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트는 의심우문호는 역시 고개를 흔들며, “어명을 기다리죠. 저희가 사적으로 묘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다들 침묵했다. 확실이 명확한 성지 없이 개인적으로 들어가 조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하궁전 지도에 따라 순장길을 들어가면 중문을 한 번 더 지나야 한다. 그렇게 순장길을 지나 안으로 가면 거기가 바로 관이 놓여 있는 지하궁전의 중심부다.형제들은 경성에서 오는 성지를 기다리는 마음이 무겁고, 우문호는 향은전 안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서 밖으로 나왔다.밤의 장막이 무겁게 내리누르는 가운데 가을바람이 소슬하고 사방은 길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처량한 것이 스산한 분위기가 감돈다.우문호는 점점 앞으로 나갔다. 서릉에서 동릉까지 족히 반 시진(1시간)은 걸려야 도착하겠다. 우문호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서릉을 보더니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오늘 동릉에 도착해 누군가 먼저 각 왕릉에 향을 피우고 보고를 드리러 갔는데, 향을 피우는 건 왕릉의 위쪽 전각에서 우문호가 피운 뒤부터로 왜 굳이 묘에 가야 했지?그리고 동릉에서 서릉까지 날듯이 뛴다고 해도 반 시진은 족히 걸리고도 남는다, 서릉에 도착해 향은전 안에서 제사를 드린 시간은 아예 제외다.그런데 보고한 사람은 향이 하나 탈 시간(30분)정도만에 이미 달려서 보고하러 왔다.경황이 없는 나머지 그들이 갈 때 말을 타고 가서 길에 신경을 못 썼는데, 그러니까 향을 피웠다는 이자는 아예 서릉에 간 적도 없이 돌아와서 보고한 것이다.그자는 서릉이 파괴되어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인데?그렇다는 건 서릉을 파괴한 자가 일부러 친왕들이 발견하도록 했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는게 만약 이 사람이 일부러 알렸다면 먼저 서릉에 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었는데 왜 도중에 돌아와야 했을까?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어.이 생각이 들자 우문호는 문득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휘종릉 안에 어쩌면 매복이 있거나 음모가 있는 건 아닐까?빠른 걸음으로 향은전으로 돌아와
명원제가 직접 납시다우문호는 원래 오늘 발인 과정을 물어볼 생각이었으나 성지가 아직 내려오지 않은 관계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할 수 없고 지금 예친왕도 조사중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예친왕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그래서 장천에서 손을 내젓고, “일단 물러가라, 성지가 내려오기 전까지 입도 뻥긋하지 말고 보안을 지키도록, 안 그러면 머리가 목에 붙어있지 못할 줄 알아!”장천은 자신이 큰 죄를 저질렀음을 알고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고개를 흔들며, “예, 감히 입도 뻥긋하지 않겠습니다.”자시(밤11시~1시) 경성에서 빠른 말이 몇 마리 도착했는데 위왕은 성지를 가지고 온 게 아니라 아예 명원제를 직접 모시고 와서 다들 화들짝 놀랐다.명원제는 보위에 오른 이래 이렇게 미복을 하고 성을 나온 적이 없는 데다, 구사와 목여태감 그리고 금군 몇 명 만을 데리고 말을 달려 온 것으로 보아 사태가 얼마나 긴박한지 알 수 있다.그들이 도착한 후 바로 서릉으로 갔는데 그쪽을 밤새 지키는 관원들을 요동 시키지 않기 위해서 였다.장천은 명원제가 직접 온 것을 보고 놀라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명원제는 하얀 소복차림으로 팔에는 삼베로 된 완장을 차고 향은전으로 들어가는데 안색이 어둡고 눈은 형형하게 불타고 있었다.우문호가 얼른 무릎을 꿇고 황제의 왕림을 맞이하자 명원제가 우문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들어가서 봤느냐?”우문호가,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지하궁전 바깥까지만 사람을 보냈다가 지하궁전의 삼중문도 훼손되었다고 해서 더는 깊이 알아보지 못했습니다.”“구사!” 명원제가 뒤를 돌아 굳은 얼굴로 어명을 내리는데, “너는 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휘종제의 관이 사람 손을 탔는지 보고 오도록 해라.”“예!” 구사가 바로 명을 받들었다.우문호가, “아바마마, 구사는 황실 사람이 아니니 무턱대고 들어가는 것은 좋지 못하니 소자가 같이 가겠습니다.”안왕도 얼른, “소자도 같이 가겠습니다!”명원제가 허락하며, “너희는 조심하거라,
시신을 도난당하다세 사람이 횃불을 들고 들어가니 신도는 구불구불 미궁처럼 이어져, 세 사람이 지도를 미리 봤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길을 잃을 뻔 했다.순장도는 지하궁전 중심부의 사방에 해당하며 아래로 깊은 구덩이를 파서 각종 부장품을 놓아두는데, 소, 양, 말의 해골과 금은 보석, 도자기와 접시, 병기, 진흙인형으로 만든 시녀와 태감을 순서에 따라 늘어 놓았는데 세 사람이 보기에 부장품은 거의 건드린 적이 없는 것 같다.다시 말해 이 사람은 확실히 도굴꾼이 아니다.안으로 더 들어가니 관이 놓여 있는 지하궁전이다.돌문도 망가져 있고 망가진 정도가 삼중문과 같아서 부서진 돌이 바닥에 어지럽고 안에서 빛이 흘러나오는데 세 사람은 횃불을 꺼서 밖에 두고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의 공기는 그렇게 답답하지 않은 것은 여기가 훼손된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이곳은 궁 안의 여느 전각처럼 네 원기둥에 비룡이 새겨져 있고, 기둥이 높고 길어서 마치 구름까지 닿을 듯한데 꼭대기에 구름 무늬와 용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각종 벽화와 4개의 야명주가 전체 지하궁전을 밝히고 있었다.휘종제의 관은 지하궁전의 높은 받침 위에 놓여 있는데, 받침 규격은 대전의 설계대로 백옥 난간에 백옥 계단으로 제왕의 존귀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관 전체는 금색으로 칠해져 있고, 금빛이 도는 남목으로 만들어졌다. 세사람이 아직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 관이 밀봉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열 걸음 밖에서도 관이 벌어진 틈을 볼 수 있는 것이 관에 못이 빠져나와 있었다.“맙소사!” 구사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가슴이 벌렁거려서, “정말 휘종제님께 왔었군요.”세 사람의 얼굴이 굳어 졌다. 이자의 목적은 부장품 때문이 아니라 휘종제의 시체를 훼손하기 위해서? 이자는 휘종제에게 상당한 증오심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우문호는 마음속으로 보친왕을 떠올렸다. 보아하니 원 선생의 예상이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우문호가 앞으로 가서 보고싶어 하자 구사가 말리며
시신을 훔쳐간 범인“예!” 세 사람이 명을 받들었다.“목여!” 명원제는 목여태감을 부르더니 울분에 찬 눈빛으로, “여기 왕릉은 네가 뒤처리를 하고 오도록, 누구에게도 말이 새어 나가서는 안될 것이며 짐도 오늘 여기 왕릉에 온 적이 없다!”“알겠습니다!” 목여태감이 작게 말했다.명원제는 향은전 제사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휘종제의 신위가 놓여 있는 곳에 절을 한 뒤 신위 앞에서 맹세하길 반드시 황조부의 시신을 찾아 오겠다고 했다.우문호는 명원제를 경성으로 보내 드리고, 친왕들은 동릉으로 돌아갔으며 목여태감과 구사는 여기서 탐문하고 묘를 지키는 수비들을 처리했다.원경릉은 궁에서 태상황을 돌보는데 태후가 발인할 때 태상황은 통천각에 서서 발인하는 대열을 보더니 내려올 때 실수로 넘어져서 계단을 구르는 바람에 상처가 상당히 심하다.명원제는 여기서 계속 곁에 있을 생각이었으나 밤에 홀연히 누군가를 따라 나간 것이 급한 용무가 있어 보였으며 그 뒤로 명원제를 본 사람이 없다.원경릉은 마음이 착잡한 것이 뭔가 일이 터진 것 같지만 태상황 곁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신시(오후 3시~5시)가 끝날 무렵 명원제가 왔는데 냉정하고 엄숙한 얼굴로 접근 금지의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원경릉은 분명 무슨 일이 터졌음을 확신했다.명원제가 원경릉에게 나가있으라고 했을 때, 물어볼 엄두도 못 내고 인사 드리고 물러나왔다.물러나와 외전에 서 있는데 원경릉은 귀가 예민해서 명원제가 태상황에게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휘종제의 시신이 도둑맞았다’는 말에 원경릉은 뜨악하고 말았다.귀를 쫑긋 세우고 계속 들어보니, “굉장히 큰 일이라 소자 아바마마를 속일 수 없었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마음 속으로 짚이는 사람이 없으십니까? 당시 누가 황조부를 이렇게 증오했을까요?”휘종제는 태상황의 아버지로 자기 아버지의 시신이 파내졌다는 말을 듣고 극도로 흥분해서 선혈을 토하다가 겨우 진정됐는데 천천히 명을 내리기를, “이 일을 안풍친왕께 알려라.”“아바마마……” 명원제가 놀라서, “큰
사건을 되짚어보는 부부“안풍친왕 전하? 아직 매화장에 계셔?”우문호가, “계실 게 틀림없어, 사람을 보내서 오시라고 말씀드렸으니 큰 아버지께서는 분명 오실 거야.”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휘종제는 안풍친왕의 아버지신데 아버지의 시신을 도둑맞았다니 아들 된 도리로 돌아와야 마땅하다.우문호는 원래 바로 나가려고 했으나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차라리 잠시 앉아 원경릉에게 얘기해주며 머리 속을 좀 정리하고 가기로 했다.“오늘 보고한 사람은 아마도 일부러 우리에게 알린 게 틀림없어. 이자가 증조 할아버지의 시신을 훔친 건, 도발이야.”원경릉이 생각해보더니, “한바탕 청산한 것일 수도 있고!”“청산이라?”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예리하게 눈을 반짝이며, “그래서 보친왕이 제일 혐의가 짙어. 단지 보친왕이 오래 잠복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수면 위로 떠오르다니 도대체 의도가 뭐지? 온 집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만 일까?”“지금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어,” 원경릉이 관계를 간단히 요약하듯, “유친왕은 휘종제의 동생으로 보친왕과 태상황 폐하는 사촌형제지 친 형제가 아니야, 보친왕이 살아 남은 뒤 온 집안의 원수는 방치해둔 채 전심을 다해 사촌 형에게 충성을 다하는 건 좀 사리에 안 맞는 것 같아.”“맞아, “ 원경릉이 우문호가 방금한 말을 듣고 생각난 듯, “상대방이 일부러 자기에게 알렸다고 했지, 휘종제의 시신을 누가 훔쳐 갔다고?”“그렇지, 황조모는 동릉의 신도에 묻히시니까 집례하는 사람은 휘종제 쪽에 가서 향을 피우고 보고만 올리면 돼. 향은전에서도 가능한 게 향은전에 위패가 놓여 있거든. 그런데 이자는 묘실 문이 훼손됐다고 나에게 알렸어. 묘실 문까지 내려갈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야.”“이렇게 큰 허점을 상대가 모를 이유가 없어. 그토록 정교하게 일을 짜맞추는 자가 이렇게 큰 허점을 드러낼 리가 있을까?” 원경릉은 의혹을 느꼈다.우문호는 딱딱한 얼굴로, “그래서 이게 도발이라는 거야. 선전포고라고. 일부러 이렇게 한 이상 음
할머니 실종 사건만아가 밖에서, “태자비 마마, 노마님 안에 계신 가요?”“안 계셔!” 원경릉이 문을 열어, 만아 손에 말린 감초가 한 광주리 들려 있는 것을 보고, “왜?”만아가, “아침에 노마님께서 쇤네를 부르셔서 감초를 뒤집어 말리라고 하시며 자감초(炙甘草)를 만드셔서 급히 학당에 가져가셔야 한다고. 쇤네에게 잘 말려 두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노마님이 안 보이세요.”“지금이면 학당에 계신 게 아닐까?” 원경릉이 말했다.“오늘은 학당 가실 필요 없어요, 초사흘이니 매달 4일은 휴일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원경릉도 정신이 없어서, “맞다, 오늘 쉬는 날이지. 다 찾아 봤니? 외출하신 건 아니고?”“쇤네가 문지기에게 물어봤는데 문지기 말이 오늘 노마님이 나가시는 걸 못 봤다고, 초왕부는 전부 찾아봤는데 안 계세요.” 만아가 말했다.원경릉이 뒤를 돌아 우문호를 보는 눈빛이 당황스럽다. 우문호가 낮은 목소리로, “일단 찾아보자, 어쩌면 약을 달이고 계실 수도 있으니까.”“그래, 만아야, 넌 탕태인에게 사람을 풀어서 초왕부를 샅샅이 찾으라고 해줘.” 원경릉이 말했다.원경릉은 어제까지 궁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할머니를 보지 못했다.원경릉과 우문호도 나가서 찾으며 희상궁과 기상궁에게 물어봤는데 두 사람 모두 오늘 노마님을 뵙지 못했다고 했다.희상궁이,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요. 전에는 매일 아침 노마님께서 황손들을 보러 오셨는데 오늘은 오지 않으셨어요.”“할머니 방에서 시중 드는 사람한테는? 물어봤나?” 우문호가 물었다.희상궁이, “노마님은 곁에 시중드는 사람을 두지 않으셨어요. 필요 없으시다고. 신변의 일은 본인이 직접하시고 밤에도 누가 옆에서 밤을 같이 보낼 필요 없다고 하셨고요.”원경릉은 할머니가 원칙이 굉장히 강한 분이라는 것을 안다. 누군가의 시중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봉의각에 머물면서도 먹는 것을 가져와 차려주는 것을 제외하면 자기 생활에 필요한 일은 전부 자기 손으로 하셨다. 청소 빨래 등을 다 직접
소홍천이 가져온 이야기증언이후 우문호는 사람을 시켜 할머니를 보호하고 출입할 때도 사람을 미행 시켰으나 의대를 연 뒤로 평소처럼 안정을 되찾았다고 생각하고 할머니도 미행까지 하는 건 너무 ‘오버’라고 하셨다.원경릉은 사식이를 데리고 주숙유네 집에 가며 마음 속으로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건만, 주숙유집에 물어보니 할머니는 온 적이 없다고 했다.원경릉은 정말 황망해서 얼른 초왕부로 돌아와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는 소홍천과 같이 돌아왔는데 들어오자 마자 황망해서 새하얗게 질린 원경릉을 보고 달래며, “걱정하지 마, 만약 진짜 병여도 때문이면 당분간은 할머니를 해칠 리 없으니.”“보친왕 아냐? 확실히 그 사람일까?” 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물었다. 이자의 계획이 이토록 치밀하고 피맺힌 원한을 짊어졌으니, 정말 할머니가 보친왕의 수중에 있는 거면 정말이지 도저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원경릉은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하고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우문호가, “소홍천 얘기 좀 들어보자. 내가 돌아왔을 때 소홍천도 막 날 찾아온 참이거든. 다바오가 보친왕을 문 뒤로 소홍천에게 엄밀히 보친왕부(寶親王府)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으라고 했어, 보친왕은 상당히 의심스러우니까.”원경릉이 소홍천을 보자 소홍천이 앞으로 나와 예를 취하며, “맞습니다. 보친왕부는 어젯밤 수상한 거동이 있었는데 보친왕부 가신 하나가 자시(밤11시~1시)에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와 누군가와 화명루(花明樓)에서 만나더니 안에서 대략 반 시진 정도 의논을 한뒤 각자 헤어져서, 우리 쪽 사람이 둘로 갈라져 따라붙었는데 그자는 헤어진 뒤 유씨 집 큰 마당 옥상에 매복해 있다가 오경(五更, 새벽3시~5시)이 되길 기다려 똥통을 비우러 골목으로 들어오더니, 똥통을 비운다며 수레를 밀고 초왕부 후문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 할머니께서 막 일어나셨는데 그 놈이 할머니를 수레바닥에 묶고 소평촌(小坪村)쪽으로 갔습니다.”과연 똥 치는 자로 위장하면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고 초왕
진실에 다가서다마을에 남은 마을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산에서 약초를 캐다 팔며 살고 있기 때문에 산세에 익숙했다. 우문호는 마을사람들에게 물어 산세를 파악하고 서일을 시켜 눈 늑대 두 마리를 데려와 할머니를 찾게 했다.큰 산이 아득하게 이어진 가운데 적의 족적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뿐 더러 소홍천 사람은 미행에 실패했다. 다행히 눈 늑대와 다바오는 따라갔는데 둘이 경단이 늑대와 찰떡이 늑대에게 단서삼아 가는 길에 찍찍 오줌을 싸서 남겨뒀을 것이다.저녁 해시(밤9시~11시)즈음 마침에 다바오와 만났다. 산등성이 평지에 엎드려 우문호와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달려오면서 컹컹 짖는데 만두 늑대는 보이지 않았다.다바오는 짖으며 산등성이 절벽을 긁어 대는데 우문호가 횃불을 들고 가서 칡넝쿨을 치우니 놀랍게도 동굴입구가 보였다. 서일에게 눈 늑대를 데리고 들어가 조사하게 시키고 다른 사람들에게 단서가 없는지 찾아보라고 부근을 조사 시켰다.서일이 들어간지 대략 반 시진(1시간)정도 지나 돌아와서 보고하길, “전하, 여기 끝은 깎아지는 듯한 낭떠러지로 밧줄을 늘어뜨린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아래쪽 골짜기로 옮겨진 게 분명합니다.”우문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래는 어디로 통해 있지?”“깊은 산중에 깎아지는 절벽으로 산 허리춤에서 이 높은 산들을 우회하는 형태라 산을 가로지르는 거나 마찬가지로 평현(蘋縣)에 도착하게 됩니다.”우문호가 차갑게, “평현에는 강이 있지, 강을 따라 아래로 100리가 못되는 곳이 서절(西浙)지역으로 보친왕의 봉지야. 그러니까 보친왕 사람이 우리를 데리고 놀며 한바퀴 돌렸지만, 목적은 보친왕의 봉지인 서절이었어.”서일이 엄숙한 목소리로, “그럼 우리가 서절로 쫓아가야 하지 않을까요?”우문호가, “구사가 경성에 없으니 네가 주재상을 찾아가, 입궁해서 아바마마께 삼천명의 금군을 동원해 같이 서절로 향하도록 말씀 드려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일부는 나눠 물길을 따라 따라가고 나머지는 육로로 가라. 난 보친왕부에 다녀온 뒤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