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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54화

Author: 유애
교빈과 선비

소홍천이 채찍에 힘을 주어 때려 그들의 얼굴에 순식간에 핏자국이 생겼다.

그들의 몸은 여기저기 고양이에게 할퀸 상처들로 소홍천의 채찍에 정신을 차리고 곧 차갑게 웃으며, “아주 바보 같은 문주군. 당신 사람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배신해서 떠났는지도 모른다고?”

소홍천이 크게 분노해서 다시 채찍을 휘두르는데 순식간에 그들의 살이 찢겼다.

“말해, 그들은 어디 있지?”

그 사람은 오히려 오만하게 콧방귀를 뀌고 입에서 선혈이 베어 나오며, “문파는 원래 능력 있는 사람을 중시하지. 그런데 당신은 사랑 놀음에 빠져 임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며 문파 사람들을 헛수고하게 만들었는데 그들이 여전히 당신을 따를 거라 생각했나?”

이 말에 소홍천은 붉은 채찍을 쥐고 박원을 흘끔 바라보자 박원도 마침 소홍천을 보고 있었다. 소홍천은 순간 분을 참지 못하고 천둥 같은 눈빛으로 그자를 거의 혼수상태가 되도록 때렸는데 비웃는 소리가 끝없이 들렸다.

소홍천은 부끄러움과 분노로 채찍을 버리고 달려나갔다.

박원이 상황을 보고 휘청거리며 쫓아나갔는데 따라가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소홍천은 밖으로 나갔다가 뒤를 돌아보니 박원이 바닥에 쓰러져 있어 잠시 망설이더니 돌아가서 박원을 일으켰다.

박원은 그 참에 소홍천의 손을 잡으며 빛나는 눈으로, “상관없어.”

소홍천은 코끝이 찡하고 눈가가 붉어졌다. 허리를 굽혀 박원을 복도에 앉히고, “당신이 신경 쓰든 말든 전 그자와 같이 한 적이 없어요.”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소홍천은 그때 그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그가 성인군자라고 생각했다.

특히 같은 침대에서 잔 적이 있는데도 그자가 예의를 다해 지켜주며 조금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아 점점 더 소홍천의 신뢰를 얻었었다.

“그럼 그자가 뭐라고 하든지 신경 쓰지 마요.” 박원이 기둥에 기대 있는데 얼굴이 창백하다.

소홍천은 점점 약해져 가는 빗발을 보며, “화가 나요, 저자가 저와 임소 일을 지껄여서가 아니라 홍매문에 정말 누군가 날 배반했을 가능성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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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2155화

    멸지의 방법멸지는 서일의 말을 듣고는 얼른 손짓을 하며 자비로운 눈빛으로, “심문은 심문입니다. 어째서 형을 가할 수 있습니까? 너무 잔인해요!”서일이 놀라서, “형을 가하지 않는다고요? 형도 없는데 이렇게 불 수 있나요?”멸지가 미소를 지으며, “모든 일은 이성이란 글자와 뗄 수 없습니다. 저들의 본성은 나쁘지 않아요. 단지 금전에 미혹되어 잘못된 곁길로 들어섰을 뿐이죠. 우리와 이치를 얘기하고 나면 저들도 양심을 발견하고 진술하는 겁니다.”서일이 찬탄하며, “당신들이 도리를 정말 잘 얘기하나 보군요.”멸지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우문호에게 예를 취하며, “전하, 이 몇 사람은 제가 처리할지 아니면 경성으로 데리고 가실 지요?”“자네 생각은 어떤가. 불 건 다 불었지?”“예. 전부 다 불은 게 확실합니다.” 멸지가 확신했다.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남겨둬도 쓸모없네, 자네가 처리하게.”“알겠습니다. 그럼 저들은 새사람이 되게 하지요!” 멸지가 웃음을 머금고 물러났다.서일이 멸지의 뒷모습을 보고 기이한듯, “늑대파 사람도 도리를 따질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선한 마음을 가졌다니 정말 희한한 노릇이네요!”우문호가 담담하게 흘겨보며, “저 사람 말을 넌 믿어?”“말하니까 믿죠.” 서일이 눈을 크게 뜨고, “전하, 우리 내일 경성으로 돌아가나요?”우문호가 깊이 생각하더니, “내일 그 산에 한 번 가서 들고양이와 비단뱀은 어떻게 된 일인지 본 뒤에 경성으로 돌아가자.”서일이 들고양이와 비단뱀이 떠올라 화들짝 놀라며 거부하는데, “또 가요? 너무 무서운데 들고양이가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겠죠?”“그들의 거점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면, 문제 될 건 없을 거야.” 우문호는 들고양이가 그들에게 보여준 선의와 들고양이가 나타나서 그들을 구해준 것이 마치 누군가가 가르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배후에서 누군가 한 발 앞을 내다보고 고양이들을 가르쳤다면 그자를 만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제일 중요한 건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

  • 명의 왕비   제 2156화

    홍매문 교빈서일은 늑대파 사람들은 참 교양이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엄지를 척 치켜세었다.서일이 우문호에게 얘기하자 우문호가 벌써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서일을 봤다.서일은 의자에 뻗어서 한숨을 쉬며, “내가 다친 걸 사식이가 알면 분명 화를 낼 텐데, 오기 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다치지 마라 죽지 마라 했는데.”우문호는 이번 길에 서일이 사식이에 대해 투덜거리지 않는 것을 보고 둘이 정말 서로 사랑하는 구나 싶었다. 자신과 원 선생은 요 일이 년간 각종 일에 시달려서 꼭 붙어서 사랑했던 시간이 부족했다. 마음 속으로 자괴감이 느껴졌다. 이번에 하마터면 운부성에서 목숨을 잃을 뻔 했는데, 방금 생각한 건데 만약 여기서 목숨을 잃었으면 원 선생이 남은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이생을 어떻게 살아가나?최근 머릿속에 온통 이 일을 빨리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자신을 위험에 처한 것 따위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단지 평안하게 나날을 하루라도 빨리 살기 바랄 뿐으로 조금이라도 더 아내와 아이들과 집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일을 서둘렀고 하마터면 여기서 죽을 뻔 했다.만약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면 원 선생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몰랐을 것이다.우문호는 극도로 피곤해 의자에 앉아 그간 일의 모든 단서를 다시 한번 정리하며 아무래도 뭔가 남겨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멸지 쪽은 소홍천에게 소홍천 문하에서 세 사람이 적에 투항했다고 했다. 그래서 홍매문 사람은 어젯밤부터 따라오지 않기 시작해 자객들이 운부성에서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즉 오는 길에 공격하지 않은 것은 홍매문 사람들을 아직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소홍천이 이를 갈며, “어느 셋이지?”멸지가 명단을 주는데 교빈의 이름이 없고 세 사람은 모두 홍매문의 오래된 장로로 홍매문 사람들을 지시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럼 교빈은?” 멸지가 고개를 흔들며,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진술하기로는 홍매문 사람들을 이끌고 있던 선두를 죽

  • 명의 왕비   제 2157화

    소홍천을 향한 마음소홍천은 처음으로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한참을 앉아있다가 우문호를 찾아가, “홍매문에 반역이 있어서 이번 실수가 있게 된 겁니다. 홍매문은 죄를 부정할 수 없으니 이번에 경성에 돌아가면 간신을 내보내고 홍매문의 모든 사람을 소집해 만약 다들 계속 열심히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홍매문을 해산할 것이니 태자 전하께서는 절 탓하지 말아주십시오.”우문호는 소홍천을 만났을 때부터 생각해 봤다. 소홍천은 늘 자신을 위해 근심을 덜어주고 위험을 해결해 주었다. 우문호는 홍매문 사람 모두를 부려먹었지만 초왕부는 그녀에게 어떤 이점도 주지 않았으며 거마비조차 주지 않았다.우문호가 조용히, “이만 해산하자. 너도 좋은 사람 만나서 살림하며 아들, 딸 낳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지. 다시는 싸움 따위는 하지 말고.” 소홍천은 우문호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소홍천이 얘기하기로는 홍매문과 그녀는 진퇴를 함께 할 것이고 마음을 다해 태자를 도울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 맹세를 어기고 게다가 태자를 거의 죽음으로 몰고 갈 뻔 했는데, 이렇게 따듯한 말을 듣다니 소홍천은 눈가가 붉어졌다. 이런, 요즘 눈물이 많아져서 마음이 약해진 모양이다. “홍매문이 해산한 뒤 저는 약속대로 계속 전하를 보호할 겁니다. 전하께서 순리대로 보위에 오르시거나 곁에 더이상 간사한 무리가 없으면 그땐 저도 물러가겠습니다.”우문호가 소홍천을 앉으라고 하고 의미심장하게, “아니, 홍천아. 너랑 나랑 속 얘기를 하자. 넌 내 신하도 아니고 초왕부의 신하도 아냐. 내 수행원은 더더군다나 아니고 우리는 친구야. 네가 처음에 날 도와준 건 친구의 정이었어. 지금 내가 태자라는 존귀한 위치에 있고 동궁 조정을 세워 곁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내 말 들어봐. 박원에게 시집가서 그 사람한테 잘해줘. 그를 위해 아들딸을 낳고 그를 위해 집안을 꾸리고, 뒤에서 그를 지원해 줘. 앞으로 그는 반드시 우리 북당의 오른팔이 될 거야!”소홍천은

  • 명의 왕비   제 2158화

    호랑이였다만약 운부성의 지부도 적의 첩자라면, 상상이 가능했다. 그들이 대주를 상대했던 방식을 다시 쓴 것이기 때문에 이건 선비족의 수법으로 홍엽 같지만 홍엽보다 단수가 높아 보인다.전에 홍엽이 늑대골에서 나온 뒤 독고의 눈에 들어 대주의 첩자를 이어 받았는데 그때 이 첩자들은 전부 독고가 미리 배치해 둔 사람들로 홍엽이 이어받은 후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이간질로 교묘하게 바꿔치기해서 독고가 대주를 합병하기 위한 목적을 자신의 복수로 바꿔놓았다.우문호는 마음속으로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독고 가족은 홍엽 말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그날 성을 둘러싼 전투에서 독고 가족 모두를 주살했고 독고의 수급은 우문호는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이 없었기에 의문이 쌓였다. ‘진정정이 시체를 조사해 봤는지 모르겠네?’운부성 지부에 관해서는 잠시 건드릴 필요 없다.우문호는 말을 달려 경성으로 돌아가는 명을 내렸다.말이 막 움직이려는데 풀숲에서 두 마리 커다란 들고양이가 나왔고 서일이 자세히 보더니, “어째 호랑이들 같지?”우문호도 보니 그 얼룩무늬, 눈빛, 그리고 앉은 자세가 쌍둥이의 호랑이를 쏙 빼닮았다.“대호(大虎)야, 소호(小虎)야!” 우문호가 부르자 두 호랑이가 달려오더니 말 주위를 돌며 껑충껑충 날뛰는데 자기를 알아봐 줘서 굉장히 기뻐하는 눈치다.우문호가 혀를 내두르며 정말 우리집 호랑이들이라니, 얘들이 어떻게 왔지? 개야? 냄새를 맡고 따라왔나?멸지이, “태자 전하 초왕부의 아기 호랑이입니까? 어제 들고양이를 설마 호랑이들이 부른 건 아니겠지요?”우문호는 곧 현대에서 스카이 다이빙하던 때가 생각났다. 원 선생이 위기의 때 쌍둥이가 무슨 의식 어쩌고 힘을 쎴다고헀는데 어쩌면 쌍둥이가 또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고 호랑이를 보냈는 지도 모른다?그런데 호랑이와 고양이가 같을 수 있나? 호랑이가 고양이를 호령할 수 있다고 쳐도 그럼 비단뱀은?우문호는 얼른 경성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멸지에게 몇 마디 해서 운부성에 사람을

  • 명의 왕비   제 2159화

    원경릉과 우문호의 재회순왕도 서일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돌아와 고삐를 잽싸게 죄는데 말이 아직 서기도 전에 순왕이 뛰어내려, “형, 어서 경성으로 돌아가요!”우문호는 순왕의 얼굴이 초조한 것을 보고 경성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하고, “무슨 일이야 어서 말해!”순왕이 요점을 간추리며, “형수와 만아가 습격을 당했고, 탕양이 실종됐어요.”우문호가 놀라서 뛰어내려 순왕의 멱살을 잡고, “형수가 뭐라고?”“괜찮아요, 괜찮으시다고요!” 순왕은 우문호가 심하게 놀란 것을 보고 얼른 해명하며, “형수님은 괜찮으세요. 만아가 다쳤어요. 탕대인은 실종됐고요.”원 선생이 무사하다는 얘기를 듣고 우문호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심장이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만아가 상처를 입고 탕양이 실종됐다는 얘기에 자연히 신경이 곤두서면서 자세히 상황을 묻지 탕 부인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사실 탕 부인이 도대체 누구와 결탁한 건지 계속 의심해왔던 우문호는 조금도 의외가 아니었다. 탕 부인은 지나치게 절묘한 시점에 나타났으며 사연이 기구한 게 마치 특별히 준비해 놓은 느낌이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처음엔 단지 탕 부인이 탕양에게 들러붙었다고만 생각하고 다른 측면이 있을 줄 몰랐다.탕양이 우문호를 이렇게 오래 따르며 둘은 수많은 난관을 함께 헤쳐 나왔기에 우문호는 탕양을 진작부터 가족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 탕양의 실종으로 굉장히 애가 타서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므로 바로 경성으로 출발했다.남은 이틀 반나절의 일정을 하루 반나절만에 달려가서 오밤중에 초왕부에 도착한 우문호는 아기 호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소월각으로 달려갔는데 쿵쿵 거리는 발소리에 막 잠이 든 원경릉이 깼다.우문호의 목소리를 듣고 원경릉이 신도 신지 않고 맨발로 달려 나와 막 문을 여는데 우문호가 바람같이 달려들어와 와락 끌어안았다.며칠을 떨어져 있으며 서로 매복을 만나고 한 번씩 생명의 위협을 겪으며 비록 극복했으나 이 순간 서로 부둥켜 안자 이제서야 걱정으로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안정되

  • 명의 왕비   제 2160화

    쌍둥이의 신비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자기가 습격당할 때 울음소리를 들었고, 역관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었다고 얘기했다.원경릉이 놀라며, “정말? 특별히 째지는 예리한 소리였어?”“맞아, 아주 예리한 소리라 귀청 찢어지겠더라.” 우문호가 원경릉과 똑같은 생각을 해 동의하며, “당신이 전에 얘기했던 그 의식 통제 아냐? 둘째 날 다시 한번 현장에 갔다가 호랑이 두 마리를 봤어. 그 들고양이는 전부 호랑이 둘이 부른 게 아닐까 싶어. 쌍둥이가 엉엉 우니까 호랑이 둘이 내가 위험에 빠진 걸 알고 와서 날 구해줬다고? 아니면 들고양이를 소환했다고?”우문호는 자기가 말하면서도 다소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호랑이 때문이 아니야. 호랑이는 쌍둥이가 당신이 돌아오는 걸 맞이하러 쌍둥이가 보낸 거고, 들고양이와 비단뱀의 경우 자기들도 울음소리를 들었으면 아마도 그 울음소리가 자극해서 발광하게 만들었을 거야. 그래서 사람을 공격할 수 있었던 거지.”“만약 그런 거면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야 하는데 들고양이는 자객들만 공객하고 우리는 공격하지 않았어. 심지어 우리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엄호해줬다고.”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울음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가 갑자기 또 낮아졌다가 찢어지는 소리였다가 낭랑한 소리였다가 했거든. 어쩌면 거기에 정보가 담겨있었을 지도. 어떤 선배 학자가 연구한 걸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 악한 마음을 품을 때 몸에서 일종의 산이 발산되는데 그때 자객들의 목적이 당신들을 죽이는 거라 그자들 마음에서 악이 생기고 산성 성분을 발산했던 거지. 고양이나 뱀은 민감한 동물이고 다수의 동물은 선악을 판별할 수 있다던데 대략……이런 거 일 거야!”원경릉은 자기도 확신을 못하겠는 것이 자기에게 사고가 생겼을 때 호랑이가 구하러 왔고 우문호가 일을 당하자 이렇게 먼 데도 호랑이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의 뇌세포나 신경 뉴런이 전기를 방출할 때 뿜어내는 에너지에 대해 원경릉은 전혀 감도 못 잡았다. “내가

  • 명의 왕비   제 2161화

    도발하는 탕 부인기 상궁이 이미 야식을 준비해 두었다가 서일에게 일 인분을 따로 덜어 주었다.우문호는 굶는 게 습관이 돼 있는 데다 식욕도 딱히 없어 대충 몇 입만 먹고 원경릉과 같이 앉아 얘기를 나눴다. 탕 대인이 실종되기 전에 했던 추측을 우문호에게 하자 둘이 서로 짠 적도 없는데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는 게 소름이 쫙 끼쳤다.“보아하니 정말 독고가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얼른 정정에게 서신을 써서 전력을 기울여 대비하라고 해야겠어.”우문호가 서재로 가서 바로 대주 진정정에게 편지를 쓰며 날밤을 보냈다.우문호가 편지를 보내고 나자 자시(밤11시~1시) 끝 무렵으로 원경릉을 안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날도 밝기 전에 나갔다. 원경릉은 조복이 보이지 않는 게 오늘 조정 회의 날인 것이 생각났다. 우문호는 정무 회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원경릉이 단장을 마치고 다바오를 데리고 나가 탕 대인의 행방을 살펴보기로 했다.탕 대인의 소식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탕 부인 쪽은 건드리지 않는 대신 엄밀하게 감시했는데 탕 부인 본인도 스스로 알아서 매일 집 복도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하고 있었다.사식이는 다른 사람이 감시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가끔 와서 쓱 보는데 가면이 벗겨진 적은 없어도 다들 마음속으로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이날 오후 사식이는 복도에서 살구씨를 까는 탕 부인을 봤는데 하나하씩 깐 다음, 옆에 계집종에게 건네주었다.“볶아 두렴, 나리께서 돌아오시면 물 끓여 드리게.”계집종이 받아서 예를 취하고 들어갔다.사식이가 이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남편이 며칠씩 돌아오지 않는데 걱정되지 않으세요?”탕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늘 출장 가서 일하는걸요. 한번 가면 며칠씩인데 제가 왜 걱정해야 하죠? 태자 전하를 위해 일하며 태자 전하의 칭찬을 듣는 자의 부인으로서 기뻐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죠.”“참 독한 아내네.” 사식이가 콧방귀를 뀌며 문 앞에 주저앉았다.탕 부인 물었다. “사식 아가씨,

  • 명의 왕비   제 2162화

    관건은 요 부인사식이가 싸늘하게 탕 부인의 뒷모습을 노려보는데 진짜 한대 패서 당장 탕 대인의 행방을 대라고 하고 싶었다.하지만 원언니의 신신당부 때문에 두 눈 멀쩡하게 뜨고 탕 부인이 돌아가는 걸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사식이는 앉아서 금방 한 얘기를 곱씹어 봤다. 탕 부인한테는 요 부인을 믿는다고 떵떵거렸지만, 마음속으로 여전히 투덜거릴 때가 있는 게 요 부인은 원래 원 언니와 적이 아닌가. 지금 곁에 있는 사람 중에 누가 첩자인지 알 수 없으니 역시 조심하는 편이 낫다.사식이는 사람들에게 탕 부인을 감시하게 하고 회왕부로 미색을 찾아갔다. 원 언니는 요 부인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탕 부인의 말을 분명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원 언니에게는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미색은 늑대파 사람으로 사람의 속셈을 들여다보는데 일가견이 있어서 어쩌면 가짜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미색은 희왕부에서 쑥을 배에 대고 자궁을 따뜻하게 하다가 사식이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요 부인이 의심스러운지는 일단 둘째치고 탕 부인은 요 부인을 주시한 게 분명해.”“왜 그렇게 얘기하죠?” 사식이는 생각이 단순해서 미색이 이렇게 행간의 의미를 파악할 줄 몰랐다.“탕 부인이 아무 이유 없이 요 부인을 왜 언급했을까? 요 부인은 진작에 기왕부에서 나와서 요 부인과 이해관계가 걸리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탕 부인은 굳이 상관없는 요 부인을 들먹이는 걸 보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요!” 사식이가 서둘러 앉았다.미색이 쑥을 가지러 가서 스스로 천천히 배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마 탕 부인에게는 2가지 목적이 있을 거야. 요 부인과 태자비를 반목하게 해서 요 부인을 혼자로 만드는 거지, 아니면 요 부인을 끌어들여 자신과 말다툼하게 한 뒤 요 부인에게 손을 쓰는 거야. 하지만 요 부인을 죽일 리는 없어. 왜냐면 요 부인을 죽여도 자신에게 이득이 전혀 없으니까, 아마 요 부인을 잡아가서 방패를 하나 더 늘리겠지. 이 방법이 쓰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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