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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20화

작가: 유애
우문호에게 복수를

경여궁 안.

현비가 장 태감이 사람을 시켜 알려온 소식을 들었다. 태자가 소씨 집안에 불을 지르고, 몇 명이 죽었으며 죽은 사람에 현비의 모친이 있을 뿐 아니라 태후가 이 일을 지지했다는 말에 현비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분노가 삽시간에 불타오르며 분노인지 치가 떨리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전신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도 쉬어지지 않아 가슴을 쥐어뜯으며 얼굴이 일그러진 채로 흐느껴 통곡했다.

현비는 흐느껴 울더니 광분해서, “그 불효자식은 지금 어딨어?”

“마마께 아룁니다. 태자 전하는 지금 태후궁에 계시는데, 태후 마마께서 대외적으로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기에 태자전하를 밖에서 가짜로 꿇어앉아 죄를 청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궁인이 답하는데 당연히 장 태감 사람이 시켜 한 말이다.

현비는 화장대로 달려가 가위를 집어 들고 분노에 사로잡혀 걸음걸이조차 칠칠치 못하게 달려나가며 울부짖기를, “나가야 겠다, 문 열어!”

현비는 가위를 자신의 목에 대고 미쳐 날뛰며 얼굴은 무섭도록 흉하게 일그러졌다.

수문장은 일찌감치 명을 받아 감히 말릴 생각 없이 조금 권하는 척 하더니 바로 보내주고 한참 있다가 명원제에게 보고하러 갔다.

현비는 미친년처럼 태후전으로 뛰어갔다.

가는 길에 심복인 궁인들이 쫓아 왔으나 어떻게 된 건지 모두 따라잡지 못하고 소리쳐 부르기만 할 뿐이다. 누가 감히 나서서 말릴까? 그저 따라 갈 뿐이다.

우문호는 아직 마당에 꿇어 앉아 있고 문영공주의 망토와 손난로가 있어 그나마 꽝꽝 얼어붙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어마마마가 흉악한 얼굴로 달려들고 있는데 손에서는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 “불효자식,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몸이 반응하기도 전에 가위가 왼쪽 어깨 뒤에 꽂혔고, 현비가 양손으로 우문호의 얼굴에 계속 따귀를 때리며 젖 먹던 힘까지 다하는데 여기까지 달려오면서도 힘이 하나도 소모되지 않은 듯 오히려 머리의 비녀를 빼더니 우문호의 가슴을 겨눴다.

우문호도 그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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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와 아들현비는 태후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고 태후가 그간 소씨 집안에 냉담해 신경조차 쓰지 않고, 우문호가 태자 자리에 오른 뒤 황제는 현비의 지위를 승격시키지 않았을 때도 태후는 현비를 위해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현비에게 금족령을 내린 것을 떠올리고 우문호에 대한 비통함과 실망이 되살아 나 일시에 분노가 폭발하며 증오가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현비는 방향을 바꿔 태후를 향해 원한과 절망의 눈빛으로, “당신이 아니었으면 소씨 집안이 어떻게 오늘 이런 처참한 경우를 당합니까? 당신이 부귀영화를 누리느라 입궁할 때 집에서 당부한 말씀을 잊었나요?”태후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찌 기억하지 못할 수 있을까? 당초 입궁할 때 아버지와 오빠가 신신당부하길, 소씨 집안의 영화를 생각하고, 소씨 집안의 가문의 발전을 위해 세력을 키우고 조정을 독점해야 한다고 말이다.분명 현비가 입궁할 때도 집안에서는 똑같이 말했을 것이다.지금 소씨 집안은 태자가 불을 질러서 관직이나 작위를 빼앗긴 것은 아니지만 경성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을 테니 소씨 집안 어른을 뵐 낯이 없다.이렇게 생각하니 태후가 순간 마음이 너무 괴로워 중얼거리며, “그래,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 했어, 소씨 집안 친척을 볼 면목이 없구나!”덕비가 상황을 보고 마음이 앞서, “태후 마마, 어려서는 아버지를, 혼인하면 남편을, 나이가 들면 아들을 따르는 것이 여인의 삼종지도라 하지 않습니까. 천하의 종친이 있기로 자신이 낳은 피붙이만 못합니다. 게다가 태후 마마는 여인들의 지존으로 천하 모친들의 귀감이 아니십니까. 태후 마마께서는 잘못 하지 않으셨습니다!”태후는 갑자기 정신이 들며, 그렇다. 만약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 태후는 자기 아들을 위해, 이 강산의 종묘사직을 위해 잘못한 것이 없다.태후는 현비를 보고 준엄한 목소리로, “비녀를 내려놓아라, 어디서 함부로 날뛰느냐!”현비는 증오심으로 가득 차 덕비를 노려보며, “닥쳐, 넌 우리 소씨 집안을 전복하려고 원경릉이랑 생트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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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후가 시해당했다우문호가 이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얼른 뒤를 돌아 달려가니 황조모가 덕비의 가슴에 쓰러졌고, 가슴엔 비녀가 꽂혀 있는데 선혈이 옷의 가슴팍을 타고 흘렀다.태후를 시해했다고?우문호는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순간 머리가 백지가 되고 눈 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는데 이 무슨 대역무도한 일이란 말인가?귓가에 현비의 절망과 분노의 울부짖음이 들리는데, “다른 사람은 원망하지 않아, 당신만 원망해, 소씨 집안의 딸로 친척과 조상을 버리다니 죽음도 아까워!”현비의 이 말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충격을 받았다. 문영공주와 궁인들이 나와서 결사적으로 현비를 꼼짝 못하게 하고 다른 한쪽에선 어의를 부르러 갔다. 그제서야 우문호도 정신을 차리고 달려가 황태후를 용화전(容和殿)안으로 안고 들어갔다.용화전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그 누구도 현비가 태후를 찌르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명원제가 달려와 이 일을 알고 너무도 놀란 나머지, 현비를 보자 발로 현비의 배를 차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태후 마마께 무슨 일이 생기면 짐은 소씨 집안 백 여명의 목숨을 대가로 받을 것이다.”현비는 땅바닥에 발로 차인 채, 두 눈으로 백옥 돌계단에 흘린 붉은 핏자국을 봤다. 큰 슬픔이 몰려가고 나니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명원제의 진노한 얼굴을 보자 허리를 웅크리고 땅바닥을 기며 통곡했다.명원제는 현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경여궁으로 끌고 가 처분을 기다리라고 한 뒤 바로 용화전안으로 들어갔다.우문호는 이미 지혈을 마쳤다. 상처는 다행히 심하지 않고 갈비뼈가 막아서 심장까지 꽂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후가 심하게 놀라 명원제가 온 것을 보고 그제서야 눈물을 흘렸다.명원제가 침대 곁에 꿇어 앉아 두 손으로 태후의 손을 잡고 울먹이며, “어마마마, 괜찮습니다.”태후가 명원제를 보고 여전히 심하게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는데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어의도 얼른 달려와 상처를 치료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보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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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태자?태상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명원제의 말은 본인조차 믿지 않았다.맞는 말이다. 지금 조정과 천하 백성들 중에 우문호를 옹호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우문호를 옹호할 것이고, 기꺼이 그를 받들어 모실 것이다. 심지어 학자들까지 시와 산문으로 우문호가 태자 기간에 이뤄낸 걸출한 공헌을 읊는다.하지만 그들은 치명적으로 불명예스러운 생모 아래서 태어난 태자를 원하지 않는다. 특히 황실에 장자와 적자가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현비가 태후를 시해하려 한 그 순간부터 이미 태자로 책봉된 우문호의 명성에서 ‘어질 현’이란 글자가 더럽혀졌다.우문호는 북당의 신하이자 친왕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다음 황제인 태자로 추존 받기는 어렵다.이것이야 말로 태상황이 건곤전에서 부리나케 이곳으로 달려온 이유다.용화전에는 우문호, 태상황 부부, 명원제 이렇게 4사람만 남았고 나머지는 모두 밖으로 나갔다. 용화전 안은 순간 침묵이 흐르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우문호가 바닥에 꿇어 앉아, “소신이 어질지 못하고 덕이 모자라니, 아바마마 태자에서 폐위 시켜 주시옵소서!”명원제가 눈썹을 움찔거리며 이 순간 현비를 아주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후궁이 다음 황제의 지위에 영향을 주는 일은 예로부터 있었지만 후궁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자기 아들을 다음 황제의 자리에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거지, 자기아들을 태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렸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정말 듣는 사람이 깜짝 놀라고도 남을 일이다.“일단 덮어두자, 넌 다시는 이 일을 꺼내지 마라!” 명원제가 아들에게 미안해서 일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키는 수밖에 없다.하지만 어미와 자식은 하나인데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까? 이 일은 아예 감출 수가 없는 일이다.궁중에 얼마나 많은 황실 사람과 중신들의 이목이 있느냐 말이야?일단 신하들은 차치하고라도 황실만 해도 얼마나 많은 상소가 빗발치겠냐고?명원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태상황은 노골적으로 화가 나 있었다.

  • 명의 왕비   베 1425화

    마주할 수 없는 부부우문호가 냉정언의 집으로 가자, 냉정언이 술을 꺼내더니 안주를 몇 개 내놨다. 우문호는 안주는 입에 넣지 않고 ‘깡술’만 연거푸 몇 잔을 마시더니 냉정언에게, “내가 아무도 안 데려와서, 미안한데 사람을 시켜서 원 선생한테 나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 좀 전해줘.”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종에게 분부해 초왕부에 가서 통보하도록 했다.냉정언은 우문호의 굳은 얼굴을 보고, “무슨 일 있어?”우문호는 두 손으로 탁자를 잡고 고개를 들어 슬픈 미소를 띤 채, “내가 소씨 집에 불을 지른 일 알고 있지?””냉정언이, “어떻게 몰라? 온 성안에 쫙 퍼졌는데. 다들 난리야. 태후 마마께서 책망 하셨어? 너무 걱정하지 마. 태후 마마는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분이시니 조금 있으면 화가 누그러지실 거야. 소씨 집안에서 그동안 한 짓을 태후 마마께서 다 아셔도, 친정이다 보니 순간 분노가 치밀수도 있지. 너무 괴로워 마.”우문호가 심호흡을 하며, “황조모께 혼나는 건 피치못할 상황인 거 나도 알아, 소씨 집에 불을 지를 때 이미 어떻게 황조모의 용서를 구할까 생각 했어. 하지만 어마마마께 이 일이 새 나갈 거라고 요만큼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우문호는 냉정언을 보고 산산이 부서진 듯한 눈동자로, “어마마마께서 황조모를 찔렀어!”‘쨍그랑’ 소리와 함께 냉정언은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려 술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냉정언은 너무 놀란 나머지 우문호를 멍하니 바라보고 한동안 있다가 천을 뜯어서 몸에 튄 술을 닦았다.냉정언은 바닥에 떨어진 잔을 치우고 파편을 한쪽에 모아뒀다. 말재주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는 냉정언도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냉정언은 정치에 수년간 몸담고 있었지만 이런 국면은 해석하기가 결코 쉽지 않으니 아예 말없이 우문호와 같이 술을 마실 뿐이다.냉정언 집에서 소식을 전하자 만아가 원경릉에게 보고하고 이와 동시에 귀영위도 와서 궁안에서 있었던 일을 알렸다.원경릉이 다 듣고 알았다고 하고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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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한 우문호오경(새벽3시~5시)이 되었을 때 냉정언부에서 우문호를 데리다 주었다.우문호는 떡이 되도록 취해서 들어올 때부터 이미 인사불성으로, 원경릉은 사람을 시켜 우문호를 침대에 눕히고 만아를 시켜 뜨거운 물을 가져오라고 한 뒤 얼굴과 손을 닦아 주었다.몸에서는 술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냉정언부 사람 말이 우문호가 술 5근을 마셨다고 한다.원경릉은 가슴을 칼로 저미는 듯한 아픔을 느꼈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둘이 함께 한 시간은 앞뒤로 따져도 대략 2년 가량으로 한 이불을 덮고 서로 익숙해지면서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수많은 일을 겪었지만, 따지고 보면 진정한 위기는 지금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우문호 곁에 앉아 손가락으로 우문호의 얼굴을 매만지는데, 그동안 우문호도 힘들어서 얼굴 피부도 전에 비해 많이 상했다.경조부에 발령받고 매일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나날에 쉬는 날도 거의 없고, 우연히 짬이 나면 다른 일로 바빴다.정말 고생이 많았다.마음이 얼마나 괴로우면 이렇게 취하도록 마셨을까?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우문호가 천천히 눈을 떴다.처음엔 막연하다가 일말의 복잡한 눈빛이 되더니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기 얼굴에 대더니 울먹이며, “왜 아직 안 잤어?”우문호는 원경릉을 끌어 당겨 가슴에 묻고 원경릉의 귓불에 턱을 대고, “얼른 자, 눈가까지 벌게졌어.” 원경릉은 우문호의 품을 파고들며 손을 그의 어깨에 올렸는데 몸이 노곤해서 조금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우문호는 다시 잠들었는지 숨소리는 고르지만, 원경릉의 이마에 닿은 우문호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우문호는 잠들지 않았다.원경릉은 부부 사이에 이렇게 평온을 가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두 손을 우문호 가슴에 올리고 우문호를 보며, “궁에서 벌어진 일 나 다 알아.”우문호가 낮게 ‘응’하더니 눈을 감고 잠시 후 눈을 떠서, “엉뚱한 생각하지 마,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어.”원경릉은 눈가가 젖은 채로, “날 원망해?”우문호가 약간 놀란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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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 명의 왕비   제3174화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 명의 왕비   제3173화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 명의 왕비   제3172화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 명의 왕비   제3171화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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