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되자 현장의 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런웨이에 불빛이 밝게 켜졌다. 그리고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에 수많은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뜨리며 쉴 새 없이 모델들을 촬영했다. 소이연도 열심히 런웨이를 보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인 마린은, 디자인으로서 사람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런웨이에 선 모델도 모두 세계적인 모델들이었다. 그렇기에 육가희가 그 모델들과 함께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국내 정상급 연예인이 이런 자리에 섰다는 점도 현장에 있던 많은 취재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육가희가 나오는 순간, 약간의 불안감이 스쳤다. 바로 그때, 계지원이 나타나 하도경의 옆 자리에 앉았다. 하도경은 그를 돕기 위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비행기가 연착됐고 길도 막혔어." 계지원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어, 가희 씨 나왔다." 하도경이 런웨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계지원이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희 씨가, 다음 달에 네 영화를 찍는다고 말하던데?” "응." 계지원은 대답했다. "다음 달 촬영에 들어가. 새해맞이 단편 영화인데 대략 1~2개월 정도 촬영할 것 같아. 대부분 장안에서 촬영할 거야.” "잘 됐네." 하도경이 대답했다. 계지원도 별다른 대답 없이 런웨이에 집중했다. 보통 그도 이런 패션쇼를 보러 오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마린이 국내에서 광고를 찍을 때 맺어진 인연으로 마린이 그에게 이번 쇼 초대장을 한 장 주어 참석하게 되었다. 계지원은 적극적이지도 않지만 거절도 잘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다른 사람이 먼저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다면, 그는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예의를 다했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바쁜 일정이었지만 쇼에 참석했다. "방금 무대 뒤에서 이연 씨를 만났어. 앞에서 쇼를 보고 있어." 하도경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계지원이 맨 앞줄에 앉아있는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매우 진지한
"목소리 좀 낮춰 주세요.” 계지원이 말을 하기도 전에 옆자리의 누군가가 하도경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옆 사람이 쇼를 보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하도경은 입술을 깨물고 마음을 억눌렀다. 계지원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으로 계속 쇼를 보았다. 예수진에 대해 이야기해도 그다지 감정적 변화가 없어 보였다. 쇼가 반쯤 진행되었다. 소이연은 여전히 열심히 쇼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 남자 모델이 런웨이를 걸어 나왔다. 모든 사람의 눈동자가 그에게 향했다. 그 모델은 날카로운 눈빛에 매우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 그리고 반듯한 몸매를 갖고 있었다. 그를 보고 있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반짝일 정도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들 사이에서도 그의 출중한 외모는 눈에 띄었다. 소이연은 객석에 앉아있는 여자들의 탄성을 들었다. 그리고 흥분한 듯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들의 대화도 들렸다. "남자 입장에서 봐도 저 남자 모델은 확실히 잘생겼네요.” 심문헌이 남자를 평가하며 말했다. 보통 남자들은 다른 남자의 외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어쨌든 남자의 보는 눈은 여자의 외모에 맞춰져 있지만 눈앞의 이 남자 모델은 확실히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잘생겼다. 모델이 너무 잘생기면 옷의 디자인을 부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린과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아니고서는 감히 잘생긴 외모의 모델을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현장에는 끊임없는 카메라 셔터소리가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이 남자 모델의 사진을 미친 듯 찍었다. 계지원은 마주 오는 남자 모델을 보며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감독으로서 사람들 두고 배역을 고르는 습관이 있었다. 지금은 비주얼이 우선시되는 시대이기에 이 남자 모델은 곧 연예계에서 인기를 끌 것 같았다."좀 낯이 익지 않아?"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힌 하도경은 이 남자모델을 보고 입을 열었다. 계지원이 하도경의 물음에 미간을 좁혔다. 방금 전까지 이 모델의 상업적 가치
천우진은 휴대전화에 대고 지시했다. "지금 막 런웨이에서 내려간 그 남자 모델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 "네." "그 모델에게 사람을 붙이고 눈도 떼지 말고 정확하게 알아보라고 전해.” "네." 천우진은 전화를 끊고 소이연을 향해 말했다. "일단 알아보고 얘기해요.” 소이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도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도 희망이 커질수록 실망이 커질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의 마음이 완전히 무너질까 봐 걱정했다. 소이연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 남자 모델로 가득 차 있었다. 너무 낯익은 그 모습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약 30분 뒤, 천우진은 소이연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델에 관한 자료 방금 이연 씨 휴대전화로 보냈으니 직접 확인해 봐요.” 소이연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에 휴대전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 "확인하고,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천우진이 재촉했다. 소이연은 입술을 깨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마음속으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세상 어느 곳에서 이런 기적이 일어날까? 그저 살아남은 사람이 스스로에게 주는 희망일 뿐일 것이다. 소이연은 천우진이 보낸 자료를 터치했다. [루카스 리. 혼혈아. 아버지는 서울출신, 어머니는 캐나다 사람. 캐나다에서 자라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경험이 전부. 올해 스물여섯 살. 전문 프로모델은 아니나 마린과 친분이 두터워 런웨이에 서기로 함. 집안 형편이 넉넉해 캐스팅 디렉터에게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으나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음. 가업을 이어받지 않고 단독으로 회사를 설립해 전자상거래를 하며 캐나다에서 회사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 진출할 의향에 서울에 와있음.]소이연은 묵묵히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육현경은 전혀 관계가 없는 인적사항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은 넓고 별난 것들은 많죠." 천우진이 말했다. “비
"왜 이연 씨는 안 되는데요? 천우진 씨, 당신이야 말로 잊지 말아요. 당신은 아내와 아들이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이야 말로 이연 씨한테 딴 마음을 품으면 안 된다고요!" 심문헌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천우진의 거슬리는 행동을 참아왔는데, 오늘 그 참았던 화가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천우진은 바보를 본 듯한 표정으로 그를 흘겨보았다. 심문헌은 더욱 화가 났다. "여기는 서울이에요!” 천우진도 심문헌을 말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날 협박하는 겁니까?!” "네." 천우진은 숨기지 않았다. "이런 젠장할!" 심문헌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서울에서 그것도 천씨 가문의 무대에서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문헌은 욕설을 퍼부으며 천우진을 따라 전시장을 나왔다. 소이연은 무대 뒤에 있는 마린의 대기실에 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으려 하는 순간 갑자기 사람이 들어왔다. 순간 소이연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루카스 리. 그를 이렇게 가까이 보니 친근한 어떤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육현경이 아니다. 만약 그가 육현경이라면…자신을 이렇게 낯선 눈빛으로 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는 그녀를 정말 잠깐 흩어보고는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혹시 마린을 찾으세요?" 소이연이 먼저 말을 건넸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긴장한 게 역력한 모습이였다. 루카스는 소이연의 질문에 몸을 돌리며 물었다. "마린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루카스의 맑은 목소리는 육현경의 낮은 목소리와는 달랐다. 정말 그는 육현경이 아니다."응?" 루카스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소이연을 쳐다보았다. 낯선 여자가 말을 걸어 기분이 나빴는지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소이연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대답했다.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마린 매니저가 곧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어요. 만약 만약 마린을 만나러 오신 거라면 여기서 좀 기다리시면 돼요.” 루카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게다가 이미 그가 가버려 화를 내야 할 곳이 없어졌기에 그녀는 화를 참기가 더욱 힘들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마린이 대기실로 들어오며 유쾌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번 전시회를 매우 성공적으로 마쳤기에 그의 기분은 무척이나 좋았다."아무것도 아니야.”소이연은 웃으며 대답했다.“나 배가 조금 고픈 것 같애.”그녀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오래 기다리게 했지? 미안, 배고프겠다. 빨리 밥 먹으러 가자.”마린은 지체하지 않고 가방과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소이연과 함께 대기실을 나왔다."참, 친구 한 명이 더 있는데, 같이 가도 괜찮지?”갑자기 생각인 난 마린은 급히 소이연에게 말했다. "응, 괜찮아.”소이연은 웃으며 대답했다.마린은 친구를 사귀는 것을 좋아했기에 세계 각지에 친구가 있었다.일반적인 디자이너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만 그는 보통의 디자이너와는 다른 성격을 가졌다.이것도 어쩌면 그가 이렇게 성공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두 사람은 전시회장 입구까지 함께 걸어갔는데, 입구에는 그 낯익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그 그림자를 볼 때마다 소이연의 심장은 두근거렸다.그녀가 시선을 피하는 순간 마린이 외쳤다."루카스, 여기.”그리고 루카스가 그들에게 걸어왔다.루카스의 눈빛은 소이연을 본 순간 짜증이 가득해졌다. 소이연도 입술을 오므렸다. 마린이 말한 친구가 루카스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아마 동석하기를 거절했을 것이다. "이쪽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lovely, 소이연 이야.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유명하지." 마린은 소이연을 소개한 뒤 바로 루카스를 그녀에게 소개했다. "이 쪽은 루카스, 내 친구이고, 서울에서 오래 살았어.” "안녕하세요." 소이연은 마린의 체면을 생각해 악수를 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루카스는 잠시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반갑습니다.” 하지만 그는 손을 내밀 생각
소이연은 당황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루카스의 허리를 꽉 잡고 그에게 여전히 기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재빨리 그를 놓고 똑바로 앉으며 말했다. "방금은 놀라서 실수한 거예요.” 루카스가 비웃었다. 분명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마린이 있었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루카스의 표정은 소이연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는 정말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듯했다. 모든 여자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소이연은 그에게 보란 듯, 몸을 움직이며 그와 더욱 떨어져 앉았다. "소이연 씨,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시는 게 어떻겠어요?” 루카스가 말했다. 소이연은 심호흡을 하며 속으로 스스로에게 화내지 말라고 말했다. 루카스가 그녀에게 친절을 나태 내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또 핑계를 대며 자신에게 덤벼들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안전벨트를 매었고, 잠시 후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린은 비빔밥을 좋아했다. 외국인인 그는 고추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셋이서 가게 안 룸으로 들어갔다.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음식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들은 각각 앉았고, 루카스는 일부러 소이연과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그녀에 경계심과 편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이연은 트집 잡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루카스의 고의적인 행동은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 그녀는 몇 번이고 참으며 루카스의 존재를 무시하며 마린과의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캐나다에서 먹은 비빔밥이랑 서울에서 먹는 비빔밥은 역시 맛이 달라." 마린은 먹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루카스?” "응." 루카스가 대답했다. 그는 옆에서 묵묵히 꽤 많이 먹은 듯했다. 소이연은 그가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관찰하고 싶지 않았지만 곧 한 그릇을 다 비울 것 같았다.소이연은 얼마 먹지 못하고 있었다. "참, lovely. 루카스는 이번에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열어보려고 서울에
"어쨌든 나랑 소이연 씨는 잘 알지도 못하는데 함부로 귀찮게 할 수는 없어.” "이미 아는 사이가 됐잖아.” 마린이 숟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안 그러면 왜 이 둘을 함께 초대해 식사를 하겠는가? 루카스가 뭐라 대답하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말했다. "잠시 실례할게요.” 그러고는 일어나서 나갔다. 마린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소이연을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루카스 태도에 신경 쓰지 마. 사람들이랑 사귀는 걸 조금 어려워하긴 한데, 사람은 정말 좋아. 내가 전에 캐나다에서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루카스가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 "나랑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소이연은 더 이상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에이, 너한테만 그런 거 아니야." 마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루카스만 탓할 수도 없어. 너도 루카스 외모 봤잖아. 쟤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 어떤 여자들은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기도 해. 심지어 어떤 여자는 루카스를 납치하기도 했었어. 그래서 쟤가 그때부터 여자를 피해.” 소이연은 조금 놀랐다. 어떤 여자가 납치까지 하는 미친 짓을 하는 걸까? "정말이야.” 마린은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면 넌 나에게 저 사람을 소개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마린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나는 너와 루카스가 잘 어울릴거라 생각했어.” 소이연은 마한의 말에 방금 마신 음료수를 내뿜을 뻔하였다. 마린이 언제부터 사랑의 큐피드가 된 거지?! "지난 몇 년 동안 네가 혼자 지내는 걸 보면서 남자친구를 소개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너랑 어울릴만한 남자가 없더라고. 작년에 루카스를 만났을 때, 너랑 루카스가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남녀 관계는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난 네 호의를 잘 알지만, 저 사람이랑 난 정말 아니야. 그리고 보시다시피, 저 남자는 나한테 경계심이 너무 많아." 소이연은 재빨리 거절했다
소이연은 식당을 떠났다. 정말 화를 많이 참았다. 요 몇 년 동안 루카스처럼 이렇게 성격이 나쁜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후 천우진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했다. 1월의 서울은 아직 좀 추웠기에 소이연은 찬 바람이 부는 거리에 서서 천우진을 기다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녀는 평소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소나은에게도 겉으로는 잘 대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낯익은 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천우진은 소이연이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그녀를 품에 안고 조수석에 그녀를 태웠다. 소이연은 몸이 너무 추워 차에 앉아 계속 손을 비볐다. 오늘 행사장에 난방이 잘되어 있어 그녀는 옷을 얇게 입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얼어 죽을 것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빨리 끝났어요? 마린은요? 왜 혼자서 이 찬바람을 맞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던거예요?" 천우진은 의아하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마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짜증 나는 사람을 만나서 밥도 못 먹고 먼저 일어났어요." 소이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요?" 천우진이 웃으며 말했다. "감히 이연 씨를 화나게 해서 입맛을 떨어뜨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 꽤 능력 있는데요?” 천우진은 진심으로 웃으며 말했다.요 몇 년, 소이연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관심했기에 감정이 동요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어떤 사람에게 그녀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제 평생 그 사람만큼 잘난 척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소이연은 지금도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그만 얘기할래요. 더 이상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 "전 그 사람 괜찮은 것 같은데요.” 천우진은 말했다. 소이연이 미간을 좁히며 그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이연 씨를 사람같이 만들었잖아요.“천우진이 직접적으로 말했고, 소이연은 당황해 입을 앙
“원하면 욕해도 돼.”송문수가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어차피 하지수에게 미움을 받은 것은 한두 번도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그는 준비되었다.순간 갑자기 몸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하지수는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그를 꼭 안았다.그녀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항상 참고 참아왔다.그녀는 그를 잃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또한 언제부터 송문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점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몰랐다.맞다.그녀는 3년 전 교통사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과 송문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렇지 않으면 서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었다.그리고 송문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자주 생각했었다.가끔이 아니라 자주 생각했었다.그가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 안달이 났던 적이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 송문수가 그녀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것, 이 말이 훨씬 더 맞았다.그녀는 자신이 예전처럼 송문수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를 좋아하게 될 정도로 그를 아끼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녀는 송문수와 함께하고 싶었다.다른 누구와도, 그리고 송 씨의 가족과도 연관이 없었으며 오직 그녀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이 순간 하지수는 송문수를 껴안으며 손을 떨고 있었다.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쩔까?그녀는 감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순간 그가 원했던 것은 그의 체온과 존재감을 느끼는 것뿐이었다.그는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그것도 바로 눈앞에,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가 있었으면 했다.“하지수?”송문수는 하지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대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놓았다.설교, 분노 또는 차가운 폭력.하지만 이렇게 안아줄 줄은 몰랐다.그녀는 그를 잃을지 두려워 꼭 끌어안고 있었다.그 순간 송문수
복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송문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시간이 얼마 지나.대략 2~3시간 정도가 흐르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의사가 나왔다.모두 물었다.“선생님, 어떻게 된거죠?”“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송문수를 바라보는 하지수도 한시름 놓인 듯하였다.“그의 몸 상태는 어떤가요? 사고 당시 운전석 밑에 발이 눌렸는데 다리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송문수는 차분하게 물었다.“매우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제때 구급한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지연되면 절단 위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곧이어 의사가 입을 열었다.“현재 상황에 따르면 심각한 골절이고 회복 시간이 길어질 뿐이지 회복 후엔 정상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고 장애를 남기지는 않을 겁니다.”“다행이네, 다행이야. 그는 레이서라고.”한 남자가 웃었다.송문수도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음 헌 켠 속에 짊어지고 있던 짐이 풀리는 것 같았다.마침.환자가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내 아들은 어때? 어떻게 됐어?”아마 레이서의 부모인 듯 하였다.하지수는 몸이 떨리고 눈이 빨개진 두 노인이 여기저기 묻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온몸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는 레이서의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레이서의 어머니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하였다.“아줌마, 다 괜찮아요.”다른 레이서가 위로했다.“이미 큰 위험에서 벗어났고, 의사도 제시간에 구급하였기 때문에 뼈가 조금 부러졌을 뿐 장애는 남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한동안 더 회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들의 설명을 듣자, 레이서의 부모들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기쁨의 눈물이었다.만약 아들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은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그들은 아들의 이동식 병원 침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