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지원의 말이 끝나고 난 뒤에도 예수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예수진은 그냥 예의상 얘기한 것뿐이었다.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받아들였다.계지원이 시선은 아래에 두고 입을 열려던 그때.“내가 물 틀어줄게.” 예수진이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계지원의 옆을 지나 바깥의 공용 샤워실로 가 물을 틀어주었다.물을 틀고는 다시 침실로 돌아와 잠옷과 남자 반바지를 찾았다.하도경은 여기에 옷을 두지 않았다. 여기에서 자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오늘 그가 자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민소매 원피스를 살 때, 하도경을 위해 커플 잠옷과 반바지 두 개도 사두었다.예수진이 걸어와 계지원에게 말했다. “우선 잠옷 입어.”“고마워.”예수진은 그에게 옷을 가져다주고는 그의 곁을 지나쳐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계지원은 예수진이 쪼그리고 앉아 하도경의 토사물을 치우는 것을 보고 있었다.예수진은 어렸을 때부터 육씨 가문에서 컸기 때문에, 옷이 오면 손을 뻗고, 밥을 주면 입을 벌렸다.그 덕에 집안일은 해본 적도 없었고, 음식은 더더욱 할 줄 몰랐다...환경이 그녀를 변하게 한 건지, 하도경이 그녀를 변하게 한 건지 모르겠다...계지원은 뒤돌아 나갔다.예수진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계지원의 차가운 뒷모습이 보였다.예수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계지원은 아마 그녀가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겠지.육씨 가문에 있을 때, 그녀는 정말 교활한 사람이었다.예수진이 바닥 청소를 한 뒤, 다시 뜨거운 수건으로 하도경의 얼굴, 손을 닦아주고, 신발과 외투를 벗기고 그가 좀 더 편하게 있을 수 있게 해주었다.모든 걸 다 끝내고, 화장실에 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니, 그제야 자신이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잠시 감정이 요동치는 눈빛이었지만 이내 다시 진정했다.계지원에게 그녀는 아무런 매력이 없다.아무것도 안 입어도 없는데, 이런 건 신경도 안 쓸 것이다.그래도 그녀는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 저녁 하도경과는
그에게 건네준 그 순간.두 사람의 손등이 한 시야 안에 있었다.예수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잠옷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입은 잠옷은 하도경의 잠옷과 커플 잠옷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오늘 밤이 지나면 같이 입을 거라고 생각해, 먼저 화장실에 가져다 두고, 별 생각 없이 입은 것이었다...예전엔 정말 꿈에서라도 계지원과 같은 지붕 아래 똑같은 옷을 입고 싶었는데.그렇게 바라고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을 자신이 완전히 포기한 뒤에야 이렇게 쉽게 이뤄냈다.하늘은 그녀와 장난치는 걸 정말 좋아하나 보다.그녀가 계지원에게 드라이기를 건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어차피 계지원은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 무엇을 입던 그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방금 그녀는 이게 하도경의 잠옷이라는 것도 명확히 설명했다.그녀와 하도경의 커플 잠옷은 당연한 일이다.예수진은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하도경에게 줄 간식을 준비하고 있었다.계지원은 예수진을 흘끗 보고, 그녀가 입고 있는 그와 똑같은 잠옷을 보고 있었다...그는 시선을 떨구었다.눈은 조금 충혈되었다.계지원은 다시 화장실로 가 머리를 말렸다.예수진은 꿀물과 떡볶이를 침대 옆 테이블에 두고, 하도경이 깊이 잠든 것 같아 깨우지 않았다.조금 생각하던 그녀는 다시 거실의 화장실로 가 문을 두드렸다. “계지원, 벗은 옷 나 줘.”계지원이 문을 열었다.머리는 반쯤 말린 상태였다. “뭐라고?”예수진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다.화장실의 세면대 앞에 계지원이 방금 벗은 옷들이 있었다.옷에는 하도경의 토사물들이 있었다.예수진은 그대로 가져갔다.계지원이 급히 말리며 말했다. “뭐 하게?”예수진은 낯빛이 조금 어두워져 말했다. “빨아주게. 아니면 하도경 옷 입고 가게?”이렇게 추운 날 계지원은 길에서 얼어 죽을 것이다.“나, 내가 알아서 빨게.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세탁기가 빨고, 건조하면 돼
이 냄새… 어딘가 익숙했다.예수진이 먼저 옷을 벗으며 계지원을 유혹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그의 코끝을 간지럽히는 냄새가 바로 그 냄새였다. 조금만 더 자극적이었다면 아마 그의 비염이 도졌을 것이다.하지만 그 냄새는 여전히 마력이라도 있는 듯 그의 모든 고민거리를 내려놓게 만들었고, 아무 생각 없이 그녀와…마음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방어선이 그녀를 밀쳐내게 했다.그는 그때 그녀가 흘린 눈물과 그녀의 슬픔, 그리고 그녀의 쓸쓸함을 억지로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서 나던 냄새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하게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여전히 그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지금 그녀는 다른 남자를 위해 제일 좋아하던 향수를 다시 뿌리고 있었다.정말 이제 다 괜찮아져서 다시 저 향수를 쓴 걸까?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는 그녀에게서 이 냄새를 맡은 적이 없었다.올라간 계지원의 입꼬리가 그의 두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그는 머리를 말린 후 욕실을 빠져나왔다.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지금쯤 예수진은 하도경과 함께 안방에 있을 것이다.하도경은 지금 취해 있었고, 그는 그녀의 남자친구였다.그리 크지 않는 거실에 앉은 계지원은 조금 불안해졌다.내가 여기 앉아도 되는 걸까?여기에 언제까지 있어도 되는 거지?그는 감히 예수진에게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는 그렇게 거실 정중앙에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예수진은 겨우 하도경에게 꿀물을 먹여주었다. 취해서인지 그는 정신이 조금 혼미했다. 너무 많이 토한 탓에 뭐라도 마시게 해서 그의 위를 편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사실 그녀도 술에 취한 적이 있었다.예전에 그녀는 여러가지 사람과 일들을 잊기 위해서 자주 술에 취하곤 했다. 그녀는 술에 취하면 더 편히 잠에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공복으로 술을 들이키게 된다면 다음날 몸이 엄청 불편해진다.예수진은 안방에서 나오며 잠시 후 하도경에게 뭐라도 먹일 생각을
빨개진 하도경의 얼굴을 보며 예수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다 송문수 그 개 같은 놈 때문에 하도경이 이렇게 취해버린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기분이 언짢아졌다.다음에 만나기만 해봐라!내가 아주 죽을 때까지 술 먹여버릴 거니까!“물…” 하도경은 불편했는지 몸을 뒤척거렸다.“물 마실래?” 예수진이 그에게 다가갔다.“물 마실래…” 그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잠깐만 기다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물을 찾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꿀물을 더 준비하지 않은 것이었다.그녀는 황급히 안방을 빠져나왔고, 나오자마자 텅 빈 거실을 보게 되었다. 계지원은 거실에 없었다.간 건가?예수진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목마르다는 하도경 말 때문에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그녀는 빠르게 꿀물을 타고는 하도경을 부축하며 그것을 그에게 먹여주었다.그는 흐릿한 눈빛으로 예수진을 쳐다보았고 한참 후에야 그녀를 알아보게 되었다. “수진아, 미안해…”하도경도 자기가 술에 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사실 오늘, 그는 예수진과 함께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했었다.“지금은 일단 넘어가자. 일단 술부터 깨고, 나중에 다시 얘기해!” 예수진이 그를 협박했다.“내가, 내가 꼭 보상해 줄게…” 하도경은 양심이 조금 찔렸다.“나도 너 가만 안 둘 거야. 하지만 지금은 네 몸 챙기는 게 더 급선무야. 착하지? 죽 좀 먹어.”“입맛이 없어…”“그래서 안 먹는다는 말이야?”“먹을게.” 하도경이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그의 반응에 예수진은 미소를 지었다.하도경의 이목구비는 착하고 앳됐다.지금 이 순간, 억울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은 예수진으로 하여금 그를 괴롭히고 싶게 만들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하도경의 볼살을 꼬집기 시작했다.하도경의 피부는 무척이나 좋았다. 비록 살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얼굴에 포동포동한 젖살이 남아있었다.“아파.” 불편한지 하도경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아픈 거 알았으면 다음부터 이렇게 많이 마시지 마.”
계지원은 예수진이 못 들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 정도로 작았다.하지만 결국 그의 말은 예수진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그녀는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너랑 하도경, 사이 엄청 좋아 보이더라.” 계지원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엄청 기뻐?” 예수진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아니…”“너한테 고마워해야지.”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가 날 거절하지 않았다면 하도경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 줄은 몰랐을 거야.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는 줄 몰랐어.”그 말에 계지원의 목젖이 미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감히 표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제어가 안될까 걱정되었다.“너도 예상 못했을 거야. 내가 하도경이랑 만나게 될 줄은?” 그녀는 그를 쳐다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 하도경, 줄곧 몰래 날 좋아하고 있었어.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줄곧 숨기고 있었던 거지. 고백하면 친구도 못하게 될까 봐. 내가 곤란에 빠졌을 때, 하도경이 물불 안 가리고 날 도와줬어. 내가 역경 속에서 벗어난 후에야 좋아한다며 나에게 고백을 했지.”계지원은 두 사람의 연애사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하도경 아니었으면, 지금의 난 내가 아니었을 거야.”만약 그때 하도경이 그녀를 살려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그녀가 얼마나 타락했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그녀는 인간의 본성이 어떤 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특히 연예계에서.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무척이나 쉬웠다.유혹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도, 그 앞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사람도 무척이나 적었다.그녀는 하도경이 너무 고마웠다.그는 예수진이 가장 도움이 필요하던 때 그녀 앞에 나타나주었다. 정말이지 너무 고마웠다.“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 많은 일을 겪었는데도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됐잖아.” 예수진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지원, 나 예전에는 네가 너무 미웠거든? 네가 나한테 정 없이 구는
방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단번에 열려버렸다.문 열자마자 하도경이 예수진을 깔고 바닥에 누워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자세가… 무척이나 야릇했다.예상치 못한 장면에 계지원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그는…사실 그는 방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었다. 단지 울려 퍼지는 굉음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래서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방안으로 뛰쳐 들어온 것이었다.이런 상황을 마주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계지원!” 예수진이 갑자기 막 자리를 떠나려는 그를 불러 세웠다.그녀의 말이 계지원의 발걸음을 멈추었다. “방해하려고 한 건 아닌데…”“여기 와서 나 좀 도와줘. 하도경이 화장실에 가고 싶대.” 예수진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방금 그녀는 하도경을 부축하며 그를 화장실에 데려다주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취한 탓에 하도경은 중심을 잡지 못했고 그대로 그녀의 몸 위로 쓰러지게 되었다.하도경을 부축하기에는 그녀의 힘은 역부족이었고,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하마터면 다칠 뻔했다.하도경이 깔고 누운 탓에 예수진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계지원은 그런 그들 앞에 다가가 열심히 그를 부축하기 시작했다.하도경은 비틀거리며 입속으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수진아, 내가 다치게 한 건 아니지? 수진아…”“아, 아니.” 예수진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하지만 말과 달리 그녀의 엉덩이는 깨질 듯이 아팠다.하도경, 대체 오늘 얼마나 마신 거야!“화장실에 데려가면 되는 거지?” 계지원이 예수진에게 물었다.하도경은 지금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응.”계지원은 하도경을 화장실까지 부축해 주었다.변기 앞, 하도경은 흐릿한 정신으로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참을 노력했는데도 바지는 내려가지 않았다.그때 예수진이 화장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됐어?”“일단 들어오지 마.”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는 황급히 손을 뻗어 예수진의 시선을 가려버렸다.“왜 바지가 안 내려가지…” 하도경의 목소리에
예수진은 계지원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 “물 좀 마셔.”계지원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더니 천천히 물잔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단둘이 같이 있게 되자 두 사람은 조금 불편해졌다.“늦었다. 이제 그만 가봐. 하도경은 내가 챙기면 돼. 오늘은 고마웠어.” 그녀는 말투는 무척이나 진지했다.오늘 밤, 그는 하도경을 집으로 데려다주고, 화장실을 보는 것도 도와주었다. 씻겨도 주고, 잠옷까지 갈아 입혀 주었다. 그녀는 그의 모든 행동이 너무 고마웠다.“그렇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도경이 내 친구이기도 하잖아.”“아무튼 시간이 늦었어.” 예수진은 더 이상 계지원과 인사치레 말을 건네고 싶지 않았다.그를 쫓아내는 말투였다.그녀의 말에 계지원은 안방을 벗어나 바로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예수진은 의례적으로 그를 문 앞까지 배웅해 주었다.그녀는 대문을 나서면서 일찍 쉬라고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대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대체 얼마나… 내가 보기 싫은 거야?계지원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천천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장안시에는 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작디작은 눈송이였다.마치 깨져버린 그의 마음과 같았다. 아무도 모를 정도로 조심스러웠다.…다음날.깨질 듯한 두통에 하도경은 결국 깨어나게 되었다.주위를 한참이나 둘러본 후에야 그는 겨우 정신 차렸다. 예수진의 집이었다.그는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왔고, 오픈식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예수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깨어난 그의 모습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눈웃음은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마법이 있었다.“깼어?” 예수진이 물었다.“나 어젯밤에…”“개처럼 마셨지.” 그녀의 말은 무척이나 솔직했다.“나, 나… 이게 다 송문수 그 개 같은 놈 때문이야.” 하도경은 모든 화를 송문수에게 풀어버렸다.예수진은 준비해 놓은 아침을 식탁에 올려놓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됐어. 어젯밤에 이미 충분히 욕했어. 지
"어쨌든 난 상관없어, 육씨 아주머니랑 이미 얘기했어, 이 결혼은 이렇게 하기로 했어.” "지금 아주 핑크 빛으로 장식 중이네.” "좀 정신없으면 어때? 이 나이에는 여자 친구도 없는데......” "여자친구 있어!" 하도경이 큰소리로 말했다. "뭐?" 윤희연은 깜짝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어젯밤에 여자친구랑 같이 있었어.” "누구?" “......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니까 좀 더 있다가 말해 줄게." 하도경 역시 지금 말하기에는 기상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예수진 때문에 육가희를 거절했다는 걸 자신의 엄마에게 말한다면 그녀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 "날 속일 생각 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엄마는 신경 쓰지 마." 하도경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넌 어렸을 때부터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했어, 어려서부터 어른 같았어...” “그리고 육가희는 나한테 관심이 없어, 못 믿겠으면 육씨 아주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하도경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안 물어봐도 돼.” 그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뒤 하도경은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엄마?" 예수진이 물었다. "어젯밤에 왜 집에 안 왔냐고 전화한 거야.” "뭐라고 했어?” "여자친구 집에서 잤다고 했어.” 예수진은 놀라서 얼굴이 빨개졌다. "엄마한테 나라고 말 안 했지?” "아직은, 조금...” "조금 더 있다가 얘기해." 하도경이 아직 다 내뱉지 못한 말을 예수진이 이어 말했다. "지금은 적절하지 않아.” "널 섭섭하게 하는 일 없게 할게." 하도경이 약속했다. "널 믿어." 예수진이 싱긋 웃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 하도경은 설거지를 했다. 두 사람이 집에서 TV를 보며 어젯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 하도경의 전화가 다시 울렸다."엄마, 또 왜?” "지금 빨리 와!” "나 좀 늦을 것 같은데.” "지금 안 오면, 내 장례식에서 날 보게 될 거야!” 하도경은 할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