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어의를 보며 말했다.“그녀는 언제쯤 깨?”“왕비께서는 피곤한데다가 피를 많이 흘리셨습니다. 충분한 안정을 취한다면 금방 깨어나실 겁니다.” 어의는 이 말을 마치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이 여자는 정말 골칫거리구나!”우문호는 혼수상태에 빠진 원경릉을 노려보며 “이까짓거로 의식을 잃다니.” 라고 말했다.이런 우문호를 보며 서일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원경릉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혜정후에게 끌려가서 흠씬 얻어맞고도 기회를 살펴 도망을 갔다니, 그것도 모자라 우문호가 위험에 처할 것을 감지하고 개구멍으로 다시 들어와 그들을 구하다니! 이런 용감한 여자가 세상에 어디있겠는가? 만약 일반적인 여인이라면 혜정후에게 납치되어 끌려가는 순간부터 눈물만 펑펑 흘렸을 것이다.“상궁들 보고 시중을 들라고 하고 왕야는 먼저 관아로 들어가시는게 어떨런지요?”서일이 우문호가 또 다시 원경릉을 괴롭힐까 걱정이 되어 돌려 물었다.“됐다. 본왕이 여기를 지킬테니, 자네는 왕비가 깨어나면 먹을 수 있도록 사람을 시켜 죽이나 탕을 준비하라고 하거라.”“예!” 서일이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탕양. 너는 관아로 돌아가서 혜정후의 상태를 주시하거라. 적어도 부황이 모든 사건의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착오도 있어서는 안된다. 혜정후에게 어떠한 일도 일어나서는 안되며, 또한 어의도 꼭 지정된 어의를 써야 한다. 그리고 주수보(褚首辅)가 혜정후나 어의를 찾아온다면 그 전에 본왕에게 먼저 알리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우문호가 탕양 쪽으로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왕야께서는 언제 입궁하여 황제님께 아뢰실 예정이십니까?” 탕양은 우문호가 부황에게 말할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이 되었다.“서두를 필요없다.” 우문호가 말했다.“하지만 주수보가 먼저 입궁해서 죄를 사할까봐 걱정입니다. 주수보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다 지어낸 말이지 않습니까.”“아니. 부황께서는 주씨 집안이 유난을 떠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계셨다. 하지만 딱히 흠을 잡을게 없어
우문호는 세상만사 세옹지마라는 생각이 들었다.원경릉을 아내로 맞이했을 때, 그는 앞으로 평생 그녀와 마주보거나 말을 섞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녀와 ‘평생’이라는 이 두 글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일어난 사건들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이 변한건지 모르겠다.우문호는 천천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원경릉은 예전의 그녀와 완전 다른 사람이다. 갓 결혼한지 얼마 안됐을 때, 그녀는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우문호를 찾아 왔다. 옷을 만들어 선물하거나 그의 외투 주머니에 수를 놓거나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오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우문호는 그런 그녀가 귀찮다는 듯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우문호를 보며 상심하고 때로는 원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우문호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혐오했다. 그래서 그녀가 온갖 수모를 겪어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결혼한지 반년이 지나자 우문호는 그녀의 유치한 각종 술책에 싫증을 느끼고 다시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입궁해서 태후에게 아직 합방도 하지 않았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면, 우문호와 원경릉은 지금처럼 서로 얽혀있지 않았을 것이다.우문호는 이 변화가 합방 후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는 어이가 없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정말 부부가 합방을 했다고, 상대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일까?혼수상태에 빠진 원경릉은 다시 실험실로 돌아왔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 로그인 된 위챗의 소식을 보면서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오빠에게 모두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은 예전과 같이 그녀에게 너무 과로하지 말라고 답장을 했다. 그녀는 책상 위에 엎드린 채 한없이 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실험실을 눈으로 한번 훑어보았다. 닫힌 문 손잡이에 곰인형이 하나 걸려 있었다. 작년 생일에 그녀가 조카랑 인형뽑기로 만원을 써서 뽑은 작은 곰인형이었다. 조카는 곰인형을 쥐고
그녀는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서 우문호를 깨우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고 꿈속의 모든 순간을 되새겨보았다. 꿈 속에서 본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는 한없이 소중했다. 왜 꿈에서 깬걸까?원숭이의 연구 데이터는 이전에도 여러번 보았기에 기억이 생생했다. 확실히 원숭이에게 약물 투여 후 데이터가 좋게 나왔고, 그냥 눈으로 보아도 약물을 투여했을 때 원숭이의 행동이 훨씬 더 민첩하고 똑똑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아진 지능으로 탈출을 해서 차에 치여 죽었지만…….이런 생각을 하자 그녀는 갑자기 원숭이가 차에 치여 죽은 후에도 그 영혼이 시간을 초월하여 이 곳에 있지 않을까? 라는 기이한 생각을 했다. ‘참나. 말도 안돼.’그나저나 이 남자 머리통이 정말 크구나. 너무 무거운거 아니야?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잠든 그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가 잠이 들었을 때만 그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자기애가 강해서 누가 자기를 빤히 보면 자기를 좋아하는 줄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솔직히 딱 까놓고 말해서. 잘생기긴 했다. 그의 이목구비는 완벽에 가깝다. 굳이 단점을 뽑자면 각진 얼굴이라 꽤 날카로워 보인다. 이런 얼굴은 웃고 있어도 어딘가 모르게 차가워 보인다. 그리고 눈매도 날카로워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순간 얼어버리는 느낌이 든다. 마치 지금처럼…….그녀는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너…… 언제 일어났어?”우문호가 담담한 눈빛으로 “네가 본왕을 빤히 볼때.”라고 말했다.“일어나. 네가 내 팔을 베고 자는 바람에 팔에 피가 안통해.” 원경릉은 넋나간 표정으로 그의 머리를 두드렸다. 우문호가 머리를 들었고, 원경릉은 팔을 뺐다. 이 침상에는 베게가 하나 뿐인데, 그걸 원경릉이 베고 있으니, 그녀의 팔을 베고 자는 수 밖에 없었다. ‘팔 좀 빌려줬다고 되게 생색내네.’“뭘 보고 있었냐?”우문호가 물었다.“네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본거야. 오해는 하지마.” 원경릉이 결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전혀 오해하지 않았다. 잠에
혜정후에 대한 결정에 반발하는 원경릉“뭐? 내 명령에 너도 따지고 드는 거냐?” 우문호는 눈을 부라리며 위아래를 훑어보았다.기상궁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원경릉은 기가 막혀서 입술을 다 부들부들 떨며, “우문호, 주씨 집안이 겁나니? 아니면 여전히 주명취 체면을 생각해서 주씨 집안 사람은 놔주겠다는 거야?”우문호는 침울한 낯빛으로, “상관없는 사람 가져다 붙이지 마.”원경릉은 실망한 눈빛으로 우문호를 보며, “내가 맞았네, 주명취 입장을 생각해서 주씨 집안이랑 나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거네. 내가 진짜 널 잘못 봤어. 어쨌든 넌 똑똑하니까 길한 것은 따르고 흉한 것은 피한다는 말 알지? 네가 오늘 혜정후를 놔주면 다음에 피눈물을 흘릴 때가 올 거다.”우문호는 화가 나서 소매를 떨치며, “됐으니까 그만 해!”하고 말을 마치자 차갑게 가버렸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원경릉은 순결과 목숨을 모두 걸고 겨우겨우 이 기회를 얻었는데, 우문호는 고작 여자 하나때문에 가볍게 이 기회를 던져 버리다니 그럼 원경릉은 그냥 헛고생 한 거냐고?기상궁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왕비마마, 화내지 마세요. 왕야도 마마를 위해서 그러신 거예요.”“날 위해서?” 원경릉은 피식 웃으며, “ 만약 날 위해서면 사실대로 보고를 해야지.”기상궁이 말하길: “여자에게 정절이란 하늘과 같은 명예인데, 혜정후가 어떤 사람입니까, 왕비마마께서 혜정후 손에 잡힌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겠어요? 그땐 왕비마마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져 사람 답게 살 수가 없을 겁니다. 옛 말에 중상모략 당하면 한여름 더위도 춥게 느껴진다고 하잖아요.”원경릉은 의아해서, “내 명예를 나도 신경 안 쓰는데, 왕야가 왜?”“왕야께서 왕비마마를 감싸고 계시는 게 눈에 보입니다.”원경릉은 이 문제를 전혀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지만, 명예에 신경을 쓴다면 그건 아마 우문호 자신의 명예지, 만약 사람들이 자기 아내가… 아니지, 우문호는
혜정후에 대한 자신의 뜻을 밝히는 원경릉원경병은 정후부로 돌아가기 직전에 원경릉을 끌어 안으며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 언니.”언니라는 말에 원경릉은 마음이 약해졌다.원경릉은 심사숙고한 끝에 역시 우문호가 시킨 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왕야는 초왕부에 계신가?” 원경릉이 기상궁에게 물었다.“그럼요. 서재에 계십니다.”“가서 좀 만나야겠어.” 원경릉은 옷 매무새를 고치고 문을 나섰다.자욱한 저녁 안개가 마당을 노을 빛으로 물들이니 고요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부엌에선 밥짓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음식을 하느라 모여 있는 모습이 허구나 환상이 아닌 진실한 삶임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오늘 큰 일을 겪으며, 원경릉은 자신이 있는 시대에서 단순히 숨을 쉬고 있는 게 아니라 진정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서재에 도착하니 시녀가 막 식사를 차려 입구에 와있기에 원경릉이: “내가 할께!”시녀는 예를 취하며, “예!”원경릉이 식사를 들고 들어가자 안에는 초가 2자루 밝혀져 있는데 흔들흔들 한다.우문호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바닥엔 망친 종이가 상당히 널브러져 있다. 원경릉이 밟으며 가다 보니 종이 마다 힘주어 “참을 인”이 써 있다. 발소리를 듣고 우문호가 고개를 들자, 촛불이 일렁여 우문호의 얼굴 그림자가 흔들리니 눈매가 또렷해 져 한층 엄숙하고 신중해 보인다.거기에 눈꼬리에서 귀부분까지 이어지는 흉터가 살벌한 느낌을 가중시킨다.“무슨 일이야?” 우문호가 붓을 내려놓으며 차갑게 물었다.원경릉은 식사를 교자상 위에 차려 놓고, 다가가서: “밥 먹을 시간이야.”“안 먹어, 가져가!” 우문호가 인상을 찌푸렸다.원경릉은 ‘참을 인’자가 쓰여진 종이더미에 서서 양 손을 마땅히 둘 곳이 없어 앞으로 얌전히 모으고, “우리 얘기 좀 해.”“방금 일에 관한 거면 얘기할 거 없어, 난 이미 결정했으니까.” 우문호가 냉담하게 말했다.원경릉은 천천히 걸어가서 책상 반대편에서 우문호와 마주보고 간절하게: “참을 필요 없어. 아
입궐하는 우문호와 기다리는 원경릉의 속마음원경릉이: “내 말에 대답 먼저 해야지.”“시끄러워, 밥 먹자!” 우문호는 한 손으로 원경릉의 손목을 잡아 끌어 옆으로 당기며, “내 옆에서 먹어.”“난 먹었어, 탕도 마셨고.”“그럼 내 옆에서 시중 들면 되겠네.”“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원경릉이 눈을 희번덕거렸다.우문호는 너무 배가 고파 밥 한그릇을 게눈 감추듯,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이렇게 배가 고팠던 거야? 좀 더 해오라고 할까?” 원경릉이 기억하는 우문호는 밥도 절제해서 먹고 이렇게 걸신들린 듯 먹어 치우는 사람이 아닌데, 사람은 역시 굶고 볼 일이다.“됐어, 옷 갈아 입는 거 시중들어줘. 입궁해서 아바마마를 뵈야겠어.”원경릉은 뛸 듯 기뻐하며: “예!”두 사람은 소월각으로 돌아왔다. 원경릉이 옷장을 열자 정장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고개를 돌려 우문호에게, “어떤 거 입을 거야?”“관복!” 우문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오!” 원경릉은 옷장을 닫고 매일 입는 옷을 거는 옷걸이 앞에서, 오늘 돌아올 때 벗어 둔 관복을 걷어 오는데, 정교하게 수 놓인 자수에 손을 뻗으며, 이게 권력의 상징이군.보라빛 관복의 허리띠와 금옥대가 딱 알맞게 위아래로 벌어져 비율이 완벽하다.관모를 써서 예리함을 적당히 숨기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중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다.원경릉은 처음으로 우문호의 시중을 드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시중을 드는 건 번거로운 일이지만 오늘만큼은 기꺼이 하고 있다.자기도 모르게 말도 조금은 들떠서, “왕야 정말 멋지다.”“꺼져!” 우문호는 원경릉을 노려봤다.“예, 금방 꺼지겠습니다.” 원경릉이 이렇게 왕야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은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다.우문호는 결국 눈가에 웃음을 띠고, 곁눈질로 힐끗 원경릉을 봤다.원경릉의 가슴이 터질 듯이 쿵쾅거려서 멍하니 우문호를 바라보고 있다.“왜 멍 때리고 있어?” 우문호는 원경릉의 도움없이 자기가 앉아 신발을 신었다.원경릉은 정신을 차리고, “아냐, 왕야의 흉터
검둥개를 보살피는 원경릉과 우문호의 귀가우문호가 돌아오길 기다리지 않고 오히려 탕양이 돌아오길 기다렸다.탕양은 전신의 옷이 찢어지고, 얼굴은 낭패한 기색으로 들어와, “왕비마마, 은인은 전부 마련하신 별채에 방을 드렸는데, 그중 하나가 죽자고 저를 따라온다고 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습니다.”원경릉은 호기심에 밖으로 나갔다. 도대체 죽자사자 따라온 게 누구야?그때 마침 서일이 털이 짧고 귀가 쫑긋한 검둥개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오는 게 보이는데 원경릉에게 잡혔다가 살아서 도망친 바로 그 강아지로, 지금 바닥에 엎드려 짧은 귀를 쫑긋하고 입을 헤 벌린 채 반점이 있는 혀를 내밀고 원경릉을 보고 있다.강아지는 온통 더럽고 상처가 있으며, 털도 피로 얼룩진 데다 채찍 자국이 전신에 나 있는데 살을 파고들어 어떤 곳은 털이 빠지고 피가 얼룩져 처참해서 볼 수가 없다.하지만 강아지는 지금 땅바닥에 엎드려 이전의 악독함이나 흉포함 대신 두 눈을 반짝이며 말똥말똥 원경릉을 보고 있다.원경릉이 한달음에 다가가, 멀쩡한 부분은 머리 뿐이라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고, “착하지.”“월월!” 검둥개는 원경릉을 보고 짖으며 꼬리를 흔드는데 결국 눈에 눈물이 맺혔다.탕양이 가고 원경릉이 돌아서며, “가루약과 뜨거운 물을 준비해라.”개가 순해서, 털을 씻기고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하나도 짖지 않고 원경릉이 하자는 대로 소독하고 약을 발랐다.탕양과 서일이 도우려 했으나, 원경릉이 필요 없다며 둘을 쫓아냈다.처치를 마치고 원경릉은 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앞으로 나랑 같이 지내자, 궁에는 ‘푸바오’라는 애도 있어, 그러니까 넌 ‘다바오’라고 하자, 좋지?”“왕왕왕!” 다바오가 3번 짖는 걸 OK로 치기로 했다.방금 만났을 때 다바오의 첫 마디는, 심한 일을 당했다고 모든 개가 전부 심하게 맞았다고 했다.원경릉은 다바오의 말을 알아듣고, 강아지가 당한 일에 가슴이 아팠다.원경릉은 나가며 탕양에게 그 강아지한테 잘해주라고 하니 탕양이: “당연하죠.
혜정후에 대한 황제의 뜻을 전하는 우문호“어지러워, 너무 어지러워요!” 원경릉은 서둘러 우문호에게 기대며, “방금까진 몰랐는데, 이렇게 멈춰 서니 심하게 어지러워요.”“여봐라, 왕비를 방으로 모셔드려라.” 우문호가 명령했다.녹주는 얼른 앞으로 나가 원경릉을 부축하고, 원경릉은 자기보다 머리 반만큼 작은 녹주에게 연약한 모습으로 기대서 천천히 돌아갔다.목여태감은 안타까워 고개를 저으며, “가련하시구나. 고작 며칠 왕비를 뵙지 못했는데 바짝 마르셨네.”우문호는 마음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가련해? 절대 아니지, 증오스럽고 미울 뿐.목여태감을 보내고, 우문호는 직접 봉의각으로 갔다.문에 들어서자, 검둥개 한 마리가 쫓아 나오더니 길을 막고 흉악하게 으르렁거리는데 개를 무서워하는 트라우마에 다시 휩싸여 다리에 힘이 풀렸다.원경릉이 문에 기대서, “다바오, 짖지 마, 인사해, 아빠야.”“왕야가 쟤 아빠야.” 우문호가 인상을 쓰며, “누가 데려왔어? 당장 내보내.”원경릉이: “다바오, 가서 놀아.”다바오는 이 말을 듣고 꼬리를 흔들며 나갔다.“다바오? 이름도 있어?” 우문호는 화가 나서 말했다.“강아지랑 싸워서 어쩌 자는 거야?” 원경릉이 말했다.“초왕부에선 개를 키울 수 없어, 개랑 나랑 둘 중 하나야.” 우문호는 들어가며 원경릉에게 경고의 눈빛으로 매섭게 쏘아봤다.원경릉은 우문호와 함께 들어가며 화제를 전환할 겸, “일은 어떻게 됐어?”우문호가 앉더니 잘생긴 얼굴로 싸늘하게, “아바마마께서 몇일 밤을 심문하셨는데, 처음엔 그 놈이 죄를 인정하지 않고 네가 왕비인 줄 몰랐다고 발뺌하길래, 아바마마는 그렇게 너에게 전하려 했으나 마지막에 주재상이 직접 심문하니 인정했데.”“인정 했어? 그럼 어떻게 처리할 거야?” 원경릉이 물었다.“이미 감옥에 압송됐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지만, 아바마마께서 이번엔 벽력같이 진노하신 데다 그 놈이 예전에 제멋대로 날뛰며 횡포를 부려서 쉽게 용서해 주시지는 않을 거야.”원경릉은 약간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