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그 소문 들었어?이 일은 우문호도 동의한 게 원래 만아를 경성에 몇 개월 남겨두는 목적이 경성에 있는 남강사람을 끌어내려는 것이다.그러려면 만아가 왕으로 책봉된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행사를 치를 필요가 있다.원경병은 비록 아이를 가져서 걸음하기 쉽지 않았지만 초왕부에 가서 같이 어울리는 김에 언니에게 태아 검사도 받았다.원경릉이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더니 원경병에게, “아이는 건강해. 아주 활력이 넘치네.”원경병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배를 쓰다듬더니, “이번에는 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들 딸 다 갖는 거니까요.”“응 생각대로 잘 될 거야.” 원경릉이 부러워하며 말했다.언니가 부러워하는 걸 보고 원경병이, “언니, 형부도 딸을 바라시던데 정말 하나 더 안 낳아요?”“싫어.” 원경릉이 물건을 챙기며 단칼에 거절했다.“왜요?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는 건 행복이잖아요?” 원경병은 구사가 자기에게 이렇게 잘 해주는데 구사를 위해 아이를 낳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는 구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낳는 것이기도 하다.“동생아, 행복은 여러가지 방식이 있는 거야. 아이를 낳는 것도 그 중 하나고, 잘 사는 것일 수도 있어. 평안하게 지내는 것도 그 중 하나지. 네 형부가 지금 바라는 한 가지는 내가 잘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해.”“말이 어렵다 언니, 지금 잘 살고 있잖아요?” 원경병이 웃으며 말했다.원경릉은 주진의 말을 떠올리고 목에 걸린 가시 같았다. 하지만 자신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두 가지 가능성이 있고 상자를 열지만 않으면 계속 오래 살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고 믿기로 했다.“맞아, 언니, 냉대인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알아요?” 원경병이 옷을 추스르며 물었다.“몰라. 네 형부가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없는데.” 원경릉이 원경병에게, “왜 갑자기 물어?”원경병이 신을 신고 내려서며, “우리집 다섯째 아가씨가 줄곧 냉대인을 연모하고 있잖아요? 작은 어머니가 사람을 보내 넌
냉정언과 순왕오늘 잔치에 온 손님 중에 냉정언도 있는데 오늘은 드물게 흰옷 대신 짙은 감색 옷을 입었는데 가슴팍에 꽃이 한 송이 수 놓아져 있어 눈에 확 튀는 차림이다.손왕, 제왕, 회왕, 순왕 남자들 한 무리가 본관에서 얘기하는데 안왕이 왔다. 하지만 안에서 남자들이 얘기하고 있어 하는 수 없이 자기는 초왕부를 거닐었다. 사실 별로 오고 싶지 않았지만 안왕비가 온다고 하니 혼자 보내는 게 안심이 안돼서 어쩔 수 없이 따라왔다. 그래서 와서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나가서 외롭게 산책이나 했다.우문호는 냉정언 가슴의 꽃에 자꾸 눈이 가는 게 거슬렸다. 냉정언이 이렇게 화려하게 입은 적이 거의 없었다.원 선생의 말이 생각나서 웃으며, “정언아, 밖에 너에 대한 소문 어떤 지 알아?”“응?” 냉정언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는데, 눈은 맑고 찻잔을 든 손가락은 가늘고 흰 데가 밝은 햇살이 비쳐 들면서 도자기처럼 반짝였다.다같이 냉정언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의아해하며 일제히 우문호를 봤다. 냉정언 이 사람은 세속에 전혀 물들지 않았는데 이 사람을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이 누구야? 구사는 마음 속으로 짚이는 데가 있지만 헤벌쭉하게 웃었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형제를 제외하면 구사정도밖에 없다. 다들 우문호 사람인 데다 구사는 소문을 이미 알고 있다. 우문호가 웃으며, “내 말이. 냉정언과 관원의 부인이 불륜 관계라니.”친왕들이 전부 하하 웃으며 ‘그게 어떻게 가능해? 황당무계한 말이네.’손왕이 웃으며 조롱하길, “난 그 말이 진짜였으면 좋겠는데, 그럼 냉대인이 동성애자가 아니란 걸 증명하는 거니까.”냉정언이 호기심이 가득해서, “제가 어느 관원의 부인과 불륜이라고 합니까? 연상? 연하?”“몰라, 태자비가 탕양한테 가서 알아보라고 했으니 돌아오면 알겠지.” 제왕이 냉정언을 보고, “화 안 나나?”냉정언이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게 없는데 화 날게 뭐가 있겠습니까?”“자네 성격은 여전히 이해득실을 초월해서 인간미가
몹쓸 유언비어“아직 어리다니? 너 설써 스무 살 넘었다고 그러지 않았어?” 우문호가 말했다.동생의 혼사에 형들이 관심이 없을 수가 있나? 그 자리에서 이집 저 집 아가씨들 얘기가 총출동이다.아홉째가 부끄럽기도 하고 다급해서 뭐라 변명도 못하고 형들이 이집 아가씨가 좋네, 저 집 아가씨가 참하네 하는데 솔직히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우문호가 아홉째를 보고 갑자기, “그럼 그냥 만아로 하자!”“아뇨, 전 아직 혼인하고 싶지 않으니 좀더 미뤘다가…….” 잠깐만 만아라고? 아홉째가 막 고개를 젓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섯째 형이 만아라고 얘기하는 걸 듣고 당황해서, “헉, 사실 스무 살도 적은 건 아니죠. 일찍 혼인했으면 벌써 집안을 일궜을 나이인데.”우문호가 미소를 띠고 혼내며, “말하는 것 좀 봐. 너랑 만아가 서로 눈에 콩깍지가 씐 건 벌써 알고 있어.”아홉째가 두 손을 무릎에 몇 번을 비비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그런 뜻이 아니라, 그게 굳이 혼인을 해야 하면 어느 집 아가씨든 같지 않겠어요? 저도 딱히 가린 적 없어요.”“그렇다는 말이지? 나중에 황귀비 마마께 너에게 비를 뽑는 연회를 베풀어 달라고 하마.” 우문호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아홉째가 애원하며, “다섯째 형!”다들 아홉째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깊은 한숨이 나오는 것이 아홉째도 혼인을 하고 싶어 하다니 정말 세월이 쏜살같구나.아홉째 마음이 확실히 정해지면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만아의 의사를 물어보게 할 작정이었다.그런데 아직 만아에게 묻기도 전에 탕양이 돌아와서, “냉대인 일을 알아봤습니다. 밖에 거론하는 사람이 없지만 구대인이 말씀하시기를 집에 직은 어머니께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하셔서, 구씨 집안에 있는 사람에게 은자를 좀 써서 이 말을 둘째 부인께서 어디서 들었는지 알아봤습니다. 널리 전해진 소문은 아니고 둘째 부인 몸종인 고참 시녀가 이 일은 밖에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며 둘째 부인이 입막음을 당할 수도 있다고.”“구씨 집안의 둘째 부인이?” 우문
파리 주명양탕양이 웃으며, “태자 전하, 삼가시지요. 다들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 서로 아끼시는 것을 알고 있으니 새삼 티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 마음도 헤아리셔서 자제하셔야 합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어깨를 안고 눈을 치켜 뜨더니,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절대로 너 자신은 아닐 테고. 부인과 서로 사랑하니까 맞아. 어제 왜 부인을 데려와서 얘기를 좀 하기 그랬어?”탕양이 미소를 짓고 나가며, “아내는 조용한 걸 좋아합니다!”탕양의 뒷모습을 보면서 원경릉은 탕양의 미소 뒤에 뭔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탕양과 부인은 사이가 좋고 부인도 탕양을 좋아한다는 건 알 수 있다.우문호는 사람을 보내 주명양과 우문군을 지켜보게 했는데 이 두사람이 무슨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들을 지켜보다가 큰 발견을 하게 될 이때만 해도 몰랐다.우선 우문호는 손전무를 경계했다. 강남의 거상이 처음이 아닌 게, 전에 우문군이 딸 희열이를 강남의 거상 이초 아들에게 시집보내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거상의 눈이 계속 기왕을 주목한 것이 똥파리가 똥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처럼 속셈이 있다.우문호가 손전무에게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지 조사했다.그리고 손전무와 왕래하는 또 한 사람, 그 자는 몸집과 눈빛 그리고 행동이 어떤 사람과 아주 닮았는데, 다름 아닌 우문호가 경성을 다 뒤져서 찾고 있는 임소다.우문호는 소홍천에게 가서 확인하도록 하고, 임소라는 걸 알아보더라도 큰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 했다. 일을 그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소홍천은 임소에게 뼈 속 깊이 한이 맺혔지만 계속 우문호를 위해 일해 왔다. 하지만 정서 감응력이 높아서 임소임을 알아봤을 때 당장 검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꾹 참은 채 돌아와 우문호에게 보고했다.우문호는 귀영위에게 이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지 살피도록 했다. 임소가 주명양에게 접근한 건 주명양의 미모를 탐해서 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평남왕과 남강왕주명양이 300만냥이나 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우문호는 상당히 충격을 받고 말았다.소홍천마저 주명양에게 탄복하며, “경성에서 추문이 자자하다더니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명양을 믿을 수가 있죠? 그건 쳐주는 이자가 높다는 것 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재물을 탐하니 주명양에게 속는 거죠. 손전무가 빌려갔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주명양이 이렇게 엄청난 돈 못 갚죠. 그리고 손전무와 임소는 본래 암암리에 결탁하고 있었으니 이건 일종의 짜고 하는 연극에 불과해요.”우문호가 임소를 언급하는 소홍천을 살펴봤다. 비록 이를 악 물긴 했지만 미움만 있을 뿐 상처는 없는 것이 배신의 아픔에서 빠져 나온 모양이다. “계속 지켜보는데 주의를 끌어서는 안돼. 그들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보자.”“목적이 주재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탕양이 옆에서, “그리고 임소는 평남왕부를 들락거렸으니 평남왕부를 조사할까요? 평남왕 전하 신분이면 헌제 왕조의 황태손으로 만약 제위에 미련을 가지고 계신다면 역모의 행동을 취하시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우문호가 고개를 젓고, “평남왕 전하는 그러실 리 없어, 오히려 임소가 평남왕부에 간 속셈이 있을 거야. 평남왕께서 직접 태상황폐하께 편지를 쓰셨어 임소가 출입한다고……”우문호가 말하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데 이것도 말이 안돼.”“어떻게요?” “평남왕이 사람을 보내 임소를 따라잡아 잡아 두겠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 분명 쫓아가지도 않았어. 나중에 임소가 다시 왔는데 임소는 평남왕이 자신을 잡으려는 걸 알고도 과연 왔을까? 그리고 두번째는 독 안에 든 쥐인데 평남왕부 안에 있는 임소를 못 잡았다고?”“임소는 똑똑해서 분명 알았을 거라, 그 말대로라면 두번째는 절대로 갈 리 없어요.”“임소가 일부러?” 탕양이 우문호를 보고, “평남왕이 선비사람을 몇을 집에 들였다고 냉대인이 전에 말씀하셨는데 이 일이 전에 있었으면 별 지장이 없었겠지만 어쨌든 지금 전란이 그쳐 양국이 왕래를 회복
둘째 부인을 떠보다주명양이 구씨 둘째 부인에게 퍼트린 낭설에 우문호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 원 선생과 냉정언의 명성에 해를 입힘과 동시에 지금은 밖에 새나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특히 냉씨 집안이 혼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구씨 둘째 부인과 구정민의 성격에 반드시 이 일을 천지사방에 떠들고 다닐 것이다.그래서 우문호는 구사에게 돌아가서 처리하도록 했는데 이 일을 깔끔하게 밝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주명양의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이 사람들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보는 것이다.구사는 이런 일을 잘 못해서 원경병에게 전부 맡겼다.원경병에겐 식은 죽 먹기다. 원경병은 어느 날 둘째 부인과 구정민을 불러 수다를 떨다가 무심코, “맞아요, 작은 어머니. 어머니께 말씀 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 조심하셔야 돼요.”둘째 부인이, “무슨 일인데?”원경병이 두 손으로 배를 만지며 느긋하게, “며칠 전에 제왕비 마마께서 경조부에서 지금 사기 사전을 조사중인데 자칭 강남의 거상이라고 사람이 사업 자금을 회전시키려고 경성에서 사기를 친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의 돈을 빌려서 처음에는 이자를 주더니 한참 지나자 그자가 돈을 들고 튀어서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피 같은 본전이 날아갔다며 제왕비 마마께서 저더러 주의하라고 했어요. 이자들의 사기에 당하면 안된다고. 작은 어머니도 주의하세요. 친한 부인들께도 설명해 주시고요. 사기 당하지 마시라고.”둘째 부인과 구정민이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새하얘지더니 서로 마주봤다.둘째 부인이 원경병에게 약간 목소리가 꺾이며, “강남의 거부?”“맞아요,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아요. 은자를 모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그 사람들 전부 잡혔나?”원경병이 고개를 흔들고, “그건 몰라요. 어쨌든 지금도 신고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가 빌려준 돈을 못 받았다고 제일 큰 금액은 몇 십만 냥이래요.”원경병은 찻잔을 내려놓고 둘째 부인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놀라며, “작은 어머니, 설마 은
약은 자들의 대결원경병이 놀라서, “아가씨, 그게 무슨 뜻이예요?”구정민이 정색했으나 눈에 분노가 사그라들 지 않고, “아뇨. 이건 너무했다 싶어서요.”“확실히 너무 했죠. 우리 언니가 첫째 황자비 마마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랑에 눈 멀어서 증오심을 가진 거니까, 그만하죠. 그 사람들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저도 딸을 데리러 돌아가야 해서요 이제 잘 시간이라.” 원경병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더 이상 묻지 않고 일어섰다.원경병이 나가자 구정민이 흥분해서, “어머니, 마마께서 너무 하셨어요. 냉대인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제가 반드시 똑똑히 물어볼 거예요.”둘째 부인이 천천히 일어나, “만나야겠어. 하지만 냉대인 일은 급하지 않아. 관건은 은자를 얼른 가져오는 거야. 지난번에 이자를 연기했을 때 좀 이상했어. 부유한 상인이라면 어떻게 신용을 따지지 않을 수가 있어? 스스로 퇴로를 끊어버린 거 아냐?”“그럼 얼른 사람을 보내서 오라고 하세요.” 구정민도 마음이 급한 게 그 돈은 자신의 혼수로 앞으로 남편 집에서 대접을 받는 건 전부 혼수를 얼마나 해가는지에 달렸다.둘째 부인도 약은 사람이라 딸에게 경고하기를, “주명양이 오거든 절대로 질문을 퍼부어서는 안돼. 은자가 지금 걔 수중에 있으니 걔와 잘 상의해서 은자를 내놓게 한 다음 앞으로 다시는 왕래를 안 하면 돼.”“알았어요 어머니.” 구정민은 열 받아서 눈에서 김이 날 지경이다. 자신은 원래 고결한 인간인데 지금 은자때문에 주명양과 잠시 타협해야 하는게 속으로 더 열 받게 했다.둘째 부인은 주명양에게 사람을 보내 비취를 하나 구했는데 와서 감정 좀 해달라고 했다.무턱대고 주명양을 오라고 하면 분명 의심할 것이고, 안 오면 골치 아프기 때문에 일부러 핑계를 만든 것으로 주명양은 비취 골동품 보석 장신구를 좋아해서 이렇게 말하면 반드시 올 것이다.과연 점심이 되자 주명양이 왔다.은색 망토를 입고 있는데 목둘레 밍크 털이 약간 누렇게 된 게 이 밍크 망토가 귀한 것이긴 한데 옛날
주명양의 흑심둘째 부인이 이 말을 듣고 앞뒤가 꿰 맞춰지면서 어쩐지 계속 냉대인 얘기를 조작하 더라니 태자비의 얼굴에 먹칠을 하려던 것만이 아니라 냉정언과 혼사를 막으려던 거였구나. 혼사가 정해지지 않으면 은자를 돌려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그날 은자를 돌려 달라고 해서 냉대인과 태자비 일을 말했군. 진짜 계략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둘째 부인은 당장 은자를 돌려받지 않았으니 주명양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어 미소를 지으며, “사람을 시켜 물어보니 전에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지만 최근 2년간 왕래가 전혀 없었 다니 그만 하려고. 나쁜 마음 품어보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나? 결국 마음을 돌렸으면 됐지. 그리고 민이 성격을 너도 알지. 고집을 부리면 바꿀 수가 없어.”주명양은 마음 속으로 ‘구정민 이 남자에 빠진 병신’하고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유감스럽다는 듯, “그리 되었으니 사촌 언니인 제가 더 할 말은 없네요. 축복해요. 이모 안심하세요. 손 주인장에게 얘기해서 얼른 은자를 받아올 게요.”둘째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다소 안정돼서, “명양이가 고생 좀 해줘, 걱정하지 마, 나중에 원금을 받으면 이모가 널 섭섭하게 하지 않을 테니.”“고마워요 이모!” 주명양이 건성으로 대답했다.“언제 돌려 받을 수 있을까? 내일 아니면 모레는 받을 수 있나?”주명양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고 냉랭하게, “왜요? 이모는 절 못 믿으세요? 가서 손 주인장에게 얘기해도 돈이 돌고 있으니 당장 되는 건 아니죠.”“그럼 구체적으로 언제? 할 일이 많이 있어서 미리 알아야 준비하기 좋아서 그래, 절대 널 못 믿어 서가 아니야. 왜 걸핏하면 그런 얘기를 해? 이모가 널 못 믿으면 몇 십만 냥을 너한테 줄 수 있겠어?” 둘째 부인이 주명양의 낯빛이 좋지 않고 내켜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확답을 해주지 않으면 본인도 안심이 안되는 것이 만약 은자를 돌려받지 못하면 정말 죽을 수밖에 없다.“3~5일정도, 일단 가서 물어볼 게요. 손 주인장에게 준비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
미색은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이 방법은 왕비 마마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면 안 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자는 괴롭히지만, 강한 자에게는 굴복한다고 하셨지요.”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이틀 후, 원경릉은 청우헌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왕비가 사람을 보내 약이 도착했으니, 원경릉에게 추 할머니의 방으로 오라고 전했다.원경릉은 급히 추 할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왕비와 다른 두 사람이 추 할머니의 침대 옆에 있었다.두 사람은 현대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짧은 머리에 센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잘생긴 생김새에 이리 나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깨끗하고 강인한 기운을 느낀 원경릉은 그가 현대 군인임을 직감했다.그리고 여자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외모가 왕비와 매우 닮았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단정하고 유능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도 역시... 군인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강한 기를 보아, 계급이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그들이 왕비의 두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소 흥분했다.그 순간, 왕비가 담담하게 한 마디 소개했다.“이쪽은 나의 아들 진예와 딸 진리다.”원경릉의 흥분된 마음은 단번에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 악수하였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원경릉이라고 합니다...”세 사람은 악수하며 웃었다.“들어봐서 자네를 알고 있네.”“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삼촌과 이모라고 불러야겠습니다.”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호칭은 중요하지 않네!”진예가 말했다.“약을 갖고 왔다.“왕비가 원경릉에게 귀띔해 주었다.“예, 알겠습니다. 어디 보지요!”원경릉은 서둘러 돌아서서 약을 확인했다. 약은 한 상자 가득했고, 반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약이기에, 그녀의 약 상
추 할머니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사실, 추 할머니는 이미 연세가 많고, 그동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치료를 반복하는 것에 지쳤을 것이 당연했다.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추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원경릉은 그저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 또한 평생을 함께해온 이들이 드디어 모였을 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랐다.아마도 지금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걱정 없이, 짐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요즘 미색도 자주 숙왕부에 들러 작은 일들을 도와주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노력했다. 미색은 오기 전, 손왕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손왕비는 무상황을 겁내며 오려 하지 않았다.그는 미색에게 원경릉은 이제 더 이상 초왕비나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황후로서의 신분을 지키며 조심해야 하며, 혼자서 궁 밖으로 자주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손왕비의 말은 선의였지만, 미색은 늘 그래왔듯 그녀를 반박했다."신분이라니요? 신분으로 따지면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황후 못지않게 귀한 분들입니다!"숙왕부에 도착한 미색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그대로 전했다.원경릉은 듣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형수도 선의로 말한 것이오. 하지만 자네의 말도 맞소. 신분이 뭐가 중요하오? 신분으로 따지면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황후는 그저 자리일 뿐, 결코 내 영광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전적으로 동의합니다!"미색이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회왕비였지만, 황실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대흥 군주라고 여기지 않고 늑대파 출신이라고 자처했다. 그녀는 험난한 강호에서 버틴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미색은 앞으로 손왕비에게도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하
황실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은 큰일이었기에, 서둘러 잔치를 준비해야 했다.이전에 원 할머니는 숙왕부에서 자주 연회를 열면 안 된다며 경고한 적이 있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겐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은데 연회라 그저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술도 같이 마시게 되니 절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 할머니는 큰 경사가 아니면 고기를 금지한다는 엄명을 내렸었다.하지만 제왕 부부가 딸을 낳은 지금은 큰 경사였기에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원 할머니에게 허락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차례로 설득에 나섰고, 결국 원 할머니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하며, 술과 고기의 양은 반드시 자신이 통제한다는 조건을 붙었다.그녀는 이제 숙왕부의 집사처럼 보일 정도로 나서서 제지했고, 그녀도 이 역할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가장 원하던 노후 생활은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니 말이다.추 할머니의 병세는 약물 치료 후 조금 호전되었다. 병세가 더 악화하지 않았고, 진통제 주사의 빈도도 줄어들었다.사실 원경릉이 사용하는 약물이 병세를 억제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모두의 격려와 그녀의 강한 의지가 병세를 멈춘 이유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숙왕부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또 한 번 연회를 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 할머니는 단호히 거절했다.연회가 열리는 날, 원경릉도 참석했다. 그녀는 숙왕부의 활기를 또 한 번 느끼고 싶었고, 그 분위기가 역시나 그녀를 매우 기쁘게 만들었다.나이 든 늙은이들이 마련한 연회가 젊은 그녀조차도 활기를 느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고기의 양은 엄히 제한되었고, 채식 요리가 늘어났다. 원 할머니는 야채를 구워도 맛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다들 원 할머니의 말을 따르듯 채소를 먹긴 했지만, 여전히 제한된 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분주했다. 모닥불이 모든 사람의 기쁨 어린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안풍친왕 부부도 직접 고기를 구워 열기를 더했다.식사가
며칠 뒤, 다섯째가 정말 아이를 데리고 궁에서 나왔다.원경릉은 이미 화를 풀었다. 그가 어찌 나쁜 마음을 품었겠는가? 그는 단지 딸과 단둘이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리고 사실이 증명하듯이, 계란이는 무상황을 만난 후 아버지를 금세 잊어버렸다. 그녀는 무상황을 태조부라고 부르며 함께 뜰을 산책하고, 함께 식사하며, 얼굴과 손을 닦아 주고, 함께 바둑도 두었다.이때 택란이가 조심히 원경릉에게만 말했다.“어마마마,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돈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금이고 은이고 다 주려 한다면, 틀림없이 아주 사랑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원경릉은 순간 자신이 이 사실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무상황의 계란이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특별했다.예전에 그녀는 무상황이 계란이를 너무 편애하여 다른 왕비들이 질투해, 형제자매 사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실제로 손왕비가 몇 마디 불평하며 약간 질투를 내비치긴 했지만, 미색이 바로 반박했다.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이 금을 계란이에게 준다면, 앞으로 조정에 돈이 필요할 때 계란이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손왕비나 제가 받았다면, 돈을 내놓으려 하겠습니까?”이 말에 손왕비는 순식간에 화를 가라앉히고, 곧장 원경릉에게 사과했고, 그 이후로 원경릉도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우문호와 원경릉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안풍친왕의 자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섯째도 이 소식에 안도하며 말했다.“그들을 만나보고 싶소.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오? 아니면 작은아버지라고 불러야 하오?”아직 그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그들이 돌아온다고 들었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오.”원경릉이 대답했다.“안풍친왕의 성격을 생각하니, 자녀들도 그를 닮았을지 궁금해졌소.”원경릉이 웃으며 여우 같은 한 가족이진 않을까 생각했다.안풍친왕의 자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원용의에게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원용의가 아이를 낳았다.제왕은 아이를
“황조부님, 다섯째와 계란이가 왔습니까?”원경릉이 무상황에게 묻자, 무상황이 순간 하던 동작을 멈추고, 얼굴에 기쁨을 띄우며 말했다.“그들이 온다고? 그럼, 얼른 사람을 불러 음식을 더 준비하라 해서 둘이 술 한잔해야겠구나!”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그들 부녀가 아직 오지 않은 듯했다.그들은 그녀를 찾으러 궁을 나선 것이 아니었던가? 평소 바쁘던 그가, 오늘 이렇게 일찍 업무를 마쳤는데, 자신을 찾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로 간 걸까?그녀가 궁을 나설 때, 그는 틈이 나면 왕부에 들르겠다고 약속했었다.무상황은 그녀가 말이 없자 물었다.“그래서 온다는 것이냐, 안 온다는 것이냐?”원경릉은 그들 부녀가 자신을 두고 나가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안 옵니다.”무상황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무슨 계란이를 데리고 나를 보러 오겠느냐?! 쓸데없는 생각이구나.”그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 같자, 원경릉이 더 기분 상할 틈도 주지 않게 서둘러 그를 달랬다. “분명 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많은 탓에 아직도 바삐 보내나 봅니다.”“거짓이다!”하지만 무상황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계속 바쁘면 직접 오지 않고, 사람을 시켜 아이만 보내면 되지 않느냐? 그놈은 계란이가 이곳에 오면 궁에 가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계란이를 빼앗아 갈지 걱정해서지.”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딸에 대한 다섯째의 애정은 언제나 독단적이었다. 심지어, 어머니인 그녀의 자리를 탐낼 때도 있었다.원경릉이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왕비님께 자녀가 있다고 들었는데, 조부님께선 알고 계셨습니까?”“알고 있지.”무상황이 순간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되물었다. “넌 몰랐단 말이냐?”“아무도 제게 말해주지 않았습니다.”원경릉은 억울해하며 답했다.“부부라면 자녀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걸 일일이 말해줘야 하는 것이냐?”무상황은 그녀를 약간 어리석게 여겼다.“……”원경릉은 잠시 생각하다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
하지만 원경릉은 거절했다. 모두가 시중을 들지 않는데, 그녀만 시중을 데리고 오면 괜히 특별한 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신분도 숙왕부 사람들 눈에는 단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짐을 다 챙긴 후, 계란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곤, 서일의 보호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그러자 사식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궁에 왔는데, 원경릉이 다시 나가버리니 앞으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할 자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숙왕부에 도착했을 때, 이리 나리 부부도 추선을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이리 나리도 추선과 정이 깊은 사이었다. 공주는 원경릉에게 이리 나리가 어렸을 때부터 왕비가 키웠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왕비가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기에 대부분 추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는데, 나중에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추할머니 덕분에 엄한 왕비 곁에서 고생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 왕비께서 아이를 낳지 않으셨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겠지요.""듣자 하니, 왕비께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으셨다고 하네. 열몇 살에 어디론가 보내셨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도 그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왕비께서 아이를 낳으셨다니요?"원경릉이 살짝 놀란듯 물었다."저는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보친왕..."공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네. 정말 아니네. 왕비께서 직접 낳으신 아들딸이네. 쌍둥이고, 나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그렇습니까?"원경릉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왕비 부부가 은거하고 지낸 탓에 자녀를 보지 못한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들은 경성에 머물러 있었고, 자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몇 년 동안 부모를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혹시나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되었다. "그렇네. 나리가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