1분에서 심하면 몇십 초 만에 일어나기 때문에 정확

  • 명의 왕비   제 3009화

    원경릉은 해가 뜨기도 전에 눈늑대봉 득랑요에 도착할 것 같아 일부러 걸음을 늦췄다. 어쨌든 대낮이어야 정확하게 볼 수 있으므로 원경릉은 서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해가 뜬 뒤 비상식량과 두꺼운 옷을 좀 산 뒤 독랑요로 올라갔다. 시간을 앞당겨 왔으면 원경릉은 독랑요에서 며칠간 잠복하고 있어야 해서 비상식량이 필요했다.독랑요에 도착하니 날씨가 심하게 추웠다. 원경릉은 후각이 굉장히 민감한 상태라 피비린내가 날 경우 맡을 수 있었다.원경릉은 이리봉청이 출산한 곳에 앉았다. 하지만 이곳은 눈만 하얗게 덮여있었을 뿐, 피냄새는 나지 않았다. 확실하게 확인하고자 원경릉은 아래로 한 층을 파 보았는데, 혈액으로 오염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리봉청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다. 원래 계획대로 원경릉은 이곳에서 잠복해야 한다. 며칠이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 왔다갔다 할 수가 없었다. 만약 다시 온다고 해도 시간이 지금보다 더 정확할 거라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산 아래서 잠복하고 있을까도 생각했으나 산 아래는 보초병들이 있어 눈에 띄지 않으려면 이리봉청은 큰길로 올 리 없었다. 원경릉도 속도가 매우 빨라 보초병의 주의를 끌지 않았기에 몰래 올라올 수 있었다. 어차피 이리봉청이 어디로 올라올지 모르니 여기서 잠복하고 있는 게 만에 하나 실수하지 않는 길이었다.날씨는 정말 추웠다. 원경릉이 북당에 온 지 꽤 됐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은 처음이었다. 산꼭대기는 기온이 더욱 낮아서 사 온 두꺼운 옷도 찬 기운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찬 바람을 막아주고 오는 사람을 숨어서 볼 수 있는 곳을 찾는게 시급했다.원경릉은 최대한 멀리까지 내다보았지만, 온통 흰 설원을 반나절이나 보고 있자니 마음이 더 초조해질 뿐이였다.원경릉이 이렇게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며칠 밤을 새우고 잠이 부족한 데다 비극이 일어난 바로 그해에 와 있다는 생각에 초조한 마음이 든 것 같았다. ‘오늘 풍도성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천문 세가가 다 죽임을 당한

  • 명의 왕비   제 3010화

    원경릉은 다시 올라가면서도 잡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일을 바꿨다가 그 결과를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음을 알았다. 사흘째가 지나고 닷새째가 되자 원경릉은 오히려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그저 한마음으로 이리봉청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그렇다. 제일 참기 힘든 건 처음 며칠일 때이다. 이 순간만 버티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아마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이 다 비슷할 것이다.여섯째 날은 흐렸다. 아침 일찍부터 북풍이 몰아치더니 독랑요에 일찍부터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날이 흐리자 원경릉은 흥분됐으나 눈이 내리는 걸 보고 다시 울적해졌다.그날은 추웠지만 눈이 내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일곱째 날,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어 다른 잘 곳을 찾아 폭설을 피하기로 했다.여덟째 날 아침이 되자, 드디어 눈이 그쳤다.원경릉은 독랑요에서 8일을 있었는데 마치 8년이나 지난 기분이 들었다.날씨가 너무 흐려 찬바람이 살을 베는듯한 고통이 있었고, 눈이 상당히 깊이 쌓였다. 원경릉이 원래 있던 곳으로 가자 눈이 거의 무릎까지 쌓여 있었다.눈밭에서 한 발 한 발 발을 빼는데 심장이 벌렁거렸다. 순간 머릿속 영상에서 이리봉청이 산을 오를 때 바로 이렇게 힘들어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종의 예감이 들었다. 이리봉청이 올라온다고 있다는 것! 원경릉은 비상식량을 먹고 눈을 한 움큼 쥐어 입에 넣은 채 바람을 등지는 위치에 앉아 계속 기다렸다.숨어 있는지 얼마 되지 않아 저 멀리서 전신에 피 칠갑을 한 임산부가 힘겹게 눈밭을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걸음마다 힘에 겨운 듯 씩씩거리며 한 손으로 배를 받치고 한 손으로는 검을 지팡이 삼았는데 칼집은 눈에 쌓여 이미 보이지 않았다. 검신이 눈에 비쳐 차가운 빛을 반사했다.하지만 검은 눈에 묻혀 있고 다리를 빼는 것도 검을 뽑는 것도 전부 힘이 필요한데 그녀는 너무 지친 나머지 그럴 수 없었다. 멀리서 보니 마치 선홍빛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이리봉청은 절망으로 가득차버린 것 같았다.

  • 명의 왕비   제 3011화

    이리봉청은 원경릉을 보고 놀라서 바닥에 누운 채 검을 움켜쥐고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넌…. 넌 누구냐?!”원경릉은 한 발 더 다가가 이리봉청을 향해 두 손을 들며 설명했다. “전 산 밑에 거주하는 촌민으로, 악의는 없습니다. 당신…. 지금 아이를 낳으려는 것이죠? 제가 조산을 배웠으니 도와드리겠습니다!”“촌민?” 이리봉청은 위험과 고난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으므로 쉽게 원경릉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 그녀는 숨을 내뱉으며 힘들게 칼을 휘둘렀다. “가, 네 도움 필요 없어!”원경릉은 결국 그 자리에 멈춰서서 더는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이리봉청이 칼을 함부로 휘두르다가 스스로 다칠까 봐 걱정돼서였다.출산의 고통은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그녀가 잠시 칼을 휘두르는가 싶더니 격렬한 진통이 밀려오는 듯 검을 들 힘도 없어 손은 바닥에떨어졌고, 배를 움켜쥔 채 헉헉거리며 숨을 들이쉬었다. 고통으로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그러자 원경릉이 얼른 다가가 반쯤 이리봉청 앞에 꿇어앉아 손으로 살살 배를 쓸어주었다. “힘을 빼세요. 천천히 숨을 쉬어요. 급하게 들이쉬지 마시고.”이리봉청은 이제 반항할 힘이 하나도 없었다. 원경릉 말대로 두 다리를 세우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눈을 반쯤 감았다.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 사람이 진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이리봉청은 거의 힘이 없었다. 피곤하고 목마르고 배고파서 눈앞에 모든 게 흐릿하게 겹쳐 보였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려 했으나 시선을 가려 뭘 하고 있는지 볼 수 없었는데, 아까까지 아프던 손목 통증은 금새 사라지고 없어졌다.원경릉이 이리봉청에게 링거를 놓은 것이다. 이곳은 링거를 걸 곳이 없어서 염력으로 물건을 가져오는 수밖에 없어 대나무 막대로 링거를 지탱한 뒤, 이리봉청의 체력과 영양을 일부 보충시켰다. 그리고 이리봉청 곁을 지키며 손을 잡고 아이를 출산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원경릉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지만 감히 할 수 없었다. 이리봉청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

  • 명의 왕비   제 3012화

    온천지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어 붉은 핏자국이 한 눈에 보였고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았다.곧이어 또 한 명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이리봉청을 보자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달려가 꿇어앉으며 공포와 절망감에 흽싸인 목소리로 외쳤다. “죽으시면 안 됩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복수해야죠. 둘째 아가씨 복수를 해야 합니다!”원경릉은 단 한 번도 배기의 시각에서 배기를 본 적이 없었는데, 그는 사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리봉청을 도왔고 마지막엔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었다.하지만 배기의 사형을 제외하고 그의 생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기가 이리봉청의 몸을 여러 번 흔들자 그녀는 다행히 의식을 조금 회복한 듯 천천히 눈을 떴다. 배기는 안도하며 얼른 바닥에 앉아 약 한 알을 부숴서 이리봉청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러고는 이리봉청의 상태를 주시하며 말했다.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복수하셔야죠. 제가 둘째 아가씨를 위해 복수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어길 수 없습니다.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복수?” 이리봉청의 의식이 조금씩 또렷해지며, “아가, 우리 아가….”배기가 이리봉청을 안았다. “사당으로 모시고 가서 당신부터 구한 뒤에, 경성으로 황제를 찾아가 둘째 아가씨 복수를 해야 합니다!”이리봉청이 고개를 떨궜을 때 원경릉은 그녀의 눈가에 눈물 자국이 있고, 여전히 아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을 봤다. 배기가 그녀를 업고 달리는 동안 몇 번이나 쓰러진 탓에, 견디지 못한 이리봉청은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원경릉은 멀리서 그들을 주시하며 따라갔다. 두 사람은 사당 아래서 젊은 덕방 스님과 만났고, 덕방 스님은 그들에게 쉴 수 있는 동굴을 내주었다. 원경릉은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 거리를 유지하며 영석을 깰 기회를 기다렸다.마침내 셋이 상의하다가 덕방 스님이 영석에 대해 말을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이리봉청이 덕방 스님에게 영석을 어떻게 아는지 묻자, 영석은 원래 수백 년 전 사당에 속했던 보물로, 나중에 사당에 있던

  • 명의 왕비   제 3013화

    바로 그때 원경릉이 염력을 사용해 영석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거대한 돌로 영석을 내리치게 했다. 영석은 그렇게 박살이 나서새까만 파편들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 원경릉은 원격으로 염력을 사용해 삽을 가져온 뒤 얼른 달려가 파편을 상자에 퍼담고 땅을 깊게 파서 상자를 묻었다.원경릉은 영석이 대체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저 이 물건에서 강력한 방사능이 나올지도 모른다는걱정이 생겨 아무런 피해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묻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곳은 설산 정상이니까. 덕방 스님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매우 놀라 원경릉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왜 눈늑대봉에 나타나셨죠? 영석을 대체 왜 깨신 겁니까?”배기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고, 이리봉청도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다. 이리봉청 또한 원경릉을 보고 역시 놀랐으나 머리가 점점 어지러워지며 선혈이 귀와 코에서 뿜어져 나왔다.영석이 바닥에 닿기 전에 깨졌으므로 이리봉청의 몸에는 영석의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잠시 머물렀을 뿐이기에 다행힌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정신은 혼미해질 것이었다.원경릉은 상당히 괴로워했다. 한참 동안 이리봉청을 바라보고, 바닥에 쓰러진 배기를 바라봤다. 배기가 전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이 순간만큼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사람처럼 느꼈다.원경릉은 덕방 스님과 더는 얽히기 싫어 정신을 차리고 얼른 달아났다.드디어 영석이 깨졌으니, 원경릉은 풍도성에 가서 결과를 확인하는 동시에 소여쌍이 역천개명의 저주를 받아, 안지여가 그 분노를 애꿎은 백성에게 퍼붇지 않는지 확인해야 했다. 성을 다스리는 원칙에 손을 써놔야 할 수도 있어 원경릉은 풍도성의 현자라 불리는 오 선생을 찾아가기로 했다.원경릉은 날듯이 빠르게 산에서 내려왔다. 눈늑대봉에서 일어날 모든 변화는 이로써 끝이 났다.…풍도성루.천문 세가 사람이 전부 죽임을 당했고, 이리봉청은 비록 행적이 묘연하지만 수많은 철위들이 그녀를 죽이러 쫓아가며 여러 차례 매복 공격을 가했다.안지여는 성주

  • 명의 왕비   제 3014화

    안지여는 정신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매월 며칠씩, 아니 그것도 36년씩이나 고통스러워야 한다니… 대체 누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천문 세가 사람들은 이미 모두 죽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오 선생은 안지여와 얘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와 문들 닫아걸고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오 선생은 사람을 시켜 불단을 차리게 하더니 그 앞에 꿇어앉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젯밤 너무 놀라운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어젯밤 만난 여자가 깊은 밤 자기 방에 찾아와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고 탁자 위의 모든 물건을 손가락만 까딱하며 어지럽혀 버렸다.가장 놀라운 건 가위가 오 선생의 눈앞으로 날아와 허공에 멈춰 있었던 것으로, 그 여자가 말을 마치자 그제야 가위가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날아갔다.오 선생은 어제 그 여자가 했던 말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앞으로 36년간 풍도성을 다스리는 방침을 전부 받아쓰라고 해서 하라는대로 전부 베껴 썼다. 그 여자는 자기 뜻대로 따르면 풍도성의 선지자가 될 것이고,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 시체로 변해 버릴 수 있따고 했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신선이 아니면 악귀 같았기에 오 선생은 당연히 그 여자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오 선생은 안지여에게 신문 세가를 세워 성주가 풍도성을 다스리는 것을 돕도록 진언했다.원경릉은 그제서야 경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직도 이렇게 하는 것으로 정말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어떤 무고한 사람도 엮이기를 원하지 않았다.이번 시간 여행 때문에 어쩌면 원경릉은 앞으로의 일생을 바쁘게 지내야 할지도 몰랐지만 이번 행동의 대가가 그렇다면 원경릉은 모든 것을 바쳐 기꺼이 책임을 다할 생각이였다.36년 전 경호로 와서 안풍 친왕이 준 안내를 보며 경호에 뛰어들어 돌아왔다.돌아오는 난이도가 높지 않았던 이유는 원경릉이 경호를 연구할 때 이미 경성에 살고 있는 연대의 시공간 좌표가 익숙했기 때문으로, 안풍 친왕의 지도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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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153화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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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한 일이 아니면 일단 잠시 미뤄 두게. 짐이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정말 급한 일입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탕양은 말을 마치자마자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달려갔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 정말 재빠르게 도망치는군. 누가 잡아먹겠다고 했나, 그저 속마음을 좀 털어놓으려 했을 뿐인데. 저 이기적인 놈, 내 또 누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목여 태감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폐하, 탕 대인께서는 폐하께서 잔소리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 “짐이 언제 잔소리를 했단 말이냐? 몇 번…아니 열몇 번, 많아야 백 번 정도 말했을 뿐이지 않나?” 우문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네 그럼요, 폐하께서는 잔소리하지 않으십니다!” 목여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탕 대인을 매우 아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가 홀로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집에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짐이 그를 설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고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면 내버려두는 수밖에.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 사람의 일생이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붙잡아야 하는 법 일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가 되어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짐도 잔소리가 좀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저 이 일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야. 감정적인 일은 억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급하구나.”목여 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이전 사례로 보아 황제는 또 한동안 탕 대인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터였다. 탕 대인 일이라면 황제가 탕 대인보다 더 안달복달이었다.정말이지, 태감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황제만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우문호는 소월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원경릉은 책을 보면

  • 명의 왕비   제3151화

    탕양은 손을 뻗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을 살짝 눌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안내인도 있고, 지도도 있으니, 독산 어디든 원하시는 곳에 가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써서 사전에 모든 위험을 제거해 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독산에 위험이 제거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고 사람들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관광지로 개발한다고요? 그거 참 기발한 생각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독산을 저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일곱째 아가씨는 냉소했다.“15년 동안은 아가씨께서 독점하시고, 그 후에는 수익의 3할을 가져가시는 겁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발, 물론 좋은 일이다. 좋은 곳, 좋은 경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입장료를 받고 조정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쨌든 조정은 다섯 곳의 성지를 발전시키려 할 테니,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다.게다가 황제는 현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고 북당이 점점 부유해지니 돈을 좀 들여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고, 이는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녀도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봐야 했다. 독산은 정말 좋은 곳이고, 그녀의 꿈이 깃든 곳이다. 독산에서 여생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 가문의 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약하죠!”이렇게 성급하게 5백만 냥짜리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신중했던 일곱째 아가씨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부자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번쯤 돈을 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일곱째 아가씨께서는 역시 호탕하시군요! 과연 여장부십니다!”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첨은 그만 하시고, 말씀하시지요. 제 안내인은 어디 있나요? 제가 직접 한번 가 보고, 정말 독산 전체를 다

  • 명의 왕비   제3150화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공부에서 오는 길입니다. 복지 시설 건립 건에 작은 문제가 생겼거든요. 지금은 다 처리했습니다.” “탕대인께서 나서셨으니, 안 될 일이 없겠죠.” 일곱째 아가씨는 탕양의 일 처리 능력을 인정하였다.그녀는 차 재료를 넣고 잠시 끓인 후, 탕 대인에게 따라 주며 말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 다 트셨네요. 어서 드세요.”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탕양은 차를 받아 들고 몇 번 불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차가 뜨거웠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 몹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그가 두 잔을 마시고 나서야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 “저를 찾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탕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단에서는 혹시 약도성 재건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해 보셨는지요? 안심하십시오,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저는 민간 상단입니다. 어떻게 성 재건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된다고 하셨으니, 분명 문제없을 겁니다.” 탕양이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탕 대인, 이런 좋은 일을 어쩌다 저희 상단이 맡게 된 것입니까? 혹시 대인께서 뒤에서 저희를 위해 힘써 주신 건 아니신지요? 어쨌든 호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은혜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민간 상단이 약도성의 재건에 참여하려면 막대한 은화를 지출해야 하는데, 재건 이후 그녀의 상단에 돌아갈 이익은 아마 봉토 정도 일 것이다.약도성은 택란 공주의 영지이고, 철광이 많으며, 정세도 이미 안정되었으니 채굴은 시간문제이다.하지만 광산은 예로부터 조정의 소유였으니, 민간 상단에 봉해 줄 리가 없다. 그러니 설령 봉토를 내린다 해도 쓸모없는 산지나 몇 개 주어질 뿐일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 일을 엄청난 호재라고 말한 것은 탕양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함일 뿐, 사실 그녀는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탕양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 명의 왕비   제3149화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

  • 명의 왕비   제3148화

    “좋은 생각이십니다.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정의 은혜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냉정언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잠시 멈칫하고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그리고 공주님을 보살 피라는 말씀이시지요?”“역시 지혜로운 수보구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고 있어.”우문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 공주님을 아끼시는 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궁에 들어오기 전에 폐하께서 갔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짐이 생각 해보았지. 지금 때에 약도성에 들리면 이득이야. 조정을 향한 백성의 믿음도 생기고, 결코 짐이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조정을 떠나면 나에게 반심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내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네를 수보의 신분으로 보내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네.”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소인은 폐하께서 직접 가실 것 같아 설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우문호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짐이 자식들 때문에 나랏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보이는가.”“공주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냉정언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인이 폐하를 너무 얕보았나 봅니다.”“짐도 구분은 할 줄 아네. 쉽게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게다가 그는 집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아닌가. 냉정언이 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홍엽 공자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내일 출발 할 수 있게 말입니다.”“홍엽 공자도 가는 것인가?”우문호가 눈을 크게 떴다.“소인이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 입니다. 제 아들도 바깥 세상 한번 구경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문호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답했다.“그래, 명여도 데려가게. 사내 아이는 많이 둘러 보는 게 좋지.”“명어 그 아이는 홍엽 공자를 잘 따릅니다.”냉정언이 말했다.“그래, 네가 누굴 데려가든 상관없다.네가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우문호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말을 끝나

  • 명의 왕비   제3147화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 명의 왕비   제3146화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 명의 왕비   제3145화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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