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소이연은 장문기를 데리고 장안시 외곽에 있는 촬영장으로 갔다.사극 촬영이기 때문에 사극 세트장을 새로 지었다.그녀는 스태프의 인도 하에 계지원을 찾아갔다.계지원은 카메라 앞에 앉아 감독하고 있었다.소이연이 온 것을 보고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업무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소이연도 그를 방해하지 않고 근처에 앉아 촬영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예수진과 남자 주인공 안홍준이 같이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배우분들 준비하세요.“제3장, 1번 카메라, 1회차, 액션!”안홍준이 예수진을 매섭게 벽으로 몰아붙여 두 사람은 초밀착 상태로 서로를 바라봤다.소이연도 촬영장 방문은 처음이라, 배우들이 빠르게 각자의 배역에 몰입하는 것을 보니 조금은 존경스러웠다.특히 예수진의 사람을 사로잡는 눈빛 연기가 빛났다.바로 이때.안홍준이 예수진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힘이 들어간 눈빛도 잠시, 예수진의 눈도 스르륵 감겼다.한줄기 눈물이 예수진의 눈에서 흘러내렸다.입술이 포개지려는 순간, 예수진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피했다.두 배우는 카메라에서 벗어났다.“컷!”계지원은 촬영을 중단했다.“죄송합니다.” 예수진은 눈물을 닦으며 스태프들에게 사과했다.원래 이 장면은 키스신이었다.명백한 그녀의 NG였다.“배우분들 조금 쉬다 갈게요.” 계지원이 말했다. “다음 장면 먼저 찍읍시다.”예수진은 곧장 스튜디오를 빠져나왔다.매니저는 급히 앞으로 나가 그녀에게 물을 건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수진 언니, 왜 그래요?”“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아.” 예수진이 대답했다.“오자마자 키스신이라니, 아직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수진 언니, 아니면 다인 언니한테 부탁해서 감독님한테 키스신 좀 나중에 찍자고 해볼까요?”“아니야.” 예수진이 말했다.보통 제작진은 남녀 주인공이 빨리 가까워질 수 있도록 키스신을 앞쪽에 배치한다.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서로 잘 아는 사이이건 말건 상관없는 일이다
소이연은 깊은숨을 들이켰다. 공과 사는 별개이다. 그녀는 항상 그랬다.고개를 떨구고 휴대폰을 보니 메시지 알림이 왔다. 여전히 무시를 선택했다.낙성시.육현경은 육씨 그룹 지사의 고급스러운 사무실에 앉아 어두침침한 얼굴로 미동도 없는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명진은 그런 그의 옆에서 숨죽이고 있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이번 긴급 지사 점검은 분명 모든 지표가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대표님의 얼굴은 어두침침한 게, 마치 먹구름 같았다.“명진아.”“네, 대표님.”“내일 장안시로 가는 제일 빠른 비행기표 예약해 줘.”“내일은 나성 관계자들과 식사 일정이 있습니다.” 검사도 할 겸, 손님도 치를 겸이었다.“그럼, 내일 저녁 비행기.” 육현경은 말을 바꿨다.내일은 꼭 돌아가야 해.“……네.” 명진이 정중하게 대답했다.내일 저녁 접대가 끝나면 한밤중일 텐데!사모님 때문이겠지?!나성에 온 뒤로 계속 휴대폰만 확인하고, 회의할 때도 시도 때도 없이 까만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고……역시 사랑에 빠진 남자는 정상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긴 어렵다.......장안시, 촬영 세트장.두 번째 키스신 촬영.예수진은 감정을 가다듬고, 안홍준은 그 옆에서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빨리 익숙해지면 어색함을 그나마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스크립터가 말했다. “제3장, 1번 카메라, 2회, 액션!”두 배우는 빠르게 연기에 몰입했다.첫 번째 촬영의 동선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바로 키스신으로 들어가면 되었다.안홍준은 예수진을 벽으로 몰아세우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입술이 다가가는 그 순간……“죄송합니다.” 예수진은 또 피했다.안홍준도 조금 당황스러웠다.“컷!”계지원이 카메라 앞에서 일어서 예수진과 안홍준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예수진 씨 잠시 나와보세요.”예수진은 입술을 문지르며 계지원의 뒤를 따라갔다.두 사람은 촬영장 구석으로 갔다.“제가 키스신 삭제해 드릴 테니까 다음 장면 준비하세요.” 계지원이 입
드디어 두 사람이 키스했다.줌아웃에서 줌인, 이어서 클로즈업까지.클로즈업 부분에서는 안홍준이 혀를 내미는 것까지 명백히 보였다……예수진이 몸이 굳어갔고, 주먹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갔지만 밀어내지 않았다.“컷!” 사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예수진은 안홍준을 세게 밀어냈다.안홍준은 예수진이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있었다. 방금은 그도 모르게 저지른 일이었다.예수진은 외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입술도 부드러워서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둘 수 없었다.감독이 컷 사인을 주지 않았거나, 예수진이 본인을 밀어내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계속 이어갔을 것이다.예수진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이번에는 통과인지 아닌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홍준은 재빨리 쫓아갔다. “수진 씨.”예수진은 차가운 얼굴로 돌아봤다.“죄송합니다. 제가 방금……” 안홍준은 사과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감독님께서 저한테 좀 더 깊게 연기하라고 하셨고, 이렇게 하면 더 잘 나올 거라고 하셨어요. 물론 저희도 더 빨리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고요.”“계지원 감독님이 혀를 내밀라고 하셨다고요?” 예지원이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안홍준은 갑자기 예수진의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는 것을 느꼈다.아까는 화가 난 정도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증오로 바뀐 것 같다.이 순간 갑자기 눈시울도 붉어졌다.“계 감독님도 작품을 위해서죠.” 안홍준은 침묵했다.“허.” 예수진은 또 웃었다.아까는 키스신을 삭제해 준다고 하더니, 뒤에서는 남자 배우한테 여자를 조롱하라니.계지원의 위선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매니저를 데리고 휴게실로 돌아가 메이크업을 지워냈다.소이연은 이미 촬영장 밖의 차에서 예수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그 키스신은 그녀도 보고 있었고, 당연히 안홍준의 고의적인 행위도 지켜보았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앞에 앉아있는 계지원의 낯빛이 안 좋아진 것 같았다.“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예수진이 차에 타며 말했다.“아니요, 원래 오늘 할 일도 없었어요.” 소이연이
“예전에는 저희 아버지께서 은하그룹을 운영하셨어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맡게 된 거고요.” 소이연도 질질 끌지 않고 본론부터 얘기했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의 은하 패션은 확실히 평범하긴 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수진 씨 이건 다음 시즌 저희 제품 디자인인데 한번 둘러보세요.”예수진은 소이연을 한번 쳐다보았다. 이 여자에 대해 확실히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들은 바가 있었다. 예전에 아주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진의 눈에 소이연은 남자한테 매달리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게다가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문서인과 항상 묶여 있었다.하지만 방금 나눈 몇 마디 말로 소이연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매끄럽고 시원시원한 일 처리,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태도.역시 소문은 다 믿을 게 안 된다고 느껴졌다.예수진은 소이연이 건네준 노트북을 받아 디자인을 쭉 훑어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다.소이연과 저녁을 먹으며 앰배서더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으니, 사실 그녀는 쉬는 동안 휴게실에서 은하 패션에 대해 찾아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녀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앰배서더 자리를 거절할 수 없을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가 강요할 게 분명했다. 그런데 새로운 디자인은 은하 패션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방금 소이연이 말한 “지금은 아니에요.”라는 말은 잘난 척이 아니었다.“너무 좋은데요.” 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만약 수진 씨도 우리 은하그룹의 패션 앰배서더 자리가 마음에 드신다면, 비용에 대해 이야기 나누시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소이연은 대화를 주도했다.“얼마나 주실 수 있는데요?” 예수진이 물었다.“제가 알기로 수진 씨의 앰배서더 비용은 보통 40억 선이죠.” 소이연은 예수진을 보며 말했다. “은하 그룹은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할인 해드릴게요.” 예수진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소이연은 의아했다.“할인 안 해드리면 제 다리 하나 부러져서 집에 못 가는 거 아니에
세 사람이 자리를 마무리할 때는 이미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소이연도 어지러워 눈앞이 흐렸지만, 본인이 주선한 자리인 만큼 그들을 바래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딸꾹.” 예수진이 술에 취해 딸꾹질을 했다. 역시 그녀도 흐린 눈을 하고 말했다. “됐어요, 지수가 데려다주면 돼요. 어차피 우리는 같은 방향이니까.”말을 하면서 예수진은 하지수를 끌고 룸을 나갔다.소이연은 허둥지둥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세 사람 모두 취해있었지만, 주정을 부릴 정도는 아니었다.특히 하지수는 정신이 아주 멀쩡했다.소이연도 원래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예수진과 처음 같이하는 술자리인 만큼 예수진에게 맞춰주었고, 예수진도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르는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하지수는 그런 예수진 앞에서도 여전히 자신을 컨트롤했다.예수진은 하지수와 함께 검은색 승용차에 올랐다. 소이연은 그들을 배웅한 뒤에야 이승윤의 차로 돌아와 뒷좌석에 기대앉았다. 속이 조금 불편했다.그녀의 눈빛은 덤덤하게 창밖의 장안시의 야경을 향해 있었다. 네온사인 불빛이 하늘에 비쳤다.갑자기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소이연은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보았다.메시지에는 “집 도착하면 꿀물 꼭 마셔.”라고 쓰여있었다.소이연은 답장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육현경이 떠난 후 그는 거의 매일 그녀에게 두세 통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녀는 모두 못 본 척하기로 했다.......승용차가 육씨 저택에 멈춰 섰다.예수진은 뒷좌석에 기대어 잠들었다.방금까지만 해도 차에서 육현경에게 전화해 오늘 소이연을 어떻게 취하게 했는지 자랑을 있는 대로 하더니 바로 곯아떨어졌다.하지수는 예수진이 술에 취하면 바로 잠들고, 일어나면 바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게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진정한 술꾼이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려 예수진을 방에 데려다주려던 그때였다.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계지원은 예수진을 그녀의 침대에 눕혔다. 눕히고 나서도 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그의 눈에는 그녀의 술에 취해 붉어진 얼굴과 새빨간 입술을 보고 있었다.머릿속에 갑자기 오늘 촬영한 예수진의 키스신이 떠올랐다……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기다란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올려 살포시 쓸어내렸다. 마치 그녀의 입에 묻은 더러운 무언가를 닦아내는 듯했다.그는 한참을 진지하게 닦아냈다.닦다 보니 그녀의 입술이 조금 부어오른 것 같았다.손가락을 치우려던 그때 계지원의 몸이 아래로 기울었다. 아주 미세하게 기울었다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방문이 닫혔다.깊게 잠든 그녀의 눈에서 한줄기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 것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소이연은 머리가 조금 아팠다.술에 취한 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려니 정말 끔찍했다.예수진은 정말 술을 너무 잘 마셨다.그녀가 돌아간 뒤 거의 밤새도록 토했다. 정말 하늘과 땅이 뒤집힌 것 같았다.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해장을 했다.“이사님, 계약서 준비됐습니다. 예수진의 매니저 다인 씨도 전화로 계약서 작성하자고 했고요.” 장문기가 정중하게 말했다.소이연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아도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가자.”비록 어제는 예수진이 이랬다저랬다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육현경과의 관계가 있으니 이번 앰배서더 일은 너무 순조로워서 조금 불안하다.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까지는 마음속의 큰 돌을 내려놓지 못할 것 같다.“공식 홍보 전에는 우선 비밀로 해주세요.” 소이연은 장문기에게 신신당부했다.자연스럽게 예수진의 매니저에게도 말해두었다.“네.” 장문기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비서를 바꿔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아무 일도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다. 즉, 무슨 일이든 생겼을 것이다.소이연이 눈을 찡긋했다.갑자기 지금 회사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아직도 아버지의 손바닥 안에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확실히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소이연은
“잘게.”“미안, 내가 방해했구나.”육현경이 사과할 때마다 전혀 성의가 느껴지지 않았다.그저 인사치레로 하는 말 같았다.나중에도 계속 ‘미안’할짓을 할 거면서 말이다.“무슨 일 있어?”“그냥 돌아왔다고 말하러 왔어.”“알았어.”소이연이 쌀쌀맞게 대했지만 육현경의 지친 모습을 보고 이내 목소리가 누그러졌다.“전화로 얘기하면 되는데 굳이 이 밤에 오고.”“너 휴대폰이 고장난 줄 알았어.”그 말 뜻은 자신의 메시지를 무시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요즘 정신없었어.”소이연이 대충 핑계를 댔다.“소연아...”“늦었어. 얼른 집에 가서 쉬어.”소이연이 바로 말을 잘라버렸다.“내일 출근해야 돼.”육현경은 뒷말을 삼키고 침묵했다.“조심히 가.”소이연이 문을 닫아버렸다.육현경은 이렇게 문전 박대를 받으면서 문이 닫히는 걸 보고만 있었다.‘착각이 아니야. 소연이 나를 피하고 있어.’그날 저녁에 느낄 수 있었다. 소이연이 점점 자신을 받아준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슨 일 때문에 또 천리 밖으로 밀어내는 건지 알 수 없었다.육현경은 어쩔 수 없이 단지에서 나왔다.단지 입구까지 바래다주었던 택시는 이미 떠나고 없다.침울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이명진이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대표님.”“어디 있어?”육현경의 목소리가 싸늘했다.“사모님 댁에 가신 게 아니었어요?”“당장 튀어 와!”“네. 알겠습니다.”이명진은 기사에게 방향을 틀라고 손짓했다.대표님 혹시 쫓겨난 거야?사모님 대박, 정말 특이하신 분이라니까.다른 여자들은 대표님과 하룻밤이라도 자려고 옷을 막 벗고 달려드는데!이명진은 불이 나게 육현경 앞에 도착해 공손하게 문을 열어주었다.육현경이 노려보는 시선에 등골이 오싹했다.아, 분위기 어쩔 거야역시 공기는 한기가 들 정도로 추웠다.“휴대폰이랑 지갑 줘.”육현경의 분부에 이명진은 돈을 덜덜 떨며 건네주었다.“가죠!”택시가 떠나고 이명진이 홀로 떡하니 도로에 남겨졌다.지금 시간은 새벽 3시, 멀리 사
소이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패기 있게 회의실에서 나갔다.유봉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마흔을 넘은 나이에 새파랗게 어린 여자한테 위협을 당할 줄이야.홧김에 바로 소승영에게 연락했다.“상관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소승영은 전혀 소이연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져.”“알겠습니다.”유봉이 그제야 사악하게 웃었다.소이연, 너 언제까지 까불 수 있는지 두고 보자.…소이연은 장문기를 데리고 은하그룹 공장으로 갔다.노동자들이 파업을 해?갑자기 파업을 할 이유가 없었다.공장이 외곽에 있어 꽤 거리가 있었다.소이연은 점심도 먹지 않고 공장장 이창덕을 만나러 갔다.이창덕의 태도는 무례했다.생각하지 않아도 유봉과 한 통속이고 소승영의 사람이라는 걸 알수 있었다.“새 회장님께서 매우 젊으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젊은 분이실 줄은 몰랐습니다.”이창덕은 회장님이라도 부르면서 오히려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제 딸 나이와 비슷해 보입니다. 제 딸은 아직 아버지한테 애교만 부리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정말 분통하네요.”소이연은 못 알아들은 척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유 부장님 말로는 노동자들이 파업했다고 하던데 무슨 일입니까?”“왜겠습니까? 월급이 너무 적아서 그러죠.”“은하그룹에서 주는 월급은 용역 일대에서 주는 것에 비해 합리적이고 복리후생도 다른 공장보다 더 좋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그런데 회장님께서 서둘러 생산을 하라고 하면 노동자들이 밤을 새면서 해야 합니다. 야근수당도 없는데 누가 가만 있겠습니까?”소이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누구도 이런 말을 보고하지 않았다. 특수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특수한 방법으로 처리했을 텐데 말이다.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지금은 꼭두각시처럼 소승영에게 계속 끌려 다니는 신세다.“회장님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없으면 저 일보러 가겠습니다.”이창덕이 나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소이연은 입을 꾹 다물고 공장에서 나왔다.공장 입구에 도착하자
짧은 시간이었기에 송문수가 회사의 대체적인 상황을 잘 파악한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는 단지 송문수에게 회사를 관리하는 재능이 있어서 해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송문수가 매일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하지수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항상 그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연구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지어는 날마다 새벽까지 야근을 하다가 집에 돌아갔다. 게다가 차에서 보는 서류들도 모두 송씨 그룹과 관련된 문서였다.송문수는 원래 시간만 나면 게임을 하거나 먹고 자고 놀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송문수는 정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된 것 같았다....송문수의 말대로 하지수는 다음 주에 회사로 찾아올 크레지를 위해 연관 업무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송문수와 하지수가 일 처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사님들도 점점 두 사람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맡긴 업무에 대해 불평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만 했다.그러면서 송문수와 하지수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었고 회사도 더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후, 하지수는 송문수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갔다.요즘 들어서 그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송문수는 자주 회사의 전문 용어나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 계획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그가 묻는 말에 답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무실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지수 씨, 잠깐 제 사무실로 올 수 있으세요?”그때, 송승우가 갑자기 하지수를 불렀다.하지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송문수를 한 번 바라보았다.“네 마음대로 해.”송문수는 이렇게 말하고 큰 걸음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질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지수는 속으로 약간 허탈감을 느꼈다.송문수가 많이 변한 건 사실이었지만 하지수에 대한 감정은 별로 진전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도
회의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그들은 혹시나 방금 들은 말이 착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송승우는 믿을 수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장난만 치고 아무것도 해낸 적 없었던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제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요. 다음 주 수요일쯤, 크레지 씨가 직접 회사로 와서 계약서에 사인하실 거라고 하셨어요.”송문수가 다시 한번 말했다.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정말인가요?”오 이사님이 가장 먼저 물었다. 이렇게 묻는 그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다른 이사님들도 모두 송문수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실 이사님들뿐만 아니라 송기명까지도 이 프로젝트가 실패한 거라 생각했었다. 기술 투자를 성사하지 못한다면 즉시 프로젝트를 멈추고 더 이상의 손실을 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다.그동안 들인 노력과 돈이 헛된 것으로 된다고 해도, 아쉽고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면서, 이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이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기술 투자를 따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이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국제적인 협력 또한 쉽지 않은 것이었다. 어느 정도 경쟁 관계도 존재했으니 말이다.그럼에도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성사한 것이었다.“금방 크레지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송문수도 감격스러운지 여러 번 반복했다.“정말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오 이사님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다른 이사님들도 다들 같은 말만 반복했다.“문수 씨, 정말 대단하세요!”“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크레지 씨한테서 기술 투자를 따내다뇨... 크레지 씨는 성격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분이시잖아요.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문수 씨, 이번에 정말 큰 공을 세우셨어요. 만약 이번 기술 투자가 실패했다면 회사는 최소 3년에서 5년 동
그녀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 송기명과 허영지도 아마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니 말이다.그러나 송문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 때,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해줬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유독 송승우만은 계속해서 송문수의 능력을 부정했고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하지수는 송승우를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그러자 그때, 송문수의 전화가 울렸다.전화 화면을 확인한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송승우는 송문수의 행동을 지켜보며 마치 트집이라도 잡은 것처럼 말했다.“송문수, 회의 중에 개인 전화를 받으면 안 되는 거 몰라? 회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송문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회의실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송승우는 더 화가 났다.그때, 오 이사님이 그를 꾸짖었다.“승우 씨, 지금 문수 씨는 이 회사의 회장입니다. 이 회사에 발을 들인 이상 문수 씨의 말대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수 씨가 전화를 언제 받든 그건 문수 씨가 결정할 일입니다. 저희도 문수 씨랑 여러 번 회의를 해봤어요. 진짜 급하고 중요한 전화가 아닌 이상 회의 중에 절대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송승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송문수 이놈, 비밀리에 오 이사님이랑 뭔가 있는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왜 오 이사님께서 계속 송문수를 감싸주겠어?’이렇게 생각한 그는 다른 이사님들을 둘러보았다.다른 이사님들도 송문수가 회의 중에 전화를 받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 듯했다. 다들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송승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도대체 송문수가 이 사람들에게 뭘 해 줬길래 다들 이렇게 그를 감싸는 걸까?’회의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조용히 송문수가 전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송승우는 점점 더 짜증이 났지만 다들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도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다.한참 지나서야 송문수가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송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송승우가 바로 입을 열었다.
송문수가 말을 마치자 모든 이사들이 손을 들어 찬성했다.송승우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큰 소리로 물었다.“그렇게 애쓰던 프로젝트가 물거품으로 된다니까요?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요? 프로젝트를 포기하면 무조건 손해를 볼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송문수가 뭐라고 더 말하려는 찰나, 오 이사님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승우 씨,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오신 거 맞으세요?”“당연히 알고 왔죠.”송승우는 당당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지금 승우 씨가 하는 말들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오 이사님은 원래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도 상대가 송승우였기에 지금까지 나름대로 배려를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사실 저는 예전부터 문수 씨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어요. 문수 씨가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는 좀 오래 되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일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요. 문수 씨는 정말로 회사를 위해 애쓰고 있어요. 저도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문수 씨의 진심을 느꼈거든요.”“하지만 승우 씨는... 정말 실망입니다. 승우 씨는 지금 회사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요.”“오 이사님!”송승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이사님께서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절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건 제 인생 그 자체를 모독하는 겁니다.”“그저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사실 문수 씨가 대리 회장님을 맡게 되었을 때, 전 더 심하게 말했었거든요. 하지만 문수 씨가 회사를 관리하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저는 그냥 아버지의 노력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왜 그렇게 저를 비난하시는 거죠?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그래서 물어봤잖아요.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냐고 말입니다. 만약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왜 회사가 자금 파산의 문턱에 있는지 알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송승우는 송문수의 말투에서 그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형, 직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리 차량을 사용하라고 하는 건 불법이야. 노동법을 위반하는 거라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매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만약 형 말대로 강요하면 말이야.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신고해 버리면 우리는 법적 처벌을 받게 돼. 그러면 송씨 그룹도 끝장나는 거고. 원래부터 상태가 별로 안 좋은 데다가 평판까지 나빠지면 그때는 정말 파산이야.”“직원한테만 할인해 준다고 하면 되잖아. 할인까지 해주는데 직원들이 왜 반대하겠어?”송승우가 그의 말에 반박했다.“직원한테만 할인해 준다고? 그럼 얼마나 할인할 건데? 몇 퍼센트가 적당할까?”송문수가 따져 물었다.“형, 제대로 생각해 보긴 한 거야? 할인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보는 건 일단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직원마다 상황이 다르잖아. 가정 형편도 다 다르고... 게다가 만약 산 지 얼마 안 된 자동차가 있다고 생각해 봐. 할인을 해준다고 해도 나라면 안 살 것 같거든?”“그래도 필요한 직원들도 있을 거 아니야?”송승우의 얼굴이 확실히 어두워졌다.“송문수,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내 생각을 부정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형인데... 날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되는 거야?”“기술 투자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을 때, 형도 내가 지금까지 노력해서 낸 성과를 바로 부정해 버렸잖아.”송문수가 그의 말을 맞받아쳤다.그 말을 들은 송승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송문수의 말이 맞았기에 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사회니까 우리가 의견을 낸다고 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 이사님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해. 제 생각에 동의하는 이사님들은 손을 들어줄 수 있으신가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할인을 해주고 직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우리 신에너지 자동차를 사용하게 하자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주세요.”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지금 이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적자를 보고 있어요. 만약 기술 투자에 실패하면 계속해서 적자가 날 겁니다.”송문수가 그의 말을 반박했다.“물론 이 프로젝트를 포기한다는 건 기술 투자에 실패한 상황을 전제로 생각한 플랜일 뿐입니다. 만약 기술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저희는 당연히 이 프로젝트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저희는 지금 단지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전략을 세우는 중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 나갈지 명확히 하자는 거죠.”“난 네가 기술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송승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네가 해외에서 협상을 할 때부터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기술 투자가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서 계획을 세워야 돼.”송승우는 모든 이사들 앞에서 송문수의 능력을 부정해 버렸다.송문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어릴 적부터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송문수는 송승우 앞에 서면 항상 자기가 그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송승우가 안 될 거라 말하면 정말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송문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송승우는 태연하게 말을 덧붙였다.“그러니까 제 말은 기술 투자가 성공할 경우에 대해서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기술 투자 없이 바로 전략을 세워야 해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길 원합니다.”“형, 지금 이미 생산한 신에너지 자동차도 팔리지 않고 있어.”송문수가 말했다.“그건 네가 마케팅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지.”송승우가 대답했다.“지금까지의 홍보 결과만 따르면 다들 저희의 에너지 자동차를 불합격품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송승우는 한 마디씩 똑똑하게 말했다.“그래서 저는 저희부터 몸소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송문수가 그를 바라봤다.“간단하지 않나요? 저희조차 회사에서 생산한 신에너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어떻게 우리의 제품을 믿겠어요?”송승우가 이렇게 제
회의실은 금세 떠들썩해졌다. 모든 사람의 관심이 송승우에게 쏠렸다. 그중 대부분 사람들은 송승우를 칭찬하고 있었다.그는 송문수와 달리 갑자기 회사로 찾아왔음에도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다.송승우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이제야 겨우 인정받기 시작한 송문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하지수는 송문수를 흘낏 바라보며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는 걸 살폈다.송문수는 물론, 하지수도 마찬가지로 송승우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불쾌해하고 있었다.회사는 이미 송문수가 관리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회사는 전보다 안정한 상태로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송승우가 합류하는 게 흐름을 방해할까 봐 하지수는 걱정이 되었다. 이사들도 분명 송승우를 더 믿는 듯했다.하지만 송승우는 회사를 관리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연구에만 집중해 온 데다가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과학 연구는 전혀 다른 분야였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물론 하지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송승우도 좋은 마음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는 것이었기에 그녀가 불만을 늘어놓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송문수도 아마 같은 생각일 듯했다.“문수야, 내가 왔는데 기쁘지 않아?”송승우가 송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연히 기쁘지.”송문수가 대답했다.“형이 와서 도와준다면 나야 당연히 좋지. 형은 머리가 좋잖아. 형이 있으니까 회사도 더 잘될 거야.”“그 말이 네 진심이길 바랄게.”송승우는 약간 비웃으며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송문수에게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하지만 송문수도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저희는 지금 기술 투자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아직 저에게 연락을 주지는 않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이죠. 하지만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으면 저희의 프로젝트에 지장을 줄 겁니다.”“일단 첫째는 많은 직원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하지수는 뒷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방금까지 송승우와 일 얘기를 나눴기에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업무 생각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기술 투자 쪽에서도 아직 아무 소식 없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송씨 그룹이 큰돈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방금 형이 너한테 같이 가자고 했었잖아. 왜 따라가지 않은 거야?”송문수가 갑자기 꺼낸 말에 하지수는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바람에 송문수가 갑자기 말을 걸 줄 몰랐던 것이다.그녀는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야 송문수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하지수는 미세하게 이마를 찡그리며 대답했다.“내가 왜 승우 씨를 따라가야 되는데?”“너 우리 형을...”송문수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을 움켜쥐어지고 있었다.“더 이상 우리 형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송문수는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수가 어떤 대답을 할지 몰랐기에 그의 가슴은 요동치고 있었다.“응. 없어.”하지수는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그 순간, 송문수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전에 우리 형 많이 좋아하지 않았어?”그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예전에는 그랬지.”하지수는 웃으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많은 일을 겪었잖아. 좋아하는 감정도 점점 사라지더라고.”그녀는 이어서 말했다.“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세월의 흐름을 버텨내기 힘든 것 같아.”송승우에 대한 감정이 이렇게 빠르게 식을 줄은 그녀조차도 몰랐던 것이었다.송문수는 점점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제 아무 감정도 없는 거면 우리 형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 멀리 떨어져서 지내. 조금의 여지라도 줘서는 안 돼.”“알겠어.”하지수가 대답했다.그녀는 더 이상 송승우에게 어떤 기대나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송승우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기술 투자가 실패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생각해 본 적은 있으세요? 실패하면 회사가 또다시 위기에 빠지지 않을까요?”“그 문제에 대해서는 내일 이사님들과 논의할 예정입니다. 기술 투자가 실패할 경우 회사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할 것입니다.”하지수가 설명했다.“기술 투자가 실패한다고 해도 다른 플랜을 준비할 예정이고요.”송승우는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순간,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하지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문수 씨랑 생각하고 있었던 플랜이 있긴 하거든요. 만약 기술 투자가 정말 실패하게 된다면 그때는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연구개발과 판매를 포기할 것입니다.”“그럼 손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육현경 씨한테서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잊은 겁니까? 그냥 갚지 않을 생각인가요?”송승우는 다소 흥분하며 말했다.“당연히 갚아야죠. 문수 씨 친구이긴 하지만 업무적으로 엮이면 말이 또 달라지거든요.”하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송씨 그룹이 지금까지 해오던 사업 분야에서 수익을 내면 되죠. 그러면 조금씩이라도 갚을 수 있잖아요?”“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 놓고 그냥 포기하겠다는 건가요?”송승우는 여전히 불만이 많았다. 포기해 버리면 완전히 손해를 본 것으로 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다른 플랜으로 이득을 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제때에 손실을 멈춰야죠.”하지수가 말했다.“사람들이 기술력을 의심하고 있는 데다가 기술 투자까지 받지 못하게 되면 앞으로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겁니다. 사회적 리스크도 많이 부담해야 할 거고요. 그럴 경우 회사 주식이 하락할 뿐만 아니라 손실이 커질 뿐입니다.”송승우가 또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하지수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물론 내일 이사님들과 함께 논의하고 나서 결정해야 되겠죠. 송씨 그룹이라고 해서 저희만의 회사가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