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에게 묻다사식이는 혼인한 뒤로 이런 남녀 사이 일에 특히 민감해서 만아가 이유 없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분명 수상쩍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고 원경릉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아홉째가 만아에게 장가들 거라는 생각은 우문호 뿐 아니라 명원제도 하고 있었다. 아홉째가 남강왕의 남편이 되면 많이 일이 술술 풀려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서두르지 않는 게 우문호가 말했듯이 저들이 경성에 몇 개월 머무를 것이고 만약 막 남강왕으로 봉해지자 마자 바로 혼사를 치르면 계획적이란 의심을 사기 쉽기 때문이다.이때 구사 집안 둘째 부인은 그날 주명양에게 비밀을 들은 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 얘기만 없었어도 냉정언은 최고의 사윗감인데, 태자비와의 관계가 깨끗하지 못하다니 이제 와서 왕래를 끊는다고 해도 앞으로 태자가 알게 되는 날엔 경을 칠 게 틀림없다.만약 정민이가 시집을 간다면 같이 재앙을 만나게 될 것이다.둘째 부인은 어째야 좋을 지 모르겠는데 구정민은 무조건 냉정언에게 시집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미치고 환장하겠다.그래서 주명양이 절대 물어보지 말라고 했지만 몰래 구사를 찾아갔다.구사는 다섯째 동생이 냉씨 집안과 혼사를 치르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일은 좀 가망이 적지 않은가 생각했다. 왜냐면 냉씨 집안에서 태도를 표시하지 않는게,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거절하지 못해 침묵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생각이 있으면 이미 혼담을 넣고도 남았다.혼담이 없다는 건 적어도 냉씨 집안 쪽에서는 혼담을 넣을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냉정언이 동의하고 말고까지 갈 필요도 없다.“넌 냉대인과 태자 전하 일로 왕래가 있을 텐데, 냉대인의 인품에 대해서…… 네가 평소 주의를 기울여봤던 느낌은 어때?”구사가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서, “주의를 기울여요? 냉대인이 청렴 결백하다는 건 조정에서 다 아는 사실입니다.”“청렴 결백하는 외부 사람들 들으라는 거고, 우리가 모르는 비밀 같은 거 있지? 예를 들어 잠자리 시중을 드는
행복한 원경병원경병이 마음이 혼란한 둘째 부인의 입에서 얘기를 캐내는 건 어이없을 정도로 쉬웠지만, 둘째 부인도 상대가 원경릉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그저 냉정언과 어떤 관원의 부인이 왕래가 잦더라 불륜이라고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원경병이 누가 그랬냐고 물어보니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라고 했다.원경병이 저녁에 정탐한 내용을 구사에게 얘기하자 구사가 의아하다는 듯, “그런 소문이 돈다고?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야, 냉대인 성격에 남자하고 왕래도 잦지 않은데 관원의 부인은 말할 필요도 없지, 냉대인은 아마 당신 생긴 것도 기억 못할 걸.”“어쩌면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이 날조한걸 수도 있잖아요?”“사랑이 미움으로 바뀌면 너무 끔찍한데.” 구사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느낀 대로 말했다.원경병이 조금 있다가 미간을 찡그리며, “하지만 최근 둘째 부인과 주명양이 비교적 왕래가 잦은 건 사실이예요. 요 한두 달 동안 8~10일 간격으로 주명양이 둘째 부인을 찾아왔는데 예전에는 두 사람이 왕래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설마 돈을 뜯어가려고 오는 건가?”“”아뇨, 작은 어머니는 수전노라 주명양이 작은 어머니에게서 뭘 뜯어가지는 못 할 거예요. 소국(小菊) 말에 주명양이 왔다 가면 작은 어머니 기분이 좋다니까 절대로 돈을 갈취하러 오는 건 아닌 거 같아요.”“주명양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이니 견제하는 편이 좋아. 작은 어머니와 무슨 일을 얼마나 긴밀하게 하길래 며칠마다 한 번씩 오는지 자기가 좀 주의해서 살펴 봐줘.”원경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걱정 마세요. 집안 일은 제가 주시하고 있을 테니까요.”구사가 원경병을 부축해 장의자에 앉히더니 안타까워하며, “피곤하게 해서 미안해. 아이를 가진 몸인데 이 일 저 일로 바쁘게 하네.”원경병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제 성격에 가만히 누워있으라고 하면 한 달도 못돼서 좀이 쑤셔 미칠 걸요?”구사가 원경병 손을 꼭 쥐고 작은 소리로, “그래도 당신을 아내로 맞으면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절대 고생시키지
언니 그 소문 들었어?이 일은 우문호도 동의한 게 원래 만아를 경성에 몇 개월 남겨두는 목적이 경성에 있는 남강사람을 끌어내려는 것이다.그러려면 만아가 왕으로 책봉된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행사를 치를 필요가 있다.원경병은 비록 아이를 가져서 걸음하기 쉽지 않았지만 초왕부에 가서 같이 어울리는 김에 언니에게 태아 검사도 받았다.원경릉이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더니 원경병에게, “아이는 건강해. 아주 활력이 넘치네.”원경병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배를 쓰다듬더니, “이번에는 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들 딸 다 갖는 거니까요.”“응 생각대로 잘 될 거야.” 원경릉이 부러워하며 말했다.언니가 부러워하는 걸 보고 원경병이, “언니, 형부도 딸을 바라시던데 정말 하나 더 안 낳아요?”“싫어.” 원경릉이 물건을 챙기며 단칼에 거절했다.“왜요?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는 건 행복이잖아요?” 원경병은 구사가 자기에게 이렇게 잘 해주는데 구사를 위해 아이를 낳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는 구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낳는 것이기도 하다.“동생아, 행복은 여러가지 방식이 있는 거야. 아이를 낳는 것도 그 중 하나고, 잘 사는 것일 수도 있어. 평안하게 지내는 것도 그 중 하나지. 네 형부가 지금 바라는 한 가지는 내가 잘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해.”“말이 어렵다 언니, 지금 잘 살고 있잖아요?” 원경병이 웃으며 말했다.원경릉은 주진의 말을 떠올리고 목에 걸린 가시 같았다. 하지만 자신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두 가지 가능성이 있고 상자를 열지만 않으면 계속 오래 살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고 믿기로 했다.“맞아, 언니, 냉대인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알아요?” 원경병이 옷을 추스르며 물었다.“몰라. 네 형부가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없는데.” 원경릉이 원경병에게, “왜 갑자기 물어?”원경병이 신을 신고 내려서며, “우리집 다섯째 아가씨가 줄곧 냉대인을 연모하고 있잖아요? 작은 어머니가 사람을 보내 넌
냉정언과 순왕오늘 잔치에 온 손님 중에 냉정언도 있는데 오늘은 드물게 흰옷 대신 짙은 감색 옷을 입었는데 가슴팍에 꽃이 한 송이 수 놓아져 있어 눈에 확 튀는 차림이다.손왕, 제왕, 회왕, 순왕 남자들 한 무리가 본관에서 얘기하는데 안왕이 왔다. 하지만 안에서 남자들이 얘기하고 있어 하는 수 없이 자기는 초왕부를 거닐었다. 사실 별로 오고 싶지 않았지만 안왕비가 온다고 하니 혼자 보내는 게 안심이 안돼서 어쩔 수 없이 따라왔다. 그래서 와서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나가서 외롭게 산책이나 했다.우문호는 냉정언 가슴의 꽃에 자꾸 눈이 가는 게 거슬렸다. 냉정언이 이렇게 화려하게 입은 적이 거의 없었다.원 선생의 말이 생각나서 웃으며, “정언아, 밖에 너에 대한 소문 어떤 지 알아?”“응?” 냉정언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는데, 눈은 맑고 찻잔을 든 손가락은 가늘고 흰 데가 밝은 햇살이 비쳐 들면서 도자기처럼 반짝였다.다같이 냉정언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의아해하며 일제히 우문호를 봤다. 냉정언 이 사람은 세속에 전혀 물들지 않았는데 이 사람을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이 누구야? 구사는 마음 속으로 짚이는 데가 있지만 헤벌쭉하게 웃었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형제를 제외하면 구사정도밖에 없다. 다들 우문호 사람인 데다 구사는 소문을 이미 알고 있다. 우문호가 웃으며, “내 말이. 냉정언과 관원의 부인이 불륜 관계라니.”친왕들이 전부 하하 웃으며 ‘그게 어떻게 가능해? 황당무계한 말이네.’손왕이 웃으며 조롱하길, “난 그 말이 진짜였으면 좋겠는데, 그럼 냉대인이 동성애자가 아니란 걸 증명하는 거니까.”냉정언이 호기심이 가득해서, “제가 어느 관원의 부인과 불륜이라고 합니까? 연상? 연하?”“몰라, 태자비가 탕양한테 가서 알아보라고 했으니 돌아오면 알겠지.” 제왕이 냉정언을 보고, “화 안 나나?”냉정언이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게 없는데 화 날게 뭐가 있겠습니까?”“자네 성격은 여전히 이해득실을 초월해서 인간미가
몹쓸 유언비어“아직 어리다니? 너 설써 스무 살 넘었다고 그러지 않았어?” 우문호가 말했다.동생의 혼사에 형들이 관심이 없을 수가 있나? 그 자리에서 이집 저 집 아가씨들 얘기가 총출동이다.아홉째가 부끄럽기도 하고 다급해서 뭐라 변명도 못하고 형들이 이집 아가씨가 좋네, 저 집 아가씨가 참하네 하는데 솔직히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우문호가 아홉째를 보고 갑자기, “그럼 그냥 만아로 하자!”“아뇨, 전 아직 혼인하고 싶지 않으니 좀더 미뤘다가…….” 잠깐만 만아라고? 아홉째가 막 고개를 젓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섯째 형이 만아라고 얘기하는 걸 듣고 당황해서, “헉, 사실 스무 살도 적은 건 아니죠. 일찍 혼인했으면 벌써 집안을 일궜을 나이인데.”우문호가 미소를 띠고 혼내며, “말하는 것 좀 봐. 너랑 만아가 서로 눈에 콩깍지가 씐 건 벌써 알고 있어.”아홉째가 두 손을 무릎에 몇 번을 비비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그런 뜻이 아니라, 그게 굳이 혼인을 해야 하면 어느 집 아가씨든 같지 않겠어요? 저도 딱히 가린 적 없어요.”“그렇다는 말이지? 나중에 황귀비 마마께 너에게 비를 뽑는 연회를 베풀어 달라고 하마.” 우문호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아홉째가 애원하며, “다섯째 형!”다들 아홉째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깊은 한숨이 나오는 것이 아홉째도 혼인을 하고 싶어 하다니 정말 세월이 쏜살같구나.아홉째 마음이 확실히 정해지면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만아의 의사를 물어보게 할 작정이었다.그런데 아직 만아에게 묻기도 전에 탕양이 돌아와서, “냉대인 일을 알아봤습니다. 밖에 거론하는 사람이 없지만 구대인이 말씀하시기를 집에 직은 어머니께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하셔서, 구씨 집안에 있는 사람에게 은자를 좀 써서 이 말을 둘째 부인께서 어디서 들었는지 알아봤습니다. 널리 전해진 소문은 아니고 둘째 부인 몸종인 고참 시녀가 이 일은 밖에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며 둘째 부인이 입막음을 당할 수도 있다고.”“구씨 집안의 둘째 부인이?” 우문
파리 주명양탕양이 웃으며, “태자 전하, 삼가시지요. 다들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 서로 아끼시는 것을 알고 있으니 새삼 티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 마음도 헤아리셔서 자제하셔야 합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어깨를 안고 눈을 치켜 뜨더니,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절대로 너 자신은 아닐 테고. 부인과 서로 사랑하니까 맞아. 어제 왜 부인을 데려와서 얘기를 좀 하기 그랬어?”탕양이 미소를 짓고 나가며, “아내는 조용한 걸 좋아합니다!”탕양의 뒷모습을 보면서 원경릉은 탕양의 미소 뒤에 뭔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탕양과 부인은 사이가 좋고 부인도 탕양을 좋아한다는 건 알 수 있다.우문호는 사람을 보내 주명양과 우문군을 지켜보게 했는데 이 두사람이 무슨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들을 지켜보다가 큰 발견을 하게 될 이때만 해도 몰랐다.우선 우문호는 손전무를 경계했다. 강남의 거상이 처음이 아닌 게, 전에 우문군이 딸 희열이를 강남의 거상 이초 아들에게 시집보내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거상의 눈이 계속 기왕을 주목한 것이 똥파리가 똥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처럼 속셈이 있다.우문호가 손전무에게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지 조사했다.그리고 손전무와 왕래하는 또 한 사람, 그 자는 몸집과 눈빛 그리고 행동이 어떤 사람과 아주 닮았는데, 다름 아닌 우문호가 경성을 다 뒤져서 찾고 있는 임소다.우문호는 소홍천에게 가서 확인하도록 하고, 임소라는 걸 알아보더라도 큰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 했다.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소홍천은 임소에게 뼈 속 깊이 한이 맺혔지만 계속 우문호를 위해 일해 왔다. 하지만 정서 감응력이 높아서 임소임을 알아봤을 때 당장 검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꾹 참은 채 돌아와 우문호에게 보고했다.우문호는 귀영위에게 이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지 살피도록 했다. 임소가 주명양에게 접근한 건 주명양의 미모를 탐해서 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평남왕과 남강왕주명양이 300만냥이나 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우문호는 상당히 충격을 받고 말았다.소홍천마저 주명양에게 탄복하며, “경성에서 추문이 자자하다더니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명양을 믿을 수가 있죠? 그건 쳐주는 이자가 높다는 것 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재물을 탐하니 주명양에게 속는 거죠. 손전무가 빌려갔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주명양이 이렇게 엄청난 돈 못 갚죠. 그리고 손전무와 임소는 본래 암암리에 결탁하고 있었으니 이건 일종의 짜고 하는 연극에 불과해요.”우문호가 임소를 언급하는 소홍천을 살펴봤다. 비록 이를 악 물긴 했지만 미움만 있을 뿐 상처는 없는 것이 배신의 아픔에서 빠져 나온 모양이다. “계속 지켜보는데 주의를 끌어서는 안돼. 그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보자.”“목적이 주재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탕양이 옆에서, “그리고 임소는 평남왕부를 들락거렸으니 평남왕부를 조사할까요? 평남왕 전하 신분이면 헌제 왕조의 황태손으로 만약 제위에 미련을 가지고 계신다면 역모의 행동을 취하시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우문호가 고개를 젓고, “평남왕 전하는 그러실 리 없어, 오히려 임소가 평남왕부에 간 속셈이 있을 거야. 평남왕께서 직접 태상황폐하께 편지를 쓰셨어 임소가 출입한다고……”우문호가 말하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데 이것도 말이 안돼.”“어떻게요?” “평남왕이 사람을 보내 임소를 따라잡아 잡아 두겠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 분명 쫓아가지도 않았어. 나중에 임소가 다시 왔는데 임소는 평남왕이 자신을 잡으려는 걸 알고도 과연 왔을까? 그리고 두번째는 독 안에 든 쥐인데 평남왕부 안에 있는 임소를 못 잡았다고?”“임소는 똑똑해서 분명 알았을 거라, 그 말대로라면 두번째는 절대로 갈 리 없어요.”“임소가 일부러?” 탕양이 우문호를 보고, “평남왕이 선비사람을 몇을 집에 들였다고 냉대인이 전에 말씀하셨는데 이 일이 전에 있었으면 별 지장이 없었겠지만 어쨌든 지금 전란이 그쳐 양국이 왕래를 회복
둘째 부인을 떠보다주명양이 구씨 둘째 부인에게 퍼트린 낭설에 우문호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 원 선생과 냉정언의 명성에 해를 입힘과 동시에 지금은 밖에 새나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특히 냉씨 집안이 혼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구씨 둘째 부인과 구정민의 성격에 반드시 이 일을 천지사방에 떠들고 다닐 것이다.그래서 우문호는 구사에게 돌아가서 처리하도록 했는데 이 일을 깔끔하게 밝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주명양의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이 사람들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보는 것이다.구사는 이런 일을 잘 못해서 원경병에게 전부 맡겼다.원경병에겐 식은 죽 먹기다. 원경병은 어느 날 둘째 부인과 구정민을 불러 수다를 떨다가 무심코, “맞아요, 작은 어머니. 어머니께 말씀 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 조심하셔야 돼요.”둘째 부인이, “무슨 일인데?”원경병이 두 손으로 배를 만지며 느긋하게, “며칠 전에 제왕비 마마께서 경조부에서 지금 사기 사전을 조사중인데 자칭 강남의 거상이라고 사람이 사업 자금을 회전시키려고 경성에서 사기를 친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의 돈을 빌려서 처음에는 이자를 주더니 한참 지나자 그자가 돈을 들고 튀어서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피 같은 본전이 날아갔다며 제왕비 마마께서 저더러 주의하라고 했어요. 이자들의 사기에 당하면 안된다고. 작은 어머니도 주의하세요. 친한 부인들께도 설명해 주시고요. 사기 당하지 마시라고.”둘째 부인과 구정민이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새하얘지더니 서로 마주봤다.둘째 부인이 원경병에게 약간 목소리가 꺾이며, “강남의 거부?”“맞아요,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아요. 은자를 모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그 사람들 전부 잡혔나?”원경병이 고개를 흔들고, “그건 몰라요. 어쨌든 지금도 신고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가 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고 제일 큰 금액은 몇 십만 냥이래요.”원경병은 찻잔을 내려놓고 둘째 부인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놀라며, “작은 어머니, 설마 은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