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의 결과, 자금탕을 마시게 된 원경릉원경릉은 꿈인지 생신지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로 약상자를 침대 밑으로 밀어 넣는 순간 약상자가 사라졌다. 이번엔 잠깐 숨을 멈추고 기다렸다가, 손을 뻗어 침대 밑을 더듬어 보니 진짜 아무것도 없다. 와들와들 떨며 침대로 기어 올라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최근 들어 벌어지는 사건은 그녀의 의식 범주를 넘어서는 일로 전문지식과 비전문지식을 전부 동원해도 답이 안 나왔다. 인류는 미지의 사건을 조우하면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지금 그녀가 그렇다.“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고개를 들어 돌아보기도 전에 차가운 기운이 사방을 에워 싸며 머리가 지끈하다 하더니 원경릉은 그만 침대에서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짐 앞에서 죽어가는 척을 해? 당장 가서 죽어버리던지, 아니면 옷 갈아입고 짐과 입궁하도록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 서릿발 같은 목소리가 정수리에 꽂히며 거칠게 몸을 뒤집힌 원경릉은 등의 통증에 전신에 경련을 일으켰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데 무쇠 같은 손이 원경릉의 턱을 으스러뜨릴 듯 쥐었다. 고통에 찬 그녀의 눈동자와 광분한 초왕의 눈이 마주쳤다. 냉혹하고 매서운 얼굴은 가릴 수 없는 경멸과 증오로 가득했다, “경고하지. 여우 짓은 그만 두는게 좋아, 만약 다시 한 번 태후 마마 앞에서 그 간사한 혓바닥을 놀렸다간, 아주 숨통을 끊어버릴 테니까.”원경릉은 고통이 극심한 나머지 울분이 차 올랐다. 인간의 생명이 이 사람들 눈에는 한 푼어치의 가치도 없는 것인가? 상처가 이렇게 심한 사람을, 그마저도 가만 놔둘 수 없다는 말인가.그녀는 전신의 기력을 쥐어 짜내 머리를 늘어뜨리고 무릎으로 바닥을 짚으며, 머리로 힘껏 초왕의 얼굴을 들이 받았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최후의 일격을 가한 셈이다.초왕 우문호는 원경릉이 반격할 거라 상상도 못했고, 머리로 들이받는 바람에 피하지 못해 눈 앞이 번쩍하며 어찔했다.원경릉 자신은 다 죽어가면서도 이를 악물고, 초왕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틈에 그의 손
원경릉의 입궁약을 마시고 원경릉은 속이 따듯해 지며 한결 편안해 졌다.“왕비 마마, 궁에서 돌아오시면 천천히 몸조리 하실 수 있게 쇤네가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우선 잠시라도 눈을 좀 붙이세요.” 기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은 눈을 감자 머리 속에 폭죽이 끊임없이 터지는 것 같고, 과거에 들었던 말이 귓전에 울렸다. “미워한다고? 당치도 않은 소릴. 짐은 네가 혐오스러워. 짐의 눈에 너는, 더러운 벌레만도 못한 존재야. 사람을 증오심에 불타게 한다고. 아니면 짐이 약의 힘까지 빌려 너와 합방할 필요도 없었겠지.”초왕 우문호의 목소리다, 원한과 증오가 가득 찬 이런 매정한 말을 그녀는 난생 처음 들었다.누가 귓가에서 엉엉 울고 있다, 머리 속의 폭죽이 터지더니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선혈로 변한다.점점 모든 것이 차분해 진다.마치 머리 속에 수천 수만 개의 어지러운 선들이 전부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은 느낌이다.통증도 점점 사라졌는데, 정확히 말하면, 사라진 게 아니라 느낌이 없어졌다.원경릉은 눈을 떠 녹주가 침대맡에 서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움찔거렸다.“왕비 마마, 좀 어떠세요?” 그녀가 눈 뜬 것을 보고 녹주가 서둘러 물었다.“안 아파.” 원경릉이 쉰 소리로 대답했다.그렇다 아프지 않다. 하지만 전신에 감각이 없는 것은 공포 그 자체다. 원경릉은 손을 뻗어 볼을 꼬집어 보았다. 역시 아무 느낌도 없다.이건 마취약보다 효과가 강력하다.“일으켜 드리겠습니다, 옷을 갈아 입으실 게요, 안 그러면 왕야께서 노하십니다.” 녹주는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고 기상궁도 마침 옷을 가지고 밖에서 들어온다. 기상궁을 원경릉에게 “어서 옷을 갈아입으세요, 왕야께서 서두르라 십니다.”원경릉이 감각없이 서있자 두 사람은 속옷을 벗기고 새 옷을 갈아 입힌다. 상처를 꽁꽁 싸매도 그녀는 아무 느낌이 없다.옷을 갈아 입고 구리 거울 앞에 서자, 원경릉은 비로소 거울에 비친 사람을 훑어봤다.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가 희며, 길고 구부러진 속눈썹 아래 생기라곤 전혀
입궁하는 길, 우문호가 증오하게 된 사연반 주먹 정도 크기의 그 작은 함은, 다름 아닌 침대 밑에서 사라진 약 상자였다.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약 상자가 왜 작아졌고, 어떻게 소매 속에 들어 있는 거야?원경릉의 마비된 몸에 일순간 소름이 끼쳤다.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원경릉은 얼른 약 상자를 다시 소매속에 감췄다.“소인이 왕비 마마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녹주가 그녀를 부축하며, “왕야께 부탁드렸어요, 마마님과 입궁할 수 있게요.”원경릉은 마음이 혼란스러워 녹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고,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갔다.아치형 문을 지나 회랑을 돌아 이리저리 걸어간 끝에 앞마당 입구에 도착했다.마차는 이미 문 앞에 대기해 있고, 우문호는 마차에 타지 않고, 검은 준마를 타고 있다. 연 보라색 옷을 입고, 금옥 관모를 썼는데 얼굴빛이 날씨처럼 어둡고 눈은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 그녀를 힐끗 보더니 싸늘하게: “얘들아 가자.”“왕야, 소인도 같이 입궁해도 될까요?” 녹주는 염치 불구하고 대뜸 물었다. 우문호는 녹주를 쏘아보더니: “그러든지, 태후께서 합방 건을 묻지 않으시게, 네가 있는게 나을지도 모르겠구나.”초왕부 입구에 입궁을 돕는 하인만도 십여명으로 그 중엔 가신 탕양도 있었다. 우문호가 그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원경릉이 난처할까 배려해서가 전혀 아니다.원경릉은 무표정했다. 얼굴 근육이 굳어서 아무리 난처해도 난처한 표정조차 지을 수 없다.녹주는 원경릉이 마차에 오르도록 부축하고 마차 창문 발을 내리는 찰나, 우문호의 이글거리는 증오의 눈빛과 초왕부 하인들이 꼴 좋다며 원경릉을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챘다. 원경릉은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귓가에 우문호의 말이 쟁쟁 울린다.몸의 원래 주인은 이쁘게 생겼는데 도대체 얼마나 그녀를 싫어했길래 약을 먹고서야 겨우 합방을 할 수 있었던 거지?이게 몸의 원래 주인에게 얼마나 큰 모욕이었을까?과연 죽음을 선택할 만 했다.마음을 안정시키는
우문호의 정인을 만나다마차는 우문호의 지휘아래 곧장 궁문으로 들어갔다. 원경릉은 지금 황궁에 호기심이 전혀 없고, 오직 휘날리는 마차의 창문 발 틈으로 한없이 긴 궁궐길과 궁궐의 붉은 담장만 보일 뿐이다.멀리 내다 볼 수 없지만 이따금 높은 누각이 눈에 들어 왔다. 금과 비취가 오색찬란하고 유리로 된 기와에 햇빛이 미끄러진다. 마차가 멈추고 원경릉은 심호흡을 한 뒤 녹주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렸다.햇살이 궁궐의 붉은 담장에 내리쬐는 가운데, 멀리 금빛 유리 기와가 반사하는 빛에 그녀는 빛에 닿으면 사라지는 유령처럼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빛을 가렸다.우문호도 말을 내려 마차와 말을 여기에 두고 걸어 갔다.소운전(霄雲殿) 밖에 도착하자 녹주가: “왕비 마마, 소인은 안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원경릉은 소운전이 태상황이 거처하는 곳이라, 밖에 이미 각 황자와 공주부에서 온 하인과 노비로 가득한 것을 보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한 걸음 한 걸음 우문호를 따라 들어갔다.초목이 무성한 정원을 지나 정전으로 들어서자, 안에 서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원경릉을 쳐다 보는데 하나같이 화려한 옷차림에 위엄 있는 얼굴이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몸의 원래 주인이 남긴 기억에 의존했다.푸른 비단 옷을 입고 숙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은 기왕(紀王) 우문군(宇文君)으로 황제인 명원제의 장자다. 나이는 서른 살, 진비(秦妃)의 소생으로 마후(馬侯) 대감의 적녀를 아내로 맞아 마씨와 진비가 현재 우문군의 세력으로 슬하에 자식 둘을 두었다. 위왕(魏王) 우문위(宇文蔚), 손왕(孫王) 우문두(宇文杜), 주왕(周王) 우문안(宇文安) 모두 왕비와 자녀들을 데리고 입궁해 있었다.왕야들은 그저 가볍게 목례만 나눌 뿐 말이 없어 분위기는 시종 무거웠다.원경릉은 옆에 서 있는 우문호의 몸이 갑자기 경직되는 것을 느끼고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들이 모두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한 쌍의 부부가 정전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남자는 대략 18~19살쯤 되
임종을 앞둔 태상황원경릉은 고개를 들어 주명취의 온화하고 따스한 눈빛을 바라봤다.“앉아서 좀 쉬는 게 어때요?” 주명취가 물었다.원경릉은 고개를 흔들고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며, “괜찮아요, 고맙습니다.”제왕 우문경은 주명취를 자기 쪽으로 끌어 당기며 불쾌하다는 듯이 원경릉의 얼굴을 흘겨보고 주명취에게: “저런 사람을 왜 신경 써?”주명취는 제왕의 곁으로 돌아가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담담한 눈빛으로 조용히: “모두 한 가족인 걸요.”“당신은 너무 착한 게 탈이야.” 제왕은 주명취의 손을 잡고 둘이 나란히 서니 선남선녀가 따로 없다.이 순간 원경릉은 무시무시한 냉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바로 우문호에게서 이다.자신의 정인이 다른 남자 곁에 서 있는데 가슴이 미어지고 화가 치미는 것도 당연하다.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했다. 내전 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모두 놀라 일제히 내전 쪽을 쳐다봤다.발이 걷히고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듯한 내시감이 나왔다. 울어서 눈은 부어 있고 얼굴빛이 처연하다. 꽉 잠긴 목소리로, “황상께오서 유지를 남기시고자 하오니, 비빈 마마, 왕야, 왕비는 드시지요.”이 사람은 태상황의 시중을 든 지 45년 째인 이태감이다.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이태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는데, 발소리를 죽이고 숨소리도 거의 내지 않았다.원경릉은 우문호 뒤에 서서 현기증이 나지 않도록 애썼다.태상황의 곁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태후와 황제는 침대에 앉아 있고, 황후도 한 쪽에 지키고 섰다. 태상황의 형제인 분봉왕들도 모두 어제 입궁하여 계속 침상을 지키고 있다.궁중의 거의 모든 어의가 전부 와서 엄숙한 표정으로 두 줄로 서있다.원경릉이 슬쩍 보니 금색 휘장이 말려 올라가 있고, 박달나무로 만든 큰 침상에 초췌한 노인이 높은 베개를 베고 누워 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쉬니 입이 마치 검은 동굴 같고 눈두덩이가 푹 꺼졌다. 곡소리는 태후가 낸 것으로 침대맡에 앉아 있는 그녀의 헐렁한 연보라 빛 겉옷이 그녀를
태상황은 힘겹게 눈동자를 굴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앉아 있는 수 많은 자들을 보았다. 그는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힘에 부쳐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애써 아쉬움의 한숨을 내뱉었다. 원경릉은 이들이 무릎을 꿇고 태상황의 임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막 그 곳에 들어왔을 때, 태상황은 이미 임종의 문턱에 서 숨을 거두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태상황을 가까이서 보니 이상하리만큼 뱉는 숨이 힘있고 거칠게 느껴졌다. 아마 어의들이 금방 약을 투약한 효과인 것 같았다. 태상황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병세가 심해져 풍병도 앓았다. “지금은 이렇습니다. 아마 심부전증인 것 같습니다만”심부전, 호흡곤란……그녀의 약 상자 안에 도파민이 들어있었다. 원경릉의 머릿 속이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말도 안되는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세상 그 누가 그녀를 믿고, 그녀에게 황제의 병을 고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그녀는 태상황이 그녀의 눈 앞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는 그를 치료했던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15분 정도 무릎을 꿇고 있었더니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이내 몸이 마비된 탓에 무릎을 꿇는 자세가 어색하고 뻣뻣해졌다.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불편해도 무릎을 꿇은 채 버티고 있었지만, 상처는 더욱 벌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그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엔 거짓없는 슬픔이 보였다. 황실 안에는 혈육간의 정이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실속 없어보일까봐 마음을 숨기는 것이다. 명원제와 어병원의 원판이 나가더니 커튼 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원경릉은 어렴풋 그들의 대화를 몇 마디를 들었다. 명원제가 태상황의 상태가 호전된 것을 보고, 약을 다시 써야하는게 아닌지 원판에게 물었으나 원판은 태상황이 호전된 것은 임종 직전에 잠깐 정신이 돌아온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명원제가 다시 자리로 돌
명원제의 넷째 아들 우문안 내외가 들어간 뒤 그 바로 다음이 우문호와 원경릉이었다. 원경릉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결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초왕, 초왕비 들어가시오”상선이 말했다.원경릉이 우문호를 따라 일어섰다. 우문호는 앞장서서 장막을 열어 젖히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우문호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어 앉았다. 원경릉도 그의 뒤에 무릎을 꿇고 앉음과 동시에 신속하게 약상자를 꺼내어 내려놓았다. 약상자는 땅에 내려놓자마자 커졌다. 원경릉은 약상자가 왜 이러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빨리 마취제를 꺼내 주사기에 주입했다.슬픔에 잠긴 우문호는 그녀의 이러한 행동도 알아채지 못한 채, 목이 메어 소리 쳤다. “황조부……”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아채자, 그는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원경릉을 바라보았고, 원경릉은 빠르게 그의 팔 안쪽 혈관에 약을 주사했다. 그의 깜짝 놀란 눈동자에 한순간 분노가 가득 찼다. 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다 됐다’하며, 우문호의 손을 놓고 고개를 돌렸다. 원경릉은 장막 밖을 의식하듯 큰 소리로 말했다.“황조부, 손자며느리가 절을 올립니다.”마음속으로 일초, 이초, 삼초……우문호는 퍼지는 약기운에 점차 몸이 축 늘어졌지만, 두 눈은 더욱 휘둥그레졌다. 원경릉은 놀랐다. 케타민은 사람을 빠르게 마취 상태로 만들어 의식을 잃게 한다. 하지만 우문호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태상황 역시 이 상황이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고, 풀린 눈으로 천천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원경릉은 계속 태상황에게 문안을 드리는 말을 이어하며, 주사기를 꺼내 포도당과 도파민을 희석시켰다. 그리고 태상황의 소매를 걷어 올려 정맥을 찾은 뒤 몸을 숙여 그의 귓가에 말했다. “태상황, 두려워 마세요. 제가 꼭 살려드리겠습니다.”태상황이 키우는 강아지 푸바오가 원경릉이 바늘로 황제를 찌르는 것을 보고 짖어대기 시작했고, 원경릉은 밖에 있는 사람들이 놀랄까봐 급히 목소
마취제의 양이 많지 않아 우문호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원경릉이 그의 옆에 앉아 시중을 들던 나인들을 모두 내보내자 궁전은 아주 조용해졌다.강철 같은 손가락이 그녀의 목을 옥죄었고, 그녀는 숨을 쉴 수 조차 없었다. 우문호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야수처럼 살기 띈 눈빛으로 읊조렸다. “감히 네가 황조부를 독살하려고 해?”원경릉의 머리는 들려있었고, 눈알은 핏줄이 터질 것 같이 충혈되었다. 그녀으 얼굴이 순식간에 검붉은 색이 되었다. 그녀는 힘겹게 그에게 말했다. “왕야, 고개를 숙여 보시옵소서.”순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우문호의 허벅지 살을 꿰뚫었다. 그 바늘에는 액체가 들어 있는 작은 관이 있었다. “당신이 나를 목 졸라 죽일 수 있지만, 내가 죽기 전에 당신이 먼저 죽을테니, 제 말을 먼저 듣는게 좋지 않겠습니까?”원경릉은 힘겹게 말하면서도 강인한 기개를 보였다. 그러자 그의 손이 천천히 풀어졌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더욱 분노로 휩싸였고, 일그러진 그의 고운 얼굴이 분노를 애써 참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이봐, 무슨 독약을 쓴거야?”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그녀가 이런 독약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녀를 얕잡아보다 큰코 다친 기분이 들었다. 원경릉은 바늘을 뽑으며 비꼬듯 웃었다. “제가 궁에서 태상황을 독살하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말해!” 우원호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원경릉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독이 아니라 약입니다. 태상황의 병세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단지 태상황을 구하려고 했을 뿐 입니다.”우문호는 냉소를 지으며 살벌한 기색을 보였다. “내가 세상에 둘도 없는 의술의 신과 결혼 했다는 것을 몰랐네.”라고 비꼬며 그녀의 손을 강하게 이끌었다. “당장 나와 함께 아버지에게 가서 너의 죄를 고하렸다.”그는 원경릉을 강하게 끌어당겼고, 그녀는 그의 강철같은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끌려 갔다. 몇걸음을 끌려갔을 때 원경릉이 말했다. “좋소. 내가 가서 죄를 고하겠습니다. 허나 나는 주명취
냉정언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의원을 부르지 않은 것이냐?" 역 일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돈이 없다고 하셔서 해열에 좋은 약초를 조금 달여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을 부르고 진료하고 약을 짓는 데에는 모두 돈이 필요했지만, 역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없었다. "오계부의 부승이 상경하여 직무를 보고하러 왔는데, 돈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냐?" 냉정언이 놀라서 물었다. "나리께서 돈이 든 보따리를 도둑맞았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온 것이냐?" 냉정언이 물었다. "예. 관속이나 아전도 없이 혼자입니다." 경성과 꽤 멀리 떨어진 오계부의 부승이 그 먼 길을 수행 인원도 없이 홀로 와, 직무를 보고하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었다. 원경릉이 말했다. "내가 확인하겠소." "부인께서 의원이십니까?" "그렇다. 길을 안내하거라." 원경릉이 답했다. 역 일꾼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북당에서는 여인이 의술을 익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황후가 의학원을 세운 이후, 해마다 여인들이 입학하여 의술을 배우고 있었다. 우문호가 미색을 돌아보자, 미색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챙겨 들고, 역 일꾼의 안내를 받아 한 객실로 향했는데, 문이 세게 잠겨져 있었다. 일꾼이 문을 두드렸다. "제 대인, 제 대인.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하지만 방은 일꾼의 부름에도 여전히 잠잠했다. 이내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기침을 하다,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마." 말이 끝나자,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문이 열렸고, 솜으로 만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핏발이 선 눈만 드러낸 관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문턱을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이번 순행에 서일이 동참하면서 사식이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여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원가에서 사식이가 서일과 함께 순행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원가는 서일 부부가 3년이든 5년이든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해주었다. 그 역시 아이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터라 기뻤다.탕양도 순행에 참여했으나, 그의 부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색 또한 당연히 회왕을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태비도 흔쾌히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아이도 다 컸으니 힘들게 돌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게 순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경릉은 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왕부의 노인들이 걱정되었다. 비록 삼대 거두는 여행을 떠난 상황이긴 하지만, 숙왕부에는 아직 흑영 어르신들이 계셨다. 그리고 안정을 찾은 추 할머니마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온갖 걱정에 흽싸인 원경릉 때문에 오히려 원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성가시다고 느꼈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편히 놀러 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냐? 내가 있지 않느냐?"그 말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껴안으며 웃었다."맞아요. 제가 몸이 열 개라도 할머니는 못 이길 테니까요!"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비록 황후라고 해도, 숙방부에서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주사기를 꺼낼 때 뿐이지만, 원 할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서, 틈만 나면 사람을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 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약이 한가득 담긴, 원경릉의 약상자에는 없는 귀한 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약들은 수토불복, 고
조사가 끝난 후, 목을 쳐야 할 자는 목을 치고, 옥에 보내야 할 자는 옥에 보냈다. 그리고 오씨가 챙긴 돈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되었다.우문호는 신하들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탐관오리를 금지하고 청렴을 장려하는 법을 내렸으며, 부정부패 전담 조사 관아를 설립해 전국을 조사하라 명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시에 그는 신하들의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예전엔 나라가 가난해 관리들의 봉급이 적었지만, 이제는 나라도 번영하고 산업이 활성화되었으니 함께 잘 살아야 할 때다." 봉급을 높이면 부정부패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조회가 끝난 후 우문호는 수보와 친왕들을 불러 오래 전부터 품어온 생각을 털어놓았다."과인은 순행하고자 하오!"나라가 태평하지만 황제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왕과 태자 시절에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점점 백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었고, 공무를 핑계로 원 선생과 북당 전역을 둘러보고 싶었다.냉정언이 적극 찬성하며 말했다."상소문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은폐된 사실, 억울한 사건,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옳은 말이네." 우문호는 최근 냉정언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냉정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하지만 아직 각지에 위험한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안전을 위해 소신이 대신 가는 것이..."그러자 우문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수보의 말도 일리 있지만, 참 뻔뻔하구먼!" 그러고는 어명이 적힌 서찰을 건네며 덧붙였다."함께 순행할 명단이니 반포하시게!"냉정언은 자기가 제외될 줄 알았으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소신도 갈 수 있습니까?""가시게. 국정에 큰일이 없으니 내각에서 처리할 수 있네. 새로 양성한 인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상산명이
제3365화공주가 웃으며 말했다."그 도적이 내 손을 만지긴 했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부마께서 그의 손을 잘라버렸으니!”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싸늘한 눈빛을 내뿜는 이리 나리를 올려다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이리 나리의 성격으로는 공주를 잡아간 자의 손만 자른 것이 아니라 고깃덩이로 만들어도 모자랄 텐데…'"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어머님께서 아시면 걱정하실 테니, 이 일은 밖에 알리지 말아 주시오."공주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효성이 지극한 그녀는 시어머니가 예전에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정말 너무 놀랐소."원경릉은 공주의 혈압과 심박수를 확인했고,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부마께서 분명 나를 구하러 오실 것이라 알고 있었기에, 하나도 무섭지 않았소."공주는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과 존경이 가득했다.평소 두 사람의 관계는 늘 이랬다. 그녀는 그를 존경했고, 그는 그녀를 아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리 나리의 눈빛에 평소와 같은 다정함 대신 어둡고 진지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아!"공주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안색이 곧바로 어두워진 이리 나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검을 뽑아 들었다. 원경릉은 그의 모습을 보며, 공부보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어쩌면 이리 나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공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이 말했다."그저 손톱이 부러졌을 뿐입니다."그제서야 이리 나리는 천천히 검을 내리고 착잡한 눈빛을 지었다."아, 그런 것이었소."원경릉은 다시 공주를 자리에 앉히고 몇 마디 나눈 뒤, 이리 나리를 향해 말했다."잠깐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공주의 곁을 떠나기 싫은 이리 나리가 입을 열었다."할 말 있으면 이곳에서 하거라.""그저 몇 마디면 되니, 밖으로 가시지요."원경릉이 재차 권했다.이리 나리는 공주를 힐끔 보고는 말을 덧붙였다."그럼 여기서 기다리시오. 어디 가지 말고."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의
공주는 결국 비틀거리며 땅에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눈앞의 광경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비단 망토 하나가 날아와 그녀의 얼굴과 머리를 덮은 덕분에 그녀는 이 잔인한 장면을 보지 못했다.이내 그녀는 익숙한 품속에 안겼고, 그는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공주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비단옷이 떨어지자,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고, 얼굴에 묻었던 피는 이미 닦여 있었다.그녀가 상황을 제대로 보기도 전, 그는 비단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미색아!"이리 나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러자 미색이 곧바로 공중에서 날아와, 이리 나리의 손에서 공주의 손을 뺐다."가시지요!"혈전과 살육이 난무하는 가운데, 미색은 공주를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덕분에 공주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광경을 보지 못했다.물론 서방인 이리율의 싸늘하고 무서운 표정마저도 말이다. 오 씨는 곧바로 붙잡혔고, 그와 함께 있던 녹림의 도적들은 반항을 한 죄로 모두 살해되었다. 그들은 조용히 목숨을 잃었고, 대부분 검으로 한 번에 숨을 거두었다.오직 오 씨만, 이리율의 손에 넘겨졌다.한 손이 잘린 오 씨는 염라대왕과도 같은 이리율의 모습을 보고, 벌벌 떨며 무릎을 꿇었다."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하지만 이리율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훼천, 멸지, 오늘 너희의 검을 써야겠구나."그러자 두 자루의 검이 동시에 이리 나리에게 던져졌고, 이리 나리는 검을 받아 들자마자 바로 휘둘렀다. 검이 내뿜는 싸늘한 빛에 오 씨는 겁을 먹고 뒤로 기어갔다.검이 번쩍이자, 오 씨의 또 다른 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렀고, 이리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검을 동시에 휘둘러, 오 씨의 두 발을 깔끔하게 잘라냈다.오 씨는 비명을 지르다, 기절할 뻔했다.이리 나리는 여전히 두 검을 휘두르며, 오 씨의 가슴과 배를 찔렀다. 검은 그의 몸을 관통했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이리 나리는 훼천과 멸
한편, 낭당산에서 공사를 담당했던 오 씨는 도적 무리와 함께 술을 마시며,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있었다.오 씨는 난폭하고 독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도적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정에서 산적들을 단속하기 시작하자, 바로 도망쳐 살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얌전히 지내겠다고 맹세하며 관아의 눈을 피해 살아남았지만 그의 잔인한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법에 맞지 않는 일들을 많이 해왔지만, 용케도 파장이 크지 않아, 관아의 눈에 띄지 않았다.그는 더 이상 남들처럼 일로 돈을 벌고 싶지 않았고, 큰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공주를 납치하였다."형님, 돈을 받고 정말 공주를 놓아줄 셈입니까?"술을 한참 마시다가 그의 부하가 물었다.오 씨는 묶여 있는 공주를 차가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먼저 데리고 다녀야지. 방서를 붙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경성을 떠나자마자 죽여버릴 것이다!"공주는 몸도 묶여 있고 입도 막혔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부림치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리 나리가 반드시 자신을 구하러 올 것임을 믿고 있었다.그녀는 이 일을 조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공주는 애써 가냘파 보이려 노력했다. 연약한 척해야 도적들이 그녀를 해치려는 순간 반격할 수 있었다. 무예를 배웠으니, 도망칠 기회도 있을 것이지만 지금은 적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있어야 했다.오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다들 오늘 술 한 잔 마시고, 내일부터 보초를 서야 하네. 이리율이라는 자는 아주 소식을 얻는 것에 능한 자이네. 아마 이틀이 지나면 이곳에 찾아올 것이니, 미리 함정을 설치하고, 그자의 부하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네. 그래야 순순히 돈을 내놓을 것 아닌가? 우린 곧 떼돈 버는 거네."녹림의 도적들은 모두 일어나서 환호했다."오 대감 덕분에 우리가 돈도 벌고 좋소! 자, 마십시다!"술이 끊임없
이번에는 공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공부는 호국사가 다른 지역의 승려들을 수용하고, 불법을 교류할 수 있도록, 호국사의 재수리와 확장을 맡았다. 조정은 불법을 널리 알려, 번화한 성시에서 점차 불안정하고 공리주의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려 했다.여러 공사를 외주로 맡겨야 하고, 호국사 수리도 큰 공사가 아니기에 외주로 진행하였다.민간에서 공사를 맡은 일꾼들은 대부분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호국사 일로 공부시랑과 연락한 자는 모두 과거에 도적 출신이었다.공부가 공사를 외주로 진행하려 하자, 공부시랑은 몰래 뒷돈을 받아, 그 공사를 그런 그들에게 맡긴 것이었다. 호국사 수리 공사는 시작된 지 3개월이 넘었고, 주 사원 수리 외에도 옆에 새로운 사원이 건축되었는데, 그러다 며칠 전, 큰비가 내리면서 새로 지어진 사원이 결국 무너져버렸고, 몇 명의 일꾼이 깔려 죽기까지 했다.일꾼들은 공사 담당한 자가 외부에서 고용한 일용직이었기에, 그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일에 공사 담당자는 보상하지 않으려 했고, 사망자들의 가족이 난동을 피우다 호국사까지 찾아가 난동을 피우게 되었다.공사 담당자는 조정의 일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난동을 피우자 오히려 불같이 화를 내며 세 명의 가족을 때려죽이까지 했다. 그중 한 명은 심지어 임신한 여인이었기에, 두 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그 일로 인해 이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졌다.죽은 일꾼의 부인에게는 경조부에서 일하는 관리인 오라버니가 있었다. 그녀는 산에서 도망쳐 내려오자마자 바로 오라버니를 찾아갔고, 그녀의 오라버니는 즉시 경조부윤인 제왕을 찾았다.그 사건은 이렇게 드러나게 된 것이고, 경조부는 사원이 무너져 사람들을 압사시킨 일과 공사 담당자가 사람들을 죽인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이리 나리는 이 일에 비리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했다.하지만 공부 쪽에서 미리 소식을 건넨 탓에, 공사 담당자는 이미 도망쳐 숨어버린 뒤였다.공사 담당자는 몇 년 전 녹림에서 활
원경릉은 추 어르신이 영상도 편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추 어르신이 이곳에서 1, 2년 더 지내면, 얼마나 많은 기적을 창조할지 모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추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가이드가 영상 편집을 가르쳐주고 대신 편집해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가이드와 대화를 나눠보니, 어르신들이 곧 편집을 익힐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그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그리고 가이드는 추 어르신이 영상을 많이 찍는 이유는, 영상을 남겨 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을 덧붙였다.원경릉은 그 말에 매우 감동했다. 비록 희 상궁이 그들의 여행에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추 어르신이 희 상궁을 대신하여 여행에서 본 풍경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영상을 다운로드한 후, 북당으로 돌아가자마자 희 상궁에게 보여주었다.기쁨에 겨운 희 상궁은 나이가 많은 소요공이 아직도 정정하다며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그리고 그녀의 눈가에는 이내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추 어르신이 이 영상을 찍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추 어르신이 그녀에게 그가 본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희 상궁이 원경릉에게 말했다."밖으로 나가보면, 더 많은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네. 그의 몸이 그다지 좋진 않지만, 나는 그가 이번 여행으로 즐겁게 지내며, 그 덕에 건강해지길 바랄 뿐이네."그러자 원경릉은 그녀에게 분명히 그럴 것이라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가 풍경을 보고 돌아온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함께 늙어가며 오붓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궁으로 돌아오자마자 원경릉은 환타가 상을 받은 이야기부터 꺼냈다.그 소식에 우문호는 흥분을 금치 못했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그리고 원경릉은 그에게 소요공의 영상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부러웠던 그는 퇴위한 후, 그들처럼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다.잠시 후에 원경릉은 란오의 약을 개량한 3세대 약을 가져왔다.다섯째는 약을 주사한 후, 살짝
전화를 끊은 후에도 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사실 그녀 마음속에는 늘 자식이 대학에 가서 지식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집념이 있었다. 지식은 끝이 없으니,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더 열심히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아이들이 대학 생활을 경험하기를 바랬다. 대학 생활은 반드시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 다채로운 시간이 될 것이고, 이런 인생 경험은 그들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환타가 받은 상은 국제적인 대회의 상장으로, 그의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 된다.그는 벌써 자신의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었다.좋은 소식에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던 원경릉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올 수 있는 일요일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들과 함께 식사하며 축하해주기로 했다.그렇게 며칠 후, 식당에 앉아 그녀는 두 아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들은 이란성 쌍둥이었기에 비슷한 외모를 가졌지만, 떡들처럼 쏙 빼닮진 않았다.환타는 교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깨끗하게 세탁된 하얀 옷 덕분에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해 보였다.그리고 점잖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으며, 눈빛도 맑고 순수했다. 그의 외모를 보면, 그가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두 형제의 성격 또한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차이점이 있었다.칠성은 차가운 외모를 가졌지만, 마음은 따뜻한 아이다. 친해지기 전에는 쌀쌀맞게 구는 듯 보일지 몰라도, 친해지면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환타는 차분한 성격이라, 일을 급하게 하지 않는다. 그는 아직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어 가족 외의 다른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하지만 가족과, 집안 어르신들 앞에서는 그는 항상 따듯했다. 활발하고 장난도 치며, 농담도 하고, 가끔은 애교도 부렸다.가족과 외부의 구분이 매우 철저한 편이었다.그녀는 그런 두 아들을 바라보자, 순간 앞으로 그들이 그들만의 무대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식사를 마친 후 잠깐 함께 쇼핑하며 학교로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