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는 그만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소이연이 자신에게 키스할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루카스는 갑자기 심장이 떨려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낯선 여자가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하고 싶은 대로 놔두다니! 그의 눈은 가늘어졌고, 눈빛에 정욕은 사라지고 차가움만 남았다. 그는 입을 벌렸다. 그는 소이연을 이렇게 쉽게 놓아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소이연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아파......” 열정적으로 키스하던 소이연은 순식간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녀는 루카스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부드럽고 여성스러웠다 순정적이면서도 뜨거웠다. 빌어먹을 여우 같은 여자. 루카스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육체적 고통은 참을 수 있지만 심적 고통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있는 힘껏 그녀를 밀어냈다. 그녀의 여린 얼굴과 반짝이는 입술에 맺혀 있는 선홍색 피가 뒤섞인 모습은 남자들은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런 모습에 루카스는 괜히 화가 났다. 이런 여자에게 유혹당하는 것은 그의 인생에서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는 여자 때문에 자신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의 여자친구에게서조차 그는 이런 충동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는 소이연의 입술을 꽉 눌렀는데, 소이연은 반항하지 않고 여전히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가락에 눌린 그녀의 작은 입술이 손가락 사이로 튀어나와 더 귀여워 보였다. 루카스는 무시했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녀의 모든 모습을 차갑게 무시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닦았다 그 매혹적인 촉촉함과 고혹적인 피를 매섭게 닦아냈다. 소이연은 눈을 찌푸리고 눈물을 글썽였다. 루카스의 손가락에 입술이 눌려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입술이 따끔따끔 아파왔다. 루카스는 자신의 불만족을 표현한 후에야 소이연의 입술이 자신의 무례함 때문에 더욱 붉어지고 부어올랐다는 것을
육현경……! 멍한 눈빛을 하며 소이연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생각이 났다. 그는 육현경이 아니라 루카스라는 것을 말이다. 그냥 뒷모습이 너무 비슷할 뿐이였다. 단지 그녀가 육현경을 너무 그리워하고 그리워해서 착각했던 것이었다. 소이연은 소리 없이 눈물을 너무 흘려 베개를 다 적실 정도였다.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루카스는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그가 그녀를 밀어냈을 때 그녀의 상처받은 눈빛과 슬픈 표정은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온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이 여자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에게는 분명 무엇인가 있다. 아니면 연기일 뿐인 건가? 이것이 연기라면 그녀는 정말 아카데미 영화제의 수상자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가 소이연에게 속은 것도 당연한 일이 된다. 루카스는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애쓰다가 갑자기 간이침대에서 일어나 소이연을 돌아보았다. 어두컴컴한 가운데 그녀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선명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녀가 힘들어하며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루카스는 이불을 젖히고 소이연의 앞으로 갔다. 소이연은 눈을 움직여 그를 본 듯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진정된 것 같았다. 소이연의 모습은 방금 자신 앞에서 통제 불능이 된 여자와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루카스는 말했다. "잠깐이라도 더 자.” 소이연은 계속 그를 쳐다보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같은 말 또 하게 하지 마.” 루카스가 협박하듯 말했지만 소이연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루카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 여자는 정말 침착했다. 그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덥석 안았다. 소이연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지만 그를 차마 밀어내지는 않았다. 마치 버려진 고양이처럼 온순하게 굴었다. 그러자 루카스의 마음도 왠지 누그러졌다. 분명 거칠게 그녀를 안아 침대 위에 올려놓았지
날이 밝았다. 소이연은 눈을 떴다. 병실에서 들리는 소음에 잠이 깼다. 그녀는 눈꺼풀을 움직였는데, 오랜만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항상 잠을 잘 자지 못했고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어 했다. 그런데 오늘은 침대에 누워 더 자고 싶은 기분이 막 들었다. 게다가 그녀는 어젯밤에 정말 잘 잤다. 분명히 오랫동안 편안하게 잘 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멍하나 눈을 뜨고 흰 가운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알고 보니, 의사들이 회진하고 있었다. 담당 의사가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었고 의사의 질문에 그녀는 대답했다. 의사도 별말 없이 돌아서서 수련의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그때, 간호사가 들어와 체온을 재면서 물었다. "남자친구랑은 화해했어요?” 소이연은 그때서야 루카스가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의사들이 회진을 돌 때 방해받는 것이 싫어 이불로 자신의 몸을 전부 덮어 버렸다. "저는 두 분이 싸운 줄 알았어요. 어젯밤에 남자친구께 일부러 간병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투덜거리면서 알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소이연 환자분 남자친구 성격이 좀 있어 보이긴 하는데, 소이연 환자분께는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입원 수속을 밟으면서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다른 질병 같은 건 없는지 계속 물어보셨어요......” 소이연은 루카스가 갑자기 그녀가 죽을 까봐 안아주었다고 생각했다. "체온은 정상인데, 의사 선생님께서 혈액검사를 하는 게 안전하다고 하셨어요." 간호사는 의사의 말을 전하며 그녀의 피를 뽑았다. 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아프지는 않았지만 주사를 맞고 피를 뽑는 것이 조금 두려웠기에 참지 못하고 그만 옆을 잡았다. 그녀는 뭘 잡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힘을 세게 주었다. 다행히 간호사는 능숙하게 피를 채혈했다. "살짝 누르고 있어야 피가 안 나와요.”간호사가 신신당부하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간호사는 미소를 지으며 병실을 나갔다
소이연은 신이 사람을 만들 때 불공평하게 만들었 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이연은 흐트러진 그의 모습조차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경고하는데 지금부터 작은 소리조차 내지 말고, 내 잠을 방해하지 마!” 루카스는 짜증을 마구 냈다. “내가 이러다 죽겠네!” 소이연은 루카스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침에 당연히 잠에서 깨는 일이 뭐가 그렇게 화가 날 일은 아니지 않나? 그녀도 잠에서 깼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소이연은 어젯밤 루카스가 거의 잠을 못 잤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어젯밤에 쉴 새 없이 그에게 매달려 손발을 꾸물거리며 잤기 때문에 아무리 인내심 강한 남자라도 충분히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루카스는 밤새 그것을 견뎠다가 아침이 밝을 때까지 참고 버티다가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잠에 들자마자 의사들이 회진을 돌러 병실로 들어왔기에 그는 또 다시 인내하며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두 번 다시, 절대로 이런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다! 루카스는 이불을 덮고 잤다. 소이연은 루카스의 말투와 행동에 기분이 상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휴대전화만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어젯밤 정말 잘 잤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심지어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고 자는 것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훨씬 더 편안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때 그녀의 심장이 살짝 떨려왔고 소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이 사람을 안고 잤을 뿐인데 지금 이렇게나 잘 자다니...... !"왜 쳐다봐! 내가 당신 눈을 아직도 멀쩡하게 놔두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루카스는 다시 한번 짜증을 냈다. ‘나도 더럽고 치사해서 안 봐!’소이연도 순간 욱 하며 심한 말을 내뱉고 싶었다. 이 남자는 정
심문헌의 카톡 메시지는 빠르게 왔다. "소이연 씨, 어디예요? 왜 호텔에 없나요? 호텔 직원한테 들었는데, 어젯밤에 병원에 갔다면서요, 근데 왜 쓰러졌어요?” 여러 질문들이 연달아 들어왔다. 소이연은 심문헌의 걱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 있는데 괜찮아요, 어젯밤에 잠깐 열이 났을 뿐이에요." 소이연은 답장했다. "어느 병원이에요? 금방 갈게요.” "곧 퇴원해요.” "그럼 제가 가서 퇴원수속 도와줄게요.” "퇴원 후 장안으로 돌아갈 거라서 괜찮아요.” "나도 마침 장안에 가려고 했어요. 당신과 함께요.” “..." 심문헌은 정말 모든 기회를 이용해 지칠 정 도로 달라붙는다. "이연 씨, 내가 같이 있게 해 줘요. 이연 씨 혼자 있는 건 걱정돼요." 심문헌은 끈질기게 말했다. 심문헌은 소이연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못 견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 끝났어요?" 소이연은 포기했다. 전에 심문헌이 왜 서울에 왔는지 몰랐고, 일부러 그녀를 보러 왔다가 쇼도 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심문헌 같은 전형적인 정치인이, 낙성보다 더 큰 정치의 중심지 서울에 와서 서울의 정치인들과 관계를 맺으러 온 것이지, 괜히 서울에 온 것이 아니었다. "일 끝났어요." 심문헌이 빠르게 답했다. "그럼 호텔로 가서 기다려요. 퇴원하고 호텔에 짐 가지러 갈게요.” "그런데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라고요? 방 번호 알려주면 안 돼요? 어제 접대하느라 속이 너무 쓰린데...... " 심문헌은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 "방 번호는 666호예요. 호텔에 가서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저한테 전화하라고 해요. 그리고 내 방 카드를 받고 방에서 기다려요.” "좋아요." 심문헌이 빛의 속도로 답장을 보냈다. 그의 계획은 성공했다. 소이연도 심문헌의 간사하고 교활함에 익숙해졌다. 결국 정치인들은 제멋대로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정오. 간호사가 그녀의 검사 결과를 가져왔다. 일반적인 바이러스 감
"허, 이제야 인정하는 거야?" 루카스는 드디어 해냈다고 생각했다. 소이연은 순간 숨이 막혀 막혀 얼굴이 붉어졌다가 창백해졌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건데?” 소이연은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 일은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말로 그를 이기지 못하기에 그녀도 사서 고생하고 싶지는 않았다. 루카스는 갑자기 당황했고, 소이연은 미간을 찡그렸다. 뭐야, 왜 말을 못 해? 이렇게 간단한 질문에 난처해하는 이유가 뭐지? "나, 소변이 급해.” 루카스는 화장실을 참으며 짧게 답했다. "소변이 급해서 방향을 잘못 잡은 거야?” "젠장, 난 잠에 취해있으면 안 돼?” 루카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왜 화를 내!" 소이연은 화가 났고, 루카스와는 정말 세 마디 이상은 나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루카스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신장이 좋지 않아?! 오줌 지리는 거 아니야?!” 루카스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외쳤다. "내 신장은 아무 문제없거든!” 그리고는 반대 방향에 있던 화장실로 들어가며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소이연은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에게 루카스와 다투지 말라고 말했다. 이론상 그녀가 루키스보다 6살 더 많으니, 어린 동생에게 화낼 필요가 없다. 그녀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심문헌이 몇 번이나 메시지를 보내며 재촉했다. 그녀가 호텔로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이라도 병원으로 달려올 기세였다. 화장실에서 나온 루카스는 그녀가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보며 물었다. "퇴원해?” "방금 의사가 괜찮다고 퇴원해도 된다고 했어." 소이연은 대답했다. 루카스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옷을 가지고 욕실로 가서 갈아입은 다음 그가 사 온 물건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는 많은 것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 사람은 정말 물건을 낭비하는 사람이다. 물론 소이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도 그 물건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도 옷을 갈아입으러 욕
소이연은 루카스와 함께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로 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낯선 사람과 있는 것처럼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호텔에 도착해서도 거리를 두고 차례대로 호텔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앞으로 두 사람은 절대 보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소이연은 666호실은 문 앞에 서서 방 카드로 문을 열려고 하자 그때, “서프라이즈!” 심문헌이 갑자기 문을 열며 외쳤다. 그리고 꽃잎들을 그가 공중에 흩뿌렸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평소 심문헌은 매우 점잖았고 정계에서도 엘리트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왜 점점 소이연 앞에서만 있으면 가벼워지는 것일까? 심문헌은 소이연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이런 거 싫어해요?” "싫어해요...” "그날 내가 산 꽃이 정말 낭비였다 생각해서 꽃잎을 한 잎씩 떼어서 퇴원 선물로 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심문헌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그 순간 소이연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화면 속 심문헌이 혼자 쭈그리고 앉아 조심스럽게 꽃잎을 떼어내고 있었던 것을 말이다. 소이연은 때때로 심문헌에게 좀 무심하게 대했다. "아픈 건 다 나았어요?" 그러자 심문헌이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소이연이 자신을 섭섭하게 했다는 것을 이미 다 잊은 듯했다. 이럴 때마다 소이연은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심문헌의 계략인지도 모르겠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말 모두 주도면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소이연은 심문헌을 거부했는데, 그럴 때마다 결국 그는 그녀의 곁에 나타났다. 소이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 나았어요. 오후 4시 비행기인데 점심 먹고 공항으로 가야 해요.” "이연 씨 비서에게 비행기를 예약해 달라고 부탁해 놨어요.”심문헌은 물었다. "식사는 방에서 할래요? 아님 식당으로 갈까요?” "방에서 먹어요.” "그럼 룸서비스 시킬게요.” 선원헌은 소이연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
"아니요."소이연은 부정했다.육현경의 성격은 루카스만큼 나쁘지 않다."그 남자가 육현경이랑 닮았다고 날 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그냥 그 남자랑 함께 있어요.”"절대 그럴 일 없어요.”소이연은 단호하게 말했다.이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이연과 심문헌은 호텔 방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은 후 호텔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그녀는 일등석에 앉았다.심문헌은 소이연과 표를 같이 예매하지 않아서 나란히 앉을 수 없어 심문헌은 소이연의 옆자리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자리를 바꾸려고 했다.근데 자리의 주인을 본 순간 소이연과 심문헌은 모두 놀랐다.이건 또 무슨 개떡 같은 운명인가?!아니, 이건 정말 저주받은 운명이다.그 옆자리가 바로 루카스라니!루카스는 왜 또 서울에 있지 않고, 왜 장안에 가는 것일까?소이연이 루카스가 자신을 따라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믿을 수 없었다.루카스는 소이연을 보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고,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이연은 정말 어떠 욕이라도 당장 내뱉고 싶었다.누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도대체 누가 잡고 놓아주지 않는 거야?"항공권은 내가 너보다 먼저 샀어."루카스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이연이 먼저 말했다."그래서 미스터 리,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루카스는 눈을 부릅뜨고 휴대전화를 꺼내 항공권 예약 정보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잘 봐, 난 열흘 전에 샀어!”“......”소이연은 루카스의 비행기표 예약일을 지켜보며 눈꺼풀을 떨었다."잘 봤어?" 루카스는 정말 기분 나쁘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소이연 씨는 대체 몇 척의 배를 타야 만족해요?" 루카스가 물었다. 소이연은 루카스의 말을 잠시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있다가 순간 깨달았다. 루카스는 천우진과 심문헌 사이를 맴돌다가 지금 또 그와 바람을 피우려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루카스의 마음속에 그녀는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였다. 소이연은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이명진과 나눈 대
“이연 언니가 왔다고?”오랜만에 들려온 소이연의 소식에 하지수는 흥분하며 답했다.“그럼 당연히 가야지, 오랫동안 못 봐서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육현경 씨랑 이연 언니가 나 엄청 많이 도와줘서 직접 만나서 감사 인사 하고 싶었어.”“계지원 씨 집에서 모이기로 했어. 예수진 씨 배도 점점 불러서 움직이기 힘드니까 그냥 거기서 보기로 했어.”“그래. 그럼 퇴근할 때 연락해. 나는 먼저 어머님이랑 아버님 생일파티 준비하고 있을게.”“응.”밥을 다 먹은 두 사람은 각자 알아서 집을 나섰고 하지수는 바로 송 씨 가문별장에 시어머니를 모시러 갔다.하지수가 안으로 들어가자 송승우가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게 보였다.그와 단둘이 만나는 건 아직 어색했기에 하지수도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송승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엄마 모시러 온 거야?”“네.”“집에 계속 계시는 거예요?”“나갔으면 좋겠어?”헛웃음을 흘리며 묻는 송승우에 하지수가 다급히 해명했다.“아뇨, 그냥 전에는 계속 일로 바쁘셨던 분이 계시니까 물어본 거예요.”“전에는 연구과제 때문에 바빴는데 이제는 나 없이도 잘 돌아가서 한가해.”“아, 네.”고개를 끄덕이는 하지수를 보며 그녀가 저를 불편해하는 걸 느낀 송승우는 올라오려는 화를 참으며 물었다.“문수는?”“출근했어요.”“주말에도 출근해?”“요즘이 회사한테 중요한 시기라서 일요일만 쉬기로 했대요. 내일은 안나가요.”사실 송문수에게는 거의 휴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처리해야 할 일이 매일 산더미여서 그는 시간만 나면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다.“송문수 많이 변했네.”“송문수가 변해서 너도 걔를 다시 보게 된 거야?”냉소를 흘리며 묻는 송승우에 하지수가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어요. 감정이라는 게 원래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게 생기는 거잖아요.”감정이라는 건 애초에 기척 없이 생겨서는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한 사람을 옭아매는 것이다.하지수의 말로부터 그녀가 이제는 정말로 송문수를
“하지수, 변호사 일할 때는 똑똑하더니 연애에는 영 소질이 없나 봐?”자는 척하고 자신을 놀려먹은 건 송문수인데 오히려 바보라고 핀잔을 듣자 화가 난 하지수가 얼굴을 붉혔다.“네가 나한테 뽀뽀하는 게 좋으니까 계속하라고 가만히 있은 거잖아!”송문수가 언성을 높여 말해서야 이유를 알게 된 하지수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고 그 표정에 어이가 없어진 송문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렇게 바보 같아서 어떡해, 누가 너 팔아넘겨도 모르겠다.”“누가 누구한테 바보래. 내가 당신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인 줄 어떻게 알고...”말을 채 끝맺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입을 맞춰오며 진득한 키스를 이어나가는 송문수에 하지수는 눈을 크게 떴다.“아...”아까 자신이 한 건 그저 뽀뽀이지 이렇게 치열을 훑고 지나가는 키스는 아니었는데 입속 깊은 곳까지 뜨겁게 만드는 키스는 옆에서 핸드폰이 울리건 말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송문수도, 하지수도 그 벨 소리를 무시한 채 키스를 이어나가다 둘의 입술이 다 번들번들해질 때가 되어서야 송문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지수를 놓아주었다.송문수의 키스에 정신이 혼미해진 하지수는 나른한 눈빛으로 송문수를 보고 있었는데 핸드폰을 보던 송문수는 갑자기 욕설을 내뱉더니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가 욕실로 달려들어 갔다.그의 샤워 소리가 들릴 때에야 정신을 차린 하지수도 시간을 보자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변호사 일을 시작하면서 누구보다 규칙적이고 자율적인 일상을 보내왔던 하지수였기에 그녀는 자신이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송문수를 만난 뒤부터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송문수가 만약 자신을 팔아넘겨도 그를 도와 돈을 세줄 것 같다는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었다.생리대부터 바꾸러 제 방으로 돌아간 하지수가 준비를 마치고 나오자 송문수도 옷을 갈아입은 채로 거실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평소에는 7시에 일어나서 8시 정도면
말을 마친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새 깨어난 지도 모르고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고 송문수는 다정한 눈을 한 채 떨리는 손으로 제 옆에 누운 하지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이튿날 아침, 눈을 뜬 하지수는 방금 일어난 탓에 낯선 주위를 한참이나 둘러보고서야 여기가 송문수의 방임을 기억해냈다.관계 빼고는 별짓 다 한 어젯밤이 떠오른 하지수는 얼굴을 붉혔다.혼자 자는 게 습관 되어있어 송문수의 품에 안긴 뒤 빨리 뛰는 심장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새울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그녀는 눈을 감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아마도 바쁜 일정 때문에 피곤했던 것 같다.완전히 정신을 차린 하지수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자고있는 그의 모습은 평소처럼 차갑지 않고 쫙 펴진 미간 덕분에 오히려 부드러워 보여 공격성이 다분하지도 않았다.왜 눈을 뜬 모습과 감은 모습이 이렇게 다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송문수의 얼굴을 찬찬히 보던 하지수는 날카로운 그의 눈빛을 떠올렸다.전에는 그 눈빛이 마음속을 꿰뚫어 볼 것만 같아 두려웠었는데 지금의 하지수는 더 이상 잠들어있는 송문수도, 깨어있는 송문수도 두렵지는 않았다.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깨어있는 송문수를 마주할 때는 하지수가 주동적으로 입을 맞출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하지만 잠들어있을 때는 그야말로 하지수 세상이었기에 그녀는 빠르게 송문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한 번으로는 부족했는지 하지수는 그 뒤로도 여러 번 입을 맞추다가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릴 때가 돼서야 행동을 멈추었다.물론 자의로 멈춘 건 아니고 입맞춤을 하던 와중에 눈을 떠버린 송문수 때문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 깜짝 놀라 잠시 멈칫한 것이었다.당황한 하지수는 빠르게 도망가려 했지만 자신을 눌러버린 송문수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분명 방금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송문수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몽롱한 느낌은 전혀 없는 눈으로 그는 하지수를 빤히 바라보았고 그의 진득한 눈빛을 당해내지 못한 하지수는 서둘러 눈을 피했
“미안해 문수 씨... 평소엔 이때가 아니라서 나도 몰랐어...”“응.”이 일은 애초에 하지수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그녀를 탓할 수도 없었던 송문수는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한탄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수를 만나는 날만 기다리며 3년 동안 아무와도 관계를 하지 않았던 그인지라 오늘에서야 비로소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겠다고 기뻐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또 일주일을 더 기다리게 된 이 상황에 송문수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한숨을 쉬는 송문수를 본 하지수는 그가 자신에게 실망한 줄로 알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다음에 다시 할까?”하지수의 말에 잠시 멈칫하던 송문수는 이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그걸 말이라고 해? 생리 끝나면 당장 해.”자신한테 자꾸 일이 생겨버려 송문수가 다른 사람을 찾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하지수는 확신에 찬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며 청심환을 하나 먹고는 말했다.“그럼 편히 자, 난 내 방 가서 잘게.”“어디 간다는 거야?”“내 방 가야지.”“하지수, 네 발로 직접 내 방 찾아와 놓고 이제 돌아가겠다는 거야?”갑자기 터진 생리 때문에 관계를 못 가진 것도 화가 나는데 사람까지 가버리겠다는 말을 들은 송문수는 언짢은 티를 팍팍 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나 생리 와서 어차피 못하잖아.”“그게 왜?”“아까 문수 씨도 생리 끝나면 하자고 했잖아. 지금 하는 건 나도 좀...”송문수가 되묻자 하지수는 아주 난감해하며 답했다.“하지수, 넌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야? 내가 아까 너 안 놔줬으면 여기 진작에 피바다 됐어.”“...”“관계까지 할 사이에 뭘 내외를 하고 그래. 앞으로는 나랑 같이 자.”“앞으로 쭉 같이 자자고? 나랑?”“왜, 싫어?”“아니.”당연히 싫진 않았지만 하지수는 그저 송문수가 관계도 없는 잠을 자신과 함께 자겠다는 게 신기했을 뿐이다.그렇게 순진해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는데.“빨리 와서 자. 아까 너무 움직였더니 피곤해.”송문수가 먼저 침대 한쪽에 자리를 잡고 눕자 하
송문수의 입술이 하지수의 입술을 지나 그녀의 귓가에 닿을 때, 이런 식의 스킨십은 처음 해보는 하지수는 온몸이 떨려왔다.태어나서 딱 한 번, 송문수와 차에서 해본 게 전부인 그녀는 송문수의 유혹을 당해내지 못하고 서서히 그에게로 다가가 그의 목에 자신의 고개를 비볐다.그렇게 하지수를 안달 나게 하던 송문수는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걸 확신하고는 점차 행동을 대범하게 하기 시작했다.자연의 섭리인 것마냥 물 흐르듯 움직임을 이어나가던 송문수가 갑자기 멈췄을 때 하지수는 온몸이 뜨거워 나고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다.온몸이 나른해진 그녀는 송문수의 움직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한참 지나 송문수가 더는 움직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정신을 차린 하지수가 그를 보며 물었다.“왜 그래?”제 아래에 누워있는 하지수를 보며 정말 이성을 잃을까 봐 걱정된 송문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문수 씨?”하지만 하지수는 아까는 그렇게 늑대처럼 달려들던 사람이 갑자기 말도 안 하고 거친 숨만 연신 내뱉는 게 이상했다.“문수 씨...”“지수야.”송문수가 한참 만에 입을 열자 그 숨결에 의해 뜨겁게 달궈진 피부에는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곧 자신이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었던 아주 아름다운 순간이었는데 다른 여자들한테는 다 곁을 내주면서 왜 자기 앞에서는 갑자기 멈추는 건지 하지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본인이 여자로서의 매력이 떨어져서 송문수가 싫어하는 걸까 봐 자연스레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송문수가 잔뜩 실망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 생리 왔어.”“뭐?”송문수의 말에 깜짝 놀란 하지수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송문수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속옷에 피 묻어있어, 아마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지수는 수치스러움에 빨개진 얼굴로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이틀 뒤가 예정일인데 왜 갑자기 오늘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민망해 침대에서 뛰어내리다가 하마터면 넘
송문수는 자신의 떨림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하지수도 그의 몸 아래에서 떨리고 있었다.송문수는 이미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예전의 그라면 이미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을 맡겼을 것이다.그는 조심스럽게 지수에게 다가갔다.지수는 온몸이 긴장돼 있었고 두 손은 이불을 꼭 쥐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송문수의 몸 아래에 있게 됐는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단지 지금, 그의 숨결은 몹시 거칠고 심장 소리는 우뢰처럼 커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바를 몰라 했고 곧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그때, 송문수의 입술이 서서히 하지수의 입술에 와닿았다.송문수의 심장은 더욱 격렬히 뛰고 있었고 이불을 꼭 쥐고 있던 지수의 두 손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두 입술이 맞닿은 그 순간, 두 사람은 머리가 하얘졌다.둘만의 공간, 둘만 나누는 부드러운 촉감, 온몸으로 느끼는 서로의 떨림……이것이 진짜 입맞춤이었다.하지수의 뇌리에는 갑자기 전에 송문수의 차에서 나눴던 관계가 스쳐 지나갔다. 단지 관계를 위한 관계였을 뿐, 사실 그녀는 아무런 떨림도 느끼지 못했고 심지어 굴욕적이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었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오히려 그녀가 리드하고 있었다.송문수가 조심스러워 망설이고 있을 때 그녀가 먼저 리드했다.그는 그녀의 유혹을 당해낼 수가 없었고 둘은 더더욱 서로를 탐하고 있었다.온 세상이 조용해지고 두 사람의 심장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얼마 동안 키스를 나눴는지 가늠조차 못 하고 있었다. 아주 길게 또 아주 짧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입술을 뗀 두 사람의 얼굴은 너 나 할 것 없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이런 경험은 송문수도 처음이였다. 능수능란해야 마땅한 그는 지수와의 키스 후 고장 난 사람처럼 어쩔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저 방금 전의 달콤하고도 아름다웠던 키스에 사로잡혀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온 밤을 그녀와 보내고 싶었다.그는 또다시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천천히
그는 너무 기뻐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칠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러면 오늘밤에 같이 자는 거 어때?”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푸!” 송문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조금 전에 마시던 물을 내뿜었다.“싫으면 말고…” 송문수의 격한 반응에 지수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그런 거 아니야.” 송문수는 다급히 해명했다.지수는 어리둥절해졌다. 바로 전에 문수가 분명히 아주 격렬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송문수는 연신 입을 닦으며 말을 덧붙였다.“너랑 같이 자는 게 절대 싫어서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그럼 나 먼저 씻을게.” 하지수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네 방에서 잘까? 아니면 내 방?”“난 다 좋아.”“그러면 네 방에서 자자. 네 방이 더 크니까.”“그러자.”“나 씻을게.”“응.”“너도 빨리 씻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수는 얼굴이 타오르듯 빨개졌다.무슨 의미인지 두 사람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송문수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가 힘들었다.하지수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송문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방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그는 곧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너무 긴장되어 숨도 안 쉬어지고 물컵을 들고 있던 손도 떨릴 지경이였다.수도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로서는 남녀관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고 이런 경험이 처음일 리는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하지수라니, 송문수는 머리가 하얘졌다.그는 남아있던 물을 한 모금에 다 마시고 나서 바로 방으로 돌아가 샤워하기 시작했다.오늘 밤이 지나면 둘 사이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되어 있을 것 같았다.송문수는 샤워를 마쳤다.평소라면 몇분이면 끝낼 샤워를 오늘에는 한번 또 한 번 반복해서 씻었다. 행여나 깨끗이 못 씻었을지 몇 번이나 더 씻은 후 겨우 욕실을 나와 침대에서 하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지수가 이미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지수는 더 오래 걸렸다.아마도 그와 똑
하지수는 민망함에 얼굴이 더 붉어졌다.그녀는 송문수와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직 아이를 가질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송문수도 민망해하며 말했다.“저희 둘 사이 일은 걱정하시지 마세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네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이러는 거야.” 송문수 어머니는 핀잔을 주었다.“네가 조금 더 잘했으면 지금쯤 애가 뛰어다니며 놀 나이가 됐을 거야.”“엄마! 그만 하세요.”문수는 더 이상 듣기 싫었다.“그래, 알았어. 근데 내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 건데, 너 다시는 지수 같은 여자애 못만난다는거 기억해. 지수 놓치면 평생 후회하면서 혼자 살게 될 거라는걸.”“알겠어요, 알겠다고요.”송문수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어머니의 말에 반대는 하지 않았다.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송승우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자리를 박차 거실을 나갔다.모든 사람의 눈길이 그에게로 향했다.송문수는 송승우가 왜 화가 났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가 고개를 돌려보니 하지수도 송승우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지수도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길이 가게 된 것이었다.송문수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송승우에 대한 마음은 일찌감치 접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송문수는 시선을 돌렸지만, 마음속으로는 내심 안도했다.하지수는 정말 송문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송승우의 돌발행동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이에 대해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가장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은 역시나 아버지의 생일파티와 그들에게 아이를 낳는 것을 권유하는 것이었다.저녁 아홉 시, 송문수와 하지수는 집으로 돌아갔다.야근을 자주 하는 탓에 이렇게 일찍 귀가한 적은 처음이었다.예전에는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샤워만 하고 각자 잠에 들었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일찍 돌아온 탓에 오히려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언제부터인가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눈만 마주쳐도
송문수는 깍지를 끼고 있는 두 손을 바라보았다.심장은 더욱 빨리 뛰고 따뜻함은 배가 되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송문수 역시 더욱 세게 손을 잡았다.하지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로, 로비로 들어갔다.그곳에는 문수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문수의 형, 송승우도 앉아 있었다.둘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승우의 눈에는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도발하는 건가? 송문수와 하지수가 일부러 도발을?송문수의 부모님 역시 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이 얼마나 바라왔던 일인가.문수의 어머님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시며 말씀하셨다.“얼른 들어와, 지금 바로 저녁 준비하라고 할게.”“네, 엄마.”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어머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도 그런 문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그녀는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게 이렇게도 설레는 일인지 처음 깨달은 듯싶었다.그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송문수와 하지수는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유독 송승우만 얼굴이 굳은 채로 한 술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너무 고생 많았어. 오늘은 특별히 너희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준비했으니까 많이 먹어.”송문수 어머님은 반찬을 덜어주며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송문수 아버님도 문수의 업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질문도 하시곤 하셨지만, 문수를 지지해 주시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저녁 식사는 시끌시끌하였다. 송승우만 빼고 말이다.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혼자만 쓸쓸한 저녁 식사였다.식사가 끝난 후, 수다는 계속되었다. “곧 너의 아버님 환갑인데 난 시끌벅적 크게 보내고 싶은데 어때?”“좋아.” 송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원하는 대로 해. 엄마랑 아빠가 기분 좋은 게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