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 약 상자의 비밀원경릉은 당연히 우문호의 생각을 모르지만, 그저 양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니란 정도로 생각했다. 표면적인 패를 보면 우문호가 주명양과 결혼하는 것이 백 번 낫지만 주명양의 일생을 마치고 싶지 않아 이런 큰 기회를 흔쾌히 놓친다고 믿었다.완전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굳이 따지면 그냥 가정폭력남 정도다.“화해 하는 거다. 알았지?” 우문호가 원경릉을 보며 물었다.우문호의 말투가 좋은 것이, 카리스마도 우월감도 없고 원경릉을 바라보는 눈빛이 진실하다.원경릉은 지금 사방팔방이 다 적으로 둘러 쌓여 있어 우문호와 내전을 치를 필요도 사실 없다. 원경릉은 머리를 부여잡고 우문호를 똑바로 쳐다보며 진중하게: “화해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말해!” 우문호는 시원시원하다.“첫째, 또 그 얘기지만, 나한테 손대지 말 것.”“알았어!”“둘째, 다시는 후궁을 맞지 않는 방패막이로 나를 쓰지 말 것, 만약 혼사가 다시 거론된다는 가정하에.”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알았어!”“셋째, 내 자유를 과도하게 간섭하지 말 것.”“이건 당연한 거고.” 우문호는 원래 원경릉을 간섭하고 싶지 않고, 이전엔 아예 원경릉을 상대조차 하기 싫었다.“넷째, 만약 기회가 되면 부탁이야 나랑 이혼해 줘. 우리 각자 행복하자.” 원경릉이 간절하게 얘기했다.우문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다섯째……”우문호는 인상을 쓰며, “아직도 안 끝났어? 아니면 그냥 화해하지 말자.”“마지막으로 딱 한 개만.” 원경릉이 서둘러, “바로 내 약 상자에 관한 얘기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 것.”우문호는 원경릉에 슬쩍 다가가며, “만약 내가 비밀을 지키려면 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반드시 이 약상자가 어디서 왔고, 뭘 하는 거고, 왜 크기가 변하는지 나한테 얘기해줘야 겠어.”원경릉은 방금 머리속으로 날조할 스토리를 다 짜 뒀기에, 우문호의 말을 듣고: “이 약 상자 일은 나도 잘 모르지만, 열이 일
주명취를 꾸짖는 주재상원경릉은 사실 요 며칠동안 약 상자에 대해 대충 감을 잡고 있었는데, 약 상자는 원경릉의 실제 상황이나 그녀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대로 바뀌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현대에서 그녀의 죽음은 대뇌를 개발하는 약을 자기에게 주사했기 때문이다.연구 제조를 마친 약이 막 나왔을 때, 원숭이 몸에 주사하자 과연 원숭이가 사람의 말을 알아 들었다. 연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갔을 땐, 원숭이가 그룹 총수가 보낸 양주를 몰래 훔쳐 마셔서 만취 상태로 달아났다가 차에 치여 죽었다.원경릉이 대담하게 가설을 세웠다. 자신의 대뇌는 개발 되었으며, 개발 된 뒤 왜 영혼이 시공을 넘었는지, 아니면 관념만 탈출하게 되었는지 이 부분은 앞으로 연구가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물론 당장 연구할 조건이 안되고 그럴 틈도 전혀 없다. 사실 눈 앞에 닥친 상황이 생사의 갈림길이니 상당히 복잡하다.약 상자의 진동으로 두사람의 논쟁이 잠시 휴전상태가 되었다.어찌 됐든, 초왕부는 지금 전대미문의 화해의 시대를 맞아 오늘밤은 초왕 부부가 처음으로 같이 식사를 하는 뜻깊은 날이다. 이쪽은 화기애애한데 주부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오늘 제왕비가 친정으로 돌아왔고, 제왕은 일로 출타할 일이 있어 함께 오지 못했는데, 주재상이 일찍부터 돌아와 사람을 시켜 막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제왕비를 서재로 불러들였다.주명취가 서재로 들어가자 주재상은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태상황폐하가 중독된 일은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주명취는 당황해서, “할아버지, 그 일을 손녀가 어찌 알겠습니까?”“넌 모른다?” 주재상의 눈빛이 맹렬하다.주명취는 생각을 해보더니, “기왕인가요?”“기왕은 바보가 아니야, 기왕이 이 시점에 태상황 폐하께 손을 쓰겠느냐?” 주재상이 주명취를 노려보며, “너 이 늙은이를 속이고 뒤에서 몰래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 아니냐?”주명취는 무고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손녀가 한 일은 전부 할아버지께서 분부하신 것에 따른 것으로 조금도 할아버지
주명취에게 진실을 말하게 하는 주재상주재상의 얼굴에서 노기가 서서히 사라지자, 태사의에 앉은 주재상은 오히려 우울하기 그지없어, “이게 마지막 기회다, 만약 네가 말하지 않으면 제왕비 노릇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주씨 가문에 말 잘 듣는 아가씨가 어디 한둘이냐.”“할아버지 손녀 말 좀 들어주세요, 손녀가 절대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 주명취는 엉엉 울며 눈물이 눈에서 뺨을 타고 흘러 내리는데, 말할 수 없이 가련하고 처량해서 누구든 이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재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줄곧 눈물을 믿지 않는다.“눈물을 거두고, 당장 나가거라!” 주재상은 차갑게 말했다.주명취의 얼굴에 마침내 두려움과 후회의 빛이 떠오르며, 급하게: “할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희상궁과 할아버지의 인연을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어요, 확실히 제가 태상황 폐하의 약에 독을 넣으라고 희상궁에게 시켰습니다, 손녀는 그저 태상황 폐하께서 다시 좋아지셔서, 초왕이 다시 득세하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손녀도 큰 그림을 그렸던 것입니다.” “너는 어찌 희상궁과 나의 관계를 알았느냐?” 주재상의 목소리가 음산해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주명취는 할아버지의 이런 무서운 표정을 본 적이 없어, 놀라서 입술을 덜덜 떨며 뭐든 다 줄줄 불며, “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이 일은 할머니가 의견을 내신 거로, 할머니 말씀으론 희상궁이 널 책임질 거다, 네 뜻을 얘기만 하면 희상궁이 자기 목숨을 버리더라도 널 위해 하고자 할 거라고, 저도 안 믿었는데 희상궁에게 얘기했더니, 희상궁이 바로 알았다고 했어요.”말을 마치고 주명취는 다시 서둘러: “할아버지, 희상궁은 절대로 태상황 폐하를 시해하려 했던 사실을 입 밖에 낼 리 없고, 할아버지 이름이 거론될 일은 더더군다나 없으니 안심하세요.”주재상은 눈을 감고 얼굴 전체에 아무런 표정이 없는 게, 마치 나무토막 같다.주명취는 벌렁벌렁 가슴이 뛰어 손수건을 꼭 쥐고 어찌
주명취 동생 주명양을 만나다.키가 호리호리하고 용모가 수려한 남자, 주재상은 눈을 내리깔며, “왕비는?”“그녀는 총명한 사람이니 할머니의 마지막을 보고 입단속을 철저히 할 것입니다.” 주재상은 눈을 감고 눈에 띈 살기를 거두었다.주명취는 서재를 떠나 바로 가지 않고 동생 주명양의 방으로 갔다.주명양은 올해 막 15살이 되었는데 용모가 주명취와 정말 흡사하지만 교만하고 자기자랑이 심한 편이라 주명취의 침착한 성정만 못하다.주명양이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의 병이 낫고 벼슬이 계속 높아져서, 이 때문에 주명양은 어릴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사랑을 받았고, 그 정도가 적자인 오빠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주명취는 사실 처음부터 할아버지는 동생을 초왕의 후궁으로 주실 생각이 없으셨던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만약 동생이 초왕부로 시집을 가면 정비의 자리는 조만간 동생 손에 들어올 테니 말이다.그래서 주명취는 주명양이 제왕의 후궁이 되는 것을 결사반대한 것으로, 이건 바로 정비인 주명취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할아버지가 주명취를 중용한 것은 그녀의 성격이 침착하기 때문으로 만약 자기가 사단을 일으키면 할아버지가 그녀를 버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여기까지 생각하고 주명취는 걱정 근심이 갈수록 더했지만 주명양을 만나니 여전히 큰 언니의 따듯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큰 언니,” 주명양이 주명취를 보고 뒤돌아오며 기뻐한다. 언니의 손목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는 고운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 것이 방금 안에서도 가만 있질 않았음이 짐작이 간다, “언니한테 새 놀이 보여 줄게.” 주명취는 한 줄기 피비린내를 맡고 동생의 취미가 떠올랐다. 주명취는 진작부터 일고 있었지만 이번엔 또 누구를 괴롭혔나 걱정이다. 과연, 주명취를 끌고 간 곳에는 땅바닥에 꿇어앉아 있는 하녀 하나가 보였는데, 그 하녀는 열 서너 살 즈음으로 머리 위에 그릇을 올려 놓았는데, 그릇 안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다.그 하녀가 누가 오는 것을 보고 아주 조금 움직이자, 자기도 모르
초왕과 결혼을 부추기는 주명취, 할머니의 변고주명양이 근심에 쌓여, “전에 엄마가 나를 초왕한테 시집보내려 했는데, 난 초왕한테 시집가기 싫었어, 그리고 후궁이라지 뭐야, 난 첩은 되고 싶지 않아.”주명취의 눈꼬리가 빛나며, “초왕은 그래도 나은 편이야, 태후께서도 초왕비를 심하게 질책하시진 않으실 걸, 초왕의 생모가 현비마마시고, 현비마마는 태후의 친조카거든, 이런 관계가 있으니 태후는 초왕부 사람들에게 상당히 관대하셔, 너도 봐, 초왕비가 혼인한 뒤로 입궁해서 문안한 적이 별로 없는데 태후께선 아무 말씀도 안하시잖아.”“초왕……”주명양의 머리속에 서서히 절세미남이 떠오르며, 마지막으로 그를 본 것은 성문에서 였는데 그 때는 전쟁에 승리를 거두고 조정으로 개선할 때라, 크고 멋진 준마를 타고 금빛 갑옷을 입은 모습이 위풍당당했다.사실 아주 어릴 때부터 초왕을 알고 지냈는데, 그때 초왕이 주부에 오면 모든 사람들이 초왕이 큰언니를 보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주명양은 담담하게: “난 초왕에게 시집가고 싶지 않아.”주명취는 어리둥절해 하며, “왜?” 주명취는 사실 동생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 초왕이 올 때마다 주명양은 몰래 문 뒤에 숨어 훔쳐보곤 했으니까.“초왕은 원씨 집안 딸이랑 결혼했잖아, 원경릉같은 여자랑 결혼한 사람인데, 난 초왕 맘에 안 들어.” 주명양이 말했다.“초왕은 원씨 집안 사람의 흉계에 빠진 거야, 어쩔 수 없었던 거지, 게다가 할아버지께서 네가 혼례를 치르겠다고 하면 초왕이 원경릉과 헤어지도록 하시겠다고 말씀하시던 걸.”주명양은 주명취를 보면서 입꼬리를 올리고, “언니 왜 계속 나를 초왕한테 시집 보내려고 하는 건데?”주명취가: “언니는 널 위해서지, 초왕은 보기 드문 호남이라 그 사람한테 시집가면 분명 행복할거야.”주명양은 냉소를 지으며, “그래? 그렇게 좋은데 언니는 왜 안 갔어?”주명취는 눈빛이 다소 어두워지며, “그건 그 사람이 이미 원경릉이랑 결혼을 했기 때문이야.”“정후는 그때 공주부에서 왜 계략을
실망스런 제왕과 화가 난 정후말씀을 못하신다고?주명취는 넋이 나간 듯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너무 잔인해요, 너무 잔인합니다.”제왕은 의혹의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왜? 누가 잔인한 거요?”주명취는 할아버지의 그 냉정한 눈빛을 떠올리고 다시 이번 잔혹한 행동을 떠올렸다. 오랜 세월 본처로 살았건만, 그저 희상궁에 대한 험담 한 마디 했다는 이유로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어야 하다니.주명취는 문득 겁이 났다.제왕의 품에 몸을 파묻고 그녀는 엉엉 울었다, “할머니는 연로하신 데, 이런 화를 입으셨으니,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제왕은 주명취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위로한다, “물어보니, 주부의 어느 계집종이 보약을 뜨거운 물이라고 할머니께 잘못 가져다 드렸는데, 할머니께서 몸이 허약하셔서 보약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지라 성대가 망가져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다고 해요. 다음날 어의를 청해 맥을 짚어보니 괜찮다고 합니다.”주명취는 마음속으로 제왕의 멍청함을 꾸짖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변명조차 제왕은 믿고 있다.이런 단순한 바보에게 앞으로 어떻게 그녀가 의지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태자의 지위를 빼앗을 수나 있을까? 주명취가 가장 먼저 직감적으로 느낀 건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점이다.만약 문호 오빠였으면 진작에 사건을 통찰하는 비범함으로 앞으로 방비를 강화해 안전하게 그녀를 보호했을 것이다.우문호를 떠올리자 주명취의 마음이 아려 온다.그때 우문호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할아버지는 전력을 다해 제왕을 밀고 있었고, 태상황의 병도 위중해서 문호 오빠를 돌아볼 여지가 없었기에 주명취는 눈물을 머금고 우문호를 포기했다. 그녀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었기에 몰래 사람을 시켜 정후부의 둘째 부인에게 접근해, 둘째부인이 정후에게 꾀를 전하게 하고 공주부에서 일이 터졌을 때, 주명취는 일부러 원경릉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처음엔 그저 황제가 체면을 중시하니 기껏해야 문호 오빠가 원경릉을 후궁으로
빠져들기 시작하다초어의는 이 날도 여전히 와서 우문호의 상처를 치료하며 이 봉합선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묻자, 탕양이 사람을 시켜 원경릉을 모시고 왔다.원경릉은 초어의에게: “이건 녹는 실이라 인체에 흡수되요, 실밥 빼낼 필요 없어요.”“녹는 실을 만들 수가 있습니까? 대단해요, 대단해!” 초어의는 감탄하며 말했다.우문호는 오히려 상당히 괴로워하며, “그 말은 앞으로 이 실을 달고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거 아니냐?”“맞아요, 실 없으면 죽고 실 있으면 살죠.” 원경릉이 비꼬듯이 말했다.요 이틀간 같이 있는게 유쾌해서 자연스럽게 서로 웃긴 소리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서일은 초어의의 의술에 탄복하며 왕야의 상처를 치료하는 틈에 얼른 앞으로 나가 가르침을 청하며, “어의, 요즘 내 몸이 이상한데, 날 좀 봐줄 수 있겠습니까?”“서시위님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초어의는 겸손하고 온화해서 서일이 일게 왕부의 시위라고 함부로 보지 않는다.“요즘 계속 졸고, 머리가 멍한 게, 방귀가 잦고 냄새가 심합니다. 입냄새도 심하고 머리에 기름이 끼고 엉덩이에도 종기가 몇개나 났습니다. 어의, 이리 와서 내 종기를 좀 봐 주십시오, 특히 이게……” 말하며 어의를 병풍 뒤로 끌고 간다.원경릉이 바로 병풍 앞에 앉았는데 서일의 옷 벗는 소리가 들려 상당히 어색했다.우문호는 병풍 쪽으로 화를 내며: “서일, 당장 방에 가서 벗어.”병풍안에서 서일의 긴 방귀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리더니 막판에 거의 폭발음 같은 것이 울리며 순간 뚝 하고 그쳤다.“딱 이 냄새예요, 어의, 보세요, 저 무슨 병인가요.” 서일은 우문호의 열 받은 모습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어의는 코를 막고 밖으로 도망가며, “알았어요, 서시위, 무슨 병인지 알았습니다, 비허곤습(脾虛困濕)으로 비위가 약해지고 소화기능이 떨어진 것이니 돌아가서 이틀 치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냄새가 심해서 원경릉은 숨을 멈춘 채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탕양이 얼른 뒤를 따라 나오며 우문호는 기다시피
정후부의 초대진심으로 항복이다.천천히 시선을 넓혀, “그럼 어서 나한테 이혼장 써주면 되겠네, 나보다 더 예쁜 여인을 왕비로 맞으면 돼지.”우문호는 마음 속으로 열이 뻗쳤지만, “조만간 그럴 거야.”왕비 노릇하기 싫다는 것처럼 말하는데, 자기가 되겠다고 달려든 거 아닌가?우문호는 화제를 바꿔, “방금 탕양 말이 정후부 사람이 다녀갔다 던데.”“너 계속 거기 앉아 있을 거야?” 우문호는 어쩔 줄 모른다.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왕야가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아서, 왕비의 책임을 다하도록 여기서 널 돌보겠다고 했어.”“누가 너한테 돌봐 달라고……” 우문호가 이렇게 말하다가 곧 뜻을 알아차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희 아버님 초조하신 가 보다.”“왕야 덕분이지,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것 같지만.”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화를 내며: “우린 비겼으니까 누구도 말 꺼내기 없기다.”“말도 못 꺼내냐, 왕야 너 켕기는 게 얼마나 많은 거야?”“원경릉!” 우문호가 일갈하며, 그녀의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보니 다시 마음이 약해서 말을 삼키고, “네 입을 꿰매지 못한 게 진짜 한이다.”원경릉의 눈이 아래를 향해, “봉합하게? 왕야는 내가 아직 완전히 숙련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너 지금 내 덕에 다 나았잖아?”우문호는 기가 막히고 창피하기도 해서, “이 일은 다시 거론하지 말자, 다시 거론하면 일가족을 멸할 줄 알아.”원경릉은 킥킥거리며, 바로 비꼬아 주려다 탕양이 다시 정후부 하인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봤다.“왕비 마마, 정후부 사람이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탕양이 말했다.원경릉은 살짝 눈을 들고, “무슨 일이야?”그 하인은 초왕을 보더니, 황급히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며, “소인 왕야를 뵙습니다, 왕비마마를 뵙습니다.”“무슨 일이냐?” 초왕이 무거운 얼굴로 물었다.하인은 이런 엄숙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를 듣고 이빨을 덜덜 부딪히며, “예…… 후작 나리께서 소인에게 마마께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